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뉴노멀’이 된 이상기후, 민관 대응태세 재정비해야](http://www.ekn.kr/mnt/thum/202209/2022091401000491500021691.jpg)
이달 초순 한반도에 상륙한 역대급 태풍 힌남노는 남쪽 지방에 큰 상흔을 남겼다. 실시간 기상 예보를 주시하고 전 국민이 긴장하며 만반의 준비를 했음에도 인명 피해가 적잖았고 특히 포항지역에 물폭탄이 집중되면서 막대한 시설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8월초 시간당 100mm이상의 물폭탄으로 서울·경기 지역에 인명과 재산 피해를 겪은 지 한달도 채 안된 시점에 수퍼 태풍이 또다시 한반도를 덮친 것도 신경이 쓰인다. 더 이상 이러한 이상기후가 50년, 100년 빈도로 발생하는 것이라 얘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이상기후의 빈도가 잦아지고 강도가 쎄질 것이라는 경고를 수차례 해왔다. 6월부터 내린 몬순 폭우로 심각한 피해를 본 파키스탄은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다. 전 세계가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 기상이변은 이제 기후위기시대 ‘뉴노멀’이 된 것이다. 과학자들은 온실가스 감축이 빠른 속도로 이루어져도, 기존에 내뿜은 양만으로 지금 겪는 기상이변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전한다. 파리협약 이후 지구평균기온 1.5도 상승을 막기 위한 대책에 부산하지만, 최근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보고서는 향후 20년 안에 1.5도를 넘어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했다. 그래서 감축하는 것도 절실하지만 우리의 안전을 위해 이상기후에 적응할 수 있는 회복력을 갖추는 것이 더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오는 11월 이집트에서 열리는 기후당사국총회에서도 적응이 주요한 화두로 논의될 예정이다. 지난달 환경연구원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가 창립 13주년을 맞아 국내 적응 대책의 10년을 돌아보는 행사를 진행했다. 전 세계가 홍수, 한파 등으로 대규모 단전, 단수 등 인프라에 피해를 입고 있는데, 지금까지 저비용·고효율로 운영되어온 우리 사회 시스템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는 안전하고 좋은 정책이지만, 외부 자극에 쉽게 무너질 수 있어 회복탄력성이 떨어지는 형태라는 것이다. 국내 적응대책은 2011년부터 시작, 현재 17개 부처가 참여하여 제3차 국가기후변화적응대책(21~25)을 수립했다. 우리나라의 제도적 준비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느린 편이 아니나, 지금까지의 정책 이행 효과에 대한 정량적 평가는 부족하다 평가했다. 실제로 지금까지의 적응 대책이 기상이변 상황에 어떤 효과를 발휘했는지 평가해봐야 향후 계획 수립에 도움이 될 것이다. 1차 대책 수립 당시 지자체별로 다른 기후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채 전부 비슷비슷한 적응 대책을 수립하여 지자체 관계자들의 인식제고와 역량 강화가 함께 진행된 바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자체장들의 인식과 리더십에 달려 있다. 이번 힌남노 대응에 대통령과 지자체장들이 직접 챙기는 모습은 바람직했으나, 예상되는 현상이 있을 때만 대응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기존의 모든 정책들을 진행할 때 기후위기에 따른 적응 문제를 고려하느냐 안하느냐의 인식 차이가 향후 국내 적응 대책을 상당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 산사태, 해일 등을 고려하여 도시 계획 수립 시 피해 예상지역을 반영하고, 이미 피해를 한번이라도 입은 지역의 인프라를 개선하여 회복력을 높이고, 기존의 방재 대책에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고려하는 등 기후 적응 대책은 이제 더 늦기 전에 지자체장들이 직접 챙겨야 한다. 힌남노 피해로 가동을 전면 중단한 포스코 포항 제철소는 완전 복구와 정상 가동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포스코가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는 49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는 보도다. 포스코 사태는 앞으로 산업단지, 발전소와 같은 국가 중요 기반 시설 역시 이상기후에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줬다. 지난 울진 화재 당시에는 원전과 LPG충전소로 불이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쏟아야 했다. 올해부터 64개 공공기관이 5년마다 적응대책 세부 시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번 포스코 사태를 보면서 공공기관장 역시 대책을 형식적으로 준비할 사항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했으면 한다. 민간 기업 역시 법적 의무는 없지만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공감하길 바란다. 국민들 역시 최근 잦아진 폭염과 홍수를 겪으면서 기후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시민들의 뉴스 인터뷰에 ‘평생 처음 겪는 일’이라는 멘트가 빠지지 않지만 그 정도의 기상이변이 앞으로는 더 잦아질 것이다. 그래서 평소에 기후 적응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나의 주변부터 살펴보면서 미리 대비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기상이변이 발생했을 때 위험 지역을 피하고, 적극적으로 사전에 대피해야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폭우와 태풍으로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시민들의 뉴스에 마음이 아프다. 결국 정부, 지자체, 기업, 시민들 모두 기후위기에 어떻게 잘 적응할 것인가에 함께 관심을 가져야겠다.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