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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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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그래도 후쿠시마 방류 시계는 돌아간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7.06 08:16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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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처리·희석한 후 태평양에 방류하겠다는 계획을 검토한 최종 보고서를 일본에 전달했다. 방류 계획이 국제적 안전기준에 부합하고 신뢰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IAEA가 후쿠시마에 현장 사무소를 두고 방류 상황을 직접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방류시설 검사 합격증을 발급하면 실제 방류에 필요한 사전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다.

후쿠시마 처리수의 방류가 더 이상 미래의 가능성이 아니라 눈앞의 현실이 됐다는 뜻이다. ALPS(다핵종제거설비)로 걸러낸 처리수의 방류가 태평양의 어패류와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의 주장을 반박할 만한 합리적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 오히려 IAEA 보고서가 ‘일본 맞춤형’이고, 과학적이라기보다 정치적인 ‘깡통 보고서’라는 일부 정치인의 일방적인 지적은 힘을 잃게 됐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볼 수밖에 없다. 사실 처리수의 방류로 태평양이 심각하게 오염된다는 우려는 설득력이 없다. 후쿠시마에서 방류하는 처리수의 양은 고작 하루 120톤 수준이다. 4인 가족 100가구 규모의 아파트에서 하루에 배출되는 하수와 비슷한 양이다. 후쿠시마 해변의 아파트 한 동이 드넓은 태평양을 망쳐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삼중수소’·‘베크렐’과 같은 난해한 ‘과학’으로는 핵폐수·방사능 테러를 앞세운 감성적인 ‘선동’에 대응할 수 없다는 정부·여당의 주장도 황당하다. 국민의 수준을 깔보는 어처구니없는 억지다. 패를 지어 우르르 몰려가서 우악스럽게 회를 먹고, 수조의 바닷물을 손으로 떠먹는 망측한 연출은 절망적이다. 암울했던 권위주의 시대에나 가능했던 일이다. 자유와 공정을 외치는 윤석열 정부에게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낡아빠진 구태(舊態)다.

일반 상식과 과학에 맞지 않는 억지 괴담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바닷물에 커피를 쏟으면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흩어져 버린다.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후쿠시마에서 방류한 방사성 핵종이 흩어지지 않고 고스란히 제주도로 흘러온다는 주장은 그런 상식에 맞지 않는 엉터리 억지다. 실제로 후쿠시마에서 1조 개의 페트병을 던지면 그중에서 제주도로 흘러오는 것은 1개도 안 된다는 것이 과학적 분석이다. 과학적으로는 ‘흘러온다’고 표현할 수 있겠지만 일반인에게는 ‘흘러오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세슘과 플루토늄이 무거워서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다는 주장도 근거 없는 낭설이다. 진짜 그렇다면 굳이 ALPS를 쓸 이유가 없다. 저장탱크 밑에 가라앉는 오염물질만 분리해서 처리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과학적 진실은 전혀 다르다. 바닷물에 녹아있는 소금도 물보다 무겁지만 밑으로 가라앉지 않다. 냉장고의 우유에 들어있는 유지방·유단백도 세슘·플루토늄보다 훨씬 무거운데 역시 가라앉지 않는다. 원자·분자 수준에서는 지구의 중력보다 물 분자의 열운동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1905년 아인슈타인의 통찰이 밝혀준 과학적 진실이다. 브라운 운동은 초등학생도 다 아는 상식이다.

오염수에 녹아있는 스트론튬·플루토늄의 화학적 독성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화학물질의 독성은 ppm 또는 ppb 수준에서 나타난다. 후쿠시마 처리수에 리터당 베크렐 수준으로 녹아있는 방사성 핵종의 화학적 독성을 우려하는 전문가의 모습에 소가 웃을 일이다.

방사성 핵종이 들어있는 오염수는 개방된 인공호수에 가둬둘 수도 없고, 식수·용수로 사용할 수도 없다. 먹는 물 수질기준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국민에게 공급하는 수돗물은 ‘원수’(原水)의 기준도 충족해야 한다. 먹는 물 기준을 충족한다고 ‘너나 마셔라’라고 외쳐서는 절대 안 된다. 농업·공업용수도 결국 바다로 흘러간다. 후쿠시마산 수산물의 수입 재개는 우리의 판단에 따른다는 정부의 확실한 의지가 필요하다. 정부가 일본의 요구에 쉽게 굴복할 수도 있다는 불안이 국민을 괴담에 휩쓸리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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