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김아름 기자] 국내 우주산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 하나 둘 제주로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민간 우주산업의 전초기지로 제주를 낙점한 것이다. 실제로 제주 지역이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보다 넓은 발사 방위각을 지닌데다가 발사체, 페어링(덮개) 등의 안전 낙하, 전파 간섭과 공역 제한 및 군 작전지역이 적다는 지리적 이점을 지니고 있다. 우주산업 패러다임이 민간 주도인 뉴 스페이스(New Space)로 변화하는 가운데 제주가 우주산업의 허브로 떠오르면서 국내 민간 주도 우주산업 생태계 조성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6일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 민간 우주산업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두 기관은 △J-우주 거버넌스 구축 및 제주 우주산업 생태계 조성 △민간 위성 개발·제조 인프라 구축 △위성정보 서비스 활성화 △우주산업 인력 양성 프로그램 추진 등 민간 우주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에 한화시스템은 첫 협력으로 위성개발·제조시설인 ‘한화우주센터’의 연내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AIT(위성체 총조립 및 기능·성능 시험) 시설을 구축해 민간 주도로 소형 위성을 개발하고 제조할 수 있는 생산 거점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특히 한화우주센터 내에 지상국을 구축, 민간이 주도하는 위성영상·통신서비스까지 우주 사업을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어성철 한화시스템 대표이사는 "한화시스템은 제주도에 우주산업 전초기지를 구축하고, 다양한 분야의 강소기업들과 함께 제주도가 민간 우주산업의 허브(Hub, 중심)가 될 수 있도록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항공우주 전문 기업인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본사 제주 이전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페리지는 2021년 12월 제주에서 국내 최초로 민간과학로켓 시험발사를 진행한 우주로켓 개발 전문 기업으로 현재 코스닥 상장을 추진할 정도로 주목 받고 있다.페리지는 제주지사를 본사로 확장해 관련 인력 등 필요한 자원을 배치하고,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제주 본사를 발사장, 조립시설, 통제실을 비롯해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과 학습 시설 등 교육적인 역할도 부여한다는 구상이다.위성 관제, 위성 영상 처리, 위성테스트 등 위성 관련 기업인 아이옵스와 국가위성운영센터와 협업 중인 SⅡS 역시 제주에 진출해 우주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항공우주 스타트업인 컨텍도 제주에 우주 지상국을 구축해 위성 정보를 수신·처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이 기업들은 지난 5월 제주도 ‘제주스페이스 데이’를 열고 우주산업 육성 및 혁신거점 조성을 위한 생태계 구축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한편, 제주도 도시계획위원회가 지난 14일 탐라대 부지의 학교 용지 계획을 폐지하는 내용의 ‘탐라대학교 도시관리계획 결정(변경) 건’에 대해 원안 수용을 결정, 하원테크노밸리로 변경·조성하기로 했다. 업계는 이번 결정으로 우주산업 기업들의 제주 진출 및 투자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페리지와 컨텍 등 기존 항공우주 기업들이 제주에 진출해 있는 중에 탑재체 기술을 전부 보유하고 있는 한화시스템까지 제주 진출을 공식화한데다가 부지 선정도 결정됐다"며 "탐라대 부지가 우주산업의 클러스트로 집중 육성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고 내다봤다.지난 6일 제주도청에서 어성철 한화시스템 대표이사(오른쪽)와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우주산업 육성 협약식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