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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트위터·푸르밀의

MZ세대인 기자에겐 낯선 표현이지만 부모님이나 직장 상사로부터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 이전까지 ‘직원은 한 가족’,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널리 통용됐다고 한다.그러나, 전 지구적 금융패권주의를 일컫는 ‘세계화’와 최첨단 IT기술 발달에 따른 초격차 디지털 세상에 살고 있는 21세기에서 이런 말들은 구시대적, 몰가치적 언어 유물로 전락해 버렸다.가장 비근한 대표사례로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가 인수 직후 대규모 감원에 나선 SNS플랫폼 ‘트위터’, 전 직원 일방적 해고통보로 논란을 일으켰던 유제품기업 ‘푸르밀’을 꼽을 수 있겠다.실제로 머스크는 지난달 약 60조원을 들여 트위터를 품에 안은 뒤 일주일여 만에 ‘대량 해고’의 칼날을 휘둘렀다. 트위터 한국법인에도 불똥이 튀어 이달 초 임직원 30여명의 절반 가량이 ‘You are fired’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자직군은 물론 홍보(PR) 조직은 통째로 사라졌다고 한다. 머스크는 트위터로 "회사가 하루 400만달러(약 54억원) 이상의 손실을 보고 있어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해명했다가, 돌연 일부 직원에는 "실수였다"며 복귀를 요청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고 한다.국내기업 푸르밀도 지난달 17일 오너가의 사업종료 선언과 함께 전 직원 정리해고를 일방통보해 트위터와 닮은꼴을 연출했다. 회사 직원뿐 아니라 협력업체 직원, 대리점주, 화물 운송 기사, 낙농가 모두 하루아침에 직장과 납품처를 잃게 된 처지에 놓이며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푸르밀의 행태에 일각에선 ‘꼼수 폐업’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사업종료가 아닌 법인청산을 밟을 경우 영업손실에 따른 법인세 면제 혜택을 반납해야 하기에 오너가가 이를 피하려 일방적 폐업 발표를 했다는 주장이다. 불행 중 다행이랄까, 푸르밀은 ‘직원 30% 구조조정’을 조건으로 사업종료 방침을 철회했다. 정리해고 날벼락은 면했지만 사실상 직원들이 오너 대신에 회사회생의 책임을 떠안은 꼴이 됐다.트위터 사정은 차치하더라도 푸르밀은 경영 파탄의 고비를 넘겼지만 앞을 가로막고 있는 난제들이 많아 앞길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규제를 뚫고 기업 성장을 이끄는 혁신경영은 찬사를 받아 마땅하지만 적자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하는 행태는 지탄의 대상이다. 21세기에 평생직장은 언감생심으로, 가족 대접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동고동락해 온 동반자로 인식해 주는 기업풍토가 조성되길 바래본다.inahohc@ekn.kr조하니 성장산업부 기자.

[이슈&인사이트] 시장질서 해치는 집값담합 못 막나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아파트값의 낙폭이 깊어지면서 일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주민들이 가격하락을 저지하려 집값담합에 나서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이들 주민들은 온라인 부동산 카페 등을 통해 "일정 가격 이하로 매물을 내놓지 말자" 거나 "일정 가격 이하로 매매하는 물건을 중개하는 공인중개사를 퇴출시키자" 등의 주장을 펴고 있다. 심지어 "허위로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매되었다고 표기하자"고 선동하기도 한다.타인의 주택을 낮은 가격에 팔지 못하도록 강요하는 행위는 왜 벌어질까. 주택의 실거래 가격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대중들에게 공개되고 있기 때문에, 한 번 낮은 가격에 주택이 매매가 이루어지면, 덩달아 인근의 다른 주택들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그런 이유로 집값 하락을 걱정하는 집주인이나, 부동산 투기 세력은 인근의 주택소유자들과 공인중개사들에게 집값의 담합을 강요하는 것이다.좁은 땅덩이의 대한민국에서 부동산, 특히 주택이 가지는 가치는 매우 크고, 가장 중요한 재산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부동산 침체기에 집 소유자들이 자산가치 하락에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하지만 부동산도 매도자와 매수자의 자연스러운 가격 경쟁을 통해 거래가 이루어져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제 3자가 억지로 가격을 묶어 두기 위해 인위적으로 매매에 개입하는 행위는 누군가의 재산권 행사를 침해하는 부당한 행위다. 자금 사정이 급한 소유자는 시세보다 낮은 금액으로 집을 내놓을 수 있고, 특히 장기간 팔리지 않는 주택의 경우에는 처음 제시 가격보다 낮은 금액으로 판매를 제안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집값을 억지로 높이는 행위는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어렵게 함으로써 사회 공동체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하는 결과를 발생시킨다. 집값 담합 행위를 법으로 엄격하게 규제하고 처벌하는 것은 이런 폐해가 크기 때문이다. 현행 공인중개사법은 안내문, 온라인 카페 등을 이용하여 일정 가격 이상으로 매물을 광고하는 특정 공인중개사에게만 중개 의뢰를 하도록 유도하거나 안내문, 온라인 카페 등을 이용하여 일정 금액 이하의 매물을 올리는 공인중개사에 대한 중개 의뢰를 거부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공인중개사에게 시세보다 현저히 높은 가격으로 표시하도록 강요하는 행위도 안된다. 이런 행위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형사처벌 조항을 두고 있다.국토교통부도 부동산 거래질서 교란행위를 막기위해 한국부동산원에 위탁하여 부동산 거래질서 교란행위 신고센터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부동산 거래질서 교란행위 신고센터는 국세청, 금융위, 경찰청 등 관련 전문 파견인력을 구성하여 기획 조사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집값담합 행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왔고, 신고자에게 일정 요건에 따라 1건당 5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여, 집값담합 행위에 대한 근절을 시도하고있다.그럼에도 집값 담합 행위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가격 담합을 방지할 제도를 두고 있음에도 현실적으로 처벌되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국회의원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2020년 2월21일부터 2022년 8월31일까지 집값담합 의심 행위로 신고된 건수는 2149건이고, 그중 실제로 조사가 이루어진 것은 1381건이며, 조사가 이루어진 사건중 1217건(약 88.1%)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나머지 무혐의 처분을 받지 않은 사건들도 실제 기소가 이루어진 사건은 13건에 불과하고, 확정판결까지 받은 사건은 11건에 불과하다.관계당국은 이제라도 타인의 재산권 행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거래질서 교란행위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처벌에 나섬으로써 흐트러진 시장질서를 시급히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박지훈 비욘드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EE칼럼] 경제위기 대응, 에너지효율 높이기부터

2022년도 어느덧 한달 남짓 밖에 남지 않았다. 무엇보다 올 한해는 2월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전쟁이 발발함으로써 글로벌 경제 위기가 심화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교란된 데에 더해 에너지 가격 상승이라는 악재마저 더해졌기 때문이다. 저개발 국가들의 고통은 말할 것도 없고 선진국조차 인플레이션으로 고통 받고 있는 지경이다. 이에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는 인플레이션을 잡고자 금리를 대폭 올리는, 이른바 ‘자이언트스텝’을 반복적으로 단행하였고, 이 파장은 세계 곳곳에 미치고 있다. 우리 경제 역시 고환율, 고금리에 수출 저조, 경기 침체의 우려 등 어두운 그림자가 갈수록 짙게 드리워지는 양상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쉽사리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세계 경제가 어두운 터널에 갇혀 있는 시점에, 우리는 우리 사회의 에너지 효율을 다시금 비판적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에너지효율경제협의회(ACEEE)는 2018년도에 한국의 에너지 효율을 세계 주요 에너지 소비국 25개 중 13위로 평가한 바 있다. ACEEE는 올 4월에 2022년도 판 보고서를 발간하였는데, 이번에 한국은 25개 국가 중 11위를 차지했다. 지난 평가에 비해 다소 향상된 등수를 받았지만, 이는 아직도 자랑스러워 할 수준이 아니다. 상위 1위부터 6위까지는 유럽 국가들이며, 7위는 일본, 8위는 대만인데, 9위가 중국, 10위가 미국이다. 8위까지는 그럴 수 있다 싶지만, 9위와 10위가 엄청난 에너지 소비대국인 중국과 미국인데 한국이 그 보다 하위에 있다는 것은 대단히 부자연스럽다. 한국의 에너지 효율이 이렇게 중간 수준에 계속 정체되어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ACEEE는 무엇보다 국가적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은 국가 노력 부문에서 14위를 차지하여 전체적 평가에 비해서도 낮은 평가를 받았다. 건물 부문이나 산업 부문, 운송 부문은 25개국 평균에 비해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국가적 노력 부문은 평균보다도 낮았고 중국, 대만, 일본 같은 주변 동아시아국가들의 그것에도 훨씬 못 미친다. ACEEE는 2050 탄소중립이란 야심찬 계획을 세운 한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노력해야 할 부문이 많다고 꼬집고 있다. 그런데 ‘국가적 노력’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의 정책이나 공기업의 경영을 점검해 봐야 할 것은 물론이고, 국민들의 인식과 생활습관도 큰 몫을 하고 있다는 점 역시 우리는 깨닫고 되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2021년 한국인이 평균적으로 사용한 에너지는 6만8000 킬로와트시(kWh) 정도인데, 이는 비슷한 경제 구조를 가진 일본의 3만9000kWh나 대만의 5만8000kWh, 독일의 4만2000kWh에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치이다. 제조업과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이다 보니 에너지 다소비 구조를 형성하게 된 것이긴 하지만, 효율성이 낮다 보니 비슷한 상황의 다른 나라들보다도 높은 소비량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사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부분이 너무도 많다. 개인 시설이나 건물의 조명이 광고 또는 안전과 상관관계가 낮은 곳조차 훤하게 밝혀 있는 것이나 상업시설에서 문을 활짝 열어놓고 냉난방을 가동한다든지, 농업용 전기가 저렴하다보니 이를 남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문제나 여기저기 항상 꽂혀 있는 플러그 등, 일상생활 속에서 에너지 효율을 저하시키는 일들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한국의 에너지 공급은 기본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느니 만큼 안 써도 되는 부분에까지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면 그 자체가 이미 경상 수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도 해치는 결과로 이어진다. 한국 사회는 이른바 발전국가(developmental state)가 주도하여 경제 개발을 달성한 경험 때문인지, 에너지와 관련해서도 국가나 공기업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해 줄 수 있는가에만 지나치게 몰두해 온 측면이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공급망 재편이 진행 중이면서 에너지 가격도 당분간 불안정할 수밖에 없는데다가 탄소배출도 극적으로 줄여야 하는 지금으로서는 공급 못지않게 수요 부분에서의 각성이 선행되어야만 하겠다. 국가적 노력은 물론이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의식적으로 에너지를 절약하고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일 때 이 위기의 시대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기자의 눈]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출근길 서울지하철 탑승 시위의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 9월 5일 태풍 ‘힌남노’ 북상 때와 지난달 하순 이태원 10.29참사 때 한 주씩 중단했고, 2023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일을 앞두고 이달 14일부터 17일까지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잠정중단한다고 밝혔다. 지난 9월 5일 중단 결정은 당일 아침 탑승 시위 직전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전격 발표됐고, 10.29참사 애도기간이 끝난 뒤 종전까지 매주 월요일에 하던 시위를 이달 7∼11일 매일 시위로 늘렸다.그동안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에 시민과 당국은 ‘대체로 인내’하는 모습이었다. 서울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가 전장연을 상대로 제기한 민·형사 소송도 민사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이 피고인 전장연이 사회약자라는 점을 감안해 지난달 양자 합의를 유도하는 ‘조정’ 절차에 회부했고, 경찰 역시 업무방해 등 범죄 여부를 아직 ‘수사’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10.29참사 이후 시민들의 인내가 한계에 다다른 분위기다. 애도기간이 끝난 뒤 전장연이 시위 재개를 예고했을 때 전장연의 SNS 계정에는 시위를 강하게 비판하는 댓글들이 줄지어 올라왔다. 참사 이후 밀집공간 안전사고 경각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지하철 시위를 강행하는 전장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급격히 싸늘해진 것이다. 태풍 피해자, 10.29참사 유가족, 수능 수험생을 배려한다면서 일반시민의 안전사고 위험은 외면하겠다는 이중적 태도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가 갈수록 시민들로부터 공감을 잃어가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전장연은 수능일까지 시위를 유보하는 또다른 명분으로 지난 10일 국회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가 장애인 활동지원비 등 정부 예산안을 6000억원 이상 증액하기로 의결한 것에 환영의 의미라고 밝히기도 했다.그러나 국회의 장애인 활동지원비 증액은 절차상 정부 동의 과정이 남아있다. 정부가 동의하지 않거나 삭감할 경우도 예상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전장연은 또다시 지하철 시위를 벌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해 12월 3일 세계장애인의 날을 기점으로 전장연이 지하철 출근길 시위를 시작한 지 벌써 1년이 다가오고 있다. 장애인 권리증진에 나서는 전장연의 의도에 손가락질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전장연은 이제 시민의 불편을 볼모로 근 1년간 이어지고 있는 출근길 시위를 접고 다른 시민과 함께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kch0054@ekn.kr김철훈 성장산업부 기자

[EE칼럼] 글로벌 희토류 전쟁, 안정적 공급망 확보에 만전을

중국과 일본은 센카쿠(다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싼 영토분쟁에서 2010년 9월 총성 없는 전쟁을 치뤘다. 그런데 그런 전쟁이 2019년부터 미.중 무역전쟁으로 다시 재현되기 시작 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최후의 카드로 자국 내 희토류를 무기화할 것으로 압박하고 있다. 1992년 등소핑이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엔 희토류가 있다"고 말한 의미가 이제서야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희토류 자원이 전 세계 산업과 외교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중국은 지난 2010년 9월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일본과 마찰이 발생하자 희토류의 일본 수출을 중단시켰고, 일본이 3일 만에 백기를 들 만큼 강력한 효과를 낸 바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국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면 미국이 첨단 무기 생산에 많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희토류는 2차전지, 반도체, 풍력발전용 터빈, 전자전기 소재뿐 아니라 최근엔 군사무기 제조에 반드시 들어가는 필수 원료이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중국의 희토류 매장량은 4400만t으로 전 세계 매장량의 42.33%를 차지하고 있다. 2위는 브라질 2200만t, 베트남 2200만t, 3위 러시아 1200만t, 4위 인도 690만t, 5위 호주 340만t 등이다. 중국은 매장량 규모 1위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17종 희토류 원소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군사 무기 제조에 필수적인 중희토(특수 희토광물질)의 중국 매장량 비중은 더욱 높다. 중국이 자랑하는 세계 희토류 단일광산으로는 최대인 네이멍구 지역의 바이윈어보광산은 중국 희토류 매장량의 90%가 이곳에 집중돼 있다. 희토류 분야에 대한 중국의 독점력은 전 세계 석유무역의 69%를 차지하는 석유수출기구(OPEC)를 넘어선다고 평가 받는다. 지난해만 해도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 12만톤 가운데 중국의 생산량이 10만 5000톤으로 전체의 87.5%에 달했다. 그러나 현재 중국의 희토류 생산량은 전체 매장량에 비하면 매우 적은 규모다. 이는 전 세계 첨단산업에 대한 중국 희토류의 영향력이 앞으로 더욱 확대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희토류가 중국 경제발전과 외교력 신장에 큰 도움을 주고 있지만 중국 희토류 업계가 직면한 문제는 만만치 않다. 심각한 환경오염과 낮은 산업 효율이다. 특히 환경오염이 문제이다. 중국 희토류 채굴이 가장 먼저 이뤄졌던 바이윈어보광산으로 인해 인근지역이 심각한 방사능 오염에 노출됐다. 이 지역에 매장된 희토류에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희토류가 고수익 업종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지방 국영기업과 민간기업이 앞다퉈 희토류 개발에 뛰어들면서 무분별한 광산개발이 이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희토류 개발에 모든 노력을 쏟고 있는 이유는 미래 산업에서 절대 강국으로 올라서겠다는 정책적 전략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2년 "중국 희토류 상황과 정책"백서를 만들고 희토류 산업을 국가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이 계획에 따라 희토류 생산 및 가격 조절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중국은 2017~2020년 희토류 채굴 총량을 연간 10.5만t으로 제한 했다. 작년에는 채굴량을 상향 조정했지만 12만t의 소폭 증량에 그쳤다. 수출도 제한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태양에너지 수출국이고 청정에너지 무역에 큰 야심을 갖고 있다. 중국은 4차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인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을 두배로 늘릴 계획이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희토류가 당연히 중국으로서는 중요할 수 밖에 없고 계속 이를 독점하려고 하고 있다. 이미 전 세계 희토류의 70% 이상을 중국이 생산하고 있고 2025년까지 자국내 희토류 생산을 15% 더 올리려고 한다. 반면 미국은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2016~2020년 사이 수입한 희토류 가운데 중국산 비중은 78%를 차지한다. 한국의 대부분 기업들은 세계적 수준의 수출 경쟁력을 갖췄지만 산업활동에 쓰이는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한다. 희토류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말 한마디에 국내 기업들은 희토류 공급 절벽을 감수해야 한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를 줄이고자 호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호주의 위상은 높아졌다. 인플레 감축법은 전기차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로부터 원재료를 조달을 내걸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국내 희토류 자원개발률은 2014년 24.9%를 정점으로 2015년 3.9%, 2019년 0.3%, 지난해 0.2% 수준으로 해 마다 줄고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희토류 자원확보에 나서야 한다. 첨단산업 곳곳에 희토류가 쓰이는 만큼 중국 외 지역을 토대로 공급망 구축에 힘쓰면서 가격 갱쟁력을 챙겨 나가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세계 지도에 어느 나라에 무슨 광물이 얼마 큼 있는지를 표시해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해야 한다"고 내각에 지시했다. 지금 세계가 희토류에 큰 관심을 가지며 확보에 나서는 만큼 우리도 민.관이 협력해 희토류를 포함 핵심 전략 광물 확보에 나서야 한다.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이슈&인사이트] 알맹이 없는 수출동력 확보대책

세계 경기가 부진에 빠지면서 지난달 수출 실적이 2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가운데 한국 경제 성장동력인 수출의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주력 품목인 반도체, 정보통신기술(ICT), 철강, 석유화학 등이 동반 부진에 빠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정부도 수출 부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5대 신산업 분야에서 수출동력 확보를 위한 대책을 내놨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들어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신성장 수출동력 확보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집중적으로 육성하기로 한 5대 분야는 ‘주력산업’, ‘해외건설’, ‘중소·벤처기업’, ‘관광·콘텐츠’, ‘디지털·바이오·우주’ 등이다. 반도체 산업에 대해서는 1조원 규모의 재정지원과 3000억원 규모의 민관 반도체 생태계 펀드 조성에 나서기로 했다.정부는 반도체·이차전지 등 ‘주력산업’의 경쟁력 초격차를 확보하고, 연간 500억달러 ‘해외건설’ 수주 및 세계 4대 강국 달성, ‘중소·벤처기업’ 활성화로 일자리를 창출하며, ‘관광·콘텐츠’ 분야에서 한류 열풍을 기반으로 세계 선도산업으로 도약하고, ‘디지털·바이오·우주산업’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정부는 위 5대 분야는 우리가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거나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 신산업으로서 우리 수출 재도약의 기반이 될 핵심 분야라고 설명했다. 대표 주력 산업인 반도체의 경우 인력 양성 규모를 당초 계획한 1만 5000명에서 2만 6000명으로 늘린다. 차세대 반도체는 물론 팹리스(Fabless: 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등 관련 유망기술 연구개발(R&D) 지원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중소·벤처 분야의 경우 이달 중 세제지원 내용 등을 담은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 방안을 발표한다. 또 외국인 관광객 숙박비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 조치를 3년간 연장하고, 인공지능(AI) 초일류 전략과 디지털·바이오 혁신전략을 수립해 미래 먹거리 산업을 키운다는 계획을 세웠다.이번 계획 추진을 위해서는 이달 중 부문별 주관부처가 각각 민관합동 협의체를 출범시키고, 수출동력확보를 위한 분야별 과제 추진 및 신규과제발굴을 하게 된다. 주력산업은 산업통상자원부, 해외건설은 국토교통부, 중소·벤처는 중소벤처기업부, 관광·콘텐츠는 문화체육관광부, 디지털·바이오·우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맡게 된다.이번에 발표된 37쪽 분량의 ‘신성장 수출동력 확보 추진계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준비가 부족하고 급조된 느낌을 감출 수 없다.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계획이 여러 번 발표된 적이 있다. 이런 계획을 발표할 때는 투자액에 대해서는 재원 조달 계획이 있어야 하고, 투자에 대한 기대 효과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각 부분에 얼마를 투자하면 이로 인해 수출액이 얼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와 같은 수치가 제시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투자와 기대 효과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 제시가 거의 없다. 추후에 더 구체적인 방안이 발표될 수도 있겠지만, 처음부터 너무 엉성한 그림을 제시하여 뭘 달성할지 의구심이 든다.5대 신산업 분야에 각각 얼마씩 총 얼마를 투자하면, 각 부문 그리고 전체적인 수출 증가 효과가 얼마 기대된다라는 구체적인 목표가 있어야 ‘신성장 수출동력 확보 추진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아무리 계획을 들여다봐도 그러한 내용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비상경제장관회의를 통해서 계획을 발표했는데, 기획재정부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고, 5개 부처에 요구해서 받은 미완성의 계획서를 그대로 모아서 발표한 듯하다. 이번 계획의 핵심 내용을 살펴보면, 주력산업은 반도체·이차전지 등 경쟁력 초격차 확보, 해외건설은 연 500억달러 수주하여 세계 4대 강국 달성, 중소·벤처는 중소·벤처 활성화로 일자리 창출, 관광·콘텐츠는 한류 열풍을 기반으로 세계 선도산업 도약, 디지털·바이오·우주는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해외건설 부문에만 수출(수주) 목표가 있고, 다른 부분에는 전혀 없다. ‘신성장 수출동력 확보 추진계획’인가? 수치화되지 않은 계획(목표)은 의미가 없다.정부가 집중적으로 육성하기로 한 5대 분야에 대해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려고 내용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구체적인 종합계획이 없어서 지적할 수가 없다. 이번에 발표한 내용은 5대 분야를 선정해서 발표한 것에 만족해야겠다. 정부는 반드시 연내에 5대 분야 각각에 대한 투자 규모, 재원 조달 계획, 이로 인한 수출 증가 기대 효과 등을 반드시 수치로 계산하고 합산해서 발표해야 한다.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대한경영학회 회장

[기자의 눈] 다시 돌아온 반도체 치킨게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올해 가을 시작된 한파에 여전히 몸부림치고 있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기 침체로 D램과 낸드플래시를 탑재하는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 판매가 줄어들며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꺾인 탓이다. 당장 D램과 낸드 가격은 곤두박질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선두 업체에도 막대한 타격을 입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를 겪은 지난해와 비교해 절반에 가까운 영업이익이 증발했다. 겨울이 오고 있다지만 한겨울은 아직 멀었다는 전망까지 있다. 조사기관마다 다르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반도체 시장은 계속 얼어붙을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실적이 기온만큼 뚝뚝 떨어지는 와중에 ‘치킨 게임’이라는 말이 신문 지면을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고전 영화 ‘이유없는 반항’에서 제임스 딘이 그랬듯, 마주보고 서로를 향해 달리는 싸움을 말한다. 잠깐 초호황이 끝나고 다시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치킨 게임 구도가 명확해진 시점은 삼성전자가 투자를 축소할 생각이 없다고 선언하면서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마이크론 등이 설비투자를 축소하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홀로 핸들을 돌리지 않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인위적인 감산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힌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삼성전자가 기존 생산 계획을 유지하려는 이유로 중장기적 수요 회복에 대비할 필요성을 꼽았다. 데이터센터 증설이 확대되는 등 향후 시장이 반등했을 때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하지만 속내는 선두 업체로서 확보한 강력한 원가경쟁력을 활용해 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른 타격을 어느정도 감내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생산량 조정 뿐만 아니라 설비 투자 계획도 그대로 가져갈 것으로 전망된다.치킨게임을 알기 쉽게 바꾸면 ‘이판사판’이라고 한다. 막다른 데 이르러 던지는 일종의 승부수다. 삼성전자는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으며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경쟁사와 다른 길을 택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추운 겨울을 지나 봄, 여름이 왔을 때 웃을 자가 누구일지, 귀추가 주목된다jinsol@ekn.kr

[이슈&인사이트]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최선인가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 여부를 둘러싸고 여야 간에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여야 모두 염불에는 관심 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다는 점이다. 야당은 정치적 공세의 수단으로 이용하려 하고 있고, 여당은 관계자에 대한 저인망식 수사로 수세적 상황을 하루라도 빨리 모면하려는 것 같다. 진정성 없이 정치적 이해득실만 따지는 것은 그간의 많은 참사에서도 반복되어 왔다. 야당은 국정 ‘조사’라는 외피를 썼지만 사실 정치적으로 공격하고 책임을 추궁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는 것 같다. 여당은 처벌을 통해 물타기를 하면서 야당의 공격을 수세적으로 방어하는 데만 급급하지 대응의 진정성은 통 보이지 않는다. 사고수사는 책임추궁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참사의 심층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재발방지에 초점을 맞춘 사고조사를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 국정조사도 조사의 일종이긴 하지만 그 성격상 전문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당파성을 떠나 전문가들이 중심이 된 특별사고조사위원회를 설치·운영하는 것이 타당하다. 사고조사를 할 경우 그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원칙이 충족될 필요가 있다. 첫째, 독립성의 원칙이다. 사고가 발생한 경우 그 사고원인을 둘러싸고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착종하게 된다. 어떤 이해관계자에도 치우치지 않는 공평하고 중립적인 사고조사가 수행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이다. 공평하다고 인정된 사고조사이면, 그 조사결과도 설득력을 가진다. 이것은 사고에 의해 실추된 국민으로부터의 신뢰를 회복시키는 것으로도 이어진다. 이를 위해선 사고조사 담당기관이 행정기관, 정치권 등으로부터 고도의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전문성의 원칙이다. 설령 조사가 공평하고 중립적으로 이루어지더라도, 전문적이고 숙련된 자가 조사를 담당하지 않으면, 공연히 조사시간이 많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조사결과도 정확성, 타당성을 잃을 수 있다. 이런 사태에 빠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선, 조사는 사고조사에 숙련된 전문가들에 의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셋째, 공개의 원칙이다. 조사에서의 객관성, 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그리고 조사의 결과를 관계자가 활용하여 안전의 향상에 기여하도록 하기 위해선 조사과정과 결과가 관계자뿐만 아니라 국민 일반에게 공개될 필요가 있다. 조사과정의 공개는 유족의 "사고의 전체 모습과 원인을 알고 싶다"는 강한 바램에 응하는 것이기도 하다.넷째, 교훈화의 원칙이다. 조사에 의해 얻어지는 사실과 지식은 사회적 자산이 되어 교훈화돼야 한다. 즉, 사고원인이 된 여러 요인에 대한 개선대책이 마련돼 실시될 필요가 있다. 이태원 참사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우리 사회의 사고 예측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점이다. 엄벌을 통한 공포감 조성보다 예방의 사각지대를 찾고 예방기준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훨씬 더 정의로운 일이다. 처벌도 필요하지만, 처벌은 적정 수준이면 된다. 예측능력을 높이는 일은 대중적 인기도 별로 없고 쉽지 않지만 끊임없이 지속돼야 한다. 한 사회의 안전수준은 예측능력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권은 그간 사회의 위험감수성을 높이는 일은 소홀히 하고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는 데 가장 손쉬운 방법인 엄벌에만 과도하게 의존해 왔다. 그 화룡점정이 중대재해처벌법이다. 그 점에서 여야 모두 이번 사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엄벌에 몰빵할 시간의 일부를 예방 사각지대를 찾는 데 할애했더라면 이번 참사를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정확한 사고조사는 피해자와 유족의 정신적 치유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유족은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되었는지, 도대체 원인은 무엇인지 등 몹시 괴로운 생각을 계속해서 품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긴 분노는 간단히 치유될 건 아니다. 사고원인을 정확하게 아는 것은 피재자와 유족들을 치유하는 출발점이다.그간 우리 사회는 사회적 참사로부터 참된 교훈을 이끌어내지 못하다 보니 제대로 배우지도 못했다. 이번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도 책임을 추궁하는 데만 급급하고 희생양 만들기로 면피하려는 꼼수를 부린다면, 당장 여론을 잠재우고 표에 도움은 될지 모르지만, 이는 고인들을 두 번 죽이고 유족에게 몹쓸 짓을 하는 것이다. 물론 역사의 심판에서도 자유로울 리 없다.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EE칼럼] 에너지위기 맞서

경제가 침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기술 패권 다툼만 걱정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국내 사정도 심각하다. K-방산이나 원전의 폴란드 수출로 무너지는 국가 경제를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순진한 착각이다. 한가하게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생중계하고, ‘국방부의 산업부화’와 같은 절망적인 농담을 나눌 여유가 없다. 철 지난 유행가나 틀어놓고 ‘더 늦기 전에’를 외치던 지난 정부의 속 빈 탄소중립 비전 선포식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기업의 유동성 보장에 꼭 필요한 채권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지난 정부에서 탈원전의 첨병 역할을 했던 한국전력의 부실에서 시작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멀쩡하게 흑자를 내던 한전이 올 3분기까지의 누적 적자가 21조 원을 넘어섰다. 연말까지 적자액이 30조 원이 훌쩍 넘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현실화되고 있다. ‘좀비’ 기업으로 전락한 한전이 올 들어서만 23조 원이 넘는 회사채를 발행했다. 채권 시장의 마비는 그렇게 시작됐다. 엎친 데 덮친다고 강원도 도지사가 레고랜드 사태까지 터트려버렸다. 무능한 정치인들이 국가 경제와 국민생활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뜻이다.무역 수지도 최악이다. 지난 10월 기준 누적 적자가 356억 달러에 도달했다. 지난 4월부터 7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결과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처음이고,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 직전인 1996년의 적자액이었던 206억 달러의 2배에 가까운 역대 최악이다. 10월까지 1587억 달러에 이르렀던 에너지 수입액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작년보다 무려 82%나 늘어난 엄청난 규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원유·가스·석탄의 국제 가격이 오른 탓이다. 원유가는 90달러를 오르내리고, LNG 가격은 작년보다 180%나 올랐다. 석탄도 60%나 폭등했다. 결국 에너지 수입액 증가분이 무역 적자의 두 배에 달하는 지경이 된 것이다.한전을 고질적인 적자의 늪에서 건져 올려야 한다. 국가 전력망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5년 동안 비현실적인 탈원전을 묵인했던 대가는 치를 수밖에 없다. 물론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물가가 뛰고, 국민생활은 어려워지고, 기업도 경쟁력에 상처를 입을 것이다. 그렇다고 지난 5년 동안 묶어두었던 전기요금을 현실화시켜야 한다. 불합리한 전력도매가격(SMP) 제도도 대폭 손질해야 한다. SMP가 kWh당 256원을 넘어선 현실을 주목해야 한다. 국제 연료비 인상만 문제가 아니다. 주로 LNG를 사용하는 민간 발전사들과 태양광·풍력 사업자들에게 더 이상 부당한 특혜를 몰아줄 수 없다.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전기의 소비 절약은 불가능하다. 전기 소비를 줄여야 기후위기 대응도 가능해지고, 한전의 경영도 정상화시킬 수 있다. 한전이 매출이 늘어날수록 적자도 덩달아 늘어난다. 연료비가 많이 필요한 LNG와 석탄 화력으로 늘어나는 매출을 채워야 하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약속했던 탈원전 폐지를 더욱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더 이상 좌고우면할 여유가 없다. 오로지 탈원전만 외치던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어설픈 이념이 아니라 고도의 전문성을 강화시키도록 개현해야 한다.당장 원전을 건설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원전은 건설에만 10년이 걸리는 힘드는 일이다. 원전의 가동률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5년 동안 멈춰 세워놓았던 한빛 5호기도 재가동하고, 신한울 1·2호기의 가동도 서둘러야 한다.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의 공사도 머뭇거릴 수 없다. 신한울 3·4호의 건설도 다시 시작하고, 천지·대진의 건설도 재검토 해야 한다.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필요한 태양광·풍력·수소에 대한 관심은 잠시 접어둘 수밖에 없다. 특히 서해안과 제주도 근해에서 추진 중인 해상 풍력에 대한 어설픈 투자는 접을 수밖에 없다. 지역 환경도 걱정스럽고, 송전 가능성도 불확실하다. 그린(청정) 수소에 대한 환상도 설익은 것이다. 수소를 깨끗하고 안전하게 생산·운반·저장·활용하는 기술에 대한 투자가 훨씬 더 중요하다. 성급한 투자로 미완성의 미래 기술인 수소 에너지를 망쳐서는 안 된다.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기자의 눈] 21세기 COP, 온실가스 감축 책임 걷어차는

유엔 당사국들은 해마다 기후변화협약 이행방안을 잘 지키고 있는 지 부족한 부분은 없는 지 등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다. 이를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라 부른다. 올해 27번째를 맞은 COP는 지난 주부터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진행되고 있다. COP는 1995년 독일 베를린에서 처음 시작됐다. 당사국들은 이로부터 3년 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 환경개발회의에서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했다. 전 세계 국가들은 30년 전부터 환경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왔다. 이제서야 탄소중립이나 지구온난화 이슈가 화끈해진 것에 비하면 생각보다 꽤나 오래전부터 거론됐던 셈이다. 매년 진행돼 벌써 27차를 맞이하는 만큼 많은 내용들이 오갔을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그동안 COP에서 파리기후협약 등 중요한 내용들이 채택되거나 결의된 건 맞다. 하지만 말 뿐인 협약에 그쳤다는 꼬리표도 따라 붙는다. 올해 이집트에서 열리는 COP에서 주요 의제는 ‘손실과 피해’, ‘온실가스 저감’, ‘기후변화 대응’ 등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받는 이슈는 온실가스는 적게 배출하면서 그 피해를 더 크게 받는 기후 취약국의 손실과 피해 보상 문제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해수면이 올라 국토가 물에 잠기기 시작한 섬나라 정상들과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는 대홍수 피해를 본 파키스탄 등 기후 취약국 정상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기후 취약국의 손실과 피해 보상 문제는 이번에만 거론된 문제점이 아니다. 교토의정서가 채택됐던 COP3부터 선진국들의 책임이 요구됐다. 그래서 온실가스 감축 의무도 선진국에만 부여됐고 이를 원활하게 진행하고자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공동 이행 제도, 청정 개발 제도 등이 마련됐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중국과 인도가 개발도상국이라는 이유로 온실가스를 줄여야 할 의무에서 벗어나자 이에 반발한 미국이 당사국 총회를 탈퇴했다. 곧이어 다른 선진국들도 줄줄이 이탈하기 시작했다. 부끄러운 선진국의 모습이다. 이후 지구온난화는 모두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히면서 전 세계 국가들이 다시 손을 맞잡기 시작한다. ‘지구 온도 상승 1.5도 억제’라는 공동 목표를 두고 국가별 탄소중립 목표를 세우고 이를 이행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COP가 열리는 건 지난 2016년 열린 COP22 이후 6년만이다. 그만큼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에 대한 배상 문제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총회 일주일이 지난 지금 뚜렷한 진전은 없다는 소식이 들린다. 오히려 협상장의 관심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주요 20개국(G20) 계기 회담에 쏠려 있어서다. 선진국들은 이미 기후변화협약 초창기 때 온실가스 감축 책임을 걷어차 버린 ‘흑역사’가 있다. 21세기에 열리는 COP는 다른 모습이어야 한다. claudia@ekn.kr오세영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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