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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살려야”…중국, 5년만기 기준금리 깜짝 인하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사실상의 기준금리를 깜짝 인하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20일 홈페이지를 통해 대출우대금리(LPR) 5년 만기를 연 3.95%로 인하하고 LPR 1년 만기는 연 3.45%로 종전과 같이 유지한다고 밝혔다. LPR은 명목상으로는 시중은행 우량 고객 대상 대출금리의 평균치이지만, 인민은행이 각종 정책 수단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어서 사실상의 기준금리로 여겨진다. 1년 만기는 일반대출, 5년 만기는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으로 알려져 있다. LPR 5년 만기는 연 4.20%에서 0.25%포인트 대폭 낮아져 시장이 예상한 인하 폭을 훌쩍 뛰어넘었다. 로이터통신이 조사한 27명의 시장전문가 가운데 25명은 5년 만기의 인하 가능성을 예측했지만 인하 폭은 0.15%포인트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었다. 중국이 LPR을 조정한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6개월 만이며 LPR 5년 만기를 조정한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중국은 지난해 8월 21일 LPR 1년 만기를 2개월 만에 0.1%포인트 인하했고, 5년 만기는 동결하는 조치를 발표한 이후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같은 수치가 유지돼 왔다. 1년 만기 LPR 3.45%는 인민은행이 LPR을 홈페이지에 고시하기 시작한 2019년 8월 4.25% 이래로 4년 만에 가장 낮은 금리다. 5년 만기 LPR은 2019년 8월 4.85%에서 지속해서 낮아져 지난해 6월 이후 6개월째 4.20%를 유지하다 이번에 3.95%로 낮아졌다. 2019년 제도가 도입된 이래 역대 최저치로 떨어진 것으로, 5년 만기 LPR이 4% 아래로 떨어진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인민은행의 LPR 5년 만기 인하 가능성은 어느정도 예고됐다. 특히 인민은행 산하 금융시보는 최근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계정에 “5년 만기 LPR 금리를 낮추면 신뢰 안정에 도움이 되고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며, 부동산 시장의 건전한 발전도 도울 것"이라는 글을 올려 주목받았다. 중국이 5년 만기 LPR을 인하한 것은 침체한 부동산 경기 살리기를 위해 유동성 공급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는 “이번 조치가 당국이 신용대출 수요를 자극하고 부동산 시장 되살리기를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나왔다"고 평가했다. 중국 경제는 '위드 코로나' 원년인 지난해 기저효과 등의 요인으로 전년 대비 5.2%의 성장을 기록했지만, 부동산 경기 둔화와 지방정부 부채 문제, 소비부진, 디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올해는 4%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중국에서 부동산은 GDP(국내총생산)의 20%를 훨씬 넘고 중국인 재산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중국의 부동산 개발투자는 전년 대비 9.6% 하락한데다 중국 24개 주요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올해 1월 주택 판매가 전년 동월보다 45%, 전월보다 41% 급락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침체한 부동산 경기는 여전히 회복될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빚더미에 앉은 중국의 대형 부동산 업체 헝다(에버그란데)에 대한 홍콩 법원의 청산 명령까지 나오면서 중국 부동산 시장의 악재는 계속되고 있다. 중국은 이달 들어 지급준비율(RRR·지준율)을 추가 인하하고 단기 정책금리인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1.8%) 등을 통해 침체한 경기를 살리기 위한 유동성 공급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나온 금리 인하 조치가 침체한 부동산 경기를 되살리는 데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엔화 환율 조심해야"…엔저와 日증시 강세론에 환헤지 급증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일본 증시가 3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엔화 환율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증시가 앞으로 더 상승할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지만 엔저(円低) 현상이 심화될 경우 투자 수익률이 쪼그라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투자자들은 엔화 매도 포지션을 통해 환헤지(환율 위험 분산)에 나서고 있다. 20일 블룸버그통신이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엔화 포지션과 토픽스100 지수간 상관계수(correlation coefficient)가 지난 13일 기준 마이너스(-) 0.56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 이후 최저치로, 일본 증시가 오를 때 자산운용사들은 엔화 포지셔닝이 약세 방향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자산운용사들의 엔화 숏(매도) 포지션 또한 1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에 투자할 때 환율 리스크를 헤지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달러 등을 엔화로 환전해 일본 주식을 매입한 이후 엔화 통화가치가 더 떨어질 경우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엔화 ‘약세 베팅’으로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환헤지 전략 또한 통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3개월 동안 환헤지 하는 비용은 마이너스 5.6%로 집계됐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급락(엔화 강세)하지 않는 한, 엔화 약세에 베팅한 투자자들은 수익을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투자자들이 엔화 환율 흐름을 경계하고 있는 배경엔 엔저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에 힘이 실리기 때문이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은 이날 한국시간 오전 11시 기준, 달러당 150.26엔으로 올 들어 6% 가량 상승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시점이 지연될 가능성과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정책이 지속될 점이 엔화 환율에 반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이와증권의 이시즈키 유키오 선임 통화 전략가는 "단기적으로 엔화는 약세를 보일 것"이라며 지난해 엔/달러 환율 최고점 돌파 시험이 임박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지난해 11월 151엔 후반대까지 치솟으면서 1990년 당시 최고점에 근접했었다. 이와 동시에 전문가들은 일본 증시가 더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키오 전략가는 "일본 주식이 오를 경우 환헤지를 위한 해외 투자자들의 엔화 매도 수요가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토픽스100 지수는 지난해 27% 급등해 ‘아베노믹스(아베 전 총리의 경제정책)’가 첫 시작된 2013년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런 와중에 일본 경제가 마침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날 조짐이 가시화되자 토픽스 지수는 올 들어 14% 더 상승해 1990년 이후 34년 만 가장 높은 수준까지 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 내각부 고위관계자는 디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기 전 마지막 단계라고 최근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블룸버그에 따르면 해외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과 지수 선물의 52주 순매수가 지난달 중순 8조1000억엔까지 급등,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BNP파리바의 웨이 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우리는 일본 주식을 선호한다"며 "엔화 환율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주식 포지션에 대해 환헤지를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 주식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는 비중확대(overweight)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비중이 축소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 강화도 증시 상승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JP모건체이스의 니시하라 리에 최고 일본 주식 전략가는 지난해 일본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200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작년 수준을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엔/달러 환율(사진=로이터/연합)

승승장구 비트코인 시세, 신고가 경신 전망?…과거 흐름 살펴보니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시세가 최근 5만 2000달러를 돌파하는 등 승승장구하자 2021년 11월에 기록된 사상 최고가를 경신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1년 전까지만 해도 암호화폐 시장은 무릎을 꿇었기에 비트코인이 역대 최고가 6만 9000달러 돌파를 재시험할 관측은 사실상 웃음거리였다"며 “12개월이 지난 현 상황에서는 이제 가능성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암호화폐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0일 한국시간 오전 9시 30분 기준, 비트코인은 5만 1798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5일 비트코인은 2021년 12월 이후 약 2년만에 처음으로 5만 2000달러를 돌파했지만 그 이후 횡보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과 반감기 기대감에 들썩였던 비트코인 시세가 소폭 조정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기술적 지표를 살펴보면 비트코인이 앞으로 더 오를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블룸버그가 지난 5년간 시세 흐름을 분석한 결과, 비트코인이 4주 연속 상승할 경우 향후 3개월 간 가격이 평균적으로 49% 더 올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비트코인은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18일까지 4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과거 흐름과 맞아 떨어질 경우 앞으로 7만 800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암호화폐 투자업체 DACM의 리차드 갈빈 창립자는 “시장은 여전히 비트코인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비트코인의 추가 상승 근거로 엘리엇 파동 이론(Elliott Wave Theory)을 제시했다. 엘리엇 파동 이론은 자산 가격 움직임이 투자자 심리에 따라 반복적으로 출렁이는 패턴을 관찰함으로써 향후 가격을 예측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엘리엇 웨이브 패턴은 상뱡향 추세 파도 5회와 조정 파도 3회 등으로 구성된다. 이를 현재 시세 흐름에 적용할 경우 비트코인이 우선 4만 달러까지 떨어진 이후 7만 달러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옵션 시장에서도 비트코인의 추가 상승을 시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옵션 거래소인 데리비트에 따르면 현재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략은 비트코인 콜 스프레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은 크게 오르지 않더라도 비트코인이 앞으로 더 상승할 가능성을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와 관련, 디지털 자산 파생상품 유동성 제공업체 오빗 메캇의 캐롤라인 모론 공동창립자는 “옵션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이 반감기 이전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가능성을 약 20~25% 확률로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비트코인 가격 보다 ‘5배’ 빨리 뛴 이더리움 시세, 전망 ‘남다른’ 이유

암호화폐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 가격이 최근 큰 폭 상승세를 보이며 3000 달러에 근접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서 미 동부 기준 19일(현지시간) 오후 1시 50분 현재(서부 오전 10시 50분) 이더리움 1개당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4.48% 오른 2천940.93달러(약 392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시간 가격이 0.72% 오른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보다 상승 폭이 5배 더 큰 수준이다. 비트코인은 지난 15일 5만 2000달러대에 진입한 이후 이날도 5만 2070.61달러를 기록하는 등 횡보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달리 이더리움은 2800달러선에서 2900달러를 넘어 3000달러에 근접하고 있다. 이더리움 3000 달러 돌파는 2022년 4월이 마지막이다. 이더리움 암호화폐 상승세는 대규모 업데이트를 앞둔 데 따른 영향을 받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더리움은 내달 네트워크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진 '덴쿤'(Dencun)이라는 업데이트를 앞두고 있다. 시장은 이를 통해 이더리움 네트워크 데이터 저장 공간이 늘어나고 거래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더리움은 2022년 9월 '머지'(Merge)와 2023년 4월 '샤펠라'(Shapella)라는 업그레이드를 앞두고 크게 상승한 바 있다. 머지는 작동 방식을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으로 바꾸는 내용, 샤펠라는 이더리움 소유자들이 투자 자산을 인출할 수 있는 내용 등이 골자였다. 이르면 오는 5월에는 비트코인에 이어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 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반영되고 있다. 현재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피델리티 등이 현물 이더리움 ETF를 신청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미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을 제외하고 미국에서 현물 ETF 승인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디지털 자산일 수 있다"고 봤다. 이어 “5월까지 ETF가 승인 날 가능성은 50%이며, 향후 12개월 내에는 승인 날 확률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비트코인도 지난 1월 10월 SEC가 현물 ETF를 승인하기 전까지 그 기대감에 크게 상승한 바 있다. 안효건 기자 hg3to8@ekn.kr

美 연준 금리인하, 韓 원화 환율 얼마나 떨어질까…“가치 5~10% 오를 수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한국 원화, 중국 위원화, 인도 루피화의 가치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달러 대비 한국 원화 환율이 앞으로 하락세(원화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18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모넥스의 사이먼 하비 외환 분석 총괄은 “한국 원화는 금리가 낮고 경기 순환성이 높아 올 하반기 예상되는 연준의 금리인하로부터 수혜를 받는 통화 중 하나"라며 “미국 금리인하는 금리 채널을 통해 받는 원화의 압박을 완화시키고 글로벌 성장 전망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원화 환율은 지난 3년간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상승압박을 받아왔다. 다만 하비는 원/달러 환율의 하락폭은 금리 인하의 규모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금리인하 폭이 클 경우 원화 가치가 5~10% 상승할 수 있는 반면 작을 경우 원화 가치는 3% 정도 오를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 금리인하가 일반적으로 글로벌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되는데 한국 경제성장률이 앞으로 개선될 것이란 관측도 원화 강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와 내년 한국의 성장률을 각각 2.3%로 전망했다. 이는 작년의 1.4%보다 높은 수준이다. 중국의 경우 최근 수년간 투자자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악재들이 난무했지만 위원화 가치가 더 이상 하락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중국 당국이 위안화를 일정 수준 아래로는 떨어지지 않도록 막아왔기 때문이다. 벨 에어 인베스트먼트의 애런 배러스 최고투자책임자는 중국이 과거에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을 안정시키려고 노력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으로 예상했다. 배러스는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중국의 경제 상황을 반영해 일정 수준으로 올라가면(위안화 가치 절하) 당국이 재정 정책이나 통화신용정책, 부동산 부양책 등으로 적극 개입하기 때문에 추가 약세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위안 달러 환율이 “현재 환율인 달러당 7.10위안을 중심으로 좁은 박스권에서 맴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의 루피화는 미국 금리가 내려갈 경우 달러화로 돈을 빌려 고금리 국가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가 작동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코탁 증권의 아닌드야 바네르지 부사장은 “지금은 엔화나 유로화 같은 통화에서 캐리 트레이드가 이루어지지만 미국 금리가 떨어지면 금리차가 더 벌어져 루피화로 캐리 트레이드가 가능해질 것"이라면서 “이는 루피화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인도 중앙은행이 다른 나라들보다 통화정책을 더 천천히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루피화 강세를 이끌 수 있다. 현재 인도의 기준금리는 6.5%로 미국의 5.25~5.5%보다 높다. 바네르지 부사장은 인도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속도는 연준보다 “훨씬 느릴 것"이라며 “인도는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인플레이션 문제가 없기 때문에 연준보다 항상 늦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2원 내린 1335.2원에 마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스위치2 출시 내년으로 미룬다”…닌텐도 주가 폭락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가 차세대 휴대용 게임콘솔 '닌텐도 스위치2' 출시 일정을 올해 말에서 내년 초로 미룰 것이란 소식이 전해졌다. 그 영향으로 닌텐도 주가는 19일 도쿄증시에서 급락했다. 이날 닌텐도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84% 하락한 8356엔에 거래를 마감했다. 닌텐도 주가는 장중 최대 8.8% 급락했는데 이는 2021년 10월 이후 최대 낙폭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닌텐도는 퍼블리싱 협력업체들에게 스위치2 출시 일정을 올해 4분기에서 내년 초로 연기했다고 통보했다. 일부 업체들에겐 일러도 2025년 3월 전까지는 스위치2 출시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로 출시 7년 차인 닌텐도 스위치를 이을 차세대 게임콘솔이 올해 나올 것이란 기대감에 닌텐도 주가는 지난주까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에 투자자들은 앞으로도 투매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주가 하락이 지속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슈퍼 마리오, 젤다의 전설, 스플래툰 등 닌텐도를 대표하는 시리즈의 후속작들이 스위치2 출시 전까지 보류될 것이란 전망도 주가에 부정적이다. 라이트스트림 리서치의 카토 미오는 “하드웨어가 너무 오래된 것과 동시에 주요 소프트웨어마저 지연될 경우 닌텐도의 2025년 회계연도 실적은 흉하게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주가하락이 오히려 매수기회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번스타인의 로빈 주 애널리스트는 향후 6개월 이내 차세대 게임콘솔 소식이 발표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금리인상·인하 각자도생”…통화정책 디커플링 시대 본격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4년간 한 방향으로 동조화됐던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이 본격적인 디커플링(탈동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20년 제로 금리 이후 각국이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끌러올렸지만 이제는 서로 다른 통화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공급망 차질 등 세계적인 흐름이 정상화되면서 각국 내 경제상황이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최대 요인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뉴질랜드의 경우 인플레이션을 목표치로 끌어내리기 추가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의 샤론 졸르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이 이달 기준금리를 5.75%로 0.25%포인트 인상하고 4월에도 한 차례 추가 인상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엔 졸르너 이코노미스트는 뉴질랜드 기준금리가 동결된 후 8월에 첫 인하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ANZ를 제외한 다른 이코노미스트들도 뉴질랜드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1~3% 범위로 낮추기 위해 추가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보고있다. 미국의 경우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등 디스인플레이션 추세가 둔화되고 노동시장은 여전히 견조하기 때문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첫 금리인하 시점이 지연되고 있는 분위기다. 가까스로 경기침체를 피한 유로존에선 가격 압박이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하고 있어 조기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트레이더들은 스위스중앙은행(SNB)가 이르면 내달 금리인하에 나서는 방향으로 베팅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경제 둔화와 고물가에 동시에 시달리고 있어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은 통화정책 향방을 두고 고심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 전략가들은 캐나다와 호주 중앙은행들도 다른 국가들에 비해 매파적인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올해 처음으로 열린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4.35%로 동결한 호주중앙은행(RBA)는 성명에서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비둘기파로 선회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아울러 일본은 2007년 이후 첫 금리인상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는 1년 뒤 미국, 유로존, 호주 기준금리가 현재 수준대비 각각 100bp(1bp=0.01%포인트), 120bp, 40bp 낮고 일본은 30bp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이 본격적으로 엇갈릴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각국 경제상황이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로 지난 전망치보다 0.6%포인트 상향조정했다. 반면 유로존은 0.3%포인트 낮춘 0.9%로 제시됐다. 피에르 올리비에 고린차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블로그를 통해 “미국의 경우 인플레이션은 수요가 주도하고 있다"며 조기 금리인하로 인플레이션이 반등하는 리스크에 집중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유로존과 관련해 “에너지 가격 급등이 불균형적인 역할을 했다"며 금리 인하 시점을 지나치게 지연하면 안된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자국 내 서비스 분야가 제조·생산을 제치고 인플레이션을 주도하는 요인으로 떠올랐다. 내수 물가 압박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중앙은행들은 자신들의 방식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미국의 경우 주거에 이어 식품, 자동차 보험, 의료가 1월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뉴질랜드의 경우 지난 4분기를 평균해 연율로 환산한 비교역재 인플레이션이 5.9%로 뉴질랜드 중앙은행이 예상했던 5.7%를 웃돌았다. 비교역재 인플레이션은 글로벌 원자재 동향과 수입을 제외한 것으로 내수용 가격 압박을 가늠하는 데 활용된다.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의 미키 레비 연구원은 “중앙은행들은 앞으로 각각 다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며 “거의 모든 지역에서 물가 상승률이 감소했지만 중앙은행들은 서로 다른 인플레이션 및 경제 환경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블룸버그는 △인구 성장 속도 △에너지 의존도 △공급망 변화 △주택 가격 등 경제의 구조적인 요인들도 서로 달라 장기적으로도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이 디커플링하는 추이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글로벌 증시전망] 숨고르기 뉴욕증시…고점 논란·FOMC 의사록·엔비디아 실적 주목

이번 주 뉴욕증시는 고점 논란 속에서 방향을 모색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과 엔비디아 실적 발표가 향방을 가를 요인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5주 연속 오름세를 보여왔던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지난 주 6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다우지수는 한 주간 0.11% 하락했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0.42%, 1.34% 하락했다. 그럼에도 미국 증시에 대해서 고점론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던 S&P500지수는 상승 랠리에 제동이 걸렸지만 여전히 5000선을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전략가가 이끄는 팀은 최근 투자노트를 통해 나스닥 7대 빅테크(대형 기술주 기업)인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애플·마이크로소프트·구글 알파벳·아마존·엔비디아·메타·테슬라)의 현재 거품이 아직 터질 수준이 아니라는 주장을 냈다. 실질금리, 밸류에이션, 주가 상승폭 등을 봤을 때 매그니피센트 7 주식들이 앞으로 추가 상승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하트넷 팀은 명목금리에서 인플레이션을 제외한 실질금리가 2.5~3%까지 치솟아야 인공지능(AI)발 기술주 열풍이 멈출 것으로 분석했는데 현재 실질금리는 2% 수준이다. 밸류에이션과 관련, 현재 매그니피센트 7의 주가수익비율(PER)은 45배로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그러나 하트넷 팀의 분석 결과 1989년 일본 경제 거품기 당시 일본증시의 PER는 67배였고 2000년 닷컴버블 당시 나스닥 지수의 PER는 65배로 나타났다. 과거 거품기에 주식이 더 극단적인 수준으로 뛰어올랐던 셈이다. 아울러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현재 기술주들의 상승폭이 과거에 비해 작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매그니피센트 7 주가는 지난해 12월 저점을 찍고 지금까지 140% 가량 올랐지만 2000년 당시 기술주들은 저점대비 190% 치솟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대 중·후반 당시 뉴욕증시를 주도했던 '팡(FAANG, 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2020년에 저점을 찍은 후 230% 폭등했다. 하트넷은 “(현재 주가가) 싸지는 않지만 과거엔 밸류에이션이 더 터무니 없었다"면서도 “동일한 거품은 없다"고 짚었다. 과거 거품기와 비교하면 기술주들의 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나오지만 가치가 크게 올랐기에 거품이 언제든지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상존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오는 21일 1월 FOMC 의사록이 공개된다. 1월 FOMC에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이 2%로 지속해서 이동하고 있다는 더 큰 확신을 얻을 때까지 금리를 내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의 기대를 모았던 조기 금리인하가 현실화되지 않는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이번 의사록에서는 파월 의장이 이같이 언급하게 만든 회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미셸 보먼, 필립 제퍼슨, 리사 쿡,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와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등이 이번 주 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21일에는 엔비디아 실적이 공개되는 날이기도 하다. 엔비디아는 AI 열풍을 주도해 뉴욕증시 강세를 이끌어온 장본인이다. 엔비디아는 올해 들어서도 46% 이상 올라 시총이 1조7940억달러까지 늘어났다. 그 결과 미국에서 세 번째로 시가총액이 큰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AI 열풍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시총 3조달러 돌파라는 소식과 함께, MS를 애플을 제치고 시총 1위 기업으로 만든 데 이어 엔비디아마저 구글 모기업 알파벳을 제치고 시총 3위까지 끌어올린 셈이다. 따라서 엔비디아의 실적은 이 같은 열기가 지속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다. 팩트셋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엔비디아의 1월 29일로 끝난 4분기 매출이 203억달러, 주당 순이익은 4.59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전년보다 각각 237%, 704% 증가한 수준이지만, 직전 분기 대비로는 각각 12%, 24% 증가한 것이다. 4분기 증가율은 3분기의 전 분기 대비 증가율인 34%와 50%에 비해 성장세가 둔화한 것이다. 시장이 어느 수치에 주목할지가 관건이다. 한편, 오는 19일은 대통령의 날로 금융시장이 휴장한다. 이 때문에 이번 주 거래일은 20일부터 23일까지 총 4거래일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천장 뚫는 일본증시…日닛케이 34년만에 최고치 또 경신

일본증시가 '거품(버블) 경제' 이후 34년 만의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6일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전장보다 329포인트(0.86%) 오른 3만8487로 마감했다. 닛케이지수는 이날 개장하자마자 상승 곡선을 그렸고 오전 10시께 3만 8865를 찍으며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에 50포인트 차로 다가갔다. 닛케이지수 역대 최고치는 거품기인 1989년 12월에 기록됐다. 종가 기준으로는 3만 8915이고 장중 고점은 3만 8957이다. 현지 공영방송 NHK는 닛케이지수가 3만 8800선을 넘은 것은 거품 경제 시절이던 1990년 1월 이후 약 34년 만에 처음이라고 전했다. 닛케이지수는 이날 오전 급등 후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전날에 이어 연이틀 34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닛케이지수는 앞서 지난 8, 9일에 이어 연휴 뒤인 13일까지 3거래일 연속 3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14일 하락세로 장을 마감했다. 그러나 미국 증시 오름세 등에 힘입어 전날부터 다시 상승세를 이어갔다. NHK는 이날 일본 증시 상승세에는 미국 주요 주가지수가 15일(현지시간) 오른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일본 기업 실적이 호조를 보이면서 매수 주문이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교도통신은 이날도 반도체 관련주가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고 짚은 뒤 금융시장 일각에서 주식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증시는 거품 경제 때인 1989년 말 역대 최고치인 3만 8915까지 올랐다가 그 뒤 거품 붕괴와 '리먼 쇼크' 등의 영향으로 2009년 3월에는 7054까지 추락하는 등 한동안 기록 경신과는 먼 흐름을 보였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한국, ‘ESG 손절’ 세계와 엇박자?…“미국, 유럽 등은 외면”

한때 글로벌 금융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열풍이 갈수록 식어가고 있다. 한국 정부는 국내 상장기업들에게 적용될 ESG 공시제도 도입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갈수록 ESG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ESG에 대한 투자 관심은 지난 1년 동안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산하 조사기관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시장에 새로 상장된 ESG 상장지수펀드(ETF)는 48개로 집계됐다. 2022년과 2021년에 상장된 ESG ETF가 각각 104개, 125개에 달했던 것을 고려하면 ESG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심지어 지난해 미국 증시에서 청산된(상장폐지) ESG ETF는 36개로, 전년 대비 두 배 늘어났다. 청산된 ETF 중 60% 가량은 운용사들이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액티브펀드였다. ESG 시장규모가 가장 큰 유럽에서도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리서치업체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패시브 ESG 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213억달러로 집계됐는데 같은 기간 액티브 ESG 펀드 투자자들은 180억달러를 회수했다.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액티브 펀드가 본래 ESG의 취지에 부합하지만 투자자들은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ESG 펀드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모닝스타의 호텐스 비오이 지속가능성 리서치 이사는 이를 두고 “실망스러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블랙록이 운용하는 ESG 펀드 규모는 3200억달러로 세계 1위지만 이중 85%가 패시브 펀드다.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 아문디는 자사가 운용하는 패시브 ESG 펀드 비중을 작년 33%에서 내년 4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재 미국 증시에 거래되고 있는 ESG ETF들 마저도 살아남을지 미지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ESG ETF 시장에서 43억달러가 빠져나가 역사상 처음으로 연간 순유출이 발생했다. 130억달러로 시가총액 1위 ESG ETF인 'iShares ESG Aware MSCI USA ETF'(티커명 ESGU)의 경우 작년 90억달러에 이어 올해에도 8억 900만달러가 유출됐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샤힌 콘트랙터 선임 ESG 전략가는 신규 ETF 출시의 축소, ETF 청산과 자금 유출의 증가추이로 미국에서 수요가 위축되고 있는 점이 명백하다며 “이런 추이가 올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월가 거물들 사이에서도 '반(反) ESG'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을 이끄는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6월 ESG가 너무 정치화됐다며 이 용어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이 대표사례다. 핑크 CEO는 ESG 투자 확산에 공헌한 인물로 꼽힌다. 헤지펀드계의 거물 빌 애크먼도 지난 11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ESG 움직임은 특히 원자력과 화석연료 에너지와 방산 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 중단으로 이어지면서 엄청난 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투자 중단은 우리의 에너지 독립을 손상시켰고, 세계적인 환경 파괴로 이어졌으며 국방력을 약화시켰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촉매제로 작용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ESG 움직임으로 유럽은 러시아 천연가스에 더 의존하게 됐다"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ESG의 책임이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애크먼은 또 “ESG는 많은 자산운용사들의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ESG 펀드를 만들어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고려하지 않는 투자자들로부터도 고액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블랙록, 피델리티, JP모건체이스 등이 운용하는 액티프 ESG 펀드에 대한 수수료 중간값은 패시브 펀드보다 70% 가량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ESG가 갈수록 정치화되고 있는 점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미 공화당은 ESG를 두고 '워크 자본주의'(깨어있는 척하는 자본주의)라고 비난하고 있다. 환경과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 등의 의제에 대해 '자본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진보세력의 선동'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자산운용사 일부는 '워크 자본주의'라는 비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ESG 상품 리브랜딩에 나서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콘트랙터 전략가는 투자회사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기후 전환' 등의 테마로 세분화하는 데 집중했고 이런 추이는 갈수록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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