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미국 달러화 가치가 최근 들어 약세를 보이고 있다. 미 중간선거부터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폐지 가능성 등 다양한 요인들이 맞물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래서인지 요즘 달러 하락에 베팅하는 달러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때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달러화 가치가 3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시장 참가자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주요 6개국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 선물은 이날 ICE거래소에서 109.54를 기록, 1개월래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달러 인덱스가 112.5를 돌파했었던 것을 고려하면 달러화 가치의 상승 추이는 꺾인 듯한 모양새다. 이를 반영하듯, 달러 하락에 베팅하는 코세프(KOSEF) 미국달러 선물 인버스2X와 타이거(TIGER) 미국달러 선물 인버스2X 등의 ETF들은 이달에만 약 7%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달러화의 약세가 지속될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시장 참가자들이 이 시점에서 달러 하락에 베팅하는 것은 너무 빠르고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최종 금리를 예상보다 높게 올릴 수 있다고 제시한 상태다. 그러나 각국 중앙은행들은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서 한발 물러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자국 통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캐나다는 지난달 시장 예상(0.75%포인트)을 깨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기준금리를 7개월 연속 인상해왔던 호주 역시 지난달부터는 금리인상 폭을 0.5%포인트에서 0.25%포인트로 줄였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의 경우 지난 주 33년 만에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고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그러나 금리 인상 폭은 시장이 예상하고 있는 만큼 가파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TS롬바드의 다리오 퍼킨스 이코노미스트는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영국, 노르웨이, 유로존 일부의 통화는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달러화가 다시 강세를 보일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라보뱅크의 제인 폴리 전략가는 "마치 악순환과 같다"며 "세계 나머지 지역이 약해질수록 달러화의 전망은 좋아진다"고 꼬집었다. 달러화 강세는 세계 각국 경기에 부담을 키워 안전자산인 달러에 수요가 몰릴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또 환율방어에 선방했던 멕시코와 브라질 등의 신흥국마저도 미국 최종금리 상향 전망으로 통화가치가 하방 압박을 받게될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웰스파고의 브렌던 맥케나 전략가는 "연준은 매파적인 스탠스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미 달러화는 계속해서 아웃퍼폼할 것"이라며 "이는 신흥국 통화 가치에 광범위한 하방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TD 시큐리티의 마크 맥코믹 외환 전략 총괄은 "달러 가치가 하락세로 접어들기엔 너무 이르다"며 "달러화가 고점을 찍을 시기는 지금이 아닌 내년 2분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달러 인덱스가 내년에는 10% 가량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미 달러화(사진=연합)지난 1개월간 달러 인덱스 추이(사진=네이버금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