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산단 폐수서 PFAS 17종 검출…배출량·처리방식 공개해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있는 경기도 평택시 고덕산업단지 폐수처리장 방류수에서 자연환경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는 과불화화합물(PFAS) 17종이 검출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환경운동연합과 경기환경운동연합, 평택환경행동, 서평택환경위원회는 19일 서울 종로구 누하동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발표했다. 이들 단체들은 고덕산단 폐수처리장 방류수를 분석해 검출된 PFAS의 정량값을 단순히 더한 결과 리터(L)당 약 9010나노그램(ng)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PFAS는 방수·방오 코팅부터 조리기구 제작, 반도체 공정 등 쓰임새가 넓지만, 탄소와 불소의 결합이 강해 자연 환경에서 잘 분해되지 않는다. 인체에 쌓이는 성질 때문에 '영원한 화학물질'이라 불리기도 한다. 검출 물질 중 단쇄 과불화카복실산(PFCA)에 속하는 물질의 배출량은 정량값 단순 합계량의 약 88.4%를 차지했다. 물질별 함유량은 △과불화부탄산(PFBA) 리터당 4240나노그램(ng) △퍼플루오로펜탄산(PFPeA) 1830ng/L △퍼플루오로헥사노산(PFHxA) 1200ng/L △과불화헵탄산(PFHpA) 695ng/L 등이다. 단쇄 PFCA 4종 외에 △과불화옥탄산(PFOA) 339ng/L △과불화노난산(PFNA) 239ng/L △과불화데칸산(PFDA) 158ng/L 등 장쇄 과플루오로카르복실산(PFCA)도 함께 나왔다. 단체들은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내놓으며 산업폐수의 실제 특성을 알기 위해 일부 대표 PFAS만으로 한정된 조사 대상을 넓히고, 배출원 단계부터 PFAS를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류구의 상·하류에 위치한 하천 수계를 반복 조사하고, 폐수처리시설 유입수와방류수를 비교해 PFAS 종류·유입 경로 수계 배출량을 파악하자는 것이다. 기업을 향해서는 PFAS 사용량과 배출량, 처리 방식 등을 파악해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나아가 PFAS 배출을 저감할 대책도 내놓을 것을 주문했다. 정부에도 산업폐수·수질 관리 기준을 단계적으로 마련하고, 3대 메가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조성되는 반도체 산업단지도 PFAS 관련 문제를 미리 살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에서는 2018년부터 먹는물 수질 관리를 위해 PFAS 함량을 관리하는 기준을 PFOA 70ng/L, PFHxS 480ng/L 등으로 마련했다. 다만 모든 유형의 PFAS를 묶어서 배출량을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돼왔다. 첨단산업 핵심 공정의 필수 물질인 PFAS를 대체할 만한 물질이 아직 나오지 않은 만큼 대체 물질 연구·개발과 물질 전환 및 배출 규제를 단계적으로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내일날씨] 남부지방 중심 가을비…전남·경남 최대 40㎜

오는 20일 중부지방에 구름이 많은 가운데 남부지방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최대 40㎜의 비가 내리겠다. 19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20일 새벽부터 전남권과 경남권, 제주도에 비가 시작되겠다. 오후부터는 전북과 경북권으로 비가 확대되고, 밤에는 충청권에도 곳에 따라 비가 내리겠다. 전라권과 경북권의 비는 늦은 밤 대부분 그치겠으나 경남권과 제주도는 모레까지 이어지는 곳이 있겠다. 예상 강수량은 광주·전남 5~40㎜, 전북 5~20㎜다. 부산·울산·경남에는 5~40㎜, 대구·경북에는 5~20㎜의 비가 예상된다. 제주도 역시 5~40㎜의 비가 내리겠다. 충청권은 밤부터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으며 대전·세종·충남과 충북의 예상 강수량은 5~10㎜다. 기온은 평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겠다. 아침 최저기온은 7~17도, 낮 최고기온은 20~23도로 예상된다. 중부지방은 대체로 구름이 많겠고 남부지방과 제주도는 흐린 날씨가 이어지겠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국제 기후대응 지연, 왜?…절실한 약소국-덜 절실한 강대국 구도 탓

기후변화 대응이 국제사회에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해서만은 아니다. 기후변화 대응으로 얻는 이익이 국가마다 다르고, 그 이익을 국제 협상에서 관철할 수 있는 경제적 힘도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속가능성(Nature Sustainability)'에 발표한 논문 '기후변화 완화의 지정학적 자산 정량화'에서 169개국의 기후 관련 자산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각국이 기후 대응으로 얻거나 잃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을 비교해 국제 협력의 가능성과 한계를 살펴봤다. ◇ 기후 대응의 이익과 손실, 네 가지 자산으로 분석 연구진은 국가별 기후 관련 자산을 네 가지로 구분했다. 첫째는 온실가스 감축으로 화석연료 생산과 수출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줄어드는 손실이다. 둘째는 기후변화 대응으로 폭염·홍수 등 기후재해 피해를 줄여 얻는 경제적 이익이다. 셋째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잠재력이고, 넷째는 산림과 토지의 탄소흡수 능력이다. 분석에는 온실가스 감축 강도가 다른 세 가지 미래 시나리오가 활용됐다. 이를 바탕으로 각국의 자산 특성을 비교하고, 비슷한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들을 다섯 집단으로 분류했다. △화석연료 수익 감소의 영향을 크게 받는 국가군에는 19개국이 포함됐고 △기후 피해를 줄이는 데서 큰 이익을 얻는 국가군은 51개국 △토지의 탄소흡수 잠재력이 큰 국가군은 17개국 △재생에너지의 온실가스 감축 잠재력이 큰 국가군은 13개국, △나머지 69개국은 네 가지 자산에서 상대적으로 중간 수준의 영향을 받는 국가군으로 분류됐다. ◇ 기후 대응의 이익이 큰 나라들, 경제력은 제한적 연구에서 주목할 부분은 기후 피해 회피, 탄소흡수, 재생에너지 감축 잠재력이 큰 세 집단이다. 이들 81개국은 세계 인구의 35.0%를 차지하지만 세계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13.1%에 불과하다. 온실가스 배출량 비중도 17.4% 수준이다. 이들 국가는 기후변화 피해를 줄이거나 자연의 탄소흡수 능력을 활용하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데서 상대적으로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국제 협상에서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할 경제적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 반면 한국과 미국·중국·유럽연합(EU) 등이 포함된 중간 영향 국가군은 세계 GDP의 81.0%, 인구의 59.0%, 온실가스 배출량의 72.2%를 차지했다. 세계 경제와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만, 연구가 설정한 네 가지 자산의 관점에서는 기후 대응으로 얻거나 잃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중간 수준으로 평가됐다. 이는 이들 국가가 기후변화의 피해를 적게 받거나 감축 의지가 약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기후 대응에서 얻는 경제적 이익과 부담만으로는 각국의 정책 선택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 화석연료 의존국과 재생에너지 잠재국의 이해관계 화석연료 생산에 의존하는 국가들은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추진될수록 수익 감소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연구진은 이란·베네수엘라·캐나다·노르웨이 등을 감축 강화 시나리오에서 화석연료 수익 손실의 영향이 큰 국가 사례로 제시했다. 반대로 기후재해 피해를 줄이는 데서 얻는 이익은 저소득 국가에서 크게 나타났으며, 특히 아프리카 국가들이 두드러졌다. 재생에너지 감축 잠재력은 소말리아에서 높게 평가됐다. 토지의 탄소흡수 잠재력은 가이아나·수리남·파푸아뉴기니와 중앙아프리카의 산림 국가들에서 두드러졌다. 중간영향 그룹에 속한 한국은 화석연료 수입국이자 제조업 중심의 선진 산업국으로서, 기후변화로 인한 즉각적인 영토 피해나 토지 탄소 흡수량의 비중이 개발도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완만하다. 그러나 중간영향 국가 그룹이 전 세계 배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한국을 포함한 이들 그룹의 적극적인 결단 없이는 글로벌 탄소중립 달성이 불가능하다. 이처럼 국가별 이해관계는 하나의 방향으로 정렬되지 않는다. 어떤 국가는 화석연료 수익 감소를 우려하고, 다른 국가는 기후재해 피해를 줄이는 데서 큰 이익을 얻는다. 또 다른 국가는 재생에너지나 산림을 활용해 기후 대응의 경제적 기회를 얻을 수 있다. ◇ 기후협상, 감축 의무 넘어 경제적 이익과 연계해야 연구진은 이런 차이를 고려해 기후협상을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의무만으로 설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연구에서 제안한 방향은 기술 연구개발(R&D), 유리한 무역협정, 기후 재정 이전 등을 감축 정책과 연계하는 포괄적 협상(다차원 패키지 딜)이다. 자산 특성이 서로 다른 국가들이 전략적 동맹을 형성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예컨대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큰 국가에는 기술과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기후 피해가 큰 국가에는 적응 재원과 피해 예방 지원을 확대할 수 있다. 화석연료 의존국에는 산업 전환과 경제 다각화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감축 정책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이번 연구의 분류가 국가의 실제 기후정책을 결정하는 모든 요인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는 한계도 있다. 윤리적 책임, 거버넌스, 사회경제적 조건, 제도, 군사력, 역사적 배출 책임 등도 국제 협력에 영향을 미친다. 이번 연구는 기후 대응의 필요성을 깨닫는 것만으로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기후 대응으로 얻는 이익과 부담이 어떻게 배분되며, 각국이 협력에 참여하도록 어떤 경제적 유인을 제공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위기 덮치자… 아이들 건강·교육권까지 흔들린다 [기후 신호등]

기후변화가 어린이의 건강을 해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거기에 더해서 학교 출석과 학업 성취, 인지능력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기후재난으로 학교가 문을 닫는 단기적인 피해를 넘어, 폭염과 가뭄·홍수 등이 어린이의 건강과 영양 상태, 가계 소득을 악화시키면서 장기적으로 교육 기회를 빼앗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유니세프(UNICEF)는 지난달 발표한 '학습이 멈추다: 2025년 전 세계 기후재난에 따른 학교 교육 중단 현황(Learning Interrupted: Global Snapshot of Climate-Related School Disruptions in 2025)' 보고서에서 2025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106개 국가·지역에서 1억7100만명 이상의 학생이 기후재해로 학업 중단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이는 유아교육부터 중등교육까지 전 세계 학생 약 10명 가운데 1명에 해당한다. 폭풍·홍수·폭염·가뭄·산불 등이 휴교와 수업 중단, 등교 감소, 학교시설 파괴 등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후위기가 교육에 미치는 영향은 학교 문을 닫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영국의 국제개발·기후정책 연구기관인 'ODI 글로벌'은 지난 5월 '기후변화가 교육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체계적 고찰(The impact of climate change on education outcomes: A systematic review)'를 발표하고 기후위기가 어린이의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 254개 연구 종합한 ODI의 분석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ODI 글로벌은 런던에 본부를 둔 독립적인 국제개발·사회정책 연구기관이자 싱크탱크다. 기후변화, 지속가능성, 국제개발, 성평등·사회적 포용 등 글로벌 정책 분야를 연구하며 정부와 국제기구 등이 활용할 수 있는 정책 연구를 수행한다. 이번 연구에는 영국 외무영연방개발부(FCDO)가 연구비를 지원했고, 아칸샤 밥나, 레이철 마커스 등 ODI 연구진 4명이 참여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단순한 문헌조사가 아니다. 연구진은 학술 데이터베이스와 회색문헌 등을 포함해 2만2919건의 자료를 검색한 뒤 최종적으로 254개 연구를 검토했으며, 이 가운데 90개 계량경제학 연구를 핵심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핵심 연구들은 기후 충격과 교육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한 연구들이다. 보고서는 홍수와 가뭄, 강수량 변화, 사이클론·허리케인·태풍, 고온·저온, 산불 등 주요 기후위험이 어린이의 교육 접근성(access), 교육 성취(attainment), 학습(learning)​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 ◇ 학교가 무너지는 것보다 더 무서운 '간접 피해' 기후재난이 교육을 망가뜨리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학교와 교육 인프라의 파괴다. 홍수와 태풍 등으로 학교 건물이나 교통로, 급수·위생시설이 파괴되면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없게 된다. 학교가 침수되거나 도로가 끊기면 수업이 중단되고, 복구가 늦어질수록 교육 공백도 길어진다. 실제 검토된 연구 8편 가운데 7편은 학교 건물이나 학교의 물·위생시설, 도로 등의 인프라 피해가 교육 손실로 이어지는 중요한 경로라고 분석했다. 재난이 지나간 뒤에도 교실과 교육시설이 복구되지 않으면 학생들은 정상적인 학습 환경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둘째는 건강과 영양의 악화다. 기후 충격은 식량 생산과 식품 가격, 물 접근성 등에 영향을 미치면서 어린이의 영양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폭염은 수업 중 집중력과 학습 효율을 떨어뜨리고, 감염병 확산이나 식수 부족은 결석을 늘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셋째는 가계 소득과 생계의 악화다. 가뭄이나 과도한 강수로 농업 생산성이 떨어지면 가계소득이 감소하고, 부모가 교육비를 줄이거나 자녀가 농업·가사노동에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학교에 다니는 데 필요한 교통비와 학용품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출석이 불규칙해질 수도 있다. ODI 연구에서도 강수량 충격이 교육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경로로 가계소득, 노동수요, 아동 건강이 확인됐다. 결국 기후위기의 교육 피해는 학교 건물이 파괴되거나 수업이 중단되는 직접적인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건강과 영양 상태가 나빠지고 가계소득이 줄어들면서 출석률과 학습시간이 감소하고, 이러한 변화가 누적돼 장기적인 교육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기후위기는 '재난 → 건강·소득 악화 → 학교 출석 감소 → 학습능력 저하 → 교육 성취 하락'이라는 연쇄적인 충격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 폭염은 교실 안에서도 학습능력을 떨어뜨린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폭염이다. 기후변화로 기온이 높아지면 학교가 휴업하지 않더라도 교실의 고온 자체가 학습을 방해할 수 있다. ODI가 검토한 연구들은 높은 기온이 학습 조건을 악화시키며, 냉방과 환기 개선, 지붕의 열 반사, 나무 심기 등 수동형 냉방(passive cooling) 조치가 교실 환경과 학습 결과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를 제시한다. 이는 기후 적응을 단순히 제방이나 배수시설 같은 재난 대응 인프라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의미다. 학교의 냉방·환기·그늘·식수시설 역시 어린이의 학습권을 지키는 기후 적응 인프라가 될 수 있다. 기후위기는 교육 불평등도 확대할 수 있다. 냉방시설과 방재시설을 갖춘 학교에 다니는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 재난이 발생해도 소득을 유지할 수 있는 가정의 아이와 농업소득에 의존하는 가정의 아이가 받는 충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ODI가 검토한 연구에서도 사회적으로 취약한 아동의 교육 결과가 기후 충격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 경향이 확인됐다. 성별에 따른 차이는 연구마다 달랐지만,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집단과 어린 연령대의 아동이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는다는 증거가 보다 일관되게 나타났다. 따라서 기후위기는 단순히 '환경 문제'가 아니라 교육 격차와 빈곤의 대물림을 심화시킬 수 있는 사회문제이기도 하다. ◇ 어린 나이에 받은 충격이 더 오래 간다 이번 보고서에서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기후 충격의 시기다. 어린이의 기후 노출은 나이에 따라 영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임신기부터 생후 2세 정도까지는 신체와 뇌가 빠르게 발달하는 시기다. 특히 태아기와 생후 초기에 기후 충격을 경험하면 이후 교육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 시기의 영양 부족이나 건강 악화는 단기간에 회복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ODI는 임신기와 영유아기의 기후 노출이 이후의 학습 및 교육 성취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케냐의 한 연구에서는 영아기 강수량 변동에 노출된 어린이의 학교 등록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 생후 0세 때의 강수량 변동은 이후 학교에 한 번이라도 등록할 확률을 16.9%포인트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인도의 농촌 아동 약 200만명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유아기 강수량 증가가 학교 등록과 학습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후 충격의 방향과 시기, 지역의 농업 구조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기후변화와 교육의 관계를 단순히 '기온 상승=학업 성적 하락'이라는 하나의 공식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보고서는 강조한다. ◇ 현금 지원과 일자리 보장이 학습 손실을 막는다 그렇다면 기후재난이 발생했을 때 무엇을 해야 할까. ODI가 검토한 연구에서는 조건부 현금지원(CCT)​과 공공고용 보장 프로그램이 일정한 효과를 보였다. “멕시코의 교육·보건·영양 분야 조건부 현금지원 프로그램인 프로그레사(PROGRESA)와 콜롬비아의 가족행동(Familias en Acción) 프로그램처럼, 빈곤층 가정에 현금을 지원하면서 자녀의 학교 출석과 건강관리를 유도하는 정책도 기후재난에 따른 교육 손실을 줄이는 방안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현금지원의 효과는 연구와 지역에 따라 달랐고, 6개 연구 가운데 4개 연구에서 긍정적인 교육 보호 효과가 확인됐다. 공공고용 프로그램의 효과는 상대적으로 더 일관됐다. 에티오피아의 생산적 안전망 프로그램(PSNP)과 인도의 국가 농촌고용보장법(NREGA)을 분석한 연구들은 모두 기후 충격에 따른 학습 손실을 완화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특히 인도에서는 가구 구성원의 NREGA 참여가 21℃를 초과하는 추가적인 더운 날이 어린이의 수학·읽기 성적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50% 이상 완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수치를 모든 국가와 모든 기후재난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ODI 역시 현금지원과 고용보장 프로그램의 교육 보호 효과를 '중간 정도(moderate)'의 근거​로 평가하고 있다. ◇ 기후 적응 정책에 '교육'을 넣어야 한다 ODI는 기후변화 대응에서 교육이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다고 지적한다. 기후변화가 건강과 식량, 인프라에 미치는 영향은 널리 논의돼 왔지만, 교육과 학습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국제적 기후 논의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후 적응정책에도 교육을 핵심 의제로 포함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폭염에 견딜 수 있는 학교 건축과 냉방·환기시설 △홍수·태풍에 강한 학교 인프라 △기후재난 때 학습을 이어갈 수 있는 원격·보충교육 △취약 가정에 대한 현금지원과 고용안전망 △학교 급식과 영양 지원 등이 필요하다. 특히 학교 급식은 가뭄으로 인한 중퇴를 완화하는 완충장치 역할을 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말라위에서는 가뭄을 겪은 가구의 12~17세 아동 가운데 학교급식 프로그램에 접근할 수 있는 경우 취학을 유지하는 데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다만 ODI는 아직 이 분야의 정책 효과를 입증한 연구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분명히 한다. 기후 충격의 교육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엄격한 방법론의 개입 연구는 20편에 불과하며, 특히 정책이 소득·건강·교실 온도 같은 중간 경로를 개선한 뒤 실제 학습 성과까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추적한 연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기후위기의 피해는 학교 건물이나 도로가 부서지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한 번의 가뭄이 가계소득과 영양을 흔들고, 폭염이 어린이의 학습능력을 떨어뜨리며, 어린 시절의 기후 충격이 훗날 학교 등록과 학업 성취에까지 흔적을 남길 수 있다. 기후 적응의 목표를 '재난에서 사람을 살리는 것'에서 한 단계 더 확장해 아이들이 재난 이후에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까지 포함해야 하는 이유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폭염·산불 연기 동시 노출 인구 10년 새 2억8700만명 늘었다

폭염과 산불 연기에 동시에 노출되는 인구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10년대에는 매년 평균 10억명 이상이 두 위험에 동시에 노출된 것으로 분석됐다. 2000년대보다 연평균 약 2억8700만명 늘어난 규모다.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폭염이 잦아지는 가운데 산불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까지 겹치면서 건강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 모나시대 공중보건·예방의학대학원 연구진은 중국 베이징대와 충칭대, 호주 퀸즐랜드공대·태즈메이니아대 등 여러 기관 연구자들과 함께 2000~2019년 전 세계 기온·산불 오염·인구 자료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됐다. 폭염은 토양과 식생을 건조하게 만들어 산불 발생과 확산을 촉진한다. 산불은 열과 대기오염물질을 방출하고,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배출해 온난화를 심화할 수 있다. 폭염과 산불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위험을 증폭시키는 구조다. 산불 연기에 포함된 초미세먼지(PM2.5) 등 오염물질은 폭염과 함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구진은 두 위험의 동시 노출이 각각의 개별 영향보다 더 큰 건강 피해를 일으킬 가능성에 주목했다. ◇ 노출 인구 증가분 70.5%는 위험 강도 심화 탓 연구진에 따르면 2000~2009년 폭염과 산불 오염에 동시에 노출된 인구는 연평균 약 7억6100만명이었지만, 2010~2019년에는 약 10억7200만명으로 증가했다. 전 세계 인구의 55.9%가 거주하는 지역에서 동시 노출이 증가하는 추세가 나타났다. 1인당 연평균 동시 노출 일수도 2000년대 1.0일에서 2010년대 1.7일로 늘었다. 동시 노출 총인일(person-days)은 10년마다 약 55억 인일씩 증가했다. 이 가운데 70.5%는 동시 노출 강도 증가(폭염일수 혹은 산불 발생일수 증가 등) 때문이고, 29.5%는 인구 증가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인구 증가보다 폭염과 산불 오염이 겹치는 위험 자체의 심화가 더 큰 원인이었다는 의미다. ◇ 저개발국 주민, 노출 일수 더 많아 경제·사회적 발전 수준에 따른 격차도 컸다. 인간개발지수(HDI)가 낮은 국가에서는 1인당 연평균 동시 노출 일수가 3.6일로 세계 평균인 1.3일을 크게 웃돌았다. 저소득 국가에서는 4.4일에 달했다. 2010~2019년 국가별 1인당 연평균 노출 일수는 잠비아가 28.8일로 가장 많았다. 콩고민주공화국은 24.3일, 말라위는 21.7일이었다. 연구진은 저소득 국가들이 고온에 취약한 열대·아열대 지역에 많이 분포하고, 농업 잔재물 소각과 산림 개간, 산불 관리 역량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 접근성과 재난 대응 자원이 부족한 점도 취약성을 키울 수 있다. 연구진은 “폭염과 산불 연기를 별개의 위험으로 관리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통합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폭염 경보와 대기질 경보를 연계하고, 두 위험이 겹칠 때 취약계층에 통합적인 건강 보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냉방과 공기 정화 기능을 갖춘 대피 공간을 확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2000~2019년 자료를 바탕으로 동시 노출 규모와 추세를 분석한 것으로, 실제 질병 발생이나 사망자 수를 직접 측정하지는 않았다. 연구진은 복합 노출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규명하기 위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주말날씨] 토요일 포근하다 일요일 전국에 비…수도권 최대 80㎜

토요일인 17일은 전국에 가끔 구름이 많다가 오후부터 차차 흐려지겠다. 일요일인 18일에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리면서 주말 후반 궂은 날씨가 예상된다. 16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오는 17일 전국 최저기온은 7~17도, 최고기온은 21~27도로 예보됐다. 당분간 기온은 평년(최저 5~15도, 최고 19~23도)보다 높아 비교적 포근하겠다. 17일 비 소식은 없지만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낮과 밤의 기온 차가 크게 벌어지겠다. 순간풍속이 시속 55㎞, 산지에서는 시속 70㎞에 이르는 강한 바람이 부는 곳도 있어 시설물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오는 18일에는 전국이 대체로 흐린고 새벽부터 인천·경기 북부와 제주도에서 비가 시작되겠다. 오전에는 그 밖의 중부지방으로 비가 확대되고 오후부터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리겠다. 중부지방은 밤부터 대부분 비가 그칠 전망이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 예상 강수량은 서울·인천·경기와 서해5도, 대전·세종·충남·충북이 30~80㎜로 가장 많겠다. 강원 내륙·산지는 20~70㎜, 전북은 20~60㎜가 예상된다. 광주·전남과 경북 중·북부 내륙은 각각 5~40㎜, 부산·울산·경남과 제주도는 5~30㎜가 내리겠다. 강원 동해안과 대구·경북 동해안·남부 내륙, 울릉도·독도에는 5~20㎜의 비가 예상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토요일까지 맑은 가을…일요일 전국에 비, 다음 주 기온 ‘뚝’

주말까지 전국이 대체로 맑고 평년보다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다가 일요일인 18일부터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가을비가 내릴 전망이다. 비가 그친 뒤에는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다음 주 중반부터 기온이 크게 떨어지겠다. 15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으로 17일까지 전국이 대체로 맑겠다. 이후 북서쪽에서 차고 건조한 공기를 동반한 기압골이 접근하면서 18일 새벽 북서쪽 지역부터 비가 시작돼 오전 중부지방, 오후에는 전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중부지방은 18일 밤 대부분 그치겠으나 남부지방과 제주도는 19일 오전까지 이어지겠다. 비가 내리는 동안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지역에 따라 강한 비와 함께 돌풍, 천둥·번개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18일에는 서해안과 강원 동해안·산지, 제주도를 중심으로 강풍특보가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해상에서는 17일 오후 서해상을 시작으로 18일부터 남해상과 동해상에서도 물결이 높게 일겠다. 대부분 18일 밤까지 이어지며 동해상은 19일까지 높은 물결이 예상돼 항공기와 선박 이용객은 운항 정보를 미리 확인해야 한다. 기온은 주말까지 평년보다 높겠으나 비가 그친 뒤 북쪽에서 찬 공기가 유입되면서 내려가겠다. 20~25일 아침 기온은 3~15도, 낮 기온은 16~23도로 예상된다. 특히 21일 전후 찬 공기가 재차 남하하면서 평년보다 쌀쌀해질 가능성이 있어 큰 일교차와 급격한 기온 변화에 따른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대체연료 중심 항공 탈탄소 로드맵 의존하면 ‘지구 경계’ 벗어날 수도

항공산업의 탈탄소화를 위해 지속가능항공유(SAF)와 합성항공유(e-fuel) 등 대체연료 도입이 추진되고 있지만, 연료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지구 생태계가 감당할 수 있는 환경적 한계를 지키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체연료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와 토지, 담수 수요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고,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이 다른 환경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산업의 탈탄소화 전략을 탄소 배출 감축에만 맞출 것이 아니라, 생물다양성과 자원 이용 등 지구 환경 전반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대체연료 중심 로드맵, 지구 경계 넘을 수 있다 프랑스 툴루즈대학교와 국립항공구조학교와 프랑스 환경에너지관리청(ADEME) 등의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논문에서 항공산업의 탈탄소화 경로를 '지구 경계(Planetary Boundaries)' 관점에서 분석했다. 지구 경계는 인류가 지구 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적 한계선을 뜻한다. 연구진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항공수송이슈그룹(ATAG), 유럽연합(EU) 등이 제시한 항공 탈탄소화 로드맵을 분석했다. 그 결과, 화석연료를 바이오연료와 합성연료로 대체하는 데 집중한 기존 전략으로는 지구 경계를 벗어나는 것을 막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 경계 초과를 판단하는 항목 가운데 기후변화 항목과 생물권 무결성(생태계 건강성 유지) 항목 등에서 특히 문제가 된다. 대체연료 생산을 확대할수록 다른 환경 부담이 커지는 문제도 드러났다. 항공 수요를 모두 합성항공유로 충당하는 시나리오에서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량의 약 25%를 항공연료 생산에 투입해야 하고, 직접공기포집(DAC) 설비도 예상 용량의 약 6배가 필요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바이오연료 역시 원료 작물 재배에 막대한 토지가 필요해 자연 생태계와 식량 생산을 압박할 수 있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대체연료가 불필요하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항공 부문에서 대체연료는 중요한 탈탄소 수단이지만, 생산 과정의 자원 수요와 환경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보급량만 늘리면 기후변화 대응이 다른 지구 경계의 침범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요점은 항공 탈탄소화 정책은 연료의 탄소 배출량뿐 아니라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 과정의 환경 부담을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 하수 슬러지 활용 등 공급측 기술 혁신 필요 대체연료의 환경 부담을 줄이려면 원료와 생산 공정을 개선하는 공급측 기술 혁신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호주 시드니공과대학교(UTS)와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도시 하수 슬러지를 지속가능항공유 원료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수 슬러지에서 미생물 공정으로 중쇄지방산(MCFA)을 확보하고, 이를 재생에너지 기반 전기화학 공정으로 항공유에 적합한 탄화수소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중쇄지방산은 탄소 원자가 비교적 적은 지방산으로, 일반적으로 탄소 원자 6~12개(C6~C12)를 가지고 있는 것을 말한다. 이 기술은 폐기물을 연료 원료로 활용함으로써 폐식용유나 동물성 지방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 다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생산 비용과 에너지 소비량, 전 과정 온실가스 배출량 등을 검증해야 한다. 스웨덴 샬머스공과대학교 연구진은 지난해 10월 국제학술지 '퓨얼(Fuel)'에 발표한 논문에서 유럽연합(EU)의 재생에너지 비생물학적 기원 연료(RFNBO, 바이오매스가 아닌 재생에너지에서 얻은 전기 등을 이용해 생산한 수소와 수소 기반 연료를 뜻) 관련 규정이 바이오매스 가스화 공정의 기술적 이점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의 분석에서 가스화 기반 공정은 연료 1 톤당 약 820유로(약 123만 원)의 비용과 46%의 에너지 효율을 보인 반면, 비교 대상 공정은 1 톤당 약 1050~1500유로의 비용과 37%의 효율을 나타냈다. 여기서 말하는 '비교 대상 공정'은 바이오매스를 먼저 연소해 이산화탄소(CO₂)를 포집한 뒤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수소와 반응시켜 메탄올을 만드는 공정을 말한다. ◇ 항공 수요 감축도 피할 수 없는 과제 항공기 운항 효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스웨덴 린네대학교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등 연구진은 지난해 11월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발표한 논문에서 고효율 기종 도입, 좌석 배치 개선, 탑승률 향상 등을 결합하면 승객 수송량을 유지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존보다 54.5~76.0%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공급측 기술 개선만으로 지구 경계의 침범을 막기는 어렵다. 프랑스 툴루즈대 연구진은 항공산업이 지구의 안전한 생태적 공간 안에 머물기 위해서는 기술적 해법과 함께 항공 수요를 줄이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에서 제시된 항공 교통량 감축 경로에는 항공 교통량을 연간 약 7.2% 줄이는 경로가 포함됐다. 이는 항공기 한 대의 연료 소비를 7.2% 줄인다는 뜻이 아니라, 항공 교통 활동 자체를 줄이는 수요 측 감축을 의미한다. 대체연료 생산에 필요한 재생에너지와 토지, 물의 수요까지 고려하면 항공 수요를 무한정 늘리는 방식으로는 지구의 환경적 한계 안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연간 7.2%라는 수치는 해당 논문이 설정한 시나리오와 분석 조건에 따른 결과다. 모든 국가와 항공 노선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감축 목표나 국제적으로 합의된 정책 기준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항공 수요를 관리하기 위해 항공권에 탄소 비용을 반영하고, 고속철도 등 대체 교통수단이 충분한 단거리 노선의 항공편을 철도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항공기 이용이 많은 탑승자에게 더 큰 부담을 부과하는 누진적 항공세도 대안이다. 다만 지역의 이동권과 저소득층의 부담을 고려한 보완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가을까지 이어지는 ‘폭염·폭우 복합재해’…‘여름 석달 대응’은 부족

지난 12일 서울은 낮 최고기온이 30.1℃까지 치솟았다. 1907년 근대 기상이 시작된 이래 10월 기온으로는 가장 높은 기록(공동기록)을 세웠다. 13일에는 전북 고창이나 경북 문경 등지에 70~90㎜의 많은 비가 쏟아졌다. 10월 중순임에도 폭염과 폭우를 걱정하게 하는 상황이다. 기후변화로 폭염과 폭우가 각각 발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두 현상이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복합재해(Compound Events)'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여름철에 집중됐던 위험이 장마전선의 북상과 대기·해양 순환의 변화에 따라 늦여름과 가을까지 확장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두 편의 연구는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폭염·폭우 위험이 언제, 어디서, 어떤 메커니즘으로 달라지고 있는지 보여준다. ◇ 폭염·폭우 복합재해, 발생 빈도 늘고 가을까지 확장 경희대 지리학과·기후사회과학융합학과 김지현 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한 논문에서 한반도의 폭염·폭우 복합재해 변화를 분석했다. 한국환경연구원의 성경민(제1저자)·채여라 박사와 프린스턴대 김태림 연구원이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연구팀은 1986~2025년 기상청 관측소 57곳의 지상 관측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폭염과 극한 강수가 결합하는 복합재해의 위험이 커지는 데는 개별 재해의 강도 변화뿐 아니라 발생 빈도의 증가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복합재해 위험이 기존의 6~8월 여름철에 머물지 않고 9월 이후 가을철로 확장되는 양상이 두드러졌다. 2024년 가을철 복합재해 발생일수의 표준화 편차는 7.29로, 과거 평균에서 크게 벗어난 극단적인 값을 기록했다. 표준화 편차는 관측값이 장기 평균에서 표준편차 몇 배만큼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7.29라는 값은 통상적인 연도별 변동 범위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다만 이 수치만으로 발생 확률을 정확하게 산정하거나 기후변화의 인과관계를 단독으로 입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역별 위험 양상도 달랐다. 서해안은 복합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고빈도 노출 지역으로, 남동부 내륙은 발생 빈도와 별개로 한 번의 재해가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지역으로 구분됐다. 전국에 동일한 방재 대책을 적용하기보다 지역별 재해 특성에 맞춘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러한 가을철 위험 증가의 대기 순환 배경으로 북서태평양과 일본 부근의 고기압성 순환 이상을 제시했다.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중국 남동부와 동중국해에서 황해를 거쳐 한반도로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되면 높은 기온과 많은 수증기가 함께 공급될 수 있다. 이 같은 조건은 늦여름과 가을에도 폭염과 집중호우가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복합재해가 위험한 이유는 피해가 단순히 더해지는 데 그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폭염으로 지친 사람과 열에 노출된 노동자는 뒤이은 폭우에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농작물은 고온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에서 침수 피해까지 겪을 수 있고, 전력·교통·배수시설도 서로 다른 유형의 재난에 연이어 노출된다. ◇ 9월 장마전선 중심축 약 213㎞ 북상 복합재해가 가을까지 확장되는 배경을 이해하려면 동아시아 장마전선의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기후센터(APCC)의 문수연·김옥연 박사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김형준 교수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npj 기후 및 대기과학(npj Climate and Atmospheric 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서 동아시아 여름철 전선의 장기적인 위치 변화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1979~2025년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의 ERA5 재분석자료를 활용해 전선의 위치를 추적했다. 분석 결과, 특히 9월 10~30일 전선의 중심 위치가 과거보다 북쪽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북상 폭은 위도 약 1.92도, 거리로 환산하면 약 213㎞에 달했다. 이는 여름철 후반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에 전선성 강수와 고온다습한 공기의 영향이 과거와 다른 지역과 시기에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선은 성질이 다른 공기 덩어리가 만나는 경계다.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전선을 따라 유입되면 공기가 상승하면서 구름이 발달하고 강수가 집중될 수 있다. 동시에 전선 주변의 고온다습한 공기는 인체의 열 방출을 어렵게 해 열 스트레스를 키운다. 연구에서 활용한 습구 글로브온도(WBGT)는 기온뿐 아니라 습도와 복사열, 바람 등의 영향을 반영해 사람이 체감하는 열 부담을 평가하는 지표다. 기온이 같더라도 습도가 높으면 땀의 증발을 통한 체열 방출이 어려워져 열 스트레스가 커질 수 있다. 연구진은 전선의 위치 변화에 따라 열 스트레스와 전선성 강수가 동시에 나타날 위험이 커지는 양상을 분석했다. 다만 전선의 북상만으로 모든 지역의 폭염·폭우가 증가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피해는 북서태평양고기압의 위치와 강도, 수증기 공급, 대기 순환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방재 체계에도 중요한 과제를 던진다. 여름철 집중호우와 폭염에 맞춰 설계된 대응 체계가 9월 이후에도 충분히 작동할 수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계절별 재난 대응 기간을 고정하기보다 관측과 예측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폭염과 호우가 연이어 발생하는 상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 '여름철 3개월 방재'에서 벗어나야 두 연구의 결과를 종합하면 동아시아의 기후위기는 단순히 여름철 기온이 오르고 비가 많이 내리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폭염과 폭우가 결합하는 시기가 달라지고, 장마전선의 위치가 이동하는 만큼 대응 전략의 재설계가 필요한 상황이다. 우선 방재 기간을 6~8월에 한정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9월 이후에도 폭염과 집중호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기상 관측과 예보를 바탕으로 방재 인력과 시설 운영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폭염 대응과 집중호우 대응을 따로 계획하는 방식도 개선해야 한다. 고온에 노출된 노동자와 취약계층, 침수 위험에 놓인 농경지와 도시 기반시설을 복합재해 관점에서 관리해야 한다. 지역별 대책도 달라져야 한다. 반복적인 재해 노출이 문제인 서해안에서는 예·경보와 상시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단기간에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남동부 내륙에서는 급격한 기상 변화에 대비한 대피·복구 체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위험도와 대책은 지역별 관측자료와 재해 특성을 토대로 검증해야 한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내일날씨] 아침 기온 ‘뚝’ 쌀쌀…경기·강원 북부 오후 비

오는 15일은 전국이 대체로 맑으나 아침 기온이 크게 떨어지면서 낮과 밤의 기온 차가 크겠다. 14알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15일 아침 최저기온은 3~12도, 낮 최고기온은 19~24도로 예보됐다.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아침에는 쌀쌀하겠고, 낮에는 기온이 오르면서 일교차가 15도 안팎까지 벌어지는 곳이 있겠다. 하늘은 전국이 대체로 맑겠으나 수도권과 강원도는 오전부터, 제주도는 오후부터 구름이 많아지겠다. 늦은 오후부터 밤사이에는 경기 북부와 강원 북부 내륙을 중심으로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 예상 강수량은 경기 북부와 서해5도, 강원 북부 내륙에서 각각 5㎜ 미만이다. 기온이 낮은 일부 지역에서는 서리와 얼음에도 유의해야 한다. 강원 내륙·산지와 충북, 남부 내륙을 중심으로 서리가 내리는 곳이 있겠고, 강원 산지에는 얼음이 어는 곳도 있겠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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