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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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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유명무실 배출권거래제 제대로 작동하려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0.20 10:12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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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새 정부가 출범한후 오랫동안 공석이었던 제2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민간위원장도 위촉되었다. 민간위원 구성이 마무리되면 새로운 2기 ‘탄녹위’가 곧 출범될 것이다.

2기 ‘탄녹위’는 내년 3월까지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기간에 2030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의 구체적 이행계획, 즉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국내 전체 배출량의 약80%를 관리하고 있는 배출권거래제의 이행계획이 로드맵 구성에 주요한 근간을 차지할 것이라는 건 자명한 일이다.

지난달 대한상의는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정책 시리즈 세미나의 일환으로 ‘합리적인 규제개선’이 필요한 분야를 짚어보었다. RE100, 순환경제와 더불어 배출권거래제가 다뤄졌다. 2015년 시작되어 3기가 운영중인 배출권거래제가 그간 에너지 전환 유도와 온실가스 저감에 미흡했다는 점은 참석한 전문가들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었다. 더욱이 규제 일색으로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한 적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불신이 지속되는 것을 차단하려면 시장이 작동되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배출 상한 설정을 통해 확실한 저감을 유도하고, 배출자가 의무를 준수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 즉 유연성 제도를 뒷받침하며, 효율성과 혁신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이행비용을 절감 하고, 낮은 관리비용과 배출량 추적 및 보고에 대한 책임이 필요하다. 이런 원칙에 근거하여 향후 배출권거래제가 개선되어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국가 2030 NDC 목표에 맞춰 배출권 할당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유럽연합(EU)는 ‘Fit for 55’를 발표하며 배출권거래제 강화와 NDC목표에 맞춰 감축계수를 조정하였다. 그리고 할당 계획 수립은 지금 운영되고 있는 3차 계획기간 중에 마무리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전문가, 산업계, 시민사회 등의 의견 수렴을 수차례 진행해야 하며, 이렇게 정해진 할당계획의 이행은 준비기간을 포함해서 시행 시기가 결정되어야 한다.

그간 할당계획 수립 시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팽배했고, 준비기간 없이 급작스런 시행되는 정책 실행의 미숙함을 보여왔다. EU처럼 할당 시작 이전에 미리 발표하여 기업들로 하여금 사전에 절감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할당대상 기업들이 의무를 준수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이 허락되어야 한다. 저감기술에 투자, 배출권을 구매, 생산량의 조정, 사업장 외부에서 감축사업을 수행하는 등 유연하게 비용효율적인 방안을 선택하는 것은 기업 스스로가 판단할 일이다.

지금까지 유연성 제도의 하나로 기업들이 진행했던 국내외 외부감축사업은 관련 부처 담당자의 결정에 따라 정책의 부침을 거듭해왔다.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했고, 존재해도 전혀 작동할 수 없는 제도처럼 운영되었다. 국내외 외부감축의 상쇄 배출권 사용을 국내 배출권 가격 변동의 요인으로 고려해 인위적으로 공급량을 줄이려는 했던 시도는 시장 메커니즘의 작동을 망칠 뿐이다.

국내 배출권 시장은 유동성이 매우 부족하다. 배출권 거래회전율은 EU에 비하면 1% 남짓이다. 배출권 여유가 확보되면 시장 거래 역시 늘어날 것이다. EU가 시장안정화 물량을 확보해 적절하게 시장의 거래를 활성화 하는 것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국내외 외부 감축 배출권 인정의 고정량을 정하지 말고 시장에 맡겨 유동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이 결과적으로 해외에서는 개도국의 기후대응을 지원하고, 국내에서는 지자체, 시민들의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정책 의지가 필요하다.

셋째, 배출권 유상할당 수입을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 향후 유상할당은 확대되어야 하고 여기서 걷어진 수익금은 실제 온실가스 감축이 이뤄지는 부분에 지원되어야 한다. EU의 배출권 거래제 수익금은 저탄소 에너지 전환, 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위한 혁신 기금과 저소득 회원국의 탄소중립 지원을 위한 현대화 기금으로 사용되고 있다. 아울러 배출권거래제 강화에 따라 ‘사회적 기후기금’을 설립하고 기후불평등과 에너지 빈곤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우리는 유상할당으로 마련된 기금이 지금까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알려진 바 없고, 그 효과 또한 온실가스 감축으로 연결되었는지 아직까지 평가된바 없다. 국내 배출량은 에너지 집약적 소재산업에서 배출 대부분이 발생한다. 국제 경쟁에 노출된 제품에 탄소가격이 적용되면 기업 경쟁력 악화로 부담이 커질 것이다. 우선적으로 경제 효율, 편익의 관점에서 탈탄소화 선도기업의 육성을 위한 지원에 유상할당의 기금이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담당부처의 역량 부족으로 배출권거래제가 비용효율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이끄는 시장 메커니즘으로 작동되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부처를 변경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도전적인 NDC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배출권거래제 운영에서 더 이상의 시행착오가 허락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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