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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은행.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은행권에 대출 연체율 확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아직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처 실행으로 기업 대출 연체율이 정확하게 반영되고 있지 않아 대출 부실 우려가 잠재해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대손충당금 적립을 강조하고 있으며, 은행들은 부채 연착륙 방안 시행 등으로 리스크 관리에 더욱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이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원화 대출 연체율은 0.27%로 전월 대비 0.02%포인트 상승했다. 1년 전에 비해서는 0.01%포인트 높아졌다. 11월 중 연체채권 정리 규모는 8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2000억원 늘었는데, 신규연체 발생액은 1조4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1000억원 증가했다.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2018년 말 0.4%, 2019년 말 0.36%, 2020년 말 0.28%, 2021년 말 0.21%로 매년 하락 추세를 보였는데, 최근 들어서는 가계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소폭 상승하고 있다고 금융감독원은 분석했다. 가파른 금리 인상 충격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연체율은 0.49%로 전월 말 대비 0.06%포인트 상승했다. 1년 전에 비해서는 0.13%포인트나 확대됐다.
기업대출 연체율도 개인사업자대출 중심으로 상승하고 있다.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26%로 전월 말 대비 0.04%포인트 올랐으며, 1년 전에 비해서는 0.06%포인트나 늘었다. 특히 기업대출의 경우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로 정확한 수치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 잠재된 리스크가 크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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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원화대출 연체율 변화. 그래프=에너지경제신문 |
인터넷전문은행의 연체율도 크게 높아졌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인터넷은행의 연체율은 0.42%로 전분기 대비 0.07%포인트 상승했다. 1년 전에 비해서는 0.18%포인트 올랐다. 가계대출 연체율이 0.43%로 전분기 대비 0.08%포인트 높아졌다. 인터넷은행은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중금리 대출을 높은 비중으로 공급하고 있어 연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된다. 인터넷은행은 아직 기업대출이 활발하지 않은데 3분기 말 기업대출 연체율도 전분기 대비 0.08%포인트 상승한 0.09%로 집계됐다.
지방은행은 가계대출 중심으로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다. 3분기 말 기준 지방은행 연체율은 0.3%로 전분기 대비 0.03%포인트 상승했다. 단 1년 전에 비해서는 0.04%포인트 줄었다. 하지만 가계대출 연체율이 1년 전 대비 0.06%포인트 늘어난 0.31%로 집계되면서 연체율 증가 우려가 나온다. 전분기와는 같은 수준이다.
2금융권인 저축은행의 연체 우려도 커지고 있다. 1금융권 이용이 어려운 중·저신용자들이 많이 찾는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 대출 부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국내 79곳 저축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3%로 전분기 대비 0.4%포인트 높아졌다. 지속되는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 경기 위축 우려에 지난해 4분기에는 연체율이 더욱 높아졌을 것이란 전망이다.
곳곳에서 연체율이 확대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올해도 금리인상이 지속되고 경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부실 차주들이 늘어나게 되면 금융기관도 리스크 위험이 커지게 된다"며 "모니터링을 꼼꼼히 하면서 자체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금융기관의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을 위해 만기 연장 조치를 지속하면서 상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면서도 "만기를 늘리는 것이 근본적인 지원책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연착륙 방안을 병행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대손충당금 적립 등을 유도해 손실흡수능력을 강화하도록 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까지 연체율이 양호한 수준이라고 해도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에 따른 신용손실 확대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며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에도 은행이 건전성을 유지해 자금공급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지난해 연말 결산시 충분한 충당금을 적립하도록 유도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