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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시장원리 거스른

한국전력공사 회사채(한전채) 발행 한도를 기존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금액의 2배에서 최대 5배까지 늘리는 ‘한국전력공사법 일부 개정안’이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전문가들은 한전채 발행 없이 관련법을 위반하지 않고 정상 운영하려면 내년 초 전기요금을 올해 인상분의 3배가 넘는 1kW당 약 64원 올려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렴한 전기요금의 문제점들이 일시에 분출하듯 터진 한전 적자 사태의 심각성 때문인지, 새로운 개정안에 한전채 발행 한도를 5배에서 6배로 높이고, 5년 일몰제 등을 추가하여 15일 국회 상임위원회 소위, 20일에는 상임위를 빠르게 통과했고, 해를 넘기지 않고 28일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기로 여야가 합의했다. 올해 전기요금은 전력량요금 2.5원, 기준연료비 9.8원, 기후환경요금 2.0원, 연료비조정요금 5.0원씩 올라 1kW당 총 19.3원 인상됐고 누적 적자는 약 30~37조 원이 예상된다. 반면 한전 적자 이면에 4개 대기업 계열 민간 발전 6개사의 영업이익은 3분기까지 1조 478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 7579억 원의 약 2배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한전 적자의 근본적 원인은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누적되어온 전력시장 왜곡과 지나친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 때문이다. 전례 없는 글로벌 에너지 위기 속에 원유·가스·석탄 3대 에너지원 특히 발전 연료로 주로 사용되는 가스·석탄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수출입통계를 보면 9월 기준 지난해 동월 대비 가스는 190.2%, 석탄은 143.0% 각각 상승했다. 2020년 대비로 보면 가스는 최대 8배, 석탄이 5.8배가 되었고 같은 기간 전력시장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은 68.9원에서 올해 1~9월 177.4원으로 2.6배가 되었다. 다만 판매단가는 고작 116.4원이었다. 비싼 원료로 만든 전기를 비싸게 사서 싸게 파니 적자가 발생한 거다. 한전 적자 사태는 전기를 수입 화석연료에 의존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험과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냈다. 지난해 한전 전력통계월보에 따른 국내 연료 원별 발전 비율을 보면 석탄 34.3%, 가스 29.2%, 원자력 27.3%, 신재생 7.5%, 기타 1.6%였다. 반면 계약 종별 판매량 비율은 산업용 54.6%, 일반용 22.4%, 주택용 15.0%, 농사용 3.9%, 심야 1.9%, 교육용 1.6%, 가로등 0.6%였다. 전기를 만드는 데는 무역수지적자 키우는 값비싼 수입 가스, 석탄으로 63.5%를 만들었고 값싼 전기요금의 혜택은 산업용이 54.6%를 가져갔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중 온실가스 배출증가율 1위, 전력량 중 재생점유율 꼴찌가 되어 ‘기후 악당’으로 조롱받는 국가가 되었다. 그것도 모자라 2022년 석탄발전 원자력발전 용량이 각각 증가하는 유일한 국가가 될 것이며 CBAM, RE100 대응은 더 힘들게 되었다. 이전 정부는 전기생산에 들어간 연료비 변동분을 3개월 단위로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해 시행했다. 다만 유보 권한을 발동해 동결했고 지난 3월 치뤄진 대선에서는 ‘4월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를 공약으로 내건 후보가 당선됐다. 새 정부는 늘 시장 논리를 중시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정작 전력시장 왜곡을 바로잡거나 기능 정상화에 대한 노력은 부족했다. 한전 적자가 증가할 때도 SMP 상한제를 도입해 전기가 거래되는 중간 단계에서 캡을 씌워 전력시장 왜곡을 심화시켰고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으로 기후위기 대응, 에너지 안보 강화에 핵심인 재생에너지를 위축시켰다, 한전 또한 최근 발표한 이번 사태대책에서 ‘화석연료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언급하지 않아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한전의 천문학적 적자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 다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국가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원가주의에 입각한 전기요금 현실화 및 재설계, 에너지 세제개편, 교차 보조 문제 등이 해소되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수입 화석연료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 연료가 ‘국산 공짜’ 면서,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재생에너지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 전기요금이 시장에 정상적인 가격 신호를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에너지를 적게 쓰는 소비자가 혜택을 보게 되고 에너지 효율 향상을 기대할 수 있으며 기후변화 대응, 재생에너지의 확대, CBAM, RE100 등 탄소 배출과 관련한 규제비용에도 대응할 수 있다. 이제 저렴한 전기요금의 역습이 시작되었다. 인플레이션, 고금리, 실질 소득 감소와 함께 잘못된 에너지 정책으로 인한 저렴한 전기요금의 역습으로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부끄러운 유산을 물려주는 것과 동시에 다시 경제위기를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황민수 한국전기통신기술연구조합 전문위원/ 에너지전환포럼 이사

[EE칼럼] 글로벌 메탄 감축 강화 움직임에 철저히 대비해야

필자가 몸담고 있는 기후변화센터는 지난 14일 주한미대사관과 공동으로 ‘메탄 감축 활성화를 위한 한미협력 방안’에 대해 세미나를 진행했다. 국내 메탄 감축에 대한 인식제고와 함께 특히 에너지 부분에 있어 우리가 준비해야할 부분을 살펴보는 자리였다. 지난해 글래스고 기후당사국총회(COP26)에서 메탄 감축 선언은 주요 결과 중 하나였고 한국 역시 ‘글로벌 메탄 서약(Global Methane Pledge, GMP)’에 서명했다. 올해 이집트 ‘기후당사국총회(COP27)’에서도 미국을 중심으로 메탄 감축에 대한 목소리는 강력해지고, GMP가입국은 150개 이상으로 늘었다. 가입국들의 자발적 노력으로 2030년까지 2020년 수준으로 최소한 30퍼센트를 감축시키면 2050년까지 지구평균기온을 0.2도 이상 낮출 수 있다는 과학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이다. 아울러 COP27에서 7개국(미국,EU,일본, 캐나다, 노르웨이, 싱가포르, 영국)이 메탄 감축 협력을 촉구하며 발표한 공동선언문을 눈여겨봐야 한다. 에너지 부문은 이미 상용화된 기술을 활용, 비용효과적으로 메탄을 단기간에 급격히 감축할 수 있다. 그래서 천연가스의 불필요한 배출, 연소, 누출로 발생한 에너지 손실을 막아 에너지 안보를 지키고 동시에 기후문제와 공중보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정확성, 투명성, 신뢰성에 기반한 메탄 배출 데이터 구축을 통해 구매자가 공급자에게 공급망 전반의 메탄, CO2배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MRV(모니터링&보고&검증) 기준 개발을 지원하고, 석유·가스 공급망 전반에 LDAR(누출 감지·수리) 수행 관련 정책을 도입하며, OGMP(Oil & Gas Methane Partnership)2.0에 기업의 참여를 독려하고 화석연료 수출입 공급망 전반에서 발생하는 메탄 감축 정보 교류와 기술 지원을 실시하는 것 등이 주요 골자다. 한국은 아시아 최대 천연가스 수입국 중 하나이기에 메탄 배출 기준 및 규제 강화에 따른 선제적 대응이 불가피하다. 이번 세미나에 참석한 릭 듀크(Rick Duke) 미국 대통령 기후부특사는 "미국은 메탄세를 2024년부터 톤당 900달러를 부과하고, 2026년에는 톤당 1200달러까지 인상할 예정"이라면서 "한국이 글로벌 메탄 서약 달성에 중요한 국가인 만큼 7개국 공동선언에 동참하여 부처 간 기술 및 정보를 지속적으로 교류하자"고 제안했다. 또한 브렌다 데블린(Brenda Devlin) 유럽위원회 에너지 총괄 고문은 "유럽연합(EU)은 메탄가스 누출 감지를 위한 공급망 관리를 글로벌 시장으로 더욱 확대할 것"이라며, 탄소국경조정과 같이 EU역외에서 메탄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경우 페널티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진 방안을 소개했다. 기후변화센터는 지난 9월 1300명 시민 대상으로 메탄에 관한 인식조사를 한 바 있다. 시민들은 메탄 배출원으로 폐기물>화석연료>농축산 순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메탄 감축에 산업계의 협력, 정부의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한 바 있다. 정수종 교수는 발제를 통해 국내 메탄 배출현황에서 주목해야할 점은 파이프라인에서 새고 있는 탈루인데, 1년에 서울시 전체 가정에서 약 한달간 쓸 수 있는 가스양이 세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서 사용하는 메탄 배출량 계산 및 통계방식은 실배출량과 차이가 있다는 점을 정부 차원에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무엇보다 양 배출량의 간극을 줄 일 수 있는 통계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다. 글로벌 차원에서 기술 발전을 통해 메탄 배출원 감시가 정확해지고, 배출량 관리에 대한 모니터링·보고·검증이 강화되는 것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그 다음은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현장에서 탈루 발생을 줄이려는 적극적인 감축 노력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RE100과 같이 글로벌 기업들의 자발적 이니셔티브가 결국 국내 기업에 큰 영향을 미쳤듯이, OGMP 역시 국내 가스 수입 기업에 조만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가스 공사를 비롯해 국내 천연가스 수입사들은 OGMP에 가입하여 파트너십 멤버들 간에 논의되는 정보를 취득하여, 늦지 않게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기후 대응에 있어 메탄 감축의 시급성과 효과성을 고려한다면 기업들의 노력에 정부의 관심과 시의 적절한 지원도 필요하다.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EE칼럼] 탈원전으로 病 주고 한전법 개정 막아 藥도 빼앗나

한전채 발행 한도를 늘리는 한전법 개정안이 국회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전기가격 대폭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전의 파산을 막으려면 50% 이상 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렇게 되면 내년 전기요금은 올해 인상분 16%를 포함하여 올초 대비 거의 80% 정도 인상되어, 월평균 사용량(304Kwh) 가구가 매월 지불하는 전기요금은 올해 초 3만 6750원에서 내년에는 약 6만 6000원으로 치솟게 된다. 이번 한전법 개정안 부결은 탈원전 선봉장인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의 반대토론이 결정적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양이의원은 "연료비를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않으면서 한전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므로 전기요금 인상 없는 한전채 발행 한도 확대는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부결을 호소했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으로만 판단하면 올바른 진단과 근본적 해결 방안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한전채 발행 규모가 이토록 커지게 된 내면의 이유 중 하나가 탈원전 정책이라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우리나라는 반도체·철강·석유화학 등 전기 다소비 업종의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어 전기사용량이 상대적으로 많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1인당 전기 사용량은 세계 3위 수준으로 매우 높다. 그만큼 전기요금 인상 충격에 취약한 구조라는 의미다. 역대 정부가 세심한 전기요금 관리에 진력한 배경이다. 평상시에는 발전단가가 낮고 연료 공급이 상대적으로 안정된 원전과 석탄발전의 비중을 높여 가격불안 요인을 최소화하고, 올해와 같은 세계적 에너지위기가 갑자기 닥쳤을 때는 한전채 발행을 통해 전기요금 인상 압력 일부를 흡수하는 식으로 전기요금 안정 기반을 구축해왔다. 그런데 지난 정부의 과격한 탈원전·탈석탄 정책은 전기요금 안정 기반을 뿌리 체 망가트리고 말았다. 양이 의원은 "탈원전 정책으로 폐쇄한 원전은 월성 1호기뿐이었고, 원전 비중이 29.5%였던 2012년은 고유가로 적자였지만 원전 비중이 29%였던 2020년에는 저유가로 흑자였다는 사실로 볼 때 탈원전을 한전의 적자의 원인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조금만 자세히 보면 사실은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발전원가를 직접적으로 상승시키는 연료비 인상이 한전 수지를 악화시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문제는 연료비 인상에 따른 한전 적자의 크기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기의 구성 즉 전원믹스가 연료비 인상에 얼마나 민감한가에 따라 적자폭은 크게 달라진다. 대개 연료비 변동은 석유, 가스 가격에서 비롯된다. 올해 에너지대란도 천연가스 가격 폭등이 주원인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원전 원료인 우라늄과 석탄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에너지다. 이런 이유로 원전과 석탄발전과 같은 기저전원 비중이 높은 전원믹스는 안정적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정부 탈원전·탈석탄 정책은 기저전원 비중을 크게 낮췄다. 양이의원 주장처럼 월성1호기 폐쇄만이 탈원전 정책의 결과물이 아니다. 신한울 1·2호기 준공 지체,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신고리 5·6호기 건설 지체, 신규민간석탄발전소 건설 중단 요구 등은 탈원전·탈석탄과 결코 무관한 일이 아니다. 이렇게 계획이 중단되고 지체되다보니 현재 기저전원 용량은 원래 계획 보다 약 11GW가 부족해졌고 그만큼 우리의 전원믹스는 연료비 인상에 취약한 구조가 된 것이다. 연료비 인상에 대한 완충 능력이 줄어든 전원믹스는 2∼3배 이상 급등한 연료비 인상폭을 그대로 전기가격의 대폭 인상 압력으로 전가시켰다. 하지만 정부는 전기가격 인상에 취약한 우리 경제의 특성을 감안하여 인상 속도와 인상폭을 조정할 수밖에 없었고, 바로 이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한전의 대규모 적자와 한전채 증가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한전채는 탈원전으로 취약해진 전원믹스를 고려하여 처방된 응급처치인 것이다. 따라서 한전법 개정안 부결은 응급처치도 못하게 한 것이다. 병주고 약도 못 먹게 하면 어쩌란 말인가.※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EE칼럼] 전력산업 위기, 요금 정상화·수요관리로 극복해야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지난해 유럽과 중국, 인도, 텍사스 등에서는 전력 부족과 대규모 정전을 겪었다. 올해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로 유럽과 전 세계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다. 러시아 천연가스에 40퍼센트나 의존하던 유럽연합(EU)은 급하게 미국과 중동으로 액화천연가스(LNG)의 도입선을 돌렸고, 그 여파로 세계 LNG 시장은 그야말로 부르는게 값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의 진원지인 유럽은 천연가스 가격 폭등에 따라 전기요금 급등, 전력수급 불안, 산업체의 가동 중단, 전력회사들의 재무 위기 등 130여년의 전력산업 역사에서 가장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올해 독일을 포함한 EU 주요국들은 마이너스 경제성장이 전망된다. 바야흐로 에너지 위기와 경제 위기가 결합되는 복합 위기를 맞고 있다. 유럽발 에너지 위기는 지구촌을 돌아 천연가스, 석탄, 석유 등 주요 화석연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일본, 대만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여기에, 일본은 공급력 부족으로 전력공급의 제한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전력공급이라는 전력산업의 목표는 아득한 먼 옛날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나마 미국 등 소수의 천연가스 부국만이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전기요금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의 올해 상반기 주택용 전기요금은 115원/kWh 정도로 전년 동기간 대비 7% 상승에 거쳤다. 반면, EU 국가들의 상반기 주택용 전기요금은 평균 260원/kWh 수준으로 전년보다 44% 정도나 올랐다. 심지어 그리스는 420원/kWh, 139%나 폭등하였다. 독일도 올해 7월 대대적으로 전기요금을 인상하였다. 주택용은 37.30ct/kWh(500원/kWh 내외), 산업용은 40.05ct/kWh(540원/kWh 내외)까지 인상되었다. 작년 대비 각각 16%, 87% 오른 것이다. 그나마 부담금 및 세금의 인하로 이 정도에 머물렀다. 에너지 위기가 진행되고 있는 현재, EU 소비자들은 우리나라보다 적게는 2배, 많게는 5배까지 지불하고 있다. 가격 인상 등으로 올해 상반기 EU의 전력소비는 0.5% 감소한 반면, 우리나라는 4% 정도나 증가했다. 전기요금을 제때 인상하지 않아 역대 최대가격인 LNG 수입량은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의 무역적자 24.7억달러는 순전히 에너지 수입의 증가에 따른 것이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맞아 우리나라와 EU의 대응 방식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먼저, 우리나라는 소비자의 물가 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주요 에너지 공기업인 한전,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의 적자로 이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이는 발전사업자의 수입처인 도매전력시장 가격의 규제, 소위 SMP 상한제의 도입으로까지 전개되었다.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대신, 생산자인 발전사업자와 판매사업자인 한전 등에게 고통을 분담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그 결과, 최종에너지 소비의 주체인 기업과 소비자는 에너지 절약과 수요 관리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올해 한전은 30조 원, 가스공사는 10조 원, 지역난방공사는 수천억 원수준의 영업 적자가 예상된다. 적자에 허덕이는 에너지 공기업의 천문학적인 채권 발행으로 사채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긴급하게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민간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어 우려가 된다. EU와 일본은 천연가스 등 연료비 상승분을 제때 소비자에게 전가하여 소비 절약과 수요 관리를 적극 유인하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 소비자 요금을 직접 감면하는 대신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거나 제반 부담금, 세금 등을 감면하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에너지 위기의 충격이 큰 독일은 350조 원 이상,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은 100조 원 이상, 스페인은 50조 원 이상을 재정으로 지원하고 있다. 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적자가 불가피한 전력회사들에게는 긴급 유동성 지원에서부터 정부가 지분을 인수하여 재정으로 지원하는 정책까지 펼치고 있다. 즉, 연료비 상승에 따른 비용 상승분을 원칙적으로 소비자에게 요금으로 전가하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하여 보조적으로 소비자, 기업, 전력회사들에 대한 재정 지원과 부담금 감소 등을 도입하고 있다. 가격 신호를 통한 에너지 절감이 에너지 안보의 출발점이자 종착역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우리도 지금부터라도 최종소비자에게 적정한 에너지 요금을 부과하여, 이들이 혁신적으로 에너지를 절감하고 절약할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그 다음이 기업과 소비자에 대한 보조금과 재정의 지원이다. 본말이 전도된 현 상황을 가능한 빨리 바로잡아야 이번 에너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EE칼럼] 에너지 기술혁신 촉진할 ‘실증 테스트베드’ 구축을

혁신이란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입하고 그것을 개발해 실용화하는 전 과정을 말한다. 기술 혁신이란 기존 제품의 개량, 신제품의 개발에 있어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경쟁우위의 제품을 창출하는 기술적 진보를 의미한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으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고, 기후변화협약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 분야의 이산화탄소 절감을 위한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와 같은 시대적 배경 하에 에너지 분야의 기술혁신은 에너지안보의 확보, 환경보호, 기후변화협약에의 대응, 국가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수적이다. 전기란 전자의 움직임 때문에 생기는 에너지의 한 형태이다. 한마디로 전자들의 흐름이 전기인 것이다. 이러한 전기의 속성으로 인한 전력의 특징은 계통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계통연계란 둘 이상의 전력 시스템 사이를 전력이 서로 이동할 수 있도록 선로를 통하여 연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력 시스템 상호 간을 송전선, 변압기 또는 직교 변환 설비 등에 연결하여 계통을 연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계통연계로 인하여 전력분야의 새로운 기술이나 설비를 개발하였다 하더라도 신기술이나 설비의 성능을 검증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왜냐하면 아직 검증되지 아니한 새로운 기술이나 설비에 문제가 있는 경우 수백 억 원에 달하는 기존의 발전설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정전 등 전력계통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에너지 분야의 기술혁신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개발된 에너지 기술 및 설비에 대한 테스트베드(Test Bed) 실증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테스트베드란 과학 이론의 타당성과 적용 가능성을 증명하거나, 기업이나 연구소에서 개발한 각종 신기술 및 시제품의 성능, 효과, 안정성, 양산 가능성, 편의성 등을 시험하기 위한 환경, 공간, 시스템, 설비 등을 의미한다. 전력분야의 테스트베드 실증 시스템 구축의 방법으로 수명이 다 된 발전소의 활용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현재 수명이 다 된 발전소는 점차적으로 폐쇄하고 있다. 수명이 다 된 발전소를 폐쇄하지 않고, 일정한 절차 및 심사를 거쳐 실증 테스트 베드로 재탄생 시킨다면 신기술, 새로운 설비의 성능을 검증할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스페인 시우덴 발전소는 유럽연합(EU)와 스페인의 공동출자로 발전설비 실증 테스트 베드를 구축하여 운영 중에 있다.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한편 에너지기술혁신을 촉진하기 위해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새로운 에너지기술, 에너지 설비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하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인 6개의 발전회사는 ‘공공기관운영법’의 적용을 받는다. 발전 공기업은 매년 국정감사를 받고, 경영평가를 받도록 되어 있다. 새로운 기술, 설비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국정감사시 강도 높은 비판에 직면할 것은 명약관화하고 경영평가에서 낮은 점수가 예상된다. 에너지 분야에 새로운 기술, 설비 수용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신기술, 신설비 실증과정에서 예기지 못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에 테스트베드 운영에 의무 위반이 없고, 사고 발생에 고의나 중과실이이 없는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공공기관운영법’상의 경영평가 등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고, 손해배상 책임을 경감 또는 면제하는 특별한 규정을 두는 제도 정비를 통해 에너지기술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실증테스트베드를 통해 신기술, 새로운 설비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전기가 생산된다. 상업운전이 아닌 실증테스트 과정에서 생산된 전기를 판매할 수 있도록 전기사업법 등 관련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실증테스트 과정에서 발생한 수익을 에너지기술혁신촉진을 위한 재원을 에너지기술혁신에 사용하는 방법으로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실증테스트 베드의 활성화는 에너지 신기술, 신설비의 국산화를 앞당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신기술, 새로운 설비가 산업에 적용하였을 경우 안정성에 문제가 없고 혁신된 기술을 적용하였을 경우 에너지기업의 이익이 증대할 것이라는 데이터의 확인은 필수적 과정인데 테스트베드의 구축을 통해 이러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산업기술혁신촉진법 제정 이후 특수영역의 기술혁신 촉진법이 제정되고 있는 추세다. 2002년 나노기술개발촉진법, 2020년 국방과학기술혁신촉진법, 2021년 기후변화대응기술개발촉진법, 2021년 중소기업기술혁신 촉진법이 특수한 영역의 특성을 반영한 기술혁신을 촉진하고 있다. 오늘날 에너지 분야의 중요성 및 특성을 고려하면 에너지 분야 실증 테스트 제도 구축을 담은 에너지기술혁신촉진법을 제정할 명분과 정당성은 충분히 축적 되었다.이동일 법무법인에너지 대표변호사

[EE칼럼] 신한울 1호기 가동과

경북 울진에 새로 건설한 신한울 1호기(1.4GW)가 지난 7일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당초 예정보다 무려 5년 8개월이나 늦어진 것이다. 격납건물의 공극을 핑계로 5년 7개월이나 세워뒀던 한빛 4호기(1.0GW)도 지난 11일부터 되살려냈다. 새 정부가 공언했던 탈원전 폐지가 드디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당장 전체 발전 설비용량이 138.86GW으로 늘어났다. 느닷없이 시작된 한파로 전력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 5년 동안 무분별하게 설치해놓은 태양광 설비가 겨울철 추위에는 무용지물에 가까울 정도로 맥을 추지 못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이제야 내년 1월 셋째 주에 예상되는 최대 수요 94GW를 무난히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적자와 부채의 늪에 빠져버린 한전의 경영에도 숨통이 트이게 된다. 신한울 1호기와 한빛 4호기만으로도 한전은 매달 57.6G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매달 35억 원의 전력 판매 수익을 올리고, LNG 전력 구입비 158억 원을 아끼게 된 것이다. 한 푼이 아쉬운 한전의 입장에서는 가뭄 끝의 단비와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3세대 한국형 원전인 APR-1400을 갖춘 신한울 1호기를 완공한 것은 2020년 4월이었다. 2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경주 지진으로 공사가 지연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작년 7월 9일의 원안위 허가에도 불구하고 상업운전을 16개월이나 늦출 수밖에 없었던 것은 상식을 완전히 벗어난 일이었다.전문성 대신 망국적인 탈원전 이념으로 똘똘 뭉친 원안위의 허무맹랑한 몽니가 문제였다. 북한의 장사정포·미사일 공격과 비행기 충돌 테러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고, 전문가들이 작성한 보고서의 용어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어처구니없는 트집 잡기도 마다하지 않았다. 원안위가 마지막으로 문제 삼았던 것이 피동형수소제거장치(PAR)의 성능이었다. 독일에서 검사한 PAR의 성능이 원안위의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공익제보가 핑계였다고 한다. 기술에 대한 최소한의 전문성도 갖추지 못했던 원안위가 ‘기준’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모든 기기의 성능은 측정 방법에 따라 달라진다. 원전의 경우에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보다 기술 선진국인 독일에서의 검사 결과가 더 정확하다는 원안위의 인식은 패배주의적인 것이었다. 오히려 독일에서의 검사가 당초 원안위가 정해놓았던 방법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공익제보로서의 가치가 없는 엉터리 제보였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야만 한다.수소 농도가 8%인 경우의 성능 검사에 대한 논란도 낯 뜨거웠다. 원자력연구원의 보고서의 ‘측정불가’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PAR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수소가 지나치게 빨리 제거되었다는 뜻이었다. 수소 제거 과정에서 발생한 작은 불씨 때문에 화재·폭발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황당했다. 격납건물 내부에는 수소 이외에 화재·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가연성 재질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원안위 때문에 한전은 지금까지 6조 원에 가까운 손실을 떠안았다.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그렇다. 한빛 4호기를 67개월 동안 세워둔 비용도 3조 원에 이른다. 오로지 탈원전을 위해 공사를 어정쩡하게 중단시켜놓은 신한울 3·4호기의 매몰비용도 7000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무지와 이념으로 국가와 국민에게 감당할 수 없는 손실과 부담을 떠안긴 원안위 위원들에게 무거운 사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제 탈원전 폐지는 더 이상 선택의 대상이 아니다. 가장 현실적인 무탄소 전원인 원전은 국가 경제와 국민 생활을 살리면서 동시에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 대안이기 때문이다.신한울 2호기와 신고리 5·6호기의 공사도 서둘러야 하고, 신한울 3·4호기의 공사도 재개해야 한다. 포기해버렸던 천지·대진 원전도 무한정 미뤄둘 수 없다. 탈원전 폐지는 부실의 늪에 빠진 한전을 살려내고, 에너지 안보를 실현하고,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대안이다.이덕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EE칼럼] 새해 에너지정책, ‘過而不改’ 깊이 새겨야

올 한해도 저물어가고 있다. 해마다 연말이면 ‘다사다난’이라는 말이 등장하지만 올해 에너지 분야에는 정말 큰 일이 있었다. 국제적으로는 2월 24일 러시아의 키이우 미사일 공습을 시작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여 원유가격을 100달러대로 끌어 올렸다. 국내에서는 3월 선거에서 정권이 교체되면서 ‘탈원전 에너지 전환’에서 ‘친원전 재생에너지 축소’로 에너지 정책의 기조를 틀었다.다시 찾아온 고유가 시대는 당장 우리나라 에너지 수입액의 급증으로 나타났다. 올 8월까지 에너지 수입액은 1444억 4100만 달러로 지난해 연간 에너지 수입액 1372억 200만 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12월 현재 국제 유가는 80달러를 오르내리고 있지만 올해 에너지 수입액은 2천억 달러를 넘어서 총 수입액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1차에너지의 93%를 수입해야 하는 우리나라로서는 고유가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1차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전력 생산가도 끌어올려 한국전력은 최대의 적자를 기록하며 부채도 크게 늘었다.고유가는 에너지 수입국들로 하여금 새삼 에너지 자립에 대한 관심과 열의를 불러일으켰다. 유럽연합은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석유와 가스의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한편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이고 목표 연도를 앞당기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하기로 했다. 미국도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한 축으로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 확대를 꾀하고 있다.재생에너지는 양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나라에 고루 주어지는 자주적인 에너지일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도 감축하여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재생에너지 목표를 축소하고 있으니 이해하기 어렵다.3월에는 역대급 박빙의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신승한 국민의힘 윤석열 정부는 예고한 대로 ‘친원전, 재생에너지 축소’를 에너지 정책의 근간으로 삼았다. 2030년 발전량 비중 목표는 원전이 23.9%에서 32.8%로 확대된 반면 재생에너지는 30~35%에서 21.5%로 축소되었다.정부가 앞장선 원전 수출은 발주국의 정치적 목표에 따라 미·일연합이나 러시아, 중국으로 좁혀지고 있는데다 독자적인 수출권을 갖지 못한 우리나라는 한국형 원자로에 대해 원천기술권을 보유한 웨스팅하우스로부터 소송까지 제기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나마 최근 산자부가 폐로 분야에 기술 개발을 위한 예산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 진일보한 정책이라 할 수 있다.더 심각한 것은 세계 각국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오히려 목표를 줄였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재생에너지 보급 상황은 남아도는 것이 아니라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 엄중한 현실이다. 당장 RE100을 요구하는 구매자들을 위해 삼성전자 등 수출 대기업들이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이 아니라 유럽이나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납품하는 상황이다.내년 유럽연합의 탄소 국경조정세 시행을 앞두고 미국과 유럽연합이 중국의 철강제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하지 않은 제품에 대해 탄소 국경조정세를 부과하는 것이 구체화되면 우리나라도 집중 공격 대상이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재생에너지의 확대는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한국 경제가 당면한 과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문제가 과도하게 정파화 되어 민주당 정부와 차별화를 추구하는 국민의힘 정부가 궤도 수정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점점 더 무거운 짐을 지게 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세계적으로 자립적이고 청정한 에너지 체제로 전환하는 중요한 시기에 우리나라에서는 에너지 문제가 과도하게 정파화되어 정책이 역주행하는 매우 안타깝고 불행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국회에서도 한국 경제가 처한 현실과 시급한 대처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며칠 전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과이불개(過而不改)’를 선정했다. 공자가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고 한다"라고 한데서 유래한 말이다. 많은 교수들이 이 말을 올해를 대표하는 사자성어로 추천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에너지 정책 분야에도 딱 들어맞는 말이라고 생각된다.한해를 보내며 내년에는 잘못인 줄 알면 고쳐 나가는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신동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이사

[EE칼럼] 자원안보 외치면서 해외광산 졸속 매각 할건가

윤석열 정부가 지난 정부에서 ‘적폐’로 찍혔던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민간 기업이 중심이 되고, 공기업이 지원하는 형태로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에너지를 포함 원자재 공급망 위기에서 출발한 윤석열 정부는 지난 정부 10년의 해외 자원개발 정책 잘못을 바로 잡고 실행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김대중 정부때 시작된 해외 자원개발은 노무현 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때 대대적인 드라이브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에너지·광물의 자원개발률 목표 달성에 급급해 투자 성과가 부실하다는 이유 등을 내세워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아예 ‘적폐’로 낙인 찍어 보유하고 있던 해외 광산을 헐값 매각하기도 했다.이에 따라 지난해 공기업의 해외 자원개발 신규 사업은 전무했다. 우리 정부가 해외 자원개발에서 손을 놓은 사이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들은 해외에서 핵심 자원 확보에 속도를 내며 우리를 멀쩍이 따돌리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핵심 광물을 대부분 장악하다시피 한 상태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인 양극재에 쓰이는 리튬과 코발트의 경우 중국의 제련 의존도가 60% 정도 된다. 특히 전기차 성능을 결정하는 양극재 핵심 소재 니켈, 코발트, 알루미늄 등으로 만드는 전구체의 중국산 비중은 99.99%나 된다. 중국을 거치지 않고서는 광물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는 중국이 2000년대초부터 광물 매장량이 풍부한 중남미와 아프리카를 집중 공략한데 따른 결과다. 일본도 중국 못지 않게 해외 자원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난 8월 튀니지에서 개막된 아프리카개발회의(TLCAD)에서 앞으로 3년 동안 아프리카에 민관 합동으로 총 300억 달러(약 42조원)를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우리나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 캐나다를 공식 방문하여 캐나다 총리와 배터리 핵심 소재 광물에 대한 협력 강화를 이끌어 냈다. 캐나다는 니켈 매장량 세계 5위, 정련 코발트 생산 3위 등 배터리 원자재가 풍부한 광물 수출 국가다. 지난 4일에는 응우엔 쑤언 푹 베트남 주석이 한국을 방문하여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베트남 희토류 개발 및 다양한 핵심 광물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현재 글로벌 에너지.자원시장은 하루가 멀게 변하고 있다. 미중 갈등 격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공급망 차질로 천연가스와 석탄 등 에너지 가격 뿐만 아니라 반도체, 이차전지용 핵심 광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에너지와 광물자원 대부분(92.5%)을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에너지와 광물 수입액 급증으로 무역수지 적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수출액이 작년보다 5% 늘어나 68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사상 최대 수출에도 불구하고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수입액이 1741억달러로 1년전보다 75%(748억달러) 급증했다. 이처럼 에너지 가격이 눈덩이 처럼 불어나는 바람에 올 들어 11월까지 무역수지 적자가 역대 최대인 426억달러에 달했다. 여기에 철광석, 니켈, 구리 등 광물 수입액을 합치면 그야말로 엄청난 적자를 기록할 것이다. 석탄 수입액만도 198억달러(약 28조3000억원)에 달한다. 우리나라가 연간 평균 1억톤 정도를 수입해 쓰고 있는 유연탄의 경우 12일 기준 호주 뉴캐슬 현물가격이 톤당 440달러로 연초 대비 118% 급등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한국광물자원공사(현, 한국광해광업공단)가 보유하고 있는 호주 나라브리 유연탄 광산을 매각키로 했다. 나리브리 광산은 1억 6900만톤 규모의 유연탄이 매장된 ‘알짜광산’이다. 매년 약 600만톤의 고품질 발전 및 제철용 유연탄을 생산 하고 있다. 나라브리 광산은 광물자원공사 해외 자산 중 거의 유일하게 매년 꾸준히 수익을 낸 광산이다. 2017년 3255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낸데 이어 지난해에도 664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광물자원공사가 어쩔수 없이 지분을 매각할 수 밖에 없다면 유연탄을 필요로 하는 국내 발전사가 인수 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본과 중국 기업이 우리 지분을 가져갈 공산이 높다. 해외 자원개발은 탐사-개발-생산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평균 수십년이 소요되는 사업이다. 따라서 단기적인 자원 가격 급등락에 일희일비해서는 일관되게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 더구나 정치 논리로 접근해 자원개발의 맥과 생태계를 끊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는 제품을 수출해서 벌어들인 돈을 에너지와 광물 수입에 다 쓰고도 부족해 기록적 적자를 내고 있다. 수출이 줄고 에너지를 포함 원자재 수입이 늘어나는 현상을 잘 살펴봐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국가간 총성 없는 자원전쟁이 벌이지고 있다. 정부가 자원안보를 외치면서 그나마 보유하고 있는 알짜광산을 내다 파는 일은 없어야 하지만 부득히 팔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면 보다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또한 원자재 가격 인상을 우리의 능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해외 자원개발을 통한 공급망 확보에 보다 세밀한 대책이 요구된다.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EE칼럼] 전력수급계획 개편, 전력시장과 연계성 높여야

조만간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확정될 예정이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수급계획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수급계획의 역할과 기능전환에 대한 검토는 이미 2001년 전력산업구조개편과 더불어 시작되었다. 구조개편 이후 발전진입이 허용되고 시장이 도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거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 전원을 개발하여 산업에 필요한 동력을 제공하던 국가주도 전원개발계획은 이미 역할을 다 한지 오래다. 지금은 재원조달의 어려움도, 기술적 제약도, 비용최소화라는 전원선택 기준도 유효하지 않다. 10여년 전부터는 에너지계획이라는 또다른 국가계획이 만들어지면서 계획간의 중복성, 정합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수급계획의 순기능보다는 오히려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수급계획은 공급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계획이다. 가장 핵심적인 역할은 계획기간 중 최대수요를 만족할 수 있도록 충분한 발전설비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설비확보의 충족이 에너지믹스의 적정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정책과 시장간에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과거의 계획을 보면 피크설비인 가스발전의 이용율이 턱없이 낮은 경우가 많았다. 설비와 에너지가 제각기 따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용율이 낮은 설비는 결국 수익성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 적자 발생시 수급계획이라는 규제를 빌미로 정부 책임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수급계획은 최근들어 에너지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계획이라고 해봐야 수요증가 둔화로 10년 이후에나 예정된 원전 등 소수의 설비가 전부다. 이 또한 2년후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바뀔수 있다. 그럼에도 수급계획이 만들어질 때마다 적지 않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한다. 수요전망 수준과 전원믹스의 문제로 정치적 공방과 논란도 그치지 않고 있다. 이제 과거의 시각에서 벋어나 근본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할 때다. 우선, 수급계획이라는 틀을 탈피하여 국가 에너지정책으로 변모하여야 한다. 공급력 확보문제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계통운영자의 몫으로 간주한다. 우리도 수급계획의 일부를 계통운영자에게 이전하여야 한다. 공급력 확보는 적정용량(adequacy) 개념으로 용량시장을 통해 조달하면 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통합에너지정책(Integrated Energy Policy Report)을 2년마다 수립한다. 여기에는 전력자원계획, 전력가스예측, 에너지효율향상, 신재생에너지, 송전망계획, 기후변화, 원자력 등 다양한 자원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우리의 에너지정책도 에너지원별로 나누어 접근하기 보다는 통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둘째 에너지 전망의 전환이 필요하다. 국가에너지 관점에서 보면 사실 에너지수급이 공급력 확보보다 중요하다. 경제여건이나 에너지가격 변동 그리고 재생에너지, 수소에너지, 전기차. ESS(에너지저장시스템) 등 에너지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미래 에너지 수요와 공급변동을 예측하여 정책수단을 대비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변동요인을 고려할 수 있는 시나리오접근이 필요하다. 즉, 변동요인에 따른 에너지전망(outlook)을 토대로 에너지 절감, 온실가스 감축, 신에너지자원을 등 다양한 대응수단을 강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다면 에너지원별 전망과 연계된 일관성 있는 국가에너지정책의 수립이 가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력시장과의 연계가 필요하다. 수급계획은 기본적으로 전원선택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실제 시장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반영하기 어렵다. 수급계획이 시장과 따로 움직인다면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들어 본들 현실과는 동떨어진 얘기일 뿐이다. 시장이란 본래 상대방의 행태나 전략, 그리고 투자리스크를 안고 갈 수밖에 없다. 이것은 정부가 무한책임을 질 수 없는 투자자의 몫이다. 전력시장에서 가격입찰이 가능하다면 시장신호에 따른 투자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수급계획이 어떤 설비를 누가 언제 어디에다 지을 것인가를 정해주던 과거와는 다른 환경이다. 이제 수급계획을 전력회사, 사업자 등 다양한 시장참여자에게 신뢰성 있는 정책방향과 정보를 제공하는 새로운 기능으로 재편할 때다.이창호 가천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과 교수

[EE칼럼] 세계가 직면한 ‘낯선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위기

지난 6월 29일 유럽중앙은행(ECB) 연례회의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앤드류 베일리 영란은행(BOE) 총재는 저금리와 저물가 시대가 끝났다며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신속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베일리 총재는 경제가 작동하는 방식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으며 코로나로 인한 고용감소와 임금상승 위험이 노동시장에 구조적 유산을 남겼다고 언급했고 라가르드 총재는 세계가 저인플레이션 국면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팬데믹과 전쟁으로 인해 촉발된 거대한 힘이 우리의 환경과 상황을 바꿀 것이라 말했다. 파월 의장은 저인플레이션 국면이 사라지면서 중앙은행의 운영방식을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그런데 파월 총재는 인플레이션을 예측하는 일이 더 어려워졌다고 말하며 "인플레이션에 대해 이해가 적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하고 있고, 알고 있어야 할 그의 입에서 나온 발언인지 의심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파월이 역대급 물가상승에 대응할 지속적 금리 인상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하게 되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투자자들에게 30년간의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했던 매크로 환경이 끝나고 모든 것이 불안정해지는 대 격분기The Great Exasperation가 오고 있다는 기사를 냈다. 역대급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자 주식과 채권시장 모두 타격을 입고 투자기관 전략가들의 내러티브를 박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한 시대의 종언과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파월이 고백한 ‘낯선 인플레이션’를 유발한 요인 중 하나가 에너지 위기다. 지난해 영국의 풍력발전이 기대했던 전력을 생산하지 못하면서 시작된 에너지 위기로 천연가스 수요는 폭증한 반면 재고는 부족해 이를 사용하는 모든 산업에 전이되면서 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천연가스로 만드는 비료와 부산물인 이산화탄소가 모자라 식품 밸류체인에 영향을 미치면서 슈퍼마켓 매대는 비어가기 시작했고 식품 가격이 급등했다. 가격이 올라가면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톤당 1만 1000달러의 전력비용을 들여 만든 알루미늄이 시장에서 2800달러에 팔리자 프랑스 알루미늄 공장은 감산과 가동중단을 선택하며 가격은 올라가고 공급은 더욱 악화되었다. 때마침 이중통제로 석탄사용을 줄여가던 중국의 대정전으로 주요공장들이 멈춰 서면서 공급악화가 가중되었고 선진국들은 그해 11월부터 수십 년 만의 물가인상에 직면하게 되었다. 파월은 그 시점에서 ‘일시적’이라던 인플레이션 발언을 철회했고 독일은 2022년 1월부터 25.9% 상승한 생산자 물가가 현재까지 3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일시적이라던 에너지 위기는 구조적 결함으로 지속되고 있다. 유럽은 전쟁 때문이라 러시아를 탓하고 있으나 이들의 위기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것이다. 에너지 위기로 전기와 난방가격이 치솟고 동일 제품 구매에 추가적인 돈을 내야 하는 시민들의 지갑은 얇아져 빈곤층부터 생활비 위기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국민들이 매달 276달러를 추가 지불해야 한다고 추산했으며 G7 국가 중 소비자물가상승률이 가장 높은 영국에서는 6명 중 1명이 끼니를 거른다는 충격적인 조사결과가 나왔다는데 청년층으로 좁히면 이 수치는 28%로 올라간다. 생활이 어려워진 시민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 되었고 기업들은 에너지비용증가와 함께 추가 비용을 제품에 전가하면서 구조적 인플레이션은 강화되고 있다. 반면 높은 천연가스 가격을 이기지 못한 유럽 공장들은 감산과 가동중단을 하며 에너지 비용이 저렴한 해외이전을 고려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유럽의 구조조정과 실업이 증가할 것이나 물가상승의 근본 원인이 제거되지 않고 있다.금리 인상도 물가상승도 언젠가는 멈출 것이다. 그러나 부족한 화석연료가 전 세계에 언제 충분히 공급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우드 매킨지는 2026년까지 LNG 공급이 타이트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최근 일본 경제산업성 회의에 참석한 니시자와 준 미쓰비시상사 천연가스부문 최고경영자는 중국 수요회복, 유럽의 러시아산 화석연료 탈피, LNG 프로젝트 투자감소 등으로 몇 년은 고사하고 2030년 이후에도 현물시장의 고공행진이 계속될 것이라 지적했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2035년까지 에너지 믹스에서 가스발전 비중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통화정책이 없는 화석연료를 만들어낼 수 없고 급등하는 에너지 비용을 줄이기 위한 재정정책과 보조금은 금리 인상의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파월이 고백한 낯선 인플레이션의 실체다.최승신 C2S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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