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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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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전력산업 위기, 요금 정상화·수요관리로 극복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2.20 10:43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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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지난해 유럽과 중국, 인도, 텍사스 등에서는 전력 부족과 대규모 정전을 겪었다. 올해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로 유럽과 전 세계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다.

러시아 천연가스에 40퍼센트나 의존하던 유럽연합(EU)은 급하게 미국과 중동으로 액화천연가스(LNG)의 도입선을 돌렸고, 그 여파로 세계 LNG 시장은 그야말로 부르는게 값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의 진원지인 유럽은 천연가스 가격 폭등에 따라 전기요금 급등, 전력수급 불안, 산업체의 가동 중단, 전력회사들의 재무 위기 등 130여년의 전력산업 역사에서 가장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올해 독일을 포함한 EU 주요국들은 마이너스 경제성장이 전망된다. 바야흐로 에너지 위기와 경제 위기가 결합되는 복합 위기를 맞고 있다.

유럽발 에너지 위기는 지구촌을 돌아 천연가스, 석탄, 석유 등 주요 화석연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일본, 대만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여기에, 일본은 공급력 부족으로 전력공급의 제한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전력공급이라는 전력산업의 목표는 아득한 먼 옛날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나마 미국 등 소수의 천연가스 부국만이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전기요금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의 올해 상반기 주택용 전기요금은 115원/kWh 정도로 전년 동기간 대비 7% 상승에 거쳤다. 반면, EU 국가들의 상반기 주택용 전기요금은 평균 260원/kWh 수준으로 전년보다 44% 정도나 올랐다. 심지어 그리스는 420원/kWh, 139%나 폭등하였다. 독일도 올해 7월 대대적으로 전기요금을 인상하였다. 주택용은 37.30ct/kWh(500원/kWh 내외), 산업용은 40.05ct/kWh(540원/kWh 내외)까지 인상되었다. 작년 대비 각각 16%, 87% 오른 것이다. 그나마 부담금 및 세금의 인하로 이 정도에 머물렀다.

에너지 위기가 진행되고 있는 현재, EU 소비자들은 우리나라보다 적게는 2배, 많게는 5배까지 지불하고 있다. 가격 인상 등으로 올해 상반기 EU의 전력소비는 0.5% 감소한 반면, 우리나라는 4% 정도나 증가했다. 전기요금을 제때 인상하지 않아 역대 최대가격인 LNG 수입량은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의 무역적자 24.7억달러는 순전히 에너지 수입의 증가에 따른 것이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맞아 우리나라와 EU의 대응 방식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먼저, 우리나라는 소비자의 물가 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주요 에너지 공기업인 한전,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의 적자로 이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이는 발전사업자의 수입처인 도매전력시장 가격의 규제, 소위 SMP 상한제의 도입으로까지 전개되었다.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대신, 생산자인 발전사업자와 판매사업자인 한전 등에게 고통을 분담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그 결과, 최종에너지 소비의 주체인 기업과 소비자는 에너지 절약과 수요 관리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올해 한전은 30조 원, 가스공사는 10조 원, 지역난방공사는 수천억 원수준의 영업 적자가 예상된다. 적자에 허덕이는 에너지 공기업의 천문학적인 채권 발행으로 사채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긴급하게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민간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어 우려가 된다.

EU와 일본은 천연가스 등 연료비 상승분을 제때 소비자에게 전가하여 소비 절약과 수요 관리를 적극 유인하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 소비자 요금을 직접 감면하는 대신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거나 제반 부담금, 세금 등을 감면하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에너지 위기의 충격이 큰 독일은 350조 원 이상,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은 100조 원 이상, 스페인은 50조 원 이상을 재정으로 지원하고 있다. 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적자가 불가피한 전력회사들에게는 긴급 유동성 지원에서부터 정부가 지분을 인수하여 재정으로 지원하는 정책까지 펼치고 있다. 즉, 연료비 상승에 따른 비용 상승분을 원칙적으로 소비자에게 요금으로 전가하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하여 보조적으로 소비자, 기업, 전력회사들에 대한 재정 지원과 부담금 감소 등을 도입하고 있다. 가격 신호를 통한 에너지 절감이 에너지 안보의 출발점이자 종착역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우리도 지금부터라도 최종소비자에게 적정한 에너지 요금을 부과하여, 이들이 혁신적으로 에너지를 절감하고 절약할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그 다음이 기업과 소비자에 대한 보조금과 재정의 지원이다. 본말이 전도된 현 상황을 가능한 빨리 바로잡아야 이번 에너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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