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이달 12일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시행을 계기로 증권, 은행 등 금융사들이 퇴직연금 유치전에 온 힘을 다하는 가운데 보험사들은 상대적으로 잠잠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보험사의 퇴직연금은 원리금 보장형이 대부분이고, 단기보다는 장기 수익률에 강점이 있는 만큼 최근 타 업권에서 주로 앞세우고 있는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27일 금융감독원,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확정급여(DB)형, 확정기여(DC)형, 개인형 퇴직연금(IRP)을 포함한 전 금융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올해 6월 말 기준 345조8140억원이었다. 작년 말(331조7240억원) 대비 14조900억원 늘었다. 업권별로 보면 은행의 6월 말 기준 적립금이 179조388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8조5627억원 늘었다. 증권은 지난해 말 73조8467억원에서 올해 6월 말 79조1534억원으로 5조3000억원 넘게 늘었다. 반면 생명보험사의 6월 말 기준 적립금은 73조1186억원으로 작년 말(72조6286억원) 대비 4900억원 증가하는데 그쳤고, 손해보험사는 2690억원 감소했다. 이 중 은행, 증권사는 디폴트옵션 시행을 전후로 자사 퇴직연금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한은행은 2분기 디폴트옵션 적립금 약 3333억원을 확보해 퇴직연금 사업자 가운데 적립금 1위를 달성했다고 밝혔으며, KB국민은행은 2분기 디폴트옵션 상품 수익률 3개월 5.83%, 6개월 14.16%로 전체 상품 중 1위를 기록했다고 했다. 삼성증권도 퇴직연금 원리금 비보장 기준 DC형 1년 수익률이 8.54%로 전체 퇴직연금 사업자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고 알렸다. 전통적으로 연금시장은 보험사들의 고유 영역이었는데, 최근 몇 년 새 금융권 전반의 경쟁으로 확대되면서 퇴직연금 적립금도 기존 보험사에서 증권, 은행 등으로 머니무브가 일어나는 모습이다. 이와 달리 보험사들은 상대적으로 퇴직연금 홍보에 미온적인 모습이다. 보험사들의 퇴직연금 자금은 주로 채권운용 중심으로 공격보다는 안정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원리금 보장형 비중이 높기 때문에 최근 금융사들이 홍보하는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이나 단기 수익률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처럼 국내 증시가 강세를 보일 때에는 증권사들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더 두각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보험사 관계자는 "같은 보험업권이라도 상품별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포괄해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보험사의 퇴직연금 상품이 증권사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측면이 있다"며 "게다가 최근의 증시 상황을 고려하면 채권 운용 중심인 보험사보다 증권사의 수익률이 더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퇴직연금을 운용하는데 있어서 공격보다는 안정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고, 단기가 아닌 긴 호흡으로 접근하다보니 단기 수익률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두각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서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은 보험계약부채에 포함되지 않고, 금융부채 내 투자계약부채로 분류되는 점도 보험사들이 퇴직연금 마케팅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로 꼽힌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IFRS17 도입으로 보험수익 기준 시장점유율을 보면 올해 3월 말 기준 생보사 중 보장성보험 중심 업체는 시장 지위가 상승한 반면 저축성보험,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 중심 업체는 시장 지위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생명과 같은 일부 보험사들은 디폴트옵션은 물론 전체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압도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올해 2분기 디폴트옵션 초저위험 원리금보장상품 수익률이 6개월 기준 2.6%로 전 금융권 초저위험등급 평균 2.26%를 상회했다. 중위험등급에서도 삼성생명 디폴트옵션 중위험 BF2가 6개월 기준 7.5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권역별 퇴직연금 연간수익률은 손해보험이 1.86%, 생명보험 1.07%로 은행(0.27%), 금융투자(-2.03%) 대비 강세를 보였다. 권역별 장기수익률도 생명보험이 5년 기준 1.76%, 손해보험 1.7%로 금융투자(1.57%), 은행(1.36%)보다 높았다. ys106@ekn.kr연금보험 시장 경쟁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퇴직연금 적립금의 머니무브가 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