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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비욘드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아파트값의 낙폭이 깊어지면서 일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주민들이 가격하락을 저지하려 집값담합에 나서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이들 주민들은 온라인 부동산 카페 등을 통해 "일정 가격 이하로 매물을 내놓지 말자" 거나 "일정 가격 이하로 매매하는 물건을 중개하는 공인중개사를 퇴출시키자" 등의 주장을 펴고 있다. 심지어 "허위로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매되었다고 표기하자"고 선동하기도 한다.
타인의 주택을 낮은 가격에 팔지 못하도록 강요하는 행위는 왜 벌어질까. 주택의 실거래 가격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대중들에게 공개되고 있기 때문에, 한 번 낮은 가격에 주택이 매매가 이루어지면, 덩달아 인근의 다른 주택들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그런 이유로 집값 하락을 걱정하는 집주인이나, 부동산 투기 세력은 인근의 주택소유자들과 공인중개사들에게 집값의 담합을 강요하는 것이다.
좁은 땅덩이의 대한민국에서 부동산, 특히 주택이 가지는 가치는 매우 크고, 가장 중요한 재산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부동산 침체기에 집 소유자들이 자산가치 하락에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도 매도자와 매수자의 자연스러운 가격 경쟁을 통해 거래가 이루어져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제 3자가 억지로 가격을 묶어 두기 위해 인위적으로 매매에 개입하는 행위는 누군가의 재산권 행사를 침해하는 부당한 행위다. 자금 사정이 급한 소유자는 시세보다 낮은 금액으로 집을 내놓을 수 있고, 특히 장기간 팔리지 않는 주택의 경우에는 처음 제시 가격보다 낮은 금액으로 판매를 제안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집값을 억지로 높이는 행위는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어렵게 함으로써 사회 공동체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하는 결과를 발생시킨다.
집값 담합 행위를 법으로 엄격하게 규제하고 처벌하는 것은 이런 폐해가 크기 때문이다. 현행 공인중개사법은 안내문, 온라인 카페 등을 이용하여 일정 가격 이상으로 매물을 광고하는 특정 공인중개사에게만 중개 의뢰를 하도록 유도하거나 안내문, 온라인 카페 등을 이용하여 일정 금액 이하의 매물을 올리는 공인중개사에 대한 중개 의뢰를 거부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공인중개사에게 시세보다 현저히 높은 가격으로 표시하도록 강요하는 행위도 안된다. 이런 행위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형사처벌 조항을 두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부동산 거래질서 교란행위를 막기위해 한국부동산원에 위탁하여 부동산 거래질서 교란행위 신고센터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부동산 거래질서 교란행위 신고센터는 국세청, 금융위, 경찰청 등 관련 전문 파견인력을 구성하여 기획 조사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집값담합 행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왔고, 신고자에게 일정 요건에 따라 1건당 5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여, 집값담합 행위에 대한 근절을 시도하고있다.
그럼에도 집값 담합 행위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가격 담합을 방지할 제도를 두고 있음에도 현실적으로 처벌되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국회의원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2020년 2월21일부터 2022년 8월31일까지 집값담합 의심 행위로 신고된 건수는 2149건이고, 그중 실제로 조사가 이루어진 것은 1381건이며, 조사가 이루어진 사건중 1217건(약 88.1%)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나머지 무혐의 처분을 받지 않은 사건들도 실제 기소가 이루어진 사건은 13건에 불과하고, 확정판결까지 받은 사건은 11건에 불과하다.
관계당국은 이제라도 타인의 재산권 행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거래질서 교란행위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처벌에 나섬으로써 흐트러진 시장질서를 시급히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