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봉 전력산업연구회 회장
두산에너빌리티가 발전용 가스터빈 380MW급 2기를 미국에 수출하게 되었다. 가스터빈은 기계공업의 꽃이다. 가스터빈은 전 세계에서 미국, 독일, 일본, 이태리만 생산한다. 사실상 미국의 GE버노바, 독일의 지멘스에너지,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이 세계 가스터빈 시장을 분점하고 있다. 가스터빈 기술의 종주국인 미국에 역수출하게 된 것은 한국 기계공업의 기념비적 사건이다.
발전용 가스터빈은 제트엔진을 더 크게 만들어서 발전용으로 사용하는 기계라고 보면 된다. 가스라는 말이 앞에 붙지만 경유도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제트엔진은 높은 고도에서 연료가 동결되므로 항공유(jet fuel)를 사용한다. 화력발전에 사용되는 터빈은 크게 스팀터빈과 가스터빈으로 나뉘는데 원자력발전소와 석탄발전소에서는 증기의 압력을 사용하는 스팀터빈을 사용하고 천연가스 발전소에서는 가스터빈을 사용한다.
가스터빈은 기계공업에서 가장 기술적으로 개발하기 어려운 분야이다. 스팀터빈은 증기의 온도가 550~600℃ 수준이어서 금속재료가 견딜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가스터빈은 압축된 공기와 천연가스가 폭발적으로 연소하면서 고온·고압의 배기가스로 터빈과 발전기를 돌리는데 그 온도가 무려 1,600℃ 이상 올라간다. 문제는 이 정도의 고열을 금속 소재가 견뎌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고온을 견디는 가스터빈 블레이드의 소재와 블레이드 내부에 고온을 견딜 수 있도록 냉각장치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제작한 가스터빈은 이와 같은 기술적 난관을 모두 돌파하고 여러 시험을 통과하여 검증된 결과이다. 기계공업의 최첨단 제품을 제작하는데 성공하였음을 이번의 수출계약이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가스터빈 제작은 한국 특유의 산학연 그리고 정부의 노력이 함께 이룬 결실이다. 정부는 2013년에 '발전용 고효율 대형가스터빈 개발'이라는 국책과제를 시작하였다. 이에는 두산에너빌리티를 비롯한 발전 기자재 업체들 그리고 서부발전이 참여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발전 기자재 업체들과 협력하여 고유 기술 확보에 성공했고 이를 토대로 만든 270MW급 한국형 가스터빈인 K-가스터빈을 서부발전의 김포열병합발전소에 2022년 4월에 설치했다. K-가스터빈은 무수한 정밀 시공과 여러 시험을 거쳐 2023년 3월 최초 점화에 성공했고 이후 연소조정시험과 출력변동시험, 비상정지시험 등 필수적인 운전시험과 법정 검사를 마쳤다. 그리고 마침내 시운전 최종 관문인 240시간 연속 자동운전시험을 통과해 상업운전을 개시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기자재 업체들의 눈부신 노력을 높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발전사업의 명운이 걸려있는 핵심 터빈과 발전기를 K-가스터빈으로 결정한 서부발전의 도움과 그 뒤에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을 정부의 노력은 한국의 산업발전사에 의미 있는 한 페이지로 기록될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70MW에 이어 380MW급 가스터빈의 정격부하 성능시험을 마치고 출력과 효율은 물론 진동, 온도, 배기가스 등 각종 운전지표를 모두 만족하는 것을 확인하였고 이와 함께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한 급속 가동시험도 병행해서 이를 충족시켰다고 전해진다. 성공적인 380MW 가스터빈의 시험성적으로 서부발전을 비롯해 중부발전, 남부발전, 남동발전 등과 이미 주기기계약을 맺었다. 향후 두산에너빌리티는 415MW급 가스터빈 그리고 90MW급 소형 모델 나아가서 제트엔진까지 개발하여 굴지의 가스터빈 제작사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성공적인 가스터빈 수출은 AI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전력수요의 급증과 이를 위한 대형 발전기 주문 러쉬와 무관하지 않다. 이미 주요 가스터빈 제작사들에 대한 주문 물량은 4년 이후까지 밀려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이때를 위해 그동안 노력해온 정부와 산학연의 협력이 없었으면 이와 같은 결실은 없었을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