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기준금리 고공행진 탓에 가뜩이나 금융권 자금대출 문턱이 높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20일 한데 모여 정부와 금융권에 ‘고금리 고통 분담’을 낮추는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호소했다.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를 비롯해 벤처기업협회·이노비즈협회 등 국내 16개 중소기업단체로 구성된 중소기업단체협의회(중단협)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본관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고금리 고통분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 등 중소기업단체 대표 9명이 직접 참석했다. 참석한 중소기업단체 대표들은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 실현을 위해 금융권과 정부에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금리 인하 △금리부담 완화 제도 실효성 제고 △상생 금융정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중단협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출은 지난 2019년 말 719조원에서 지난해 말 953조원으로 32.5% 늘었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대출은 2019년말 685조원에서 지난해 3분기 1014조원으로 48.0%나 급증한 것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코로나 위기 3년 동안 사업유지와 생존을 위해 대출이 크게 증가했는데, 고금리 행진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으로 중소기업계의 이자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반면에 은행권은 고금리 덕분에 역대 최대 실적과 성과급 잔치를 벌여 여론의 따가운 눈총과 함께 금융당국으로부터 금리 완화 압박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시중은행의 영업이익의 90% 이상이 이자수익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분희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은 "임금상승 와중에도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대출을 통해 버텨 왔는데 이제 겨우 코로나 터널을 벗어나려 하자 대출금리가 2배로 올랐다"며 "은행도 영리기업이지만 그 수익이 과도한 만큼 (중소기업을 위한 대출금리)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고금리 애로 실태를 드러내는 설문조사 결과도 공개됐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300개사 중 응답자의 85%가 금융기관 대출시 겪었던 애로로 ‘높은 대출금리’를 꼽았다. 응답자들이 털어놓은 대출금리 가중 실태는 지난해 1월 2.9%에서 현재 5.6%로 2.7%포인트 올랐다는 대답에서 드러났다. 같은 기간 기준금리 인상폭 2.25%p(1.25%→3.5%)보다 높은 수치다.또한, 조사대상 기업의 90.3%는 대출금리 상승에 대한 대응방안이 없거나 불충분하다고 답했고, 79.3%는 은행의 이자수익 기반 사상최대 영업이익에 부정적(매우 부정적 51.0%, 부정적 28.3%)이라고 응답했다. 응답자들은 상생 대책으로 은행의 기준금리 이상 대출금리 인상 자제(73.7%), 이차보전 지원사업 등 금리부담 완화정책 확대(45.7%), 저금리 대환대출(35.7%) 등을 꼽았다. 이밖에 과도한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격차) 억제를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 은행의 상생노력을 지수화해 공개하는 상생금융지수 마련, 금융권이 밝힌 5000억원 규모의 상생기금 대폭 확대 등을 촉구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IMF 위기(1997년 외환위기) 때 은행들이 대규모 공적자금으로 위기를 극복한 만큼, 지금처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힘들 때 금융권이 먼저 대출금리를 적극 인하하는 등 상생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회장은 "우리나라 은행도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국처럼 기업 직접 투자를 허용해 은행도 살고 기업도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정부에 규제완화를 촉구했다.kch0054@ekn.kr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오른쪽 네번째)이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본관에서 열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고금리 고통분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철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