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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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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에너지위기 맞서 '원전 정상화' 속도 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1.15 11:06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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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경제가 침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기술 패권 다툼만 걱정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국내 사정도 심각하다. K-방산이나 원전의 폴란드 수출로 무너지는 국가 경제를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순진한 착각이다. 한가하게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생중계하고, ‘국방부의 산업부화’와 같은 절망적인 농담을 나눌 여유가 없다. 철 지난 유행가나 틀어놓고 ‘더 늦기 전에’를 외치던 지난 정부의 속 빈 탄소중립 비전 선포식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기업의 유동성 보장에 꼭 필요한 채권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지난 정부에서 탈원전의 첨병 역할을 했던 한국전력의 부실에서 시작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멀쩡하게 흑자를 내던 한전이 올 3분기까지의 누적 적자가 21조 원을 넘어섰다. 연말까지 적자액이 30조 원이 훌쩍 넘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현실화되고 있다. ‘좀비’ 기업으로 전락한 한전이 올 들어서만 23조 원이 넘는 회사채를 발행했다. 채권 시장의 마비는 그렇게 시작됐다.

엎친 데 덮친다고 강원도 도지사가 레고랜드 사태까지 터트려버렸다. 무능한 정치인들이 국가 경제와 국민생활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뜻이다.

무역 수지도 최악이다. 지난 10월 기준 누적 적자가 356억 달러에 도달했다. 지난 4월부터 7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결과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처음이고,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 직전인 1996년의 적자액이었던 206억 달러의 2배에 가까운 역대 최악이다. 10월까지 1587억 달러에 이르렀던 에너지 수입액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작년보다 무려 82%나 늘어난 엄청난 규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원유·가스·석탄의 국제 가격이 오른 탓이다. 원유가는 90달러를 오르내리고, LNG 가격은 작년보다 180%나 올랐다. 석탄도 60%나 폭등했다. 결국 에너지 수입액 증가분이 무역 적자의 두 배에 달하는 지경이 된 것이다.

한전을 고질적인 적자의 늪에서 건져 올려야 한다. 국가 전력망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5년 동안 비현실적인 탈원전을 묵인했던 대가는 치를 수밖에 없다. 물론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물가가 뛰고, 국민생활은 어려워지고, 기업도 경쟁력에 상처를 입을 것이다. 그렇다고 지난 5년 동안 묶어두었던 전기요금을 현실화시켜야 한다.

불합리한 전력도매가격(SMP) 제도도 대폭 손질해야 한다. SMP가 kWh당 256원을 넘어선 현실을 주목해야 한다. 국제 연료비 인상만 문제가 아니다. 주로 LNG를 사용하는 민간 발전사들과 태양광·풍력 사업자들에게 더 이상 부당한 특혜를 몰아줄 수 없다.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전기의 소비 절약은 불가능하다. 전기 소비를 줄여야 기후위기 대응도 가능해지고, 한전의 경영도 정상화시킬 수 있다. 한전이 매출이 늘어날수록 적자도 덩달아 늘어난다. 연료비가 많이 필요한 LNG와 석탄 화력으로 늘어나는 매출을 채워야 하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약속했던 탈원전 폐지를 더욱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더 이상 좌고우면할 여유가 없다. 오로지 탈원전만 외치던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어설픈 이념이 아니라 고도의 전문성을 강화시키도록 개현해야 한다.

당장 원전을 건설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원전은 건설에만 10년이 걸리는 힘드는 일이다. 원전의 가동률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5년 동안 멈춰 세워놓았던 한빛 5호기도 재가동하고, 신한울 1·2호기의 가동도 서둘러야 한다.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의 공사도 머뭇거릴 수 없다. 신한울 3·4호의 건설도 다시 시작하고, 천지·대진의 건설도 재검토 해야 한다.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필요한 태양광·풍력·수소에 대한 관심은 잠시 접어둘 수밖에 없다. 특히 서해안과 제주도 근해에서 추진 중인 해상 풍력에 대한 어설픈 투자는 접을 수밖에 없다. 지역 환경도 걱정스럽고, 송전 가능성도 불확실하다.

그린(청정) 수소에 대한 환상도 설익은 것이다. 수소를 깨끗하고 안전하게 생산·운반·저장·활용하는 기술에 대한 투자가 훨씬 더 중요하다. 성급한 투자로 미완성의 미래 기술인 수소 에너지를 망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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