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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지난 6월28일 경북 영양군에서는 주민들이 양수발전소 설치에 대한 기존의 반대 입장을 거두고 유치에 동참하기로 했다. 앞서 정부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전력계통 운영상 필요하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은 1.75GW 규모의 양수발전 신규 사업자 선정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영양군은 1GW 규모의 양수발전소 유치를 목표로 지난 3월부터 다양한 유치 활동을 펼쳐왔으며, 일부 주민들이 반대 추진위원회를 결성해 유치 반대로 맞서며 갈등을 빚어왔다.
이 같은 양수발전소와 관련한 지역 내 찬반갈등은 환경단체들이 발전소 건립으로 인한 수생태계 파괴나 수질관리 문제 등을 거론하며 반대진영에 가세하면서 확대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양수발전소 건립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사실 이런 주민수용성 문제가 양수발전소 만의 문제도 아닌데, 원전은 말할 것도 없고 태양광·풍력·수소·연료전지 등도 주민수용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동네 주유소 내부 공사로도 주변 주민들의 민원이 생길 정도로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주민 반감은 에너지원을 가리지 않는다. 이는 에너지 인프라로 인한 실제적인 피해보다 향후 피해를 입을 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피해의식이 더 강하게 작용한 결과로, 그 근저에 도사리고 있는 정부나 지자체 등에 대한 불신, 즉 사회적 자본의 부족이 문제의 근원일 수 있다. 그래서 영양군 사례처럼 지속적인 설득을 통한 신뢰 회복이 해법이다.
오히려 의외인 것은 양수발전소에 대한 환경단체의 부정적 태도다. 양수발전소 확대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라는 환경단체의 주장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간헐성·변동성이 강한 태양광·풍력 보급 확대는 전력계통 안정성 보완 수단의 확대를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이에 정부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재생에너지 공급과잉 대응을 위한 장주기 저장장치 설비 22.6GW를 늘리기로 하고 영동, 홍천, 포천에 1.8GW규모의 ‘가변속’ 양수발전소 추가 건설 계획을 포함시켰다. 추가되는 가변속 양수발전소는 컨버터를 이용해 발전 모드와 양수 모드에서 펌프수차의 회전속도를 변화시켜 출력을 빠르게 조절하는 기능을 하게된다. 특히 양수모드에서 출력 조정으로 재생에너지 전력의 과잉 공급 분을 신속히 소진, 계통 안정화를 위해 불가피한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부담을 줄일 수도 있다. 나아가 주로 첨두부하를 담당하는 LNG발전을 대체, 천연가스 연료소비를 줄임으로써 연간 3000억원 이상의 경제적 편익과 함께 온실가스 배출 저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
더욱이 양수발전은 기능상 대안도 마땅치 않다. 양수발전은 물론 수소 활용 에너지저장(HESS)은 수소라는 ‘물질’을 활용해 전기를 최소 8시간 이상 저장한다는 점에서 장주기 에너지저장 자원으로 분류된다. 비록 HESS가 수개월씩, 심지어 계절별로 부하 이동시켜 저장하지만 양수발전과 같이 주파수 조정·전압안정성을 대응하기 위해 계통관성 등을 제공할 수 있는 속응성 전원 역할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대신 양수발전은 반응속도나 무효전력, 전압 제어 서비스, 정전복구 서비스 등 전력계통 운용 서비스 제공 등 기능적으로 배터리 ESS(BESS)와 유사하다. 다만 저장 가능한 전력량의 규모면에서 양수발전이 월등히 우월하다. 더욱이 건설하면 50년을 사용할 수 있는 양수발전에 비해 배터리는 충전 및 방전할 수 있는 사이클 횟수, 즉 수명이 정해져 있어 잦은 교체를 해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그 만큼 대량으로 생산하고 폐기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때 발생하는 환경부하가 만만치 않다. 가령 리튬 배터리 생산 공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kWh당 63kg로 MWh나 TWh 규모로 확대될 경우 온실가스 배출규모나 배터리 소재인 코발트, 니켈, 망간 등 중금속 폐기·배출이 주는 환경부하 역시 상당하다. 그래서 양수발전 대신 BESS가 대안이라는 주장은 물 환경 문제를 대기 및 토양환경 문제로 전이하는데 불과하다.
결국 양수발전에 대한 환경단체들의 보다 심도 있는 고민과 함께 환경단체 내부적인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한때 국내 환경단체들은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잘 해왔다. 하지만 지난 문재인 정부부터 일부가 직접 에너지·환경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등 ‘권력’이 됐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헐리웃 유명영화의 대사가 있다. 환경단체는 이 대사에 입각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넘어 보다 건설적인 대안을 고민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