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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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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리튬 확보 스스로 족쇄 채운 자원개발 적폐몰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0.18 10:18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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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주 칠레에서 가브리엘 보리치 폰트 칠레 대통령과 면담하고 양국간 전기차 배터리 소재인 리튬 등 핵심 광물의 공동 생산과 연구개발에 합의했다. 칠레는 지난해 기준 리튬 보유량 세계 1위, 생산량 세계 2위를 자랑하는 자원부국이다.

세계 각국은 지금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리튬은 아주 가벼운 금속이다. 미량이지만 널리 분포하고 있는 희소금속 중 하나다. 이 은백색의 금속을 놓고 각국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유는 배터리 때문이다.

전기차 시대의 개막은 배터리 시장에 불을 붙이고 있다. 해외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은 매년 평균 약 25%의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25조원 규모였던 배터리 시장은 2025년 약 182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같은 기간 169조원이 예상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보다도 큰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1~6월)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가 59조원에 이른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기차용 배터리 매출액은 427억3000만 달러(약 58조7000억원)였다.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보다 65% 늘어난 435만대로 조사됐다.

세계 1위는 중국 배터리업체 CATL이다. CATL의 매출액은 130억 달러로 시장 점유율이 30.4%다.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이 2위에 올랐음에도 매출액이 58억4000만 달러로 1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2위와 4위는 중국 BYD(38억3600만 달러.9%)와 삼성SDI(29억8000만 달러.7%)이다 이어 일본 파나소닉(21억5000만 달러.5%)과 SK이노베이션(20억7000만 달러.5%)순이다. 국내 배터리 3사를 합치면 총 매출액은 108억9000만 달러로 전체 시장의 25.5%이다.

스위스투자은행 UBS에 따르면 앞으로 5개 상위 업체가 글로벌 시장의 8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세계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생산 설비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기차에는 휴대폰 배터리에 들어가는 양의 약 4000배에 달하는 리튬이 필요하다. 그래서 리튬을 새로운 석유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소수의 몇몇 국가만이 리튬 자원을 확보하고 있고 생산 할 수 있다.

특히 육상염수(소금 호숫물)의 경우 부존량이 많고 경제성이 높은데 남미의 볼리비아·칠레·아르헨티나 3개국에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70%가 부존돼 있다. 엄청난 리튬이 매장돼 있다고 해서 이곳을 ‘리튬 트라이 앵글’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는 2009년 이명박 정부때부터 한국광물자원공사(현 광해광업공단)를 중심으로 포스코·삼성물산·LG상사·GS에너지 등 민간 기업들이 힘을 합해 리튬 트라이앵글 진출을 시작했다. 아르헨티나는 2010년 6월 광물공사와 GS에너지, LG상사 등이 아르헨티나 살데비아 리튬 개발 사업에 진출했다. 한국이 진출한 옴브레 무에르트 리튬 염호는 아르헨티나에서는 유일하게 상업 생산 중인 곳으로, 일본·중국도 손을 뻗지 못한 곳이었다. 여기서 한국은 지분 30%를 확보했다.

칠레에서도 광물공사는 삼성물산과 함께 2010년 11월 진출해 지분 30%를 확보했다. 칠레 NX우노 리튬 개발 사업은 부존량이나 개발 여건이 모두 우수해 당시 계획으로는 2013년부터 우리나라에 리튬을 갖고 올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고 여기서 멈추지 않고 세계 탄산리튬 최대 매장량을 자랑하는 볼리비아 진출이다. 리튬을 생산중인 칠레, 아르헨티나와 달리 볼리비아는 미개발 상태였다. 프랑스·일본·중국·브라질 등 10여개 국가가 유독 볼리비아에 눈독을 들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볼리비아 리튬 개발은 기술적 이유로 인해 경제성 있는 추출 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사실상 방치된 상태였다. 볼리비아는 이런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우수한 리튬 제조기술을 제공하는 국가나 기업에 리튬 개발 파트너로 사업의 우선권을 주겠다면서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냈다. 일본·중국·프랑스 등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볼리비아에 진출해 기술보고서를 제출했다. 한국은 2009년 8월 광물공사와 볼리비아 국영기업 코미볼사(社)가 리튬 자원개발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2010년 3월 광물공사와 함께 진출한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리튬 추출기술을 개발해 제일 먼저 사업권을 따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의 성과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부터 정치권에서 시작된 자원외교 적폐 논리에 휘말려 사업을 계속 이어가지 못하고 모두 포기하고 말았다. 그 여파는 현재 엄청난 국가적 손실로 돌아 오고 있다. 광물공사에 따르면 14일 기준 리튬(탄산리튬)가격은 전날보다 kg당 514.5위안(약10만2000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 평균 대비 6.08%, 전년 평균보다는 352.59% 급등한 수치다. 더 큰 문제는 돈이 있어도 리튬 공급량이 부족해 사올수 없다는 점이다.

해외 자원개발 사업은 박근혜·문재인 정부때 적폐로 내몰려 10년 내내 감사와 수사로 이어졌지만 문제가 드러난 것은 없다. 그러는 동안 해외 자원개발의 생태계는 사라졌다. 우리나라 해외 자원개발은 지금도 암흑기다. 정상화할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다시는 자원개발을 정치적 논리로 이용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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