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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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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환율 조심해야"…엔저와 日증시 강세론에 환헤지 급증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2.2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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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달러 환율(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일본 증시가 3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엔화 환율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증시가 앞으로 더 상승할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지만 엔저(円低) 현상이 심화될 경우 투자 수익률이 쪼그라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투자자들은 엔화 매도 포지션을 통해 환헤지(환율 위험 분산)에 나서고 있다. 

20일 블룸버그통신이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엔화 포지션과 토픽스100 지수간 상관계수(correlation coefficient)가 지난 13일 기준 마이너스(-) 0.56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 이후 최저치로, 일본 증시가 오를 때 자산운용사들은 엔화 포지셔닝이 약세 방향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자산운용사들의 엔화 숏(매도) 포지션 또한 1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에 투자할 때 환율 리스크를 헤지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달러 등을 엔화로 환전해 일본 주식을 매입한 이후 엔화 통화가치가 더 떨어질 경우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엔화 ‘약세 베팅’으로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환헤지 전략 또한 통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3개월 동안 환헤지 하는 비용은 마이너스 5.6%로 집계됐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급락(엔화 강세)하지 않는 한, 엔화 약세에 베팅한 투자자들은 수익을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투자자들이 엔화 환율 흐름을 경계하고 있는 배경엔 엔저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에 힘이 실리기 때문이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은 이날 한국시간 오전 11시 기준, 달러당 150.26엔으로 올 들어 6% 가량 상승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시점이 지연될 가능성과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정책이 지속될 점이 엔화 환율에 반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이와증권의 이시즈키 유키오 선임 통화 전략가는 "단기적으로 엔화는 약세를 보일 것"이라며 지난해 엔/달러 환율 최고점 돌파 시험이 임박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지난해 11월 151엔 후반대까지 치솟으면서 1990년 당시 최고점에 근접했었다.

이와 동시에 전문가들은 일본 증시가 더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키오 전략가는 "일본 주식이 오를 경우 환헤지를 위한 해외 투자자들의 엔화 매도 수요가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토픽스100 지수는 지난해 27% 급등해 ‘아베노믹스(아베 전 총리의 경제정책)’가 첫 시작된 2013년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런 와중에 일본 경제가 마침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날 조짐이 가시화되자 토픽스 지수는 올 들어 14% 더 상승해 1990년 이후 34년 만 가장 높은 수준까지 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 내각부 고위관계자는 디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기 전 마지막 단계라고 최근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블룸버그에 따르면 해외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과 지수 선물의 52주 순매수가 지난달 중순 8조1000억엔까지 급등,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BNP파리바의 웨이 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우리는 일본 주식을 선호한다"며 "엔화 환율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주식 포지션에 대해 환헤지를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 주식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는 비중확대(overweight)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비중이 축소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 강화도 증시 상승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JP모건체이스의 니시하라 리에 최고 일본 주식 전략가는 지난해 일본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200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작년 수준을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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