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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칼럼] 탄소감축,이제는 기업 생존의 문제다

1992년 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된 이후 국제사회는 기후위기에 대응해 왔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기후위기의 원인인 탄소배출의 감축이 충분하지 못해 대기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매년 최고 신기록을 세우며 지구촌의 극단적 이상 기후는 갈 수록 심화하고 있다. 탄소배출 감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것은 세계적 공통이익 보다는 자국의 개별이익을 앞세우고,장기적 효용 보다는 단기적 혜택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통상정책과 탄소배출을 연계하는 조치들이 본격화되면서 산업육성 측면에서 자국의 개별이익에 부합하면서도 탄소감축 측면에서 세계적 공통이익에 기여하는 정책들이 최근 구체화 되기 시작해 과거와는 다른 결과가 기대된다. 이런 기후-통상 연계는 최근 미국과 EU의 티키타카(긴밀한 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관련해 지난 3월 전기차 세액공제 세부지침을 발표한 데 이어 이달에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자가 미국산 철강 및 부품 사용할 경우 IRA 보조금 10%를 추가로 지급하는 하위규정을 발표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EU는 지난 2월 그린딜 산업계획을 발표한 후 보조금 확대 및 탄소중립 산업육성 등을 위한 한시적 위기 및 전환 프레임워크, 탄소중립산업법, 핵심원자재법 초안을 공개하고 입법절차에 들어갔다. 이는 탄소배출 감축과 관련된 투자프로젝트를 정부가 강력하게 지원함으로써 탄소갑축산업의 해외유출(Netzero Leakage)을 막고 자국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공방이다.이런 가운데 올해 입법절차를 마친 EU의 탄소국경조정제(CBAM)도 오는 10월부터 시범사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CBAM은 탄소배출량이 많은 제품 수입시 국경에서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이다. 관련해 미·EU 무역기술위원회는 지난 3월 ‘지속가능한 철강과 알루미늄을 위한 국제 협정’을 발표하고 오는 10월 협상 결과물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는 EU CBAM과 유사한 조치를 미국을 포함한 소수 국가 그룹들이 함께 추진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탄소배출이 많은 제품을 EU 및 미국 등 소수 국가그룹에서 수입할 경우 국경에서 탄소가격을 부과해 탄소배출산업의 해외유출(Carbon Leakage)을 막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기후-통상 연계 효과는 이미 부분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 비영리단체(Climate Power)에 따르면 IRA 발효 후 6개월간 전세계 회사들이 31개 주에 걸쳐 약 900억 달러 규모의 청정에너지 투자 프로젝트 추진을 발표했다. EU도 IRA에 대응하는 그린딜 산업계획과 더불어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퇴출 등의 강력한 탄소중립 이행정책에 힘 입어 대만 배터리 제조기업 프롤로지움(Prologium)은 지난 12일 프랑스에 52억유로 규모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또 다른 배터리 제조사인 스웨덴 노스볼트(Northvolt)는 IRA로 인해 새로운 공장을 미국에 건설하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독일 투자로 선회한다고 발표했다.이 같은 글로벌 흐름속에서 우리 기업은 제품의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통상에 기후가 연계되면서 원산지증명이라는 기존 기준에 탄소배출량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프랑스가 이번 달 발표한 녹색산업법안에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으로 제조국 전력의 탄소배출량, 부품의 탄소배출량, 재활용비율을 포함하고 있어 화석연료 비중이 높은 전기를 사용해서 전기차를 제조하거나 탄소배출량이 많은 부품을 사용하는 전기차는 보조금에서 불이익을 볼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전기차에 사용될 철강도 탄소배출이 적어야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이미 석탄을 사용하는 고로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그린수소 환원철로 전환하는 프로젝트가 28개 진행 중이다. 이는 연간 6000만톤의 저탄소철강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우리는 글로벌 시장에 전기차도 팔아야 하고 냉연 강판(자동차용 철강)도 팔아야 한다. 이제는 원가절감이나 규제대응 측면에서의 탄소감축이라기 보다는 기업 제품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차원에서 탄소감축을 고민해야 한다. 한마디로 기업의 생존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후-통상 연계 대상 제품이 전기차나 철강을 시작으로 다양한 제품 및 소재로 확대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김성우 김앤장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이상호 칼럼] 유엔군사령부 중요성 제대로 알자

6·25 한국전쟁은 신생 대한민국이 세계 지도에서 지워질 뻔 했던 비극적인 사변이다. 국가가 사라질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대비가 부족했던 한국군은 속수무책 무너졌다. 북한군은 불과 4일 만에 서울을 점령했고, 대한민국 정부와 군은 기약 없는 후퇴를 계속했다. 이대로라면 한국군은 결국 와해됐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기적적으로 뒤바꾼 것은 유엔(UN)군의 참전이다. 유엔군은 1950년 7월 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84호에 의거, 북한에게 불법 기습 침략 당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결성된 최초의 국제연합 군대다. 이를 지휘할 유엔군사령부(UNC)는 북한의 무력 공격 격퇴와 국제평화 회복을 목표로 그 해 7월24일에 창설됐다. 총 16개국의 군대가 참전하고 세계 53개국이 각종 지원을 제공했으며 연 인원 194만849명이 종군했다. 유엔군의 피해는 막심했다. 1129일간의 전쟁 기간에 사망 4만 1000여명, 부상 10만5000명,실종 5500명 등 모두 15만여 명이 희생됐다. 이때 유엔군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유 대한민국은 우리 국민이 피땀 흘려 절치부심해 이룬 기적이다. 그러나 오늘의 선진 대한민국은 바로 낙후된 변방의 작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장렬히 산화한 수많은 외국 젊은이의 희생이 바탕이 됐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지금 누리는 자유와 번영이 우리의 노력으로 얻는 성과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유엔군의 참전이 없었다면 이런 기회조차 얻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그래서 주한 유엔군사령부도 아직 작전 중이다. 평화 시에는 북한과 정전협정을 관리하지만, 다시 전쟁이 발발하면 1953년 7월 27일 한국전쟁 참전국이 채택한 ‘워싱턴 선언’에 따라 자동으로 참전하게 된다. 유엔군사령부는 한미동맹과 주한미군·한미연합사령부와 함께 한국을 최전선에서 지키고 있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북한과 중국을 포함한 공산권, 그리고 국내 일부 정치세력이 유엔사를 폄훼해 왔다. 이들은 유엔사가 한국 영토에서 정부의 허가 없이 군사 작전을 수행할 수 있어 한국의 주권을 침해하고 북한의 도발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주장을 거듭하며 한국 내 여론 분열을 조장한다. 특히 지난 문재인 정부의 유엔사 해체 시도는 구체적이고 집요했다. 실체가 없는 북한 비핵화를 내세워 한국전쟁 종전 선언을 추진하며 유엔사의 존재 가치를 부정했다. 2019년 11월에는 탈북 어민을 강제북송하는 과정에서 판문점 출입을 관할하는 유엔사에 관련 상황을 일부러 통보하지 않아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런 허위 사실 유포와 무력화 시도 이유는 유엔사에 대한 한국 국민의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켜 사령부 폐쇄와 잔존 유엔군 병력의 철수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유엔사 철수 이후 제2차 한국전쟁이 발발하면 더 이상 유엔군의 도움을 받지 못할 수 있다.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위해 한국 국민을 선동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과거 좌파 정부와 달리 윤석열 정부는 축소된 유엔사 역할을 강화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국방부는 올 하반기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와 서울안보대화 시점에 맞춰 처음으로 유엔사 회원국 국방 장관과의 다자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다. 민간 차원에서는 국민에게 유엔사의 중요성을 알리는 노력도 한다. 한국 국방부 장관과 주한미군 사령관 겸 유엔군 사령관, 유엔군 파병 국가 대사들이 참여한 한국-유엔사친선협회(KUFA)가 지난 16일에 정식 출범했다. KUFA는 유엔사의 역할을 홍보하고 상호 교류·협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그동안 무관심과 폄훼의 대상이었던 유엔사의 전정한 위상과 기여를 국민에게 정확히 알리기 위한 민간 차원의 노력은 꼭 필요한 값진 시도이다. 한국전 유엔군 참전국은 여전히 자유 한국을 지원하고 보호하는 데 동참하고 있다. 북한의 계속되는 핵 공갈,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대만 침공 논쟁 등 급변하는 국제상황에서 이런 든든한 친구가 대한민국과 함께하고 있어서 다행이다.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EE칼럼]지금이 전기요금 정상화

사람이 어려운 일이 있거나 간절하게 원할 때면 무엇인가에 기도하거나 주문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풀 버전은 아브라카다브라 알라카잠(Abracadabra Alakazam)이라고 한다. 그 의미는 ‘말한 대로 이루어지리다’라는 뜻으로 우리식으로는 ‘수리수리 마수리’ 쯤 된다. 어원은 명확하지는 않으나 아랍어로 된 문장 ‘Abhra Ke-dhabhra’(말한 대로 이루리라), 또는 ‘Abhdda Ke-dhabhra’(말한 대로 되었다)에서 유래했으리라는 추측이 가장 일반적이다. 지금의 에너지 문제를 둘러싸고 국가적으로 가장 간절한 주문은 아마도 전력요금이나 가스요금 인상을 원하는 한국 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일 것이다. 물론 그 반대는 산업계와 가정 등의 에너지소비자다. 경제학에서 시장의 원리에 기반해 모든 것이 잘 이루어 질 때를 시장이 균형을 이룬다고 한다. 즉 수요자와 공급자가 서로 만족하는 가격에서 합의를 이룰 때 이루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시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때 시장실패나 정부실패가 발생하는데 정보가 비대칭이거나, 공공재의 비극처럼 소유권이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경우, 그리고 외부비경제가 있거나 공공서비스 공급의 독점성으로 경쟁이 결여되는 경우에 나타난다고 한다. 한국의 전력가격은 물가 안정을 이유로 정부가 개입하면서 오랫동안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원가인 연료비가 오르면 이것을 전력 가격에 반영해야 하는 데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그나마 약간의 시도가 있었던 것이 몇 년전에 도입한 연료비 연동제다. 그러나 이마저도 상한과 하한을 둠으로써 모양만 갖추는 수준에 그쳤다. 그런데 전력가격의 상승과 관련해 한전부채, 물가 상승 등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매우 불편한, 아니 심각한 진실이 있다는 것은 잘 모른다. 그것은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한전은 지난해 32조6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 상반기에도 적자액에 12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측됐다. 당초 올 상반기 적자 예상액 10조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한전은 한 달에 네 차례에 걸쳐 정산을 하는데 발전사로부터 구매한 전기에 대해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이런 사정이다 보니 돈이 없다. 돈을 마련하는 방안은 채권을 발행하거나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은행 대출금리가 회사채 발행금리보다 높으니 이 것은 손해다. 한전채권을 발행하는 것이 낫다. 그래서 2023년 3월 말 기준 채권 발행 잔액이 68조300억원으로 1년 전 39조6200억원에 비해 무려 72%나 증가했다. 정부는 적자를 돕겠다는 듯 한전법을 개정해 한전채 발행 한도(자본금과 적립금) 규모를 2배에서 5배, 산자부장관이 인정하면 6배까지 가능도록 했다. ‘병주고 약주는 셈’인데 병이 더 깊어질 수 있는 것은 모르고 하는 것이다. 이미 금융 시장에서는 한전으로 투자가 몰리면서 신용등급 A급 이하 회사채와 같은 경우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지고 있지만 자금도 잘 안 모이고 정부 보증의 한전으로 모이고 있으니 기업의 자금 순환이 어려워지고 있다. 경제는 흐름인데 돈의 흐름이 막히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다시 은행 수신금리를 올리게 되고 여신금리도 오르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전력요금 억제가 금리인상과 연계된 막대한 비용부담은 고려되었는지 모르겠다. 세상이치가 항상 물 흐르듯이 흘러야 문제가 생기지 않는 법이다. 몇 십 년 동안 억제해 온 전력 요금 시스템을 이제는 정상으로 돌려야 한다. 바로 원가에 맞춰 요금도 연동하도록 시장원리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래야 최고의 공기업도 살고, 경제도 산다. 더 이상 늦으면 돌아오지 못하는 강을 건널 수 있다. 전기요금의 아브라카다브라. 이렇게 되도록 ‘수리수리 마수리’를 수 만 번 외치고 싶다.김정인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이슈&인사이트]분쟁 부르는 공사비 검증제도

최근 철근 등 원자재 가격상승으로 기존에 약정한 공사비만으로는 수익을 낼 수 없게 된 상황에 처한 시공사들이 시행자인 조합측에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사례가 빈발해 재개발·재건축 등 주택 정비사업지 곳곳에서는 공사비 증액과 관련한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비사업 조합들은 조합원들의 분담금과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무턱대고 공사비의 증액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부 시공사들은 종종 실제 물가상승분을 넘는 공사비를 증액하려는 시도를 하고, 최근에는 시멘트·철근 등 자재가격 상승을 핑계로 과도하게 공사비를 부풀리는 행태도 보이고 있다.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인한 것인지는 몰라도 한 건설사에서는 설계와 다르게 철근을 빼먹은 사례까지 드러났다. 그러나 정비사업조합은 시공사의 요구를 거절할 경우 공사중단 또는 입주방해 등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미루다가 입주가 닥쳐서야 급히 총회를 열어 공사비 증액과 추가분담금 문제를 논의하다 조합 내부 분쟁으로 이어지고 사업이 중단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정비법 제29조의 2에서는 시공사와 조합사이의 공사비 증액에 관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공사비 검증제도를 도입, 시행하고 있다. 공사비 검증은 국토교통부 고시로 마련한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기준에 따라 한국부동산원에서 진행한다. 문제는 시공사가 공사비 검증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현재까지 검증결과에 따라 공사비가 조정된 사례도 확인할 수 없어 실효성 없는 제도라는 비판을 받는다.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실 발표에 따르면 이 법에 따라 공사비 검증을 신청한 정비사업장은 2022년 기준 32곳이다. 이는 최초 공사비 검증제도를 도입한 2019년 보다 1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실제 공사비 검증 결과에 따라 공사비 조정이 이뤄졌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 같은 지적이 이어지자 홍 의원은 지난 9일 공사비 검증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내용을 담은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공사비 검증결과를 조합원 총회에 공개하고, 공사비 변경계약 때는 검증 결과를 반영했는지 여부와 반영 범위를 의결하도록 하는 한편 공사비 검증의 반영결과를 한국부동산원에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했다. 그러나 공사비 검증결과를 반영했는 지 공시하도록 의무화하는 것 만으로 과연 공사비 검증 제도가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공사비 검증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는 시공사는 극단적으로 그들이 주장하는 추가공사비의 지급을 받을 때까지 조합원 또는 일반분양자들의 입주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서대문구에서는 법원의 판결에도 추가공사비를 내지 않은 세대의 입주를 방해한 사례가 있다. 따라서 검증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먼저 공사비 검증 결과를 반영하거나 검증 결과를 조정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또 시공사가 공사비 미지급에 불만을 품고 입주를 방해하는 경우 이를 강력히 제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입주를 위해 종전 거주지를 정리하고 이사하는 조합원과 일반분양자들의 경우 분쟁의 해결때까지 말 그대로 길바닥에 나 앉는 상황에 처해 시공사의 주장이 부당하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추가공사비를 지급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시공사는 자체적으로도 충분히 정당한 공사비를 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정비사업조합은 공사비가 정당한지 판단할 수 있는 자체적인 능력이 없다. 그렇다면 공사비 검증의 결과를 반영하는 제도에 더해 시공사가 정당한 범위를 넘는 추가공사비 요구를 하면서 입주를 방해하는 경우 대표자의 형사처벌, 건설업 면허의 박탈, 입찰참여제한조치 등의 추가적인 제재수단의 도입이 필요하다. 물가상승으로 인해 고통받는 건설업계가 정당한 공사비 검증을 통해 적정하게 산정된 공사비를 지급받을 수 있고, 정비사업조합도 적정하게 산정된 공사비만을 지급해 양측이 윈윈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박지훈 비욘드법률사무소 대표

[EE칼럼]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원칙적인 접근 필요하다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인 NDC가 확정된 이후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 수립과 유상할당 계획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배출권 유상할당 계획은 2030년까지의 연도별 온실가스 감축량 결정과 산업계 경쟁력 확보,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여타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다. 따라서 유상할당 계획이 확정되기 전 수립 논의과정에서 전해들은 몇 가지 주장에 대해 팩트체크 차원에서 글을 쓰고자 한다.주장1. 시장예비분이 증가하는 만큼 유상할당을 확대해야 한다. 주장1은 시장안정화와 유동성 관리를 위한 배출권 예비분 물량이 배출상한총량(cap) 외부에 있기 때문에 이를 총량 내부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예비분 물량까지 더하여 배출하면 NDC 감축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것이다. 유럽 배출권거래제인 EU ETS에서도 예비분은 총량 내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일견 그럴듯한 주장으로 보인다. 하지만 EU ETS에서는 애초에 배출권이 과다할당 됐고, 또 우리나라와 같은 과도한 이월제한이 없다 보니 시장에서 나온 과잉공급 물량을 흡수한다는 차원에서 시장예비분이 조성됐다는 점에서 제도적 배경 자체가 다르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주장2. 수정 NDC에서 국제감축분이 늘어난 만큼 전환이나 산업부문에서 무상할당을 줄이고 유상할당을 늘려야 한다. 주장2는 애초에 국제감축을 확대한 이번 수정계획 자체의 근본적인 의도를 파악하지 않은 주장이 아닌가 싶다. 이번에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발표한 국제감축분은 우리나라 NDC 이행계획에서 일종의 조커라고 보면 된다. 국내 감축량은 이에 근거해 유상할당 계획이 엄격하게 집행되는 반면 국제감축은 우리의 감축노력에 비례하는 것이며 그 달성 여부는 타 부문별 감축계획에 비해 불확실하다. 이는 미국이나 EU 등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파리협정이 표방하는 NDC의 기본 취지 자체가 각국의 감축노력을 존중하는 데 있지 패널티를 주는 데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국제감축 물량만큼 무상할당에서 깎겠다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엄격성을 유지하려는 주장은 기후변화 경제학 분야에서 평생 연구해온 필자 입장에서도 선뜻 납득하기 힘들다. 국제감축한 만큼 산업이나 전환부문에서 배출권을 유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2는 마치 이런 주장과 같다. ‘회사에서 연봉을 못 올려주는 대신에 인센티브로 1000만원 지급하겠습니다. 따라서 1000만원 받은 만큼 연봉을 줄이겠습니다.’ 이게 말이 되는 논리인지는 독자들께서 판단해주시길 바란다.주장3. 우리나라 배출권거래제는 국가배출의 70%를 차지하는데도 배출권을 통한 감축이 국가 전체 감축량의 약 50% 정도 밖에 안되기 때문에 더 높은 수준으로 배출권 유상할당이 이뤄져 한다. 국가 배출량이 100이라고 하자. 우리나라 배출권거래제는 이의 70%인 70을 관리한다. 70을 배출하는 부문에서 NDC의 40%만큼 감축하면 28이 줄게 된다. 그런데 주장3의 내용은 이렇다. 배출권의 기여로 28만큼 준 게 아니고, 28에서 배출권의 관리비중 70%를 곱해 약 20만큼 줄이는, 즉 NDC인 40의 절반만 줄이는 효과 뿐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유상할당을 더 강력한 방식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다시 연결된다. 주장3 역시 어떤 논리에서 나온 셈법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배출권 관리대상 부문에서 감축한 28은 절대적 수치다. 이를 인정하지 않고 관리대상 이외 부문까지 더한 총 비중을 곱해서 만든 20은 허구적 수치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배출권거래제는 전체 배출량의 약 40%에 해당하는 EU 보다 대상 업종이 훨씬 많다는 점이다. 배출권 유상할당이나 무상할당 계획은 합리적인 정책 논리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논의 과정에서 폐쇄성은 우리가 정작 벤치마킹하는 EU나 캘리포니아 배출권거래제 등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관련한 대부분의 논쟁적 이슈나 토의 과정 등 관련 정보는 공개되기 때문이다. 이번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부터 이제 우리의 국격에 맞춰 진행하길 바란다.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EE칼럼] 전력수요 분산 정책, 효과 높이려면

미국에서 전기를 생산시설의 동력과 조명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19세기 후반에는 기술적 제약 때문에 수요 지역에 가깝게 발전기를 설치해야 했다. 또 사용하는 기기에 따라 전압과 주파수 등 전기적 특성이 서로 달라 다양한 종류의 전기들이 생산 및 공급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분산형 소량생산의 형태로 구성될 수밖에 없었고, 이익이 보장될 정도로 인구 밀도가 높아 수요가 보장되는 지역 중심으로 형성됐다. 이런 전기산업 형태에 변화를 준 것은 대공황 시기 정부의 개입이었다. 그 결과 철저하게 자본주의 중심으로 형성됐던 전력 네트워크가 인구 밀도가 적은 지역까지 연결됐다. 하지만 이로 인해 전력회사에 이익을 보장하는 체계가 흔들리기 시작하였고, 유연하거나 역동적인 산업적 색채는 점차 사라지게 됐다. 그리고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그동안 누적돼온 취약점이 드러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전기 산업이 늦게 형성된 것이 오히려 인프라 구축 측면에서는 장점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전력수요 증가와 디지털 중심의 산업화에 따라 단계적으로 전력망을 구성할 때 예측하지 못했던 다양한 문제들이 우리나라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특히 에너지 부문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차원으로 발전량 예측이 어려운 재생에너지가 확산되면서, 관리적 차원에서 해결이 필요한 변동성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로 등장했다. 변동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크게 공급 부문과 수요 부문으로 나눌 수 있다. 공급 부문에서는 변동성을 예측해서 사전 대응하는 것과 예측하지 못한 부분을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빠른 대응 및 조정이 가능한 전원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가스를 이용한 복합화력 발전을 활용한다. 그런데 이 역시 전량 수입하는 LNG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불완전하기는 마찬가지다. 또 수요 부문에서 변동성을 대응하는 방법으로는 수요를 분산시키는 방법이 있다. 분산시킬 수 있는 축은 크게 시간과 공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현재 시간적 분산은 부하 감축 및 이동을 위한 다양한 유인책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시간적 분산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특히 전력망의 확충에 따른 복잡성 증대라는 근원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따라서 공간적 분산을 추구하는 전략이 동시에 요구된다. 공간적 분산은 기존 수요를 이전시키거나 신규 수요를 창출할 때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곳으로 유도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전력 수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산업용이기 때문에 전력 다 소비 업종을 발전원 인근 지역 중심으로 형성하는 것이 요즘 회자 되는 하나의 솔루션이다. 이는 장거리 송전에 따른 에너지 손실을 방지하고 설비 구축에 따른 갈등을 해소하는 등 에너지 측면의 문제 해결 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지방 소멸위기 대응 및 국토균형 발전의 추진과도 상호 보완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책적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포함해 해당 산업 생태계 및 가치사슬 측면까지 고려한 유인책이 마련돼야 한다. 현재 수도권이나 지방의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어떤 산업이 형성된 데에는 초기에는 정책적인 측면이 컸겠지만 그 이후 자연적으로 증가한 매력이 기업의 입지 선정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산업 수요와 더불어 가정 및 상업적 수요까지 끌어오기 위해서는 그에 알맞은 환경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따라서 이는 에너지 측면에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주거, 교육, 문화, 교통 등 다양한 삶의 요소들의 측면까지 모두 고려해 지역 생태계 조성 차원에서 추진돼야 한다.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이슈&인사이트]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한국의 대응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자국의 제조업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깨닫게 된 미국은 자국우선주의에 초점을 맞춘 공급망 강화와 제조업 부흥을 위해 반도체와 전기차를 양대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법을 잇달아 제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22년 8월9일 ‘반도체과학법’( CHIPS Act)에 서명한 데 이어 1주일 뒤인 같은 달 16일에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서명했다. 그런데 이런 미국의 입법으로 한국 기업들이 곤경에 처했다. 반도체과학법은 중국 등 비우호국으로의 투자를 차단한다는 내용이 핵심으로 ‘가드레일 조항’을 담고 있다. 미국 상무부와 기금(보조금 지원) 협정을 맺는 기업은 향후 10년 동안 중국 등 ‘우려국가’에서 미국의 동의없이 반도체 제조역량의 ‘실질적 확장’과 관련된 주요 거래를 할 수 없다. 이어 나온 세부지침은 특정 첨단 컴퓨팅 반도체 및 수퍼컴퓨터용 반도체 칩 등에 대한 제한적 수출 통제와 특정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수출 통제를 규정하고 있다. 다만 중국 내 생산시설을 ‘외국 기업’(multinationals)이 소유한 경우는 개별적 심사로 결정하기로 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중국 현지 한국기업 반도체 공장의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1년 동안 수출 통제 유예를 뒀다. 그런데 앨런 에스테베스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이 한미 경제안보포럼에서 기업들이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수준에 한도(cap on level)를 둘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에 비상이 걸렸다. 이어서 미 상무부가 공고한 미국 반도체지원법상의 인센티브 프로그램 중 반도체 제조시설에 대한 재정 인센티브의 세부 지원계획도 독소 조항이 많다. 이것은 초과이익 환수와 예상 현금(기대수익)흐름 제공, 국방·안보용으로 쓰이는 첨단 반도체 시설 접근권 등으로 과도한 경영 간섭이며 기술유출 우려도 제기된다. 그렇다고 한국 기업들이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고 보조금을 거부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미국은 반도체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뉴욕· 실리콘밸리 등에 반도체 관련 최첨단 기술과 관련된 고급인력들이 상주하고 있어 미국 기업들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규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한국에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 중국과의 기술격차를 더 벌릴 계기가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규모 내수시장과 다양한 분야에서의 글로벌 경쟁력을 이미 확보하고 있는 미국과 소규모 내수시장과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상이한 경제구조를 고려할 때 미국의 경제안보 정책에 일방적인 순응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특히 현실적으로 중국에 큰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이 요구하는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 어려움에 직면한 기업들은 난감한 상황이고, 외국 정부를 상대로 조율하기에는 벅차다. 더구나 반도체라는 우리 핵심 산업의 운명을 기업에만 맡길 수 없다.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유지는 기업의 생존을 넘어 한국 경제의 생존과 발전이 걸린 문제다. 수출 통제 유예기간이 오는 10월로 도래하는 중국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은 ‘발등의 불’이다. 다행히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이후 미국 행정부가 중국에서 생산 활동을 하는 한국기업에 대해서는 별도의 장비반입기준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경쟁으로 다방면의 영역에서의 대결과 디커플링이 혼재함에 따라 한국 기업들이 감수해야 할 리스크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더구나 통상이 안보와 밀접하게 연계된 복합적인 국제 통상환경 아래서는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외국의 다양한 입법과 행정 조치 동향을 적시에 파악하고 기업들과 소통하면서 치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험난한 국제 통상의 파고를 넘을 수 있다.이강국 전 중국 시안주재 총영사

[EE칼럼]미세먼지에 대한 지나친 걱정은 기우다

요즘 미세먼지가 계절을 가리지 않고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미세먼지로 인한 국가 경제적 부담이 증가한다는 점이 줄곧 강조되어 왔다.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1일당 관련 손실비용이 1586억원에 달하고,지난 2018년 기준 전국 평균 연간 25.4일의 미세먼지주의보가 발령된 것을 감안할 때 약 4조230억원의 비용이 발생한 셈이다. 이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0.2%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여기에 추가적인 의료 관련 비용의 지출 등을 감안하면 엄청난 경제적 비용이 수반된다. 다른 측면에서 살펴보자. 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세계 인구 80억명 중 대기 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는 650만명이며 그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 가운데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자는 2019년 450만 명에 달한다. 2022년 기준으로 연간 세계 사망자의 수가 6710만명이며 현재까지 코로나19로 인한 누적 사망자가 687만명 정도라는 점을 감안할 때 미세먼지로 인한 영향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이같은 미세먼지 관련 조기 사망자수는 미세먼지의 직접적인 영향이라기 보다는 미세먼지가 영향을 줘서 조기에 사망했다고 추정되는 숫자라는 점이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전세계 연간 평균 신생아 사망률은 1000명당 약 27명 수준으로 30년전의 67명에 비해 현격히 개선됐다. 평균 수명도 2019년 72.6세로 같은 기간(64.2세)에비해 8.4년이나 길어졌다.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조기사망자가 늘었는데도 보건 위생의 개선, 영양 환경의 개선 등으로 인류의 평균 기대 수명과 신생아 생존율은 길어졌다. 다만 미세먼지 문제는 주로 영유아나 노년층과 같은 건강 취약자들과 기초 의료 시설 부족에 노출된 많은 사람들에게 선별적으로 더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최근 국제 연구에서는 대기 중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되는 것이 아동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문헌상의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명확한 인과를 나타내기 보다는 인과의 여러 경로 중 하나로서 미세먼지의 역할을 설명하는 것 같다. 대기 오염 이슈는 분명히 주요한 공중 보건 위험이고, 악성 대기질의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아동 사망률이 높기 때문에 이런 보건 위생 분야의 미세먼지 관련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견해다. 얼마 전의 연구는 미세먼지가 알츠하이머나 치매와의 연관성에 대한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역시 인과의 경로를 설명하지만 충분한 자료를 가지고 연관성의 확률을 설명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이 많은 나라에서 미세먼지와 의료·보건위생 분야의 연구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실질적이고 정확한 자료나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우리나라는 2019년 영아 사망률이 1000명당 2.7명 수준으로 유럽의 평균보다 낮으며 전세계 10위권인 싱가포르(2.1명)와 비슷하다. 평균 수명도 83.3세로 세계 평균보다 10.7세가 길다. 그동안 외부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우리의 환경 수준을 빠른 속도로 개선한 것이 일부 성공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과정에서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내용보다는 결과적인 숫자가 지나치게 부각됐다. 따라서 주로 현실적인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이제는 이런 대기 문제와 관련해 좀 더 시민의 생활과 위해성을 정확히 전달하고 이해시키려는 소통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범 정부차원의 보건 위생 차원 정책 발굴과 지원에 나서야 한다. 먼저 정부와 학계, 기타 모든 이해관계자는 장기간의 대기 중 PM2.5 오염 노출로 인한 건강 취약 계층 사망의 상대적 위험성과 노약층의 보건 위해에 대한 상관성을 정확히 분석해 알려주는 일이 중요하다. 따라서 오염원을 중심으로 한 배출 총량의 감소 노력을 넘어서 환경 보건 연구를 통하여 더 많은 역학적 증거를 확보하여 현재 미세먼지와 인체 위해성 간의 연관성을 명확히 이해하고, 인구 역학 및 개선된 의료 시설과 대기 오염 통제 조치와 같은 개입이 사망률 부담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일반 시민들의 삶에서 미세먼지는 근로 등의 생산과 경제 활동에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하지만 심리적으로 보다 큰 영향을 준다. 따라서 미세먼지에 대해 관심과 주의를 넘어선 지나친 시민들의 우려가 가끔은 고민스러울 때가 있다.박기서 전 대기환경학회 부회장

[EE칼럼]원자력 표퓰리즘 그만

원자력 표퓰리즘.오타가 아니다. 정치인들이 표를 의식해 포퓰리즘 정책에 원자력을 이용한다는 의미를 담아 투표와 포퓰리즘을 합성해서 만들어 본 말이다. 아르헨티나는 코로나19 이후 공공요금 동결과 현금 살포 정책을 추진했고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돈도 마구 찍어냈다. 부작용으로 나타난 살인적인 물가에 다급해진 정부는 기준금리를 100% 가까이 끌어 올리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했다. 과도한 포퓰리즘 정책이 초래한 결과다. 이른바 ‘페론주의’로 불리는 중남미의 포퓰리즘은 유명하다. ‘국민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모두 줘라’는 슬로건 아래 무상복지를 확대하고 임금은 대폭 인상한다. 석유 매장량 1위인 베네수엘라가 대표적이다. 당시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고유가로 벌어들인 오일머니로 의료 등 무상정책을 대대적으로 폈다. 2008년 유가급락에도 무상정책을 유지했고 그 결과로 대통령을 네 번이나 연임할 수 있었다. 성공적인 표퓰리즘이다. 무상정책은 차베스 후에도 계승되었는데 그 결과 경제는 급격히 나빠졌고 지금도 엉망이다. 2018년에는 먹을 것을 찾아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진이 외신에 올라왔다. 현금살포 정책은 일시적인 경기부양 효과( money illusion)는 있겠지만, 지나치면 재정이 파탄 나고 경제는 망가진다. 적어도 정치인에게 현금살포 정책은 매력적이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긴급재난생계지원’ 명목으로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을 지급했다. 바로 이어진 총선에서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은 3분의 2인 180석을 얻었다. 대법원은 지원금 지급이 금권선거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지만 코로나 지원금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민주당은 야당이 된 지금도 ‘돈 뿌리기 입법’에 안달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 원전은 에너지분야에서 대표적인 표퓰리즘 정책이다. 2017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여야 일부 대선 후보들 ‘원전을 넘어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사회를 위한 대선후보 공동정책’을 발표했다. 이들은 당시에 아마도 사실여부와 관계 없이 탈 원전이 득표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당시 기자회견문에서 "값싸고 깨끗한 에너지로 홍보했지만 실상은 비싸고 위험하다. 천문학적인 해체비용과 수십만년이 넘는 반감기로 후손들의 삶까지 위협하는 원전은 새로운 대한민국과 병행할 수 없는 청산목록 중 하나다"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탈원전 공약은 충실하게 이행됐다.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원전은 취소됐고 계속 운전 중이던 월성1호기는 조기폐쇄됐다. 그 자리는 비싼 태양광 발전이 채웠다. 그렇게 하고는 원자력이 싸지 않다고 한 말이 거짓이 될 것 같으니 올리지 않았다. 오늘날의 한전 적자와 전기요금 인상요인의 상당 부분은 탈 원전 탓이라고 알려진다.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았다. 각 정당들은 공천 룰을 논의하는 등 선거체제에 들어갔다. 정부와 여당은 전기요금 인상폭과 내년도 총선에 미칠 영향을 재다가 몇 일전 이도저도 아닌 8원/kWh을 올렸다. 한전 적자 보전에는 턱없이 부족한 인상폭이다. 어차피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할 몫인데도 자꾸 뒤로 미룬다. 표 계산만 하다 보니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일도 이어진다. 지난 1월 여당 대표는 부산지역 기자간담회에서 "원전 부지 내 사용 후 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이 영구화될 수도 있어 이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당 대표가 되면 막을 것"이라고 했다. 원자력계는 경악했고 탈 원전 세력은 환영했다. 건식저장이 안되면 원전은 수조가 차는 2030년께 가동을 멈춰야 한다. 그는 며칠 전 여당의원이 주최한 원자력안전교부세 국회토론회에서는 "오랜 숙원사업이다. 당대표로서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는 이거 빨리해야 됩니다"라고 하는 등 지역구와 관련된 인기영합적인 발언에 열중했다. 탈 원전 폐기를 공약하고 출범 1년이 지난 정부와 국정을 함께 책임져야 할 여당대표는 어디있나? 모든 에너지원이 다 그렇지만 원자력도 장점과 단점이 있다. 정치인들은 원전 운영사가 공기업이라고 원자력 발전을 표퓰리즘 수단으로 더 이상 이용하지 않기를 바란다.노동석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EE칼럼]탈 플라스틱 국제협약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오는 29일부터 6월2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2차 정부간협상위원회 회의(INC-2)가 열린다.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앞서 지난해 2월 개최된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5)에서 175개국은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4년 말까지 플라스틱 전 수명주기를 관리하는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 제정에 합의했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인 플라스틱으로 인해 지구 생태계 파괴는 물론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플라스틱과의 전쟁에 칼을 뽑아 든 것이다. 지난해 11월 우루과이에서 1차 회의를 시작으로 모두 5차례에 걸친 정부간 협상을 통해 오는 2024년까지 협약 안건 처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2024년 10월로 예정된 5차 회의 개최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OECD의 ‘글로벌 플라스틱 아웃룩 보고서’(2022년)에 따르면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00년 2억3400만 톤에서 2019년 4억6000만 톤으로,같은 기간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1억5600만톤에서 3억5300만 톤으로 각각 두배 가량 늘었다. 국가별 플라스틱 생산량 비중은 중국이 21%로 가장 많다. 그 뒤로 EU(15%), 미국(14.5%), 독일( 5.5%). 인도 ( 4.2%), 한국(4.1%), 일본 (2.6%) 순이다. 특히 의료부문이나 개인위생용, 전자상거래 등에서 포장재 플라스틱 사용이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플라스틱 폐기물의 재활용률은 고작 9%에 그친다. 나머지는 매립(50%), 무단투기(22%), 소각(19%)의 방식으로 처리되면서 각종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를 일으킨다. 플라스틱 첨가제로 인한 호르몬 및 신진대사 교란 등 인류 건강도 해친다.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 과정 전반에서 2019년 기준 약 18억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됐고 이 중 90%는 화석연료로부터의 생산 및 전환 과정에서 발생했다. 지금까지 플라스틱에 관한 국제 거버넌스는 런던협약, 스톡홀름 협약, 바젤협약 등 해양오염 방지, 생물다양성 보호, 화학물질, 폐기물 교역 등 관련으로 부분적으로 다뤄져 왔다. 그래서 INC에서 플라스틱 전 주기에 걸친 오염방지를 통합적으로 다루는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잉거 안데르센 UNEP사무총장은 플라스틱 국제협약이 ‘파리협정 이후 가장 중요한 다자간 환경협상’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협약에서는 플라스틱의 디자인 및 생산 단계부터 폐기물 수거, 재활용, 매립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 주기별 관리방안을 마련한다. 협약의 쟁점은 규제의 방법과 생 분해성 플라스틱의 인정범위 등 크게 2가지다. 미국, 인도, 일본, 중국 등은 협약 체제 아래서도 국가별로 자율적으로 규제하는 입장인 반면 한국을 비롯한 EU회원국, 영국, 노르웨이 등은 협약이 발효되기 전 과도기에는 국가별 자율적 규제를 인정하고 발효 이후는 전 지구적으로 통합된 규범을 적용하자는 주장이다.또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에 대해서도 국가별 이해에 따라 견해차이를 보인다. 몬트리올의정서는 환경분야 다자간 협약 가운데 가장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오존층 파괴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전 지구적으로 노력해서 막은 결과다. 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그 정도의 구속력 있는 협약이 필요하지만 플라스틱의 복잡성을 따져볼 때 간단치가 않다. 그렇더라도 협 약의 시급성과 중요성에 비춰볼 때 한국의 대응 여건은 만만치 않다. 에너지 회수 시설에 대해 사실상 손놓고 있고 일회용품 품목은 1만개(유럽은 400여종)가 넘는 데다 석유화학 산업이 주력업종이다 보니 플라스틱 협약에 따른 타격은 불가피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 시민 실천활동인 플라스틱 일회용품 안쓰기 캠페인과 연계해 불필요한 일회용품 제조를 단계적으로 줄여나간다면 국민 공감대를 얻을 것이다. 동시에 영세한 플라스틱 제조사들의 업종전환에 대한 정부지원도 필요하다. 석유화학 산업의 위축이 불가피하겠지만 기업의 탄소중립 달성과 ESG경영 차원에서 플라스틱 협약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동시에 오염된 폐플라스틱을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 회수 시설에 대한 국민인식 강화와 지원에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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