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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활시위를 떠난

"아침부터 대기업 관련 경제단체들의 납품대금 연동제 법안 통과에 관한 유감 표명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정말 유감이다."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9일 자신의 개인 SNS에 올린 글이다. 하루 전인 8일 중소기업계의 14년 묶은 숙원인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대기업(위탁기업) 중심의 경제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에 주무장관으로서 보인 반응이었다. 개정 상생협력법은 납품대금에서 10% 이상 차지하는 원재료를 주요원재료로 정의하고, 주요원재료 가격 변동 시 납품대금 조정 방법을 약정서에 미리 기재하도록 의무화하는 납품단가 연동제 내용을 담고 있다.법안이 통과되자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납품단가연동제가 시행되면 최종 제품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자 피해, 중소기업 경쟁력 약화, 공장 해외이전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한국무역협회는 한 발 더 나아가 "이 법안은 한국에만 있는 법률 리스크로 외국기업이 투자계획을 철회 또는 수정하는 등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수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폐지돼야 한다"며 법안 통과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폐지’를 거론했다.이영 장관은 SNS 글에서 "중기부는 지난 6개월간 이들 경제단체들과 함께 취지와 내용을 공유하며 꾸준히 협조해 왔다"면서 "마치 중기부가 일방적으로 해당법안을 밀어붙인 모양,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닌 것"이라고 대기업 관련 경제단체에 일침을 가했다.특히, 개정법안 최종본 내용을 설명하던 날, 주요 대기업 관계자들과 협·단체에서 ‘한 번 해 볼만한 안’이라고 반응을 나타낸 점을 상기시키며 "한 때는 정부부처 공무원이었던 일부 협회 관계자분들이 목소리를 높여 항의했다. 좀 당혹스러웠다"며 서운한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어쨌든 ‘납품단가 연동제’라는 화살은 활시위를 떠났다. 화살이 제도 취지에 부합한 ‘과녁’에 명중될 지, 아니면 ‘허공’만 가를 지 알 수 없다.납품단가 인상을 ‘비용’이 아닌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강화를 통한 국내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는 ‘투자’로 인식하는 산업계 공감대가 하루빨리 만들어지기를 바랄뿐이다.김하영 유통중기부 기자

[기자의 눈] 경제위기 돌파도

"기대 이상으로 주문이 몰려 숨 쉴 틈도 없지만 이제야 좀 장사된다 싶어요."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대한민국 대표팀의 조별예선 두번째 경기인 가나전이 있던 지난달 28일 저녁 동네 치킨가게를 방문한 자리에서 전해들은 가게 사장님의 말이다.치킨집 입구에는 우루과이 첫 경기의 선전 여파로 포장 주문을 하려는 사람들로 꽤 북적였다. 반죽을 입힌 치킨 재료를 연신 튀김조리기구에 넣다뺐다 하느라 분주했음에도 가게 주인은 ‘행복하다’는 말을 되뇌이며 밀려드는 손님들 맞이에 바빴다.원·부자재 가격 급등으로 치킨 판매가격도 올라 ‘소비자 저항’을 우려하던 차에 카타르 월드컵이 치킨업계를 포함한 외식업계 전반에 큰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치킨·햄버거·피자·아이스크림 등을 다루는 주요 프랜차이즈업체들은 월드컵을 겨냥한 한정판 신제품을 앞다퉈 내놓고 고객잡기에 바빴고, 실제로 치킨업계는 대한민국팀이 포르투갈을 이기고 월드컵 16강 진출을 확정짓던 이달 2일 가장 큰 재미를 보았다. 이날 BBQ·교촌치킨·BHC 등 치킨프랜차이즈 빅3의 매출액은 일주일 전과 비교해 나란히 100%, 75%, 180%씩 증가했다.물론, 8강 진출이 좌절되면서 월드컵 매출이 ‘반짝특수’에 그쳐 아쉬움이 컸지만 동네 치킨가게에겐 ‘가뭄 속 단비’나 다름없었다.그동안 외식업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고물가·고금리 기조까지 더해져 식자재 비용부담에 시달렸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달 이태원 ‘10.29 참사’에 따른 애도 분위기는 영세 소상공인의 장사에 더 큰 어려움으로 작용하는 듯 했다. 다행히 대한민국팀의 선전으로 월드컵 호재가 작용해 어려움을 다소 덜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월드컵 반짝 특수도 내년 경제가 ‘무척 힘들 것’이라는 국내외의 부정적 전망 소식에 묻혀 자영업자와 서민들의 근심을 키우고 있다.곧 2022년의 해가 지고, 2023년의 새 해가 떠오를 것이다. 경제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정부와 온 국민에게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중꺾마)’이다. 월드컵 16강 진출 ‘도하의 기적’을 일궈낸 대한민국 축구대표팀과 붉은악마 응원단의 ‘중꺾마’ 자세로 닥쳐올 위기의 파고를 헤쳐나가야 할 것이다.inahohc@ekn.kr

[기자의 눈]

또다른 팬데믹이 오더라도 경마·말산업을 안정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핵심 제도인 ‘온라인 마권 발매’ 법제화가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지난 8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을 담은 ‘한국마사회법 개정안’ 정부안을) 올해 중에는 충분히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내년에 법안소위 일정이 잡히는 대로 통과시킬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 차관은 "(온라인 발매 매출 목표와 그에 비례해 줄여나갈 장외발매소의 수를 둘러싼 농식품부와 마사회 간) 이견 딱 하나만 남았다"고 말해 법안 통과까지 단 하나의 ‘관문’만 남아있음을 강조했다.앞서 지난달 9일 농해수위 법안소위에 참석했던 김 차관은 "준비가 좀더 필요한 부분이 두 개 남았다"고 말한 바 있었다. 농식품부와 마사회 간 ‘이견’ 외에도 ‘불법 온라인 경마 처벌 수준’이 남아 있음을 시사한 것이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 불법 온라인 경마 처벌 과제가 해결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온라인 발매 도입 필요성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지난 2019년부터 제기돼 왔다. 마사회와 경마업계는 해외 선진 경마시행국의 사례를 들어 도입 필요성을 줄곧 촉구해 왔다. 결국 국회는 4명의 여야 의원들이 2020년 저마다 총 4건의 온라인 마권 발매 법안을 개별발의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 시절 농식품부는 ‘시기상조’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제도 도입 자체를 가로막았다. 윤석열 정부의 농식품부도 이전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준비 중’이라는 말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경마·말산업의 지속성장을 위한 온·오프라인 융합 발매 시스템 구축은 농식품부와 마사회가 서로 이해관계가 상충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코로나 기간에 드러났던 오프라인 발매 제도의 취약성과 말산업 붕괴 위기가 재연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책임을 가진 양대 주축기관이다. 내년 1월께 농해수위 법안소위가 다시 열릴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는 더 이상 시간을 끄는 모습으로 말산업계 종사자들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할 것이다.kch0054@ekn.kr

[기자의 눈]

지난 6일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열린 대만 TSMC 미국 피닉스 공장 기공식은 규모와 투자액뿐만 아니라 참석자 명단을 두고도 화제였다. 세계적인 정·재계 인사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행사에는 TSMC 주요 고객사인 애플에서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엔비디아에서는 젠슨 황 CEO가 환영을 위해 직접 모습을 드러냈을 뿐 아니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까지 참석했다. TSMC는 바이든 대통령 방문에 대한 보답으로 두 번째 반도체 공장 설립과 함께 총투자 규모를 기존 계획에서 3배 늘어난 400억달러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이날 기공식을 두고 미국이 대만으로부터 핵심 기술을 빼갈 것이라며 맹비난했다. TSMC가 미국 본토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며 중국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흐름을 보이자 대놓고 불편한 심기를 나타낸 것이다.TSMC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움직임은 ‘안보 방패’로 떠오른 첨단 반도체 산업을 상징한다. TSMC는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시장에서 점유율 절반을 확보했다. TSMC가 멈추면 첨단 반도체가 들어가는 스마트폰, 개인용 컴퓨터(PC), 자동차뿐만 아니라 사실상 대부분 산업이 중단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는 국가안보"라며 TSMC를 아끼는 이유다. 반도체 패권을 쥐면 중국을 물리적 공격 없이도 고사시킬 수 있다.미국은 반도체 인프라에 정부가 대규모 투자를 집행한다. ‘반도체법’을 통해 약 2800억달러를 자국 반도체 산업에 투자한다. 투자액 대부분은 기업 시설 투자와 연구·개발(R&D)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에 집중될 전망이다.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계도 국가적 지원에 목마르다. 하지만 우리 반도체특별법(K칩스법)은 국회에서 공전을 거듭해왔다.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K칩스법’은 지난 8월 발의됐지만 이후 국회에 표류했다.그러던 중 여야가 K칩스법을 연내 통과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법안 통과가 늦어진 만큼 이달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대기업 특혜’라는 논리에 갇히기보다 반도체는 국가안보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말을 유념해야 한다.jinsol@ekn.kr

[기자의 눈] 韓, 에너지전환 진행 속도는

옛날 중국의 황하강 중류에 머물던 물의 신 장하백은 자신이 머무는 곳에 금빛 물결을 보며 ‘이리 큰 강은 없을 것’이라며 감탄하고 있었다. 마침 늙은 자라 한마리가 나타나 해가 뜨는 쪽에 엄청 큰 바다가 있다고 알려준다. 하백은 훗날 여행을 떠나 북해를 발견하고는 북해의 신 ‘약’에게 고백한다. "내가 주인인 황하가 세상에서 가장 큰 물인 줄 알고 있었는데 당신의 바다에 비하면 내 황하는 참으로 보잘것 없군요."해외 소식을 접할 때마다 ‘우리나라는 참으로 거북이 걸음을 걷고 있구나’ 싶다. 특히 에너지전환에 있어 말이다. 지난해 취재 차 덴마크를 방문한 일이 있다. 마침 시기가 들어맞아 유럽 풍력협회 기자 간담회에 참여할 기회가 생겼다. 노르웨이, 스웨덴 등 인근 유럽 기자들과 함께 글로벌 풍력기업인 오스테드와 베스타스 등 기업들의 현장을 방문하면서 실무자들의 설명을 들었다.두 기업은 세계적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이미 진행하는 사업에 대한 내용은 놀랄 일도 아니었다. 덴마크를 대표하는 기업들의 사업 내용과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상황에서 가장 크게 격차가 느껴졌던 지점은 따로 있었다. 바로 베스타스의 미래 사업 계획이었다. 풍력 터빈 기업 베스타스는 지속가능성을 구현하고자 터빈에 쓰이는 자재를 친환경 소재로 찾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풍력발전기 폐기물 문제를 줄이고자 유지보수 시스템을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사업이 추진돼가는 모습과 사뭇 다르다. 여전히 주민수용성 문제나 인허가 문제 등으로 계획된 발전사업이 첫 삽도 뜨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발전기를 세우는 것부터 어렵다보니 우리나라 기업들은 유지보수나 부품 지속가능성을 고민할 단계 조차 접어들지 못하고 있다.그 사이 신재생에너지와 관련된 국내 기업들은 해외 시장 진출에 힘을 쏟고 있다. 올해 여름부터 한화큐셀이 미국에 태양광 관련 대규모 생산시설을 짓기 위해 실사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는 틈을 타 현지 생산량을 높여 점유율을 올린다는 목표다.국내 전선업계들도 재생에너지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해상 풍력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해상 풍력발전기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운반할 해저케이블 생산을 늘릴 준비를 다져가고 있다. LS전선은 잇따르는 해외 수주 소식을 전하고 있으며 대한전선도 세계 각 국과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협력에 나서고 있다.기업은 이윤을 추구한다. 즉 돈이 되는 곳으로 움직인다는 말이다. 국내 기업들이 향하는 해외 시장이 어떤 분야인지만 파악해도 미래 먹거리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정치적, 사회적 다툼에 비롯한 에너지전환 제동걸기에 바쁘다. 다른 나라를 다니면서 ‘에너지 전환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구나. 이만큼이나 앞서 생각하고 있구나’를 느껴야 한다니, 그야말로 넓은 바다를 보고 감탄하는 ‘망양지탄’이 아닐 수 없다.claudia@ekn.kr

[기자의 눈] 에너지를 둘러싼 정치논쟁 이젠 멈출 수 없다

에너지를 둘러싼 정치 논쟁이 점점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원자력 업계가 겪은 ‘탈원전’이라는 풍파를 윤석열 정부에서 재생에너지 업계가 그대로 당하는 그림이다. 적어도 재생에너지 업계는 태양광 사업에 대한 감사와 보급 목표 축소, 의무화제도 폐지 예고 등으로 정치 탄압을 당하고 있다고 느낀다. 그나마 재생에너지에 우호적인 야당이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한 게 그들에겐 위안이다. 정권 교체를 두고 보자며 이번 정권만 버텨 보자는 분위기다. 이제는 이들에게 에너지를 정치논쟁으로 만들지 말라는 말이 의미가 있나 싶다. 차라리 이제는 이 정치논쟁 판을 인정하고 적절한 중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각 정권에서는 자기들 딴에는 합리적인 방향으로 에너지정책을 펼쳐왔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대폭 늘리는 에너지정책을 펼쳤다. 현 윤석열 정부에서는 전 정부의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완전히 수정해 비효율적인 에너지정책을 정상으로 되돌리고 있다고 말한다. 각각의 에너지원은 자신이 가진 장점을 과장하고 단점을 숨긴다. 반대로 상대방 에너지원의 단점을 과장하고 장점을 숨긴다. 업계뿐만 아니라 언론과 학계 전문가들도 이에 동참한다. 에너지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건 자신이 아닌 상대방 에너지원이다. 나는 합리적으로 에너지정책을 펼치고자 하는데 상대방은 이권을 지키기 위해 에너지를 정치에 이용한다는 논리다. 이해관계에 따라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원전,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원별로 서로 힘을 합치기도 싸우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갈등이 심했다. 이 둘은 서로 대화가 단절된 지 오래다. 하지만 모든 에너지원은 장점과 단점이 함께 있다. 에너지원별로 장점과 단점을 모두 포용하는 게 균형을 이루는 길이다. 화력과 원자력은 발전하는 비용이 저렴하다. LNG 발전은 전력이 필요한 순간에 빠르게 전력을 공급해줄 수 있다. 재생에너지는 발전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연료를 해외에서 수입하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현실은 한 에너지원의 장점을 강조하고 단점을 덜 이야기하는 게 편하다. 취재하면서 재생에너지에 단소리를 하면서 쓴소리를 같이 하는 건 피곤하고 인기도 없다고 느꼈다. 단소리만 하고 싶은 유혹에 이끌리기 쉽다. 다른 에너지분야 전문가들과 기자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에너지원별로 장점과 단점을 인정하고 합리적인 에너지 균형을 추진해야 한다. 에너지원 간 정치싸움에서 균형을 유지하려는 목소리가 더 커지길 바란다. wonhee4544@ekn.kr이원희(증명사진)

[기자의 눈] 국민은 인질이 아니다

전국장애인연합회, 전국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대우조선해양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올해 유난히 이 세 단체를 두고 국민들의 볼멘 소리가 크다. 이들의 계속되는 행보가 "국민 삶을 볼모로 잡은 이기주의"라는 것이다.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를 받아도 부족한 마당에 이들이 외면과 질타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들 행위가 당위성을 잃은 탓이다. 개인과 집단의 권리를 찾겠다고 시작했건만,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전장연은 정부와 국회에 목소리를 낸다면서 정작, 시위 장소는 시민의 발이나 다름없는 대중교통에서 진행했고, 그 기간만 어느 덧 1년이 됐다. 그것도 하필 하루의 가장 바쁘고 혼잡한 시간대인 출근시간대에 이뤄졌으니 몇 십분 씩 지연되는 전동차로 지각은 당연하고 누군가는 면접을, 누구는 일생일대의 시험을 볼 수 없게 됐다. 화물연대 파업도 14일이 지나고 있다. 민주노총 노조 중 일부는 비노조 회원들을 향해 쇠구슬을 던지며 폭력까지 행사하고 있다. 이로 인해 누군가의 아버지는 다쳤고, 어느 가정은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그 여파는 갈수록 확대돼 사업장 가동이 멈추고 재고는 출하되지 못한 채 쌓여간다. 정부가 추산하는 주요 산업 분야의 손실액만 3조5000억원이다. 결국 MZ세대라 불리는 젊은 노조들은 기성세대의 무(無)논리 파업에 하나둘 떠나고 있다. 대형 사업자 노조도 사측 교섭을 택하며 조심스러운 행보를 취하기 시작했다. 대우조선·현대제철 등 대형 사업장 노조들은 파업 대신 사측과 교섭에 집중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에 동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쯤 되니 이들의 목소리가 누구에게 향하는 외침일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지만, 전장연과 화물연대 등의 행복 추구 방법이 구악(舊惡)을 벗어나지 못해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시위나 파업의 행태가 바뀌어야 할 시기다. 앞으론 시대 착오적 사고에 나만의 권리만 추구하는 행위는 그 누구의 지지와 격려를 받지 못할 것이다. 국민 삶을 위협하지 않으면서도 명분과 당위성까지 얻을 합리적이면서도 세련된 행위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민은 그대들의 인질이 아니다.

[기자의 눈] 차기 금투협회장에게

제 6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가 각종 리스크에 휩싸인 만큼 차기 협회장의 어깨는 무겁다.협회장 후보들은 공통적인 공약으로 ‘위기 대응’을 앞세우고 있다. 맞다. 자본시장은 중대한 위기를 맞았다. 증시 부진과 레고랜드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로 단기자금 시장이 경색되면서 회사채 등 자금조달 시장이 위축됐고, 회원사들이 직격탄을 맞은 상태다. 차기 협회장은 적극적으로 나서 업계가 처한 현실에 대한 목소리와 대응책을 내줄 수 있어야 한다.유사 리스크 방지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급변하는 금융시장에 회원사들이 타격을 입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위기 수습만큼 중요하다. 중장기적인 새로운 먹거리 확보에도 집중해야한다. 협회장 공모 지원자들은 모두 대체거래소(ATS) 설립의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다. 대체거래소가 설립되면 거래소 간 공정한 경쟁을 통해 다양한 매매체결 서비스를 할 수 있어 투자자 편의를 높일 수 있고, 자본시장 규모도 커질 수 있어서다. 공모에 지원한 인사들만 보면, 누가 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강면욱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구희진 전 대신자산운용 대표, 김해준 전 교보증권 대표,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사장, 서유석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 전병조 전 KB증권 사장(이상 가나다 순)이 최종 지원한 상태다. 이들은 금융투자업계에서 수십년 관록을 자랑하는 인사들이다. 능력으로만 보더라도 금투협이 현재 추진 중인 과제들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금투협회장 선거 ‘유권자’라 할 수 있는 금투업계인들도 이번 선거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현 금투협 체제가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큰 만큼 적극적인 금투협 체계가 구축되는 것을 원하는 모습이다.차기 금투협회장은 전문성 외에 회원사를 대표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은 물론, 금융당국과의 소통에서도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길 바란다.

[기자의 눈] 일회용품 금지

정부 일회용품 규제 확대 법안에 맞춰 최근 유통기업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 지침에 따라 비닐봉투와 일회용 컵 사용을 중단하고, 친환경 제품 사용을 독려하는 마케팅까지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새로 적용된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법안은 지난 2019년 대형마트의 비닐봉투 사용 제한 이후 이뤄지는 첫 일회용품 사용 규제 확대 법안으로, 편의점과 소규모 마트 등 중소형 매장 내 비닐봉투 사용까지 제한한다. 특히,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스틱의 경우, 매장에서 사용이 전면 금지돼 지난달 24일부터 카페와 식당은 기존 플라스틱 재질의 빨대 제품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다만, 정부는 1년간의 계도기간이 둬 매장과 소비자의 혼란과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유통업계도 일회용품 줄이기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편의점은 비닐 봉투 대신 종이봉투·종량제봉투 외에도 친환경봉투를 도입하며 봉투 다변화에 나섰고, 백화점·마트도 친환경 마케팅을 더욱 강화했다.그러나, 일회용품 줄이기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일부 현장에선 편법성 매장 운영을 하는 모습이 발견돼 소비자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한 예로 최근 서울의 한 백화점에 입점한 식음료 매장은 같은 음식섭취 공간인데도 일회용 컵 사용 테이블과 금지 테이블을 구분해 놓고 일회용 컵 사용 손님이 오면 일종의 전용 테이블로 쫓아내곤(?) 했다.매장 직원은 "단속 나오는 분들이 있어 조심해야한다"며 오히려 손님에게 양해를 구했다. 어쩔 수 없이 테이블을 옮긴 이 고객은 "일회용 컵을 아예 못쓰게 하는 것도 아니고, 같은 공간에서 굳이 구분하는게 무슨 효과가 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또다른 소비자는 일회용품 규제 대상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편의점에선 만난 20대 소비자는 편의점의 비닐봉투 사용 제한 조치에 "음식점들은 배달할 때 모두 비닐봉투를 쓰는 데 편의점은 왜 못쓰게 하는 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일회용품 규제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환경보호를 위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착한 규제’라고 할지라도 현장과 소비자들에게 불편을 안기고 형평성 문제를 일으킨다면 제도가 제대로 정착될 수 없다. 아직 1년의 계도기간이 남아있는 만큼 정부가 현장·소비자와 충돌하는 제도의 시행착오 부분을 적극 찾아내어 빨리 개선해야 ‘착한 실천’을 이끌어낼 수 있다.pr9028@ekn.kr

[기자의 눈] "그럴 일은 없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

"위믹스가 상장폐지 될 가능성은 없다."(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지난달 17일 지스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주요 가상자산거래소들이 위메이드가 발행하는 가상화폐 ‘위믹스’를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하고 상장폐지 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장 대표가 꺼낸 말이다. 당시 그는 "충분히 소명과정을 거쳤고, 우리만큼 잘 한 회사는 없다. 위믹스가 상장 폐지 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딱 일주일 뒤, 국내 주요 가상자산거래소들은 위믹스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이튿날 장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낸 뒤 "억울하다"며 눈물을 쏟았다. 이 자리에서 기자들은 장 대표의 ‘호언장담’이 부작용을 키운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그는 "제가 아는 선에서 미디어와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한 것이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위메이드의 노력을 폄훼하려는 것은 아니다. 일부 기업은 하지도 않는 코인 유통량 공시를 매 분기 하다가, 사전에 공시하는 쪽으로 개선했고, 최근에는 실시간 유통량 공시 시스템도 만들어 적용한 게 바로 위메이드다. 위믹스에만 내려진 상장폐지 처분이 불공정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장 대표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CEO 언사의 무게감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올해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에 100개 게임을 론칭 하겠다며 야심차게 발표했던 계획은 채 50%도 달성하지 못했다. 그래놓고 꺼낸 변명은 "시장 환경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였다. 그리고는 덧붙인다. "내년 1분기까지는 한다"고. 장 대표가 매 기자간담회 때마다 하는 말이 있다. 나는 CEO고, 사실이 아닌 걸 말하면 법적으로 처벌을 받기 때문에 본인은 사실만 말한다는 거다. 그러면서 ‘팩트’와 ‘견해’를 구분해달라고 강조한다. 장 대표의 발언들은 팩트인가, 견해인가. 그걸 판단해내는 건 오로지 투자자와 기자의 몫이다. 위메이드는 더 이상 만년 적자에 허덕이던 변방의 중견기업이 아니다. 국내 블록체인 생태계 리딩 기업이자, 글로벌이 주목하는 회사다. 적극적인 소통? 물론 좋다. 그런데 CEO가 밝힌 청사진이 계속 번복되면 결국 신뢰를 잃는다. hsjung@ekn.kr정희순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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