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중국인 단체관광, 한중 교류 마중물 삼아야](http://www.ekn.kr/mnt/thum/202309/2023091301000295300013741.jpg)
지난달 중국 문화여유부(문화관광부)가 한국을 포함한 78개국에 중국인의 단체관광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2017년 3월 이후 사실상 중단됐던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이 6년 5개월만에 물꼬를 터게 됐다.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이 허용되면서 그 동안 지지부진하던 관련 기업의 주가가 폭등했다. 중국의존도가 높았지만 한중 관계 악화 이후 대체 시장을 찾지 못했던 화장품, 호텔, 면세점, 여행사 등 유관 업종의 주가가 빠른 회복세를 타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첫 중국 단체관광객이 방한하면서 면세점과 명동거리 등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달 말부터 내달 초까지 이어지는 추석과 국경절 연휴를 계기로 방한 중국 단체관광이 절정에 달할 전망이다. 중국 단체관광객을 상대하는 상점들은 중국어 가능 직원을 뽑기 위해 분주하다. 중국의 단체관광 허용을 계기로 관광교류는 물론이고 한중 관계를 어떻게 발전시킬지에 대해 정부 당국과 기업들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겪어왔듯이 중국은 공식적인 조치 외에 비공식적인 조치가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큰 나라다. 실제로 한국 단체관광 금지조치를 공식적으로 취한 것은 코로나19와 방역이 명분이지만, 사실상 불허한 것은 그보다 훨씬 이전인 성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결정 이후부터다. 표면적으로는 단체간광을 허용한다고 하지만 특정 상황이나 사건을 계기로 언제든지 비공식적으로 단체관광을 가로막는다. 특정국에 대해 중단까지는 아니더라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여론을 조성하기도 한다. 최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이 중국인의 반일 감정을 자극하면서 일본 단체관광 취소와 중국 내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한 것만으로 중국 관광객이 사드 배치 결정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인의 한국인에 대한 호감도는 여전히 그다지 높지 않으며, 한중 관계가 경색 국면을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므로 더 많은 중국인이 한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중국 여행사들과 협력은 물론이고 수천, 수만의 직원을 해외관광 보내는 기업들과도 적극적으로 접촉하고 항공편도 늘려야 한다. 한편으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세계 각국이 중국과 중국인에 대해 상당한 비호감도를 가지게 됐다. 한국인 역시 한한령을 계기로 중국에 대해 비호감도가 대폭 상승했다. 방한 중국인은 적어도 한국에 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간주하고 우호적으로 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 한국을 찾지 않은 중국인에 대해서도 우리가 먼저 마음을 열어야 한다. 비우호적으로 대하는 국가를 방문하고 물건을 구매할 중국인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단체관광을 계기로 정부 차원에서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여전히 남아 있는 게임, 드라마, 영화, 공연 등 한류 콘텐츠에 대한 제한을 풀도록 적극적인 외교를 펼쳐야 한다. 한류가 한국 제품에 대한 구매 열기로 확장되도록 해 더 커진 중국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위상을 회복해야 한다. 한일, 한미일 안보협력은 국가의 생존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경직된 사고로 한국의 안보를 위해 스스로 밥그릇을 걷어차는 일은 삼가야 할 것이다. 미국은 중국과 치열한 패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와 반도체 수출 통제 등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미국의 주요 인사들이 중국을 방문해 극단적인 충돌을 피하고 새로운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이 지나치게 중국과 거리를 둘 경우 미중, 미일 관계가 회복된 후에도 한중 관계가 경색 국면을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