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경상권 ‘매우 건조’…대형 산불 위험 커져

당분간 동쪽 지역을 중심으로 대기가 매우 건조한 상태가 이어지면서 대형 산불 발생 위험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산불은 대부분 인재(人災)로 발생하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7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당분간 강원 영동과 경상권을 중심으로 눈·비 소식이 거의 없어 산불 등 각종 화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예보됐다. 오는 9일 밤부터 수도권과 강원 내륙·산지를 중심으로 비 또는 눈이 예보돼 있지만, 강수량은 0.1㎜ 미만의 빗방울이나 0.1㎝ 미만의 눈 날림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산림당국은 지난해 3월 전국 곳곳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대형 산불이 발생했던 점을 감안해 올해도 산불 예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이달 전국 산불 발생 위험도가 '높음' 단계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번달이 최근 30년간 1월 기록 가운데 8번째로 위험한 수준이라고 봤다. 국가산불위험예보시스템 단기 예보를 보면 현재 강원 영동과 경상권을 중심으로 산불위험지수가 '다소 높음' 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기상 상황에 따라 '높음' 단계 지역은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난해 12월 강원 영동과 경상권의 강수량은 평년 대비 35~44% 수준에 그쳤다. 강원 영동은 지난해 12월 24일(0.3㎜), 경상권은 29일(0.2㎜) 이후 뚜렷한 비 소식이 없었다. 실제 올해 들어서도 모두 진화가 완료됐지만 작은 산불이 잇따랐다. 경북 예천과 의성, 대구 동구, 경기 연천, 경북 김천 등에서 소규모 산불이 다섯 차례 발생했다. 모두 큰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건조한 날씨가 이어질 경우 언제든 대형 산불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산림당국은 당분간 산불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감시와 예방 활동을 강화하고 국민들에게도 논·밭두렁 소각과 쓰레기 태우기 등 불법 소각 행위를 삼가 달라고 거듭 당부하고 있다. 원명수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연구과장은 “당분간 강원 영동과 경상권을 중심으로 비 소식이 거의 없는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대형 산불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1월은 산불 발생 가능성이 높은 시기인 만큼 산림 인접 지역에서의 소각 행위나 불씨 취급에 각별히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맞춰 산림청은 산불 대응 체계 강화에 나섰다. 산림청은 기후재난 영향으로 대형·동시다발 산불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고 대구·경북 동해안 지역과 경남·부산·울산 남부권 산불 대응을 전담할 '동해안 국가산불방지센터'와 '남부권 국가산불방지센터'를 지난 6일 정식 출범시켰다. 두 센터는 평상시 산불진화 합동훈련과 전문 인력 교육을 통해 대응 역량을 높이고 산불 발생 시에는 초기 대응을 중심으로 인력·장비·정보를 신속히 연계·지원하는 권역별 핵심 거점 역할을 맡는다. 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자연적 요인에 의한 산불은 전체의 0.3% 내외에 불과하다. 낙뢰 등 자연 발생 산불은 극히 드물며 전체 산불의 99.7%는 인위적 원인으로 발생한다. 국토 면적이 작고 산림과 주거지가 인접해 있어 부주의한 불씨 관리가 곧바로 산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파키스탄의 태양광 붐을 바라보며

불과 몇 년 전까지 파키스탄의 여름은 어둠과 무더위의 계절이었다. 만성적인 전력난으로 하루에도 몇 시간씩 전기가 끊기는 순환 단전이 일상이었고, 섭씨 4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도 선풍기조차 돌리지 못하는 서민들은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최근 파키스탄의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구글 어스로 들여다보면 대도시의 주택과 상가 옥상부터 한적한 농가 지붕까지, 어디서나 반짝이는 태양광 패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튜브가 미디어 권력을 개인에게 넘긴 것처럼, 파키스탄에서 태양광은 전력 생산 권력을 소비자에게 넘겼다. 흥미로운 점은 이 거대한 변화를 이끈 주체가 정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파키스탄 정부는 오히려 거액의 차관을 들여 대규모 화력발전소와 수력발전소를 지어놓고 국민들에게 이 전기를 쓰라고 강요하는 처지다. 그러나 국민들은 비싸고 불안정한 국가의 전기를 거부하고 있다. 중국에서 수입한 태양광 패널 용량이 2022년 3.3GW에서 2024년 17GW로 급증했다. 2025년 상반기의 태양광 패널 수입량은 2024년 전체 수입량에 거의 육박하며, 세계 3위의 태양광 패널 수입국이 되었다. 국가 경제는 위기 상황인데, 국민들은 각자 자기 집 지붕 위에 작은 발전소를 세우며 스스로 에너지 자립에 나서고 있다. 국민 주도형 에너지 혁명이 들불처럼 번진 것이다. 가난한 나라로 치부되던 파키스탄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그 동력은 역설적이게도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다. 러-우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 미국 달러 대비 파키스탄 루피화 가치 하락, 국제통화기금(IMF) 지침에 따른 정부 보조금 종료가 맞물리며 전기 요금이 2021년 이후 150% 이상 급등했다. 여기에 고질적인 정전까지 겹치자, 국민들은 국가가 공급하는 비싸고 불안정한 전기에 의존하는 대신 스스로 전기를 생산하는 길을 택했다. 마침 중국발 태양광 패널 가격 하락이 맞물리며, 태양광은 파키스탄인들에게 가장 저렴한 생존 도구가 되었다. 파키스탄의 사례는 우리에게 몇 가지 시사점을 제공한다. 먼저 가격 신호(Price signal)가 소비자 행동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도구임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정부의 보조금보다 강력한 것은 시장 가격의 힘이다. 우리도 전력 시장의 가격 구조를 유연화하여 재생에너지 보급의 자생적 동력을 키워야 한다. 이를 미루는 것은 미래 세대에게 청구서를 떠넘기는 일이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 취약계층의 주거지 태양광 설치나 기업의 에너지 효율화 지원과 같은 정교한 연착륙 전략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파키스탄의 태양광 붐을 통해 분산형 전원의 강력한 잠재력도 확인할 수 있다. 파키스탄은 주택과 공장 지붕 등 수요지 인근에 설치한 소규모 태양광들이 전력난을 해소하는 실질적 해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송전망 건설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면서도 탄소중립에 다가갈 수 있는 분산형 전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전력망의 안정성과 지능화도 필요하다. 파키스탄은 태양광 발전이 국가 전체 전력의 약 25%를 담당하며 석탄, 가스보다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로 인해 낮 시간대 전력망 수요가 '0' 이하로 떨어지는 현상을 겪고 있다. 개인이 생산한 전기는 넘쳐나는데, 전력 시스템은 이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역시 이미 제주도와 호남 지역에서 출력 제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태양광을 늘리는 동시에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확충하고 전력망을 지능화하는 등 전력 시스템의 현대화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책의 일관성과 정교한 제도 설계의 중요성이다. 최근 파키스탄 정부는 세수 확보를 위해 수입 태양광 패널에 세금을 부과하거나 넷미터링(남는 태양광 전기를 되파는 제도) 혜택을 줄이려다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한 번 불붙은 민간의 수요를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로 꺾으려 할 때 어떤 혼란이 오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정교한 제도 설계와 흔들리지 않는 정책 일관성을 유지해야만 기업과 가계가 안심하고 장기적인 투자를 결심할 수 있다. 박성우

[환경포커스] 양쯔강에서만 연 5200조개 미세플라스틱 유출…“해결하려면 한·중·일 협력해야”

한반도 주변 바다가 육상과 해상을 통해 유입되는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해 심각하게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잇따라 발표된 국내외 연구 결과는 이 문제가 단순한 국내 연안 관리 차원을 넘어, 동북아시아 전체가 구조적으로 맞물린 해양 환경 위기를 맞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하천을 통한 대규모 육상 유입과 양식·어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해상 유입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오염의 규모와 양상이 점점 복잡해지는 것으로 평가됐다. ◇국내 연안 부유 쓰레기, 10개 중 9개가 플라스틱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위해성분석센터 심원준 박사 연구팀은 지난달 국제학술지 '환경 오염(Environmental Pollution)'에 발표한 논문에서 국내 연안의 부유 쓰레기 평균 밀도를 ㎢당 181개로 추산했다. 연구팀은 파도와 기포의 간섭이 적은 뱃머리 쪽에서 육안과 망원경을 사용해 선박의 항로 상에서 정해진 유효 관측 폭(선박 높이에 따라 10~50m) 내에 존재하는 쓰레기를 식별하고 그 유형과 크기·색상 등을 기록했다. 눈에 보이는 쓰레기 가운데 플라스틱 쓰레기의 비중이 92%를 차지해 해양 부유 쓰레기 문제의 실체가 사실상 플라스틱 오염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역별로는 서해의 오염 밀도가 ㎢당 251개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서해가 대규모 강 하구와 인접해 있고, 조차가 크며, 연안 양식과 항만 활동이 집중된 지리적 특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서해의 경우 해안에서는 ㎢ 당 244개가 관찰됐고, 먼바다에서도 256개나 관찰됐다. 반면 동해는 상대적으로 하천 유입이 적고 수심이 깊어 평균 밀도가 ㎢당 81개로 낮았지만, 완전히 안전한 해역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남해는 206개였다. ◇강 하구와 양식장, 유입의 두 축 플라스틱 쓰레기의 주요 유입 경로는 크게 강 하구를 통한 육상 기원과, 양식·어업 활동을 통한 해상 기원으로 나뉜다. 육상 기원의 경우 한강·금강·영산강 등 국내 주요 하천뿐 아니라, 중국 양쯔강(장강)과 같은 초대형 하천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수자원수력과학연구원 소속 연구팀이 지난달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양쯔강에서만 매년 약 5200조(兆)개에 이르는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바다로 유입된다. 미세플라스틱은 크기가 5㎜보다 작은 플라스틱을 말한다. 이를 무게로 환산하면 약 9200톤에 이르는데, 단일 하천(강)임에도 전 지구적 해양 플라스틱 순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다. 이러한 미세플라스틱과 대형 플라스틱이 서해에 유입되면 해류를 타고 한반도 연안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해상 기원 오염은 남해에서 두드러진다. 국내 양식장의 약 46%가 남해 연안에 집중돼 있는데,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발포 폴리스티렌(EPS) 부표와 각종 어구가 주요 오염원으로 지목된다. 파손되거나 방치된 부표는 쉽게 잘게 부서져 중·소형 플라스틱 조각과 미세플라스틱으로 전환된다. ◇플라스틱 '작을수록 더 위험' KIOST 연구팀 논문에 따르면, 부유 플라스틱 가운데 크기가 2.5~20㎝ 범위의 중형 조각이 전체의 72%를 차지했다. 색상은 백색이 59%로 가장 많았으며, 이는 EPS 부표와 포장재 파편의 영향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재질별로는 스티로폼 파편이 27%, 필름형 플라스틱이 16%를 차지했다. 중국 시안교통대학교 연구팀이 이달 초 '해양 과학 프런티어즈 (Frontiers in Marine 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동아시아 해역에서 미세플라스틱의 경우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300㎛(마이크로미터) 미만의 작은 입자들이 다량 검출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소형 미세플라스틱이 표면적 대비 부피 비율이 커 유해 화학물질을 흡착하기 쉽고, 생물체에 섭취될 가능성도 높아 생태계 위험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플라스틱의 분포와 밀도는 수문학적 요인과 기상 조건에 크게 좌우된다. 강우량이 많은 시기에는 하천 유량이 증가하면서 육상에 축적돼 있던 플라스틱이 한꺼번에 바다로 유입되고, 해류를 따라 더 먼 해역까지 확산된다. 실제로 2022년 9월 태풍 '힌남노'가 통과한 직후 실시한 KOIST 조사에서는 연안 부유 쓰레기 밀도가 평상시 대비 수십 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극한 기상 현상이 앞으로 기후변화로 인해 더 잦아질 경우, 해양 플라스틱 오염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생태계는 물론 사람도 피해 이들 논문에서는 플라스틱 오염이 해양 생태계 전반에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피해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플랑크톤과 조개류, 작은 물고기 등이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면 물리적 장(腸) 폐쇄, 섭식 효율 저하, 성장 및 생식 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플라스틱은 잔류성 유기오염물질(POPs)과 중금속을 흡착·운반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먹이사슬을 통해 생물 농축이 일어나 인간을 포함한 상위 포식자에게까지 독성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해양 생물이 대형 플라스틱 쓰레기에 얽히는 사고와 어구 손실 등은 어업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나아가 관광·양식업 피해까지 포함하면 경제적 손실 규모는 연간 수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경 넘는 문제, 책임도 넘어야 한다" 동북아 해양에서 중국의 플라스틱 쓰레기는 한반도로, 한반도 플라스틱 쓰레기는 일본 해안으로 떠내려간다는 말이 있다. 논문에서 전문가들은 한반도 주변 해역의 플라스틱 문제를 국경을 초월한 복합 환경 위기로 규정했다. 개별 국가의 수거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과학적 감시와 정책적 대응, 국제적 책임 분담이 동시에 작동해야 실질적인 개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중국 시안교통대 연구팀은 논문에서 한·중·일 3국 간 해양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사법 협력 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화학적 지문 분석과 해양 표류 모델링을 결합해 국가별 오염 기여도를 산출하고, 이를 토대로 '시장 점유율 책임(market-share liability)' 원칙을 적용해 비례적 책임을 묻는 방안을 제시했다. KIOST 연구팀도 과학적 추적과 책임 논의와 함께, 집중호우 시 강 하구 차단·수거 시설 운영, 친환경 부표 보급 확대 등 현장 중심의 예방·대응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해양 플라스틱 문제 해결은 국가 내 관리 강화로 플라스틱 쓰레기의 해양 유입을 예방하는 '씨줄'과 바다로 들어온 플라스틱 쓰레기는 국가 간 책임 공유를 통해 해결하는 '날줄'이 서로 잘 짜여야 한다는 얘기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韓·中, ‘환경·기후 협력 양해각서’ 개정…기후변화·순환경제로 확대

우리나라와 중국이 대기오염 극복을 넘어 기후변화 대응과 순환경제 구축을 위해 협력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7차 한중 환경장관회의에 김성환 장관이 참석해, 중국의 황룬치우(黄润秋) 생태환경부 장관과 함께 '한중 환경 및 기후 협력 양해각서(개정안)'에 서명했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대기와 해양을 공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철새와 같은 이동성 야생동물도 함께 보호하고 있다. 최근 기후위기와 순환경제 등 전 세계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가 커지면서 양국 간 협력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번 개정은 지난 2014년 개정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에는 중국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개정되었다면 이번에는 우리나라 정상의 방중을 계기로 협력 범위와 체계를 정비했다. 이번 개정을 통해 양국은 그동안 미세먼지와 황사 등 대기문제에 집중해오던 협력을 기후변화, 순환경제, 자연보전 등 환경 전반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기존 대기 분야 협력 계획인 '청천(晴天) 계획'을 포함해 환경·기후 분야별 협력 계획도 단계적으로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환경·기후 분야 최상위 협의체인 한중 환경장관회의의 연례 개최를 명시하고 국장급 정책대화와 한중 환경협력센터의 역할을 함께 규정했다. 이를 통해 협력 계획이 논의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양국 환경장관은 양해각서의 구체적인 이행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기존 대기오염 중심 협력에서 나아가, 대기오염과 기후변화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을 대상으로 공동연구를 추진하는 등 협력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또한 이러한 협력 성과를 대기질 개선이 시급한 다른 국가들과 공유해 한중 환경협력의 성과를 함께 확산해 나가기로 했다. 김 장관은 이날 국가임업초원국 청사(중국 베이징)에서 중국의 류궈훙(刘国洪) 국가임업초원국(국가공원관리국) 국장과 양자면담을 갖고 '국립공원 관리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에 따라 향후 중국 황하 삼각주 자연보호구와 우리나라 국립공원 간 자매공원 체결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국립공원을 활용한 생태관광 등 보호지역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해서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양국은 판다 협력의 성과를 돌아보고 향후 협력을 심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2025년은 역대 두번째로 더운 해, 해수면 온도도 급상승

지난해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은 2024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6일 기상청이 발표한 2025년 기후 특성을 보면 지난해 연평균 기온은 13.7도(℃)로 재작년(14.5도)에 이어 기상 관측망이 전국에 확충돼 각종 기상 기록의 기준이 되는 1973년 이후 두 번째로 높았다. 지난해 2월과 5월을 제외한 10개월은 월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높았다. 특히 6월과 10월은 월평균 기온이 해당 월 기준 역대 1위였고 7∼9월은 2위였다. 여름(6∼8월)과 가을(9∼11월) 평균 기온은 각각 25.7도와 16.1도로 역대 1위와 2위에 해당했다. 태평양고기압이 평년보다 빠르게 확장하면서 6월 중반부터 폭염과 열대야가 발생해 이른 더위가 시작됐다. 이후 10월까지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이 이어지며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유입돼 높은 기온이 지속됐다. 지난해 전국 폭염일(일 최고기온 33도 이상인 날)은 평년(11.0일)보다 2.7배 많은 29.7일이었고 열대야일(밤 최저기온 25도 이상인 날)은 평년(6.6일)보다 2.5배 많은 16.4일이었다. 각각 1973년 이후 세 번째와 네 번째로 많았다. 지난해 7월 26일에는 관측 지점 해발고도가 772m인 대관령의 기온이 33.1도까지 올라 대관령에서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71년 이래 처음으로 폭염이 기록됐다. 강원 강릉과 전북 전주 등 20개 관측 지점에서는 폭염일 신기록이 세워졌다. 서울의 여름철 열대야일은 총 46일로 역대 가장 많았다. 대전·광주·부산 등 21개 지점에서는 역대 가장 이르게 열대야가 나타났고 제주 서귀포에서는 10월 13일 역대 가장 늦은 열대야가 관측됐다.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연평균 해수면 온도는 지난해 17.7도로 재작년(18.6도)에 이어 최근 10년 중 두 번째로 높았다. 특히 가을 해수면 온도는 22.7도로 최근 10년 평균보다 1.4도 높아 차이가 가장 컸다. 이는 여름에 북태평양고기압이 예년보다 일찍 확장해 해수면 온도가 크게 오른 데다 가을 들어 따뜻한 해류가 평년보다 많이 유입된 영향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연강수량은 1325.6mm로 평년(1331.7mm)과 비슷했다. 강수일수도 109.0일로 평년(105.6일)과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장마 기간이 극히 짧았고 통상 비가 적게 내리는 가을에 강수가 잦았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혔다. 남부지방과 제주의 경우 지난해 장마 기간이 각각 13일과 15일로 역대 두 번째로 짧았다. 장마가 짧은 대신 7월 중순과 8월 전반부에는 '폭염 뒤 폭우, 폭우 뒤 폭염'이 반복되는 양상이 나타나며 극한 호우가 쏟아졌다. 7∼9월에는 15개 관측 지점에서 시간당 100mm 이상의 강수가 관측됐다. 9월과 10월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고온다습한 공기를 지속적으로 유입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대기 상층으로 북서쪽에서 차고 건조한 기압골이 반복적으로 내려오며 이틀에 한 번꼴로 비가 내렸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2025년은 연평균기온 역대 2위, 짧은 장마철과 6월의 이른 폭염, 여름철 폭염과 호우 반복, 가뭄·산불 심화 등 이례적인 기후현상을 빈번하게 체감한 해였다"라며“기상청은 기후위기 시대에 급변하는 기후변화 현황을 면밀히 감시·분석하고 방재 기관과 긴밀하게 협력해 기상재해로부터 국민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후테크] CO₂를 바닷물에 녹여 처리하는 방법은 적용 가능할까

기후위기라는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는 인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 산업 공정 전환, 에너지 효율 개선 등 다양한 해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대기 중에 쌓이고 있는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CO₂)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그래서 과학기술자들은 CO₂를 바다에 녹여 없애는 방법을 생각해왔다. 지구 표면의 약 70%를 차지하는 바다는 인류가 배출하는 CO₂의 약 4분의 1을 지금도 자연적으로 흡수하고 있는데, 이런 바다의 역할을 인위적으로 강화하자는 연구다. '해양 탄소 제거(marine carbon dioxide removal, mCDR)', 즉 바다를 활용해 CO₂를 흡수·저장하겠다는 구상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그렇다면 바다의 CO₂ 흡수 능력을 인위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과연 현실적인 선택일까. 지난해 발표된 네 편의 주요 연구는 해양 탄소 제거의 가능성과 동시에,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위험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 거품 속에서 드러난 바다의 숨은 흡수 능력 우선 바다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은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해 온 것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눈길을 끈다. 독일 헬름홀츠 해양연구소(GEOMAR) 연구팀은 지난해 11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논문에서 파도가 부서질 때 형성되는 해수 거품이 이산화탄소를 바닷속으로 밀어 넣는 과정을 정밀 관측한 결과를 소개했다. 연구팀은 이를 '비대칭적 가스 전달(asymmetric gas transfer)' 현상으로 규정했다. 파도에 의해 생성된 미세한 거품이 수압과 함께 붕괴되면서, 이산화탄소가 대기보다 바닷속으로 더 효과적으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전(全) 지구 규모로 환산한 결과, 기존 해양 탄소 흡수 추정치는 연간 약 3억~4억 탄소톤(CO₂로는 약 11억~15억 톤) 정도 과소평가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는 전체 해양 흡수량의 약 15%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연구는 바다가 이미 상당한 '자연 탄소 저장고' 역할을 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는 것인 동시에 해양 탄소 제거 기술에 대한 과학적 기대를 높이는 근거로 활용될 전망이다. ◇연안에서 알칼리도를 높여 탄소를 잡다 자연적 흡수 능력뿐 아니라, 인위적으로 바다의 화학적 성질을 바꿔 이산화탄소 흡수를 늘릴 수 있는지를 실험적으로 검증한 연구도 등장했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 연구팀은 지난달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을 통해 연구팀은 호주 타스마니아 연안에서 수행한 '해양 알칼리도 증진(ocean alkalinity enhancement, OAE)' 현장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연안 인근 해역에 소량의 수산화나트륨(NaOH, 가성소다)을 지속적으로 투입해 바닷물의 알칼리도를 높였다. 그 결과, 실험 해역의 이산화탄소 분압(pCO₂, 이산화탄소만의 기압)이 최대 370마이크로기압(µatm, 1µatm=100만분의 1기압)까지 감소하는 현상이 관측됐다. pCO₂은 공기 전체 압력 중 이산화탄소가 차지하는 몫의 기압을 의미한다. 실험 해역에서 pCO₂가 370 µatm으로 낮아졌다는 것은 지구 전체 평균인 약 420 µatm에서 12% 감소한 것에 해당한다. 이는 바닷물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흡수할 수 있는 화학적 조건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특히 이 연구의 의미는 실험실이 아닌 실제 연안 환경에서 효과를 검증했고, 하수처리시설이나 기존 연안 인프라와 결합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 있다. 연구진은 이 방식을 재생에너지와 결합할 경우, 비교적 비용 효율적인 탄소 제거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숨겨진 비용, 바닷속 산소 고갈의 위험 그러나 해양 탄소 제거가 언제나 '친환경적'인 것은 아니다. 독일 헬름홀츠 해양연구소 연구팀은 지난해 6월 '환경 연구 회보(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해양 탄소 제거가 해양 산소 농도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철분 살포를 통해 플랑크톤 생장을 촉진하거나, 대규모 해조류를 재배해 바다 깊은 곳으로 가라앉히는 이른바 '생물학적 해양 탄소 제거' 방식에 주목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이러한 방식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효과보다 유기물 분해 과정에서 소비되는 산소량이 훨씬 더 클 수 있으며, 그 손실 규모는 온난화 완화로 얻을 수 있는 산소 회복 효과의 4배에서 최대 40배에 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양 저산소화, 이른바 '데드 존(dead zone)'을 확대해 어류와 저서생물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을 시사한다. 반면, 알칼리도 증진과 같은 지화학적 방식은 산소 소모가 거의 없거나, 장기적으로는 기후 완화를 통해 산소 감소를 완화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CO₂ 1톤을 제거하기 위해 1톤 이상의 NaOH가 필요하고, 이를 대규모로 적용할 경우에는 화학물질 생산과 에너지 소비, 해양 생태계 교란 문제가 동시에 제기될 수 있다. 더욱이 NaOH는 강한 부식성·독성 물질이어서 연안 정체 수역에서 투입될 경우 일종의 해양오염이 될 수밖에 없고, 국지적인 생물 폐사 가능성도 있다. ◇알칼리 물질 투입으로 해양산성화 문제 해결하긴 어려워 일부에서는 해양 알칼리도 증진이 해양산성화 피해를 줄이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해양산성화는 공기 중의 CO₂가 바닷물에 녹아들면서 발생하고, 그 결과 pH 값이 낮아진다. 미국 하와이대 마노아 캠퍼스와 독일 헬름홀츠 해양연구소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진은 지난달 말 '해양과학 프런티어(Frontiers in Marine Science)'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해양 알칼리도 증진으로 해수의 평균 pH 값을 높일 수는 있지만, 해양 산성화가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근본적으로 상쇄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알칼리 물질 투입으로 인해 국지적으로 pH 변동성이 커질 경우, 플랑크톤과 저서생물 등 해양 생물이 오히려 추가적인 생리적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산성화는 단순한 pH 저하가 아니라 이산화탄소 분압 증가와 탄산계 화학 구조 변화, 생물 대사 교란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현상인데, 알칼리도 증진은 이 가운데 일부 화학적 지표만 개선하는 데 그친다는 것이다. 논문은 이러한 이유로 알칼리도 증진을 해양 산성화 대응과 탄소 제거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이중 해법'으로 간주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과도한 기대라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해양 알칼리도 증진이 적용된다 하더라도, 엄격한 생태계 모니터링과 제한적 규모에서만 보조적 수단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근본적인 해법은 될 수 없을 듯 앞에서 살펴본 네 편의 논문을 종합하면, 해양 탄소 제거는 분명 기후위기 대응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알칼리도 증진과 같은 일부 지화학적 접근은 과학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입증되는 단계에 들어섰다. 그러나 동시에 한계도 분명하다. 첫째, 생물학적 방식은 해양 생태계의 핵심인 산소를 고갈시킬 위험이 크며, 이는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환경 위기를 초래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지화학적 방식 역시 알칼리 물질의 생산·운송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와 비용이 들며, 화석연료 기반일 경우 오히려 순배출을 늘릴 가능성도 있다. 셋째, 무엇보다 바다는 무한한 실험장이 아니며, 대규모 개입의 장기적 영향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결론적으로, 인류가 CO₂를 바다에 녹여 처리하는 방식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해양 탄소 제거는 어디까지나 배출 감축을 전제로 한 보조적 수단이어야 하며, 화석연료 사용을 지속한 채 바다에 부담을 전가하는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기후위기 대응의 중심은 여전히 '덜 배출하는 사회로의 전환'에 있어야 한다는 점을, 이들 연구는 오히려 더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비 오는 날 승용차 이용 늘면 온실가스 배출도 덩달아 늘어난다

기후 변화로 인해 국지성 호우와 집중 강우가 일상화되는 가운데 비가 다시 온실가스 배출을 부추길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가 오면 전체적으로 시민들의 외출이 줄어들지만, 대중교통 대신 승용차를 선택하는 비율이 일정 수준보다 높아진다면 오히려 도시 전체의 탄소 배출 효율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 오는 날 시민들의 이동 방식이 도시의 온실가스 배출 구조를 흔드는 셈이다. 부산대 도시공학과 황진욱 교수팀이 최근 국제학술지 '종합 환경 과학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같은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연구팀은 2024년 한 해 동안 부산광역시의 대표적인 도심 지역인 부산진구와 해운대구를 대상으로, 강수량 변화가 교통수단별 이용량과 온실가스 배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정밀 분석했다. 이 연구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주택연구원의 장진혁 연구원 등도 참여했다. ◇비가 오면 통행량은 줄지만, 1인당 탄소 배출은 증가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강수량이 늘어날수록 도시 전체의 통행량은 뚜렷이 감소했다. 비 오는 날에는 외출과 이동 자체를 줄이는 시민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면 이는 교통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긍정적인 효과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교통수단별 '날씨 민감도'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강수량이 1% 증가할 때, 버스 이용은 평균 3.4%, 지하철 이용은 2.7% 감소한 반면, 승용차 이용은 1.3% 감소하는 데 그쳤다. 즉, 비가 오면 대중교통 이용은 크게 위축되지만, 승용차 이용은 상대적으로 잘 줄지 않는 구조가 확인된 것이다. 이 차이는 온실가스 배출 측면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연구에 따르면, 한 사람이 1㎞를 이동할 때의 탄소 배출강도(1PKM)는 승용차 이용시 132.80g이었다. 이는 버스 이용시 30.69g, 지하철 이용시 31.38g보다 4배 이상 높았다. 연구팀이 시뮬레이션한 결과, 비로 인해 줄어든 대중교통 이용자 가운데 약 10~12%만 승용차로 이동 수단을 바꿀 경우 전체 통행량 감소로 얻은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완전히 상쇄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총 배출량이 오히려 증가하는 '탄소 배출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비가 오는 날 대중교통 이용자가 줄고 승용차 비중이 높아질수록, 도시 교통 시스템의 평균 탄소 효율은 빠르게 악화되는 셈이다. 승용차를 이용할 때 1인당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이 버스나 지하철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탓이다. ◇“집에서 정류장까지"의 불편함이 만든 선택 비 오는 날 시민들이 승용차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도로 혼잡 그 자체가 아니라,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전 단계에서의 불편함이다. 집에서 정류장이나 역까지 이동하는 과정, 그리고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비에 노출되는 경험, 젖은 우산을 들고 승차하는 불편 등이 대중교통 이용을 꺼리게 만든다. 승용차는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비를 거의 맞지 않는 '도어 투 도어(Door-to-door)' 이동이 가능하지만, 대중교통은 접근 단계와 대기 단계에서 날씨 영향을 직접 받는다는 것이다. 특히 정류장에 비 가림 시설이 부족하거나, 환승 동선이 길고 비에 노출돼 있을수록 이러한 기피 현상은 더욱 뚜렷해진다. 비 오는 날 도로가 더 막히는 것처럼 느껴지는 현상 역시 단순히 차량 수 증가 때문만은 아니다. 빗길에서는 시야가 제한되고, 노면 마찰이 줄면 운전자들이 미끄러짐 사고 위험을 피하기 위한 감속 운전이 반복된다. 이로 인해 차량 주행 속도가 낮아지고, 교통 흐름의 효율이 떨어진다. 결국 차량이 같은 거리를 이동하더라도 더 많은 연료가 소모되면서 온실가스 배출은 늘어난다. ◇'기후 적응형 교통 체계' 없이는 탄소 중립도 흔들린다 이번 연구는 날씨 변화에 따른 사람들의 행동 변화가 교통 부문의 탄소 배출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가 단순한 교통 이용 변화가 아니라, 기후변화 시대의 새로운 정책 과제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비가 잦아지는 미래 기후 조건에서는, 대중교통 이용 감소를 전제로 한 기존의 탄소 감축 전략이 오히려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후 적응형 교통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우선, 버스 정류장과 보행 접근로에 비 가림막과 스마트 쉘터를 확충해, 집에서 정류장까지 이동하는 과정의 불편함을 최소화해야 한다. 단순한 시설 개선이지만, 대중교통 선택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또한 비나 폭우로 인한 지연 상황을 실시간으로 안내하는 정보 제공 체계를 강화해,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불확실한 수단'으로 인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예측 가능성과 신뢰도는 악천후 상황에서 더욱 중요한 요소다. 중장기적으로는 수요응답형 교통수단(DRT)이나 소규모 셔틀, 공유 모빌리티를 대중교통의 보완 수단으로 적극 활용해, 승용차로의 급격한 쏠림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DRT는 이용 수요에 따라 노선·정차지점·운행시간이 유연하게 바뀌는 교통 서비스, '필요할 때 호출하면 움직이는 대중교통'을 말한다. 아울러 주거지와 생활 시설, 교통 거점 간 거리를 줄이는 콤팩트 시티 구조는 날씨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저탄소 이동을 가능하게 한다. 연구팀은 “기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교통 시스템은, 비가 오는 날마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구조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서 “기후 적응과 탄소 감축을 동시에 고려한 교통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 신호등] 온난화에도 한파는 여전히 기승…북극진동 ‘심술’ 탓

해가 갈수록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가운데, 역설적으로 겨울철 한반도와 북미 등 중위도 지역은 기록적인 한파가 닥친다는 뉴스도 반복되고 있다. '지구가 뜨거워지는데 왜 더 추워지는가'라는 질문은 이제 대중적 의문을 넘어 기후과학 분야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최근 잇따라 발표된 학술 연구들은 이 현상이 단순한 우연이나 일시적 변동이 아니라, 지구 온난화로 촉발된 북극 환경 변화와 대기 순환 구조의 왜곡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임을 보여준다. 최신 연구 성과를 토대로 이른바 '온난화의 역설'이 발생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그 영향이 한반도에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무너진 공기의 장벽, 제트기류와 극소용돌이의 사행 겨울철 중위도 지역의 한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트기류(jet stream)와 극소용돌이(polar vortex)라는 두 가지 개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통상적으로 북극의 찬 공기는 북반구 중위도를 둘러싸며 강하게 흐르는 서풍대 제트기류에 갇혀 있어 남쪽으로 쉽게 내려오지 않는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북극의 기온이 중위도보다 훨씬 빠르게 상승하는 '북극 증폭(Arctic amplification)' 현상이 나타나면서 이 공기의 장벽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미국 다트머스대학교 지구과학과 연구팀이 지난 6월 'AGU 어드밴스(AGU Advance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제트기류의 굴곡 정도, 즉 사행(蛇行, waviness)은 겨울철 기온 변동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연구팀은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해 1901년부터 2023년까지 120년이 넘는 제트기류 변화를 분석한 결과, 제트기류가 직선적인 흐름을 잃고 뱀처럼 구불구불해질수록 북극의 한기가 중위도로 깊숙이 침투한다는 사실을 정량적으로 확인했다. 특히 20세기 중반 미국 동남부에서 관측된 이상 저온 현상인 '워밍 홀(warming hole)'의 약 3분의 2가 제트기류 사행 증가라는 역학적 요인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는 평균 기온이 상승하는 상황에서도 대기 순환의 변화에 따라 특정 지역에서는 오히려 혹독한 한파가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제트기류가 느려지는 것은 북극진동 탓 제트기류가 느려지고 사행하는 배경에는 북극진동이 있다. 북극진동은 북극과 중위도 사이의 기압 차이가 주기적으로 커졌다, 작아지기를 반복하는 현상을 말한다. 북극과 중위도 지방의 기압 차이가 줄었을 때는 북극진동 지수가 음수(-)로, 기압 차이가 벌어졌을 때는 북극진동 지수가 양수(+)로 표시된다. 북극의 기온이 상승하면 북극 고기압이 약해지고, 북극과 중위도 지방의 기압 차이가 줄어든다. 온도 차이 혹은 기압 차이가 줄어들면 북극 주변을 도는 제트기류가 약해진다. 북극이 온난화됐다 해도 그래도 북극이다. 기압이 변화하는 북극진동이 생기고, 제트기류가 출렁일 때 북극의 한기가 남하한다. 영하 40~50℃의 찬 공기가 허물어진 담벼락을 넘어 중위도 지방 상공으로 밀려 내려오는 것이다. 제트기류가 북반구의 어느 지역에서 남쪽으로 처지느냐에 따라 유럽이나 동아시아, 북미 등에서 번갈아 가며 혹한이 나타난다. 반대로 제트기류가 처지지 않은 구역에 들면 따뜻한 겨울이 나타날 수 있다. ◇고무줄처럼 늘어난 극소용돌이, 한반도를 덮치다 겨울이면 한반도를 강타하는 한파 역시 극소용돌이의 형태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부경대학교 김백민 교수와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제임스 오버랜드(James Overland) 박사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지난 9월 '플로스 기후(PLOS Climate)'에 발표한 논문에서, 2025년 초 북미와 동아시아를 동시에 강타한 한파의 주요 원인으로 '늘어난 극소용돌이(stretched polar vortex)' 패턴을 지목했다. 연구에 따르면, 성층권 하부에 위치한 극소용돌이는 통상 북극을 중심으로 비교적 원형을 유지하며 회전하지만, 이 시기에는 북미에서 동아시아에 이르기까지 타원형으로 길게 늘어나는 비정상적인 구조가 관측됐다. 마치 고무줄이 한쪽으로 잡아당겨진 듯 늘어난 소용돌이의 끝자락이 한반도 상공에 걸리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직접적으로 남하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2월 초 서울은 6일 연속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며, 39년 만에 가장 긴 한파 기록을 세웠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성층권(약 100mb)과 대류권 중층(약 500mb)의 기압 배치가 마치 하나의 덩어리처럼 연동되는 '순압 구조(barotropic structure)'가 형성되었고, 이로 인해 북극 한기가 지표면까지 빠르고 강력하게 전달됐다고 분석했다. mb(밀리바)는 공기의 무게를 나타내는 기압 단위이며, 숫자가 작을수록 고도가 높음을 의미한다. 500mb는 지상에서 약 5~6km 상공을, 100mb는 지상에서 약 15~16km 상공을 가리킨다. 순압 구조란 '위아래 대기층이 따로 움직이지 않고 한 덩어리처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상태'를 말한다. 이로 인해 위쪽 대기(성층권)에서 형성된 북극의 차가운 공기 흐름이 중간층과 지표까지 막힘 없이 한 번에 전달됐다는 것이다. ◇ 해수면 상승이 내륙 한파를 부르는 새로운 메커니즘 해수면 상승이 해안 침수나 염해 문제를 넘어, 중위도 내륙의 겨울 기후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연구도 발표됐다. 중국 베이징대학교 연구팀은 지난 9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한 논문에서, 지구 평균 해수면 상승(GMSL rise)이 동아시아의 극한 한파를 강화하는 메커니즘을 수치 실험을 통해 규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해수면이 상승할수록 북태평양 해역의 온난화가 심화되고, 이로 인해 대기 중 로스비 파동(Rossby waves)이 더욱 활성화된다. 이러한 파동은 유라시아 대륙 상공에 고기압이 장기간 정체되는 '블로킹(blocking)' 현상을 유도하며, 그 결과 서풍 제트기류의 흐름이 약화된다. 제트기류가 느슨해지면 북극의 찬 공기가 동아시아로 내려오는 통로가 열리게 된다. 특히 연구팀은 해수면 상승 폭이 0.625m를 넘는 시점부터 동아시아 지역의 극한 한파 빈도와 강도가 급격히 증가하는 임계점을 제시하며, 해안 국가뿐 아니라 내륙 국가들 역시 해수면 상승에 따른 기상 재해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경고했다. ◇ 과거 570만 년의 기록이 말하는 제트기류의 경고 제트기류 변화가 초래할 미래의 모습은 과거 지구의 기록에서도 확인된다. 중국과학원 연구팀은 최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연구에서 중국 북부 지역의 퇴적물 코어를 분석해 지난 570만 년 동안의 수문·기후 변화를 복원했다. 그 결과 플라이오세(Pliocene, 약 533만년 전~약 258만년 전까지 275만년 동안 지속된 지질 시대)에 속하는 약 300만 년 전 북극이 현재보다 훨씬 따뜻했던 시기에는 제트기류의 사행이 지금보다 훨씬 심했음이 드러났다. 제트기류가 크게 요동치면서 중위도 지역에서는 극심한 가뭄과 홍수, 그리고 예측하기 어려운 한파가 훨씬 빈번하게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는 향후 온난화가 심화되고 북극 증폭이 강화될 경우, 제트기류의 불안정성이 더욱 커져 한반도를 포함한 중위도 지역에서 극단적 기상 이변이 일상화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강력한 증거로 해석된다. ◇ 한반도의 특수성: 서울의 기온 변동성 심화 한반도는 이러한 대기 역학 변화에 특히 민감한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수십 년간 한반도의 겨울철 평균 기온은 전반적으로 상승해 왔지만, 1월 최저기온의 평균값은 50년 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거나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더 낮아지는 경향이 관측된다. 이는 겨울 전체로 보면 따뜻해졌지만, 북극발 한파가 한 번 유입될 때의 강도는 과거보다 더욱 매서워졌다는 의미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윤진호 교수팀 역시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따뜻한 북극, 추운 대륙(Warm Arctic–Cold Continent, WACC)' 패턴이 더욱 불안정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형태로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북극해 해빙이 줄어들면서 방출된 열이 대기 순환을 교란하고, 그 영향이 수주 후 한반도의 한파로 이어지는 '기후 원격상관(climate teleconnection)' 과정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윤 교수팀 논문은 지난해 3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자매지인 '기후와 대기과학(npj Climate and Atmospheric Science)'에 실렸다. 최근 경북대학교 해양과학연구소 박종진 교수팀은 '원격 탐사(Remote Sensing)'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북극진동이 한파를 초래하는 또 다른 메커니즘을 소개했다. 북극진동이 만든 겨울철 대기 변동이 동해 표층 수온에 '기억'으로 저장되고, 그 기억이 한반도 겨울 한파를 증폭·지속시키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 변화는 단선적이지 않다 지구 온난화 속에서도 한파가 잦아지는 이유는, 지구 시스템이 축적된 에너지를 불균형하게 해소하는 과정에서 대기 순환이 왜곡되기 때문이다. 북극이 따뜻해지면서 찬 공기를 가두던 제트기류라는 '장벽'이 약화되고, 해수면 상승은 공기의 흐름을 막는 블로킹 현상을 강화하며, 늘어난 극소용돌이는 마치 표적을 조준하듯 한반도에 한기를 쏟아붓는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성미경 박사와 연세대학교 안순일 교수 연구팀이 2023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연구 역시 대서양과 태평양의 해양 전선대에 축적된 열이 대기 파동 반응을 유발해 동아시아 한파를 조절하는 일종의 '온도 조절기' 역할을 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는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한파가 단순한 일시적 이상 기상이 아니라, 전 지구적 해양·대기 변화가 맞물린 결과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기후 변화는 기온이 일정하게 상승하는 직선적 과정이 아니다. 오히려 빠르게 회전하던 팽이가 멈추기 직전 크게 비틀거리듯, 북극 온난화가 임계점을 넘어서면서 대기 순환이라는 팽이 역시 불안정하게 흔들리고 있다. 그 비틀거림이 우리에게는 극한 한파라는 형태로 체감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평균 기온 상승에만 초점을 맞춘 대응이 아니라, 변동성의 심화와 예측 불가능한 극한 기상에 대비한 보다 정교한 사회·기반시설 차원의 대응 전략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신년 인터뷰] 홍종호 교수 “탄소세 왜 유럽에 내나…국내서 부담하고 돈 돌게 만들어야”

“우리나라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대응에 너무 수세적이다. EU에 인증서 비용을 내느니 국내에서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부담하는 게 낫다. 그 돈이 국내에 돌 수 있어서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교수(국회의장 직속 기후위기비상자문위원회 위원장)는 지난달 23일 에너지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의 CBAM 대응 전략에 대해 이같은 의견을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새해를 앞두고 우원식 국회의장 인터뷰와 함께 우 의장의 기후위기비상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CBAM은 일종의 탄소세이다. EU가 정한 6개 품목(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에 대해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에 따라 EU의 배출권거래제(EU ETS) 가격만큼 비용을 지출해 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 홍 교수는 올해 본격 도입되는 CBAM에 앞서 배출권 가격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은 CBAM을 통해 자국의 배출권 가격과 해외 국가들의 배출권 가격을 조정하려 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가 유럽 수준에 맞는 배출권 가격을 유지하면 EU에 세금을 내지 않고도 CBAM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홍 교수는 최근 기후위기가 전 세계적인 식량 안보 문제를 촉발하며 물리적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지난 10월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부문을 떼어내 환경부와 통합한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에 대해서는 “에너지 정책이 너무 오랫동안 산업 정책에 봉사하는 구조로 굳어져 있었기 때문에 행정부에 충격이 필요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앞으로 이재명 정부가 임기 동안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2035년 NDC 달성 역시 어렵다는 분석이다. 홍 교수는 향후 5년 안에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현 10% 수준에서 20%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역별 요금 차등제와 실시간 요금제를 도입해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전기요금이 결정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전에 대해서는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깝다고 진단하며 재생에너지가 현실적으로 가장 빠르게 확대할 수 있는 에너지원임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재생에너지 설치 여건이 독일이나 영국 등 유럽 대부분 국가와 비교하면 훨씬 좋다"며 “재생에너지는 기후 때문에 가는 게 아니라, 경제성 때문에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홍 교수와의 일문일답. - 기후위기가 얼마나 심각하다고 보는가. ▲ 자연과학자들과 소통해 보면 대체로 기후변화와 인류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지 않다. 산업혁명 대비 1.5℃(도) 한도 목표는 달성 불가능에 가깝다는 인식도 많고 남북구 빙하 융해, 해수면 상승, 바다 온도 상승 등이 결합하며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진단이 많다. 사회과학자의 시각에서 보면 가장 중요한 건 인간이 어떻게 개입할 것이냐다. 전 인류가 공통 목표를 지향하며 함께 가야 하는 문제다. 기후위기 피해가 워낙 심각한 만큼 탄소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금보다 더 강하게 추진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있다. 지금도 배출량 1위는 중국이지만 중국의 탄소 배출 증가 속도는 분명히 둔화됐다. - 기후위기가 우리 현실에 영향을 미치고 있나. ▲ 10년 전과 비교하면 물리적 피해가 훨씬 커졌다. 경제·금융 분야에서도 기후발 인플레이션, 농산물 가격 급등이 이미 현실이 됐다. 이는 전 지구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고, 더 나아가 식량 공급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하는 국가들도 등장하고 있다. 배출된 탄소만으로도 폭우·폭염·가뭄·산불 같은 피해가 눈에 보이게 나타나고 있고,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앞으로는 이런 현상의 빈도와 강도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미국처럼 영향력이 큰 국가가 파리협정에서 탈퇴하고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 전 세계에 주는 신호는 매우 부정적이다. 기후 피해는 이미 현재진행형인 만큼 한국은 그 안에서 어떤 경로를 찾을지 매우 어려운 시점에 와 있다고 본다. -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 정도 지났다. 지금까지 기후·에너지·환경 정책을 평가해보면 어떤가. ▲ 에너지 정책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떼어내 환경부에 붙여 기후에너지환경부를 만든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 과거에는 동력자원부가 상공부와 합쳐지면서 에너지 정책이 산업 정책의 일부가 됐다. 당시에는 안정적이고 최대한 싼 화석연료를 공급해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였고 그 시점에서는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기후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화석연료 사용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럼에도 산업부 안에 있던 에너지 정책은 오랫동안 산업 정책에 봉사하는 관성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이를 깨기 위해서는 행정부에 충격이 필요했다고 본다. 산업부와 환경부는 오랫동안 물과 기름 같은 관계였다. 화학적으로 결합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다만 이제 에너지 정책은 규제 정책과 함께 가야 한다. 중요한 건 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인식 전환이다. 탄소를 배출하며 에너지를 생산·소비하는 구조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빨리 받아들이고 그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2018년 대비 53~61% 감축으로 제시됐다. ▲ 53~61%처럼 범위를 제시하는 나라도 없지는 않지만 폭이 상당히 넓다. 50%를 넘어서면 1%포인트를 추가로 줄이는 데 드는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는데 8%포인트 차이는 결코 작지 않다. 양쪽(환경계와 산업계) 의견을 모두 담으려다 보니 이렇게 제시된 것 같지만 국민과 산업계에 주는 메시지는 다소 모호하다. 사실 핵심은 2035년 53%가 아니라 2030년 40%다. 2030년 40% 감축은 현재 상황에서는 매우 도전적인 목표다. 지난 정부에서 충분한 탄력을 주지 못했고 이제 남은 시간이 5년밖에 없다. 2030년에 40%를 달성하면 2035년 53%는 갈 수 있다. 하지만 2030년에 실패하면 2030~2035년 사이에 훨씬 더 큰 추가 노력이 필요해진다. 결국 이 정부가 남은 5년 동안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정부에 부담을 넘기게 된다. - AI 시대에 원전하고 소형모듈원전(SMR)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해서 풀 수는 없는 문제인가. ▲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앞으로 전력 수요가 얼마나 늘어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1~2년 전만 해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상상 이상으로 폭증할 거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과다 추정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 전력 생산의 약 60%를 여전히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AI 산업 확대는 전력 소비 증가, 즉 탄소 배출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디지털 전환과 녹색 전환이 충돌하지 않으려면 전력 생산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 SMR은 결국 시장에서 성패가 갈릴 것이다. 아직 상용화 단계에 이르러 실질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규모를 줄이면 규모의 경제가 약화되는데 그 상태에서 발전 단가 경쟁력이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대형 원전도 마찬가지다. 현재 26기에서 신한울 3·4호기까지 가면 30기다. 국토 면적 대비 원전 설비 밀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나라에서 원전을 더 짓는 게 맞는 선택인지 고민해야 한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 역시 답을 찾지 못한 상태다. 지금은 원전이냐 재생에너지냐를 선택할 문제가 아니라 재생에너지 비중이 너무 낮다는 현실을 먼저 봐야 한다. 이를 최대한 빨리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원전과 화석연료의 위치가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이다. -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아 재생에너지 여건이 좋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 대중 강의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어디에 설치하느냐', '한국은 바람도 없고 햇볕도 약하다'는 이야기다. 재생에너지가 중금속이나 소음 문제를 일으킨다는 주장도 많은데 상당수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다. 유럽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이런 주장이 나오는 걸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한국이 미국이나 중동처럼 태양광 여건이 뛰어난 나라는 아니다. 하지만 독일이나 영국과 비교하면 훨씬 낫다. 이런 논리라면 한국은 애초에 경제성장이 불가능한 나라였어야 한다. 자원도 없고 에너지를 대부분 수입했지만 결국 선진국 대열에 올랐다. 재생에너지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인식 변화다. 5년 전보다 시민들의 인식은 분명히 좋아졌다. 재생에너지 관련 가짜뉴스가 문제라는 공감대도 생기고 있다. 관건은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많이 늘리느냐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민 소득을 늘리고 풍력도 실제로 해보면 우려만큼 부작용이 크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지금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약 10% 수준인데 3~5년 안에 20%는 가야 한다. 25%까지 가도 일본 수준이다. 결코 앞선 수치가 아니다. - 재생에너지공사 등을 통해 공기업 주도로 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 그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재생에너지는 분산형 에너지이고 시장에서 수많은 기업이 참여해야 한다. 기술 개발은 대기업이 설치와 운영은 중소기업이 맡는 구조다. 태양광 사업자 10만 시대라고 하는데 대부분 중소사업자다. 공사를 만드는 방식보다는 시장이 잘 작동하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 - 송전선로 건설이 주민들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주민수용성을 높이려고 투자를 늘리면 전기요금이 올라가는 문제도 있지 않나. ▲ 송전망 부족은 오래전부터 지적돼 온 문제다. 발전원이 무엇이든 한국 송전망이 부족하다는 건 사실이다. 주민 반대를 이유로 책임을 미루는 방식으로는 아무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지방에서 생산한 전기를 거의 전부 수도권으로 보내는 구조였다. 충남 당진에 가면 석탄발전소 10기가 있는데 거기서 만든 전기는 당진 시민들에게 거의 쓰이지 않고 수도권으로 간다. 당진 시민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부당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지역별 차등요금제나 실시간 요금제 같은 제도가 필요하다. 송전거리가 길수록 손실이 커지는 수도권이 더 비싼 전기요금을 내는 게 형평성과 경제성 측면에서 합리적이다. 수도권에 데이터센터, 반도체 클러스터를 계속 짓고 전기는 남쪽에서 다 끌어오는 방식이 과연 지속 가능하냐는 거다. 이제는 전기 있는 곳으로 전기를 많이 쓰는 산업이 가야 할 시대다. 재생에너지가 많은 서남권, 동남권으로 기업들이 내려가면 송전선 부담도 줄고 사회적 비용도 크게 줄어든다 - 한전 적자 상황이 심각하다. 근본 원인은 무엇이라 보는가. ▲ 원가가 요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구조 탓이다. 전기사업법에는 원가주의가 명시돼 있지만 실제로는 오랫동안 지켜지지 않았다. 산업용 전기를 너무 싸게 공급해 왔고 최근엔 산업용 요금을 올리다 보니 가정용보다 비싸지는 역전 현상까지 생겼다. 정치권은 가정용 전기요금 인상을 굉장히 두려워한다. 통신요금에는 더 많은 돈을 쓰면서도 전기요금 인상에는 사회적으로 굉장히 인색하다. 한전 적자를 결정적으로 키운 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다.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폭등했는데도 전기요금을 최대한 동결하려 했고 그 결과 국민은 에너지 위기를 체감하지 못했다. 대신 한전의 부담만 커졌다. 이제는 전기요금 정상화와 전력산업 구조 정상화를 같이 논의해야 한다. 이걸 미루면 탈탄소 시대, 재생에너지 전환 시대를 제대로 버텨내기 어렵다. - 올해 유럽에서 CBAM이 본격 시행에 들어가는데 정부와 기업은 어떻게 대비해야 겠는가. ▲ CBAM은 국가가 국가를 상대로 제품 생산 과정에서 나온 탄소를 이유로 제재하는 첫 사례다. 예전 같았으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가 난무했을 텐데 대부분 나라가 그러지 못한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EU는 탄소 비용을 내부에서 부담하면서 생산하겠다는 선택을 한 것이다. 다른 나라가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 그건 탄소 누출이 되고 기후 대응이라는 대의에 어긋난다. 문제는 한국이 너무 수세적이라는 거다. EU에 인증서 비용을 내느니 국내에서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을 늘려서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게 낫다. 그 돈이 국내에서 돌 수 있기 때문이다. 규제는 고통만 주는 게 아니다. 제대로 설계된 규제는 혁신을 만든다. 탈탄소 공정, 에너지 효율 기술 개발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물론 산업계가 어렵다는 건 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정부는 정책·금융·재정적으로 적극 지원해야 하고 산업계도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일반 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는가. ▲ 우리는 여전히 성장에 대한 욕구가 강한 사회에 살고 있다. 짧은 기간에 성장해 왔고 그 경험을 한 세대가 아직 사회의 중심에 있다. 이걸 무시하고 환경 의식이 낮다고 비난해 봐야 답이 안 나온다. 기후 문제를 환경 문제가 아니라 경제 문제로 봐야 한다. 기후 문제는 먹거리 문제고 일자리 문제고 물가 문제고 생존 문제다. 이 인식이 퍼지면 공감대는 훨씬 커진다. 기업들도 해외에 나가면서 공급망 실사, 스코프 1·2·3 같은 규범의 압박을 체험하고 있다. 결국 남은 건 정치권과 언론이다.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처럼 합의 가능한 모델을 키워야 하고 언론은 가짜뉴스를 줄이고 세계 흐름을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 재생에너지는 기후 때문에 가는 게 아니라 경제성 때문에 가는 거다. 제일 싸고 제일 빠르다. 이걸 인정하면 원전이냐 재생에너지냐의 소모적 갈등도 줄어든다. 결국 해답은 재생에너지를 키우는 데 있다. 대담=강찬수 기후환경전문기자 정리=이원희 기자 □ 홍종호 서울대 교수 프로필 ◇약력 △1963년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시간주립대 경제학 석사 △코넬대 경제학 박사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교수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교수 (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원장 △기획재정부 재정정책자문회의 위원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위원 △아시아환경자원경제학회(AAERE) 회장 △한국재정학회 회장 △한국경제학회 부회장 △한국환경경제학회 회장 △서울대학교 지속가능발전연구소(ISD) 소장 △세계은행(World Bank) 컨설턴트 △아시아개발은행(ADB) 컨설턴트 △에너지전환포럼 상임공동대표 △에너지전환포럼 상임고문 (현) △국회의장 직속 기후위기비상자문위원회 위원장 (현)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이원희의 기후兵法] 링 위에 오른 재생에너지, 관건은 배출권 가격

올해 전력시장에서 재생에너지가 '우대 전원' 지위를 내려놓고 원전·화력발전과 본격적인 경쟁에 나선다. 그동안 정산단가와 균등화발전비용(LCOE)을 놓고 탁상공론에 그쳤던 발전원 간 경쟁이 실제 시장 가격을 통해 검증되는 구조로 전환되는 것이다. 다만 전력시장 개편의 성패가 올해부터 시행되는 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에서 배출권 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전력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3월 재생에너지 준중앙급전 제도 도입을 시작으로, 현재 제주 지역에서 운영 중인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를 올해 중으로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재생에너지를 우선적으로 구매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 경쟁을 벌이는 시장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기존의 우선구매 방식과 연료비 반영 구조로는 재생에너지 발전량 과잉과 가격 왜곡 문제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 전력시장 개편의 배경으로 꼽힌다. 전력시장 구조가 바뀌면 발전원별 성격 차이는 가격으로 드러난다.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태양광·풍력 발전이 과잉될 경우 전력도매가격(SMP·계통한계가격)은 하락하고 상황에 따라 마이너스 가격까지 나타날 수 있다. 반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은 출력 조정이 가능한 유연성 전원으로서 전력 수요가 급증해 가격이 오를 때 발전에 나서 추가 수익을 회수할 수 있으나, 대신 발전에 따른 탄소배출 비용은 외부에서 감당해야 한다. 양수발전이나 대용량 배터리 등 에너지저장장치(ESS)도 전력가격이 저렴할 때는 전력을 저장하고 비싸질 때는 전력을 팔 수 있다. 원전은 연료비가 낮지만 출력 조정이 어려운 경직성 전원인 만큼 유연한 입찰 전략을 펼치기 어려워 가격 하락 국면에서는 수익성이 제한될 수 있다. 또한, 폐기물 처리와 같은 외부비용을 감당해야 하는데 발전수익으로 이 비용을 조달해야 한다. 지금처럼 재생에너지, 원전, 석탄, LNG 순으로 전력을 우선 구매하고 전력가격은 LNG 가격을 기준으로 형성되는 연료비반영시장이 일부 가격기반 경쟁시장으로 전환되는 셈이다. 이같은 기존 시장 구조에서는 특정 발전원이 혜택을 본다는 '무임승차' 논란을 피하기 어려웠다. 그동안 언론과 업계에서는 LCOE와 정산단가를 기준으로 “어떤 에너지원이 더 싸다"는 논쟁을 반복해왔다. 실제 가격 경쟁을 해보지도 않고 승패를 가르려 했던 셈이다. 전력시장 개편은 발전원들을 같은 시장에 올려 실제 가격 경쟁을 붙여보는 첫 시험대가 될 수 있다. 간헐성·탄소배출·경직성 등 각 발전원이 가진 단점을 누가 더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지, 입찰시장에서 어떤 전원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지가 드러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어떤 발전원이 경쟁력을 갖는지 확인할 수 있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과도기적 제도로 도입되는 것이 재생에너지 준중앙급전 제도다. 준중앙급전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하루 전 시간대별 발전계획을 제출하고 전력 수급 상황에 따라 전력거래소가 가동중단(출력제어)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사업자는 발전량 예측 정확도와 출력 제어 이행 여부에 따라 예측정산금과 출력제어 정산금을 받을 수 있어 단순 출력 제어에 따른 손실을 일정 부분 보전받는다. 다만 입찰을 통한 가격 경쟁을 요구하지는 않아 전력시장 전면 경쟁 체제로 가기 전의 완충 장치다. 문제는 전력시장만 개편될 경우 공정성이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핵심 변수는 탄소배출권 시장이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발전·산업 부문에 배출 허용량을 할당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하도록 설계돼 있다. 정부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계획기간(2026~2030년)에 배출권 총할당량을 이전 계획기간 대비 17%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톤당 1만원 수준에 머물고 있는 배출권 가격이 올해 말에는 2만8680원까지 오를 것으로 나무이엔알(NAMU EnR)은 예상했다. 이호현 기후부 2차관도 지난해 12월 17일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내년에 배출권 가격이 약 1만9000원에서 2만원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전력시장 경쟁에서 배출권은 화력발전의 탄소 비용을 부과하는 역할을 한다. 배출권 가격이 충분히 형성돼야 화력발전은 그 비용을 반영한 상태에서 재생에너지·원전과 경쟁하게 된다. 이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 정책 취지에도 부합한다. 특히 발전 부문은 배출권을 정부로부터 돈을 주고 구매하는 유상할당에 대한 비율을 올해 15%에서 2030년 5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반대로 배출권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가격이 낮을 경우 화력발전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경쟁력을 유지하게 되고 재생에너지 측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정부가 배출권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해 시장안정화제도를 가동할 경우 재생에너지의 경쟁력에 간접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배출권 가격이 오르면 산업 부담이 커지지만 낮게 묶으면 탄소중립 정책의 힘이 약해진다.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력시장의 경쟁체제 도입은 가야 할 길"이라며 “다만 배출권의 적정 가격 수준이 어디인지는 아직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배출권 가격은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없을 때 비로소 시장에서 온전히 드러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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