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손태승 회장의 연임 포기 선언으로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착수한 가운데 기관과 개인 차원에서 금융당국을 상대로 중징계 불복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는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우리은행에 중징계를 내린 핵심인 ‘펀드 부실 또는 부실 가능성을 인지했음에도 판매를 계속했다’는 사안과 관련해 앞서 KB증권이 무죄 판결을 받은 점을 고려할 때 당사자인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중징계 처분이 적법했는지를 두고 법적으로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지난해 11월 우리은행, 손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의결할 당시 정례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이 부당권유를 적용하는 부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도 우리금융이 소송을 제기해야 할 근거 중 하나로 거론된다. 당초 중징계 불복 소송은 손 회장이 연임을 위해 거쳐야 할 수단과 방법으로 거론됐지만, 이제는 손 회장이 연임 포기를 선언한 만큼 소송에 대한 진정성은 한층 더 짙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부실 알고도 판매’ KB증권 무죄...우리銀, 소송시 주요 쟁점 부상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권 안팎에서는 손 회장과 우리은행이 당국을 상대로 라임펀드 불완전판매(부당권유 등) 관련 중징계 불복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우선 KB증권이 최근 우리은행 중징계의 핵심 사안과 관련해 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은 점을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는 최근 KB증권이 라임펀드 자산에 부실이 발생한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고객들에게 알리지 않고 판매를 계속했다는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KB증권 내부 조사결과 보고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리스크관리 가이드라인 변경 등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 KB증권이 라임펀드 부실 또는 부실 가능성을 인지한 것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향후 우리은행이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때 주요 근거로 인용될 전망이다. 금융위가 작년 11월 우리은행에 과태료 76억6000만원을, 손 회장에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내린 핵심이 ‘라임펀드에 대한 리스크를 인지했음에도 이를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라임펀드 판매 당시 총수익스와프(TRS) 제공 증권사로부터 펀드 관련 정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이 우리은행에 리스크를 인지했다고 판단한 과정에는 KB증권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등 자료가 주요 증거로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이미 재판부가 KB증권이 작성한 자료만으로 부실 또는 부실 가능성을 인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한 상황에서 해당 자료를 전달받은 우리은행 역시 부실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한 것은 맞지 않는다는 게 금융권 일각의 지적이다.실제 지난해 11월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한 위원은 "우리은행은 최소한 리스크를 파악하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노력을 했고, 그것이 문서로 남았다"며 손 회장에 문책경고 또는 주의적 경고를 내리자는 소수 의견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과 손 회장은 불복 소송 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중징계 의결 당시 금융위 정례회의 의사록, 그간의 판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관측된다.과거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CEO 재직 시절에 받은 제재를 취소해달라며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한 것도 손 회장의 불복 소송 가능성을 높이는 배경으로 거론된다. 황 전 회장은 2009년 우리은행장 재직 당시 파생상품 투자손실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받아 사임한 뒤 징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최종 승소했다. 손 회장은 이미 중징계 건으로 용퇴를 결정한 만큼 개인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라도 불복 소송이 불가피하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이밖에 우리은행이 당국의 중징계 조치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신한투자증권과 진행 중인 647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불리해질 수 있고, 라임 사태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에게 펀드 손실분의 10%에 해당하는 약 150억원 상당의 배상금을 추가로 물어줘야 한다는 점도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우리은행, 불복소송 놓고 장고...금감원장 "차기 회장이 결정할 일"
최근 용퇴를 결정한 손 회장과 우리은행은 소송 제기시 승소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며 장고를 이어가고 있다. 손 회장과 우리은행이 침묵을 이어가는 사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소송 가능성에 대해서도 사실상 부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이 원장은 이달 1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손 회장 개인이 법률적 이슈에 대해 결정하는 건 전적으로 본인이 선택할 문제"라면서도 "기관으로서 소송 주체는 우리은행이 될 텐데, 이는 손 회장이 발표할 문제라기보다는 우리은행 이사회, 은행 측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이어 이 원장은 "손 회장이 회장으로 있을 때 보고된 건은 아무리 공정하게 이뤄졌더라도 개인 자신(손 회장)의 이해관계에 관련된 문제가 있다"며 "동일한 결정(행정소송 제기)을 하더라도 이해관계로부터 독립된 다음 회장 또는 우리은행장이 하는 게 상식적인 면에서 공정해 보인다"고 강조했다.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손 회장이 연임 포기를 선언한 상황에서 금감원이 소송 여부까지 관여하는 것은 지나친 감이 있다"며 "금융위 정례회의 과정에서 나온 소수의견, KB증권 무죄판결 등은 우리은행이 당국을 상대로 징계 불복 소송을 제기했을 때 유리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ys106@ekn.kr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우리금융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