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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치솟는 환율, 핫머니 대책 강화해야

세계 경제가 점점 더 깊은 불황의 늪으로 빠져 들고 있다. 유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극심한 에너지난으로 물가급등과 경기침체에 접어들었다. 미국은 고용상황 호전으로 아직 실물경제가 양호한 모습이라고는 하지만 물가급등에 불안을 느낀 연준의 강력한 긴축의지 표명으로 증시가 침체되고 금리가 오르며 기업실적도 악화되고 있다. 중국은 부동산 등 일부 산업에서 부실이 터져 나오며 성장동력을 잃고 있고, 일본도 여전히 장기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영국은 새로 취임한 트러스 총리 정부가 침체된 경기를 살리고자 소비세 인하방침을 밝혔다가 세수감소와 이에 따른 국채 남발을 우려한 투자자들의 투매로 국채 가격과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대혼란을 겪었고 급기야 이를 철회함으로써 정책의 신뢰성을 잃었다.우리 경제도 흔들리고 있다. 무역수지는 6개월째 연속 적자다. 올 무역수지는 연간으로 14년만에 적자를 기록할 것이 확실하다. 환율은 1400원대를 넘어 1500원대를 향해 오르고 있다. 외화차입이 많은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물가는 계속 오르고 가계부채 부담이 큰 상황에서 금리인상이 이어지며 빚에 쪼들린 서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주가가 맥을 못추면서 투자자들이 증시를 떠나고 있고, 금융시장이 경색되며 우량기업마저 자금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한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한미 금리차가 역전되면서 환율은 오르고 외국자금이 해외로 유출되면서 더 이상 금리인상 압력을 견디기 어렵게 되었다. 그렇다고 미국을 따라 잡겠다고 무리하게 금리를 올리면 코로나로 침체되었던 경기를 되살리려던 정책방향에 찬물을 끼얹게 되고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00%를 넘어선 상황에서 빚 부담에 시달리는 국민들의 불만을 감당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다. 이번의 환율급등은 과거 금융위기 때와는 성격이 좀 다르다. 과거 금융위기 때에는 우리만 유독 환율이 가파르게 올랐다면 지금은 미국을 뺀 주요국 통화들의 환율이 같이 오르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이후 ‘강(强)달러’ 현상이 빚어낸 결과이다. 이런 와중에 우리와 경제적 상관관계가 큰 중국과 일본이 저금리 정책을 고수하며 자국통화 가치 하락을 용인하는 것도 우리 환율의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지금의 환율상승은 세계적인 현상이라서 우리 외환당국의 개입만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최근의 물가상승도 수입물가 상승과 고환율에 기인하는 만큼 한은의 금리인상만으로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중고와 싸워야 한다.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첫째, 핫머니에 대한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 불황시 해외로 유출되는 자금은 대부분 시세차익을 노리고 들어온 핫머니들이다. 우리 증시에서 외국인투자자금이 총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1월에 약 40%에서 지난달 말에 약 30%로 줄었다. 핫머니는 초단기성 자금이어서 외환시장의 변동성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외화 유출입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금융기관들의 외화포지션 관리실태를 재점검하며 유사시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둘째, 환율 및 물가 상승의 주원인인 에너지 수입을 최소화할 방안들을 지속적으로 찾아야 한다. 수입원유를 정제해서 파는 정유산업을 제외한 모든 산업에서 대체 에너지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한다. 앞으로는 자동차도 전기차가 대세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화석원료를 대체할 원전산업의 부활이 절실한 까닭이다. 풍력, 조력 등 기타 대체에너지 개발에도 힘을 쏟으며 관련 산업을 키워야 한다.셋째,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여 외국인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경기불황과 가계부채 등으로 큰 폭의 금리인상도 어렵고 세계적 강달러 현상 속에 우리만의 시장개입에도 한계가 있다면 시장의 흐름을 그대로 인정하고 우리 경제의 기본체질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맥락에서 산업별, 기업별 구조조정을 과감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넷째, 우리 경제운용의 투명성을 높여 외국인투자자들에게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 과거 외환위기 때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외국투자자들이 한국의 경제상황에 대한 정보를 믿지 못해 투자를 꺼렸던 상황들이 재현되어서는 안된다. 정보는 정보대로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제대로 설명하여 투자자들의 이해를 구함으로써 우리 정책당국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어야 한다.조영제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한국금융연수원장

[EE칼럼] 원전·신재생 융합된 K-에너지시스템 확립하자

현재 경험하고 있는 급격한 기후변화는 인류가 사용하는 에너지원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방출에 기인한 것이다. 세계 135개 국가는 빠르게 온실가스 방출을 감축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다. 전기에너지 부분에서 방출하는 온실가스가 3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전력부문의 에너지 믹스 정책이 중요하다. 미국은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발전 비중을 42%까지 확대하며, 태양광발전은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의 47%를 차지할 전망이다. 관련 기업들의 투자도 이어져 2022년까지 재생에너지 산업 투자액은 39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태양광과 풍력을 포함한 재생에너지의 에너지 믹스 비중은 21%로 증가해 원자력(19%), 석탄(19%)발전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독일은 2050년까지 자연에너지 기반의 경제를 목표로 하는 장기적인 에너지 전략 ‘에너지전환정책’을 책정했다. 에너지 전환은 통합적 에너지 전환(Sector Coupling), 디지털화(Digitalization),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통한 저탄소화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독일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2017년 37%를 차지하였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원 비중을 65%에서 80%로 상향 입법화하였다. 이는 러시아의 전쟁으로 발생한 에너지 의존도를 신속하게 가스에서 신재생으로 변경하는 정책이다. 영국은 파리협정 체제하에서 세계경제발전 방향이 저탄소 경제체제로 이행할 것으로 판단하고 자국의 성장전략을 청정 성장 체제로 전환하는 한편, 세계 저탄소 산업을 선도하는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영국 정부에서는 2025년까지 석탄 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기로 했으며, 청정하고 스마트하며, 유연한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영국의 청정성장전략은 배출집약도 매년 5% 감축, 2020년 저탄소 에너지원 비중 40%로 확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1990년 대비 2050년까지 최소 80% 감축을 주요 목표로 두고 있다. 프랑스는 EU의 기후 에너지 정책 방향에 맞추어 에너지 전환 및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자국의 ‘에너지전환법’을 공포하였으며 원자력발전 비중 감축 및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였다. 프랑스 에너지 전환법의 주요 목표는 1차 에너지 소비 중 화석연료 비중을 2012년 대비 2030년까지 30% 감축, 최종 에너지 소비 2012년 대비 2030년까지 20%, 2050년까지 50% 감축, 온실가스 배출량 1990년 대비 2030년까지 40%, 2050년까지 75% 감축 등이 있다. 중국의 에너지 믹스 비중이 가장 큰 에너지원은 61.8%의 비중을 차지하는 석탄이다. 석유가 19.1%, 재생에너지 9.2%, 천연가스 7.3%, 수력 3.2%, 원자력 2%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최근 대기오염 완화 및 기후변화 대응 노력이 가속화되면서 석탄의 비중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무탄소 전원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수력 42%(326GW), 풍력 26.3%(210GW), 태양광 26%(205GW)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설비용량 기준으로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여러 분야에서 중국은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2050년까지 계획을 보면 재생에너지 분야 1위는 중국이 상당한 기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2030년 전원 비중을 천연가스 27%, 원자력 20~22%, 재생에너지 22~24%(수력 8.8~9.2%, 태양광 7.0%, 풍력 1.7%, 바이오매스 3.7~4.6%, 지열 1.0~1.1%)로 설정하였으며, 온실가스를 2030년까지 25%, 2050년까지 8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8월 30일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분과위원회가 실무안을 공개했다. 실무안에 따르면 온실가스 감축의 목표는 ‘원전·신재생 확대 등으로 2030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이며, 2030년 전원별 발전량 기준으로 원전 비중을 32.8%, 신재생에너지가 21.5%, 석탄발전 21.2%로 제시하였다. 원전 비중이 20% 이하까지 진행하다 정부가 바뀌면서 비약적으로 32.8%까지 확대하여 원전이 전력 에너지의 중심이 될 것이다. 2020년 기준 신재생에너지는 발전량의 약 7.4% 정도 차지한다. 2030년까지 14.1%의 비중을 끌어올려야 하며, 이는 연평균 1.4%씩 비중을 높여야 하는 셈이다. 앞으로 10년간 재생에너지 정책은 기술과 가격 제품 경쟁력을 통한 시장 활성화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 지가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에너지 믹스는 각 국가의 상황에 따라서 다양하다. 그럼에도 세계적인 공통된 동향은 탄소 방출 에너지원은 축소하면서 재생에너지원을 정책적으로 가속하여 보급하고 있다. 한국은 원자력, 태양광, 수소 및 에너지 저장 등에 글로벌 ‘톱3’ 에너지 기술을 선도하도록 계획하고 있다. 에너지 특구와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의 양대 축 산업을 활성화하고 이를 수출산업화할 수 있는 특성화 방안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를 융합한 탈탄소 표준모델로 RE100과 CF100에 근간한 새로운 K-에너지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 기존의 전력시장 자율화 전면 개편 없이도 우선 신재생과 원자력발전을 융합한 전력거래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에너지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이준신 성균관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회장

[기자의 눈] 코로나19 대출 재연장의 아쉬운 점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가 5번째 연장됐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중고 속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연장은 기존과 달리 6개월 단위의 일괄 연장이 아닌, 금융권 자율 협약에 따라 이뤄지는 데다 기간을 달리해 차주들이 연착륙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만기 연장 조치는 최대 3년, 상환 유예 기간은 최대 1년으로 구분했다. 또 금융사들과 차주들이 1대1 상담을 진행해 차주들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차주가 원할 경우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유연하게 대책을 수립했다고 했다. 금융사들도 갈수록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아쉽다는 반응을 동시에 내놨다. 먼저 금융당국과 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번에는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를 종료할 것으로 얘기해 왔는데, 종료 한 달여를 앞두고 번복을 하자 은행권은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동안 앞서 4차례 재연장을 하던 과정에서도 재연장과 종료 사이에서 끊임 없이 논의가 있었으나 금융당국은 결국 재연장을 선택해 왔다. 은행권은 부실 우려에 따라 이자 상환 유예 조치만이라도 종료해 달라고 금융당국에 건의해 왔는데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권과 논의가 지속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 금융당국이 결정을 하면 은행들은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금융당국이 종료와 재연장 사이에서 번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당국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내용적인 부분에서도 아쉬움이 있다. 대표적으로 상환유예 차주를 대상으로 내년 3월까지 수립하도록 한 상환 계획에 대해 실효성이 있을 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소상공인의 경우 재무제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데다 개인 대출과 소상공인 대출이 혼재돼 있어 채무 상환 능력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다면적으로 면밀하게 차주 능력을 파악하기 위한 은행 인력과 시간도 부족하다. 상환유예 기간 1년을 맞추기 위해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것이 은행권 예상이다. 어려운 시기를 겪어온 중소기업·소상공인 재기를 위해 금융권 지원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보여준 금융당국 정책의 불분명한 방향은 은행권에 혼란을 가져왔다. 무엇보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됐을 경우 부실 위험에 대한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는 만큼 이에 확실히 대비할 수 있는 촘촘하고 현실성 있는 대비책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이 재연장을 지속하며 깜깜이 부실을 안고 가는 것은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연착륙을 위한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을 것이다. dsk@ekn.kr

[이슈&인사이트] 무역적자 확대, 속수무책인가

지난 10여 년간 우리나라는 꾸준히 무역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외환보유액을 증가시키면서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양호한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데 금년 들어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적자폭이 확대될 뿐만 아니라 개선될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지난달 37.7억 달러 적자를 기록하면서 6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더구나 미국의 3연속 자이언트 스텝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우리나라 증권시장의 자금 이탈도 심상치 않은 가운데 외환보유액이 감소하고 환율은 폭등하면서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금년도 우리나라는 왜 갑작스럽게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는가, 이 추세는 지속될 것인가, 그리고 대응방안은 무엇인가 등의 기본적인 문제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국가별로 보면, 우리나라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은 지난 30년 가까이 흑자를 기록하던 대중국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것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2018년 우리나라의 대중국 무역수지는 556억 달러 흑자로 고점을 기록한 이래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여전히 200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유지하였다. 그런데 지난 5월부터 대중국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기 시작하면서 그 추세가 개선될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중국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된 것은 우리나라 기업의 대중국 투자가 감소하거나 기존 중국에 투자한 기업이 생산기지를 베트남 등 동남아로 옮긴 것과 관련이 깊다. 또한, 2016년 사드 배치 이후 중국 정부가 한류에 대해 제한을 가하면서 중국 시장에서 한국산 소비재 경쟁력이 약화되고, 한국 정부가 대중국 경제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신남방정책, 미국의 공급망 협력 등의 정책을 취한 것과도 연관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상황은 우리나라 무역수지 악화 전반을 설명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중국에 대한 투자 비중이 감소한 반면, 베트남 등 여타 지역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면서 해당 국가들로부터 무역수지 흑자가 대폭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베트남 무역수지는 327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였으며, 금년에도 8월까지 233억 달러의 흑자를 나타내고 있다.우리나라 무역수지를 급속히 악화시킨 결정적인 원인은 역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우-러 전쟁은 곡물가격과 국제유가를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 다행히 러시아의 협조로 우크라이나가 곡물 수출을 재개하면서 곡물가격은 상당히 안정세를 회복하였다. 그러나 동 전쟁은 지난 10여 년간 안정세를 유지하던 국제유가를 폭등시킴으로써 우리나라의 수입액을 대폭 증가시켰다.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가스 수출을 제한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이 증산을 제한하면서 국제 유가는 120달러에 근접하기도 하였다. 국제유가 외에도 그 동안 저렴하게 수입해왔던 구리, 리튬 등 소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수입액이 대폭 늘어났다. 특히 우리나라는 상당 부분의 소재를 중국 수입에 의존하면서 대중국 무역수지가 악화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전쟁이 장기화되는 것은 유가나 소재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 인상이 계속되면서 미국을 비롯하여 글로벌 경기침체가 심화될 경우 유가나 소재 가격은 상당히 안정되면서 수입액을 상당히 감소시킬 수 있다. 한편, 원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수입원가가 크게 상승하여 불황형 수입 감소를 유발할 가능성도 매우 크다. 결국 무역수지 적자는 단기적으로 이어지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불황형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경기변동에 따라 무역수지가 흑자와 적자를 반복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을 제고함으로써 경기상황을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반도체 신화에 도취되어 그 동안 소홀히 했던 소재 등 산업을 꾸준히 육성해야 할 것이다. 금년도 7월까지 정밀화학원료(소재) 무역수지는 52억 달러 적자로 지난해 전체 적자액(51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최대 적자 품목으로 올라선 것을 무겁게 받아 들여야 한다.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EE칼럼]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미국의 실용적 접근 방식

미국은 실용주의 국가이다. 에너지와 기후변화 정책을 봐도 그렇다. 공화당과 민주당에서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내긴 하지만, 결국에는 국익을 위한 방향으로 결정된다. 최근 HFC(수소불화탄소) 감축 전략만 봐도 그렇다. 9월 중순에 미 상원은 HFC 감축을 위한 이른바 키갈리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오존층 파괴물질의 생산과 소비를 금지하는 몬트리올 의정서의 수정안으로서 기존의 CFC(염화불화탄소) 외에 HFC 규제를 포함시킨 버전으로 이해하면 된다. 키갈리 수정안은 2016년 체결되어 2019년 1월에 발효되었지만 그동안 미국 의회에서는 비준되지 않음으로써 국제사회에서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에 69대 27의 압도적인 표 차이로 비준 통과됨으로써 HFC 규제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국제무대에서 강력하게 표시한 것이다. 그럼 어떤 연유로 미국은 방향을 급선회하였을까. 사실 HFC 감축은 이미 미국 국내에서 관련 법규가 제정됨으로써 2037년까지 HFC의 생산을 85%까지 줄여야 하게끔 되었는데, 그 배경에는 2020년 의회에서 제정된 이른 바 ‘AIM(American Innovation & Manufacturing, 미국 혁신·제조)법’이 있다. 이어서 2021년 통합세출예산법에 AIM법이 포함됨으로써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정책으로 자리잡았다.AIM법은 델라웨어 주와 루이지애나 주 상원의원이 발의하였는데 이들 주는 듀폰과 같은 여러 화학업체의 홈타운이다. 그리고 듀폰은 CFC를 만든 장본인이자 그 대체물질인 HFC를 제일 먼저 상용화하기도 하였고 그 무렵에 미국은 몬트리올 의정서에 적극 참여하였다. 짐작하듯이 이번 키갈리 수정안 비준을 적극 지지한 인물 역시 델라웨어와 루이지애나 주 상원의원들이었다고 한다.키갈리 수정안 비준 배경에는 AIM법이 있고, AIM법 제정의 배경에는 이미 기술개발의 성숙단계에 들어선 기업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AIM법은 문자 그대로 미국의 제조업과 기술혁신을 표방하는 법으로서 기후변화나 인류애 등 미사여구와 레토릭 중심이 아닌 매우 실용적인 관점에서 제정되었다. 이산화탄소(CO2)의 지구온난화지수는 1이지만 HFC의 지구온난화지수는 높게는 1만 2000에까지도 이른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HFC 규제를 미국이 본격화하지 않았던 것은 관련 기업의 대체기술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으며, 이제는 준비가 되었기에 법규가 마련된 것이다.또한 미국은 언제나 그렇듯이 기후변화나 환경보호라는 듣기에 좋은 메시지라고 무턱대고 나서지 않는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기술과 산업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여 가능한 한 전략적 기다림을 고수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MIT의 로버트 핀다이크 교수는 기후변화 경제학의 대가로서, 그가 반평생 걸쳐 저술한 논문들도 미국의 이러한 전략을 대변하고 있다. 이른 바 기다림의 전략(waiting strategy)으로서 기후변화의 피해 불확실성과 기술개발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에 우선적으로 기술이 선도적으로 개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혁신을 통해 미래의 기후변화 피해 억제와 기후적응 투자를 확대하게 되고 이는 사회후생 극대화로 연결된다는 주장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역시 이러한 미국의 정신을 나타내고 있다. IRA의 초기 버전인 ‘Build Back Better(더 나은 미국 재건법안)’은 미국의 자본과 기술력, 노동력으로 기후변화에 강건한 인프라와 산업개발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IRA는 에너지발 인플레이션을 계기로 화석연료 분야의 투자까지 포함하여 수정됨으로써 공화당의 협력을 이끌어내게 되었다. 기후변화나 환경보호와 더불어 국내 산업 생태계와 기술개발을 함께 도모하겠다는 점에서 AIM법이나 카길 수정안의 비준과 일맥상통한 점을 쉽게 알 수 있다.우리나라는 지금 퍼펙트 스톰의 한 가운데에 있다. 에너지 수급뿐만 아니라 국가장기재정, 인구절벽, 환율 및 외환보유고, 반도체와 철강 등 주력산업에서의 탈탄소 요구, 포스트 세계화와 글로벌 패권경쟁 등 수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내재화된 기술혁신만이 답이다. 그리고 기술혁신 인센티브를 극대화하는 실용적인 방향으로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기자의 눈] 증시 안정 대책 검토만 해선 안 된다

코스피 지수가 올 들어 30% 가까이 추락했다. 정부는 증시안정펀드(증안펀드) 카드를 2년 6개월 만에 꺼내들었다. 증안펀드 재가동을 검토하는 이유는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졌는데,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증안펀드는 증시 안정화를 위해 마련된 기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였던 2020년 3월 폭락장 방어를 위해 5대 금융지주 등 금융권에서 10조원,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에서 7600억원 등 11조원 규모로 조성됐다. 2020년 4월 가동될 예정이었지만, 증시가 급반등하면서 사용되지 못하고 청산했다. 현재는 1200억원 정도만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출범했던 증안펀드 투자관리위원회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과거 증안펀드는 2003년 신용카드 대출 부실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투입된 바 있다. 이번에 마련된 3차 증안펀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당국은 증시 상황이 계속 악화되면 공매도 전면 금지 카드를 꺼내드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정부는 공매도 전면 금지 카드도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은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한시적으로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시행했다. 이후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에 한해서만 제한적으로 공매도를 허용하고 있다.일각에서는 증시안정대책이 다소 늦게 나왔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7월부터 증안펀드 도입을 거론해왔지만, 실제 시행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논의만 해왔다. 대외적으로 증안펀드 도입을 거론한 건 시장 안정화를 위한 ‘구두개입’으로 볼 수 있는데, 사실상 효과가 미미했다. 코스피는 한달 전 2400선에서 현재 2150선까지 추락했다. 공매도 한시적 금지도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 그간 당국이 공매도는 증시 하락에 영향을 크게 끼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 만큼 쉽게 공매도 금지 카드를 꺼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여러 악재가 쏟아지고, 증시 변동성이 커지는 만큼 정부도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꼼꼼하게 검토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대책 마련에 대한 말만 한다면, 이는 ‘희망고문’이 아닐까.

[EE칼럼] RE100, 국내 여건 맞는 재생에너지 전략부터

지난달 15일 국내 전력 사용량 1위 삼성전자가 ‘신환경경영전략’을 통해 ‘RE100’ 가입을 천명하였다. 이런 삼성전자의 RE100 가입 소식에 ‘친’ 재생에너지 진영은 한층 고무된 것 같다. 특히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7.5% 수준이라 RE100 달성이 쉽지 않다는 언급에 힘입어,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1.5%로 현행 계획보다 낮춘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해 때를 만난 듯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급목표 축소로 기업들이 RE100을 위한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비판은 얼핏 그럴듯해 보이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고개가 갸웃해진다. 연간 1만 8410GWh 규모 전력수요자인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이 RE100을 한다는 것은 한전으로부터의 수전(受電) 대신 직접 재생에너지 시설을 설치해 자가 소비하거나, 전력구매계약(PPA) 등을 통해 다른 재생에너지 사업자로부터 조달해야 함을 의미한다. 바람과 햇볕 조달에 문제가 없다면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이 한전 수매물량, 즉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PRS) 물량 중심의 보급목표와는 별개로 충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스스로 자체 조달하는 것이 과연 불가능할까. 이미 미국, 유럽 등 해외 생산시설에서는 RE100을 달성, 향후 5년 내 모든 해외 생산시설에 달성하겠다는 계획에 비취어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만일 국내 RE100도 진심이라면 말이다. 원론적으로 수요와 공급은 주어진 가격에 대응되는 구매 및 판매 의사로, 수요와 공급 간의 일치는 결국 가격이 결정한다. 현재 재생에너지를 한전이 수매할 때, 전력 도매단가(SMP)와 보조금 성격의 신재생 공급인증서(REC) 판매금액까지 함께 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 보상된다. 그래서 한전 수매를 포기하고 RE100 기업에 공급하면 이런 보상가격을 포기, 기회비용으로 계상된다. 다시 말해 RE100 기업도 결국 재생에너지 보상가격을 내야만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수 있어, 설사 RPS 시장과 별도의 RE100 시장이 개설되더라도 사실상 기준가격은 REC가 포함된 보상가격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산업용 전기요금보다 현행 보상가격이 월등히 높다는 점에서, 사실 국내 RE100은 재생에너지 조달이 문제가 아니라 애당초 해당 가격을 주고 구매할 만한 수요 자체가 부족한 것이 문제이다. 대외적으로 RE100을 선언해도 실제 실행 의지는 없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국내 RE100 활성화는 재생에너지 보상가격 인하에 달렸고, 궁극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를 낮추어야 한다. 더욱이 RE100이 수출이나 기업 이전 등 국제무역과 연관되어 있다면 친재생에너지 진영이 주장하듯 국내 발전단가를 인하, 국내에서 그리드 패리티를 이루는 것 자체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 다른 국가들의 발전단가(또는 가격)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도 충분히 저렴해야, RE100이 국내 기업의 수출경쟁력 유지에 기여할 수 있다. 국제무역이론에서 발전단가 등 상품의 생산단가는 부존자원이나 자국 내 시장규모 등에 의해 결정된다. 이미 일조량이나 풍속 등 좋은 입지 여건을 갖춘 토지 등 풍부한 부존자원과 이를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한 중국의 자국 내 시장규모야말로, 중국이 재생에너지 자체를 넘어 태양광·풍력 관련 소재·부품·제품 세계 시장을 석권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며, 우리가 발전단가를 낮추기 위해 부득이하게 중국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호주나 캐나다, 사우디 등은 부존자원이 풍부하지만, 규모화에는 한계를 지닌 협소한 자국 시장규모를 극복하는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수출을 위해 매개체인 청정수소 개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아쉽지만 우리나라는 부존자원·국내 시장규모 모두 열위에 있다. 그만큼 RE100에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그렇다면 굳이 RE100에 집착할 필요가 있을까. 무엇보다 우리 여건에 맞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가령 우리에게 더 유리한 원전 등 무탄소 전원을 100% 사용하는 CF100(Carbon Free 100)으로 전환을 검토하는 것도 좋은 방편일 수 있다. 혹여 재생에너지에 대한 미련을 버리기 힘들다면, RE100의 범위를 국산 재생에너지를 넘어 청정수소 형태로 수입한 해외 재생에너지까지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데스크 칼럼] 영끌족·빚투족은 원희룡보다 이창용이 더 밉다

#대기업에 재직중인 30대 중반 남성 K씨. 그는 집값이 급등하던 지난해 상투를 잡았다. 영끌로 인천 송도에 아파트를 마련했지만 자고 일어나면 속절없이 떨어지는 집값과 이에 반해 수은주처럼 올라가는 시중금리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대출이자를 알리는 문자는 호환마마보다 더 무섭다. 이번달 대출금리는 지난달 변동금리에 비해 1.5%p 이상 상승하면서 이자는 30만원 이상 불어나 200만원이 한참 넘었다. 이자를 알리는 문자만 보면 가슴이 턱 막힌다.#공기업에 재직 중인 40대 초반 여성 H씨는 탄탄한 직장 덕에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끌어모아 집값 급등기 이전 똘똘한 한채 매수에 성공했지만, 최근 300만원에 달하는 원리금 상환에 허덕이고 있다. 일년여 전부터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최근 주담대,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금리가 동시다발적으로 급격히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좋았던 그에게 입사 이후 5% 후반대 금리는 처음이어서 당혹스럽다.부동산을 보유한 국민들에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공공의 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정책을 움직이는 윤석열 대통령,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보다 통화정책을 책임진 이창용 총재가 더 얄궂게 여겨지고 있다. 이 총재가 계속 부동산 보유자들, 대출을 많이 끼고 아파트를 산 이들에게 견제구를 날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끌족, 빚투족이 많은 MZ세대에게는 직설적으로 엄포하고 있다.그는 "지금 세대는 인플레이션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라 집을 살 때 3% 이자율로 돈을 빌렸다면 그것이 평생 그 수준으로 갈 것으로 생각했을텐데 지금 경제 상황을 볼 때 그런 가정이 변할 수 있습니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이 총재는 시종일간 영끌족, 빚투족은 이제 알아서 채무를 줄여나가야한다고 강조한다. 금리는 앞으로도 계속 25bp씩 인상될 예정이라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기준금리 0.25%포인트(p) 인상의 전제 조건이 많이 바뀌었다"며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한국은행 수장인 이창용 총재의 매파성 발언이다. 이 총재의 발언에는 거침이없다. 교수겸 연구원 출신이어서 그런지 전임 이주열 총재와 비교할 때 형식에 억매이지않고 더 장황하며 경고성 발언도 자주 언급한다. 그동안 개인의 부채가 늘어난 것은 나라탓도 한은탓도 그렇다고 자기(이창용)탓도 아니니 빅스텝 밟지않는 것에 감지덕지하라는 것이다. 그의 이러한 거침없는 행보는 미국의 잭슨홀미팅 참여에서도 볼 수 있다. 이 총재는 미국의 국제경제 심포지엄인 잭슨홀미팅에 우리나라 중앙은행 총재로써는 처음으로 패널로 참여, 세션 발표자로 나서 현란한 영어 솜씨로 본인이 직접 준비한 연구 자료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와 학계 인사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고, 이로인해 한국의 중앙은행 총재가 메이저리그에 첫 진출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참고로 잭슨홀미팅은 매년 8월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주최하는 심포지엄이다. 이 잭슨홀미팅에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매파적 발언을 내놓자 뉴욕 증시를 포함해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기도 했다. 파월의 강한 긴축 발언에 우리나라 증시도 출렁였고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저항선인 1390원선을 뚫고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수직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은 9월 마지막주 13년3개월 만에 최고치인 1430원을 돌파해 향후 1500원 선을 테스트할 것으로 예상된다.이렇듯 중앙은행 수장의 발언은 금융시장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까지도 파장이 크다. 이로인해 국내서도 부동산 시장의 판도가 이제 국토교통부에서 한국은행으로 넘어간 게 아니냐는 비아냥이 일각에서 들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들어 부동산 시장이 변곡점에 접어들었는데, 국토부의 대규모 공급 계획으로 시장이 약세장 양상을 보이다가 결국 한국은행의 네 차례 금리인상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초토화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2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5%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금통위는 지난 4월, 5월, 7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렸고, 지난 8월에도 기준금리를 높이면서 사상 첫 네차례 연속 인상을 단행했다. 부동산 시장에는 직격탄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지난 7월 빅스텝의 충격은 컸다. 이를 반증하듯 지난 7월 한은이 사상 최초로 빅스텝를 단행한 후 부동산 시장은 똘똘한 한채 수요로 철통 같았던 서울 서초구 마저도 하락세로 전환하는 등 국내 부동산시장은 휘청이고 있다. 더 나아가 올해 3분기 수도권 집값은 전국에서 가장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8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한은 지역본부 15곳이 기업체와 관계기관을 대상으로 지난 7∼8월 동향을 조사한 결과,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의 월평균 주택매매가격과 전셋값은 지난 6월 말 대비 각각 0.27%, 0.26% 하락했다. 하락 폭이 지난 2분기(각각 -0.02%, 0.03%)와 비교해 크게 확대된 것으로, 7개 권역 중 가장 가파른 내림세를 보였다.결국, 부동산 시장의 칼자루를 잡은 건 윤석열 대통령도,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아닌 이창용 총재가 아닌가 하는 우스갯 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기준금리가 급등하면서 시중 대출금리는 4~7% 금리가 대세가 됐다. 기준금리가 2.5%까지 오르면서 주담대 금리는 연말 7%이상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담대 금리 상단이 연말 7%이상으로 오른다면 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주택 매수세를 더욱 약화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최근 심화되고 있는 부동산 거래절벽 현상은 해소 기미가 더욱 희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연말까지 추가 기준금리인상이 계속돼 2.75%~3.0%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내년 추가 인상까지 예고해 영끌족, 빚투족은 이 총재의 입만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난 8·16대책을 통해 270만가구 공급 대책을 발표하면서 1기 신도시 재정비 구설에 오른 원희룡 장관보다 이창용 총재에 더욱 시선이 가는 이유다.

[기자의 눈] 폐지수순 밟는 ‘신혼희망타운’이 남긴 과제

문재인 정권 브랜드인 신혼부부 특화형 공공주택 ‘신혼희망타운’(신희타)이 올해 들어 종적을 감췄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최근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분양형 신혼희망타운 신규 사업 승인 건수는 0건인 것으로 드러나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국토부의 8·16대책에 신혼희망타운이라는 워딩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 더 큰 확신을 준다. 대책 방안 중엔 신규 모델인 ‘청년원가·역세권 첫집’ 통합 브랜드가 비슷한 유형의 신혼부부 정책을 담고 있어 신희타는 이 제도에 흡수될 것으로 보인다.신희타는 혼인 기간 7년 이내 또는 6세 이하 자녀를 둔 신혼부부가 시세보다 60~70% 저렴한 가격으로 아파트를 분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 1.3% 고정금리로 최장 30년간 집값의 70%까지 대출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덤이다. 그러나 신희타는 공급기간 동안 내내 ‘신혼절망타운’이라 불리며 신혼부부들의 외면을 받았다. 소형 면적 위주 공급과 선호하지 않는 입지에 지어져 대부분 지역에서 미달사태가 발생하는 등 시장 수요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말 그대로 ‘자녀 없는 신혼부부’만을 위한 주택이었냐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 들렸다. 게다가 수익형 모기지 의무 가입으로 인해 환매 시 최대 50%를 돌려줘야 한다는 점에서 내 집 마련이라 부르기도 민망했다. 국가의 임대장사에 놀아나는 행태라는 거센 비판도 신혼부부들 사이에서 왕왕 제기된 바 있다. 이미 입주를 했거나 입주예정자들에게도 신희타는 속앓이 대상이었다. 기자에게 직접 전한 신희타 입주 예정자들에 따르면 교통과 학군의 최적입지, 비가 와도 노는 놀이터 설치, 경관LED를 포함한 개성있는 외부디자인 설계 등 LH가 다양한 특화방안을 제시했음에도 현장별 인프라 차이가 심해 입주예정자들은 공사 내내 현장소장들과 마찰을 겪었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복지 정책 실효성에 의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주택 공급은 지속돼야 한다. 입주예정자들에 따르면 신희타 취지 자체는 신혼부부에게 큰 도움을 줬다. 자금이 부족한 2030세대의 주거상향이전 발판으로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라는 것이다.국토부는 내달 50만가구 공급을 목표로 하는 청년원가·역세권 첫집 방안의 일환인 ‘청년주거지원 종합대책’(9월 발표였으나 연기)을 통해 이같은 문제를 개선할 예정이다. 전 정권의 흔적을 지우겠다는 다짐이 보이는 만큼, 이번 새로운 브랜드는 입지, 평형, 인프라 차별, 환매 부담 현실화 등 얼마나 실효성이 향상될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이슈&인사이트] 도시 방재능력, 대홍수 견딜 수 있게

올해 세계 곳곳에서 기상이변이 속출하면서 60년 이래 최악의 폭염과 극심한 가뭄으로 중국 장강 수위가 150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가 바닥을 드러냈다. 그런가 하면 평균 강수량이 1.1mm 수준인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는 올해 7월 하루 동안 26.6mm 폭우지기도 했다. 뉴욕은 허리케인의 영향으로 역사상 최초로 홍수 경보가 발령됐다. 당시 뉴욕 시장은 "기록적인 폭우로 도시 전역이 사상 유례없는 재난과 맞닥뜨렸다"고 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8월 8일에 수도권에 집중호우가 내렸다. 강남대로와 서초대로 일대가 침수되어 차량이 둥둥 떠다녔다. 반지하 주택과 지하주차장의 침수로 4명이 사망했다. 기상청 지점(동작구 신대방동)에는 시간당 강우량(141.5mm) 489년 빈도, 3시간당 강우량(259mm) 약 2151년 빈도, 일 강우량(381.5mm) 109년 빈도의 폭우가 내렸다.유엔 사무총장은 올해 세계적으로 발생한 일련의 기상 재앙은 자연적 현상이 아니며, 인류가 화석연료에 중독된 인재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평균 기온이 섭씨 1도 정도 높아진 지구가 스스로 몸부림치고 있다. 폭염, 극한 가뭄, 대홍수, 우박, 태풍이 발작적이고 폭력적으로 인간 문명을 강타하고 있다. 도시는 기상 재앙에 취약하다. 기상 재앙을 대비하여 설계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홍수 피해가 극심하다. 116.0mm/hr의 폭우로 강남대로 일대가 침수되었다. 직접적인 원인은 현재 서울시 우수 배수 설계 강우량인 75mm/hr의 1.5배 폭우 때문이었다. 2018년 착공해 완공을 앞두고 있는 강남역 일대 반포천 유역분리터널(직경 7.1m, 총연장 1.16km)의 설계 강우량이 85mm/hr이다. 내년에 100mm이상의 폭우가 내리면, 또 침수된다는 얘기다. 뉴욕시는 2080년 900㎜/hr 폭우에 대응하는 도시 방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 도시 계획은 그 전과는 새로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앞으로 매년 시간당 100mm 이상의 폭우가 내린다고 예상해야 한다. ‘141.5mm/hr’이상 비가 내릴 수 있다. ‘도시 대홍수’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내년, 단기, 중장기 대책으로 대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첫째, 내년을 대비하여, 상습침수지역의 지하공간에 대한 침수방지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반지하 주택, 지하철 역사, 지하주차장의 침수는 다반사로 반복되고 있다. 지하공간에 침수방지시설(역류방지밸브, 차수판 등) 설치를 의무화하고 설치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기존의 반지하 주택을 없앤다거나 새로 못 짓게 하는 것은 중장기 대책으로나 가능하다. 우선, 채광과 통풍이 가능하면서도 침수에 대비할 수 있는 건축 설계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개선 공사시에 공공은 실효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것이 내년 폭우를 대비한 현실적인 방안일 것이다. 둘째, 단기 대책으로, 아스팔트 등 불투수성 바닥을 투수성 바닥으로 바꾸어 빗물 저장 용량을 도시 전체로 분산해야 한다. 대규모 배수시설을 설치하는 데는 장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기대책이 필요하다. 도심 지표면의 약 80%는 불투수성 재료로 마감되어 있다. 불투수성 바닥재로 인하여 빗물이 내린 곳에 바로 흡수되지 못하고 배수관으로 한꺼번에 쏟아져 홍수를 발생하게 한다. 도로, 공원, 학교 운동장, 옥외 주차장 등을 투수성 재료로 마감하거나 잔디를 심어 빗물을 머금게 하거나 빗물이 모일 수 있는 저류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중장기적으로, 기후변화 대응 녹색 도시로 탈바꿈이라는 큰 틀 속에서 대홍수에 대비해야 한다. 재앙급 대홍수에 대비하여 배수 시설 용량을 확대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도시 구조적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 복개된 도시 하천을 오픈하는 것도 좋다. 복개하천의 오픈은 도시의 어메너티를 증진시키면서도 홍수시 지역의 통수 기능을 높일 수 있다.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지속가능발전을 위해서 추진되었던 청계천 복원 사업은 모범 사례로 볼 수 있다. 물론 대규모 토목사업이 요구되는 우수배수시설 증축과 하천 정비도 기상 재앙 대응 수준으로 상향 조정해야 할 것이다. 강남 일대 홍수 방지 성능 목표를 현재의 75mm/hr에서 중장기적으로 150mm/hr 이상으로 높이는 것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이영한 IAU서울캠퍼스 도시기술경영대학 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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