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시장원리 거스른](http://www.ekn.kr/mnt/thum/202212/2022122201001127400048721.jpg)
한국전력공사 회사채(한전채) 발행 한도를 기존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금액의 2배에서 최대 5배까지 늘리는 ‘한국전력공사법 일부 개정안’이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전문가들은 한전채 발행 없이 관련법을 위반하지 않고 정상 운영하려면 내년 초 전기요금을 올해 인상분의 3배가 넘는 1kW당 약 64원 올려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렴한 전기요금의 문제점들이 일시에 분출하듯 터진 한전 적자 사태의 심각성 때문인지, 새로운 개정안에 한전채 발행 한도를 5배에서 6배로 높이고, 5년 일몰제 등을 추가하여 15일 국회 상임위원회 소위, 20일에는 상임위를 빠르게 통과했고, 해를 넘기지 않고 28일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기로 여야가 합의했다. 올해 전기요금은 전력량요금 2.5원, 기준연료비 9.8원, 기후환경요금 2.0원, 연료비조정요금 5.0원씩 올라 1kW당 총 19.3원 인상됐고 누적 적자는 약 30~37조 원이 예상된다. 반면 한전 적자 이면에 4개 대기업 계열 민간 발전 6개사의 영업이익은 3분기까지 1조 478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 7579억 원의 약 2배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한전 적자의 근본적 원인은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누적되어온 전력시장 왜곡과 지나친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 때문이다. 전례 없는 글로벌 에너지 위기 속에 원유·가스·석탄 3대 에너지원 특히 발전 연료로 주로 사용되는 가스·석탄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수출입통계를 보면 9월 기준 지난해 동월 대비 가스는 190.2%, 석탄은 143.0% 각각 상승했다. 2020년 대비로 보면 가스는 최대 8배, 석탄이 5.8배가 되었고 같은 기간 전력시장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은 68.9원에서 올해 1~9월 177.4원으로 2.6배가 되었다. 다만 판매단가는 고작 116.4원이었다. 비싼 원료로 만든 전기를 비싸게 사서 싸게 파니 적자가 발생한 거다. 한전 적자 사태는 전기를 수입 화석연료에 의존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험과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냈다. 지난해 한전 전력통계월보에 따른 국내 연료 원별 발전 비율을 보면 석탄 34.3%, 가스 29.2%, 원자력 27.3%, 신재생 7.5%, 기타 1.6%였다. 반면 계약 종별 판매량 비율은 산업용 54.6%, 일반용 22.4%, 주택용 15.0%, 농사용 3.9%, 심야 1.9%, 교육용 1.6%, 가로등 0.6%였다. 전기를 만드는 데는 무역수지적자 키우는 값비싼 수입 가스, 석탄으로 63.5%를 만들었고 값싼 전기요금의 혜택은 산업용이 54.6%를 가져갔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중 온실가스 배출증가율 1위, 전력량 중 재생점유율 꼴찌가 되어 ‘기후 악당’으로 조롱받는 국가가 되었다. 그것도 모자라 2022년 석탄발전 원자력발전 용량이 각각 증가하는 유일한 국가가 될 것이며 CBAM, RE100 대응은 더 힘들게 되었다. 이전 정부는 전기생산에 들어간 연료비 변동분을 3개월 단위로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해 시행했다. 다만 유보 권한을 발동해 동결했고 지난 3월 치뤄진 대선에서는 ‘4월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를 공약으로 내건 후보가 당선됐다. 새 정부는 늘 시장 논리를 중시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정작 전력시장 왜곡을 바로잡거나 기능 정상화에 대한 노력은 부족했다. 한전 적자가 증가할 때도 SMP 상한제를 도입해 전기가 거래되는 중간 단계에서 캡을 씌워 전력시장 왜곡을 심화시켰고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으로 기후위기 대응, 에너지 안보 강화에 핵심인 재생에너지를 위축시켰다, 한전 또한 최근 발표한 이번 사태대책에서 ‘화석연료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언급하지 않아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한전의 천문학적 적자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 다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국가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원가주의에 입각한 전기요금 현실화 및 재설계, 에너지 세제개편, 교차 보조 문제 등이 해소되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수입 화석연료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 연료가 ‘국산 공짜’ 면서,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재생에너지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 전기요금이 시장에 정상적인 가격 신호를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에너지를 적게 쓰는 소비자가 혜택을 보게 되고 에너지 효율 향상을 기대할 수 있으며 기후변화 대응, 재생에너지의 확대, CBAM, RE100 등 탄소 배출과 관련한 규제비용에도 대응할 수 있다. 이제 저렴한 전기요금의 역습이 시작되었다. 인플레이션, 고금리, 실질 소득 감소와 함께 잘못된 에너지 정책으로 인한 저렴한 전기요금의 역습으로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부끄러운 유산을 물려주는 것과 동시에 다시 경제위기를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황민수 한국전기통신기술연구조합 전문위원/ 에너지전환포럼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