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그간 대장동, 돈 봉투, 코인 등 자신과 측근 그룹을 둘러싼 의혹에 ‘방탄 모드’를 유지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방어의 방향’을 내부로 돌리는 모양새다. 내년 총선 여당과의 전면전에 앞서 ‘내부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이 대표는 본인의 불체포 특권 포기와 더불어 돈 봉투, 코인 논란을 겨냥한 혁신위원회를 본격적으로 띄웠다. 이 대표가 임명한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20일 국회에서 주재한 혁신위 1차 회의에서 "민주당은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국회의원 코인투자 사건’으로 국민 신뢰를 잃었다"며 "가죽을 벗기고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민주당이) 윤리정당으로 거듭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민주당의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친 대표적 원인으로 ‘돈 봉투 사건’과 ‘코인 투자 의혹’을 정확히 겨냥한 것이다. 특히 돈 봉투 의혹 관련자로 지목되는 송영길 전 대표와 코인 투기 논란의 김남국 의원은 모두 이 대표 측근으로 분류된다. 이에 애초 혁신위 출범 전부터 비명계를 중심으로 두 사람에 대한 ‘온정주의’ 의구심도 지속 제기됐었다. 그러나 혁신위는 이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도 이날 "저는 정치권에 빚이 없는 사람"이라며 "당연히 친명도, 비명도, 친문도, 비문도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밖에도 이 대표는 전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자신과 관련된 불체포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그간 자신이 강조해왔던 ‘불체포 특권 폐지’를 실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지난해 이 대표는 ‘중대범죄에 대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발표했다. 이후 6·1 지방선거 충북 지원 유세 때도 "불체포특권을 제한해야 한다. 100% 동의할 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제가 주장하던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그는 "10년 넘도록 먼지 털듯 탈탈 털린 이재명 같은 깨끗한 정치인에게는 전혀 필요한 것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이 대표를 비롯해 노웅래·윤관석·이성만 의원 등 민주당 또는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 4명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모두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특히 지난 2월 ’위례·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과 관련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민주당 의원들 대거 이탈 표가 이어지면서 아주 가까스로 부결됐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 스스로 법원에서 영장 실질 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증명하라던 비명계 요구는 이 대표 사퇴론까지 번졌다. 이 가운데 이 대표가 자신과 측근 그룹에 대한 방어선을 한층 물린 데에는 더 이상 그대로 버티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비명계 조응천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이 대표 선언 배경 중 하나로 향후 체포동의안 가결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2월 말에 있었던 체포동의안 표결이 가까스로 부결됐지 않나"라며 "그러니까 만약에 다시 온다면 가결될 가능성도 있고 그때 당시에 ‘이번 한 번 만이다’라고 하는 의원들도 꽤 있었으니까 가결이 된다면 정치적으로는 굉장한 타격"이라고 분석했다. 이미 대장동 체포동의안이 지나간 상황에서 추가 체포 동의안에 버티는 ‘실익’이 크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이 대표 ‘후퇴 뒤 재정비’는 지난 대선 경선에서 경쟁했던 이낙연 전 대표 귀국을 앞둔 이달 연이어 진행됐다. 그간 비명계는 이 대표에 맹공을 가하면서도, 이 대표를 대체할 ‘대안 주자’의 부재라는 딜레마에 직면한 상태였다. 이달 24일 귀국하는 이 전 대표가 어느 시점에서건 비명계 구심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에는 이견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이 전 대표도 지난 4일 페이스북에서 "대한민국의 정치는 길을 잃고 국민은 마음 둘 곳을 잃었다"며 정부·여당 뿐 아니라 야권까지 포함한 정치 전반에 지적을 가했다. 아울러 "국가를 위한 저의 책임을 깊이 생각하겠다. 대한민국의 생존과 국민의 생활을 위해 제가 할 바를 하겠다"며 정치적 역할을 확보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러나 이 대표가 선제적으로 비명계 비판 명분을 흩뜨리면서, 이 전 대표의 공간도 좁아지는 모양새다. 당장 친 이낙연계에서도 당장의 ‘이낙연 역할론’에는 선을 긋는 분위기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 역시 당분간 정치적 메시지는 지양하고, 대학 강연 위주 일정을 소화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hg3to8@ekn.kr인사말 하는 이재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