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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보고서가 공개됐다. 공식 명칭은 ‘후쿠시마 제1원전 알프스(ALPS) 처리수 방류에 대한 안전성검토 종합보고서’다. 140쪽에 달하는 보고서지만 결론은 간단하다. 첫째,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에 관해 일본이 취하고자 하는 방류조치는 국제적인 안전기준에 부합한다. 둘째, 도쿄전력(TEPCO)이 처리수를 통제된 상태에서 조금씩 해양으로 배출하는 것은 인간과 환경에 미치는 방사선 영향이 미미하다. 셋째, IAEA는 방류를 권장하거나 방류정책을 추인하는 것이 아니다. 이 결정은 일본정부가 결정할 국가결정(National decision) 사항이다.
이 보고서의 결론을 폄훼하기 위한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이는 일종의 프레임 씌우기다. 보고서가 공개돼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고서를 제대로 읽지 않은 채 누군가 보고서를 읽고 평가한 것을 듣고 전파한다. 이 과정에서 괴담이 만들어진다. 괴담을 깨는 것은 보고서를 읽은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다. 보고서를 통해 괴담과 관련된 진실을 파헤쳐본다.
첫째, ‘후쿠시마 핵폐수가 안전성 검증 없는 깡통보고서’ 인가다. 보고서 전체가 안전성 검토다. 보고서는 서론, 기본적 안전원칙과의 부합성, 안전요건 충족에 대한 평가, 감시·분석·확인, 미래의 활동 등 5개 부분으로 이뤄졌다. 전체 140쪽 중 안전성 평가에 해당하는 부분이 90쪽에 달한다.
둘째, 다핵종제거설비(ALPS)에 대한 성능 검증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는 가다. 이 보고서는 일곱 번째 보고서로 종합보고서다. 이전에 수행한 활동들을 모두 기술하지 않는다. 후쿠시마 처리수와 관련해 5가지 처리방안이 논의됐지만 이 보고서는 채택되지 않은 4가지 방법은 언급하지 않고 채택된 방법에 대한 안전성에 대해 평가했다. ALPS에 대한 검토는 이전 보고서 작성과정에 수행됐다. 따라서 이번 보고서에 기술되지 않았다고 해서 ‘성능 검증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괴담이다. 또한 ALPS는 전체 액체폐기물 처리계통의 한 구성품에 불과하다. 이것이 고장나거나 손상되더라도 방사성 농도를 측정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다음단계로 넘어가지 않는다.
셋째, 일반안전지침 GSG-8, 9에 따라서 오염수 해양 방류의 정당성 확보를 하지 않고 일본 정부에 책임을 떠넘겼는 가다. 정당성 확보(Justification)는 해양방류의 득실을 따져서 이득이 더 크다는 점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보고서에 기술된 내용은 이렇다. IAEA는 정당성확보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안전지침에 명시하고 있으나 지금 IAEA의 보고서는 안전성에 대한 기술적 검토로 제한되어 있다. 또 해양방류의 득실은 사회경제적 효과가 고려돼야 하기 때문에 훨씬 더 복잡하고 장기간의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며 나라마다 다르다. 따라서 이는 해양방류를 결정하는 주체인 일본정부의 몫이라는 것이 보고서의 내용이다. 이게 떠넘긴 것인지는 판단해 보기 바란다.
넷째,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해양방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도된 오염수 유출과 방류시설의 고장으로 인한 비 계획적인 유출 등에 대한 검토가 없었다는 주장에 대한 것이다. 보고서의 2장 8절은 사고의 방지, 2장 9절은 비상대응이다. 여기서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방류를 멈출 수 있는 비상차단계통(Emergency shutdown system)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계통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이 계통이 어떤 조건에서 작동되어야 하는지가 이미 방류계획에 포함됐다는 것을 말한다.
다섯째, 장기적으로 해양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검토하지 않았고 최소 30년 이상 방사성 물질이 먹이사슬을 통해 축적되는 등 생물학적 영향을 답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다. 이는 배출기준을 정할 때 가장 먼저 고려되는 사항이다. 배출기준을 정할 때 미래의 영향과 동위원소별로 생물학적 축적이 고려된다. 물론 인간이 하는 일이니 완벽할 수 없고 불확실성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준을 더 낮게 잡는다. 방사선의 인체영향 문턱 값이 100mSv인데 관리기준을 1mSv로 잡는 식이다.
여섯째, IAEA의 독자적인 검증이 아니라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입장과 상상만을 받아 쓴 깡통보고서라는 주장에 대해서다. 가당치도 않다. IAEA 평가에 참여한 내로라 하는 수많은 전문가들은 뭐라도 하나 흠집을 잡아서 자신의 전문성을 과시하려고 한다. 이 활동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IAEA 활동에 참여한 필자의 입장에서 볼 때 참으로 괴이한 괴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