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가와 유업계가 원유(原乳) 기본가격을 리터(ℓ)당 49원 올리기로 합의하면서 시중 흰우유 제품의 연내 가격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일부 가공 유제품의 동반상승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어 우유가격 인상이 물가상승을 자극하는 이른바 ‘밀크플레이션(milk+inflation)’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6일 유업계에 따르면, 낙농진흥회는 지난 3일 이사회를 열어 내년부터 음용유로 공급하는 원유 기본가격을 ℓ당 947원에서 996원으로 49원(5.2%) 올리기로 합의했다. 이번 흰우유 기본가격의 인상 폭은 원유가격연동제 시행 첫 해인 지난 2013년 ℓ당 106원 인상 이후 두번째로 큰 수준이다.이날 합의에는 인상가격을 지난 10월16일부터 소급해 적용하는 동시에 연말까지는 ‘ℓ당 49원+3원’ 내용도 포함돼 있다. 즉, 올해 연말까지는 유업계가 흰우유 구입가격을 ℓ당 52원을 책정해 지급한다는 것이다.3원 추가 지급은 보통 원윳값 조정 논의가 연중 6~8월께 진행되지만 올해 정부의 낙농제도 개편을 놓고 갈등을 빚으며 협상이 지연된 점을 감안해 낙농가를 배려한 추가인상분이다. 이같은 합의에 따라 유업계는 "연내 흰우유 값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나타내며 연말 가격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원유값 인상으로 우유를 구매하는 소비자 부담도 증가한 점이다. 새 원유 가격이 소급분을 포함한 52원으로 결정되면서 현재 ℓ당 2700원대 중반 수준인 흰 우유 가격이 3000원대 이상까지 뛸 것이란 관측이다. 통상 우유 소비자가는 원유 기본가격의 약 10배 높게 적용된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지난해 8월 원유가격이 ℓ당 21원 오른 후 매일유업·서울우유·남양유업 등 유업체들은 흰 우유 1ℓ 기준 소비자가를 평균 200~220원 가량 올렸다. 이번 인상분을 고려하면 ℓ당 400~500원 사이에 인상 폭이 결정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원유값 상승으로 우유를 사용하는 식품 전반 가격도 동반 상승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특히, 올해 원유가격은 ‘원유가격 연동제’ 시행 첫 해인 지난 2013년 당시 ℓ당 106원(12.7%) 오른 이후 최대 폭으로 더욱 가격이 뛸 것이란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원유가격 연동제는 통계청 우유 생산비 지표와 물가상승률에 연동해 유업계가 낙농가로부터 수매하는 원유값을 책정하는 제도이다. 정부는 올 들어서만 업계가 두 차례 제품 가격을 올린 터라 흰 우유 가격 인상 폭을 최소화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취재 결과 유업체들은 생산비용 증가 등을 감안해 이미 가격인상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앞서 남양유업은 올 상반기 발효유와 치즈, 컵커피 제품 출고가를 각각 평균 3.5%, 10%, 7.5% 올렸다. 또, 이달부터 발효유 제품은 대리점 출고가 기준 평균 10%, 치즈제품은 평균 15%, 두유와 컵커피 편의점 제품 가격은 각각 평균 14%, 7~12% 인상하기로 했다.서울우유협동조합도 지난 4월 치즈 전 제품 가격을 9% 높인 데 이어 지난달 총 치즈 40여종 제품 출고가를 20% 가량 올렸으며, 올 6월 일부 제품 출고가를 최대 10% 올린 매일유업도 지난달 발효유 제품 가격을 15~25%, 사워크림과 휘핑크림 가격을 6~7% 각각 인상했다. 한 유업체 관계자는 "현재 유업체별로 구체적인 가격 인상 시기와 인상폭을 내부적으로 논의하는 한편, 연내 단행할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라며 "고환율·고물가로 악화된 경영 환경에 인건비, 물류비, 에너지 비용 등 생산비용마저 증가해 제품값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반면에 업계 일각에선 원유값 인상 여파가 가공식품 인상까지 연결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낙농가와 유업계 간 협상을 늦췄던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내년부터 도입된다는 이유에서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마시는 우유(음용유)와 가공유로 나눠 원유 가격 산정을 달리하는 제도로, 내년 1월 1일부터 음용유는 ℓ당 996원, 가공유는 ℓ당 800원이 각각 적용된다.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시행으로 내년부터 빵과 아이스크림에 활용되는 가공유 가격은 음용유 대비 낮게 적용된다"며 "향후 가공식품 인하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나 일부 업체에선 연내 기습 인상한 이후 본래 가격을 유지하거나 찔끔 내리는 데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inahohc@ekn.kr지난 4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우유를 구매하는 시민들. 사진=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