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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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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에너지정책,에너지안보가 먼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9.13 10:10

문주현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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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현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필자는 지난달에 전기의 소중함을 새삼 절감하는 일을 겪었다. 짧지만 전기 없는 삶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8월 초 서울에 내린 집중폭우로 아파트 기계실이 침수돼, 밤 10시쯤 아파트 전체가 정전됐다. 급수펌프에 전기공급이 중단되니 수돗물이 끊겼다. 수돗물이 끊기니 화장실을 쓸 수 없었다. 다음 날 아침에도 전기공급이 안 돼 전기레인지로 요리를 못해 아침 식사를 걸러야 했다. 전기공급이 언제 재개될지 몰라 다른 곳으로 대피해야 했다. 짐을 싸 문밖을 나섰지만, 엘리베이터가 멈춰서 있었다. 가쁜 숨을 쉬며 계단을 내려가야 했다. 전기가 사라진 집은 더 이상 보금자리가 아니었다.

전기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이다. 우리 일상을 비롯해 거의 모든 사회·경제활동이 전기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집에서 늘 사용하는 형광등, 휴대폰, 컴퓨터, TV, 압력솥, 냉난방 기기 등은 전기를 필요로 한다. 우리가 출퇴근이나 통학할 때 타는 지하철과 기차도 전기로 움직인다. 사무기기가 있는 사무실, 기계를 돌리는 공장, 환자를 수술하거나 치료하는 병원도 전기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서 전기를 쓰지 않는 곳을 찾기가 힘들다. 전기공급이 수요를 만족하지 못하면, 국가 전체가 마비되는 대정전이 일어나 천문학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전기 의존도는 점점 높아질 것이다. 기후위기와 사회 발전이 전기수요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심화하는 기후위기는 탄소 배출이 많은 화석연료 대신 깨끗한 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기업인 우드맥킨지는 우리나라가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산업, 수송, 건물 부문 에너지 등의 전력화와 수소화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가정에서도 삶의 질이 높아지며 점차 더 많은 전기 기기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바탕으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기업과 기업 사이의 연결이 강화되는 초연결 사회로 진화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전기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전기는 석탄, 석유, 우라늄 등 1차 에너지를 전환해 만든 2차 에너지다. 우리나라는 1차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한다. 에너지통계연보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93%다. 금액으로는 약 896억 달러다. 그나마 이 금액도 코로나 사태로 경제활동이 위축돼 전년 대비 약 32% 준게 이렇다. 해마다 변하지만, 에너지 수입액은 대략 우리나라 총수입액의 1/4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고립된 섬과 같이 전기를 다른 나라에서 수입할 수 없다. 지정학적으로 재생에너지 생산 여건도 불리하다.

최근 국제정세도 우리 에너지 안보를 뒤흔들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미·중간 갈등이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급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에 맞선 서방권의 제재로 촉발된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제한은 천연가스 가격을 상승시키고, 웃돈을 주고도 물량을 제대로 확보할 수 없는 에너지 대란을 불러왔다.

또 대만을 둘러싼 미·중간 갈등은 대만 인근 해역에서 중국군의 군사훈련을 촉발하여, 대만 해협을 통과하던 배들을 우회하도록 만들었다. 그간 원유와 천연가스를 중동에서 우리나라로 실어오는 배가 대만 해협을 지나왔다. 미·중간 갈등이 깊어지고 장기화할 경우, 우리나라의 중동산 원유와 가스 수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정부는 에너지 정책 수립 시 에너지 안보를 최우선시해야 한다. 우리나라 생존과 번영을 위해 충분한 에너지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에너지 공급원을 다변화하고, 해외 에너지 자원 개발을 확대하며, 에너지 비축을 늘리는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전기를 생산하는데 사용하는 1차 에너지원의 조합인 에너지 믹스도 전기의 공급 안전성에 방점을 두고 안전성, 친환경성, 경제성을 조화롭게 고려해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 에너지 자립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기술개발도 병행해야 한다.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서는 국산 에너지 비중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설비 발전효율과 국산화 비중을 늘릴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또 준국산 에너지인 원자력의 안전한 이용을 확대하고 핵연료주기를 자립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자원은 유한하지만, 지혜는 무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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