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국내 불법경마가 다시 활개를 친 것으로 드러나면서 경마업계가 불법경마 근절을 위해 단속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불법경마 이용자를 합법경마로 유도하기 위한 ‘채찍’과 ‘당근’을 병행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27일 경마업계에 따르면, 최근 광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코로나 기간을 포함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1000억원대 불법경마 사이트를 운영하던 일당을 적발해 20여 명을 구속하고 도주한 일당을 추적하고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최근 발표한 ‘불법도박 실태조사 보고서’에서도 국내 불법경마 규모가 코로나 직전인 지난 2019년 6조8900억원에서 지난해 8조4500억원으로 22.6% 몸집을 키운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불법경마의 횡행을 막기 위해 한국마사회는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 2021년 1년간 총 1만118건의 불법도박 사이트를 찾아내 폐쇄했다. 코로나 직전인 2019년 5407건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건수다. 경마업계는 코로나19가 종식된 지금도 불법경마가 증가세에 있을 것이라 보고, 단속·적발 위주의 대책과 병행해 합법경마의 경쟁력을 높여 불법경마를 흡수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홍콩은 지난 2006년 ‘도박세법’을 개정, 경마 환급률(경마 고객의 지출 대비 환급받는 배당금의 비율)을 기존 81%에서 84%로 높이고 불법경마에 존재하는 ‘리베이트(돈을 잃은 경마 고객에게 현금으로 제공하는 위로금)’ 제도를 도입했다. 합법경마를 불법경마만큼 ‘매력적으로’ 만들어 불법경마 이용자가 굳이 적발될 위험을 안고 불법경마에 남아있지 않도록 만든 것이다. 그 결과, 홍콩 불법경마 규모는 도박세법 개정 직전인 2015년 약 15조원 규모에서 2021년 8조원 규모로 절반 가량 줄었다. 불법경마 감소의 순효과로 홍콩의 합법경마 매출은 늘어났다. 각종 제세금은 도박세법 개정 전보다 세율은 낮아졌음에도 세수입 액수는 42% 커졌고, 경마시행체인 홍콩자키클럽(HKJC)의 수익도 28% 증가했다. 경마 종주국 영국도 애초부터 환급률이 92%로 불법경마에 맞먹을 정도로 높고, 마권 구매 상한선, 온라인 마권 구매 등 경마 관련 규제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불법경마 규모가 합법경마의 2% 미만에 불과하다. 일본은 환급률이 우리나라보다 높을 뿐 아니라, 불법경마 단속의 효율성을 높여 불법경마를 억제하고 있다. 우리나라 한국마사회격인 일본중앙경마회(JRA)의 단속업무 담당직원이 직접 불법 온라인 경마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해 이용하면서 증거를 확보할 경우, 불법경마에 대한 형사면책권을 부여받는다. 우리나라도 마사회와 사감위가 나서 불법경마 이용자의 신고·제보를 받거나 직접 감시·단속하지만, 일본과 같은 단속담당자의 형사면책권이나 경찰과 같은 수사권 등이 없어 경찰을 통해 수사를 시작하면 불법경마 운영자들이 도주할 시간만 주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합법경마 환급률은 73%에 머물러 국내 불법경마 환급률 88%보다 15%포인트 낮다. 불법경마를 근절하기 위한 ‘채찍’인 단속의 실효성과 ‘당근’에 해당하는 합법경마로 흡수하기 위한 유인책 모두 크게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김종국 전 한국마사회 경마본부장은 "업무중복 등 반대 의견도 있지만 연간 100조원에 이르는 불법도박 단속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철도와 같이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을 사감위에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전 본부장은 "내년 시행할 온라인 마권 발매 제도의 고객 편의성을 높이고, 경마 환급률을 높여 불법경마 이용자를 합법경마로 흡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ch0054@ekn.kr홍콩 경마장 홍콩 해피밸리 경마장에서 경주가 펼쳐지는 모습. 사진=호스차이나원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