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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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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좋은 이모님’ 구하기와 외국인 가사도우미 논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0.10 09:09

송문희 경기도어린이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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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문희 경기도어린이박물관장

최근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논쟁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아이 낳은 기쁨도 잠시, 육아 문제로 고통을 겪는 부모들은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아이를 낳아 기르나"라고 푸념한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1~3년 넘게 기약 없는 대기 줄을 서야 한다. 정부의 ‘아이 돌봄 서비스’ 역시 대기 줄이 긴데다 소득이 높은 맞벌이 부부는 소득 기준에 걸려 언감생심이다. 한국은 기혼 여성 6명 중 1명꼴로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웬만한 봉급 생활자의 한 달 치 월급을 전부 바쳐야 할 정도로 육아비 부담이 높기 때문이다. 일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아이를 키우려면 가사도우미의 도움이 절실하다.

현재 국내에서 가사도우미는 내국인과 중국 조선족에게만 허용된다. 다른 나라 출신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내국인은 물론 조선족 가사도우미 구하기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로 인해 가사도우미 인건비도 치솟고 있다. 출퇴근하는 내국인 가사도우미의 경우 서울 기준 350만~450만원에 달한다. 그나마 조선족 도우미는 내국인에 비해 월 30만~50만원 낮아 맞벌이부부는 조선족 입주 도우미를 선호한다. 조선족 도우미의 장점은 인건비가 저렴하다는 점과 함께 문화가 비슷하고, 무엇보다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다는 점이다. 문제는 이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며 때로는 담합도 하기에 시세에 맞춰 인건비를 계속 올려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코로나 사태 이후 조선족 도우미들이 입국하지 못하면서 임금이 껑충 뛰어 부모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전면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올해 하반기부터 서울에 필리핀 등 외국인 가사도우미 100여 명을 시범적으로 도입한다.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받을 전망이다. 2024년 최저임금이 시급 9860원이니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월 인건비는 최소 206만740원인 셈이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1970년대, 대만은 1990년대부터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도입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여부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나뉘어 있다. 찬성 쪽은 ‘싼 비용’으로 가사노동 문제와 육아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지금보다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있고, 외국인 가사도우미도 본국보다 높은 임금으로 만족을 느끼는 ‘윈-윈’ 정책이라는 점을 든다. 이에 비해 반대 쪽은 문화적 이질감과 언어소통의 문제와 가사도우미를 빌미로 한 불법체류 증가, 내국인 일자리 감소를 우려한다.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여부를 놓고도 견해가 극명하게 나뉜다. 최저임금 적용을 주장하는 쪽은 한국이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제110호 협약을 근거로 제시한다. 반대 쪽은 최저임금을 적용할 경우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의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가사비용 부담을 더는 것인데 최저임금을 적용할 경우 도우미 인건비가 200만원대 중반으로 30대 여성 중위소득(271만원) 수준에 달한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이 저출생대책으로서 효과가 있을까? 1970∼1980년대부터 이 제도를 도입한 홍콩과 싱가포르도 1990년대 이후 전 세계적인 출산율의 급격한 감소 추세에서 예외가 아니다. 2022년 싱가포르 출산율은 1.05명이고 홍콩은 우리보다 낮은 0.68명이다. 그렇다면 저출생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의미일까. 답은 단순 비교가 불가다. 홍콩이나 싱가포르의 정책목표는 당시 여성의 경제활동참여 증가에 초점을 맞췄고 일단 그 목표를 달성했다. 한국 기혼여성의 경력단절 원인 중 육아가 42.7%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미혼여성이 꼽은 저출산 해소에 도움이 되는 정책 설문에서도 ‘경력 단절 예방 지원(29.4%)’이 2위에 올랐다. 이를 감안하면 한국 역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 해결이 전제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도입은 어느 정도의 효과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모든 문제의 만능해결책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내국인 가사도우미가 부족한 가장 큰 원인이 사회적 인식과 낮은 급여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런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내용의 가사근로자법이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내국인 가사도우미가 어느 정도 늘어날지도 감안해야 한다.

한국은 사실상 외국인 없이 돌아가지 않는 경제임에도 외국인에 대한 국민 수용성은 상당히 낮다. 이들에게 빗장을 열기 시작한 만큼 이제는 동반자로서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전 세계에서 출생률 꼴찌인 한국 부모들이 희망하는 저출생 해법은 ‘아이를 직접 돌볼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이다. 긴 노동시간을 유지하면서 양육에 타인의 도움을 지원받는 것보다 자녀를 직접 돌볼 수 있도록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급선무이다. 아주 간단하면서도 제대로 실천만 된다면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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