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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수 한국전기통신기술연구조합 전문위원/에너지전환포럼 이사 |
특히 역대 6월 최고 기온, 해수면 온도 최고치, 남극 빙하 최저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사상 최고치 등 기후 위기 4개 지표가 최악이라는 언론보도가 있었던 직후라 아쉬움은 더 컸다. 지난해 전 세계 1차 에너지 소비량은 전년에 비해 약 1% 증가했고 2019년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비해서는 약 3%늘어났다.이 기간 가스소비량은 3% 줄고 재생에너지(수력 제외) 소비량은 13% 늘었다. 화석 연료의 소비 점유율은 약 82%로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도 이번 보고서가 희망적인 것은 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과 풍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태양광(191.5GW)과 풍력(4.6GW)이 총 266GW의 사상 최대 규모로 새로 설치됐다. 특히 태양광은 누적 용량이 1053GW로 1TW 시대를 열었다. SolarPowerEU는 1GW에서 1TW로 증가하는데 22년이 걸렸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 TW는 5년 이내에 도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보고서는 현재의 속도로는 1.5도 경로(지구 평균온도 1.5도 이내로 상승억제)에 턱없이 부족하다. 세계 각국 정부가 긴급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이라는 파리 기후변화협약 목표 달성은 어렵다고 경고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도 6월22일 발표한 ‘세계 에너지 전환 전망(WETO) 2023’에서 2050년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연간 975GW, 이후 2050년까지 연간 1066GW의 재생 발전용량을 추가할 것을 전 세계에 촉구했다. 이는 지난해 설치 용량의 3배가 넘는 규모다. 2030년까지 연간 태양광 551GW·풍력 329GW, 2050년까지는 연간 태양광 615GW·풍력 335GW가 추가돼야 한다. 이러한 규모는 재생에너지 전성시대를 넘어 가히 재생에너지 혁명이라고 부를 만하다.
이와 관련해 RMI(Rocky Mountain Institute)는 ‘재생에너지 혁명(The Renewable Revolution)’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에너지 전환은 재생에너지의 기하급수적 성장에 의해 주도되며 주요 변화는 2030년까지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기술혁명을 6단계로 분류하고 영국이 주도했던 1~2차 산업혁명과 증기의 시대, 미국이 주도했던 3~5차 철·석유 대량생산, IT의 시대를 넘어 6차 재생에너지 혁명이 도래하며 그 주인공은 중국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해 글로벌 태양광 용량 추가의 약 50%, 풍력 추가의 약 40%가 중국에 의해 이뤄졌다. 2023년 3월 말 기준으로 비화석 발전용량은 전년 대비 15.9% 증가해 전체 설비용량의 50%를 넘어섰다. 태양광 설비는 지난해 86GW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이보다 2배를 육박하는 154GW가 설치될 것으로 예상했다. 154GW는 2022년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국가가 설치한 태양광의 거의 두 배에 해당한다.
혁명에 가까운 기하급수적인 재생에너지 증가는 브라질, 베트남, 인도, 모로코 외에도 덴마크, 아일랜드, 영국 및 독일, 미국, 호주, 네덜란드 등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중국은 5월까지 지난해 설치량의 71%인 61GW의 태양광을 설치했고, 2030년 목표를 5년 앞당겨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1분기 역대 최대, 독일은 5월까지 전년도 설치량의 67%, 호주는 1분기 만에 지난해 설치량의 94%에 달하는 태양광을 설치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홀로 역주행 중이다. Ember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전량 중 재생점유율은 OECD 최하위다. 태양광과 풍력을 합한 점유율은 5.4%로 세계 평균 (12.0%)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아프리카(4.6%)와 비슷하다. 재생에너지 설치는 역성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0 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를 30.2%에서 21.6%로 낮췄다.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석탄화력발전소를 2021년 신서천(1GW), 고성하이 1,2호기(1.04GW×2), 2022년 강릉안인 1호기(1.04GW), 2023년 강릉안인 2호기(1.04GW)를 건설한데 올 하반기에는 삼척화력 1호기(1.05GW), 내년 삼척화력 2호기(1.05GW) 준공을 앞두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 스스로 변하지 않고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면 그 선택에는 큰 고통과 대가가 뒤따른다. 우리 정부의 잘못된 정책 피해가 고스란히 기업과 국민의 몫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