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보험상품가입자 10명 가운데 3, 4명은 보험계약 체결 후 2년을 넘기지 못하고 계약을 해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경기치체로 가계의 경제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경기변화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는 중·하위 소득계층을 중심으로 보험해지가 늘면서 보험계약 유지율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29일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이 발간한 ‘보험계약 유지율 실태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보험산업의 25회차 보험계약 유지율은 60%대로 보험상품가입자 10명 중 3~4명은 보험계약 체결 후 2년을 넘기지 못하고 보험계약을 해지했다. 개인 생명보험 가입자가 25회차 보험료를 낼때까지 계약을 유지하는 비율은 2021년 기준 67.1%였다. 장기손해보험의 25회차 보험계약 유지율은 2021년 기준 68.3%였다. 국내 보험산업의 유지율은 선진국보다 낮지만, 점차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기준 25회차 유지율을 국가별로 보면 싱가포르(96.1%), 일본(89.2%), 대만(88.9%), 홍콩(88.0%), 미국(84.9%) 순이었다. 각국의 경제 상황, 보험시장 여건(상품, 판매경로, 보험료 납입방식 등)에 따라 유지율에 차이가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25회차 유지율이 2020년 61.4%에서 2021년 67.1%로 올랐다. 개인생명보험과 장기손해보험 모두 IMF 사태, 신용카드 대란,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불황기에 유지율이 하락하는 등 유지율 지표는 경제환경 변화에 영향을 받고 있다. 보험가입자의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 보험료 납입 여력이 줄어들어 보험 해지 가능성이 높아진다. 경기가 호황이면 고용이 늘어 소득증가 효과가 발생하고, 경기가 둔화되면 실업률이 상승해 소득감소 효과가 발생하는 등 경기는 보험계약자의 보험료 납입능력에 영향을 준다. 보험상품마다 가입목적이 달라 외부환경 변화가 유지율에 미치는 영향 정도도 다르다. 다만 장기유지율에 있어서는 상품별 유지율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 소비자 민원이 많은 상품, 고액보험료 상품, 제도 변경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보험상품의 장기유지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는 식이다. 2020년 3월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발생 시 기존보다 처벌이 강화되면서 자동차보험에서 보상하지 않는 사고로 인한 형사상 책임 등의 비용손해를 보장하는 신규 운전자보험상품으로 갈아타는 사례가 많아진 것이 대표적이다. 김동겸 연구위원은 "가계 경제여건 악화 전망, 주거래 금융기관 충성도 약화, 온라인플랫폼의 금융상품 중개업 시범운영 예정 등을 고려해 볼 때, 향후 보험계약 유지율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그는 "소득, 자산 기반이 약한 계층일수록 인플레이션과 금리상승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하위 소득계층을 중심으로 보험계약 해지가 빈번히 발생할 수 있다"며 "보험회사는 유지율이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과 수익, 평판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보다 적극적인 고객관리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해외 감독당국은 불완전판매로 인한 소비자 피해와 대규모 이탈을 사전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판매자 전문성 강화, 수수료 체계 정비, 고객 중심 업무운영원칙 제정 등의 정책을 시행 중인 만큼 이러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ys106@ekn.kr(자료=보험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