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11일(토)
에너지경제 포토

정훈식

poongnue@ekn.kr

정훈식기자 기사모음




[EE칼럼]미중 기후변화 협력, 한국의 국제기구 적극 활용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7.11 08:12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2023071101000541700026351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지난주 재닛 옐런(Janet Yellen) 미국 재무부 장관이 3박 4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옐런 장관은 방중 일정을 마치며 연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decoupling·분리)’은 세계 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재앙이 될 것"이라면서, 본인의 이번 방중이 "중국의 새 경제 부처와 함께 탄력적이고 생산적인 소통 채널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반도체 등을 둘러싸고 격화하는 듯했던 미중 간의 경쟁과 갈등이 지난달 토니 블링컨(Antony Blinken) 국무장관, 이 달 옐런 재무장관의 방중으로 일거에 해소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양국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기보다는 협력의 접점을 모색하려는 것은 다행스럽다.

이번 방중에서 이렇다 할 합의나 성과가 없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긴 하지만, 옐런 장관이 중국을 향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협력을 촉구한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글로벌 거버넌스 레짐의 구축에 있어서 큰 걸림돌 중 하나가 되었던 것은 미국의 일관되지 못한 정책이었다. 미국은 교토의정서는 물론 파리협정에서도 이탈했다가 복귀했다. 이제는 최대 탄소 배출국은 중국이 됐지만 미국 역시 여전히 2위 배출국으로 다른 나라들의 배출량을 압도하기 때문에 결국 두 나라가 극적으로 줄이지 못한다면 나머지 국가의 노력도 무위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미국이 중국과의 협력을 도모하려 한다는 것은 그 속내나 전략적 계산이 무엇인지를 차치하고라도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는 기회로 포착해야 한다. 최근 한 달 사이에 국무장관과 재무장관을 연이어 중국에 보냈던 미국이 다음으로는 존 케리(John Kerry) 기후변화 특사를 중국에 보낼 것으로 전해져 귀추가 주목된다. 케리 특사는 다음 주(16~22일) 즈음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셰전화(解振華) 기후변화사무특사 등 중국 고위급 인사를 만날 것으로 전해진다. 2021년 8월 이후 약 2년 만에 공식적으로 양국 간 기후변화 관련 논의가 재개되는 것이다.

특히 옐런 장관이 세계에서 가장 큰 온실가스 배출국이자 재생에너지 최대 투자자인 미국과 중국에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공동의 책임과 능력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기후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그는 기후금융은 효율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면서 중국이 미국 등 다른 국가들과 함께 녹색기후기금(GCF·Global Climate Fund) 등 국제 기후기구를 지원하면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면서 국제기후기금 협력을 촉구했다. 이 부분이 케리-셰 특사 간 논의를 통해 진전을 보일 수 있을지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옐런 장관이 언급한 GCF는 2010년 유엔(UN) 산하에 설치된 국제금융기구로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에 대처하는 이른바 ‘적응(adaptation)’ 부분도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사무국은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다. 2012년 GCF 이사회 투표를 통해 인천 송도가 독일의 본(Bonn) 등을 제치고 사무국 유치에 성공해 2013년 정식 출범했다. 2022년에는 총 네 차례에 걸쳐 이사회가 진행되는 등 활발한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2022년 8월 말 기준 GCF의 가용재원은 5억7900만 달러이며 이에 더해 이미 체결된 공여협정에 따라 올해까지 26억1900만 달러가 추가로 투입될 예정이다.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Global Green Growth Institute)도 마찬가지다. GGGI는 개발도상국의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이 주도해 만든 최초의 국제기구로 2010년 6월 서울에 설립됐다. 개발도상국이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개발을 할 수 있도록 자문을 제공하고 한국의 발전 경험을 공유하며, 연구 활동을 통해 녹색성장 모델을 제시한다는 것이 GGGI의 설립 취지다.

기후변화 대응은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의 노력이 필요한 만큼 미국이나 중국 역시 미래 산업과 직결된 녹색기술 분야에서는 여전히 경쟁을 계속해 나가겠지만, 기후금융을 통해 개도국의 감축과 적응은 물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계획을 수립·이행해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은 계속돼야 하는 과업이다. 이런 의미 있는 일을 수행할 수 있는 국제기구가 한국에 있으므로 정부는 이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특히 미·중 간 갈등과 경쟁 국면에서도 기후변화 대응은 이견이 거의 없는 공동의 목표인 만큼, 한국이 주도적으로 의제를 설정하고 GCF나 GGGI를 적극 활용해 양국 간 협력을 끌어내는 데에 기여한다면 그 역시 한국의 국익에도 부합하는 일이 된다. 한국이 글로벌 중추 국가로 발돋움하는 데에 기후 관련 국제기구들과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기를 주문한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