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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이사 |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농자 천하지대본(農者 天下之大本)’이라는 말은 농업사회에서 널리 통용된 말이지만 현대 산업사회에서도 의미가 살아 있다. 여전히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자연으로부터 식량을 제공해주는 농업이기 때문이다.
‘농업’이란 말의 사전적 의미는 ‘토지를 이용하여 인간에게 유용한 동식물을 길러 생산물을 얻어내는 산업’이고, ‘농사’란 ‘논이나 밭에 씨를 뿌리고 가꾸어 거두는 등의 농작물 재배 과정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농사를 지으려는 농부에겐 토지와 종자가 필요하다. 농부는 논이나 밭에 농작물의 씨를 뿌리고, 싹을 틔운 작물은 태양에너지와 대기의 이산화탄소, 땅속의 물과 양분을 흡수하여 성장하고 열매를 맺는다. 이렇게 자란 작물은 사람들이 직접 먹기도 하지만 가축에게 먹여 육고기를 얻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추가되는 에너지는 인간의 노동력도 있지만 주가 되는 것은 태양에너지다. 작물은 태양에너지를 받아 광합성 작용을 일으킬 수 있고 그렇게 만들어진 탄수화물이 식물의 잎과 줄기, 열매를 이룬다. 즉, 농사란 태양에너지를 작물을 통해 인간에게 필요한 화학에너지로 바꾸어 활용하는 에너지 변환의 일종이다.
그런데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1950년대 말 인류는 태양에너지로부터 직접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태양에너지를 받은 반도체가 바로 전류를 생성하는 태양전지는 처음 대기권 밖에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인공위성에 적용되었다. 당연히 처음에는 아주 비싼 부품이었다.
그러나 기술 발전에 따라 효율이 높아지고 생산가격도 낮아져 1970년대 후반기에는 오지의 신호등이나 해상 부표 등에 활용되기에 이르렀다. 1990년대가 되면 스위스와 독일에서 지붕 태양광 발전이 본격적으로 설치되기 시작하여 21세기 재생에너지 발전원의 총아가 되었다. 2021년 세계적으로 182GW가 설치된 태양광 발전은 2022년에도 230GW, 2023년에는 260GW가 증가할 것으로 한국수출입은행은 전망하고 있다.
유럽 농업 강국인 프랑스에서는 농지에서 태양광 발전을 할 경우 농업으로 인정해준다. 토지에서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니 태양광 발전을 ‘전기농사’라고 보는 것이다. 농부가 자신의 밭에 포도농사를 짓던 전기농사를 짓던 자유로이 할 수 있다.
전기농사는 한 번 시작하면 20년 이상 간다. 현재의 태양전지 내구연한이 그렇기 때문이다. 그 뒤 농부는 계속 전기농사를 지을 수도 있고 포도농사나 밀농사로 바꿀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논이나 밭에서 태양광 발전을 하려면 토지의 용도를 잡종지로 변경하여야 한다. 그에 따라 농지전용부담금을 납부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에 따라 한편에서는 작물 농사를 지으면서 태양광 발전을 하는 영농형 태양광에 대한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다. 벼농사를 짓는 논에 농기계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면서 듬성듬성 높게 태양광 발전 시설을 하는 시범 단지가 곳곳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영월에는 태양광 발전기 아래에 음지식물을 재배하는 태양광 발전소도 있다.
이런 영농형 태양광은 작물 재배가 가능해야 하므로 시설의 크기가 커지고 시설 밀도는 낮아져 발전의 경제성은 떨어진다. 반면 작물 농사를 겸할 수 있어 총 생산성은 작물 농사만 하는 것보다 높아지기는 하지만 초기 시설 투자가 부담이 되고 농기계 운영이나 시설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농민들이 굳이 영농형 태양광에 나서지 않는 이유이다.
우리나라 농촌의 현실은 농업인구의 고령화와 자연감소로 해마다 휴경지가 늘어나는 실정이다. 2019년에도 3400ha, 2020년에는 2800ha가 경작을 멈추고 노는 땅이 되었다. 농지는 한 해만 농사를 짓지 않아도 잡초밭으로 변해버린다.
이제 농촌 태양광에 대해 보다 전향적인 제도를 실시할 때가 되었다. 프랑스와 같이 전기농사도 농업으로 인정하여 농지 활용에 길을 터주어야 한다. 태양에너지를 인간에게 필요한 자원으로 변환하며 환경 오염이 없는 태양광 발전은 재배하지 않는 계절에는 맨땅을 드러내는 작물 재배보다 오히려 친환경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수시로 등락하는 농축산물 가격으로 불안정한 농업인에게 전기농사는 안정적인 수입으로 농업 경영에도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한 광역도시의 공무원이 그곳에 투자하려던 해외투자자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가장 먼저 물어보고는 투자에 난색을 표했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재생에너지 발전은 농촌을 살리고 한국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농촌에 전기농사의 길을 터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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