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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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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美 '인플레 감축법', 韓 에너지산업의 기회와 위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9.05 10:30

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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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시행에 따른 충격파가 이어지고 있다. 미 연방의회를 통과한 이 법안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서명함으로써 정식 발효됐다.

이 법은 향후 10년간(2022~2031년) 재정 적자를 약 3000억달러 삭감함으로써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요 내용을 보면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최저세율 15% 도입, 전기차 등 친환경차 구입에 대한 세액공제, 재생에너지 투자촉진 세액공제, 2025년까지 의료보험 보조 3년 연장, 기업의 자사주 매입 시 1% 과세 등이다. 이들 조치로 재정적자를 7370억달러 줄인 뒤 이를 기초로 에너지안전보장 및 기후변화 분야 세액 공제와 보조금 등에 3690억달러를 투입한다.

재정적자를 줄이는 것은 국가의 총수요를 줄임으로써 물가를 안정시키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보조금 지급은 제품의 소비자 가격을 낮추고 생산자 잉여를 높임으로써 국가 전체의 후생을 높이는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재생에너지 투자촉진 세액공제는 재생에너지 산업 활성화와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민주당은 이 법에 따라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2005년보다 40%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법이 없을 경우의 25~30% 감소에 비해 감소폭이 커지는 것이다.

이 법안과 관련해 국제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미국 정부가 자국내에서 최종 조립되지 않은 제품을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일방주의적 조치를 취했다는 점이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전기차의 경우 우리나라 현대·기아차는 미국내 생산라인이 없기 때문에 보조금(중고차 4000달러, 신차 7500달러)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이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규정된 내국민대우 원칙에도 위배되는 것으로 철저한 자국 우선주의 조치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차별적인 전기차 보조금 정책은 우려를 키우고 있는 것과 달리 미국의 전례없는 대규모 기후변화 대책 지원은 미국 기업 뿐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을 포함한 많은 외국 기업에 큰 사업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법안의 최대 투자 대상은 클린 전력이다. 지원 총액의 40% 이상(1603억달러)이 클린 전력에 대한 세액 공제다.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와 기존에 설비가 구축된 원자력 발전에 대해 2024년부터 2032년까지 세액공제가 적용된다. 탄소포집·저장(CCS)에 대해서는 2032년까지 건설 개시한 시설에 대해 기존의 세액공제를 확대한다. 화력발전소와 함께 소재 산업의 공장에서 CCS를 도입하거나 탄소의 직접공기포집(DAC)을 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2025년 이후에는 기존의 발전기술별 세액공제에서 배출 제로의 경우 모든 발전기술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중립적인 세액공제로 서서히 이행해 나간다. 클린전력 도입을 뒷받침하는 제조업에 대한 지원도 포함된다.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 터빈, 배터리 등의 생산이나 리튬 등 중요한 광물의 재활용이나 처리에 세액 공제를 인정해 10년간 306억달러를 배정한다.

클린수소에 대해서도 생애주기 전체에서 탄소 배출량에 따른 세액공제가 부여된다(10년간 132억달러). 재생에너지나 원자력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하는 시설의 경우 발전과 수소 모두에 세액공제가 적용되지만 천연가스 개질과 CCS를 조합할 때는 어느 한쪽 공제만 받을 수 있다.

이상과 같은 미국의 대규모 기후변화 대책 지원은 우리 기업의 대미진출 확대에 촉매제로 작용할 것으로 여겨진다. 태양광, 풍력, 원자력 발전 등 클린 전력 분야에서 미국 수출이나 현지생산 기회가 확대될 여건이 마련됐으므로 우리 기업은 이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미국 혹은 제3국 기업과의 기술협력이나 자본제휴 등도 가능할 것이다. 최근 가속화되고 있는 미국 중심의 세계 공급망 재편 조류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다만 향후 클린 전력 관련 제품에 대해서도 친환경차처럼 원산지 기준에 따라 세제혜택을 차별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해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이번 법안에 클린에너지 설비가 국산화율의 요건을 충족할 경우 공제가 추가되는 내용이 이미 포함돼 있어 외국에서 생산된 제품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제품수출과 함께 대미 직접투자 등 현지화 전략도 적절히 병행 추진해 불이익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세계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고자 하는 미국의 전략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과도하게 높은 대 중국 소재·부품 조달 비율을 점차 낮춰나가는 노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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