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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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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 칼럼] 이-팔 전쟁발 중동정세 불안과 한국 경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0.11 17:08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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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분쟁은 이미 선을 넘어섰다. 이스라엘이 협상은 없다고 단언한 가운데 하마스가 있는 가자지구(Gaza Strip)로의 지상군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상군이 투입되면 인명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하루 속히 평화가 오기를 바래본다.

이-팔 전쟁을 오로지 경제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이번 분쟁은 분명 이제 막 코로나 펜데믹을 벗어나 정상화를 도모하고 있는 세계 경제에 큰 악재다. 다행스러운 것은 대부분 전문가들이 공감하는 바이지만, 이번 분쟁이 주변국의 참전을 의미하는 확전으로 번지지만 않는다면 일정 수준의 쇼크에서 악영향이 멈출 것이다. 악영향은 바로 국제유가의 상승이다.

최근 국제 유가는 안정세를 보이다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배럴당 90달러 수준으로 급등했다. 일각에서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150달러까지 갈 가능성까지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 정도 수준까지 국제 유가가 오르면 한국 경제에는 재앙이다. 한국은 2022년 원유소비량 기준으로 미국, 중국, 인도, 사우디, 일본, 러시아에 이어 세계 7위, OECD 국가에서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3위를 기록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특히 1인당 연간 원유소비량은 20.2배럴로 OECD 국가 중 4위, GDP1만 달러당 원유소비량은 6.3배럴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국가를 기업이라고 볼 때 국제 유가가 오르면 ‘대한민국’이라는 기업은 다른 기업보다 더 큰 비용 상승 압력에 직면하게 되고, 결국은 제품 가격이 비싸져 수출이 안 되거나 채산성 악화로 경제성장률의 하락압력을 받게 된다. 그래서 이번 이-팔 전쟁이 국제 유가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해야 한다.

국제 유가의 향방을 가늠해 보기 위해 과거의 사례를 살펴보자. 먼저 이번 사태와 가장 비슷한 성격을 가지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가자지구에서 교전(2014년7월8 ~ 8월26일)이다. 이때 개전일 두바이 유가는 배럴당 106.9달러에서 종전 시 100.5달러로 하락했다. 당시 국제 유가는 교전 전후로 100달러 수준을 상당 기간 넘어 있었는데 이는 분쟁 때문이 아니라 ‘아랍의 봄’으로 대변되는 중동 국가들 자체의 전반적인 정치 불안 때문이었다.

둘째, 보다 확전된 개념의 걸프전(1991년 1월17 ~ 2월28일)과 미-이라크전(2003년 3월20 ~ 4월 9일)을 들 수 있다. 이때의 유가 흐름은 오히려 전쟁이 시작되면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인다.

마지막으로 중동 지역의 분쟁으로 국제 유가가 폭등했던 사례는 1차 오일쇼크를 유발했던 1973년의 4차 중동 전쟁(다수의 산유국 참전)이다. 이 때 국제 유가는 4배가 급등했던 것과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공급이 불안해지면서 유가가 약 2.5배 상승했던 사례가 있다.

따라서 이번 이-팔 사태가 앞의 어느 사례를 따라갈지가 국제 유가의 향방을 가늠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첫 번째 사례, 즉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가자지구 내에서의 국지적 교전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인다. 또 한 가지 변수는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들의 생각이다. 이스라엘은 물론 주변 산유국과 미국까지도 이번 하마스의 공격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테러 수준의 공격이 아니고 로켓탄 수천 발을 사용하는 대규모의 공격이다. 즉 많은 준비와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각국의 정보기관에서 이를 놓치기 쉽지 않다. 특히 주변 산유국들이 몰랐을 가능성은 더더욱 없다.

어쩌면 이번 사태로 이전부터 관계 개선이 시급한 미국-사우디아라비아, 미국-이란 간 대화 채널에서 협상력을 선점하기 위한 국가별 고도의 국제정치적 역학 관계가 작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셈법은 더욱 복잡해진다. 요약하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격하더라도 국제 유가를 크게 올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세계 경제의 화약고인 중동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한다. 빨리 종전이 돼 평화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은 한결같다. 그럼에도 왠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 한국 경제에 큰 위협이 될 가능성을 지워버리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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