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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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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신한울 1호기 가동과 '탈원전 이념' 폐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2.18 09:00

이덕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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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경북 울진에 새로 건설한 신한울 1호기(1.4GW)가 지난 7일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당초 예정보다 무려 5년 8개월이나 늦어진 것이다. 격납건물의 공극을 핑계로 5년 7개월이나 세워뒀던 한빛 4호기(1.0GW)도 지난 11일부터 되살려냈다. 새 정부가 공언했던 탈원전 폐지가 드디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당장 전체 발전 설비용량이 138.86GW으로 늘어났다. 느닷없이 시작된 한파로 전력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 5년 동안 무분별하게 설치해놓은 태양광 설비가 겨울철 추위에는 무용지물에 가까울 정도로 맥을 추지 못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이제야 내년 1월 셋째 주에 예상되는 최대 수요 94GW를 무난히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적자와 부채의 늪에 빠져버린 한전의 경영에도 숨통이 트이게 된다. 신한울 1호기와 한빛 4호기만으로도 한전은 매달 57.6G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매달 35억 원의 전력 판매 수익을 올리고, LNG 전력 구입비 158억 원을 아끼게 된 것이다. 한 푼이 아쉬운 한전의 입장에서는 가뭄 끝의 단비와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3세대 한국형 원전인 APR-1400을 갖춘 신한울 1호기를 완공한 것은 2020년 4월이었다. 2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경주 지진으로 공사가 지연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작년 7월 9일의 원안위 허가에도 불구하고 상업운전을 16개월이나 늦출 수밖에 없었던 것은 상식을 완전히 벗어난 일이었다.

전문성 대신 망국적인 탈원전 이념으로 똘똘 뭉친 원안위의 허무맹랑한 몽니가 문제였다. 북한의 장사정포·미사일 공격과 비행기 충돌 테러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고, 전문가들이 작성한 보고서의 용어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어처구니없는 트집 잡기도 마다하지 않았다.

원안위가 마지막으로 문제 삼았던 것이 피동형수소제거장치(PAR)의 성능이었다. 독일에서 검사한 PAR의 성능이 원안위의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공익제보가 핑계였다고 한다. 기술에 대한 최소한의 전문성도 갖추지 못했던 원안위가 ‘기준’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모든 기기의 성능은 측정 방법에 따라 달라진다. 원전의 경우에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보다 기술 선진국인 독일에서의 검사 결과가 더 정확하다는 원안위의 인식은 패배주의적인 것이었다. 오히려 독일에서의 검사가 당초 원안위가 정해놓았던 방법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공익제보로서의 가치가 없는 엉터리 제보였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야만 한다.

수소 농도가 8%인 경우의 성능 검사에 대한 논란도 낯 뜨거웠다. 원자력연구원의 보고서의 ‘측정불가’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PAR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수소가 지나치게 빨리 제거되었다는 뜻이었다. 수소 제거 과정에서 발생한 작은 불씨 때문에 화재·폭발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황당했다. 격납건물 내부에는 수소 이외에 화재·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가연성 재질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원안위 때문에 한전은 지금까지 6조 원에 가까운 손실을 떠안았다.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그렇다. 한빛 4호기를 67개월 동안 세워둔 비용도 3조 원에 이른다. 오로지 탈원전을 위해 공사를 어정쩡하게 중단시켜놓은 신한울 3·4호기의 매몰비용도 7000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

무지와 이념으로 국가와 국민에게 감당할 수 없는 손실과 부담을 떠안긴 원안위 위원들에게 무거운 사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제 탈원전 폐지는 더 이상 선택의 대상이 아니다. 가장 현실적인 무탄소 전원인 원전은 국가 경제와 국민 생활을 살리면서 동시에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 대안이기 때문이다.

신한울 2호기와 신고리 5·6호기의 공사도 서둘러야 하고, 신한울 3·4호기의 공사도 재개해야 한다. 포기해버렸던 천지·대진 원전도 무한정 미뤄둘 수 없다. 탈원전 폐지는 부실의 늪에 빠진 한전을 살려내고, 에너지 안보를 실현하고,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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