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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임금체불 사업주 구속이 능사인가

‘위대한 유산’ 으로 유명한 영국의 소설가 찰스 디킨슨은 1812년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존 디킨슨은 한때 빚을 갚지 못해 ‘채무자 감옥’에 수감되었던 적이 있다. 이때부터 아들 디킨슨의 생활이 매우 곤궁해져 결국 15세에 학교를 그만두었다. 어린 시절 어려웠던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많은 걸작을 남겼다. 대검찰청은 이달초 ‘임금체불 피해회복을 위한 검찰업무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악의적’(상습적ㆍ고의적)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해 검찰이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임금체불은 사업자가 근로자에게 일의 대가로 약속한 금전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근로자가 채권자, 사업주가 채무자이다. 채무는 빚이다. 빚을 갚지 못한다고 국가가 구속수사를 한다니, "우리가 지금 찰스 디킨슨이 활동하던 19세기에 살고 있나"라는 생각이 든다. 채무불이행에 대해 형사처벌하던 관습은 현대 문명국가에서는 사라진지 오래다. 다만 한국 노동법이 임금채무불이행에 대해서는 형벌로 다스리도록 정해 놓았으니 검찰로서도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 지난해 임금을 체불해 입건된 사업주는 4만 명이고, 근로자들이 받지 못한 임금도 1조 3500억 원을 넘었으나, 구속된 체불사업주는 0.02%에 그쳤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근로자가 열심히 일했어도 그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것은 근로자의 생존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 되므로 임금체불은 다른 빚을 연체하는 것과는 무게가 다르다. 그래서 국가에서도 ‘임금채권보장법’을 제정해, 사업주의 파산 등으로 퇴직한 근로자가 임금 등을 지급받지 못한 경우 절차에 따라 사업주 대신 노동부 장관이 미지급 임금 등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그 금액이 3개월분 봉급 정도여서 실효성 있는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그렇다고 하더라도 ‘악의적 사업주 구속수사 원칙’은 우려스럽다. 우선 상습적이라는 것은 확인될 수 있을 것이나, ‘악의’의 존재 여부는 본인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내심의 의사여서 확인이 어렵다. ‘악의’ 대신 ‘고의성’ 역시 밖으로 드러나지 않으므로 알 수 없는 영역이고, 수사관이나 검사도 알 수가 없다. 사업하는 사람이 임금을 떼먹을 생각으로 사업을 벌이고 일을 시킨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사기죄의 경우도 고발 건수는 많으나 다른 형사사건과 달리 기소율은 높지 않다. 고발 건수가 많은 것은 사기 사건은 민사적 구제가 어려우므로 답답한 피해자로서는 일단 고발부터 하고 보자고 나서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고 그로 인하여 기망행위의 상대방이 처분행위를 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얻는’ 까다로운 요건을 고루 충족시켜야만 ‘성립’한다. 그런데 실제로 사기꾼이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릴 고의성을 증명하기 매우 어려워 기소율은 낮을 수밖에 없다.검찰은 임금체불 사업주를 구속 수사한다는데, 개인사업의 경우에는 개인, 법인인 경우에는 법인 자체가 사업주다. 그런데 검찰은 ‘사업주’에 대해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한다고 하므로, 일단 개인사업자는 개인 및 그 가족 재산까지 조사대상이 될 우려가 크다. 법인의 경우는 경영담당자(대표이사)도 조사의 대상이 되나, 원칙으로 대표자 개인 및 그 가족의 재산상태까지 조사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그러나 개인사업자든 법인의 대표자든 체불임금 사업주가 구속되면 기업은 일시에 혼란에 빠지게 된다. 구속수사는 도주 우려 또는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인정되는데, 대표자가 구속되면 자금조달 방법이 막히고 오히려 임금체불이 고착화될 수 있다. 임금체불 가능성이 있는 기업주는 신속히 폐업하고 잠적하는 것이 화를 피하는 방법이 아니겠는가.이처럼 기업인의 영업상 채무에 대해 국가가 나서서 강하게 대응한다고 해서 과연 체불임금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인가. 기업인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전과자를 양산하며, 있던 일자리도 없애지 않겠는가. 검찰의 신중한 법 집행을 기대한다.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E칼럼] 유명무실 배출권거래제 제대로 작동하려면

새 정부가 출범한후 오랫동안 공석이었던 제2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민간위원장도 위촉되었다. 민간위원 구성이 마무리되면 새로운 2기 ‘탄녹위’가 곧 출범될 것이다. 2기 ‘탄녹위’는 내년 3월까지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기간에 2030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의 구체적 이행계획, 즉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국내 전체 배출량의 약80%를 관리하고 있는 배출권거래제의 이행계획이 로드맵 구성에 주요한 근간을 차지할 것이라는 건 자명한 일이다. 지난달 대한상의는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정책 시리즈 세미나의 일환으로 ‘합리적인 규제개선’이 필요한 분야를 짚어보었다. RE100, 순환경제와 더불어 배출권거래제가 다뤄졌다. 2015년 시작되어 3기가 운영중인 배출권거래제가 그간 에너지 전환 유도와 온실가스 저감에 미흡했다는 점은 참석한 전문가들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었다. 더욱이 규제 일색으로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한 적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불신이 지속되는 것을 차단하려면 시장이 작동되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배출 상한 설정을 통해 확실한 저감을 유도하고, 배출자가 의무를 준수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 즉 유연성 제도를 뒷받침하며, 효율성과 혁신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이행비용을 절감 하고, 낮은 관리비용과 배출량 추적 및 보고에 대한 책임이 필요하다. 이런 원칙에 근거하여 향후 배출권거래제가 개선되어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국가 2030 NDC 목표에 맞춰 배출권 할당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유럽연합(EU)는 ‘Fit for 55’를 발표하며 배출권거래제 강화와 NDC목표에 맞춰 감축계수를 조정하였다. 그리고 할당 계획 수립은 지금 운영되고 있는 3차 계획기간 중에 마무리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전문가, 산업계, 시민사회 등의 의견 수렴을 수차례 진행해야 하며, 이렇게 정해진 할당계획의 이행은 준비기간을 포함해서 시행 시기가 결정되어야 한다. 그간 할당계획 수립 시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팽배했고, 준비기간 없이 급작스런 시행되는 정책 실행의 미숙함을 보여왔다. EU처럼 할당 시작 이전에 미리 발표하여 기업들로 하여금 사전에 절감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둘째, 할당대상 기업들이 의무를 준수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이 허락되어야 한다. 저감기술에 투자, 배출권을 구매, 생산량의 조정, 사업장 외부에서 감축사업을 수행하는 등 유연하게 비용효율적인 방안을 선택하는 것은 기업 스스로가 판단할 일이다. 지금까지 유연성 제도의 하나로 기업들이 진행했던 국내외 외부감축사업은 관련 부처 담당자의 결정에 따라 정책의 부침을 거듭해왔다.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했고, 존재해도 전혀 작동할 수 없는 제도처럼 운영되었다. 국내외 외부감축의 상쇄 배출권 사용을 국내 배출권 가격 변동의 요인으로 고려해 인위적으로 공급량을 줄이려는 했던 시도는 시장 메커니즘의 작동을 망칠 뿐이다. 국내 배출권 시장은 유동성이 매우 부족하다. 배출권 거래회전율은 EU에 비하면 1% 남짓이다. 배출권 여유가 확보되면 시장 거래 역시 늘어날 것이다. EU가 시장안정화 물량을 확보해 적절하게 시장의 거래를 활성화 하는 것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국내외 외부 감축 배출권 인정의 고정량을 정하지 말고 시장에 맡겨 유동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이 결과적으로 해외에서는 개도국의 기후대응을 지원하고, 국내에서는 지자체, 시민들의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정책 의지가 필요하다. 셋째, 배출권 유상할당 수입을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 향후 유상할당은 확대되어야 하고 여기서 걷어진 수익금은 실제 온실가스 감축이 이뤄지는 부분에 지원되어야 한다. EU의 배출권 거래제 수익금은 저탄소 에너지 전환, 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위한 혁신 기금과 저소득 회원국의 탄소중립 지원을 위한 현대화 기금으로 사용되고 있다. 아울러 배출권거래제 강화에 따라 ‘사회적 기후기금’을 설립하고 기후불평등과 에너지 빈곤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우리는 유상할당으로 마련된 기금이 지금까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알려진 바 없고, 그 효과 또한 온실가스 감축으로 연결되었는지 아직까지 평가된바 없다. 국내 배출량은 에너지 집약적 소재산업에서 배출 대부분이 발생한다. 국제 경쟁에 노출된 제품에 탄소가격이 적용되면 기업 경쟁력 악화로 부담이 커질 것이다. 우선적으로 경제 효율, 편익의 관점에서 탈탄소화 선도기업의 육성을 위한 지원에 유상할당의 기금이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담당부처의 역량 부족으로 배출권거래제가 비용효율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이끄는 시장 메커니즘으로 작동되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부처를 변경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도전적인 NDC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배출권거래제 운영에서 더 이상의 시행착오가 허락되어서는 안된다.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기자의 눈] 카카오가 없는 세상

이번주 점심 자리 최대 화두는 카카오다. 다들 카카오가 운영하는 각종 서비스가 멈췄던 순간 느꼈던 당혹감을 얘기한다. 카카오모빌리티에서 킥보드를 대여했다가 반납하지 못해 대여료가 수십만원 청구됐다는 ‘웃픈’ 이야기도 들린다. 저마다 각자 느낀 불편을 얘기하다가도 결론은 대부분 비슷하다. 카카오는 우리 일상 대부분을 대리해줄 정도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긴 했지만 대체 불가능한 기업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카카오가 제공하는 서비스 대부분은 이미 대안이 존재한다. 메시징만 놓고 보더라도 네이버 라인이나 텔레그램, 인스타그램 다이렉드메시지(DM), 아이폰 아이메시지 등 다양한 채널이 거론됐다. 지도를 비롯해 모빌리티 등 다른 서비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사실 지난 주말 전까지만 해도 카카오라는 존재는 우리 일상에 필수불가결한 것처럼 여겨졌었다. 당장 국가기관부터 카카오톡을 활용한 인증과 알림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국가 행정 서비스 일부를 특정 대형 IT기업에 외주화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은 편의성 앞에 설 곳이 없었다. 카카오는 공공재 같은 속성을 활용해 덩치를 급격하게 키웠다. 크고 작은 신생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우리 생활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었다. 이렇게 성장한 카카오 국내외 계열사는 187곳에 달한다. 대기업이 그런 것까지 하나 싶은 영역까지 발을 넓혔다. 단시간에 덩치가 급격히 커진 반작용인지 카카오는 신문 지면에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오르내리는 일이 잦아졌다. 지난해 카카오페이가 상장한지 한달여 만에 주요 임원진이 스톡옵션을 행사해 주식을 팔아치는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들 중 일부는 사태에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났지만 현재 카카오 주가가 바닥을 치면서 투자자와 계열사 직원 피해가 막심한 상황이다. 우리사주에 청약한 카카오뱅크 직원들만 빚더미에 올랐다는 소식이 들린다. 카카오 서비스는 약 나흘 만에 대부분 정상화됐지만 카카오가 없는 세상을 겪은 사람들의 생각은 전과 다를 것이다.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와 골목상권 침해라는 구설수를 보면서도 마지못해 카카오 서비스를 이용했던 소비자들은 더 이상 없다는 것이다. 결국 모든 책임은 카카오 창립자인 김범수 의장에게 향한다. 사태가 몰락의 신호탄이 아닌 성장통으로 아물기 위해서는 비대해진 덩치에 걸맞는 책임 있는 경영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국정감사에 출석하는 김 의장이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길 기대한다. jinsol@ekn.kr이ㅣㄴ솔 이진솔 산업부 기자

[이슈&인사이트]

1기 신도시 개편의 닻이 올랐다.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민관합동 전담조직(TF)을 구성했다. 1기 신도시 지자체장과 협력방안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고, 지자체별 총괄기획가(MP, Master Planer)도 임명했다. 2024년까지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선도지구를 지정한다.과거 1기 신도시 계획 경험을 떠올려보면 상당히 빠른 속도다. 재개발·재건축 진행과정을 반추해보더라도 그렇다. 정비기본계획 수립, 정비예정구역 지정, 정비사업 진행 과정은 수년이 걸린다. 2년안에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고 선도지구까지 지정하려면 상당한 속도전이 불가피하다. 지역의 거센 요구가 크게 작용한 결과다. 그런 만큼 중앙정부와 지자체간 긴밀한 협력체계가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1기 신도시는 민관합동 전담조직(TF)의 정례적인 회의를 통해 ‘신도시 정비기본방침’을 마련한다. 지자체는 별도의 ‘정비기본계획’을 수립한다. 짧은 기간 내에 내실 있는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기 위해 정부가 선택한 것은 ‘신도시 정비기본방침’과 지자체별 ‘정비기본계획’을 함께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관련 법안도 내년 2월까지 발의할 계획을 두고 있다.특히 마스터플랜이 마련되는 2024년경에 ‘1기 신도시 정비 선도지구’도 지정된다. 노후도, 주민불편, 모범사례 확산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과거 신도시계획을 하면서 추진했던 시범지구와 비슷한 성격이다. 1기 신도시 재구조화 호가 순항하려면 무엇보다 정부·지자체·주민의 소통 협력체계가 중요하다. 지역의 충분한 의견수렴과 그에 따른 실질적인 조치가 빠르게 진행되어야 한다. 국토교통부 장관과 지자체장의 간담회, 주민설명회 개최, 총괄기획가 위촉이 이를 지원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특히 지자체별 총괄기획가는 정부·지자체·주민 간 소통창구로서 마스터플랜에 주민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새로이 도입되는 기능과 역할이다. 다양한 이해를 가진 지역주민을 참여시키고 의견을 조율해 나아가는 것이 1기 신도시 재구조화 과정에서 핵심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에 위촉된 총괄기획가에 거는 기대가 크다. 우리나라 도시개발 역사 속에서 1기 신도시가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 만성적인 주택부족으로 1990년에 아파트값이 32.3%(서울 38%)까지 치솟았다. 살인적인 집값 폭등은 근로자의 삶 자체를 위협했다. 집값 불안을 안정시키고 서민주택 공급을 서둘러야 했던 정부는 ‘주택 200만호 건설 : 5개 신도시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1기 신도시는 그렇게 탄생했다. 5개 1기 신도시 건설을 통해서 약 29만 2천호(수용인구 약 117만 명)의 주택이 공급됐다. 당시 수도권에서 공급하려고 했던 물량(90만호)의 33%에 해당하는 막대한 양이였다. 신도시가 건설되면서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은 안정되었다. 그렇게 공급된 1기 신도시가 지어진지 30년이 도래되면서 낡은 주택과 불편해진 주거환경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주택과 기반시설의 노후화, 주차난과 층간소음 등 안전과 주거환경이 취약하다. 이에 지역주민들의 재정비 요구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는 도시를 떠나고 있다.한 때 서울 인구 분산효과도 있었던 1기 신도시는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그 역할이 미약해졌다. 불편해진 생활로 신도시 인구가 다시 서울로 회귀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에 필요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방편으로 1기 신도시 재정비 논의가 시작되었지만, 1기 신도시의 재구조화는 서울 인구 분산과 오래된 노후도시의 개조 선례로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다. 30년전 1기 신도시 건설은 역사였다. 30년이 지난 지금 1기 신도시 재구조화도 역사다. 역사에 걸맞도록 역풍보다 순풍의 힘으로 함께 만들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

[EE칼럼] 사용후핵연료 처리,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

윤석열 정부 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지난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탈원전 정책을 공식적으로 대체하는 ‘K-원자력 재부흥 정책’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2030년 전원구성에서 원자력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30%로 확대한다는 것이나 건설 중인 원전은 예정된 기한에 맞추어 준공할 것, 2017년에 중단되었던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을 재개할 것, 또한 독자적인 소형모듈원자로(SMR)를 개발하는 등 첨단 원자력 산업도 적극 지원하며 해외 원전 수출을 확대할 것 등의 내용이 그 구체적인 실천방안이다.이런 윤 정부의 정책에 대해 여전히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들도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적 여론은 대체적으로 원자력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그 안전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에너지 가격 대란을 마주하며 우리 경제의 근간이 흔들릴 위험에 처하게 되자 현 정부의 수정된 에너지 정책에 대해서 수긍하는 여론이 확산한 것이다. 에너지전환과 에너지안보라는 두 가지 시대적 목표 중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원자력은 여전히 매우 유효한 에너지원일 수밖에 없다.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다른 주요 경제국들도 원전의 가치를 재평가하게 된 것도 바로 이런 현실 때문이니 만큼, 현 정부의 원자력 재부흥 정책은 필요한 결정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방향에는 대체적으로 공감할 지라도, 원자력의 가장 큰 문제인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관리와 처분에 대해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못하다. 이 문제는 원자력에너지의 지속가능성은 물론, 국민의 안전과 국토의 보존과도 직결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우리 정부는 이 문제의 시급성을 인지하고 지난해 12월말 ‘제2차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한 바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큰 진척을 이루지 못 하고 있다. 원전에서는 저준위에서부터 고준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방사성폐기물이 발생한다. 20년 가까이 사회적 갈등을 겪고 나서야 겨우 부지가 선정되어 2015년부터 경주에 운영되고 있는 방폐물 처분장은 방사능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저준위 폐기물만을 처분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사용후핵연료와 같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은 처리할 수 없다. 한국에서는 중수로를 사용하는 월성 원전 부지에서 건식 저장 방식으로 일부 운영하고 있는 것 외에는 대부분의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내의 수조에 임시적으로 저장하고 있다. 전원이 끊긴 수조의 수위가 낮아져 저장중이던 핵연료봉이 녹아버릴 뻔 했던 아찔한 장면을 후쿠시마 사고를 통해 지켜본 우리 국민들에게도 원전 부지 내의 수조에 빽빽하게 저장되어 있는 사용후핵연료의 존재는 원전의 안전성에 의구심을 갖게 하는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세운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실현하는 데 있어 결국 관건이 입지 선정이니 만큼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의 건설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인식을 사회 전체가 공유할 필요가 있다. 이런 국민적 공감대가 성숙되었을 때에 비로소 입지 선정 절차도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중·저준위 방폐장의 입지 선정 과정에서도 안면도, 굴업도, 부안, 군산 등 많은 지역에서 사회적 갈등이 야기되었다. 경주로 결정된 후에도 지역 내, 그리고 지역 간 갈등이 사라졌다고 말할 수 없을 만큼 여러 가지 후유증들을 남긴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는 사용후핵연료와 같은 고준위 폐기물의 중간저장시설과 함께 지하연구시설과 영구처분시설까지 결정해야 하는 훨씬 더 크고 무거운 과제에 직면하고 있느니 만큼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이 더욱 절실하다.어느 지역으로 가느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 이전에 선행되어야 할 것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원자력에너지를 통해 만들어진 전기를 사용해 왔고 지금도 사용하고 있느니 만큼, 그 혜택을 누린 대가도 함께 나눠 가져야 한다는 사회적 연대와 공동 책임에 대한 인식 확산이다. 아울러 정부는 국민들에게 이런 시설들이 필요한 이유와 이 시설들이 향후 어떻게 운영될 것인지 과학·기술적인 정보를 포함한 중요한 정보를 가감 없이 온전하게 공유함으로써 국민적 이해를 공고히 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기자의 눈] 탄소중립 시대 열 요금 현실화 필요

정부는 지난해부터 탄소중립에 고삐를 쥐고 몰아세우고 있다. 탄소중립의 개념이 처음 나올 당시에는 온실가스 배출에 책임 있는 선진국 위주로 각종 탄소중립 제도가 생기며 대전환이 시작됐다. 지금은 탄소중립이 전세계 공동의 목표로 자리잡았다. 우리나라는 유럽 등 선진국들이 몇 십 년 앞장 서 추진했던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을 따라잡기 쉽지 않다. 탄소중립 추진에서 가장 필수적인 과정은 에너지 전환이다. 화석연료를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로 채우자는 게 골자다. 지금은 전기에너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주택·건물·산업단지에서 반드시 쓰이는 열 에너지의 경우 집단에너지가 충분한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집단에너지는 기후변화 국제협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도입됐다. 집단에너지는 자원회수시설 폐열 등을 활용할 수 있다. 발전 효율도 높아 온실가스 배출량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집단에너지는 열 에너지를 생산한 뒤 남은 연료로 전기를 만든다. 효율이 높을수록 같은 연료를 투입하더라도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많아진다.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 배출도 적은 에너지공급 수단으로도 주목 받는다. 문제는 집단에너지는 국내에서 아직 ‘서자’의 위치에 그친다는 점이다. 전력 판매의 경우 한국전력공사의 독점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열 에너지 상황도 녹록찮다. 요금구조 자체가 한국가스공사 요금제를 따라갈 수 밖에 없다. 국내 집단에너지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는 한국지역난방공사(이하 한난)다. 그래서 한난의 열 사용료가 전체 업계의 기준이 된다. 다른 민간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은 열 사용료를 정할 때 한난 요금의 110% 이상을 넘기지 못한다. 문제는 한난의 열 요금은 자체적으로 정해지는 게 아니라 가스공사의 도시가스 민수용 요금에 따라갈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즉 가스공사가 도시가스 민수용 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한난도 열 사용료를 올릴 수 없고 다른 민간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의 열 사용료도 동결될 수 밖에 없다. 가뜩이나 지금처럼 열 연료로 쓰이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및 도매요금이 최고치를 잇달아 갈아치울 때에는 적자를 내면서 열 에너지를 판매해야 한다. 소비자들에겐 연료비 상승에 맞춰 에너지 요금이 오르는 게 달가울 리 없다. 하지만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요 부문에 대한 전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값 싼 에너지만 찾게 된다면 결국 탄소를 많이 배출하던 기존의 화석연료를 찾을 수 밖에 없다. 집단에너지가 탄소중립의 수단으로 꼽히는 만큼 요금 정상화부터 이뤄야 그 다음 계획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claudia@ekn.krclip20221018144607

[이슈&인사이트] 초연결사회 위기 빠트린 카카오 사태

지난 15일 오후 3시 30분께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 발생 직후, 데이터센터의 전원이 차단됐고, 국내 최대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와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의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거의 전 국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를 이용하는 택시기사들이나 퀵, 택배 기사들은 카카오 먹통 사태로 인해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카카오톡 뿐만 아니라 카카오T, 카카오지하철, 카카오페이지 등의 카카오 서비스들과 다음포털, 다음뉴스, 다음카페 등의 다음(카카오)서비스들에 문제가 생겼다.초연결사회의 빛을 만끽해 온 국민들은 카카오톡이 끊긴 토요일 오후, 당혹스러움과 불편함을 겪으면서 초연결사회의 그림자를 경험하게 됐다. 올초 기준 카카오톡의 국내 월간활성사용자(MAU) 수는 4743만 명.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의 월 사용자 수(8월 말 기준)는 각각 460만 명, 1290만 명이다. 카카오 대란으로 피해를 보지 않은 국민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카카오톡의 장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0년전인 2012년 4월 4시간의 서비스장애가 발생했고, 지난 4일에는 18분의 서비스장애가 발생했는데 원인을 공개하지 않았다. 2018년부터 최근까지 5년새 총 20건의 장애가 발생했는데도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서 이번에는 결국 대형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카카오가 멈추자 대한민국이 멈췄다.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등 카카오 서비스 대다수가 24시간 이상 장애를 겪으면서 전 국민이 불편을 겪어야했다. 카카오 사태로 플랫폼 경제의 민낯이 드러났다. 이번 화재로 서버 전원이 차단되면서 데이터센터에 입주한 카카오, 네이버 등의 서비스에 문제가 생겼다. 네이버는 쇼핑 검색 등 일부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했지만 같은 날 오후 9시30분경 정상화됐다. 반면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로 통하는 카카오톡을 비롯해 다음(포털), 카카오맵(지도), 카카오페이(송금), 카카오모빌리티(택시·대리 호출), 카카오게임즈, 멜론 등 대다수 서비스가 중단됐다. 같은 곳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네이버는 6시간 만에 복구를 했는데, 카카오는 복구하는데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두 기업의 위기 대응 능력의 차이도 살펴봐야 한다.카카오톡 멈춤 사태는 독점 온라인 플랫폼의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플랫폼 독점은 일상생활과 경제는 물론 국가 안전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국내 거대 온라인 플랫폼은 디지털 세계의 포식자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회가 타다와 같은 혁신 모빌리티를 금지하면서 택시 시장을 장악한 카카오택시는 택시 부족과 요금 폭등에 기름을 붓고 있다.정보통신업계와 정부 당국은 이번 사고를 반면교사 삼아 근본적인 장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를 비롯해 모든 기업과 단체들도 소통 수단의 다양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정보통신체계 마련을 고심해야 한다. 카카오톡을 이용한 일상 대화는 물론이고 회사 업무·쇼핑에 차질을 빚고 택시 호출과 배달 주문도 못 받는 일상 파괴가 이틀 이상 계속됐다. 해당 기업과 기업을 관리 감독을 해야 하는 정부 당국이 함께 빚은 국가재난급 참사다. 사고 징후도 여러 번 있었다.카카오톡 장애는 올해만 벌써 여섯 번째다. 2월에 QR체크인 오류, 7월에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페이지에서 접속 오류, 10월에는 메시지 전송 장애 등이 발생하더니 급기야 15일에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카카오톡에서 시작해 페이·택시·뱅킹 등 온갖 서비스로 사업을 넓힐 생각만 했지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할 생각은 덜한 것이다. 실제로 카카오는 자체 데이터센터가 없고, 지금 건설 중이다. 반면 네이버는 2013년 춘천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했고, 이번 화재에 따른 서비스 장애도 조기에 복구했다. 카카오의 처절한 반성과 대책이 필요하다.카카오의 재해 대비가 크게 부족한 것도 문제고, 말만 IT 강국이지 인프라 관리나 위기 대응 시스템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카카오는 사태의 근본 요인을 스스로 잘 살펴보고, 국민들에게 원인과 대책을 밝혀야 한다. 12년 만에 계열사를 136개나 둔, 자산 규모 32조원의 국내 15위 대기업으로 급성장하면서 빠뜨린 게 무엇인지 되돌아봐야 한다. 또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번을 계기로 정부도 대국민 IT서비스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사전에 철저하게 점검하고 대비해야 한다.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대한경영학회 회장

[EE칼럼] 리튬 확보 스스로 족쇄 채운 자원개발 적폐몰이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주 칠레에서 가브리엘 보리치 폰트 칠레 대통령과 면담하고 양국간 전기차 배터리 소재인 리튬 등 핵심 광물의 공동 생산과 연구개발에 합의했다. 칠레는 지난해 기준 리튬 보유량 세계 1위, 생산량 세계 2위를 자랑하는 자원부국이다. 세계 각국은 지금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리튬은 아주 가벼운 금속이다. 미량이지만 널리 분포하고 있는 희소금속 중 하나다. 이 은백색의 금속을 놓고 각국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유는 배터리 때문이다.전기차 시대의 개막은 배터리 시장에 불을 붙이고 있다. 해외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은 매년 평균 약 25%의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25조원 규모였던 배터리 시장은 2025년 약 182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같은 기간 169조원이 예상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보다도 큰 수준이다.올해 상반기(1~6월)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가 59조원에 이른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기차용 배터리 매출액은 427억3000만 달러(약 58조7000억원)였다.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보다 65% 늘어난 435만대로 조사됐다. 세계 1위는 중국 배터리업체 CATL이다. CATL의 매출액은 130억 달러로 시장 점유율이 30.4%다.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이 2위에 올랐음에도 매출액이 58억4000만 달러로 1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2위와 4위는 중국 BYD(38억3600만 달러.9%)와 삼성SDI(29억8000만 달러.7%)이다 이어 일본 파나소닉(21억5000만 달러.5%)과 SK이노베이션(20억7000만 달러.5%)순이다. 국내 배터리 3사를 합치면 총 매출액은 108억9000만 달러로 전체 시장의 25.5%이다.스위스투자은행 UBS에 따르면 앞으로 5개 상위 업체가 글로벌 시장의 8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세계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생산 설비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기차에는 휴대폰 배터리에 들어가는 양의 약 4000배에 달하는 리튬이 필요하다. 그래서 리튬을 새로운 석유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소수의 몇몇 국가만이 리튬 자원을 확보하고 있고 생산 할 수 있다. 특히 육상염수(소금 호숫물)의 경우 부존량이 많고 경제성이 높은데 남미의 볼리비아·칠레·아르헨티나 3개국에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70%가 부존돼 있다. 엄청난 리튬이 매장돼 있다고 해서 이곳을 ‘리튬 트라이 앵글’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는 2009년 이명박 정부때부터 한국광물자원공사(현 광해광업공단)를 중심으로 포스코·삼성물산·LG상사·GS에너지 등 민간 기업들이 힘을 합해 리튬 트라이앵글 진출을 시작했다. 아르헨티나는 2010년 6월 광물공사와 GS에너지, LG상사 등이 아르헨티나 살데비아 리튬 개발 사업에 진출했다. 한국이 진출한 옴브레 무에르트 리튬 염호는 아르헨티나에서는 유일하게 상업 생산 중인 곳으로, 일본·중국도 손을 뻗지 못한 곳이었다. 여기서 한국은 지분 30%를 확보했다.칠레에서도 광물공사는 삼성물산과 함께 2010년 11월 진출해 지분 30%를 확보했다. 칠레 NX우노 리튬 개발 사업은 부존량이나 개발 여건이 모두 우수해 당시 계획으로는 2013년부터 우리나라에 리튬을 갖고 올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고 여기서 멈추지 않고 세계 탄산리튬 최대 매장량을 자랑하는 볼리비아 진출이다. 리튬을 생산중인 칠레, 아르헨티나와 달리 볼리비아는 미개발 상태였다. 프랑스·일본·중국·브라질 등 10여개 국가가 유독 볼리비아에 눈독을 들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볼리비아 리튬 개발은 기술적 이유로 인해 경제성 있는 추출 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사실상 방치된 상태였다. 볼리비아는 이런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우수한 리튬 제조기술을 제공하는 국가나 기업에 리튬 개발 파트너로 사업의 우선권을 주겠다면서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냈다. 일본·중국·프랑스 등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볼리비아에 진출해 기술보고서를 제출했다. 한국은 2009년 8월 광물공사와 볼리비아 국영기업 코미볼사(社)가 리튬 자원개발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2010년 3월 광물공사와 함께 진출한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리튬 추출기술을 개발해 제일 먼저 사업권을 따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의 성과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부터 정치권에서 시작된 자원외교 적폐 논리에 휘말려 사업을 계속 이어가지 못하고 모두 포기하고 말았다. 그 여파는 현재 엄청난 국가적 손실로 돌아 오고 있다. 광물공사에 따르면 14일 기준 리튬(탄산리튬)가격은 전날보다 kg당 514.5위안(약10만2000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 평균 대비 6.08%, 전년 평균보다는 352.59% 급등한 수치다. 더 큰 문제는 돈이 있어도 리튬 공급량이 부족해 사올수 없다는 점이다. 해외 자원개발 사업은 박근혜·문재인 정부때 적폐로 내몰려 10년 내내 감사와 수사로 이어졌지만 문제가 드러난 것은 없다. 그러는 동안 해외 자원개발의 생태계는 사라졌다. 우리나라 해외 자원개발은 지금도 암흑기다. 정상화할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다시는 자원개발을 정치적 논리로 이용하지 않았으면 한다.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기자의 눈] 이재명 대표, 지자체 재생에너지 규제 해결에 나서야

재생에너지 관련 국정감사의 단골 소재가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재생에너지 설치 구역을 조례로 제한하는 이격거리 규제다. 대·중소기업, 공기업, 학계 등을 가리지 않고 재생에너지 보급에 가장 큰 장애물로 이격거리 규제를 꼽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그동안 해왔듯이 이격거리 규제 대책을 요구했다. 하지만 산업부와 산자위 의원들이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이격거리 규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 지난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129개 지자체는 이격거리 규제를 조례로 세웠다. 급격한 재생에너지 보급으로 주민이 설비 설치에 반발해서 나타난 결과로 분석됐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이격거리 규제를 만든 지자체를 대상으로 규제를 마련한 이유를 설문조사한 결과 주민 민원 방지 또는 해소라고 응답한 지자체가 가장 많았다. 문제는 이격거리 규제로 윤석열 정부의 2030년 재생에너지 보급목표를 달성하기가 지난 정부 때보다 축소했음에도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자체가 만든 이격거리 조례는 엄연히 지자체의 권한이다. 산업부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지자체 조례 제한의 필요성을 가지고 있더라도 관련 법안을 직접 만들지 않는 한 이를 대신 대표 발의해줄 의원이 산자위에 있을지 의문이다. 관련 법안이 발의되면 그 피해를 볼 수 있는 지역 주민과 지자체의 엄청난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산업부로선 규제 법안을 직접 발의하지 않는다면 현재 이격거리 완화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지자체가 알아서 따라와 주길 바라는 게 최선이다. 지자체가 시간을 두고 규제를 풀어주면 제일 좋겠지만 그 역시 쉽잖다. 벌써 재생에너지 보급이 줄고 있어서 그리 여유 있는 형편이 아니다. 에너지공단의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설비확인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태양광 보급량이 지난해 대비 24% 정도 감소했다. 업계는 이격거리 규제를 제한할 법제화가 당장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시간이 걸린다고 지자체가 이격거리 규제를 완화해줄지도 장담할 수 없다. 산업부에서 지자체가 가이드라인을 따르면 줄 수 있는 인센티브는 지자체의 재생에너지 사업에 혜택을 주는 수준으로 보인다. 재생에너지에 비우호적인 지차체가 재생에너지 사업에 혜택을 준다고 가이드라인을 따를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이격거리 규제 문제를 해결하려면 산자위를 초월한 정치적 추진력이 필요하다. 당장 재생에너지에 비판적인 여당에서는 이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30일 신안군 태양광을 방문해 ‘태양광 연금’을 언급하며 "재생에너지 중심사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진정으로 재생에너지 보급에 관심이 있다면 이격거리 규제에 대한 대책을 언급해야 한다. 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이 대표가 정작 산업 위기를 외면한다면 재생에너지를 정치 홍보 수단으로 활용했던 증거인 셈이다.wonhee4544@ekn.kr이원희(증명사진)

[이상호 칼럼] 핵무기 없이 北 핵위협 막을 수 있나

북한은 최근 국가 핵전략 정책을 법제화하면서 한국에 대한 선제 핵 공격을 명시하여 위협을 노골화했다. 이후 다수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하였고 곧 7차 핵실험도 감행할 것으로 판단되는 상황이다. 한국은 북한 핵무기 대응을 위해 미국 전술핵 상시 배치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 대북 억제력 강화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본격적인 핵무기 경쟁이 시작될 수 있는 어려운 상황이다.그동안 핵무기와 핵 억제력 관련 효용성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 과연 전쟁에서 핵무기 사용이 가능한가라는 딜레마 문제다. 지난 70여 년간 발전해 온 핵전략은 미국과 소련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두뇌와 논리적 분석 능력을 갖춘 천재급 인물들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이들이 다년간의 경험과 고뇌를 통해 심사숙고하여 내린 결론은 핵무기는 무기로서의 효용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핵무기는 사용하기 위해 만든 무기가 아니라 사용하지 않으려고 만든 무기다. 핵보유국 사이 전쟁에서 핵무기가 사용된다면 그 가공할 파괴력 때문에 결국 지구 종말 상황을 맞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핵무기의 효용은 ‘너 죽고 나 죽는다’라는 핵보유국 간 확증 파괴 능력 기반 상호 억제에 있다. 핵무기 보유 국가 사이 전쟁은 거의 불가능하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핵무기는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게 단 두 차례 사용되었고 이것이 일본의 항복과 2차 대전의 종식을 앞당겼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핵무기의 가공할 파괴력에 매료된 미국이 크고 작은 모든 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전략을 고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련과 중국이 핵보유국이 되면서 생각을 접게 된다.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하면 소련과 중국도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전술핵은 핵보유국 간 전쟁에서 제한된 지역에 제한적인 군사 목표를 대상으로 사용하여 대규모 핵 보복을 회피하는 대안으로 고려된 꼼수이다. 사용할 수 없는 무기를 그래도 사용해 보겠다고 활용 방안을 고심하던 중 도출된 자가당착적 결과물이다. 전술 핵무기는 적국 대도시 및 수도 등 국가적 목표를 타격하여 인구를 대량 살상하는 전략 핵무기와 다른 것으로 확실한 통제력을 가지고 제한적으로 사용한다면 핵전쟁의 단계적 확대(escalation) 과정에서 최악의 결과를 충분히 피할 수 있다는 희망적 사고의 결과물이다. 만약 핵전쟁이 단계적으로 확대되면서 통제가 가능했다면 이미 여러 번 핵전쟁이 일어났을 것이다. 핵은 전술핵이든 전략핵이든 다 사용하지 못하는 무기다. 어떻게든 지구 종말적 상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핵보유국이나 핵전략을 발전시킨 천재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지금까지 한 번도 핵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이다.문제는 이 구도가 핵보유국에만 유효한 개념이라는 것이다. 핵 미보유국은 핵보유국과 전쟁에서 핵 공격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없다. 북한과 같이 핵 선제공격을 법제화할 정도로 노골화한 경우 한국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 핵이 없는 쪽이 아무리 강력한 재래식 전력을 보유했어도 핵 공격에 대한 효과적인 방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서로 강력한 무력으로 견제하여 전쟁을 예방한다는 전통적인 억제개념이 성사되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핵은 사용할 수 없는 무기지만 만약 사용할 경우 핵 미보유국은 국가 붕괴 상황을 맞을 것이다. 핵보유국의 핵 협박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국은 한국에게 확장 억제력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 대신 북한에 핵 공격을 한 결과 북한의 보복을 받아 미국의 주요 도시들이 불바다가 되는 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그럼 대안은 무엇인가. 가장 확실한 대책은 한국 자체 핵무기 개발이다. 한국이 의지만 있으면 신속한 핵무기 개발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등 외교적으로 매우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함은 물론 한미동맹 파탄과 국제 제재 등 어려운 상황에 부닥칠 것이다.다음 대안으로는 미국 전술핵의 한국 배치와 한미 전술핵 공동 운용이다. 전술핵도 충분히 전략적 억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시행되고 있는 방식이다. 한국이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다. 이와 함께 미국이 한국의 핵연료 주기 완성을 허용하여 제한적인 핵 개발추진이 가능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한국의 핵무장을 허용하겠다는 신호를 줘 북한의 핵 도발을 제한하는 수단이다. 핵무기는 있어도 문제, 없어도 문제인 애물단지이며 영원히 극복하기 힘든 딜레마다. 핵 시대 가장 확실한 억제력은 핵 기반 억제력이다. 한미 양국은 전술핵을 배치하고 북한에 대한 핵 보복 개념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공개하고 한국의 잠재적 핵 보유를 인정하여 북한의 핵 도발을 궁극적으로 억제하는 의지를 확고히 보여주는 것이 제한적이나마 현재의 핵 딜레마 해소를 위한 대안이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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