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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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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자원안보 외치면서 해외광산 졸속 매각 할건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2.14 10:22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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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윤석열 정부가 지난 정부에서 ‘적폐’로 찍혔던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민간 기업이 중심이 되고, 공기업이 지원하는 형태로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에너지를 포함 원자재 공급망 위기에서 출발한 윤석열 정부는 지난 정부 10년의 해외 자원개발 정책 잘못을 바로 잡고 실행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김대중 정부때 시작된 해외 자원개발은 노무현 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때 대대적인 드라이브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에너지·광물의 자원개발률 목표 달성에 급급해 투자 성과가 부실하다는 이유 등을 내세워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아예 ‘적폐’로 낙인 찍어 보유하고 있던 해외 광산을 헐값 매각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공기업의 해외 자원개발 신규 사업은 전무했다. 우리 정부가 해외 자원개발에서 손을 놓은 사이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들은 해외에서 핵심 자원 확보에 속도를 내며 우리를 멀쩍이 따돌리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핵심 광물을 대부분 장악하다시피 한 상태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인 양극재에 쓰이는 리튬과 코발트의 경우 중국의 제련 의존도가 60% 정도 된다. 특히 전기차 성능을 결정하는 양극재 핵심 소재 니켈, 코발트, 알루미늄 등으로 만드는 전구체의 중국산 비중은 99.99%나 된다. 중국을 거치지 않고서는 광물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는 중국이 2000년대초부터 광물 매장량이 풍부한 중남미와 아프리카를 집중 공략한데 따른 결과다.

일본도 중국 못지 않게 해외 자원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난 8월 튀니지에서 개막된 아프리카개발회의(TLCAD)에서 앞으로 3년 동안 아프리카에 민관 합동으로 총 300억 달러(약 42조원)를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우리나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 캐나다를 공식 방문하여 캐나다 총리와 배터리 핵심 소재 광물에 대한 협력 강화를 이끌어 냈다. 캐나다는 니켈 매장량 세계 5위, 정련 코발트 생산 3위 등 배터리 원자재가 풍부한 광물 수출 국가다. 지난 4일에는 응우엔 쑤언 푹 베트남 주석이 한국을 방문하여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베트남 희토류 개발 및 다양한 핵심 광물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글로벌 에너지.자원시장은 하루가 멀게 변하고 있다. 미중 갈등 격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공급망 차질로 천연가스와 석탄 등 에너지 가격 뿐만 아니라 반도체, 이차전지용 핵심 광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에너지와 광물자원 대부분(92.5%)을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에너지와 광물 수입액 급증으로 무역수지 적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수출액이 작년보다 5% 늘어나 68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사상 최대 수출에도 불구하고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수입액이 1741억달러로 1년전보다 75%(748억달러) 급증했다.

이처럼 에너지 가격이 눈덩이 처럼 불어나는 바람에 올 들어 11월까지 무역수지 적자가 역대 최대인 426억달러에 달했다. 여기에 철광석, 니켈, 구리 등 광물 수입액을 합치면 그야말로 엄청난 적자를 기록할 것이다. 석탄 수입액만도 198억달러(약 28조3000억원)에 달한다. 우리나라가 연간 평균 1억톤 정도를 수입해 쓰고 있는 유연탄의 경우 12일 기준 호주 뉴캐슬 현물가격이 톤당 440달러로 연초 대비 118% 급등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한국광물자원공사(현, 한국광해광업공단)가 보유하고 있는 호주 나라브리 유연탄 광산을 매각키로 했다. 나리브리 광산은 1억 6900만톤 규모의 유연탄이 매장된 ‘알짜광산’이다. 매년 약 600만톤의 고품질 발전 및 제철용 유연탄을 생산 하고 있다. 나라브리 광산은 광물자원공사 해외 자산 중 거의 유일하게 매년 꾸준히 수익을 낸 광산이다. 2017년 3255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낸데 이어 지난해에도 664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광물자원공사가 어쩔수 없이 지분을 매각할 수 밖에 없다면 유연탄을 필요로 하는 국내 발전사가 인수 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본과 중국 기업이 우리 지분을 가져갈 공산이 높다.

해외 자원개발은 탐사-개발-생산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평균 수십년이 소요되는 사업이다. 따라서 단기적인 자원 가격 급등락에 일희일비해서는 일관되게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 더구나 정치 논리로 접근해 자원개발의 맥과 생태계를 끊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는 제품을 수출해서 벌어들인 돈을 에너지와 광물 수입에 다 쓰고도 부족해 기록적 적자를 내고 있다. 수출이 줄고 에너지를 포함 원자재 수입이 늘어나는 현상을 잘 살펴봐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국가간 총성 없는 자원전쟁이 벌이지고 있다. 정부가 자원안보를 외치면서 그나마 보유하고 있는 알짜광산을 내다 파는 일은 없어야 하지만 부득히 팔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면 보다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또한 원자재 가격 인상을 우리의 능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해외 자원개발을 통한 공급망 확보에 보다 세밀한 대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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