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일동제약이 2년연속 적자의 여파로 직원 희망퇴직을 포함한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자 제약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비록 최근 수년간 먹는 코로나 치료제 임상시험 등 신약개발 연구개발(R&D)을 위한 투자 확대에 따른 영업손실 누적의 결과이지만 중견급 전통 제약사의 인력 감축이란 점에서 이례적이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일동제약의 구조조정 조치에 제약업계는 제약가격을 현실화해 제약사들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신약개발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은 지난 23일 임원 감축과 급여반납, 간부급 희망퇴직, 품목 구조조정과 연구비용 효율화 등을 담은 쇄신안을 임직원들에게 공개했다. 2021년 555억원, 지난해 73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2년 연속 적자를 냈고, 올해 1분기에도 148억원의 영업손실을 보았다. 아로나민 등 주요 제품의 선전으로 매출은 지난해 역대 최대인 6377억원을 올리는 등 증가세임에도 매출액 중 연구개발비 비중이 업계 최상위권인 19.7%일 정도로 신약개발에 매진한데 따른 수익 악화라는 분석이었다. 매출 기준 국내 상위 20대 제약사 중 일동제약만큼 2년 연속 큰 폭의 영업적자를 낸 기업은 없는 만큼, 일단 일동제약 외에 구조조정 바람이 확산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일동제약의 재무 악화가 경영부실이나 기업(제품) 경쟁력 약화 때문이라기보다는 취약한 국내 제약업계 수익구조 영향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우려는 쉽게 가라않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제약사의 수익을 좌우하는 약가는 환자(국민) 부담 경감을 위해 규제당국이 최대한 인상을 억제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는 특히 원료의약품이나 제네릭(복제약) 부문에서 두드러지는데, 해열진통제 아세트아미노펜이 낮은 수가 탓에 국내 제조사가 거의 없어 코로나 기간 품절 사태를 빚자 당국이 지난해 12월 조제용에 대해 부랴부랴 약가를 인상해 준 사례가 대표적이다. 더욱이 일반의약품(OTC)이나 제네릭 매출 비중이 높은 중견 제약사가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수익성이 높은 세계 최초(first-in-class) 혁신신약을 개발해 보유해야 하는데, 신약개발엔 수년간 100억원 이상의 투자비용이 들고 성공확률도 10% 미만이라 중견 제약사가 신약개발에 모험을 걸기는 쉽지 않다는게 업계의 정설이다. 혁신신약을 다수 보유한 거대 제약사와 그렇지 못한 제약사간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따라서, 제약업계는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약가 규제 정책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역시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제약바이오 중심국가 실현의 선결과제 중 하나로 약가 규제 합리화와 신약에 적정가치 보상체계 확립을 제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국내 제약업계의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은 6~7%에 불과한데, 매출액의 10%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지출하는 것은 재무구조를 취약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개발에 적극 투자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할 수 있도록 R&D 지원 외에 근본적인 약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ch0054@ekn.kr일동제약 일동제약 본사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