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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그래도 후쿠시마 방류 시계는 돌아간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처리·희석한 후 태평양에 방류하겠다는 계획을 검토한 최종 보고서를 일본에 전달했다. 방류 계획이 국제적 안전기준에 부합하고 신뢰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IAEA가 후쿠시마에 현장 사무소를 두고 방류 상황을 직접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방류시설 검사 합격증을 발급하면 실제 방류에 필요한 사전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다. 후쿠시마 처리수의 방류가 더 이상 미래의 가능성이 아니라 눈앞의 현실이 됐다는 뜻이다. ALPS(다핵종제거설비)로 걸러낸 처리수의 방류가 태평양의 어패류와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의 주장을 반박할 만한 합리적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 오히려 IAEA 보고서가 ‘일본 맞춤형’이고, 과학적이라기보다 정치적인 ‘깡통 보고서’라는 일부 정치인의 일방적인 지적은 힘을 잃게 됐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볼 수밖에 없다. 사실 처리수의 방류로 태평양이 심각하게 오염된다는 우려는 설득력이 없다. 후쿠시마에서 방류하는 처리수의 양은 고작 하루 120톤 수준이다. 4인 가족 100가구 규모의 아파트에서 하루에 배출되는 하수와 비슷한 양이다. 후쿠시마 해변의 아파트 한 동이 드넓은 태평양을 망쳐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삼중수소’·‘베크렐’과 같은 난해한 ‘과학’으로는 핵폐수·방사능 테러를 앞세운 감성적인 ‘선동’에 대응할 수 없다는 정부·여당의 주장도 황당하다. 국민의 수준을 깔보는 어처구니없는 억지다. 패를 지어 우르르 몰려가서 우악스럽게 회를 먹고, 수조의 바닷물을 손으로 떠먹는 망측한 연출은 절망적이다. 암울했던 권위주의 시대에나 가능했던 일이다. 자유와 공정을 외치는 윤석열 정부에게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낡아빠진 구태(舊態)다. 일반 상식과 과학에 맞지 않는 억지 괴담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바닷물에 커피를 쏟으면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흩어져 버린다.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후쿠시마에서 방류한 방사성 핵종이 흩어지지 않고 고스란히 제주도로 흘러온다는 주장은 그런 상식에 맞지 않는 엉터리 억지다. 실제로 후쿠시마에서 1조 개의 페트병을 던지면 그중에서 제주도로 흘러오는 것은 1개도 안 된다는 것이 과학적 분석이다. 과학적으로는 ‘흘러온다’고 표현할 수 있겠지만 일반인에게는 ‘흘러오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세슘과 플루토늄이 무거워서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다는 주장도 근거 없는 낭설이다. 진짜 그렇다면 굳이 ALPS를 쓸 이유가 없다. 저장탱크 밑에 가라앉는 오염물질만 분리해서 처리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과학적 진실은 전혀 다르다. 바닷물에 녹아있는 소금도 물보다 무겁지만 밑으로 가라앉지 않다. 냉장고의 우유에 들어있는 유지방·유단백도 세슘·플루토늄보다 훨씬 무거운데 역시 가라앉지 않는다. 원자·분자 수준에서는 지구의 중력보다 물 분자의 열운동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1905년 아인슈타인의 통찰이 밝혀준 과학적 진실이다. 브라운 운동은 초등학생도 다 아는 상식이다. 오염수에 녹아있는 스트론튬·플루토늄의 화학적 독성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화학물질의 독성은 ppm 또는 ppb 수준에서 나타난다. 후쿠시마 처리수에 리터당 베크렐 수준으로 녹아있는 방사성 핵종의 화학적 독성을 우려하는 전문가의 모습에 소가 웃을 일이다. 방사성 핵종이 들어있는 오염수는 개방된 인공호수에 가둬둘 수도 없고, 식수·용수로 사용할 수도 없다. 먹는 물 수질기준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국민에게 공급하는 수돗물은 ‘원수’(原水)의 기준도 충족해야 한다. 먹는 물 기준을 충족한다고 ‘너나 마셔라’라고 외쳐서는 절대 안 된다. 농업·공업용수도 결국 바다로 흘러간다. 후쿠시마산 수산물의 수입 재개는 우리의 판단에 따른다는 정부의 확실한 의지가 필요하다. 정부가 일본의 요구에 쉽게 굴복할 수도 있다는 불안이 국민을 괴담에 휩쓸리게 만들고 있다.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EE칼럼] IAEA 보고서에 대한 괴담과 진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보고서가 공개됐다. 공식 명칭은 ‘후쿠시마 제1원전 알프스(ALPS) 처리수 방류에 대한 안전성검토 종합보고서’다. 140쪽에 달하는 보고서지만 결론은 간단하다. 첫째,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에 관해 일본이 취하고자 하는 방류조치는 국제적인 안전기준에 부합한다. 둘째, 도쿄전력(TEPCO)이 처리수를 통제된 상태에서 조금씩 해양으로 배출하는 것은 인간과 환경에 미치는 방사선 영향이 미미하다. 셋째, IAEA는 방류를 권장하거나 방류정책을 추인하는 것이 아니다. 이 결정은 일본정부가 결정할 국가결정(National decision) 사항이다. 이 보고서의 결론을 폄훼하기 위한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이는 일종의 프레임 씌우기다. 보고서가 공개돼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고서를 제대로 읽지 않은 채 누군가 보고서를 읽고 평가한 것을 듣고 전파한다. 이 과정에서 괴담이 만들어진다. 괴담을 깨는 것은 보고서를 읽은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다. 보고서를 통해 괴담과 관련된 진실을 파헤쳐본다. 첫째, ‘후쿠시마 핵폐수가 안전성 검증 없는 깡통보고서’ 인가다. 보고서 전체가 안전성 검토다. 보고서는 서론, 기본적 안전원칙과의 부합성, 안전요건 충족에 대한 평가, 감시·분석·확인, 미래의 활동 등 5개 부분으로 이뤄졌다. 전체 140쪽 중 안전성 평가에 해당하는 부분이 90쪽에 달한다. 둘째, 다핵종제거설비(ALPS)에 대한 성능 검증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는 가다. 이 보고서는 일곱 번째 보고서로 종합보고서다. 이전에 수행한 활동들을 모두 기술하지 않는다. 후쿠시마 처리수와 관련해 5가지 처리방안이 논의됐지만 이 보고서는 채택되지 않은 4가지 방법은 언급하지 않고 채택된 방법에 대한 안전성에 대해 평가했다. ALPS에 대한 검토는 이전 보고서 작성과정에 수행됐다. 따라서 이번 보고서에 기술되지 않았다고 해서 ‘성능 검증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괴담이다. 또한 ALPS는 전체 액체폐기물 처리계통의 한 구성품에 불과하다. 이것이 고장나거나 손상되더라도 방사성 농도를 측정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다음단계로 넘어가지 않는다. 셋째, 일반안전지침 GSG-8, 9에 따라서 오염수 해양 방류의 정당성 확보를 하지 않고 일본 정부에 책임을 떠넘겼는 가다. 정당성 확보(Justification)는 해양방류의 득실을 따져서 이득이 더 크다는 점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보고서에 기술된 내용은 이렇다. IAEA는 정당성확보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안전지침에 명시하고 있으나 지금 IAEA의 보고서는 안전성에 대한 기술적 검토로 제한되어 있다. 또 해양방류의 득실은 사회경제적 효과가 고려돼야 하기 때문에 훨씬 더 복잡하고 장기간의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며 나라마다 다르다. 따라서 이는 해양방류를 결정하는 주체인 일본정부의 몫이라는 것이 보고서의 내용이다. 이게 떠넘긴 것인지는 판단해 보기 바란다. 넷째,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해양방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도된 오염수 유출과 방류시설의 고장으로 인한 비 계획적인 유출 등에 대한 검토가 없었다는 주장에 대한 것이다. 보고서의 2장 8절은 사고의 방지, 2장 9절은 비상대응이다. 여기서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방류를 멈출 수 있는 비상차단계통(Emergency shutdown system)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계통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이 계통이 어떤 조건에서 작동되어야 하는지가 이미 방류계획에 포함됐다는 것을 말한다. 다섯째, 장기적으로 해양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검토하지 않았고 최소 30년 이상 방사성 물질이 먹이사슬을 통해 축적되는 등 생물학적 영향을 답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다. 이는 배출기준을 정할 때 가장 먼저 고려되는 사항이다. 배출기준을 정할 때 미래의 영향과 동위원소별로 생물학적 축적이 고려된다. 물론 인간이 하는 일이니 완벽할 수 없고 불확실성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준을 더 낮게 잡는다. 방사선의 인체영향 문턱 값이 100mSv인데 관리기준을 1mSv로 잡는 식이다. 여섯째, IAEA의 독자적인 검증이 아니라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입장과 상상만을 받아 쓴 깡통보고서라는 주장에 대해서다. 가당치도 않다. IAEA 평가에 참여한 내로라 하는 수많은 전문가들은 뭐라도 하나 흠집을 잡아서 자신의 전문성을 과시하려고 한다. 이 활동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IAEA 활동에 참여한 필자의 입장에서 볼 때 참으로 괴이한 괴담이다.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EE칼럼]양수발전에 대한 환경단체의 자가당착

지난 6월28일 경북 영양군에서는 주민들이 양수발전소 설치에 대한 기존의 반대 입장을 거두고 유치에 동참하기로 했다. 앞서 정부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전력계통 운영상 필요하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은 1.75GW 규모의 양수발전 신규 사업자 선정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영양군은 1GW 규모의 양수발전소 유치를 목표로 지난 3월부터 다양한 유치 활동을 펼쳐왔으며, 일부 주민들이 반대 추진위원회를 결성해 유치 반대로 맞서며 갈등을 빚어왔다. 이 같은 양수발전소와 관련한 지역 내 찬반갈등은 환경단체들이 발전소 건립으로 인한 수생태계 파괴나 수질관리 문제 등을 거론하며 반대진영에 가세하면서 확대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양수발전소 건립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사실 이런 주민수용성 문제가 양수발전소 만의 문제도 아닌데, 원전은 말할 것도 없고 태양광·풍력·수소·연료전지 등도 주민수용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동네 주유소 내부 공사로도 주변 주민들의 민원이 생길 정도로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주민 반감은 에너지원을 가리지 않는다. 이는 에너지 인프라로 인한 실제적인 피해보다 향후 피해를 입을 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피해의식이 더 강하게 작용한 결과로, 그 근저에 도사리고 있는 정부나 지자체 등에 대한 불신, 즉 사회적 자본의 부족이 문제의 근원일 수 있다. 그래서 영양군 사례처럼 지속적인 설득을 통한 신뢰 회복이 해법이다. 오히려 의외인 것은 양수발전소에 대한 환경단체의 부정적 태도다. 양수발전소 확대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라는 환경단체의 주장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간헐성·변동성이 강한 태양광·풍력 보급 확대는 전력계통 안정성 보완 수단의 확대를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이에 정부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재생에너지 공급과잉 대응을 위한 장주기 저장장치 설비 22.6GW를 늘리기로 하고 영동, 홍천, 포천에 1.8GW규모의 ‘가변속’ 양수발전소 추가 건설 계획을 포함시켰다. 추가되는 가변속 양수발전소는 컨버터를 이용해 발전 모드와 양수 모드에서 펌프수차의 회전속도를 변화시켜 출력을 빠르게 조절하는 기능을 하게된다. 특히 양수모드에서 출력 조정으로 재생에너지 전력의 과잉 공급 분을 신속히 소진, 계통 안정화를 위해 불가피한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부담을 줄일 수도 있다. 나아가 주로 첨두부하를 담당하는 LNG발전을 대체, 천연가스 연료소비를 줄임으로써 연간 3000억원 이상의 경제적 편익과 함께 온실가스 배출 저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 더욱이 양수발전은 기능상 대안도 마땅치 않다. 양수발전은 물론 수소 활용 에너지저장(HESS)은 수소라는 ‘물질’을 활용해 전기를 최소 8시간 이상 저장한다는 점에서 장주기 에너지저장 자원으로 분류된다. 비록 HESS가 수개월씩, 심지어 계절별로 부하 이동시켜 저장하지만 양수발전과 같이 주파수 조정·전압안정성을 대응하기 위해 계통관성 등을 제공할 수 있는 속응성 전원 역할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대신 양수발전은 반응속도나 무효전력, 전압 제어 서비스, 정전복구 서비스 등 전력계통 운용 서비스 제공 등 기능적으로 배터리 ESS(BESS)와 유사하다. 다만 저장 가능한 전력량의 규모면에서 양수발전이 월등히 우월하다. 더욱이 건설하면 50년을 사용할 수 있는 양수발전에 비해 배터리는 충전 및 방전할 수 있는 사이클 횟수, 즉 수명이 정해져 있어 잦은 교체를 해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그 만큼 대량으로 생산하고 폐기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때 발생하는 환경부하가 만만치 않다. 가령 리튬 배터리 생산 공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kWh당 63kg로 MWh나 TWh 규모로 확대될 경우 온실가스 배출규모나 배터리 소재인 코발트, 니켈, 망간 등 중금속 폐기·배출이 주는 환경부하 역시 상당하다. 그래서 양수발전 대신 BESS가 대안이라는 주장은 물 환경 문제를 대기 및 토양환경 문제로 전이하는데 불과하다. 결국 양수발전에 대한 환경단체들의 보다 심도 있는 고민과 함께 환경단체 내부적인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한때 국내 환경단체들은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잘 해왔다. 하지만 지난 문재인 정부부터 일부가 직접 에너지·환경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등 ‘권력’이 됐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헐리웃 유명영화의 대사가 있다. 환경단체는 이 대사에 입각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넘어 보다 건설적인 대안을 고민해주길 바란다.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E칼럼]역주행하는 재생에너지 정책

영국 에너지연구소(Energy Institute)와 파트너사인 KPMG 및 Kearney는 지난 6월26일 ‘세계 에너지 통계 검토(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72차 연례보고서’를 발표(71차까지는 BP에서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22년 에너지 산업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 대비 0.8% 늘었고 이산화탄소 환산 톤 기준으로는 393억t(CO₂eq)으로 사상 최고치다. 지난해 태양광과 풍력발전 신규 설치 용량이 사상 최대 규모로 늘었고 발전량 기준으로는 태양광 25%, 풍력 13.5%가 증가하면서 전체 발전량의 12%를 차지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수력 제외)이 지난해 순전력 수요 증가의 84%를 감당했는데도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를 막지 못했다. 특히 역대 6월 최고 기온, 해수면 온도 최고치, 남극 빙하 최저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사상 최고치 등 기후 위기 4개 지표가 최악이라는 언론보도가 있었던 직후라 아쉬움은 더 컸다. 지난해 전 세계 1차 에너지 소비량은 전년에 비해 약 1% 증가했고 2019년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비해서는 약 3%늘어났다.이 기간 가스소비량은 3% 줄고 재생에너지(수력 제외) 소비량은 13% 늘었다. 화석 연료의 소비 점유율은 약 82%로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도 이번 보고서가 희망적인 것은 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과 풍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태양광(191.5GW)과 풍력(4.6GW)이 총 266GW의 사상 최대 규모로 새로 설치됐다. 특히 태양광은 누적 용량이 1053GW로 1TW 시대를 열었다. SolarPowerEU는 1GW에서 1TW로 증가하는데 22년이 걸렸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 TW는 5년 이내에 도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보고서는 현재의 속도로는 1.5도 경로(지구 평균온도 1.5도 이내로 상승억제)에 턱없이 부족하다. 세계 각국 정부가 긴급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이라는 파리 기후변화협약 목표 달성은 어렵다고 경고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도 6월22일 발표한 ‘세계 에너지 전환 전망(WETO) 2023’에서 2050년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연간 975GW, 이후 2050년까지 연간 1066GW의 재생 발전용량을 추가할 것을 전 세계에 촉구했다. 이는 지난해 설치 용량의 3배가 넘는 규모다. 2030년까지 연간 태양광 551GW·풍력 329GW, 2050년까지는 연간 태양광 615GW·풍력 335GW가 추가돼야 한다. 이러한 규모는 재생에너지 전성시대를 넘어 가히 재생에너지 혁명이라고 부를 만하다. 이와 관련해 RMI(Rocky Mountain Institute)는 ‘재생에너지 혁명(The Renewable Revolution)’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에너지 전환은 재생에너지의 기하급수적 성장에 의해 주도되며 주요 변화는 2030년까지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기술혁명을 6단계로 분류하고 영국이 주도했던 1~2차 산업혁명과 증기의 시대, 미국이 주도했던 3~5차 철·석유 대량생산, IT의 시대를 넘어 6차 재생에너지 혁명이 도래하며 그 주인공은 중국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해 글로벌 태양광 용량 추가의 약 50%, 풍력 추가의 약 40%가 중국에 의해 이뤄졌다. 2023년 3월 말 기준으로 비화석 발전용량은 전년 대비 15.9% 증가해 전체 설비용량의 50%를 넘어섰다. 태양광 설비는 지난해 86GW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이보다 2배를 육박하는 154GW가 설치될 것으로 예상했다. 154GW는 2022년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국가가 설치한 태양광의 거의 두 배에 해당한다. 혁명에 가까운 기하급수적인 재생에너지 증가는 브라질, 베트남, 인도, 모로코 외에도 덴마크, 아일랜드, 영국 및 독일, 미국, 호주, 네덜란드 등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중국은 5월까지 지난해 설치량의 71%인 61GW의 태양광을 설치했고, 2030년 목표를 5년 앞당겨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1분기 역대 최대, 독일은 5월까지 전년도 설치량의 67%, 호주는 1분기 만에 지난해 설치량의 94%에 달하는 태양광을 설치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홀로 역주행 중이다. Ember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전량 중 재생점유율은 OECD 최하위다. 태양광과 풍력을 합한 점유율은 5.4%로 세계 평균 (12.0%)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아프리카(4.6%)와 비슷하다. 재생에너지 설치는 역성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0 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를 30.2%에서 21.6%로 낮췄다.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석탄화력발전소를 2021년 신서천(1GW), 고성하이 1,2호기(1.04GW×2), 2022년 강릉안인 1호기(1.04GW), 2023년 강릉안인 2호기(1.04GW)를 건설한데 올 하반기에는 삼척화력 1호기(1.05GW), 내년 삼척화력 2호기(1.05GW) 준공을 앞두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 스스로 변하지 않고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면 그 선택에는 큰 고통과 대가가 뒤따른다. 우리 정부의 잘못된 정책 피해가 고스란히 기업과 국민의 몫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황민수 한국전기통신기술연구조합 전문위원/에너지전환포럼 이사

[EE칼럼]싱가포르의 경쟁력 vs. 대한민국의 성장동력

경제의 성장동력과 국제 경쟁력을 대부분 같은 연장선상에서 이야기하곤 한다. 하지만 성장이 크지 않더라도 국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사례는 많다. 대한민국과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네 마리 용(Four Asian Dragons)’ 또는 ‘아시아의 네 호랑이(Four Asian Tigers)’의 대표주자다. 1980년대 일본의 뒤를 이어 연간 7%대의 고도 경제 성장을 이룩한 아시아의 신흥공업국인 대한민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4개 국가를 일컫는 말이다. 이들 나라는 부존자원이 빈약하지만 이를 높은 교육열과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 그리고 중앙정부의 강력한 리더십과 경제발전계획 등으로 극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싱가포르는 수학과 과학교육에서 대한민국과 세계 최고를 다투는 나라이며, 리콴유와 박정희라는 장기집권 통치자를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리콴유는 인구 300만의 작은 도시국가 싱가포르를 세계적인 금융·물류의 중심지로 키워내 20세기 세계의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힌다. 박정희 역시 6·25전쟁을 치룬 가난한 나라 대한민국을 세계 10위권의 무역대국으로 성장하는 기반을 닦았다. 그 덕분인지 두 사람 다 아들과 딸이 총리와 대통령이 됐다. 두 나라가 이룬 경제성장은 눈부시다. 싱가포르는 1960년대 초반 1인당 국민소득이 500달러 수준이었으나 이제는 6만5000달러에 달하는 세계 2위 고소득 국가로 발전했다. 대한민국도 1960년대 초반 1인당 국민 소득이 120달러의 최빈국에서 이제는 3만 4000달러의 선진국으로 도약했다. 그러나 두나라의 성장 전략은 크게 달랐다. 싱가포르는 서울시 면적에 인구가 500만명 정도의 작은 국가지만 대한민국은 상대적으로 큰 면적과 인구를 가지고 있다. 사회지리적으로는 싱가포르는 영국의 식민지로 영어가 능통하며 유럽과 아시아간의 무역로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은 서구권의 언어와 무역로와는 먼 위치에 자리잡고 있었다. 싱가포르는 이런 국가의 특성을 고려해 영·미권의 산업과 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한편 아시아권에 산재한 화교 자본과 정치 권력의 중심지로 역할을 했다. 싱가포르는 역사적으로 외국계 산업과 자본의 유치 및 무역에 의존하여 발전해 왔다. 제조업 비중도 상당하다. GDP의 25% 이상이 제조업에서 나온다. 주요 생산품은 전자, 정유, 기계, 의약품 등이다. 특히 정유산업이 도시국가임을 고려할 때 실로 거대하다. 그러나 제조업 분야 기업 대부분이 각종 세제 감면과 혜택을 통해 유치한 외국기업들이며 싱가포르 자국 기업은 많지 않다. 이에 비해 대한민국은 외국계 기업이나 외자유치가 어려운 환경이었기에 자국의 기업을 육성해 대한민국 브랜드로 제품을 수출하며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정책을 썼다. 재벌기업 육성을 통한 수출형 제조업 육성정책이 대표적이다. 이 와중에 대한민국 역시 정유산업을 육성했는 데, 이 역시 국가규모를 고려할 때 대만이나 일본의 규모보다 크다. 싱가포르 정유산업의 경쟁력은 세계적이다. 아시아에서 제일 큰 석유 현물과 선물시장이 싱가포르에 있다. 수백 개의 글로벌 에너지 기업이 싱가포르에 지사를 두고 보다 저렴한 석유제품을 구매하거나 보다 많은 거래 수입을 얻기 위해 저장탱크와 각종시설을 사용하고 있고 국제물동량의 20%에 달하는 선박이 싱가포르 항구에서 기름을 넣고 있다. 대한민국 정유산업도 경쟁력이 높다. 동북아시아 3국 중 최대 규모의 정유시설을 갖추고 최고급 품질의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을 제조, 수출하고 있다. 그 덕분에 대한민국 국민들은 한국 땅에서 원유가 나오지 않지만 최고 품질의 석유제품을 손쉽게 풍부하게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성장동력을 이야기하자면 두 나라 정유산업 위치는 사뭇 달라진다. 외국계 기업 비중이 높고 주변 지역의 수요가 많은 싱가포르는 상당기간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겠지만, 국내 생산규모가 국내 수요의 200%에 달하는 대한민국의 정유산업은 성장가능성이 싱가포르에 미치지 못한다. 싱가포르에는 30여 년 전부터 택시의 대부분이 ‘프리우스’로 대표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차지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택시는 LPG를 사용하다가 이제 전기로 넘어가고 있다. SK등 정유 대기업들도 배터리, 수소 등 새로운 영역에서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대한민국을 둘러싼 상황이, 에너지 산업을 둘러싼 상황이, 기존 에너지 산업의 경쟁력 유지가 아니라 새로운 분야에서 성장동력을 찾도록 요구하고 있다.허은녕 서울대학교 교수/ 한국에너지법연구소 소장

[EE칼럼]

이동일 법무법인 에너지 대표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 시행(2024년 6월14일)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2021년 7월 입법발의 된 이후 수년간 정부와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전력, 전력거래소 등의 유관기관과 학계의 논의가 이어졌다. 한편으로는 관련 전문가와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수차례의 공청회를 통해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고 법안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의견 조과 수정을 통해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결과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전력시스템은 발전, 송전, 배전 판매까지 전 과정에 대해 전기사업법에서 규율해왔다. 전기사업법은 수차례 개정을 통해 ‘전기자동차충전사업’, ‘소규모전력중개사업’ 및 ‘재생에너지 전기공급 사업’ 등의 전기 신사업을 도입하는 등 변화하는 전력시장 흐름을 반영했다. 그러나 대형발전소, 송전탑, 송전망 건설에 대한 사회적 갈등 발생과 낮은 주민수용성으로 인한 문제 등 현안을 해결하기에는 현행 법령으로는 한계에 있다. 이번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배경에서 제정됐다. 우리나라는 다른 주요국과 비교해 값싸고 품질 좋은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제철, 조선, 석유화학, 자동차, 반도체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고, 이는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근간이 됐다. 값싸고 품질 좋은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었던 것은 적절한 시기에 해안가 중심의 대형발전소가 건설됐고 생산된 전기를 수요처에 공급하는데 필요한 송전탑과 송전망을 신속히 건설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 아래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GDP는 1953년 67달러에서 현재 3만 달러를 넘어 4만 달러를 넘보는 괄목할 성장을 이뤘다. 다만 이같은 전력시스템의 특징으로 부산, 인천, 강원, 충남, 전남, 경북, 경남과 같이 해안가의 대형발전소를 보유한 지역은 전력 자급률이 높지만 해안가의 대형발전소를 보유하지 못한 서울, 대구, 광주, 대전, 세종, 경기, 충북, 전북은 상대적으로 낮은 전력 자급률을 보이고 있다. 그 동안의 경제성장으로 우리 국민의 삶의 질은 크게 향상돼 가전제품, 냉난방의 증가 등으로 1인당 전기소비는 세계적 기준으로 상대적으로 높고,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편으로 기후변화 협약의 대응관점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한 자동차는 전기자동차로 전환 되는 등 전기사용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 같은 전기수요의 증가 추세에 맞춰 전기의 생산 및 공급시설도 더욱 증설해야 한다. 그런데 2013년 밀양 송전탑 갈등을 시작으로 당진 송전망, 동해안 송전망, 새만금 송전망, 수도권 송전망 등 대규모 송전선로 건설에 따른 갈등으로 사회·경제적 비용이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 최근에는 동해안 원자력 발전소와 선탁화력발전소들이 완공돼 가동 중인 가운데 송전 제약 탓에 전기를 생산해도 보내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등 동해안의 송전선로 용량은 포화 상태에 다다랐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시스템의 전환 필요성이 대두됐다. 기존의 에너지 시스템은 대규모 발전소 기반의 집중형 발전 및 해안가에서 발전한 후 수도권 등으로 원거리를 송전해 소비하고, 송전망 기반의 전국적 네트워크로 규모의 경제 중심의 전력시장을 특징으로 한다. 이에 비해 미래형 분산에너지 시스템은 지역 중심의 분산형 발전을 하고, 지역 단위 내에서 에너지를 소비하며 지역중심의 배전 네트워크 및 자가소비와 수요지 인근 거래를 그 특징으로 한다. 분산에너지활성화 특별법은 기존의 에너지 시스템을 미래형 분산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할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분산에너지특별법 시행으로 분산에너지 시설 설치가 활성화되면서 대규모 발전시설 및 송전망 구축이 필요없게 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적 갈등을 해소와 전력공급 안정화라는 ‘세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게됐다.이동일 에너지 대표 이동일 법무법인 에너지 대표

[EE칼럼]전력산업,선도형 산업으로 전면 재편해야

요즘 매일같이 전력 관련된 뉴스가 등장한다. 대부분이 전기요금, 원자력, 신재생에너지 관련이다. 이들 이슈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들이 적지 않다. 특정 전원의 발전량이 적거나 많아지면 당연히 다른 전원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주어진 수요에 맞춰서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력수요가 적은 지역에서 제어하기 어려운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이 많아지면 강제로 차단하거나 다른 발전기의 출력을 줄여야 한다. 제도를 설계할 때 미처 예상치 못한 문제라면 서둘러 경제적, 기술적 미비점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지역별로 편중된 수급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설비보완 뿐 아니라 획일적인 보조금이나 요금체계도 바꿔야 한다. 가뜩이나 전원믹스, 공급비용, 공급신뢰도, 보조금 문제, 환경문제 등과 얽히면서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새롭게 나타나는 문제들도 있지만,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는 일반적인 현상들도 난마처럼 얽히고 있다. 매듭을 풀기 어렵다면 매듭을 끊어내는 새로운 결단이 필요하다. 지금은 우리 전력산업에 대한 성찰과 미래에 대응하는 방향 전환이 필요한 때다. 먼저 전력산업에 대한 공감대가 필요하다. 전력산업이 언제까지 산업에 필요한 동력을 싸고 안정되게 공급하는 책무를 수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다. 일각에서는 제조업 경쟁력과 값싼 에너지 공급이 상호 불가분의 관계라고 여긴다. 전력이 생산요소이자 산업인프라 기능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에너지가 필요할 때 제대로 공급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지, 반드시 낮은 가격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전기 다소비 업종을 제외하면 전기요금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전기요금이 제조업 경쟁력에 미치는 효과도 마찬가지다. 다음으로 전기 재화는 국가가 국민에게 값싸게 충분히 공급해야 하는 공공재인가의 문제다. 전기가 일정한 범위에서 필수재적 성격을 갖고 있지만, 그것을 넘어서면 시장재화의 기능도 한다. 갈수록 많은 전기제품이 보급되며 전력수요는 늘어나는 추세다. 냉난방도 지속적으로 전기에너지로 전환되고 있다. 요금이 낮다고 무턱대고 쓰지는 않겠지만 가격효과는 있다. 주택용 전력수요는 주택 유형, 가구원수, 기후와 같은 외적 요인과 소득수준, 요금과 같은 경제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낮은 전기요금이 국민의 후생에 크게 이바지한다면 원가보다 낮더라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반드시 다다익선은 아니다. 낮은 요금이나 불합리한 요금체계로 인해 에너지 낭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요금이 갖고있는 가격신호 역할이 필요한 이유다. 앞서 언급한 두가지 문제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나 정책결정자의 시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 전력산업은 내일도 여전히 똑같은 행태를 반복하며 허망한 담론만 되풀이하게 될 것이다. 자주 얘기되는 전원 문제나 송전망 확충 그리고 전기요금 문제는 발등의 불을 끄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여태껏 보아왔듯이 이러한 문제는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시스템 변화와 함께 전력산업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해 새로운 시각에서 답을 찾아야 할 때다. 전력산업 환경은 지난 10년을 보더라도 크게 변했다. 온실가스 감축 문제는 이제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되었다. 국제적 협약과 국가적 체면을 넘어 산업 전반에 걸쳐 전방위적 기술규제 압력으로 다가오고 있다. 국지적 전쟁만으로도 국제유가가 폭등하고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는 현상도 상존하는 불확실성의 하나다. 나아가 기술적 변화는 알게 모르게 우리의 생활방식 자체를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전기차, 수소차는 물론 반도체, 데이터센터로 이어지는 새로운 에너지 수요는 얼마 전만 해도 생각하기 어려운 것 들이다. 원거리 전력망으로 유지되던 전력네트워크도 이제는 보다 정교하고 지역화된 분산에너지 시스템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사회구조의 변화와 더불어 에너지시스템에도 커다란 변화의 물결이 몰려오고 있다. 아직도 전력산업이 송전망을 확충하고 대형 발전소 몇 개를 더 지어서 공급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가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전력산업은 이제 단순히 규모의 경제나 공급안정이라는 지표로 보던 관점에서 산업의 경계를 넘어서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전력산업이라는 좁은 시각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앞으로 더 이상 답을 찾기 어렵다. 전력은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자동차, IT와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다. 국방, 안전, 금융과 같이 거리가 있어 보이는 분야와의 접합점도 생겨나고 있다. 전력은 새롭게 전개되는 사회경제시스템의 핵심 드라이버로서의 역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정해진 파이를 놓고 치고 받는 치킨게임에 더 이상 매달릴 때가 아니다. 새로운 사회,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가는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새로운 인식과 발상의 전환을 통해 전력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할 때다.이창호 가천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과 교수

[EE칼럼]세월이 지나면 진실은 밝혀진다

‘탈진실(post-truth)’은 사실보다는 감정이나 개인의 신념이 여론 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오늘날의 시대상을 지칭하는 말이다. 하지만 과거가 오늘날에 비해 더 진실에 가까운 시대였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과거에 비해 거짓말이 심해졌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게 옳겠다. 정도의 문제지 인류의 역사는 거짓말의 역사다. 거짓말이 없어지지 않는 이유는 의외로 성공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성경의 베드로는 스승인 예수를 세 번이나 부인했지만 회개하고 복음 전파에 힘써 초대 교황이 됐다. 유명한 ‘베드로의 부인’이다. 망한 사례도 있다. 닉슨은 재선을 위해 벌인 민주당 전국위를 도청한 사실을 부인했다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임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이다. 톰 필립스는 그의 저서 ‘진실의 흑역사(TRUTH)’에서 "인간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고 썼다. 그는 저서에서 거짓말의 역사와 사례를 통해 사람들은 왜 거짓말을 할까, 거짓말은 어떻게 확산되는가, 대중은 왜 거짓말에 현혹되는가에 대해 설명한다. 설명이 흡족하지는 않지만(번역본을 읽은 탓도 있음) 흥미로운 주제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매스컴은 거짓말의 생산과 확산의 주인공이다. 1833년 창간된 뉴욕의 ‘선’지는 1835년 ‘달나라 이야기’를 일주일 동안 연작으로 싣는다. "천문학자 존 허셜(영국의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이 달에서 날개가 달린 생명체의 존재를 관측했다. 달에는 숲과 호수, 사파이어로 쌓아 올린 신전이 있다….생태계가 유지되고 있으며 박쥐인간이 살고 있다"는 상상으로 쓰여진 이 연작기사는 충격과 동시에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나중에 기사 내용 중 어느 하나도 사실이 아닌 조작으로 밝혀졌지만 창간 2년에 불과한 ‘선’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신문이 됐다. 옛날 얘기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겠지만 현대에도 언론을 포함한 이해집단의 ‘꾸며내기’, ‘과장 보도’는 계속 진행 중이며 정보 통신망의 발달에 힘입어 상상을 초월하는 파급력을 갖게됐다. 정보의 빠른 유통이 거짓말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다. ‘거짓말이 지구 반 바퀴를 돌 동안 진실은 신발 끈을 매고 있다’는 말로 비유된다. 거짓말이 늘다 보니 요즘에는 팩트 체크라며 거짓말을 기사로 내보내는 매스컴도 있다.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전임 대통령이 했던 이 말은 어떤 일이 거짓으로 밝혀질 때마다 우리를 즐겁게 하는 유머가 되었다. 후쿠시마 오염물 처리수 방류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도쿄전력은 방류를 위해 해저터널 굴착공사를 끝내고 시운전을 시작했다. 7월 초 IAEA의 최종 평가보고서가 전달되면 방류시기를 결정하게 된다. 좀처럼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원자력학회가 모처럼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학회는 처리된 오염수가 무해하다며 주장이 다른 측에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어민과 수산업 보호 그리고 국민 불안 해소를 위해서다. 방류가 시작되기도 전인데 수산물 가격이 폭락하고 판매량이 감소하니 점잔은 과학자들도 수수방관하기 어려웠을 거다. 방류 반대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이 없다. 사실 오염 처리수 방류 반대를 시작할 때만 해도 자신들 내부로 향하는 시선을 돌리기 위한 목적으로만 생각했다. 그러니까 "깨끗하면 너나 마셔라" 몇 번 외치고 끝날 줄 알았다. 무리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난 직후 처리되지 않은 고농도 오염수가 하루 300톤씩 방류됐지만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우리나라 바닷물과 수산물의 방사성 농도를 12년 동안 측정했는데도 아무 영향이 없었다. 그 사이 우리는 국내산 생선을 잘 먹었고 아무 이상도 없었다. 이것이 우리가 경험을 통해 확인한 팩트다. 이른바 ‘내먹내확’(내가 먹고 내가 확인했다)이다. 거짓말의 성공 여부는 목표를 달성하는가에 있다. 예수를 부인한 베드로는 생명을 유지함으로써, 달나라 이야기를 보도한 ‘선’지는 판매부수를 늘림으로써 성공했다. 오염수 방류 반대 주장의 목표가 시선 돌리기였다면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의 유무해 판단이 언제, 어떻게 결론 내려질 지는 알 수 없다. 그 시기는 방류가 시작된 직후가 될 수도 있다. 세월이 지나면 진실은 밝혀진다. 앞의 거짓기사를 썼던 ‘선’지의 로크는 달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폭음을 일삼다가 언론계를 떠났다. 진실이 밝혀진 뒤 사람들이 그의 글을 의심부터 했기 때문이다.노동석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전소통지원센터장

[EE칼럼]ESG,나부터 실천하자

우리 사회에서 ‘ESG’라고 하면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나 하는 활동 쯤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민간기업과 공기업 등을 중심으로 환경문제와 투명경영, 공익활동 측면에서 ESG를 운운하다 보니 일반 시민들은 ‘그들만의 활동’으로만 오인하는 듯 하다. 이는 ESG가 왜,지금 대두됐는 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간과한 채 기업에 대한 의무사항만 강조하다 보니 나타난 현상인 듯 싶다. 사실 ESG는 기후위기 극복과 배려·화합·정직·투명한 사회를 통해 인간다운 사회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자는 게 근본 취지다. 따라서 기업은 물론이고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자연인에게 해당되며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하는 활동이다. 환경·사회·지배구조 등 ESG의 3요소 중에서 개인의 역할이 가장 중요시되는 부분이 바로 환경이다. 환경 문제는 기업과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노력을 빼놓고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소비자 입장에서 우리 국민의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이 몇 십 년째 세계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이는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 증가로 이어지며 매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플라스틱 사용량 및 폐기물 증가의 주된 요인은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면서 포장비닐,포장용기 등의 사용이 덩달아 늘어나면서다. 우리나라의 1인당 택배건수가 세계 1위라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배출되는 플라스틱 중 40%가량이 재활용되지 않고 폐기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플라스틱 활용률은 62%에 불과하다. 그마저 민간에서의 폐플라스틱 처리에 대한 통계는 아예 이뤄지지 않는다. 더 나아가 분리배출된 플라스틱에 대한 재활용률은 27%에 그치고 이중 일회용 플라스틱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생활계 폐기물의 재활용률은 16.4%에 불과하다. ‘Reduce(감축), Reuse, Recycle’ 이라고 하는 ‘3R 지침’과 재활용이라는 구호에 의지하기에는 플라스틱 오염과 이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는 등 폐해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플라스틱 생활을 너무 친숙하게 즐기고 받아들이니 총체적 난국이다. 화학물질을 포함한 인공물질과 천연물질은 근본적으로 다른데도 우리는 이를 동일시한다. 유럽인들은 의식주에서 값싸게 인식되는 인공재료는 쓸 만한 것이 못 된다는 인식과 함께 천연재료를 쓰는 것을 당연시한다. 이에 비해 우리는 ‘아무거나 가격만 싸면 된다’는 식이다. 먹거리도 각종 인공가공식품을 아무렇지 않게 마구 즐기고, 화학물질 덩어리인 집에서 매일 거주하면서 국민의 절반이상이 도시에 살면서 화학물질로 오염된 공기를 들이마신다. 요즘 보기 드물게 3대에 걸친 6명의 대가족이 한집에 사는 필자는 과거 어려웠던 우리 부모님 세대의 검소하고 자연적인 생활행태와 MZ세대의 풍족하고 인공적인 문화를 즐기는 이질적인 두 문화와 매일 접하며 그 속에서 생활한다. 그러면서 어느 쪽이 지구위기를 구하기 위한 삶의 방식인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하찮은 물건이라도 버리지 않고 몇 번이라도 반복해서 재활용해서 쓰레기 배출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우리 부모님들의 생활방식이 더 점수를 받는다. 이에 비해 자손들은 3R 교육을 받았음에도 모든 포장지는 쓰레기라는 생각으로 무분별하게 버린다. 환경적 측면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자원빈국으로 에너지원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데도 요즘 세태는 에너지를 함부로 팡팡 쓴다. 가계에서는 정책은 물론이고 가격에 의한 통제가 어렵다 보니 절약을 모르는 신세대들은 여름과 겨울에 난방과 냉방기기를 팡팡 돌린다. 이러니 다가오는 미래에는 얼마나 많은 발전소를 더 지어야 할지, 이로 인해 얼마나 많은 탄소가 배출될지 걱정이 앞선다. 실제로 조명, 가전제품, 냉난방 등 가정용전기 사용비율은 20%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게다가 앞으로는 전기차를 충전해야 하고 챗GPT 등 인공지능 기술 활용도 크게 늘어나 전기사용량은 급증할 것이다. 국가적으로 ESG를 잘 실행하는 길은 국가, 기업, 가계의 각 경제주체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것이다. 국가가 나서서 리더십과 정책 결정 아래 관련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국민 교육 및 인식 제고를 위한 계몽할동을 펴야 한다. 국민들은 자발적인 에너지 절감 인식 아래 생활습관으로 무장해야 기업들의 ESG 활동이 비로소 조기에 빛을 보게될 것이다.류덕기 고려대학교 공과대학 연구교수/대한민국ESG메타버스포럼 사무총장

[김성우 칼럼]그린워싱 방지, 선택 아닌 필수다

그린워싱(Greenwashing)은 친환경(green)과 세탁(white washing)의 합성어로 친환경적이지 않은 제품을 친환경적인 것처럼 표시·광고하는 행위를 뜻한다. 전세계적으로 ESG 중요성이 부각되며 환경친화적 기업과 관련 제품에 관한 표방이 늘어나면서 그린워싱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의 친환경 제품이 증가하며 그린워싱 대상이 늘어난 배경도 있고, 친환경 제품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기업이 친환경 마케팅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영국의 경우 소비자 보호 규정이 정한 허위·과장 정보 기준과는 별도로 친환경을 주장할 때는 이를 뒷받침할 증거는 물론이고 객관적이고 소비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투명한 정보 등을 제공할 것을 요구하는 지침을 2021년에 발표했다. 영국 광고표준위원회는 이 달에만 3개 석유회사를 대상으로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등을 담은 친환경 광고가 회사 전체의 사업계획 중 일부만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회사 전체가 친환경인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며 광고 금지를 결정했다. 지난 3월에도 항공사의 미래 보호 및 친환경 항공 광고가 비행이 전반적으로 친환경인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며 경고 조치했고, 지난해 10월에는 은행의 기후변화대응 투자 광고가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는 반영하지 않아 소비자가 오해할 수 있다며 광고 금지를 결정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그린워싱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진성준 의원이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내 그린워싱 지적 건수는 4940건이다. 주목할 점은 지적 건수가 2022년 4558건으로 2021년 272건에 비해 16.7배나 폭증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린워싱을 판단하는 기준인데 마침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8일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 개정안을 마련해 오는 28일까지 행정예고 중이다. 공정위는 이번 개정안에 2016년 이후로 개정되지 않았던 심사지침을 환경부 고시와 해외 그린워싱 가이드라인 등 국내외 입법례를 반영하고, 최근에 사용되는 표시·광고 용어 등으로 대체하는 등 현행화를 이뤘다. 또 환경관련 표시·광고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다양하게 제시함으로써 그린워싱의 세부 판단기준을 마련하였다. 이번 개정에 따라 그린워싱에 대해 보다 선명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부당성 심사의 일반원칙에 명확성, 구체성, 완전성이 보강됐고 전과정성의 원칙도 명확히 했다. 예컨대 동종의 다른 제품에 비해 유통, 폐기 단계에서 탄소를 많이 배출함에도 제품 생산 단계에서 탄소배출이 감소된 사실만 광고한 경우, 기만 광고에 해당할 수 있다. 또 거짓·과장, 기만, 부당 비교, 비방 등 대표적으로 금지되는 환경 관련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에 대한 예시를 신설해 예측가능성을 높였다. 상품의 생애주기를 원재료나 자원의 구성, 생산 및 사용, 폐기 및 재활용 등 3단계로 구분해 구체화했다. 한편으로 사업자 자신에 관한 표시·광고 기준도 포함됐는 데, 환경 목표나 계획을 표시·광고시 구체적인 이행계획과 이를 뒷받침할 인력, 자원 등의 확보 방안을 마련하고 측정 가능한 목표와 기한 등도 밝히도록 했다. 기업은 이번 개정안 내용을 사전에 숙지하고 향후 시행되는 경우를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현재 기업이 하고 있는 표시·광고에서 개정안이 예시로 들고 있는 위반행위 등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점검하고 향후 그린워싱에 대한 법 집행 동향도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내용이 실증할 수 있는 것인지, 입증 자료를 보관하고 있는지, 오인할 우려는 없는지, 제품의 전과정에서 볼 때 과장은 없는지 등의 점검이 필요하다. 그린워싱은 기업의 평판리스크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ESG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외 규정이 구체화·명확화되는 방향을 고려할 때 이러한 평판리스크는 규정 위반 위험이 더해지면서 차원이 다른 리스크로 변할 수 있다. 그린워싱 방지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이유다.김성우 김앤장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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