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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발전사업 허가기준 강화

이동일 법무법인 에너지 대표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인 수요를 스스로의 노력으로 충족시킴으로써 개성 신장을 이룰 수 있도록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한다. 영업의 자유에 대해서는 헌법에 명문 규정은 없지만, 직업의 자유의 그 자체로 본다. 이런 영업의 자유에 따라 모든 국민은 자유롭게 영업을 할 수 있다. 발전사업, 중계유선사업 등 일정한 사업은 국가의 허가를 받아야 영업을 할 수 있다. 허가는 인간의 본래 자유로운 활동에 대해 공공질서 유지를 위해 미리 금지를 정해두고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신청에 따라 그 금지를 해제하는 행정행위다. 전기는 전자의 움직임 때문에 생기는 에너지의 한 형태다. 한마디로 전자들의 흐름이 전기다. 이런 전기의 속성을 가진 전력의 특징은 계통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계통연계는 둘 이상의 전력 시스템 사이를 전력이 서로 이동할 수 있도록 선로를 통해 연결하는 것이다. 계통연계의 속성 때문에 전기는 생산량과 소비량이 일치해야 한다. 전기는 실시간으로 소비가 바뀌기 때문에 발전량 또한 이에 맞춰 실시간으로 변동하고 실시간 계통운영을 통해 생산과 소비를 전체적으로 평형이 유지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평상시 전력계통 주파수는 60 ±0.2HZ 이내로 비교적 안정된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수요를 예측하고 그에 맞춰 공급계획을 세워 전기를 공급해야 한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할 경우 순환단전을 하거나, 정전사고가 발생하는 등 계통 안정성에 문제가 생긴다. 반면 예측한 수요에 비해 실수요가 지나치게 적으면 전기생산 단가 상승으로 국민에게 전기요금 상승의 부담을 준다. 실시간 수요와 공급을 맞춰야 하는 전력시장의 특성과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때 정전 또는 단전으로 인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손실이 아주 크기 때문에 우리 전기사업법은 발전사업을 허가제로 운영하고 있다. 전기사업법은 전기사업 허가요건을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전기사업을 적정하게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재무능력 및 기술능력이 있을 것 △전기사업이 계획대로 수행될 수 있을 것 △발전소나 발전연료가 특정 지역에 편중돼 전력계통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을 것 △태양광·풍력·연료전지를 이용하는 발전사업의 경우 발전사업 내용에 대한 사전고지를 통해 의견수렴 절차를 지킬 것 △그 밖에 공익상의 필요한 것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적합할 것 등으로 상당히 까다롭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 고시로 발전사업허가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데 최근 발전사업 세부허가 기준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 했다. 개정안에서는 재원조달 계획 중 자기자본 비율을 종전 10%에서 20%로 상향하고, 허가 신청 당시 납입자본금을 총 사업비의 1.5%를 보유하도록 최소 납입자본금 규정을 신설했다. 또 출자자들의 투자가 이행되기 전 지출돼야 하는 ‘초기개발비 지출 및 조달계획’ 제출을 의무화해 초기개발비 조달 가능 여부를 심사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의 가장 큰 특징은 발전사업 허가시 제출된 사업계획서대로 적기에 발전소를 준공할 수 있도록 발전사업허가 신청자의 재무능력 기준을 강화한 것이다. 그리고 태양광·연료전지 발전사업에 대해서는 허가부터 착공 때까지인 공사계획 인가기간을 2년으로 명시하고 환경영향평가를 마친 경우에만 공사계획인가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발전사업 준비단계에서 많은 갈등이 발생한다. 갈등의 대부분은 발전사업자의 부실한 재무능력에 기인한다. 그동안 발전사업 현실을 감안할 때 이번 조치는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번 재무능력 기준 강화 조치를 계기로 발전사업자의 재원조달 문제로 인한 갈등과 관련 분쟁으로 인한 사업 지연 문제가 해소돼 원활한 발전소 건설과 전력계통 안정화라는 두 토끼를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이동일 에너지 대표 이동일 법무법인 에너지 대표변호사

[특별기고]윤석열정부 출범 1년 평가와 향후 과제-에너지분야

에너지 시장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산업 발전과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에너지의 안정적 수급에 정책의 우선 순위를 뒀던 과거와 달리, 기후 위기와 탄소 중립이라는 새로운 이슈에 직면하며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도입을 앞둔 탄소국경조정세와 민간부문의 자발적 협약인 RE100 이니셔티브 등은 수출 중심인 한국경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내 에너지 시장도 비상등이 켜졌다.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온 에너지공기업들이 누적된 적자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서울에너지공사 그리고 자본 잠식 상태인 한국석유공사 등 어느 곳 하나 멀쩡한 곳이 없다. 이런 와중에 지난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았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5월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원전 중심의 탄소중립 실현’을 골자로 한 기후변화 대응 및 에너지 분야의 핵심 국정과제로 채택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새롭게 꾸리고 탄소중립·녹색성장 비전과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올해 1월에는 원전 비중을 늘리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줄이는 내용의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했고, 3월 발표한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부문별 전략과 함께 산업부문의 감축목표를 기존 14.5%에서 11.4%로 낮췄다. 윤석열 정부의 기후변화·에너지정책은 원전생태계 복원과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 부담 줄이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국토가 좁고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의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할 때 원자력 발전을 적극 활용해 온실가스를 실효성 있게 줄이겠다는 것은 일면 타당하다. 그러나 전기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최종 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불과해 원전 확대만으로는 나머지 80%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이는 재생에너지도 마찬가지다. 더 많이 필요하게 될 전기를 기존의 화력발전소에서 원자력발전이나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지만, 그 못지않게 나머지 80%의 에너지를 무엇으로 대체하고 얼마나 빠르게 탈 탄소화 할 것인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현가능한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명분으로 부문별 감축목표를 재조정해 기업의 부담을 줄인 정책도 일면 타당해 보인다. 2030년까지 40% 감축목표 달성을 전제로 현 정권이 끝나는 2027년까지 19.6%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다음 정부에서 2030년까지 3년 동안 나머지 21.4%를 줄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에너지 다소비 업종 중심의 산업구조를 변화시키지 않고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은 어렵다. 정부가 산업구조 전환과 고도화에 힘써야 하는 이유다. 왜곡된 에너지 가격 기능의 정상화도 절실하다. 국제적인 에너지 위기 속에서도 국내 에너지 시장이 태풍의 눈처럼 고요함을 느끼는 것은 에너지공기업이 중간에서 바람막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든든한 벽에 금이 가고 있다. "콩보다 싼 두부 가격"이란 말로 표현되듯 지금의 전기요금은 가격 기능을 잃어버린 상태다. 이렇다 보니 원가 인상 요인을 반영하지 못한 낮은 전기요금은 한전의 적자를 눈덩이처럼 키우고 있다. 특히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데이터센터가 수도권에 위치할 경우 새로운 전력의 블랙홀이 생기는 셈인데, 새로운 전력망이 구축되지 않고서는 필요한 전기를 공급할 수 없게 된다. 이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적자 수렁에 빠진 한전으로서는 새로운 투자는 언감생심이다. 전기요금 문제는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해외 에너지 기업들은 석유와 가스 혹은 전기와 가스 혹은 전기와 열 그리고 가스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통합해 운영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에너지 기업들을 각각의 에너지원에 한정해 업역을 제한한다. 한국전력은 전력판매, 한국가스공사는 천연가스, 한국석유공사는 석유만 각각 담당하도록 법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제는 그 틀을 깨야 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기존의 휘발유, 디젤만 판매하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수소와 전기 등 다양한 에너지를 판매하고 재생에너지를 설치하는 등 종합스테이션으로 변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민간영역인 주유소를 종합스테이션으로 구축하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전력만 전기를 판매하도록 돼 있는 전력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해 새로운 비즈니스가 창출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원전이 온실가스 감축에 효과적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현 정부의 신규 발전 건설과 수명 연장 정책은 원전 생태계의 단절만 키울 뿐이다. 신규 건설이나 수명 연장과 함께 적절한 폐기물 관리와 수명을 다한 원전의 해체까지 연결하는 원전산업 생태계의 선 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이에 대한 대책 마련 없이 원전을 새롭게 건설하고 수명만 연장하는 것은 문제만 키워갈 뿐 지속가능할 수가 없다. 현재 우리나라의 에너지 산업과 시장은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집권 1년을 맞은 윤석열 정부의 고민도 깊을 것이다. 에너지 가격 기능의 정상화를 비롯해 에너지공기업의 적자 해소 및 업역 조정,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실효적인 정책추진, 원전산업의 선순환 구조 마련, 재생에너지 산업생태계 구축, 이외에도 에너지 이슈들이 정치적 쟁점 사안이 되면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 윤석열 정부는 정책결정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며 에너지산업과 시장의 체질 개선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와 합의를 모으는 강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정당한 절차를 통해 합의된 정책은 5년 단위로 분절되는 정책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남은 기간 욕먹을 각오로 소모적인 정치적 이념 논쟁에서 벗어나 우리 에너지산업과 시장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기를 기대한다.조용성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EE칼럼]에너지 요금에 대한 단상(斷想)

황금연휴가 겹친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한다. 그러나 올해는 전기·가스 등 에너지 요금 인상에 대한 생뚱한 정치 바람으로 마음이 무겁다. 정치권이 그 결정 주체로 나서면서 일이 꼬였다. 시장 논리보다 국민 여론과 정치적 득실을 먼저 고려하는 가운데 장기 자원배분 효율성은 뒤로 밀렸다. 정치권은 물가 우려를 핑계로 정부 등 이해당사자들 간의 시장조정 기능을 무력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에 따라 한 달 이상 미뤄진 올해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이 급하게 추진된 것 같다. 당정은 ㎾h당 7원 안팎 인상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가구당 2000원대 중반의 전기요금 부담 증가가 예상된다. 이렇게 올려도 전기와 가스 가격은 판매원가에 미달한다. 결국은 국민 부담으로 귀결된다. ‘총괄 원가 보상’ 원칙을 부여받은 한전 등 에너지 공기업들은 판매 손실을 ‘고민 없이’ 채권발행이나 미수금 계정으로 처리하는 정책 실패 유발 권한(?)을 부여받고 있다. 한전 부채가 지난 1년간 70% 이상 늘었다. 한전채의 무한 발행으로 민간 자본 시장 장애를 초래했다. 정치권에서는 무작정 공공자산 매각이나 관련 공기업 수장 사표 제출을 요구하는 ‘체면치레’를 했다. 화급한 적정 가격수준 설정이나 공기업 경영정상화, 그리고 국리민복 증진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이 변죽만 울리는 정치적 언동일 따름이다. 결국 정치권의 노골적 개입은 새로운 정치 실패를 예고하는 것일 뿐이다. 이러한 에너지정책 실패는 어디서나 가능하다. 미국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은 공급망 효율성 확대에 실패했고 되레 인플레이션 가속이라는 역효과를 초래한다고 학계는 분석한다. IRA은 미국 내 청정에너지 전환 가속을, 반도체법은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목표로 투자기업에 막대한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가용 전문인력 부족으로 한계에 봉착했다는 분석이 많다. 인력 부족은 고용시장 과열과 인재 유치경쟁으로 사업비용이 10%쯤 추가될 수 있다. 따라서 미국 인플레이션이 당분간 4%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 연방준비제도(FRB) 물가 상승 목표(2%)의 두 배에 달한다. FRB가 최근 기준금리를 0.25% 추가 인상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미국 정부는 이제 장기 에너지 전략에 치중하고 있다, 단기시장조정의 한계를 인정한 것이다. 지난 4월 20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에너지 및 기후에 관한 주요국 경제포럼(MEF)’ 화상 정상회의를 주재, 녹색기후기금(GCF)에 10억 달러(약 1조3200억원) 제공을 밝혔다. 아마존 보호에도 추가지원(5억 달러)을 의회에 요청했다. 이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유지하는 노력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탈 탄소 에너지 확대, 아마존 등 중요한 숲의 삼림 벌채 종식, 불화수소 등 강력한 비(非)이산화탄소(non-CO2) 기후오염 물질 대처와 탄소순환관리 증진 등 4가지 핵심 분야에 대한 노력을 강조했다. 이번 회의에는 우리 윤석열 대통령도 참여했다. 20세기 후반 이후 세계 정치경제 질서의 두 가지 근간은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이다. 이 중 정치적 자유주의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나 ‘경제적’ 자유주의는 퇴보할 수 있다는 관련 학자(Francis Fukuyama:‘The End of History 1989’ 등)들의 기존 주장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사실 국가나 종교와 이념, 노조 등 강력한 사회 주체들의 과도한 관여와 영향력을 행사에 따라 건전 경제성장과 배분에 장애가 발생했다. 이에 ‘경제적’ 자유주의는 제대로 진전될 수 없었다는 것이 지난 세기말∼이번 세기 초까지 입증된 사실이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 팬데믹 사태 이후 지난 2년 동안의 경기 둔화와 함께 ‘인플레이션’ 위기가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 닥쳤다. 1970년대 석유 위기 이후 30년 동안의 저물가 시대인 셈이다. 이 결과로 기후변화 대처와 에너지전환 투자 증가추세에 변화를 초래한다. 물론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이후 이런 변화는 ‘정치적’ 자유주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진점되고 있다. 따라서 이런 불확실성이 새로운 시대 패러다임으로 정착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그렇지만 ‘불가역적’ 변화인 것은 분명하다. 이념 과잉 에너지정책의 후유증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우리나라는 ‘정치적’- ‘경제적’ 자유주의 양면에서 모두 실패할 가능성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문제 진단과 분석, 그리고 대안 제시라는 과학적 위기 대응 전략을 과감하게 펴야 한다. 공교롭게도 우리나라 외교와 대외전략은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전략에 쏠려 있다. 세부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 에너지 유관 분야가 중심이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탄소중립, 녹색성장 등 세계를 선도한 이념정책을 시행했지만 큰 효과가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 에너지 부문이 지속성장 기반이 되기보다 우환과 병폐가 될 소지가 있음을 우려해야 한다. ‘실없는 그 언약에 봄날은 간다’라는 노래가 있지만.최기련 아주대학교 공과대학 명예교수

[EE칼럼]독일의 탈원전은 정치적 산물,롤모델 될 수 없다

지난 4월16일 유럽에서는 미래 에너지믹스 방향 설정을 놓고 완전히 상반된 정책이 충돌했다. 독일은 이날 0시를 기해 모든 원자로를 정지시키고 62년간의 원자력 시대를 종식하는 완전 탈원전 실험에 돌입했다. 몇 시간 뒤 핀란드는 탈 원전 논란의 종지부를 찍고 유럽 최대 규모의 올킬루오토 신규 원전 3호기 가동을 시작하며 복원전에 나섰다. 이번 탈원전과 복원전의 성패는 향후 에너지전환, 기후변화, 에너지안보에 대한 논의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 미래 에너지믹스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탈원전과 복원전은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안보 증진 수단으로서 원전의 역할과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견해차이에서 비롯된다. 탈원전은 원자력의 안전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에 기초해 원전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함으로써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안보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비해 복원전은 원자력의 과학적 안정성과 기술적 통제 가능성을 인정하고, 지구온난화 물질인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으면서도 안정적 공급이 가능한 원전이야말로 기후변화 방지와 각국의 에너지안보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불가피한 에너지라는 주장이다. 양쪽 주장 모두 나름의 근거가 있으며 각 주장의 합리성과 현실성은 현재 인류가 처한 도전과 각국의 사정에 맞춰 상대적으로 평가돼야 한다. 기후변화 방지와 안전을 명분 삼은 독일의 탈원전 실험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상대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 비중이 월등히 높은 갈탄의 퇴출보다 탈원전을 앞세웠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갈탄은 거의 유일한 국산 에너지로 탈석탄은 격렬한 정치적 저항에 부딪인 데 비해 녹색당의 연정 참여 조건으로 채택된 탈원전에 대한 정치적 저항은 높지 않았다. 결국 독일의 탈원전은 안전과 기후변화 방지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정치적 흥정의 결과물로 볼 수도 있다. 진짜 안전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면 결코 탈석탄에 앞서 탈원전을 추진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독일의 연간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9.12톤으로 원전 비중이 높은 프랑스의 5.19톤보다 훨씬 많다. 독일의 탈원전은 세계 에너지시장의 불안정성을 가중시킬 수 있다. 탈원전으로 인한 발전 공백을 재생에너지로 채우겠다는 계획이지만, 1년 내내 전기를 생산하는 기저 전원인 원전을 태양과 바람에 의존하는 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원전 감소는 곧 화석에너지 소비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경험칙이다. 독일에서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비중을 줄이자 바로 석탄발전이 증가했던 경험이 하나의 증거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원전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면 석탄, 가스 수요의 변동성도 덩달아 높아져 세계 에너지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2021년 말 북해 풍력발전이 감소하자 독일의 석탄발전이 즉각 증가하면서 석탄 가격이 폭등했던 것과 같은 유사한 사건이 앞으로 더 큰 폭으로 더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독일의 탈원전은 EU 차원에서는 평가되어야 한다. EU는 국가 간 전력망이 그물처럼 연결돼 있어 전력 수급 차원에서는 거의 단일 국가와 같다. 독일의 탈원전과 별개로 프랑스, 벨기에, 폴란드, 체코 등 많은 국가가 속속 복원전으로 돌아서고, 독일은 프랑스에서 부족한 전력을 계속 수입한다. 독일 탈원전은 EU 차원에서 큰 변화가 아닌 이유다. 충청도에 원전이 없다고 우리나라가 탈원전 국가가 되지 않는 것과 같다. 독일의 탈원전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우리나라는 독일처럼 인접 국가와 연결된 전력망을 갖고 있지 않고 유럽에 비해 재생에너지 잠재력도 크지 않다 그렇다고 독일의 갈탄처럼 마땅한 국산에너지도 없다. 현실적으로 원전 말고는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수급 안정·에너지안보의 세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용빼는 재주는 없다. 독일의 탈원전은 결코 우리의 롤 모델이 될 수 없다.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EE칼럼] CCUS 기술개발 활성화를 위한 과제

탄소를 포집·활용·저장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 Storage) 한다는 것은 사실 온실가스 저감 측면에서는 가장 비싼 기술군에 속한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선 세부적으로는 다양한 방식이 있지만 효율개선, 연료전환 등 온실가스를 아예 나오지 않게 하는 방식에 비해 흡수 혹은 포집과 같이 D이미 배출된 온실가스를 다시 잡아다가 격리시키는 방식은 효과에 비해 비용이 크게 들어 경제성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낮은 온실가스 감축비용 및 감축잠재력 순으로 여러 기술들을 쭉 줄세우면, CCUS 는 맨 뒤쪽에 가장 비싼 최후의 방법으로 손꼽혀 왔다. 당장의 감축목표를 당면한 기업들 입장에선 가성비가 떨어지고 카피할 기술도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으며 기술개발의 필요도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일단 포집기술 상용화만 되면 감축할 수 있는 양은 지리적 운송이나 온실가스를 격리할 장소의 지질 불투과성 혹은 충분한 공극의 존재 등 안정된 여건만 받쳐준다면 감축잠재력 측면에선 무제한에 가까운 양적 우위를 보일 수도 있다. 따라서 정책당국 입장에서 항상 CCUS는 탄소 가격의 상단을 결정할 수 있는 마지막 옵션이다. 공급 측면에서 일방적인 기술개발 투자가 이뤄왔지만 그동안 괄목할 만한 발전은 없었다. 소에게 물을 먹이기 위해 물가까지 억지로 끌고가 봤자 직접 물에 입을 대어 삼키도록 해야 하는데, 현재 기업들에게 CCUS 란 기술에 목마르도록 할 유인이 없다는 건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10년 동안 그래 왔다. 일정 수준의 탄소가격 등 경제적 인센티브 부재 상황에서 CCUS라는 가장 비싼 기술의 개발은 정부 및 기업 입장에선 허상 뿐인 양두구육(羊頭狗肉)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공공주도의 직접적인 R&D는 축구 패널티킥 라인에서 골대 안으로 돈 뭉텅이 풍선을 차서 넣는 것과 비슷했다. 풍선은 방향성을 잃고 공중에 흩뿌려지기 일쑤였다.반면, 수요진작 방법은 자생적 기술진보가 이뤄질 여건조성에 집중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제도적 측면에서의 회유 및 압박이다. CCUS 활용의 경제성을 강제로 만들어 주기 위해 높은 탄소세나 이에 상응하는 양적 부담을 가하는 탄소시장(Emission Trading Scheme)을 설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기회비용이 낮게 유지될 수 밖에 없었고, 당연히 기업들 입장에선 해외사업 개발이나 일부 생산공정 개선 등 매우 싼 옵션만이 사용될 수밖에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이러한 탄소시장 상황에서도 CCUS 에 투자할 수 있도록 경제성 측면에서의 투자 불확실성을 줄여줄 수 있는 탄소차액계약제도(CCfD·Carbon Contracts for Differences) 도입 주장도 제기되는 것이다. 기술개발에서는 시행착오가 포함된 학습곡선을 통과해야 하고 적용 과정에서의 규모의 경제도 필요하기 때문에, 정책을 통해서라도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다. 수요진작을 위한 궁극적 방안의 하나는 CCUS 가 결부된 산업 자체를 창출하는 것이다. 최근 탈 탄소의 방편으로 수소(H₂)와 같은 대체 에너지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데, 이런 대체 에너지원이 청정 에너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 포집이 필수적이다. 수소 자체도 과거 화석연료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져 채택되지 못했을 뿐이다. 다만 기후변화 등 시대의 요구에 당면해 수소와 같은 청정 에너지를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며 이를 생산하는 데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탄소발생이 전혀 없는 이른바 ‘그린(Green)수소’는 경제성은 고사하고 그동안 국토 적합성 등 재생에너지 자체의 경제성 문제를 둘러싼 수많은 논쟁이 있었기 때문에 논외로 하고, 현재 가장 경제면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은 블루(Blue)수소, 즉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에서 탄소만 쏙 빼서 포집 및 격리시켜 수소만 유통시키는 방식이 유력하다. 사회 전반의 인프라가 화석연료에서 수소경제로 전환된다는 대전제 아래 CCUS 분야의 기술진보는 수소의 경제성 확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바늘과 실의 관계인 상황이다. 요점은, 공급 측면에서의 단편적인 기술개발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실제 활용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 수요정책 및 산업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CCUS 기술개발도 탄소중립을 위한 성가신 숙제가 아닌 성장의 도구로 활용하고 싶으면 말이다.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EE칼럼]RE100으로 부활하는 탈원전 정책

RE100이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제 20대 대통령 선거 때다.당시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게 RE100을 아는지 물었던 것이 계기가 됐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자는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영국의 더클라이밋그룹(The Climate Group)이라는 환경단체가 이끌고 있다. 많은 선량한 기업이 환경을 사랑하고 기후변화를 막아야 한다는 아름다운 마음에서 이 캠페인에 동참했다. 캠페인에 참여하더라도 당장 RE100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굳이 참여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그러나 곧 이 캠페인은 사실상 무모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주 7일 동안 하루 24시간 (24X7) 내내 기업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만 공급받을 수 없다. 비가 오거나 흐리거나 바람이 불지 않으면 재생에너지는 생산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재생에너지 전기가 부족할 때마다 공장을 멈출 수는 없다. 그러자 이 캠페인은 변질됐다. 기업이 값비싼 재생에너지 전력요금을 치르면 재생에너지를 쓴 것으로 쳐주는 인정제도로 바뀌었다. 여러 가지 발전원에서 생산한 전기는 동일한 전력망에 태워진다. 이 가운데 어떤 것이 재생에너지 전력이고 어떤 것이 석탄전력인지 구분할 수는 없다. 또한 재생에너지 발전의 변동성으로 인해 재생에너지는 전력망의 20%를 초과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누군가 필요한 전기를 100% 재생에너지로 공급받았다면 누군가는 그만큼 다른 전기를 사용했다는 뜻이 되기 때문에 전력망 전체로 보면 달라질 것도 없다. 구글은 지난 2018년 이미 재생에너지로 구글이 가진 데이터센터의 전력을 모두 공급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구글은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이 목적이지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간파했다. 재생에너지는 수단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결국 구글은 원자력을 포함해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발전원으로부터 데이터센터의 전력을 공급하기로 하고 CF100(탄소제로)을 선언했다. 이 보고서는 구글 검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결국은 지구환경을 지키겠다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마음씨를 이용해서 재생에너지 확대만을 꾀한 셈이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나라와 같이 재생에너지 자원이 충분하지 못한 나라에게는 ‘맞지 않는 옷’이라는 점이다. RE100에 참여한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으로부터 납품을 받지 않는다 거나 제품을 사주지 않겠다는 식으로 위협도 가한다. 나라마다 재생에너지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RE100이 국제무역의 중요한 잣대가 된다면 우리나라와 같은 나라는 제조업을 포기하거나 공장을 재생에너지 환경이 좋은 나라로 옮길 수 밖에 없다. 이건 말이 안되는 얘기다. 그럼에도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이 캠페인이 힘을 발휘한다. 탈 원전 정부에서 나서서 RE100을 적극 홍보했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에 유엔(UN)에서는 이미 CFC(Carbon Free Compact)라는 활동이 시작됐다. RE100이 국제무역의 질서를 깨뜨릴 위험을 간파한 것이다. 또 재생에너지 확대만이 기후변화의 해법은 아니라는 점을 인지한 것이다. 그 결과 원자력발전을 포함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력을 사용하자는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RE100과 CF100은 원자력발전에 의한 이산화탄소 감축을 인정하지 않느냐, 인정 하느냐에 있다. 기후온난화를 막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면서 원자력발전소를 이용해서 줄인 것은 인정해주지 못하겠다는 것은 속이 뻔히 보이는 주장인데도 그게 통했다. RE100은 지난 문재인 정부의 탈 원전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재생에너지는 늘리고 원전은 줄이자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그것이 가져온 폐해는 한전의 적자, 전기요금의 인상, 원전수출 부진, 잇따른 난방비 폭탄이다. 매각해 버린 신규원전 부지와 원전산업의 생태계 붕괴는 또 다른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다. 앞으로도 고리 2호기를 위시해 계속운전 준비를 제때 하지 못한 6기의 원전이 수년간 정지하면서 수 조 원, 수십 조 원의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것이다. 이런데도 여전히 RE100을 외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RE100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RE100 때문에 걱정하는 기업에 대해 CF100 인정제도를 도입하도록 하는 것이 맞다. 정부는 비 정부기구(NGO)의 특이한 주장을 따르기보다 UN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좋겠다.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특별 기고] 한미동맹, 기술 안보 분야에서 더욱 공고해져야

지난 한 주 동안 윤석열 대통령이 12년 만에 미국을 국빈으로 방문한 것이 국내외적으로 큰 화제가 됐다. 국내에서는 이번 국빈 방문을 두고 크게 두 가지 사안에 관심이 집중됐다. 하나는 갈수록 고도화되는 북핵 위협에 대응한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를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가 였고, 또 다른 하나는 미국의 반도체법이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우리 기업들에게 미치는 피해를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첫 번째 사안과 관련해서는 양국 정상 간의 공동성명과는 별도로 ‘워싱턴 선언’이 발표되는 것으로 일단락된 측면이 있다. 이른바 나토식 핵 공유와 어떻게 다른가, 사실상 ‘핵 공유’냐 ‘아니냐’를 놓고 정치적 해석에서 충돌하고 있는 측면이 있지만, 우리 대통령이 펜타곤 국방부지휘센터(NMCC)를 방문하고 미군 수뇌부로부터 브리핑 받는 장면은 대내외적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 두 번째 사안에 관해서는 이렇다 할 구체적인 방안이 나온 것이 없다는 비판과 실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 부분은 앞으로도 실무 레벨에서 설득과 협상을 통해 우리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노력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경제 성장은 미국의 국익에도 매우 부합한다"고 답변한 만큼 미국의 공급망 재편이 한국의 경제를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면 이것이 결국 한미 군사 동맹에 조차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리라는 것을 미국 측에 지속적으로 어필해야 할 것이다. 또 이번 방미에서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중요했던 부분으로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을 꼽을 수 있겠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도 "핵심·신흥 기술과 사이버안보 협력을 심화하고 확대할 것을 약속했다"고 명기했고, 바이오 분야와 청정에너지, 우주협력의 전 분야에 걸쳐서도 동맹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미 양국이 군사 안보, 경제 안보에 더해 ‘기술 안보’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 시사하는 바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이른바 군사용과 민간용 기술이 명확히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 AI나 로보트 기술은 물론 우주, 원자력 관련 기술들은 대표적인 이중활용(dual-use) 기술들이다. 현재 미국은 중국과 이런 첨단 기술을 둘러싼 ‘기술 패권(technological hegemony)’을 놓고 건곤일척의 경쟁을 하고 있다. 이에 더해 탈 탄소 기술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것 역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실현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됐다. 요컨대 4차 산업혁명과 기후변화 대응은 지금의 경제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옮겨가게 하는 두 개의 바퀴와도 같다. 이런 시대적 흐름 속에서 주요국들은 치열하게 경쟁 중이며, 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국가가 미래 시장에서 표준을 세우게 될 것이다. 현재 진행형인 패러다임 전환의 과정에서 열세로 밀리면 향후 수십 년 동안, 혹은 그 이상으로 오랫동안 후발주자에 머물 수 밖에 없다. 다가오는 인공지능과 우주 개발 시대에 대한민국이 더 잘 대비하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첨단 기술의 개발 단계에서는 물론 활용 단계에 있어서도 신뢰할 수 있는 국가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초연결 사회로의 전환을 의미하는데 신뢰할 수 없는 행위자들과의 초 연결된 상태는 국가의 명운을 가르는 리스크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런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네트워크의 구축은 한국의 관련 산업의 발전은 물론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서도 매우 필요한 작업이다. 이런 차원에서 이번 국빈 방문 중 윤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의 안내를 받아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를 방문한 것이나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을 찾아 디지털바이오 분야의 석학들과 대담을 나눈 것 등은 향후 한미동맹이 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동맹’을 기반으로 협력을 계속하는 것으로 의지를 다잡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과잉 안보화(hyper-securitization)를 우려하며 무슨 분야든 ‘동맹’과 연결하는 것을 비판하기도 한다. 한국은 무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주변의 모든 국가들과 잘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그런 주장의 근거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국가들과 ‘잘’ 지내기가 지극히 힘든 국면이다.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unipolarity)는 이미 끝났지만, 다극체제(multipolarity) 속에서 세력 재편은 이미 우리의 바람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속화하고 있다. 이런 국면에서 모두와 잘 지내겠다는 것은 정치적 선언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전략이 될 수는 없다. 지금은 신뢰할 수 있고 능력이 있는 상대와 힘을 합쳐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더 몰두해야 한다. 지금의 이 전략적 판단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짓게 될 것이다.임은정 공주대 교수

[EE칼럼] 쌀 신세가 된 전기

허은녕 서울대학교 교수·공학전문대학원 부원장/한국에너지법연구소 소장 전기가 곧 쌀이 되어 버릴 것 같다. 무슨 소리냐고? 국제 에너지가격은 계속 치솟는데 국내 전기요금은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하다 보니 이제는 벼농사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끊을 수 없게된 것처럼 낮은 전기요금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정부 자금이 사용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최근 입법사태로 보듯이 쌀(벼)농사는 우리나라 농업정책의 가장 오래된 이슈 중 하나다. 1970년대 이후 정부의 쌀 증산 노력이 결실을 맺어 쌀은 100% 자급자족을 넘겨 身土不二를 실천한 농산물이라는 자긍심이 매우 높다. 문제는 벼농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자 벼농사를 짓는 농가가 다른 작물로 옮겨가지 않는 데다 기술은 좋아져 쌀 풍년이 이어지고 있지만 국제적인 경쟁력이 없어 해외에 수출은 어렵고 국내 쌀값 폭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쌀 문제로 인한 국가재정지원이 날로 커지고 있고 정치권과 정부부처들은 수십 년 동안 갑론을박하고 있지만 여전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나랏빚만 늘고 있다. 이제 전기가 이런 쌀의 영역을 넘보고 있다. 정치권의 초미의 관심사지만 전혀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처분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또 하나의 쌀 신세가 되고 있다. 1970년대 이후 전국 전력망을 건설하고 전국 방방곡곡 집집마다 전깃불을 밝혀 100%에 가까운 보급률을 보이며 21세기 초반까지 세계 최고수준의 경쟁력과 전력설비를 자랑하던 우리나라 전력시스템은 지난 10여년 만에 빚더미에 쌓여 고장 난 전력설비의 복구조차 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추락하고 있다. 전기의 문제는 21세기 초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전력 수요 패턴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먼저 가정과 상업건물에 겨울철 난방을 전기로 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겨울철에 전력수요가 최대가 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1년에 두 번, 여름과 겨울에 전력수요 피크가 나타나면서 발전시설을 세워서 정비할 시간이 부족하게 되기 시작했고 드디어 2011년 고장이 나고 말았다. 정전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21세기 들어 나타난 또 하나의 변화는 1인 가구의 증가다. 어느 새 20%를 훌쩍 넘어버린 1인 가구는 전기요금 누진제의 불안 없이 그야말로 냉방과 난방을 팡팡 틀어놓고 지내고 있다. 전통적인 우리나라 전력요금체계는 다양한 정책수요에 맞추기 위해 산업용, 농업용, 교육용 및 심야전력용의 전기요금을 정부의 지원으로 낮게 유지해 왔으며 가정용 전기요금 체계는 4인 가구를 중심으로 누진제가 적용돼 왔다. 그런데 이런 요금체계의 근간이 되는 수요패턴이 변화했는 데 21세기 들어 전기요금체계는 제대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의 반대와 기획재정부의 물가 타령 때문이다. 그리고 그 해결책은 신기하게도 공공기관을 넘어 민간기관에도 냉방과 난방온도를 규제하는 형태로 나타났고 공무원들과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 이후 겨울에 춥고 여름에 덥게 일하게 하고 있다. 적절한 전기요금 조정으로 이들 전력수요 피크를 조정하거나 1인 가구용 전력요금 체계를 만들어보려는 노력은 없었다. 2020년에는 전쟁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원료의 가격이 폭등하는 공급 위기까지 나타났다. 프랑스는 크리스마스 시즌 에펠탑의 조명을 껐고 독일은 초강도의 절약해야만 했으며 유럽의 전기요금은 한국의 3~5배로 치솟았다. 그럼에도 한국의 정치권과 기획재정부는 전기요금을 절대로 올리지 않겠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수준은 OECD 국가 최하위권이 됐고 우리나라의 전력산업은 2022년에만 30조의 빚더미에 올라 앉게 되었다. 이번 사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오랫동안 원가보다도 낮게 유지된 전력가격이다. 21세기 내내 전문가들은 꾸준히 이런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은 근본적인 해결책인 전력가격 상향조정은 물론 법으로 보장된 원가연동제의 실시도 하지 않고 있다. 당장에 물가를 잡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이제 기회를 놓치면 전기는 쌀 신세가 돼 우리 후손들의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내년 총선은 농촌지역 국회의원들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며, 전기요금 인상은커녕 벼농사와 같이 오히려 보조금이 더욱 더 늘어날 확률이 높아 보인다. 벼농사가 국가보조로 버티듯이 이제 전력산업도 국가보조로 연명하는 산업이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당장 중장기적인 전력가격 상향조정 의지를 발표해 더 이상의 급격한 전력수요증가를 막고 빠른 시한 안에 근본적인 전력가격체계 개선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과 산업이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것은 국민과 산업이 책임질 일이 아니라 낡아 빠진 전력요금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의 책임이기 때문이다.허은녕 서울대학교 교수/한국에너지법연구소 소장 허은녕 서울대학교 교수·공학전문대학원 부원장/한국에너지법연구소 소장

[EE칼럼]뒤늦게 드러나는 탄소중립의 민낯

우리 사회가 스스로 만들어 놓은 탄소중립의 덫에 단단히 잡혀버렸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를 감축해야한다는 목표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가 분명치 않다. 물론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의지를 무작정 탓 할 수는 없다. 인류가 위태롭게 올라서서 버티고 있는 얇은 얼음판이 빠르게 녹고 있다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의 무거운 경고도 외면할 수 없다. 그런데 아무리 중요한 것이라도 감당할 수 없으면 그림의 떡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우리의 멋진 ‘막춤’을 국제사회에 자랑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재작년에 어설프게 내놓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의 부끄러운 민낯이 뒤늦게 드러나고 있다.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이기 때문에 비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환경사회학자의 어설픈 억지에 우리 사회가 발목을 잡혀 주저앉게 될 판이다. 우리 사회가 무한정 쏟아지는 햇빛과 끊임없이 불어오는 바람으로 깨끗한 전기를 공짜로 생산한다는 유아적인 유혹에 혼을 빼앗겨 버렸다. 태양광 패널과 풍력 발전기를 설치하는 경제적·사회적 비용은 시작일 뿐이었다. ‘탄소 없는 섬’을 꿈꾸며 재생에너지에 올인했던 제주도가 뒤늦게 마주한 현실은 암울하다. 황금알을 낳아줄 것이라던 태양광·풍력 설비에서 시도 때도 없이 쏟아져나오는 ‘공짜’ 전기가 오히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협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제주도에서 시작된 ‘출력 제한’이 전남·전북(새만금)으로 번질 기세다. 남이 장에 간다고 무작정 따라 나섰던 경북·경남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적자의 늪에서 빠져 제 코가 석 자인 한국전력이 선뜻 나서서 영세 태양광·풍력 사업자의 어려움을 해결해줄 가능성도 없다. 아직도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못하는 엉터리 에너지정책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태양광·풍력 설비의 간헐성·변동성을 보완해줄 ESS 설치비용이 최소 787조 원을 훌쩍 넘어선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하루 고작 2.5시간 가동하는 태양광·풍력 설비에 대한 합리적인 투자의 수준을 훌쩍 넘어서는, 아무도 감당할 수 없는 끔찍한 규모다. 정밀 전자설비인 리튬이온 배터리를 이용한 ESS의 화재·폭발 위험도 심각하다. 전문성과 자본력이 부족한 영세 사업자가 그런 ESS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지도 의문이다. 바이오연료에 대한 기대도 황당하다. 온실가스 1180만톤을 줄이기 위한 바이오 나프타를 생산하려면 전 세계 생산량의 78배에 해당하는 캐슈넛이 필요하다. 남한 면적의 22배가 넘는 경작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떠들썩하게 내놓았던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사실은 바이오 나프타의 정체도 파악하지 못한 엉터리 전문가들의 탁상공론을 모아놓은 셈이다. 지난 8년 동안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 지구촌 기후 위기의 현실을 파악하고, 합리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해왔던 이회성 의장의 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탄소중립을 포함한 온실가스 대책은 일종의 ‘보험’과도 같은 것이다. 집에 반드시 불이 날 것이라는 확신으로 화재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아니고, 매달 내야 하는 보험료가 총수입을 넘어서는 일이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을 포기한 탄소중립은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과연 앞으로 7년 안에 포스코 규모의 산업현장 4개 이상을 포기해야 하는 탄소중립에 우리가 총력을 기울여서 매달려야 하는 이유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60여 년 동안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켜 놓은 원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원전은 탄소중립성이 분명하게 확인된 유일한 ‘현재 기술’이다. 그런 원전을 빼놓은 탄소중립은 의미가 없다. 음주운전의 피해가 무섭다고 모든 자동차의 운행을 포기해버리는 비겁한 패배주의로는 안전하고 깨끗한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한전에게 26조 원의 손실을 떠안긴 탈 원전은 반드시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2020년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처음 등장한 탄소중립의 정체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기후 위기를 걱정하는 IPCC가 우리에게 탄소중립을 요구한 것이 아니다. 전 세계 배출량의 1.51%를 배출하는 우리가 탄소중립을 통해서 지구촌의 기후 위기 극복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탄소중립은 이념적인 탈 원전의 그럴듯한 포장일 뿐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후 현실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 훨씬 더 시급하다.이덕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화학·커뮤니케이션

[EE칼럼]한미동맹, 에너지-그린테크 분야로 확대돼야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12년 만에 미국을 국빈 방문하면서 한미동맹 역사에 또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가 세워지리라는 기대가 높다. 특히 이번 방문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122명의 경제사절단이 함께한 만큼 양국의 경제 협력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은 부존자원이 전혀 없다시피하지만 제조업과 수출을 기반으로 고속 성장을 이룩했고, 세계화 시대에 한국식 경제 발전 모델은 그 꽃을 피웠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을 둘러싼 전략 경쟁의 심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교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및 곡물 수급 불안정 등에 의해 대한민국호(號)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수준의 구조적인 난맥상에 처해 있다. 지경학적으로 복합적인 위기가 계속 발생할 수 있는 이 국면에서 윤석열 정부는 미국과의 경제 안보 동맹 강화를 기본 정책 기조로 삼고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에 적극적으로 편승(bandwagoning)하려는 자세를 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비판적인 시각들도 존재한다. 동맹은 본래 군사적인 의미에서 공통의 적을 상정하고 힘을 합쳐 맞서려는 데에 존재 이유가 있는 데 이런 개념을 경제 분야에까지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에 일정 부분 무리인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미동맹의 역사가 반드시 군사적인 측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고 경제적으로나 사회·문화적으로도 깊은 관계를 유지하며 발전해 온 만큼 앞으로도 양국의 경제 협력이 경제 안보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무엇보다 한쪽이 아니라 양쪽 모두에게 호혜적인 방안들이 실행되는 것이 중요하다. 양국 간의 경제적 협력이 서로에게 이득이 될 때 비로소 군사 동맹도 안정적으로 제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 안보 강화를 위한 한미 협력의 맥락에서 함께 논의돼야 할 것이 에너지-그린테크 부문이다. 에너지-그린테크 분야에서 한국과 미국간의 쟁점으로 우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관련 부분과 한국형 원자로인 APR1400의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웨스팅하우스와 한국수력원자력간의 소송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런 부분에서 피해를 주는 행위를 최소화하고 협력이 원활하게 작동될 때 한국의 그린테크 수출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에너지-그린테크 관련 한미 협력이 필요한 분야는 많이 있다. 중단기적으로는 가스 공급의 안정성 확보도 중요하다. 한국의 1차 에너지 구성에서 천연가스 비중은 20%, 전원구성에서의 비중은 무려 30%에 육박한다. 화석연료이긴 하지만 석탄에 비해 친환경적인 가스는 에너지 전환의 국면에서도 당분간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에너지원이다. 그런데 러시아-우크라 전쟁 이후 미국산 LNG의 수출의 축이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옮겨가는 양상을 보였다. 러시아산 도입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미국산 LNG가 유럽과 동아시아 시장 모두에게 안정적인 공급을 계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따라서 정부차원에서 미국으로부터 안정적인 가스도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한편으로는 선진국들이 녹색보호주의(green protectionism) 정책 기조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이 한국을 떠나지 않고 저탄소 환경에서 조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의 자체적인 노력과 함께 그린수소와 같은 신에너지 분야의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 부분에서도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등 국토가 넓어 재생에너지를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으면서도 신뢰 가능한 국가들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리튬이나 희토류 같이 그린테크 분야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도 과제다. 멕시코를 필두로 최근에는 칠레까지도 리튬을 국유화하는 등 자원보유국들의 자원 보호주의가 확산하는 양상이다. 따라서 미국과 힘을 합쳐 협상력을 제고하고 안정적으로 원자재를 확보하되 한미는 FTA 체결국인 만큼 무역 정책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 나아가 기술 협력을 통해 새로운 수출 시장 개척에도 함께 힘을 합칠 수 있다면 한미동맹이 군사 동맹을 넘어 보다 포괄적인 의미의 ‘동맹’으로서 국익에도 보탬이 될 것이다.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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