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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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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인하 각자도생”…통화정책 디커플링 시대 본격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2.19 10:27
파월 의장

▲제롬 파월 연준의장(사진=로이터/연합)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4년간 한 방향으로 동조화됐던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이 본격적인 디커플링(탈동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20년 제로 금리 이후 각국이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끌러올렸지만 이제는 서로 다른 통화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공급망 차질 등 세계적인 흐름이 정상화되면서 각국 내 경제상황이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최대 요인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뉴질랜드의 경우 인플레이션을 목표치로 끌어내리기 추가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의 샤론 졸르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이 이달 기준금리를 5.75%로 0.25%포인트 인상하고 4월에도 한 차례 추가 인상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엔 졸르너 이코노미스트는 뉴질랜드 기준금리가 동결된 후 8월에 첫 인하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ANZ를 제외한 다른 이코노미스트들도 뉴질랜드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1~3% 범위로 낮추기 위해 추가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보고있다.


미국의 경우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등 디스인플레이션 추세가 둔화되고 노동시장은 여전히 견조하기 때문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첫 금리인하 시점이 지연되고 있는 분위기다.


가까스로 경기침체를 피한 유로존에선 가격 압박이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하고 있어 조기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트레이더들은 스위스중앙은행(SNB)가 이르면 내달 금리인하에 나서는 방향으로 베팅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경제 둔화와 고물가에 동시에 시달리고 있어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은 통화정책 향방을 두고 고심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 전략가들은 캐나다와 호주 중앙은행들도 다른 국가들에 비해 매파적인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올해 처음으로 열린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4.35%로 동결한 호주중앙은행(RBA)는 성명에서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비둘기파로 선회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아울러 일본은 2007년 이후 첫 금리인상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는 1년 뒤 미국, 유로존, 호주 기준금리가 현재 수준대비 각각 100bp(1bp=0.01%포인트), 120bp, 40bp 낮고 일본은 30bp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이 본격적으로 엇갈릴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각국 경제상황이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로 지난 전망치보다 0.6%포인트 상향조정했다. 반면 유로존은 0.3%포인트 낮춘 0.9%로 제시됐다.


피에르 올리비에 고린차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블로그를 통해 “미국의 경우 인플레이션은 수요가 주도하고 있다"며 조기 금리인하로 인플레이션이 반등하는 리스크에 집중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유로존과 관련해 “에너지 가격 급등이 불균형적인 역할을 했다"며 금리 인하 시점을 지나치게 지연하면 안된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자국 내 서비스 분야가 제조·생산을 제치고 인플레이션을 주도하는 요인으로 떠올랐다. 내수 물가 압박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중앙은행들은 자신들의 방식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미국의 경우 주거에 이어 식품, 자동차 보험, 의료가 1월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뉴질랜드의 경우 지난 4분기를 평균해 연율로 환산한 비교역재 인플레이션이 5.9%로 뉴질랜드 중앙은행이 예상했던 5.7%를 웃돌았다. 비교역재 인플레이션은 글로벌 원자재 동향과 수입을 제외한 것으로 내수용 가격 압박을 가늠하는 데 활용된다.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의 미키 레비 연구원은 “중앙은행들은 앞으로 각각 다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며 “거의 모든 지역에서 물가 상승률이 감소했지만 중앙은행들은 서로 다른 인플레이션 및 경제 환경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블룸버그는 △인구 성장 속도 △에너지 의존도 △공급망 변화 △주택 가격 등 경제의 구조적인 요인들도 서로 달라 장기적으로도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이 디커플링하는 추이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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