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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의 슈퍼스타 엔비디아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요약> AI 시대를 맞아 미국 엔비디아가 스타 기업으로 떠올랐다. 엔비디아가 설계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칩은 생성형 AI를 가동하는 데 필수품이다. 자체 공장 없이 설계만 하는 팹리스가 시가총액 1조달러 클럽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달 실리콘밸리에서 만났다. 둘은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까.AI(인공지능) 시대의 슈퍼스타. 미국 반도체 기업 엔디비아(NVIDIA)는 이렇게 불러도 손색이 없다. 주가는 작년 10월 이후 세배 넘게 올랐다. 시가총액은 1조달러(약 1300조원)를 넘본다. 시총 1조달러는 애플, 알파벳(구글 모회사),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이 속한 울트라 프리미엄 클럽이다. 엔비디아 주가가 뛰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도 덩달아 들썩거린다. 어떤 회사이길래 세상을 들었다놨다 하는 걸까. 키워드를 중심으로 엔비디아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자. ◇ 패밀리 레스토랑 데니스(Denny’s)1993년 4월 젠슨 황, 크리스 말라초우스키, 커티스 프리엠 3인이 미국 동부 샌호제에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 데니스에서 만났다. 9살 때 대만에서 미국으로 이민 간 황은 스탠포드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LSI Logic, AMD에서 경력을 쌓았다. 말라초우스키는 선 마이크로시스템스, 프리엠은 IBM과 선 마이크로시스템스에서 컴퓨터 칩을 만졌다.창업 초기 세 사람은 모든 파일명에 NV를 붙였다. 넥스트 버전(Next Version)이란 뜻이다. NV는 엔비(Envy)와 통했고, 라틴어로 엔비가 인비디아(Invidia)라는 걸 알았다. 이렇게 해서 나온 회사 이름이 바로 엔비디아(NVIDIA)다.출범할 때 은행 잔고엔 4만달러 밖에 없었다. 그러나 가능성을 엿본 벤처캐피탈이 곧 붙었다. 미국 경제잡지 포천은 2007년 엔비디아를 올해의 기업으로 선정했다.출범 때부터 엔비디아는 젠슨 황이 최고경영자(CEO) 업무를 맡았다. 반도체 전문가인 크리스 밀러 미국 터프츠대 교수는 ‘칩 워’에서 "늘 검은 청바지와 셔츠, 검은 가죽 재킷을 입는 그(황)는 컴퓨터의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 같은, 말하자면 스티브 잡스 같은 아우라를 지니고 있었다"고 평가한다. ◇ 마약보다 더 귀한 GPU엔비디아의 주력 제품은 ‘그래픽처리장치’(Graphic Processing Unit)라 부르는 반도체 칩이다. 원래 GPU는 주로 비디오 게임 또는 컴퓨터 게임용으로 쓰였다. 올들어 생성형 AI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 덕에 엔비디아 GPU가 새삼 주목을 받았다. GPU는 생성형 AI를 학습시키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기 때문이다. 밀러의 설명을 들어보자. "GPU는 AI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훈련시킬 수 있다…여러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 이미지를 학습한다면 CPU는 픽셀 하나하나를 처리하는 데 비해 GPU는 많은 픽셀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셈이다. 그리하여 컴퓨터가 고양이를 알아볼 수 있도록 훈련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놀랍게 단축되었다." GPU의 이러한 설계 구조를 ‘병렬처리’라 한다. AI는 챗GPT를 넘어 자율주행자, 기후예측 등 상상할 수 모든 분야로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미 GPU는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전기차 테슬라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CEO는 "고급 GPU는 마약보다 더 구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 팹리스(Fabless)엔비디아는 대표적인 팹리스 기업이다. 반도체 회사이지만 공장을 두고 직접 칩을 만들지는 않는다. 대신 생산은 대만 업체인 TSMC에 맡긴다. TSMC는 세계 1위 로직 칩 제작업체, 곧 파운드리다. 설계 따로 생산 따로 시스템은 반도체 스타트업이 성장할 때 꽤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 스타트업이 직접 공장을 짓고 운영도 해야 한다면 돈도 돈이지만 인력도 감당하기 힘들다. 이때 제작을 외주로 맡기면 부담을 한결 덜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대만계 젠슨 황이 이끄는 엔비디아와 대만 최대기업 TSMC는 찰떡 궁합이다.무선통신 칩 시장을 지배하는 퀄컴은 또다른 팹리스 회사다. 퀄컴은 TSMC와 삼성전자 등에 생산을 위탁한다. ◇ 암(ARM) 인수 시도2020년 9월 엔비디아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소유한 영국 반도체 기업 암을 40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을 쓴 스기모토 다카시에 따르면 영국 케임브리지 교외에 본사를 둔 암은 회로 설계만 하는 ‘반도체의 숨은 실세다.’그러나 인수은 걸림돌을 만났다. 영국과 유럽의 공정거래 당국이 독과점을 우려해 승인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GPU 최강 기업과 회로 설계 일인자 기업의 만남은 누가 봐도 독과점을 우려할 만하다. 결국 엔비디아는 2022년 2월 암 인수를 포기했다. 만약 인수에 성공했다면 반도체 업계 사상 최대 M&A가 될 뻔했다. ◇ 젠슨 황과 이재용지난 5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2일에 걸친 장기 해외출장을 마치고 귀국했다. 이 회장이 만난 거물 중에는 젠슨 황도 있다. 두 사람은 실리콘 밸리 일식집에서 회동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을 공급한다. AI 시장이 커질수록 GPU는 물론 고성능 메모리 칩에 대한 수요도 커진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칩 분야에서 세계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그러나 시장이 더 큰 로직 칩(GPU, CPU 등) 분야에선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하다. 2030년까지 파운드리 1위를 목표로 세웠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만약 엔비디아의 GPU 외주 물량 일부를 가져올 수 있다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 거침없는 발언젠슨 황은 지난달 하순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중 수출 통제 정책을 비판했다. 황은 "만약 (중국이) 미국에서 (반도체를) 살 수 없다면 그들은 스스로 그걸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기업들이 중국과 교역할 수 없다면 미국 기업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칩스법(반도체법) 제정을 통해 대중 수출 통제를 대폭 강화했다. AI 혁신을 이끄는 엔비디아 GPU는 일순위 통제 리스트에 올랐다. 중국은 AI 개발에서 엔비디아 제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인공지공 작업을 위해 돌아가는 중국 서버의 95%가 엔비디아에서 설계한 GPU를 장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칩 워’). 1차 타격은 중국이 받지만, 중국에 고성능 GPU를 팔지 못하면 엔비디아도 실적에 마이너스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는 글로벌 패권 다툼의 일환이다. 젠슨 황이 목소리를 높인다고 바이든 대통령이 귀를 기울일 것 같지는 않다. <경제칼럼니스트>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엔비디아 본사. 생성형 AI 시대를 맞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설계하는 엔비디아가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사진=로이터/연합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5월29일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검은 가죽 재킷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사진=로이터/연합

[기자의 눈] 韓 경제 성장 해법, 이민 정책서 찾자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선진국에 ‘이민 열풍’이 불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영국에 작년 120만명의 이민자가 유입됐다고 보도했다. 캐나다 인구는 지난해 105만명 늘었다. 이 중 96%가 외국인이다. 미국, 호주 등 순유입 인구도 빠르게 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달라진 환경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주요국에서 은퇴자가 늘고 서비스업 등 구인난이 심각해졌다. 이민자가 필요해졌다는 뜻이다. 독일이 시리아 난민을 받아 유럽 전체가 혼란에 빠졌던 게 7~8년 전이다. 수용 규모도 120만명 수준에 불과했다. 비슷한 시기 미국은 멕시코에 장벽을 쌓았다. 영국은 이민자가 싫다며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지 않았던가.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우리나라는 이민 정책을 상당히 소극적으로 펼치는 나라다.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제도가 잘 발달한 탓에 진입장벽이 높다. 다양성을 존중할 사회 분위기도 조성되지 않았다. 지정학적 리스크, 언어 장벽 같은 요인도 있다. 이민 정책을 재설정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조선업 등 일부 업종에서는 이미 ‘일손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농촌을 중심으로 한 ‘지방 소멸’ 현상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무디스는 최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평가 보고서를 내며 "인구 통계학적 압력이 심화하는 게 (한국 경제의) 장기적인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민 확대를 위해 ‘이민관리청(가칭)’을 신설할 방침이다. 유학생을 정착하게 하는 방안, 고급 인력을 유치하는 묘수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가 1%대 초반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이민 정책을 잘 수립하면 중·장기적 경제 성장의 해법이 보일지 모른다. 중동 국가들은 자원 부국일지라도 경제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래를 위한 결단이다. 고(故) 셰이크 라시드 아랍에미리트(UAE) 국왕은 "내 할아버지는 낙타를 탔지만 나는 벤츠를 탄다. 하지만 내 손자는 다시 낙타를 탈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들이 바삐 움직이는 이유를 깨닫게 하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미래는 ‘합계출산율 0.78’이라는 숫자가 보여준다. "내 할아버지는 전쟁을 피해 피난을 다녔지만 나는 벤츠를 탄다. 하지만 내 손자는 태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외국인 이민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yes@ekn.kr여헌우 산업부 기자 여헌우 산업부 기자

[정훈식 칼럼]무너진 주거사다리

주필 전세 수난시대다. 무자본 갭투자 이른바 ‘빌라왕’으로 불리는 전세사기 사건이 곳곳에서 터지면서다. 빌라왕의 먹잇감이 된 전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해 난리고 일반 전세입자들도 역전세난에 발을 동동거린다. 애먼 선의의 주택임대인들도 날벼락을 맞고 있다. 가뜩이나 전셋값 급락으로 차액환급이 발등의 불인 가운데 전세를 월세로 돌려달라는 세입자들의 갑작스런 요구에 전세반환금 마련을 못해 아우성이다. 이래 저래 서민들만 피곤한 세상이다. 전세는 다른 나라에선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주거형태다. 지난 수십 년간 월세→전세→내집 장만으로 이어지는 주거사다리의 한 축으로주택수급 안정과 서민의 주거안정에 기여해 왔다. 그런데 이 전세시장이 전세사기로 얼룩지며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아무 탈 없었던 전세시장이 하필이면 이제와서, 왜,갑자기 주택공급 시장의 천덕꾸러기가 됐을까. 여기에는 무엇보다 지난 문재인정부의 주택 정책실책 탓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는다. 물론 주택시장 침체와 나홀로 가구 증가 등 세태변화 탓도 있다. 전세 투기와 시장 붕괴는 3년 전부터 예견됐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집권하자 마자 "부동산 가격 문제에서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라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규제·억제 중심의 고강도 대책을 쏟아부었다.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확대, 다주택자 양도세·종부세 징벌적 과세폭탄, LTV·DTI등 대출규제 옥죄기,재개발·재건축 규제 강화,초과이익 환수제 부활 등 약 30차례에 걸쳐 온갖 규제와 압박을 총동원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017년 8·2대책을 내놓으며 "이번 대책은 집을 많이 가진 사람이 불편해지는 것으로, 내년 4월까지 시간을 드렸으니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닌 집들은 좀 파시라"며 압박했다. 한편으로는 "우리 국민의 40%가 임대주택에 살지만,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사람은 10%밖에 안 된다"며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세제·금융 혜택을 드리니 다주택자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시면 좋겠다"며 임대사업을 권장했다. 수요 있는 곳에 제때, 제대로 공급해야 한다는 시장원리를 거스르며 수요를 억누르는 데 만 열을 올렸으니 결과는 뻔할 뻔자였다. 수요는 느는데 공급이 달리니 결국 수급불균형으로 집값이 폭등했고 이것이 전세시장으로 옮겨 붙었다. 문재인정부의 170석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입법폭주가 기름을 끼얹었다. 2020년 서민주거안정을 명분으로 대표적인 포퓰리즘 입법으로 지목된 임대차 3법을 앞뒤 재지 않고 밀어붙였다. 전세 시장에 대혼란을 초래한다는 전문가들의 반대 목소리를 무릅썼다. 임대차 기간을 ‘2+2년’으로 연장하고 임대료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한편 계약갱신권까지 반 시장 종합세트를 들였다. 가뜩이나 2020년에는 전세공급의 한 축을 담당했던 민간 임대사업제도 마저 사실상 폐지하며 화를 키웠다. 등록된 민간임대주택사업자는 임대료가 저렴하고 임대보증금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돼 있어 보증금 반환사고가 나지 않는 구조다. 그 틈을 전세보험조차 들지않은 전세 사기꾼이 파고들어 이지경이 됐다. 전문가들의 우려는 적중했다. 임대차 3법으로 전세매물이 잠기면서 전세가격은 미친 듯이 뛰었다. 서울아파트 전세가격(KB국민은행 조사 기준) 상승률은 2020년 6월 0.35%에서 7월 1%, 8월 1.18% 9월 2.0%로 상승폭을 키웠다. 연간 12.25%라는 기록적인 폭등장세를 기록했다. 폭등장세는 이듬해에도 이어져 2021년에도 11.86% 폭등했다.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주택 매매가격에 대한 전세가격의 비율인 전세가율이 70∼90%,더 나아가 매매가보다 전세가격이 높은 역전현상까지 빚어지자 이른바 갭 투자의 먹잇감이 됐다. 수중에 돈 몇 푼 없이도 집을 사들여 집값이 오르면 큰 차익을 볼 수 있는 여건이 되면서 대학생이고 주부고 너도나도 갭 투자에 뛰어들었고 갭 투자자들의 먹잇감은 아파트에서 연립,단독 등으로 확대되며 오늘의 지경에 이르게됐다. 여기에는 빌라왕 같은 전세사기꾼들도 활개를 쳤고 시장에서 경고음이 나왔지만 당국은 규제에만 집중했다. 포퓰리즘 입법폭주가 부른 참사다. 애초 에 신중하게 접근했더라면 호미로도 안 막아도 될 일을 결국 가래로도 막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피해와 책임은 모두 ‘정책실패 청구서’로 국민에게로 돌아오고 있다. 그런데도 무리한 정책과 입법에 대해 책임지거나 반성하거나 사과하는 자는 아무도 없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전세가격이 최고점이었던 2021년 임대차 계약 2년 만기가 도래하는 가운데 역전세난은 심화하며 집주인들은 차액 환급에 비상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전세 사기에 겁먹은 세입자들이 월세로 전환을 요구하거나 계약해지로 대거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일반 전세입자와 집주인간의 보증금을 둘러싼 갈등이 분출하고 있다. 가뜩이나 고금리로 집주인들도 이중 삼중의 고통을 받고 있다. 이른바 역전세 대란이 시작됐다. 한국은행은 역전세 위험가구가 전국적으로 100만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는 월세전환 수치는 빠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거대 야당 민주당을 중심으로 전세사기 피해자를 구제한다며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호들갑을 떨고 있다. 사기 피해를 입은 전세입자에게 국민혈세를 투입한다는 게 골자다. 한 마디로 병 주고, 약 주고다. 근본대책이 아닌 땜방에 몰두하는 모양새다. 정부와 정치권은 사기피해자 구제는 물론이고 냉철한 진단과 근본적인 처방에 나서야 한다. 그것은 전세시장이 이 지경이 된 배경을 철저히 따지고 여기서에서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전세시장을 망가뜨린 임대차 3법과 민간임대사업 등 임대사업 제도의 전반적인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 찔끔 찔끔 대책을 발표할 게 아니라 사태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방치한 시스템부터 점검해서 근본대책을 세워야 한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게 그 근본 해법이다. 그래야 무너진 주거사다리도 다시 세우고 서민의 내 집 마련 꿈도 살릴 수 있다.정훈식 정훈식 주필

[EE칼럼]후쿠시마 괴담 점입가경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둘러싼 안전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사실과 과학에 기반해야 할 논란이 자칫 상상과 공포를 조장하는 괴담으로 변질돼 과거 광우병 사태처럼 불신과 분열의 상처를 남기는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일본 정부는 현재 보관 중인 오염수 133만 톤을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여과한 후 400배 정도로 희석한 뒤 해저터널을 통해 1㎞ 앞 태평양에 30년에 걸쳐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방류 계획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안전성을 인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방류수 명칭부터 진영 논리로 대립 중이다. 한쪽에서는 ALPS로 여과했다는 점을 들어 ‘처리수’라고 하고, 다른 쪽에선 ALPS로 여과를 해도 삼중수소를 비롯한 몇 몇 방사성 물질은 여전히 남는다는 이유로 ‘오염수’라고 부른다. 어떤 명칭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이미 결론을 내려놓은 셈이다. 필자는 ALPS로 여과해 방출한다는 가치중립적 의미로 ‘여과방출수’라고 부르겠다. 양측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용어와 과학 지식을 동원해 완전히 상반된 주장을 편다. "ALPS로 제거할 수 없는 삼중수소 등 일부 방사능물질은 여과방출수와 함께 방류돼 해양생태계를 오염시켜 국민건강과 안전을 심각하게 해칠 수 있다"는 주장과 "해양생태계에 축적되는 방사능물질이 너무 적어 위험하지 않다"는 주장으로 맞선다. 양측 모두 ALPS로 제거할 수 없는 방사능물질은 바닷물에 방류돼 해양생태계에 축적된다는 사실에는 동의한다. 그렇다면 논쟁의 핵심은 축적된 방사능물질로 수산물이 오염되느냐의 문제와 오염된다면 국민건강을 해칠 수 있느냐의 문제로 축약된다. 먼저 여과방출수의 위험성이 과장됐다고 주장하는 측의 대표적 학자인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여과방출수의 삼중수소 농도는 1500베크렐(Bq)인데, 이것을 그냥 마신다고 가정할 때 예상되는 피폭량은 같은 양의 이온 음료 안에 있는 칼륨에 의한 피폭량과 같다고 주장한다. 방사성 탄소의 농도도 생선이나 고기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농도보다 높지 않고, 뼈에 달라붙어 위험하다는 방사성 스트론튬의 양도 여과방출수 L당 30Bq인데 이 물 1L를 마실 때 피폭량은 바나나 8개를 먹을 때와 같다고 말한다. 이 외에도 정교수는 여과방출수에 남아 있는 방사성 물질에 의한 피폭량과 평소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피폭량을 숫자로 비교함으로써, 여과방출수의 위험성이 그렇게 높지 않다는 사실을 쉽게 설명한다. 따라서 일반인 입장에서는 정교수가 숫자로 제시한 여과방출수 안에 남아 있는 방사성 물질의 농도와 식품 섭취에 의한 피폭량의 진위 여부만 따지면 끝날 논쟁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과방류수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대표적 학자인 서균열 서울대 명예교수는 "삼중수소가 몸에 들어오면 문제다. 5년, 10년 후 혈액암의 원인이 된다. ALPS는 2류 기술이다"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우리 몸속으로 들어올 삼중수소 농도와 혈액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 간의 상관관계 그리고 일본 ALPS가 2류 기술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다. 아쉽게도 서 교수는 객관적 증거 대신 "일본이 예상 피해를 축소하고 정보를 주지 않는다.일본은 못 믿을 나라다"라는 식의 일방적 주장을 펴고 있다. 이렇다 보니 괴담 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서 교수는 "국민건강과 식탁안전을 고려해 최대한 검증하고 조심하자는 취지를 괴담으로 치부한다"며 유감을 표한다. 하지만 위험을 부풀려 조심의 단계를 넘어 공포를 조장하는 것은 문제다. 유 교수는 유감을 표하기에 앞서 정 교수가 제시한 수치부터 과학적 근거를 들어 반박해야 옳다. 괴담의 위력은 이성이 작동되지 않는 탈 진실의 공간에서 작동된다. 여기서는 거짓일수록 환영받고, 대담한 거짓말쟁이일수록 영웅 취급을 받는다. 마크 트웨인은 "진실이 신발을 신을 때, 거짓은 지구 반 바퀴를 돈다"고 했다. 거짓이 권위를 입으면 확산 속도는 더 빨라진다. 우리나라 최고 대학 과학자라는 권위를 타고 퍼지는 ‘후쿠시마 논쟁’이 걱정되는 이유다.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기자의 눈] 한전 미수금·출자회사 급증, 전력업계 우려 현실화

한국전력공사의 지난해 출자회사가 496개로 확인됐다. 4년 전인 2018년 말(245개)의 두배 수준이다. 전기요금 미수금 회생채권이 419개로 급증한 결과다. 회생채권이란 회생절차개시 전에 발생한 재산상의 청구권을 말한다. 순수한 한전의 출자회사는 해외포함 44개에 불과하다. 한전의 대규모 적자로 인한 전력시장 붕괴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는 분위기다. 전력 업계에서는 재정난에 몰린 한전이 설비 투자비를 줄이거나 지급을 지연하면서 협력업체까지 자금난, 일감 감소 등 사업상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전기관련단체협의회는 최근 성명서에서 "한전의 적자로 전기산업계는 생태계 붕괴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한전은 최근 경영난 해소를 위해 발전소와 송·변전망 같은 일부 전력시설의 건설 시기를 늦추겠다고 선언했다. 한전이 발표한 자구안에는 일부 전력시설의 건설 시기를 미뤄 2026년까지 1조 3000억원 절감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만큼 한전의 경영난, 자금난이 급박하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전기요금에 반영되지 못하며 한전은 2021년부터 올 1분기까지 45조원의 적자를 냈다. 부채는 작년 말 기준 193조원에 육박한다. 올해 말에는 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이런 상황에서 발전 및 송·변전 수요가 급증하면서 한전의 투자 축소가 국내 산업 기반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당장 전기차 시장 급성장, 데이터센터 증가 등 산업 전환의 흐름 속에 전기 수요가 늘고 있다. 용인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등 첨단산업단지 구축을 위한 송전망 확충이 요구된다. 무탄소 전원 확대에 따른 전력 계통 안정화도 필요하다. 제10차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에 따르면 2036년까지 전국의 송전선로는 현재의 1.6배로 늘어야 한다. 투자 비용은 5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또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전원의 비중이 높아지는데, 이들 발전소가 대부분 지방에 있는 만큼 여기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의 첨단전략산업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대규모 송전망 투자가 시급하다. 한전의 투자 축소는 장기적 전기 공급 능력 상실은 물론 안전에도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재무적 차원에서는 ‘자구’일지 몰라도 전력시장 생태계차원에서는 ‘자해’가 아닌지 우려된다.

[이슈&인사이트]초고령 시대,간병·돌봄인력 확충 서둘러야

방준석 숙명여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대한약국학회 회장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세계적으로 웰빙과 삶의 질,그리고 건강수명 개념이 부각되고 있다. 이 가운데 건강수명은 육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나이다. 2020년 기준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평균 83.5세(남자 80.5세, 여자 86.5세)지만 건강수명은 66.3세에 그친다. 남자는 14년,여자는 20년을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말년을 보내는 현실이다. 인체는 34세, 60세, 78세 전후에 급속히 노화가 진행되는 데 50대부터 사망률이 갑자기 높아지다가 80대에 최고에 이른다. 지난해 기준 한국인의 1인당 평균 외래진료 횟수는 14.7회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1위, 재원일수는 19.1일로 2위다. 여기에 고령인구의 증가세까지 고려하면 의료자원 확충과 의료비 절감은 물론 ‘노인돌봄’ 문제도 심각하게 인식하고 준비할 과제다. 우리나라의 노인복지제도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가 건강보험공단 주관의 노인장기요양보험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65세 이상인 생활빈곤자에게 제공되는데, 먼저 건보공단에서 등급을 인정받아야 한다. 두번째는 지자체가 제공하는 노인맞춤 돌봄 서비스로 65세 이상이면서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기초연금수급자 등 재산여건에 따라 차등을 둔다. 중복수혜가 불가하기 때문에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라면 비록 기초수급자라도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 셋째는 국민연금공단이 제공하는 장애인활동 지원서비스다. 장애정도를 바탕으로 19세 이상이면 노인이 아니라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65세가 되면 혜택이 종료되며 무조건 노인장기요양보험서비스로 이관된다. 이 제도는 고령자를 위한 이중삼중의 보호막이 아닌 선별적 혜택으로 최소한의 공적부조 성격이다. 빠른 고령화 때문에 이 제도의 지속가능성은 불투명하다. 특히 젊을 때 평균소득층으로 분류된 이들의 노후 돌봄은 상대적으로 국가지원상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 더구나 현행 연금제도와 사회보장제도의 문제점은 젊을 때 시작된 수혜의 불평등성이 노년이 돼서는 더 심화되는 구조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노인 돌봄 패러다임이 이전 요양원과 요양병원 모델에서 다르게 변하고 있다. 2017년 노인실태조사 결과 57.6%가 거동이 불편해도 살던 곳에서 여생을 마치고 싶어하지만 별 수 없이 병원·시설에서 지내며, 재가 서비스 제공이 불충분해 가족이 부담을 떠안고 있었다. 이에 돌봄 불안을 해소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내도록 주거·의료·요양·돌봄 서비스 개선 정책으로 ‘지역사회 통합 돌봄 기본계획 이른바 ’노인커뮤니티케어’ 정책이 2018년 11월에 발표됐다. 추진 로드맵과 함께 주거, 건강·의료, 요양·돌봄, 서비스 통합 제공 등 중점 과제가 제시됐고 이듬해 6월부터 2년간 16개 시·군·구에서 모형도출을 위한 선도사업을 시행했다. 2025년 돌봄 제공 기반 구축을 완성하며 중점 과제로 △주거지원 인프라 확충 △방문건강 및 방문의료 △재가 돌봄 및 장기요양 △서비스연계를 위한 지역 자율형 전달체계 구축 등이 제시됐다. 하지만 선행사업 성과와 정책방향을 뜯어보면 지역사회 여건에 적합한 모형의 도출보다는 대부분 시설 확충과 시스템 구축에 초점이 맞춰져 매년 수십 조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정책인데도 현실성과 지속가능성에 한계가 있다. 초고령사회를 위한 연금제도의 개혁도 미진하다. 국가와 가계 부채는 늘고 있고 세수는 부족하다. 노인의료를 위한 원격의료나 돌봄 인력 확충에 필요한 의료법 및 간호사법의 제·개정은 본질보다는 직역간 다툼과 정쟁으로 변질되며 돌봄 정책이 자칫 고비용구조로 왜곡될 수 있다. 커뮤니티 케어 도입 전이라도 최소생계비 보장, 장애인 및 빈곤자를 위한 공적지원 확대, 대소변 처리와 목욕 같은 위생관리, 만성질환 지속관리를 진행하자. 노인을 위한 간병과 돌봄 인력 확보를 서두르지 않으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미래세대에 전가될 것이다.방준석 숙대 약대 교수 방준석 숙명여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대한약국학회 회장

[이슈&인사이트] 무주택 서민의

2008년에 건설업체 임직원들 사이에는 이런 대화가 오고 갔다. "4대강 사업으로 일은 많아졌는데 공사를 해도 남는 것이 없다." 대형건설사 CEO 출신인 당시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자 건설업계는 반겼지만 기대와는 크게 다르다는 불만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실물 경제에 밝아 이윤이 많이 나게 공사를 발주하지 않았다. 역대 정부의 주택 정책을 평가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집값을 잡아 서민의 주거 안정에 기여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드러난 주거단지 개발 과정에서 천문학적 폭리를 민간에게 안기고 그 이익을 나눈 일부 지자체장들, 악덕 전세사기단, 이들에 줄 대어 기생하는 철면피 권력자들을 보며 공공의 역할에 대한 의문과 함께 서민 주거 문제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무주택 서민들은 폭등한 주택 가격에 ‘소박한 내집 꿈’을 꿀 수 있을까? 집값이 너무 올랐다. 좀 내렸다고 하지만 아직도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PIR(가구소득에 대한 집값의 비율)로 볼 때 서민들이 부담가능 주택의 선례는 어디에 있었을까. 이명박 정부 당시 PIR은 국제적인 적정 권고치인 5 안팎이었다. ‘5’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로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먼저, 이명박 정부는 2008년 9월 서민용 보금자리주택 150만 가구 공급(10년간)과 대규모 공공 택지 공급(100㎢ 규모의 그린벨트 해제)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 요지에 공공 택지를 개발해 반값 아파트를 대량 공급하겠다는 발표에 주택 시장은 충격에 빠지고 주택 가격도 빠르게 안정됐다. 실제 공급량은 발표 계획량에 미치지 못했지만, 심리적인 가격 안정 효과를 가져왔다. 또 노무현 정부의 강력한 주택 규제 정책을 전면 폐기하지 않고 ‘단계적 규제 완화’를 선택했다. 주택 시장의 생리를 잘 알고 있었기에 전임 정부의 정책의 장점을 살리고 문제점을 수정,보완하는 방향으로 ‘운영의 묘’를 살렸다. 그 효과가 임기 내내 주택시장 안정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경제 위기’가 집값 안정을 도왔다. 전국 아파트 가격은 2007년과 2008년 각각 5.8% 상승률을 보이다가 2009년과 2010년에 각각 1.5%로 상승폭이 크게 둔화되며 이명박 정부 임기 중 임기 중 연 평균 물가상승률 수준인 2.7% 상승했다. 이에 비해 전세가격은 임기중 연평균 5.3% 상승하며 ‘렌트 푸어’, ‘깡통 주택’ 등의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최근 몇 년간 급등한 전세가격과 비교하면 5%대 상승은 그다지 높다고 볼 없겠지만, 그 당시 기준으로는 ‘급등’으로 인식됐다. 미분양 아파트 는 2007년 11만2000가구에서 임기 초인 2008년 16만6000만가구까지 치솟았다가 점차 줄어들어 임기 말에는 7만5000가구로 줄었다. 미분양 아파트가 줄어든 요인은 무엇보다도 PIR에서 찾을 수 있다. 이명박 정부 주택정책과 당시 시장상황이 현 시점에서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서브프라임 위기와 금리인상 및 공급망 재편에 따른 세계 경제 위기 가능성 등 대외적 환경이 유사하다. 전임 정부의 유산인 강력한 부동산 규제와 주택 가격 급등 그리고 미분양주택 급증 등 국내 상황도 비슷하다. 이명박 정부는 전임 정부 정책을 ‘단계적 규제 완화’로 시장 변동성을 줄이면서 주택가격을 안정화시켜 PIR을 적정하게 관리했다. 윤석열 정부도 본받을 만한 전략이다. 주택 시장은 하나하나의 대책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한번 잘못된 정책으로 서민들은 엄청난 고통을 받는다. 서민들에게는 어떻게 주택을 사느냐, 파는냐에 따라서 그 인생의 성패가 갈리는 세태가 됐다. 서민들도 살리고 기업도 살리는 상생 주택 정책을 마련하는 것은 지극히 난제일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이들께 널리 조언을 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이영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명예교수/지속가능과학회 회장

[EE칼럼]글로벌 중추국가에 걸맞은 기후외교 펼쳐야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유엔총회 연설에서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가치연대의 중요성과 함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세 가지 분야를 강조했다. 보건과 IT 그리고 그린ODA로 대표되는 기후변화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강조했듯이 기후변화 문제는 환경의 문제를 넘어 정치의 문제이자 경제의 문제다. 기후변화 대응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시장과 일자리가 생기고 있다. 다양한 국제표준들을 자국 중심으로 만들고자 하는 국가들의 경쟁은 총성 없는 전쟁과 같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구조로 인해 글로벌 중추국가에 걸맞은 야심찬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국내에서만 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파리협정을 활용해 해외에서 국가 간 협력의 틀을 활용해 온실가스 감축결과(ITMOs)를 확보해 국내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활용해야 한다. 문제는 갈수록 협력 대상국을 선정하고 대규모 ITMOs를 국내로 이전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것이다. 전략적인 기후변화 외교의 필요성이 커지는 이유다.사실, 개도국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국가 중 하나인 우리나라와 기후변화 협력을 통해 얻기를 원하는 것은 ITMOs를 상품과 같이 일정 가격으로 우리에게 판매하고 수익금을 얻는 것 이상이다. 개인적으로 깊이 관여였던 한·가봉 간의 기후변화 협력이 좋은 예다. 지난해 말 방한해 기후변화 협력협정에 가서명을 한 가봉 외교장관은 가봉이 우리와 기후변화 협력을 통해 얻기를 원하는 것은 우리가 가진 고도의 인프라 건설 역량과 다양한 기술력을 전수받아서 가봉도 우리와 같이 단기간에 선진국가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 과정에서 필요하면 자국의 최고 수준의 산림관리를 통해 발생한 ITMOs를 우리에게 이전해 줄 수 있다고도 했다. 산림녹화·중화학 공업 활성화를 통해 최단기간 내 경제성장을 이룬 우리의 노하우에 바탕을 둔 기후변화 기술과 산업에 대한 협력 역량은 대한민국만이 갖고 있는 최고의 자산이다. ODA와 함께 다른 형태의 재원도 같이 활용해 개도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우면서 우리 민간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ITMOs를 확보하는 것이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전략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파리협정에 따른 절차와 기준을 지키는 범위에서 개도국과의 협력의 틀과 내용에 대한 다양한 포뮬라를 만들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고안해야 한다. 너무나도 일반적인 현재의 포괄적 기후변화 협력협정의 고도화 작업도 이뤄야 한다. 이러한 고도와 작업은 윤석열 정부가 중요하게 추진하는 인·태전략, 태평양 도서국 정상회의 등 소다자 회의에서의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 외교는 선진국과의 신 산업 협력 차원에서도 진행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모두 이들의 중요한 기후변화 정책이다. 국내 기후산업을 부흥하고 자국 표준을 세계화하기 위해 미국은 보조금 정책을, EU는 탄소가격정책을 활용하는 것일 뿐이다. 이에 대응하는 우리의 외교 전략은 가치와 안보동맹에 기초하면서 기후변화 통상국가로서 기후변화 기술과 자본시장에 대한 선진국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이어야 한다. 이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우리 기업의 투자를 ITMOs 활용과 연계하는 최고급 정상 차원의 외교 전략 개발도 구상해 볼 수 있다.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우리의 기후변화 외교는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와 녹색기후기금(GCF)과 같은 국제기구를 통한 우리의 기후변화 협력 메커니즘의 세계 표준화도 추진해야 한다. 특히 우리가 주도해 설립한 GGGI를 잘 활용해야 한다. 언제부터인가부터 잃어버린 우리의 유일한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 다른 선진국들의 입맛에 맞게 설정된 프로그램 위주의 국제기구에 대한 적극적인 재정적 조력이 아닌, 우리의 가치와 표준이 국제사회를 위해서 활용될 수 있도록 협력과 감시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 진정한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우리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전략적인 기후변화 외교정책 추진이 절실한 때다.정서용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김성우 칼럼] 탄소감축,이제는 기업 생존의 문제다

1992년 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된 이후 국제사회는 기후위기에 대응해 왔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기후위기의 원인인 탄소배출의 감축이 충분하지 못해 대기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매년 최고 신기록을 세우며 지구촌의 극단적 이상 기후는 갈 수록 심화하고 있다. 탄소배출 감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것은 세계적 공통이익 보다는 자국의 개별이익을 앞세우고,장기적 효용 보다는 단기적 혜택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통상정책과 탄소배출을 연계하는 조치들이 본격화되면서 산업육성 측면에서 자국의 개별이익에 부합하면서도 탄소감축 측면에서 세계적 공통이익에 기여하는 정책들이 최근 구체화 되기 시작해 과거와는 다른 결과가 기대된다. 이런 기후-통상 연계는 최근 미국과 EU의 티키타카(긴밀한 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관련해 지난 3월 전기차 세액공제 세부지침을 발표한 데 이어 이달에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자가 미국산 철강 및 부품 사용할 경우 IRA 보조금 10%를 추가로 지급하는 하위규정을 발표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EU는 지난 2월 그린딜 산업계획을 발표한 후 보조금 확대 및 탄소중립 산업육성 등을 위한 한시적 위기 및 전환 프레임워크, 탄소중립산업법, 핵심원자재법 초안을 공개하고 입법절차에 들어갔다. 이는 탄소배출 감축과 관련된 투자프로젝트를 정부가 강력하게 지원함으로써 탄소갑축산업의 해외유출(Netzero Leakage)을 막고 자국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공방이다.이런 가운데 올해 입법절차를 마친 EU의 탄소국경조정제(CBAM)도 오는 10월부터 시범사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CBAM은 탄소배출량이 많은 제품 수입시 국경에서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이다. 관련해 미·EU 무역기술위원회는 지난 3월 ‘지속가능한 철강과 알루미늄을 위한 국제 협정’을 발표하고 오는 10월 협상 결과물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는 EU CBAM과 유사한 조치를 미국을 포함한 소수 국가 그룹들이 함께 추진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탄소배출이 많은 제품을 EU 및 미국 등 소수 국가그룹에서 수입할 경우 국경에서 탄소가격을 부과해 탄소배출산업의 해외유출(Carbon Leakage)을 막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기후-통상 연계 효과는 이미 부분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 비영리단체(Climate Power)에 따르면 IRA 발효 후 6개월간 전세계 회사들이 31개 주에 걸쳐 약 900억 달러 규모의 청정에너지 투자 프로젝트 추진을 발표했다. EU도 IRA에 대응하는 그린딜 산업계획과 더불어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퇴출 등의 강력한 탄소중립 이행정책에 힘 입어 대만 배터리 제조기업 프롤로지움(Prologium)은 지난 12일 프랑스에 52억유로 규모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또 다른 배터리 제조사인 스웨덴 노스볼트(Northvolt)는 IRA로 인해 새로운 공장을 미국에 건설하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독일 투자로 선회한다고 발표했다.이 같은 글로벌 흐름속에서 우리 기업은 제품의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통상에 기후가 연계되면서 원산지증명이라는 기존 기준에 탄소배출량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프랑스가 이번 달 발표한 녹색산업법안에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으로 제조국 전력의 탄소배출량, 부품의 탄소배출량, 재활용비율을 포함하고 있어 화석연료 비중이 높은 전기를 사용해서 전기차를 제조하거나 탄소배출량이 많은 부품을 사용하는 전기차는 보조금에서 불이익을 볼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전기차에 사용될 철강도 탄소배출이 적어야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이미 석탄을 사용하는 고로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그린수소 환원철로 전환하는 프로젝트가 28개 진행 중이다. 이는 연간 6000만톤의 저탄소철강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우리는 글로벌 시장에 전기차도 팔아야 하고 냉연 강판(자동차용 철강)도 팔아야 한다. 이제는 원가절감이나 규제대응 측면에서의 탄소감축이라기 보다는 기업 제품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차원에서 탄소감축을 고민해야 한다. 한마디로 기업의 생존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후-통상 연계 대상 제품이 전기차나 철강을 시작으로 다양한 제품 및 소재로 확대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김성우 김앤장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이상호 칼럼] 유엔군사령부 중요성 제대로 알자

6·25 한국전쟁은 신생 대한민국이 세계 지도에서 지워질 뻔 했던 비극적인 사변이다. 국가가 사라질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대비가 부족했던 한국군은 속수무책 무너졌다. 북한군은 불과 4일 만에 서울을 점령했고, 대한민국 정부와 군은 기약 없는 후퇴를 계속했다. 이대로라면 한국군은 결국 와해됐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기적적으로 뒤바꾼 것은 유엔(UN)군의 참전이다. 유엔군은 1950년 7월 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84호에 의거, 북한에게 불법 기습 침략 당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결성된 최초의 국제연합 군대다. 이를 지휘할 유엔군사령부(UNC)는 북한의 무력 공격 격퇴와 국제평화 회복을 목표로 그 해 7월24일에 창설됐다. 총 16개국의 군대가 참전하고 세계 53개국이 각종 지원을 제공했으며 연 인원 194만849명이 종군했다. 유엔군의 피해는 막심했다. 1129일간의 전쟁 기간에 사망 4만 1000여명, 부상 10만5000명,실종 5500명 등 모두 15만여 명이 희생됐다. 이때 유엔군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유 대한민국은 우리 국민이 피땀 흘려 절치부심해 이룬 기적이다. 그러나 오늘의 선진 대한민국은 바로 낙후된 변방의 작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장렬히 산화한 수많은 외국 젊은이의 희생이 바탕이 됐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지금 누리는 자유와 번영이 우리의 노력으로 얻는 성과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유엔군의 참전이 없었다면 이런 기회조차 얻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그래서 주한 유엔군사령부도 아직 작전 중이다. 평화 시에는 북한과 정전협정을 관리하지만, 다시 전쟁이 발발하면 1953년 7월 27일 한국전쟁 참전국이 채택한 ‘워싱턴 선언’에 따라 자동으로 참전하게 된다. 유엔군사령부는 한미동맹과 주한미군·한미연합사령부와 함께 한국을 최전선에서 지키고 있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북한과 중국을 포함한 공산권, 그리고 국내 일부 정치세력이 유엔사를 폄훼해 왔다. 이들은 유엔사가 한국 영토에서 정부의 허가 없이 군사 작전을 수행할 수 있어 한국의 주권을 침해하고 북한의 도발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주장을 거듭하며 한국 내 여론 분열을 조장한다. 특히 지난 문재인 정부의 유엔사 해체 시도는 구체적이고 집요했다. 실체가 없는 북한 비핵화를 내세워 한국전쟁 종전 선언을 추진하며 유엔사의 존재 가치를 부정했다. 2019년 11월에는 탈북 어민을 강제북송하는 과정에서 판문점 출입을 관할하는 유엔사에 관련 상황을 일부러 통보하지 않아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런 허위 사실 유포와 무력화 시도 이유는 유엔사에 대한 한국 국민의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켜 사령부 폐쇄와 잔존 유엔군 병력의 철수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유엔사 철수 이후 제2차 한국전쟁이 발발하면 더 이상 유엔군의 도움을 받지 못할 수 있다.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위해 한국 국민을 선동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과거 좌파 정부와 달리 윤석열 정부는 축소된 유엔사 역할을 강화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국방부는 올 하반기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와 서울안보대화 시점에 맞춰 처음으로 유엔사 회원국 국방 장관과의 다자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다. 민간 차원에서는 국민에게 유엔사의 중요성을 알리는 노력도 한다. 한국 국방부 장관과 주한미군 사령관 겸 유엔군 사령관, 유엔군 파병 국가 대사들이 참여한 한국-유엔사친선협회(KUFA)가 지난 16일에 정식 출범했다. KUFA는 유엔사의 역할을 홍보하고 상호 교류·협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그동안 무관심과 폄훼의 대상이었던 유엔사의 전정한 위상과 기여를 국민에게 정확히 알리기 위한 민간 차원의 노력은 꼭 필요한 값진 시도이다. 한국전 유엔군 참전국은 여전히 자유 한국을 지원하고 보호하는 데 동참하고 있다. 북한의 계속되는 핵 공갈,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대만 침공 논쟁 등 급변하는 국제상황에서 이런 든든한 친구가 대한민국과 함께하고 있어서 다행이다.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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