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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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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청정수소의 에너지안보적 가치 주목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8.31 10:16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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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8월 23일(현지시간) 비록 국내 언론에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세계 수소경제 차원에서는 유의미한 행사가 캐나다 뉴펀들랜드주 스티븐빌(Stephenville)에서 치러졌다. 빠르면 2025년부터, 늦어도 2030년까지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수소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캐나다·독일 양국 간 수소 동맹을 위한 공동의향서에 양국 정상이 서명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캐나다 에버윈드퓨얼(EverWind Fuels)이 풍력발전 연계 생산 청정수소를 연간 50만 톤 규모의 암모니아 형태로 변환, 독일 유틸리티 기업 유니퍼(Uniper)에 공급하되, 독일 선박회사 FSG-노비스크루그(Nobiskrug)와 캐나다 운송기업 오션넥스(Oceanex)가 이송을 맡는다는 내용이다. 사실 이 행사가 눈길을 끈 것은 청정수소의 상업적 국제 거래의 본격적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이 행사의 추진 배경이 의미심장해서다.

현재 독일은 에너지 위기 상황이다. 천연가스 수요의 55%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하던 독일은 현재 러시아의 자원 무기화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국가안보를 위해서라도 독일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급선무다. 그래서 독일 숄츠(Scholz) 총리의 이번 캐나다 방문의 일차적 목적은 누가 보더라도 LNG 수입을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인 캐나다의 협조를 끌어내는 것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번 행사가 LNG 공급망 구축을 위한 것이 되어야 자연스러울 터인데, 어찌 된 영문인지 천연가스의 자리를 청정수소가 대신하게 된 형국이 되었다.

물론 캐나다의 사정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대서양 건너 LNG 수출을 하려면 앨버타주 등 중서부내륙 천연가스 산지로부터 대서양 연안까지를 연결하는 장거리 파이프라인 건설이 요구된다. 하지만 보다 근접한 태평양 연안을 통한 LNG 수출 추진 과정에서 발생했던 다양한 문제들, 가령 건설 중인 파이프라인에 테러까지 가하는 초강성 환경단체나 지지부진했던 원주민 보호지역 통과 협상 등을 고려해 본다면, 이는 쉽지만은 않은 결정일 수 있다.

하지만 현시점에 청정수소가 적어도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에너지 안보에 상당한 기여할 수 있다는 양국의 공감대가 오히려 큰 몫을 했다고 볼 수도 있다. 쉽게 말해 탈 탄소 등 환경적 가치를 넘어 청정수소의 에너지 안보적 가치까지도 인정받은 결과라 평가된다.

특히 독일에게는 더욱 그렇다. 이미 독일은 2020년 6월 국가수소전략을 통해 수소 시장 확대를 위한 70억 유로와 함께 수소 수입을 위한 국제 파트너십 구축에 20억 유로를 투자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를 직접 사용할 수 없는 부문이나 탄소배출 절감이 어려운 산업 생산공정 등에 청정수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그 일환으로 주로 재생에너지로 청정수소를 생산, 가스 배관에 주입, 천연가스와 섞어서 이송·소비하거나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 청정수소와 합성하여 아이에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다양한 P2G(Power to Gas) 프로젝트를 지원, 2050년까지 생산능력을 40GW까지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이 같은 P2G 생산 확대는 궁극적으로 지금 문제가 되는 천연가스를 청정수소로 대체, 자연스레 러시아의 의존도를 낮추는 데 일조할 수 있다.

더욱이 상용화를 목전에 둔 수소 가스터빈까지 적용될 경우, 재생에너지의 변동성·간헐성 때문에 부득이하게 확대될 수밖에 없는 천연가스 발전의 역할까지 대신하여, 그만큼 천연가스 수입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청정수소는 천연가스를 대체, 탈 탄소와 함께 에너지 안보까지도 강화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는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아쉽게도 지금까지 국내 수소경제 추진 과정에서 청정수소의 이 같은 에너지 안보적 가치는 크게 주목받지 못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세계적인 자원 무기화 여파 속에서 어느 때보다 에너지 안보 강화가 중요해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제라도 수소경제 특히 청정수소 정책 설계에 에너지 안보적 관점에서의 고려가 절실해 보인다.

특히 지난 정부 탄소중립 시나리오상의 2050년 80%로 설정된 청정수소 해외 수입 비중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과도하기에 반드시 손을 봐야 한다. 적극적인 국내 청정수소 산업 육성 및 생산지원을 통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청정수소의 국내 생산 비중을 확대, 적절한 수준으로 조정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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