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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뉴노멀’이 된 이상기후, 민관 대응태세 재정비해야

이달 초순 한반도에 상륙한 역대급 태풍 힌남노는 남쪽 지방에 큰 상흔을 남겼다. 실시간 기상 예보를 주시하고 전 국민이 긴장하며 만반의 준비를 했음에도 인명 피해가 적잖았고 특히 포항지역에 물폭탄이 집중되면서 막대한 시설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8월초 시간당 100mm이상의 물폭탄으로 서울·경기 지역에 인명과 재산 피해를 겪은 지 한달도 채 안된 시점에 수퍼 태풍이 또다시 한반도를 덮친 것도 신경이 쓰인다. 더 이상 이러한 이상기후가 50년, 100년 빈도로 발생하는 것이라 얘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이상기후의 빈도가 잦아지고 강도가 쎄질 것이라는 경고를 수차례 해왔다. 6월부터 내린 몬순 폭우로 심각한 피해를 본 파키스탄은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다. 전 세계가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 기상이변은 이제 기후위기시대 ‘뉴노멀’이 된 것이다. 과학자들은 온실가스 감축이 빠른 속도로 이루어져도, 기존에 내뿜은 양만으로 지금 겪는 기상이변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전한다. 파리협약 이후 지구평균기온 1.5도 상승을 막기 위한 대책에 부산하지만, 최근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보고서는 향후 20년 안에 1.5도를 넘어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했다. 그래서 감축하는 것도 절실하지만 우리의 안전을 위해 이상기후에 적응할 수 있는 회복력을 갖추는 것이 더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오는 11월 이집트에서 열리는 기후당사국총회에서도 적응이 주요한 화두로 논의될 예정이다. 지난달 환경연구원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가 창립 13주년을 맞아 국내 적응 대책의 10년을 돌아보는 행사를 진행했다. 전 세계가 홍수, 한파 등으로 대규모 단전, 단수 등 인프라에 피해를 입고 있는데, 지금까지 저비용·고효율로 운영되어온 우리 사회 시스템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는 안전하고 좋은 정책이지만, 외부 자극에 쉽게 무너질 수 있어 회복탄력성이 떨어지는 형태라는 것이다. 국내 적응대책은 2011년부터 시작, 현재 17개 부처가 참여하여 제3차 국가기후변화적응대책(21~25)을 수립했다. 우리나라의 제도적 준비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느린 편이 아니나, 지금까지의 정책 이행 효과에 대한 정량적 평가는 부족하다 평가했다. 실제로 지금까지의 적응 대책이 기상이변 상황에 어떤 효과를 발휘했는지 평가해봐야 향후 계획 수립에 도움이 될 것이다. 1차 대책 수립 당시 지자체별로 다른 기후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채 전부 비슷비슷한 적응 대책을 수립하여 지자체 관계자들의 인식제고와 역량 강화가 함께 진행된 바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자체장들의 인식과 리더십에 달려 있다. 이번 힌남노 대응에 대통령과 지자체장들이 직접 챙기는 모습은 바람직했으나, 예상되는 현상이 있을 때만 대응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기존의 모든 정책들을 진행할 때 기후위기에 따른 적응 문제를 고려하느냐 안하느냐의 인식 차이가 향후 국내 적응 대책을 상당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 산사태, 해일 등을 고려하여 도시 계획 수립 시 피해 예상지역을 반영하고, 이미 피해를 한번이라도 입은 지역의 인프라를 개선하여 회복력을 높이고, 기존의 방재 대책에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고려하는 등 기후 적응 대책은 이제 더 늦기 전에 지자체장들이 직접 챙겨야 한다. 힌남노 피해로 가동을 전면 중단한 포스코 포항 제철소는 완전 복구와 정상 가동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포스코가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는 49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는 보도다. 포스코 사태는 앞으로 산업단지, 발전소와 같은 국가 중요 기반 시설 역시 이상기후에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줬다. 지난 울진 화재 당시에는 원전과 LPG충전소로 불이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쏟아야 했다. 올해부터 64개 공공기관이 5년마다 적응대책 세부 시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번 포스코 사태를 보면서 공공기관장 역시 대책을 형식적으로 준비할 사항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했으면 한다. 민간 기업 역시 법적 의무는 없지만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공감하길 바란다. 국민들 역시 최근 잦아진 폭염과 홍수를 겪으면서 기후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시민들의 뉴스 인터뷰에 ‘평생 처음 겪는 일’이라는 멘트가 빠지지 않지만 그 정도의 기상이변이 앞으로는 더 잦아질 것이다. 그래서 평소에 기후 적응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나의 주변부터 살펴보면서 미리 대비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기상이변이 발생했을 때 위험 지역을 피하고, 적극적으로 사전에 대피해야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폭우와 태풍으로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시민들의 뉴스에 마음이 아프다. 결국 정부, 지자체, 기업, 시민들 모두 기후위기에 어떻게 잘 적응할 것인가에 함께 관심을 가져야겠다.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EE칼럼] 에너지정책,에너지안보가 먼저

필자는 지난달에 전기의 소중함을 새삼 절감하는 일을 겪었다. 짧지만 전기 없는 삶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8월 초 서울에 내린 집중폭우로 아파트 기계실이 침수돼, 밤 10시쯤 아파트 전체가 정전됐다. 급수펌프에 전기공급이 중단되니 수돗물이 끊겼다. 수돗물이 끊기니 화장실을 쓸 수 없었다. 다음 날 아침에도 전기공급이 안 돼 전기레인지로 요리를 못해 아침 식사를 걸러야 했다. 전기공급이 언제 재개될지 몰라 다른 곳으로 대피해야 했다. 짐을 싸 문밖을 나섰지만, 엘리베이터가 멈춰서 있었다. 가쁜 숨을 쉬며 계단을 내려가야 했다. 전기가 사라진 집은 더 이상 보금자리가 아니었다. 전기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이다. 우리 일상을 비롯해 거의 모든 사회·경제활동이 전기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집에서 늘 사용하는 형광등, 휴대폰, 컴퓨터, TV, 압력솥, 냉난방 기기 등은 전기를 필요로 한다. 우리가 출퇴근이나 통학할 때 타는 지하철과 기차도 전기로 움직인다. 사무기기가 있는 사무실, 기계를 돌리는 공장, 환자를 수술하거나 치료하는 병원도 전기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서 전기를 쓰지 않는 곳을 찾기가 힘들다. 전기공급이 수요를 만족하지 못하면, 국가 전체가 마비되는 대정전이 일어나 천문학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우리 사회의 전기 의존도는 점점 높아질 것이다. 기후위기와 사회 발전이 전기수요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심화하는 기후위기는 탄소 배출이 많은 화석연료 대신 깨끗한 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기업인 우드맥킨지는 우리나라가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산업, 수송, 건물 부문 에너지 등의 전력화와 수소화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가정에서도 삶의 질이 높아지며 점차 더 많은 전기 기기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바탕으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기업과 기업 사이의 연결이 강화되는 초연결 사회로 진화하고 있다.그런데 우리나라는 전기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전기는 석탄, 석유, 우라늄 등 1차 에너지를 전환해 만든 2차 에너지다. 우리나라는 1차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한다. 에너지통계연보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93%다. 금액으로는 약 896억 달러다. 그나마 이 금액도 코로나 사태로 경제활동이 위축돼 전년 대비 약 32% 준게 이렇다. 해마다 변하지만, 에너지 수입액은 대략 우리나라 총수입액의 1/4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고립된 섬과 같이 전기를 다른 나라에서 수입할 수 없다. 지정학적으로 재생에너지 생산 여건도 불리하다. 최근 국제정세도 우리 에너지 안보를 뒤흔들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미·중간 갈등이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급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에 맞선 서방권의 제재로 촉발된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제한은 천연가스 가격을 상승시키고, 웃돈을 주고도 물량을 제대로 확보할 수 없는 에너지 대란을 불러왔다. 또 대만을 둘러싼 미·중간 갈등은 대만 인근 해역에서 중국군의 군사훈련을 촉발하여, 대만 해협을 통과하던 배들을 우회하도록 만들었다. 그간 원유와 천연가스를 중동에서 우리나라로 실어오는 배가 대만 해협을 지나왔다. 미·중간 갈등이 깊어지고 장기화할 경우, 우리나라의 중동산 원유와 가스 수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정부는 에너지 정책 수립 시 에너지 안보를 최우선시해야 한다. 우리나라 생존과 번영을 위해 충분한 에너지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에너지 공급원을 다변화하고, 해외 에너지 자원 개발을 확대하며, 에너지 비축을 늘리는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전기를 생산하는데 사용하는 1차 에너지원의 조합인 에너지 믹스도 전기의 공급 안전성에 방점을 두고 안전성, 친환경성, 경제성을 조화롭게 고려해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 에너지 자립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기술개발도 병행해야 한다.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서는 국산 에너지 비중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설비 발전효율과 국산화 비중을 늘릴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또 준국산 에너지인 원자력의 안전한 이용을 확대하고 핵연료주기를 자립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자원은 유한하지만, 지혜는 무한하다.문주현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EE칼럼] 개도국 지원,기후변화 대응에 역점둬야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갔다. 공공시설이나 사유시설 가릴 것 없이 큰 피해를 입었고, 인명피해마저 발생했다. 지난달 서울 곳곳에 침수 피해를 내고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폭우의 트라우마가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이번에는 역대급이라는 태풍이 또 큰 상처를 준 것이다. 해를 더할수록 기후변화는 가속화하고 그로 인한 피해는 커지고 있다. 기상청 자료에 의하면 한반도의 온난화는 다른 지역에 비해서도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라고 한다. 기후변화는 한반도에서도 이미 기후위기가 되었다.기후변화가 기후위기 수준을 넘어서 국가의 존폐를 위협하는 곳들도 있다. 태평양에 있는 투발루나 키리바시 같은 작은 도서 국가들은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영토가 점점 더 물에 잠기고 있다. 이런 국가들에게는 ‘기후안보(climate security)’라는 말이 절절하게 와 닿을 수밖에 없다. 이들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지구 전체에서 보면 매우 적은 양이지만 기후위기가 이대로 계속된다면 지도상에서 사라질 위협에 처했으니, 이들에게는 기후위기가 곧 기후안보가 되어 있다.기후위기는 인류 모두가 직면한 절박한 현실이건만, 주요배출국들의 대응은 여전히 미덥지 못하다. 전 세계 총배출량의 약 3분의 1을 배출하는 중국은 근래에 있었던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전격 대만 방문에 대한 보복 조치 중 하나로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의 협력을 거부하겠다고 전했다. 국가안보에 비해 기후변화 대응은 여전히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음을 방증하는 사례이다.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미국도 중국을 나무랄 자격이 없다. 미국이 정권에 따라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태도를 뒤집는 행태를 반복한 것이야 말로 글로벌 레짐의 작동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는 것을 부정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편 러시아는 산업혁명 이후의 누적배출량으로는 미국, 중국 다음으로 세 번째이며, 현재 배출량으로는 중국, 미국, 인도에 이어 네 번째인데, 그런 러시아는 전쟁을 일으킨 것으로 모자라 핀란드 국경 근처에서 대량의 천연가스를 태우기까지 하고 있으니 도무지 기후변화 대응에 관심이 있는지 조차 의심스러운 지경이다.그러나 미·중·러 3대 배출국이 실망스러운 행태를 보여 왔다고 해서 다른 국가들마저 기후변화 대응을 포기할 수는 없다. 오히려 양식 있는 국가들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노력에 거대 배출국들도 더욱 적극 참여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한국 역시 커진 경제규모 만큼이나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어 기후변화에 일말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는 국가이다. 물론 한국이 이런 책임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2020년에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였고, 지난해에는 2030년까지 2018년의 총 배출량 대비 40%를 감축하겠다는 상향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제출하기도 하였다. 공언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국이 자체적으로 부단히 노력해야만 하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지만, 책임 있는 선진경제국으로서 한국이 개도국에 지원하는 공적개발원조(ODA)도 기후변화 대응 및 적응 쪽으로 더욱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한국은 원조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된 세계 최초의 국가이며, 개발원조위원회(DAC) 국가들 중에서도 빠르게 ODA 규모를 늘리고 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환경과 관련된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빈약할 뿐만 아니라, 그나마 환경 부문과 관련된 ODA 지출도 일관된 목표나 전략을 가지고 사용되고 있지도 않다. 해외 신규 석탄화력발전 건설을 대상으로 하는 ODA를 중단하기로 한 결정은 전체적인 흐름에서 타당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ODA가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이나 적응을 위해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는 못하다는 현실이 매우 아쉽다.윤석열 정부는 ‘글로벌 중추 국가’를 지향하고 있느니 만큼, 한국이 지원하는 ODA가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과 적응을 위해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전체적인 사업들을 재점검 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선진적인 기후변화 대응 및 적응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ODA 사업들을 추진함으로써 개도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할 뿐 아니라,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전 지구적인 노력에 한국의 ODA가 힘을 보탤 수 있다면, 이는 결국 한국의 국익으로 환원될 것이다.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EE칼럼] 낮춰 잡은 장래 전력수요, 정부의 숨은 의도 있나

우리는 미래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래서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미래를 예측해 보고 예측결과를 토대로 준비를 한다. 하지만 예측은 틀리는 경우가 훨씬 많다. 많은 군사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시작되면 단기간에 러시아의 일방적 승리로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3일이면 끝날 것이라던 전쟁은 200여일이 지난 지금도 진행 중이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의 일환으로 러시아산 에너지수입 금지를 단행했다. 이에 대항하여 러시아는 EU로 향하는 천연가스 공급량을 축소하거나 중단했다. 에너지가격은 급등했고 그 여파로 대부분 국가들이 경제난을 겪고 있다. 최근에 발생한 전문가들의 오판 사례다. 예측력을 높이기 위해 학자들은 여러 가지 과학적 방법론을 개발하고 적용해 보지만 적중률은 크게 높아지지 않는다. 그래서 교과서에도 ‘예측은 과학과 예술의 사이에 있다’고 하고 있다. 여기에서 과학은 데이터에 기반한 이론적 분석을, 예술은 주술이나 점이 아닌 전문가의 판단을 의미한다. 지난달 말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이 공개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수요예측은 예술(정무적인 판단)에 가깝게 예측된 것으로 보인다. 전력수요예측치가 지나치게 낮기(과소예측) 때문이다. 10차 계획의 2030년 발전량 예측치는 615TWh로 9차 586TWh, 온실가스감축목표(NDC)안 612TWh에 비해 각각 5.0%, NDC 상향안 대비 0.4%가 증가했다. 실무안에는 친절하게도 "4차 산업혁명 영향과 탄소중립 달성 등을 위해 산업, 수송, 건물 등 각 분야의 전기화 수요도 반영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앞으로 전력수요가 증가할 요인을 나열하고 모델의 운용 결과를 반영했다고 하지만 전력수요가 어떤 요인으로, 얼마나 증가할 것이라는 세부내역은 없다. 설명과 같이 추가수요가 반영된 것이지 알 수 없는 대목이다. 지난해말 탄중위는 산업, 수송, 건물분야의 전력화로 앞으로 전력소비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았고 2050년 발전량을 1258TWh로, 전력비중은 현재의 20%에서 40%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사실 2050년 탄소중립안에서 전력비중 40%는 높은 것도 아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전력비중을 50%로 제시한 바 있다.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2050년 발전량 1258TWh가 되기 위해서는 2018∼2050년 기간 중 전력수요가 연평균 2.5% 증가해야 한다. 이 경우 보간법으로 계산한 2030년 발전량은 768TWh이다. 물론 탄소중립에 이르는 경로에 대한 가정에 따라 전력수요는 768TWh 보다 낮아지거나 높아질 수 있다. NDC 상향안에는 2030년까지 친환경차 보급 목표를 450만대로 잡고 있다. 친환경차에 의한 전력수요만 대략 19TWh에 달한다(3.6km/kWh, 1만 5000km/연 운행). 여기에 소요되는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1000MW급 원전 3기가 추가로 필요하다. 산업부문의 공정, 열수요 전환에 의한 전력수요 증가분 등은 가늠하기도 어렵다. 만일 2030년 발전량이 보간법으로 구해진 768TWh이라면 10차의 2030년 원자력 발전량 202TWh로는 원전 비중이 10차 계획의 33%가 아닌 26%로 곤두박질치게 된다. 또한 재생에너지 발전량 132TWh도 21%에서 17% 수준으로 하락한다. 그 결과는 화석연료 발전량의 증가로 나타날 것이다. 산업부와 전력수요예측 전문가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전력수요를 과소예측해야 하는 말할 수 없는 속사정이 있었던 것 아닐까. 혹시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하겠다고 지난해 11월 영국에서 우리나라 대통령이 직접 국제사회와 약속한 NDC안은 잊은 걸까. 이런 의문이 드는 이유는 10차 계획이 장기적인 에너지믹스 정책을 반영하기 보다는 새정부 대선공약 반영에 급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수요예측치가 확정되고 불과 10여일 만에 수급계획 전체가 공개된 것에서는 원전 계속운전과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를 조기에 가능하게 하고, 원전산업 활성화 압력에 빨리 응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엿 보인다. 전력수요를 낮게 예측한 다른 이유로서 2030년 원전비중을 30% 초반으로 하여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의도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필자의 주관적 추론이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지 않았더라도 에너지공급망 위기로 인한 에너지안보가 강조되고, 탄소중립 에너지정책이 유지되는 지금의 상황이라면 전력수급계획에 원전 계속운전, 신한울 3·4 호기 건설재개 정도는 반영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닐까. 산업부는 수요예측결과의 세부 내역을 밝혀 주시기 바란다. 아울러 전력수급계획 보고서에는 미래 에너지믹스 전략이 담긴 에너지원별 비중을 반드시 제시할 것을 주문한다.노동석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EE칼럼] 열요금 규제, 전력과 분리해야

열요금 인상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월 천연가스 가격인상을 반영하여 열요금이 오른데 이어 7월에 열요금이 9.81% 인상되었고 10월에도 7.18%의 추가 인상이 있을 예정이다. 열요금의 연이은 인상은 그동안 집단에너지 사업이 겪었던 재무적 어려움을 다소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집단에너지 사업자 중 가장 가격 경쟁력이 높은 한국지역난방공사(한난)는 지난 1분기에 1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고 2분기에도 실적 악화가 이어져 올 상반기 22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상반기 2천억원이 넘는 적자는 한난 설립 후 처음이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한난이 이럴진대 나머지 중소 집단에너지 사업자의 형편은 말할 필요도 없다. 집단에너지사업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0% 가까이 줄어들었고 아직 회계가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2분기 및 3분기도 주 연료인 국제 LNG 가격의 인상으로 적자 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이 천연가스 공급 위기에 내몰리면서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급증하고 LNG 현물가격이 증가함에 따라 LNG를 연료로 쓰는 집단에너지 사업은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고 있다.올 상반기에 한난이 기록한 영업적자의 94%가 열부문에서 발생했다. 지역난방사업은 대부분 열과 전기를 함께 생산하는 열병합발전소를 운영하므로 수익은 열과 전기로 이루어진다. 이 중 전기는 전력거래소를 통하여 한전에 판매하는데 올 상반기에는 전력수요가 꾸준히 증가하여 열병합발전소도 가동률이 개선되었고 판매단가도 kWh당 89.6원에서 184.3원으로 증가하여 전력판매 매출액은 대폭 늘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력부문에서의 전력판매 수익금 증가는 열요금에 대한 경직적 규제로 이어진다. 정부가 공기업인 한난의 열부문과 전력부문에서의 수익을 모두 합하여 이를 규제대상으로 삼기 때문이다. 즉, 두 사업의 결합이윤(joint profit)이 적정 이상이 되지 않도록 규제하는 것이다. 전력부문에서의 수익이 좋으므로 열부문에서는 이윤이 마이너스가 될 정도로 열요금을 규제하고 낮추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규제된 한난의 열요금 수준이 다른 집단에너지 사업자에 대한 열요금 규제의 표준이 된다는 점이다. 즉, 다른 집단에너지 사업자의 열요금은 한난 열요금의 110%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제되고 있다. 한난에 대한 결합이윤 규제가 열요금을 낮추었고 이는 다른 집단에너지 사업자의 열요금도 묶어버려 지역난방사업 전체의 수익성이 훼손되는 것이다. 한난에 대한 수익규제가 열요금을 지나치게 낮게 규제하는 셈이다. 한난을 표준으로 한 일종의 잣대경쟁(yard stick competition)이 다른 집단에너지 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열요금 규제로 파급되고 있는 것이다.열요금은 열사업의 기준으로만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난이 전력사업을 잘하여 수익을 남겼다고 해서 열요금을 내려야 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안된다. 전력은 전력이고 열은 열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수익이 크다고 해서 TV값을 깎아줘야 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한 가지 방법은 한난을 열부문과 전력부문으로 회계분리하고 두 사업부문이 시장거래 방식으로 값을 치르도록 하는 것이다. 일례로 열병합발전 설비를 전력부문으로 이관하고 전력부문은 열부문에 열 도매요금을 사전에 정해진 방식으로 부과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물론 전력부문의 수익성이 좋다고 해서 열 도매요금을 깎아줄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 집단에너지 산업에는 한난만 참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여러 민간 사업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열과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공기업에 대한 수익규제를 네트워크 사업에 대한 자연독점적 원가규제와 혼용할 필요는 없다. 이미 발전부문은 경쟁이 도입되었고 경쟁력 있는 발전사업자는 높은 수익도 올릴 수 있다. 이런 마당에 한난이 버는 전력부문의 판매수익을 열요금 억제로 상쇄할 필요가 있겠는가.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E칼럼] 美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시행에 따른 충격파가 이어지고 있다. 미 연방의회를 통과한 이 법안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서명함으로써 정식 발효됐다. 이 법은 향후 10년간(2022~2031년) 재정 적자를 약 3000억달러 삭감함으로써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요 내용을 보면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최저세율 15% 도입, 전기차 등 친환경차 구입에 대한 세액공제, 재생에너지 투자촉진 세액공제, 2025년까지 의료보험 보조 3년 연장, 기업의 자사주 매입 시 1% 과세 등이다. 이들 조치로 재정적자를 7370억달러 줄인 뒤 이를 기초로 에너지안전보장 및 기후변화 분야 세액 공제와 보조금 등에 3690억달러를 투입한다. 재정적자를 줄이는 것은 국가의 총수요를 줄임으로써 물가를 안정시키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보조금 지급은 제품의 소비자 가격을 낮추고 생산자 잉여를 높임으로써 국가 전체의 후생을 높이는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재생에너지 투자촉진 세액공제는 재생에너지 산업 활성화와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민주당은 이 법에 따라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2005년보다 40%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법이 없을 경우의 25~30% 감소에 비해 감소폭이 커지는 것이다. 이 법안과 관련해 국제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미국 정부가 자국내에서 최종 조립되지 않은 제품을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일방주의적 조치를 취했다는 점이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전기차의 경우 우리나라 현대·기아차는 미국내 생산라인이 없기 때문에 보조금(중고차 4000달러, 신차 7500달러)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이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규정된 내국민대우 원칙에도 위배되는 것으로 철저한 자국 우선주의 조치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차별적인 전기차 보조금 정책은 우려를 키우고 있는 것과 달리 미국의 전례없는 대규모 기후변화 대책 지원은 미국 기업 뿐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을 포함한 많은 외국 기업에 큰 사업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법안의 최대 투자 대상은 클린 전력이다. 지원 총액의 40% 이상(1603억달러)이 클린 전력에 대한 세액 공제다.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와 기존에 설비가 구축된 원자력 발전에 대해 2024년부터 2032년까지 세액공제가 적용된다. 탄소포집·저장(CCS)에 대해서는 2032년까지 건설 개시한 시설에 대해 기존의 세액공제를 확대한다. 화력발전소와 함께 소재 산업의 공장에서 CCS를 도입하거나 탄소의 직접공기포집(DAC)을 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2025년 이후에는 기존의 발전기술별 세액공제에서 배출 제로의 경우 모든 발전기술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중립적인 세액공제로 서서히 이행해 나간다. 클린전력 도입을 뒷받침하는 제조업에 대한 지원도 포함된다.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 터빈, 배터리 등의 생산이나 리튬 등 중요한 광물의 재활용이나 처리에 세액 공제를 인정해 10년간 306억달러를 배정한다.클린수소에 대해서도 생애주기 전체에서 탄소 배출량에 따른 세액공제가 부여된다(10년간 132억달러). 재생에너지나 원자력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하는 시설의 경우 발전과 수소 모두에 세액공제가 적용되지만 천연가스 개질과 CCS를 조합할 때는 어느 한쪽 공제만 받을 수 있다.이상과 같은 미국의 대규모 기후변화 대책 지원은 우리 기업의 대미진출 확대에 촉매제로 작용할 것으로 여겨진다. 태양광, 풍력, 원자력 발전 등 클린 전력 분야에서 미국 수출이나 현지생산 기회가 확대될 여건이 마련됐으므로 우리 기업은 이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미국 혹은 제3국 기업과의 기술협력이나 자본제휴 등도 가능할 것이다. 최근 가속화되고 있는 미국 중심의 세계 공급망 재편 조류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다만 향후 클린 전력 관련 제품에 대해서도 친환경차처럼 원산지 기준에 따라 세제혜택을 차별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해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이번 법안에 클린에너지 설비가 국산화율의 요건을 충족할 경우 공제가 추가되는 내용이 이미 포함돼 있어 외국에서 생산된 제품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제품수출과 함께 대미 직접투자 등 현지화 전략도 적절히 병행 추진해 불이익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세계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고자 하는 미국의 전략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과도하게 높은 대 중국 소재·부품 조달 비율을 점차 낮춰나가는 노력도 필요하다.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EE칼럼] 에너지안보 강화할 호시절 허송한 ‘탄소중립법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 지난해 8월 31일이다. 법 제정이후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세상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구호보다는 에너지위기라는 절실함이 처절하게 다가오는 세상으로 변한 것이다. 단 1년이라는 시간도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우리는 탄소중립법안을 둘러싼 갈등과 반목으로 지금까지 논란을 힘들게 이어가고 있다. 무의미한 논쟁의 시간에 대한 허무함과 동시에 그간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비해야 하기 위해서는 법제화 이전인 2020년부터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2020년 10월 28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넷제로’로 만들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전 세계 만방에 선포한 것이다. 이 엄청난 선언을 준비하기 위하여 2020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 2020년은 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제 14차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을 세워야 하는 해였다. 이미 2019년 제 3차 에너지기본계획법을 통해 탄소중립이라는 큰 그림을 그려놓고, 2020년에는 이를 구체적으로 뒷받침할 전력수급의 중장기 계획과 여기서 정해진 전력공급을 위한 천연가스 장기계획을 세워야 하는 시점이었다. 그런데 국가 에너지 장기계획을 세워야 했던 2020년 초반부터 코로나 사태가 전 세계를 강타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인 록다운과 이동금지로 인해서 극심한 글로벌 수요감소가 나타났고 모든 국가가 경제공황상태에 빠져 들었다. 심지어 4월 20일에 유가가 배럴당 37.64달러까지 추락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경험했다. 이후 영국 천연가스 NBP는 100만 BTU당 0.99달러까지 떨어지며 1∼ 2 달러 짜리가 널려 있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심지어 미국 셰일업체들도 버티지 못하고 다수가 파산하는 등 바이어가 협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절이었다. 맘만 먹으며 얼마든지 유리한 협상조건과 낮은 가격으로 천연가스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고, 20년간 천연가스를 안전하고 저렴하게 공급받을 절호의 기회였으며 국가적으로 너무나도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2020년을 탄소중립만 만지작거리면서 장기계약이나 해외자산매입 등에 완전히 손을 놓고 허송하며 좋은 시절을 보내버리고 말았다. 2년도 채 안돼 천연가스 공급부족을 경험하면서 원유, 천연가스, 석탄까지 가격이 폭등하고 인플레이션 위기에 직면해 벌벌 떨게 될 상황을 아무도 대비하지 않았다. 이제 추운 겨울이 오면 더 큰 경제위기가 닥쳐올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2020년 그 좋았던 시절에 우리는 대통령의 무리한 탄소중립 선언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모든 공무원과 공공기관을 동원하여 정책을 내기에 바빴고, 탄소중립위원회는 재생에너지 확대 일변도로 모든 국가 계획을 변경하려고 압박하였다. 결국 에너지 안보는 고려하지 않고 탄소중립에 맞추기 위하여 전력수급계획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70%까지 확대하는 무모하고 현실성이 전혀 없는 계획만 세우다가 시간을 다 허비하였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국가의 모든 명운을 걸어버린 것이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나와야 그에 맞춰 천연가스 장기공급계획이 마련되기 때문에 천연가스 계약을 해야 할 시점에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허송세월하고 말았다. 2020년 내내 천연가스 장기계약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필자는 탄소중립 계획만 세우고 현실을 무시하는 지 이해할 길이 없었다. 화석연료를 당장 안 쓸 수도 없는 상황에서 가격이 껌값이 됐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치고 있는 현실이 정말 안타까웠다. 국내 도입 장기계약 물량이 종료되는 시점이 도래하는 데 이 좋은 시절에 대체 물량을 찾아서 장기계약을 하면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물론 당시에는 전쟁이 일어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지만, 탄소중립의 현실성을 조금만 생각해 보면 좌초자산 우려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로 화석연료 투자 감소로 곧이어 화석연료 가격 폭등을 예상할 수 있었고, 재생에너지 자원의 투자 증가가 결국 광물자원 부족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음을 예상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화석연료 수요는 여전히 넘치고, 재생으로 대체하는 데는 천문학적 기술 투자와 엄청난 상용화까지 시간이 필요한데 이러한 일은 쉽게 해결이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탄소중립 법제화 1년이 지난 시점에서 2020년을 돌이켜보니 너무나도 안타깝고 허탈해지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유가가 마이너스였고, 천연가스는 헐값이었던 시절을 기억하자니 현재 현실로 닥쳐오는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과 에너지 요금 폭등으로 인한 처절한 생존의 몸부림이 이제 곧 우리의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두려움이 엄습한다. 미래는 한 치 앞도 예상하기 어렵지만 변화에 대한 과감함으로 포장된 개혁은 가끔은 현실의 제약을 무시하게 되고 대비할 수 없는 저소득층과 저개발국에게 더 큰 피해를 주게 되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 그들은 변화를 대비할 수 없으며 결국 파산으로 이어질 운명에 처해 있다. 대한민국도 그런 처지가 되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고 친환경은 수단이지 목표가 아님을 되새기며 2020년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조홍종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E칼럼] 요소수 사태 300일, 불안감 더 커진 원자재 공급망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 매장량 및 생산량 세계 1위 인도네시아가 니켈에 수출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럴 경우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이번 조치는 니켈을 수출하는 대신 현지 가공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늘리고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만약 인도네시아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니켈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니켈 가격은 최근 10.7% 가까이 급등했다. 이는 지난 3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니켈을 비롯한 리튬, 코발트 등 배터리 주요 원자재의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 문제는 중국산 원자재 가격이 크게 급등하고 있다.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핵심 원자재인 리튬과 구상흑연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진다. 최근 중국산 탄산리튬 가격이 중국 정부의 전력공급 제한으로 1kg당 473위안으로 급등해 전년동기 100위안 선에서 무려 4배 넘게 올랐다. 리튬 가격 폭등은 전기차, 배터리 등 하류부문의 가격 부담이 심화되어 전기차 판매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음극재용 구상흑연을 중국에서 95% 수입해 쓰고 있는데 이 또한 가격 상승이 우려된다.우리나라는 중국에서 주로 부품 등 중간재를 수출하고 있는데 최근 중국이 중간재를 자국산으로 대체하고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이다. 지난해 한국 수출액의 25%, 수입액의 23%가 중국과 이뤄졌다. 한국의 대중 수출품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80%를 넘는다.이제 미래산업이 기술경쟁을 넘어 공급망 전쟁으로 격화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은 배터리 3대 핵심소재(양극재,음극재,전해액)에 필요한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흑연 같은 자원 시장에서 55~100%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세계 최대 리튬 생산업체는 중국 간펑리튬인데 간펑은 리튬 채굴업체와 광산을 통째로 사들이고 있다. 세계 최대 니켈 생산업체인 중국 칭산그룹도 니켈 매장량이 세계 최대인 인도네시아 광산을 대거 확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배터리 소재중 가장 값이 비싼 코발트의 경우 중국 화유코발트기업이 세계 최대 코발트 생산업체이다. 또 중국은 전 세계 망간의 90%를 생산하는 최대 생산국이다. 한국은 중국으로부터 망간 제품의 100%를 수입한다. 음극제에 쓰이는 구상흑연도 중국이 제일 많이 생산한다. 지난해 전 세계 음극재 생산량 중 95%가 중국에서 생산됐고, 포스코케미칼 등 국내 배터리사도 대부분 중국 업체들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문제는 코발트, 망간, 흑연 등 원자재에서 높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지 못하면 미국시장에서 보조금을 받지 못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시행해 중국산 광물.소재를 사용한 전기차 배터리의 채택을 2024년부터 제한할 예정이다.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배터리의 핵심소재인 리튬,니켈,코발트 등을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공급받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중국외에도 호주, 인도네시아 등에서 산업에 필요한 광물을 많이 수입하고 있는데 공급망이 문제이다. 공급망 위험을 해소하려면 수입처를 다변화해야 한다. 또 위기 발생시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범 정부적 차원의 컨터롤 타워가 마련돼야 한다. 정부도 이점을 인정하고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늦어도 너무 늦다. 요소수 대란이 발생한지 300일이 지났지만 아직 정부는 요소 비축을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여러 제약들이 있지만 긴급 수급물자로 지정했다면 이에 맞는 대책이 수립됐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확실한 전략이 절실하다.무엇보다 중국을 더 이상 저렴한 생산 기지로만 보지 말고 진출시에는 중간재와 완성품 모두를 같이 가는 가치사슬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에 대해 더 이상 안주하지 않고 공급망 다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국내 업체들이 협업을 통해 중국산 소재.부품을 국산 제품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공급망 다변화와 병행해 전략을 수립하는 일도 필요하다.배터리의 재활용 기술 정착도 중요한 과제다. 폐배터리에서 광물을 추출해 다시 배터리를 만드는 재활용 사업이 정착화되면 수입에 의존하지 않아도 원소재를 일정 분량 확보할 수 있다. 정부 차원의 외교적 교류와 협력을 통해 중국을 포함 국제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 방안을 마련하는 일도 시급하다. 원자재 공급망의취약성이야말로 한국의 반도체, 배터리 산업이 직면한 치명적 약점이다.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EE칼럼] 청정수소의 에너지안보적 가치 주목해야

지난 8월 23일(현지시간) 비록 국내 언론에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세계 수소경제 차원에서는 유의미한 행사가 캐나다 뉴펀들랜드주 스티븐빌(Stephenville)에서 치러졌다. 빠르면 2025년부터, 늦어도 2030년까지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수소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캐나다·독일 양국 간 수소 동맹을 위한 공동의향서에 양국 정상이 서명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캐나다 에버윈드퓨얼(EverWind Fuels)이 풍력발전 연계 생산 청정수소를 연간 50만 톤 규모의 암모니아 형태로 변환, 독일 유틸리티 기업 유니퍼(Uniper)에 공급하되, 독일 선박회사 FSG-노비스크루그(Nobiskrug)와 캐나다 운송기업 오션넥스(Oceanex)가 이송을 맡는다는 내용이다. 사실 이 행사가 눈길을 끈 것은 청정수소의 상업적 국제 거래의 본격적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이 행사의 추진 배경이 의미심장해서다. 현재 독일은 에너지 위기 상황이다. 천연가스 수요의 55%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하던 독일은 현재 러시아의 자원 무기화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국가안보를 위해서라도 독일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급선무다. 그래서 독일 숄츠(Scholz) 총리의 이번 캐나다 방문의 일차적 목적은 누가 보더라도 LNG 수입을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인 캐나다의 협조를 끌어내는 것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번 행사가 LNG 공급망 구축을 위한 것이 되어야 자연스러울 터인데, 어찌 된 영문인지 천연가스의 자리를 청정수소가 대신하게 된 형국이 되었다. 물론 캐나다의 사정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대서양 건너 LNG 수출을 하려면 앨버타주 등 중서부내륙 천연가스 산지로부터 대서양 연안까지를 연결하는 장거리 파이프라인 건설이 요구된다. 하지만 보다 근접한 태평양 연안을 통한 LNG 수출 추진 과정에서 발생했던 다양한 문제들, 가령 건설 중인 파이프라인에 테러까지 가하는 초강성 환경단체나 지지부진했던 원주민 보호지역 통과 협상 등을 고려해 본다면, 이는 쉽지만은 않은 결정일 수 있다. 하지만 현시점에 청정수소가 적어도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에너지 안보에 상당한 기여할 수 있다는 양국의 공감대가 오히려 큰 몫을 했다고 볼 수도 있다. 쉽게 말해 탈 탄소 등 환경적 가치를 넘어 청정수소의 에너지 안보적 가치까지도 인정받은 결과라 평가된다. 특히 독일에게는 더욱 그렇다. 이미 독일은 2020년 6월 국가수소전략을 통해 수소 시장 확대를 위한 70억 유로와 함께 수소 수입을 위한 국제 파트너십 구축에 20억 유로를 투자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를 직접 사용할 수 없는 부문이나 탄소배출 절감이 어려운 산업 생산공정 등에 청정수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그 일환으로 주로 재생에너지로 청정수소를 생산, 가스 배관에 주입, 천연가스와 섞어서 이송·소비하거나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 청정수소와 합성하여 아이에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다양한 P2G(Power to Gas) 프로젝트를 지원, 2050년까지 생산능력을 40GW까지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이 같은 P2G 생산 확대는 궁극적으로 지금 문제가 되는 천연가스를 청정수소로 대체, 자연스레 러시아의 의존도를 낮추는 데 일조할 수 있다. 더욱이 상용화를 목전에 둔 수소 가스터빈까지 적용될 경우, 재생에너지의 변동성·간헐성 때문에 부득이하게 확대될 수밖에 없는 천연가스 발전의 역할까지 대신하여, 그만큼 천연가스 수입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청정수소는 천연가스를 대체, 탈 탄소와 함께 에너지 안보까지도 강화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이는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아쉽게도 지금까지 국내 수소경제 추진 과정에서 청정수소의 이 같은 에너지 안보적 가치는 크게 주목받지 못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세계적인 자원 무기화 여파 속에서 어느 때보다 에너지 안보 강화가 중요해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제라도 수소경제 특히 청정수소 정책 설계에 에너지 안보적 관점에서의 고려가 절실해 보인다. 특히 지난 정부 탄소중립 시나리오상의 2050년 80%로 설정된 청정수소 해외 수입 비중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과도하기에 반드시 손을 봐야 한다. 적극적인 국내 청정수소 산업 육성 및 생산지원을 통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청정수소의 국내 생산 비중을 확대, 적절한 수준으로 조정할 것을 제안한다.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E칼럼] 재생에너지 ‘간헐성’ 극복할 신기술에 거는 기대

경제학의 기초는 수요와 공급, 그리고 이 두 요소가 일치를 이루는 균형(equilibrium)이다. 일반적으로 수요곡선은 해당 재화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으로 형성되는데, 소비자가 느끼는 효용을 바탕으로 필요로 하는 양의 수준과 그에 상응하는 가격 수준이 정해진다. 또한 공급곡선은 생산자의 선택으로 만들어지는데, 생산주체라고 할 수 있는 기업에서 보유하고 있는 생산요소 및 기술의 조합을 통해 비용은 줄이고 이윤은 극대화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정해진다. 1970년대의 석유 파동 이후 특정 학문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에너지경제학에서도 수요와 공급, 그리고 균형이 일반적 자원을 배분하는 경제학의 기본 문제를 다루는 것과 동일한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의 중요성과 그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전기라는 재화를 보면, 수요곡선의 경우 Y축과 거의 평행한 수직 모양으로 그려지며, X축을 따라 시간대 별로 필요한 양만큼 좌우로 이동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수요곡선이 수직에 가깝다는 것은 가격탄력성이 거의 ‘0(zero)’에 가까워 필수재의 성격을 갖는 재화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전력시장에서의 균형은 양(quantity)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전력거래 하루 전에 예측한 수요를 바탕으로 입찰에 참여하는 발전기의 공급량을 시간대별로 산출함으로써, 매 시간 단위로 시장가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를 계통한계가격(SMP: System Marginal Price)이라고도 하는데, 해당 시간대에 공급하는 발전기들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발전 비용을 갖고 있는 발전기의 공급 비용에 해당한다. 이렇게 미리 예측된 전력 수요에 생산량, 즉 공급 수준을 맞추어 조절해 가는 메커니즘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제대로 작동해 왔다. 수요 전망에 맞추어 계획된 공급 가능 자원들에게 가동 여부와 출력량을 지시함으로써, 발전기들의 공급량을 시간대별로 조정해 가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정 범위를 벗어나는 상황이 약 5년 전부터 제주도에서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2030년 ‘무탄소 섬 Carbon-free Island)’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제주도는 지난 10년 동안 재생에너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문제는 이렇게 늘어난 공급 자원의 대부분이계통운영 측면에서의 급전지시를 받지 않는 전원이라는 것이다. 즉, 계통 운영자가 통제할 수 없다. 이로 인하여 전력수요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이 높아지게 되는 특정 시간대에 전력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는 불일치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과 상대적으로 섬이 많은 동남아시아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인 재화의 생산계획 상에서도 이처럼 공급량이 수요량을 초과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러한 때에는 임시적 저장 형태인 재고(Inventory)의 수준을 조정함으로써 수요와 공급을 맞출 수 있다. 하지만, 전기는 저장이 쉽지 않은 재화이며, 기술적으로 가능하더라도 그 경제성이 아직 생산자 입장에서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수준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결국 제주도에서는 공급 초과가 야기할 수 있는 전력망 과부하에 따른 정전사태를 방지하고자 해당 발전시설들을 강제로 멈추게 하여 전력생산을 하지 않는 출력제한(curtailment)을 시행해 왔다. 하지만 2015년 기준 연간 3회에서 2021년 기준 연간 64회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또한, 이에 따른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의 불만과 반발 또한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대한전기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2030년 기준으로 제주도의 출력제어량이 1TWh 이상으로 높아질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러한 미래 상황을 고려해 볼 때에 공급량이 수요량을 초과하는 시점에 이를 해소시킬 수 있는 추가 수요를 발굴하지 않으면, 출력제한으로 인한 문제와 갈등은 더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에너지를 열, 기체 및 액체 형태의 연료 등 다른 에너지로 전환 및 저장하는 기술들을 총체적으로 P2X(Power-to-X) 기술이라고 한다. 유럽이나 미국 등을 중심으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데 열(Heat) 에너지로의 전환 및 저장, 수소 등 가스화(Gas) 및 저장, 전기기반 모빌리티(Mobility)에 대한 충전 등이 이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활발하게 연구되어 국내 상황에 적절한 기술 대안이 마련됨으로써, 미래 전력 수급이 보다 더 안정되기를 기대해 본다.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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