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성철환

cwsung@ekn.kr

성철환기자 기사모음




[이슈&인사이트] '준조세' 법정부담금 대폭 정비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1.29 10:18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

2022112901001344400056691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


세금은 국민들이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사안 중 하나다. 유리지갑을 가진 월급쟁이들은 연봉이 오른 만큼 덩달아 세금도 올라 임금인상을 체감하기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기업들도 마찬가지인데, 법인세율이 오르면 국내 투자를 줄이고 세율이 낮은 다른 국가로 사업장을 이전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한다.

세금이외에 국민과 기업이 정부에 부지불식간에 납부하는 지출이 있는데 바로 ‘법정부담금’이다. 예를 들어 전기 사용료에는 전력산업기반기금부담금, 영화표에는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담금, 담배가격에는 국민건강증긴부담금이 포함되어 있는 등 국민과 기업의 경제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21년 말 기준으로 부담금관리기본법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법정부담금은 90개며 징수액은 21.4원으로 법인세 70.4조원, 부가가치세 712.2조원의 30%에 달하는 규모다.

법정부담금은 규모도 크고 국민과 기업의 경제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세금만큼 국민의 관심을 받지 못하다 보니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다.

첫 번째로 부담금관리기본법상 중가산금의 이자율 및 부과기간 한도가 국세기본법상 납부지연가산세보다 높다. 국세기본법에서는 납부기간이 경과한 이후 부과되는 기본가산금은 3%이고, 납부기간 경과 후 1개월이 지날 때마다 추가로 부과되는 중가산금의 이자율은 1일당 0.022%, 월단위로 환산하면 0.66%이고 최대 5년까지 부과할 수 있다. 따라서 가산금과 중가산금을 합해 이자율은 최대 43%(3%+40%)이다.

부담금관리기본법상 법정부담금의 기본가산금은 3%로 국세와 동일하지만 중가산금의 이자율은 1일당 일 0.025%, 월단위로 환산하는 경우 0.75%로 국세기본법보다 높다. 게다가 중가산금 부과일수의 최대한도도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론상으로는 중가산금을 무제한으로 부과할 수 있다. 중가산금 부과일수를 국세기본법과 같이 5년으로 하더라도 최대 48%(3%+45%)로서 국세체납의 경우보다 5%p 높다.

일부 법정부담금은 부담금관리기본법에서 규정한 가산금, 중가산금의 한도를 초과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도 문제다. 예를 들어 농지보전부담금은 가산금 3%와 월 1.2%를 최대 60개월까지 부과할 수 있는데, 중가산금과 가산금의 최대 이자율이 75%에 달한다. 이는 국세 최대한도 43%의 1.7배에 해당한다. 부담금의 가산금, 중가산금의 이자율과 부과 최대한도를 국세기본법과 동일하게 가산금 3%, 중가산금 1일당 0.022%, 최대 60개월까지만 부과하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는 부담금 도입취지나 시대 상황과 맞지 않는 부담금이 있다. 예를 들어 껌에 부과되는 폐기물부담금이다. 껌에 폐기물부담금이 부과된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폐기물부담금은 폐기물의 발생을 억제하고 자원의 낭비를 방지하기 위하여 유해물질을 함유하고 있거나,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재료·용기 등의 폐기물의 처리에 드는 비용을 사업자에게 부과하는 부담금이다. 물론 이런 비용은 소비자 가격에 일부 전가되기 마련이다.

문제는 껌은 유해물질을 함유하고 있지 않고 자연상태에서 쉽게 분해되고 소각 시에도 유해물질이 발생하지 않는 등 폐기물 관리상 환경문제를 발생시킬 우려가 없어 폐기물 부담금 도입 취지에 맞지 않는다. 사실 껌에 대한 폐기물 부담금은 껌 자체의 유해성 보다는 과거 시민의식이 지금과 같이 성숙하지 못하던 시절, 씹은 껌을 아무 곳에나 버린 것에서 유래한다. 지금은 시민의식이 성숙해 껌을 마구 버리지 않고 무엇보다 소비량도 줄어드는 추세에 있기 때문에 껌에 부과되는 폐기물 부담금의 타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정한 사업 시행으로 일부에게 직접적인 이익이 돌아가거나 공익상 필요에 의해 부과되는 법정부담금은 필요하지만 법정부담금은 조세와 같이 국민에게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것이기 때문에 부과의 타당성과 징수 절차 등 국민의 권익보호에 미흡한 점은 없는지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소한 조세에 준하는 수준의 납부자에 대한 보호 시스템 구축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