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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
금융시장 경색이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연속적인 금리인상과 국내외 경기침체로 수출과 내수가 위축되고 영업이익이 급감하는 등 신용위험이 증가하자 은행대출금리는 치솟고 회사채발행은 연초부터 발행보다 상환이 많은 순상환이 지속되고 있다. 기업어음 단기사채 PF도 대거 만기가 돌아오고 있는데 차환이 어려운 실정이다. 대표적 단기 시장 금리인 CP 금리(A1급 91일물 기준)는 지난 25일까지 45거래일 연속 상승해 5.5%까지 오르는 등 상승(채권값 하락)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금융시장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10월 23일 채권시장안정펀드 20조원,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한국증권금융의 증권사 유동성 지원 3조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의 사업자 보증지원 10조원, KDB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 한도 증액 (8조원→16조원) 등 50조+α 지원대책을 발표하였다.
이어 한국은행도 지난 10월 26일 은행에 대한 대출적격담보대상 증권 범위를 한전채 등 공공기관채, 은행채 등으로 넓히고 증권사·증권금융 등을 대상으로 약 6조원 규모의 환매조건부(RP) 채권매입하고 한국은행과의 대출이나 차액결제 거래를 위해 맡겨놓는 담보 증권 대상에 은행채와 한전채 등 공공기관채를 추가하는 등 40조+α 대책을 발표했다.
그래도 금융시장경색이 풀리지 않고 만기가 집중적으로 도래하는 연말이 다가오자 11월초 3조원 규모의 채안펀드 1차 캐피털콜(자금 투입 요청)에 이어 추가로 5조원 규모의 2차 캐피털콜을 실시하기로 하고 자금 투입 요청에 응한 금융회사에는 한은이 환매조건부(RP)채권매입을 통해 최대 2조5000억원의 유동성을 지원하는 동시에 12월 국채 발행 물량은 당초 계획보다 5조7000억원 줄이고 한전, 한국가스공사 등 공공기관의 공사채 발행을 축소하고 필요 자금 일부를 은행 대출로 전환하도록 하는 등 추가대책을 이번주초 내놓았다.
그러나 연속되는 금리인상과 경기부진으로 영업이익이 하락하고 자금이 고갈되고 신용도가 하락하고 있어 자금조달이 어려운 기업들의 자금사정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일부 대기업들조차 자산을 매각하는 등 현금확보에 진력하고 있다.
앞으로 6개월 내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채권만 233조원에 달하고 PF대출채권 유동화 증권 약 30조원이 올해 11월부터 내년 1월까지 3개월 안에 만기가 돌아오고 내년 중 만기가 돌아오는 외화채권도 3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만기를 막지 못하면 수익성이 탄탄한 기업조차 단기 유동성 위기를 버티지 못해 흑자 도산할 우려가 크다. 성장 잠재력이 높지만 기초 체력이 약한 기업들의 줄폐업 위기도 피하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금융회사의 부실이 증가하면서 금융위기로 치닫게 된다. 정부와 한은은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한국은행이 11월 27일 발표한 ‘시스템 리스크 서베이’에 따르면 국내외 금융기관 임직원과 주요 경제 전문가 72명 중 58.3%는 1년 이내에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훼손할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기업들의 대출 이자 부담액은 9월 33조 원대에서 연말엔 42조 원, 내년 말에는 50조 원 가까이 불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기업들이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3중고를 버텨낼 수 있는 해법을 서둘러 찾지 않으면 안 된다.
기업 흑자부도는 막되 회생 가능성이 없는 부실기업들을 솎아내는 작업이 1차적으로 중요하다.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낼 수 없는 한계기업이 4478개에 이르고 5년 이상 한계기업 신세를 면치 못한 사실상의 ‘좀비기업’이 1762개사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좀비 기업’의 수명 연장을 위해 우량기업을 살리기 위한 자금 지원에 애로가 발생해서는 안된다. 위기 차단을 위해서는 옥석 가리기와 함께 기업들의 재무 구조 및 경쟁력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과 기업환경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
미국의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한은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금리인상을 자제하면서도 외자유출방지와 환율안정을 도모하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대안의 하나로 2050억 달러의 외화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한국투자공사(KIC)의 외화자산에 대해 필요시 긴급 사용할 수 있는 유동성확보 대책을 강구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