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 더위가 일상이라고?”… 유럽 달구는 거대한 뚜껑 ‘열돔’의 공포

현재 유럽을 뒤덮고 있는 폭염은 단순한 여름 더위가 아니다. 기상학자들은 이번 사태를 '열돔(Heat Dome)'이 만들어낸 대규모 대기 재난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와 스페인 일부 지역의 기온이 44℃에 육박하고, 영국에서도 40℃ 안팎의 기온이 예보되면서 학교가 휴교하고 철도 운행이 중단되는 등 사회 시스템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극단적 폭염이 앞으로 더 자주,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유럽을 덮은 거대한 솥뚜껑, 열돔이란 열돔은 말 그대로 뜨거운 공기를 거대한 돔(dome) 형태로 가둬두는 대기 현상이다. 기상학적으로는 상층 대기에서 강한 고기압이 장기간 정체할 때 발생한다. 열돔이 형성되는 과정은 비교적 단순하다. 먼저 상층 대기에 강력한 고기압이 자리 잡으면 공기가 아래로 내려오는 '침강(sinking)' 현상이 발생한다. 내려오는 공기는 압축되면서 온도가 상승하는데, 이를 단열 압축(adiabatic compression)이라고 한다. 공기가 내려올수록 더 뜨거워지는 것이다. 이렇게 가열된 공기는 지표면을 달구고, 지표면은 다시 대기를 가열한다. 원래라면 뜨거워진 공기가 위로 올라가면서 열을 분산시켜야 하지만 강한 고기압이 마치 솥뚜껑처럼 상공을 덮고 있어 대류가 억제된다. 또한 하강 기류는 구름 형성까지 억제해 태양 복사에너지가 지표를 직접 가열하도록 만든다. 열돔은 △공기를 압축해 가열하고 △뜨거운 공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구름 형성을 억제해 햇빛이 지표면에 쏟아지도록 하는 등 세 가지 과정을 동시에 작동시킨다. 이로 인해 극심한 폭염이 며칠이 아니라 수주 동안 지속될 수도 있다. ◇오메가 블록, 대기의 교통체증 이번 유럽 폭염의 배경에는 '오메가 블록(Omega Block)'이라는 대기 패턴이 있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의 전략 책임자 사만다 버지스는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제트기류가 그리스 문자 Ω(오메가) 형태로 크게 굽어지면서 대기 중에 '교통정체'가 발생한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제트기류는 보통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며 날씨 시스템을 움직인다. 그러나 오메가 블록이 형성되면 제트기류가 고기압을 한 자리에 묶어두게 된다. 결과적으로 열돔이 며칠 만에 사라지지 않고 장기간 정체하면서 지표면의 열이 계속 축적된다. 프랑스 기상청(Météo-France)의 예보관 세바스티앙 레아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현상을 “진공청소기"에 비유했다. 그는 “북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의 뜨거운 공기를 빨아들여 유럽으로 계속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은 지금 얼마나 뜨거운가 올해 유럽 폭염은 단순한 기록 경신 수준을 넘어선다. 프랑스에서는 전국 평균 기온 지표가 1947년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일부 도시에서는 역대 최고 기온 기록이 경신됐고, 보르도는 41.9℃까지 치솟았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는 기온이 41℃까지 오르며 관광객들이 백화점과 미술관 등 냉방 시설로 피신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일부 시민들은 지하철역 통풍구 위에 모여 냉기를 쐬며 더위를 견뎠다. 폭염은 사회 인프라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1300개가 넘는 학교가 휴교했고 열차 운행도 중단됐다. 영국은 최고 수준의 적색 폭염 경보를 발령했고, 일부 지역은 38~40℃로 오를 것으로 예보됐다. 병원 응급실은 환자 급증으로 비상 대응에 들어갔다. 스페인 역시 일부 지역에서 44℃ 안팎의 기온이 예상되면서 월드컵 거리 응원전까지 취소됐다. 인명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폭염 기간 물놀이 중 익사 사고가 잇따랐고, 보르도 지역에서는 고령자 사망 사례가 보고됐다. 주차된 차량에서 2세와 4세 어린이가 숨진 채 발견되는 비극도 발생했다. 원전 운영에도 비상이 걸렸다. 강과 하천 수온이 상승하면서 원전 냉각수 사용에 제약이 생겨 일부 발전소의 출력 제한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기후변화는 열돔을 어떻게 강화하는가 열돔 자체는 오래전부터 존재해온 자연현상이다. 문제는 지구 온난화가 그 위력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2024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 (Nature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2021년 북미 북서부 태평양 연안의 열돔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 때문에 원래보다 34% 더 넓어지고 지속 기간은 약 59% 길어졌던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열돔은 27일 동안 지속됐고,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리턴 지역은 49.6℃에 달하는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수백 명이 사망했고 도로와 철도 시설이 파손됐으며 대형 산불이 잇따랐다. 또 다른 연구는 최근 70년 동안 대기 정체 현상을 만드는 '행성파 공명(planetary wave resonance)' 발생 빈도가 약 3배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행성파 공명이란 지구 대기에서 발생하는 거대한 규모의 파동인 행성파(planetary waves, 또는 로스비파 Rossby waves)가 특정 조건에서 증폭되어 거의 움직이지 않고 정체하는 현상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북극의 급격한 온난화가 제트기류의 흐름을 변화시키고 열돔과 같은 정체성 기상현상을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중기기후예측센터(ECMWF)의 기후 과학자 레베카 에머턴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열돔현상 빈발 등으로 인해) 1970년대와 비교할 때 극심한 열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인구가 전 세계적으로 약 10억 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국 기상청 수석 과학자인 스티븐 벨처는 최근 폭염과 관련해 “40℃라는 숫자가 이제 현실이 되었다는 사실이 매우 엄중하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한때 수십 년에 한 번 나타나던 기록적 폭염은 이제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열돔은 유럽에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2021년 북미 북서부 태평양 연안에서는 열돔이 형성되면서 캐나다 리턴 외에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도 47℃를 기록하기도 했다. 2024년과 2025년에도 미국 중서부와 동부에서는 대규모 열돔이 형성돼 수천만 명이 폭염 경보 아래 놓였다. 일부 지역은 체감온도가 40℃를 넘었고 수십 년 만의 최고 기온 기록이 깨졌다. 아시아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 북부와 몽골, 중앙아시아, 인도 북부,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서도 최근 수년간 강한 아열대 고기압과 열돔형 정체 고기압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동아시아의 경우 북태평양고기압이 비정상적으로 확장될 때 유사한 메커니즘으로 장기 폭염이 발생한다. 열돔은 자연현상이지만, 온난화된 지구는 그 열돔을 더 크고, 더 오래 지속되며, 더 치명적으로 만들고 있다. 지금 유럽을 덮고 있는 거대한 '열의 뚜껑'은 단순한 기상 이변이 아니라 기후변화 시대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인 셈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E칼럼] 500년 ‘장마’의 퇴장, 이제 장마를 장마라 부를 수 없다

조선 중기인 16세기부터 기록이 전해지는 '장마'는 최소 500년 넘게 우리 민족의 여름철 삶을 규정해 온 공식이었다. 6월 말 무렵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한 달 남짓 지루하게 비를 뿌리던 전통적인 장마. 성질이 다른 두 거대한 공기가 한반도 상공에서 팽팽하게 힘겨루기하며 만들어낸 정체전선은, 비록 수해를 발생시키고 생활의 불편을 주었을지언정 우리가 어느 정도는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는 '익숙한 불청객'이었다. 전통적인 장마의 핵심은 '대우(大雨)', 즉 일정 기간 지속해서 비가 내리며 누적 강수량이 늘어나는 형태였다. 정체전선의 위치에 따라 비가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하며 전국이 영향을 받았다. 이에 따라 우리 삶도 장마 전과 중, 후로 나뉘어 움직였다. 방재 당국은 장마 정보를 나침반 삼아 대책을 세웠고, 도시의 배수 관리와 농사일의 순서도 이에 따랐다. 전력 수급 계획은 물론 가정의 살림, 아이들의 방학, 직장인의 휴가 일정까지 장마가 기준이었다. 장마는 단지 비가 오는 기간이 아니라, 한국인의 여름 생활을 조직해 온 하나의 거대한 질서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맞이하는 여름은 어떤가. 냉정하게 말해 우리가 알던 500년 역사의 '장마'는 이미 수명을 다했다. 기후변화는 여름의 공식을 완전히 파괴해 버렸다. 기상학적으로 이제 한반도 장마의 대표적 상징인 정체전선은 뚜렷한 형태를 찾기조차 어렵다. 장마의 시작과 끝을 특정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진 것이다. 약 10년 전부터 이러한 징후는 뚜렷해졌다. 가까스로 전선이 형성되더라도 과거처럼 넓은 지역에 길게 비를 뿌리지 않는다. 대신 좁은 구역에서 대기가 격렬하게 소용돌이치며 마치 팝콘이 튀어 오르듯 동시다발적으로 강한 비구름대가 발달했다가 순식간에 소멸한다. 극도의 불확실성을 갖는 국지성 폭우, 즉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새로운 주류가 된 것이다. 심지어 기상청이 공식적으로 장마 종료를 선언한 이후에 오히려 더 치명적인 호우가 빈번하게 출현하는 기현상이 이제는 새로운 표준(뉴노멀)이 되었다. 이 급격한 변화는 단순히 기상학적 용어의 수정을 넘어, 우리 사회 전반의 시스템을 뿌리째 바꿔야 한다는 경고등이다. 우리는 먼저 과거의 장마 패러다임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올해 장마는 언제 끝나나요?"라는 질문은 이제 유효하지 않다. 장마 기간의 시종(始終)에 매달리기보다, 여름철 내내 언제든 재난급 폭우가 쏟아질 수 있다는 상시적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당장 국가의 방재 시스템부터 전면 개편되어야 한다. 장마를 비중있게 고려하여 만들어진 과거의 강수량 통계와 배수 용량 기준은 이미 무용지물이 되었다. 단 몇 시간 만에 한 달 치 비가 쏟아지는 기습 폭우에 견딜 수 있도록 도시의 빗물 수용 능력을 재설계해야 하고, 산사태와 하천 범람 경보 시스템도 실시간 국지성 예측 방식으로 진화해야 한다. 산업과 일상도 달라져야 한다. 전력 수요 예측이 생명인 에너지 수급 계획은 장마의 변화로 인해 불확실성이 더 커진 여름철 하늘상태, 기온과 습도에 맞춰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기업의 물류망 관리, 농가의 재배 타이밍은 물론이고, 일반 가정의 여름휴가 계획에 이르기까지 삶의 모든 영역에서 과거의 장마와는 완전히 다른 현실에 입각한 준비가 필요하다. 7월 말에서 8월 초에 집중되던 일률적인 휴가 문화도 분산되어야 안전과 휴식의 질을 모두 담보할 수 있다. 다행히 기상청과 기상학계는 이러한 위기를 엄중히 인식하고 발 빠르게 움직여 왔다. 지난 2023년부터 학계와 현장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기후변화로 다변화된 장마의 개념을 재정립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해 왔으며, 최근 그 일차적인 청사진이 도출되었다. 아마도 내년 여름부터는 이렇게 새롭게 정립된 강수 개념과 예보 체계를 바탕으로, 국가 방재부터 국민 일상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반의 구체적인 대응 방향이 현장에서 실천될 것이라 기대한다. 기후위기는 500년 이상 이어져 온 우리 민족의 계절 감각과 삶의 방식을 강제로 바꾸어 놓았다. 거대한 자연의 변화 앞에 인간은 무력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역사적 전환기마다 닥쳐온 숱한 위기를 늘 지혜롭게 극복하고, 오히려 새로운 기회로 바꾸어 낸 저력이 있다. 비록 익숙했던 장마의 모습이 사라지고 더 이상 장마를 장마로 부를 수 없는 당황스러운 현실을 마주했지만, 우리가 바뀐 기후 현실을 똑바로 직시하고 사회적 지혜를 모은다면, 이 변화된 여름 역시 가장 안전하고 생산적으로 다스려 낼 것이라 확신한다.

환경보전원·에코나우, 미래세대 기후행동 교육 확산 협력

한국환경보전원과 에코나우가 미래세대의 기후위기 대응 역량을 높이고 생활 속 기후행동 실천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협력에 나섰다. 한국환경보전원은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립방배숲환경도서관에서 사단법인 에코나우와 '미래세대 기후행동 촉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미래세대의 기후위기 대응 역량과 에너지 문해력을 높이고 청소년들이 생활 속 기후행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실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됐다. 양 기관은 협약에 따라 △기후행동 관련 교육 콘텐츠 및 정보 공유 △청소년 대상 기후행동 캠페인 운영 지원 △생활 속 실천문화 확산을 위한 공동 홍보 △사업 추진 결과 및 우수사례 공유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한국환경보전원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에코나우와 함께 청소년 대상 실천 중심 환경교육을 확대하고, 생활 속 기후행동 문화가 학교와 지역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김경미 국가환경교육센터장은 “청소년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갈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주체"라며 “이번 협약을 통해 청소년들이 생활 속 기후행동을 직접 실천하고 확산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환경교육 기회를 넓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원 에코나우 대표는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미래세대의 올바른 인식과 실천적 행동에서 시작된다"며 “대한민국 환경교육의 허브인 국가환경교육센터와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완성도 높은 환경교육과 캠페인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내일날씨] 전국 곳곳 천둥·번개 동반 강한 소나기

오는 25일 오후부터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 강한 소나기가 내려 주의가 필요하다. 24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25일 수도권 등 중부지방과 전북, 전남 북부, 경상권 등 곳곳에 강한 소나기가 예상된다. 비는 돌풍과 천둥·번개, 우박도 함께 올 수 있다. 예상 강수량은 서울·인천·경기·서해5도 5∼40㎜, 대전·세종·충남 내륙·충북 5∼40㎜, 전북 5∼40㎜, 대구·경북(북부 제외) 5∼40㎜, 전남 북부 5∼30㎜, 울산·경남 내륙 5∼30㎜이다. 강원 내륙·산지와 경북 북부는 다음 날 새벽까지 최대 60㎜의 강우가 이어지겠다. 전국 최저기온은 15∼20℃(도), 최고기온은 21∼28도로 평년(17∼20도, 24∼28도)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겠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산을 푸르게 만든 것은 식목일이 아니라 석탄이었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약 63%가 산림으로 이루어진 대표적인 산림국가다. 오늘날의 울창한 산림은 흔히 식목일이나 산림녹화 정책의 성과로 설명되지만, 에너지 전환 역시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5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가정용 연료의 대부분은 땔나무였으나, 태백 탄전 개발과 연탄 보급 확대에 따라 난방 연료가 나무에서 석탄으로 전환되었다. 산림이 회복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조림 사업뿐 아니라, 나무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널리 보급되면서 산림 훼손 압력이 감소한 점도 크게 작용했다. 에너지 전환이 환경 개선으로 이어진 사례는 해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지난 20년간 탄소배출량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발전 연료의 변화였다. 셰일혁명을 통해 공급된 저렴한 천연가스가 석탄 발전을 대체했고, 동시에 여러 주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효율 향상 정책을 추진했다. 정책과 시장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동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이라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이 사례는 탄소중립이 단일한 해법만으로 달성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환경단체들은 천연가스 역시 화석연료라는 한계를 지적했고, 반면 재생에너지 중심 전환의 현실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존재했다. 그러나 실제 변화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기술, 정책 수단이 상호 경쟁하고 조정되는 과정 속에서 이루어졌다. 미국의 경험은 탄소 감축이 이상적인 해법보다는 현실적인 선택과 점진적인 변화의 축적을 통해 가능해진다는 점을 시사한다. 중국의 사례는 또 다른 관점을 제공한다. 중국은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인 동시에 세계 최대 태양광·배터리 생산국이다. 국제사회의 탄소중립 흐름이 거대한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는 점을 일찍 인식하고, 제조 경쟁력을 기반으로 관련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왔다. 그 결과 중국은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국가로 자리매김했으며, 청정에너지 산업은 국가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했다. 중국의 역할은 단순히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난 10여 년간 태양광 발전 비용이 크게 하락한 배경에는 중국의 대규모 생산 능력과 가격 경쟁력이 있었다. 국제사회가 정책을 통해 시장을 형성했다면, 중국은 제조 역량을 통해 기술 보급 비용을 낮추는 데 기여한 것이다. 이는 에너지 전환이 환경정책인 동시에 산업정책이라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유럽 역시 주목할 만하다. 유럽연합은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탄소 감축을 추진해 온 지역이지만, 최근에는 산업 경쟁력 확보가 중요한 정책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2024년 발표된 마리오 드라기 전 ECB 총재의 보고서는 높은 에너지 비용이 유럽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며, 탈탄소화와 산업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탄소중립의 성공이 목표 선언 자체보다 실현 가능한 이행 경로를 마련하는 데 달려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은 우리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탄소중립은 환경정책인 동시에 산업정책이자 에너지정책이다. 그러나 국내 논의는 여전히 감축 목표나 특정 기술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탄소중립이 새로운 성장 기회보다는 비용과 규제로 인식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미국, 중국, 유럽의 경험은 공통적으로 탄소중립이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산업, 기술, 공급망, 에너지 안보가 복합적으로 연결된 전략적 과제임을 보여준다. 결국 중요한 것은 탄소를 얼마나 감축하느냐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어떠한 산업과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느냐에 있다. 지방정부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탄소중립을 단순한 감축 사업의 나열로 볼 것이 아니라, 지역 산업과 일자리, 에너지 체계와 연계된 발전 전략으로 설계해야 한다. 지역의 여건과 비용 부담, 산업 구조를 고려한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전환 경로가 요구된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환경에 대한 논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회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균형을 이루는 과정 속에서 발전한다. 탄소중립 역시 이상과 현실, 환경과 산업, 규제와 성장 사이의 균형점을 모색하는 과정이다. 궁극적으로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은 하나의 정답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주체가 지속 가능하게 수용할 수 있는 접점을 마련하는 데서 출발한다. bienns@ekn.kr

“물 흐름 막히니 녹조 창궐”… 낙동강, 세계 녹조 연구의 ‘거대 실험실’ 됐다

지난 17~18일 경남 창원에서는 칠서정수장이 수돗물을 공급하는 성산·의창지역 등을 중심으로 수돗물에서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집중적으로 접수됐다. 이는 최근 날씨가 더워지면서 상수원을 취수하는 낙동강에서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창원시 수돗물에서도 남세균이 만든 냄새 유발 물질 '지오스민'이 검출된 탓이다. 지오스민은 인체에 독성은 없지만 흙·곰팡이 냄새 등 악취를 풍긴다. 이처럼 매년 녹조가 창궐하는 낙동강이 세계에서 녹조 연구가 가장 많이 된 강인 것으로 나타났다. 호수가 아닌 강에서 발생하는 녹조 연구가 가장 활발하다는 얘기다. 국내외 연구자들이 낙동강에 주목하는 이유는 아름다운 생태계나 우수한 수질 때문이 아니라, 대규모 토목공사 이후 녹조가 어떻게 발생하고 변화하는지를 보여주는, 잘못된 개발이 환경을 얼마나 파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낙동강은 오늘날 세계 녹조 연구의 중심 무대가 됐고, 과학 연구 결과가 축적될수록 결론은 하나로 모이고 있다. 낙동강 녹조의 핵심 원인 가운데 하나는 보 건설로 인한 물 흐름의 정체라는 것이다. ◇하천 녹조 연구자들이 낙동강을 찾는 이유 최근 국제 학술지 '워터 리서치 (Water Research)'에는 독특한 내용의 논문이 발표됐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소속 연구진은 1975년 이후 50년 동안 주요 학술 데이터베이스에서 4000편 이상의 논문을 찾아내고, 엄격한 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하천 녹조 모델링 연구 162편을 선정해 그 내용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인공지능, 머신러닝, 수리모형 등 다양한 기법을 활용한 하천 녹조 연구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162편 가운데 한국 강과 관련된 내용이 26%(42편)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유럽이 25%, 미국이 21%, 중국이 12%를 각각 차지했다. 한국의 강을 다룬 논문의 상당수는 낙동강에 관한 논문(29편, 전체 162편의 18%)이었다. 사실상 낙동강이 녹조에 관한 한 세계에서 가장 연구가 많이 된 강이 됐다. 국내외 연구자들이 낙동강을 주목한 이유는 명확하다. 대형 보가 연속적으로 설치된 이후 강의 흐름과 녹조 발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장기간 관측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환경학자들에게 낙동강은 거대한 자연 실험실이 된 셈이다. 여기에다 환경부·국립환경과학원·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장기간 모니터링 자료를 축적했기 때문이다. ◇미국 연구진이 꼽은 녹조 핵심 변수는 '체류시간' USGS 연구진이 검토한 162편의 논문에서 가장 자주 등장한 녹조 발생 요인은 영양염류와 수온, 유량, 유속이었다. 특히, 연구진은 하천에서 물이 얼마나 오래 머무르는지를 뜻하는 체류시간이 녹조 발생의 핵심 변수라는 결론을 내렸다. USGS 연구진은 논문에서 “유속 감소와 체류시간 증가가 녹조 예측 모델의 핵심 변수로 반복적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체류시간이 녹조 발생의 핵심 원인이라는 점은 낙동강만의 특수한 현상이 아니라 전 세계 하천 녹조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다만 낙동강은 보 건설 이후 체류시간이 크게 증가한 대표 사례로, 이러한 과학적 원리가 실제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세계적인 연구 현장이 됐다. 강물이 빠르게 흐르면 녹조 원인 생물인 남세균은 충분히 증식하기 전에 떠내려간다. 그러나 물이 정체되면 남세균은 안정적으로 번식할 수 있다. 쉽게 말해 강이 강처럼 흐를 때보다 호수처럼 고여 있을 때 녹조가 훨씬 잘 발생한다는 의미다. ◇낙동강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졌나 2009년부터 추진된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에는 8개의 대형 보가 설치됐다. 그 결과 강의 흐름은 크게 느려졌다. 실제로 연세대 박준홍 교수팀이 최근 국제 학술지 '환경 공학 연구 (Environmental Engineering Research)'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낙동강 주요 구간의 유속은 보 건설 이후 과거보다 최대 8배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머신러닝 기법을 이용해 녹조 발생 요인을 분석한 결과 유속이 감소할수록 남세균이 증가하는 뚜렷한 상관관계를 확인했다. 이 논문은 보 건설로 인한 유속 감소가 녹조 증가에 기여했다고 결론 내렸다. 또한 보를 철거하거나 수문을 상시 개방할 경우 유속이 회복되면서 녹조 발생도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사실 이런 결과는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2017년 국제학술지 '워터 리서치'에 발표된 서울시립대 연구는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의 유량 조절하천을 분석한 결과, 체류시간과 수온이 남세균 발생의 핵심 변수이며, 특히 체류시간이 녹조를 설명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밝혔다. 이어 2021년 국제학술지 '종합 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발표된 연구는 낙동강 8개 보 구간에서 보 설치 이후 유해 남세균 녹조 발생 기간이 점차 길어졌음을 확인했다. 두 연구는 공통적으로 강의 흐름을 바꾸는 수리학적 조건이 녹조 발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해외 연구자들의 객관적 분석 결과도 같은 방향 최근의 인공지능 모델 연구들도 같은 결과를 보여준다. 사용한 방법은 서로 다르지만 결론은 놀라울 만큼 일관된다. 물이 느려질수록 녹조가 늘어난다. 물이 오래 머물수록 녹조가 심해진다. 보가 만들어낸 정체 수역은 남세균 번성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특히 의미 있는 점은 최근의 연구들이 한국 내부 논쟁이 아닌, 해외 연구자들의 객관적 분석에서도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연구진이 전 세계 하천 녹조 연구를 종합 분석한 결과, 체류시간과 유속이 핵심 변수로 나타났고, 낙동강을 대상으로 한 다수의 실증 연구 역시 보 건설 이후 유속 감소와 녹조 증가의 관계를 확인했다. 정치적 평가와 별개로, 환경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강의 흐름을 늦추는 구조물이 녹조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은 점점 더 강한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세계가 낙동강을 연구하는 슬픈 이유 낙동강은 이제 세계 녹조 연구의 대표 사례가 됐다. 미국의 환경과학자들, 유럽의 수생태학자들, 중국과 호주의 모델링 전문가들이 모두 낙동강 연구를 인용한다. 낙동강이 가장 건강한 강이어서가 아니다. 대규모 하천을 인위적으로 느리게 만들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낙동강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연구된 '아픈 강'인 셈이다. 그리고 50년 가까이 축적된 국내외 연구들은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 강이 흐르지 못하면 녹조는 늘어난다. 세계 연구자들이 정치적 논쟁과 무관하게 오랜 시간 축적된 과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얻어낸 교훈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내일날씨] 중부 구름 많고, 남부·제주 비 소식

오는 24일은 중부지방은 가끔 구름이 많겠고 남부지방과 제주도는 대체로 흐리겠다. 23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24일 제주도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내리겠고, 새벽부터 전남 남해안과 경남권 해안·동부 내륙에 비가 시작되겠다. 비는 오전부터 강원 남부 동해안과 경북 동해안으로 확대된다. 예상 강수량은 강원 남부 동해안과 전남 남해안 5∼10㎜다. 제주는 전날부터 이틀간 5∼40㎜의 비가 내리겠다. 전국 최저기온은 14∼20℃(도), 최고기온은 22∼29도로 예보됐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원전 산업과 전력의 통합 관리가 절실하다

한수원이 영덕과 기장을 신규 원전 부지로 선정했다. 두 곳 모두 원전에 대한 주민 수용성이 매우 높은 곳이다. 인허가와 건설 과정에서 돌발 변수가 생길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보인다는 것이 선정위원회의 평가다. 낭비적인 이념적 갈등에 지친 주민들이 국가적 수요와 경제적 실리를 선택한 결과다. 지역 주민의 거부감 때문에 신규 원전 부지를 찾을 수 없을 것이라던 대통령의 우려는 괜한 것이었다. 당장 원전 건설 작업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환경영향평가, 주민 의견 수렴, 안전성 평가 등의 복잡한 인허가 과정에 무려 5년이 걸린다. 실제 작업이 시작되는 것은 2031년부터다. 영덕에 들어서는 국내 33·34번째 1.4GW급 대형 원전(APR 1400)은 2037년·2038년에나 완공이고, 기장의 첫 0.7GW급 SMR은 2035년에 가동을 시작한다. 특히 4기의 원전을 세울 수 있는 영덕의 부지는 2011년 천지원전 예정지로 선정되었다가 2018년 사업이 취소되기까지 무려 7년 동안 지질 조사와 환경영향평가 등이 이미 진행됐던 곳이다. 과거의 조사 자료를 적극 활용해서 인허가 절차를 최대한 줄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인공지능·반도체 산업의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는 하루가 여삼추(如三秋)다. 물론 인허가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나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원전에 대한 지나친 이념적·당파적 갈등은 확실하게 정리해야 한다. 2011년 지진해일 때문에 발생했던 재앙적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잦아들었던 원전에 관한 불안·거부감이 빠르게 잦아들고, 소위 '원전 르네상스'가 시작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이 모두 그렇고, 심지어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심지어 미국은 1974년부터 가동을 시작해서 2019년 경제성 악화로 가동을 포기했던 쓰리마일아일랜드(TMI) 1호기를 내년부터 재가동한다. 크레인(Crane)청정에너지센터로 이름을 바꾸고 마이크로소프트(MS)의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한다. 전 세계적으로 원전이 가장 이상적인 '무(無)탄소 전원'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현실이다. 이제 원전이 위험해서 포기해야 한다는 비겁한 주장은 설 자리가 없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거칠고 위험한 자연에서 우리의 생존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모든 기술이 공짜가 아니라는 뜻이다. 오히려 기술의 위험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와 '기술'에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전문성과 윤리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원자력과 전력에 대한 최소한의 전문성도 없으면서 무작정 목소리만 높이는 짝퉁 전문가는 설 자리가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영국의 민간단체가 마케팅 수단으로 들고나온 'RE100'(재생에너지 100%)에 대한 지나친 억지도 경계해야 한다. RE100이 정부의 공식적인 정책으로 채택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 RE100 때문에 우리 기업의 수출길이 막히는 일은 걱정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RE100이 가장 대표적인 무탄소 전원인 원전을 거부할 명분도 없다.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 태양광·풍력의 한계도 분명하게 인정해야 한다. 극심한 간헐성·변동성을 극복할 길이 없다. 화재에 취약한 리튬이온배터리나 환경 파괴가 심각한 양수발전과 같은 에너지저장장치(ESS)도 역부족이다. 기술 개발 대신 햇빛·바람 연금까지 들고나온 기후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은 미래 기술의 육성이 아니라 퇴출을 부추길 뿐이다. 2030년까지 태양광·풍력 설비를 100GW로 확대하겠다는 기후부의 '재생에너지기본계획'은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다.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지역에서 소비해야 한다는 전력의 '지산지소'(地産地消)에 대한 착각도 버려야 한다. 전력 생산에서의 오염과 위험을 인구·공장 밀집 지역과 분리할 수 있다는 것이 전기의 가장 큰 매력이다. 오히려 송전망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을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송전선로에 대한 사회적 보상을 강화하고, 새로운 송전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원전 산업은 산업부가 담당하고, 원전에서 생산한 전력은 기후부가 관리하는 정부의 낭비적인 관리 체계도 바로잡아야 한다. 과기부가 맡고 있는 원자력 진흥까지 고려하면 원자력을 두고 3개 부처가 서로 기싸움을 하는 형국이다. 원전과 전력 정책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확실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기후환경에너지부의 부끄러운 전문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대책도 필요하다. bienns@ekn.kr

폭염에 오존까지 겹치면 사망 위험 11%↑…고령층·남성 특히 취약

기후변화로 폭염이 잦아지는 가운데 고농도 오존 오염까지 겹치면 사망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과 남성에서 위험이 더욱 크게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이화여자대학교 오종민·이지은 연구원과 서울대학교 환경의학연구소 홍윤철 교수 등이 수행했으며, 최근 환경보건 분야 국제학술지 '환경 연구(Environmental Research)'에 온라인 게재됐다. 연구진은 2014~2023년 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울산 등 국내 7개 광역시를 대상으로 폭염과 오존 오염의 동시 노출이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10년간 47만4369명의 사망 자료다. ◇폭염과 오존이 겹치면 사망위험 최대 11% 증가 연구 결과, 폭염과 고농도 오존(일일 최대 8시간 평균 0.06ppm 초과)에 동시에 노출될 경우 전체 사망, 비사고성 사망,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이 모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을 '일(日) 최고기온 33℃ 이상'으로 정의했을 때, 전체 사망 위험은 고농도 오존과 동시 노출 기간이 길어질수록 증가했다. 폭염과 오존에 1일 동시 노출됐을 때는 사망 위험이 2.5% 증가했고, 2일 연속 동시 노출됐을 때는 7%가 증가했다. 또, 3일 연속 동시 노출됐을 때는 사망 위험이 7.8% 증가했다. 폭염 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해 해당 도시 기온의 상위 5%(95백분위수) 이상을 '극심한 폭염'으로 정의했을 경우 위험은 더 커졌다. 극심한 폭염과 고농도 오존에 1일 동시 노출됐을 때는 사망 위험이 4.5% 증가했고, 2일 연속 동시 노출는 9.4% 증가했다. 특히, 3일 연속 극심한 폭염과 고농도 오존에 동시 노출됐을 때는 사망 위험이 11.2%나 증가했다. 이에 비해 극심한 폭염에만 3일 연속 노출됐을 때는 사망 위험이 6.2% 증가했고, 고농도 오존에만 3일 연속 노출됐을 때는 사망 위험이 1.7% 증가했다. 결국, 폭염이 강할수록, 그리고 폭염과 오존이 함께 지속되는 기간이 길수록 사망 위험이 가파르게 높아졌다. 연구진은 “폭염과 오존의 동시 노출 위험은 노출 기간이 길어질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더욱 극단적인 폭염 조건에서 위험이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고령층과 남성에게 더 위험 이번 연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취약계층 분석이다. 연구진이 성별과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 폭염과 오존에 동시에 노출됐을 때의 전체 사망 위험은 여성보다 남성에서, 65세 미만보다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일관되게 높게 나타났다. 폭염의 정의가 어떻게 바뀌든, 노출 기간이 하루이든 사흘이든 같은 경향이 확인됐다. 논문은 “동시 노출에 따른 전체 사망 위험은 남성과 고령자 집단에서 더욱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기존 해외 연구들과도 대체로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고령층이 취약한 이유로는 체온 조절 능력 저하, 심혈관계 부담 증가, 탈수에 따른 혈액 점도 상승 등이 꼽힌다. 여기에 오존이 기도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면서 건강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질환별로는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이 특히 주목된다. 심혈관질환(CVD)의 경우 폭염과 오존이 2~3일 연속으로 함께 발생할 때 사망 위험 증가가 확인됐다. 연구진은 “심혈관질환 사망의 상대위험도는 폭염 단독 노출이나 오존 단독 노출보다 동시 노출 상황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반면 호흡기 질환과 폐렴 사망은 폭염보다는 오존 오염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컸다. 고농도 오존이 3일 이상 지속될 경우 호흡기 질환 및 폐렴 사망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폭염 대응과 대기질 관리 통합해야" 흥미로운 점은 폭염과 오존 사이에서 강한 '시너지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두 요인이 서로의 영향을 폭발적으로 증폭시키지는 않았지만, 각각 독립적으로 사망 위험을 높여 결과적으로 건강 부담을 크게 키운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폭염 기간 동안 강한 햇빛과 대기 정체 현상 때문에 오존이 쉽게 생성·축적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기후변화로 폭염이 증가하면 오존 오염 문제도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연구진은 “폭염과 고농도 오존이 동시에 발생하는 상황을 고려한 통합적인 보건 정책과 대기질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며 “특히 고령자와 같은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조기경보체계와 맞춤형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 시대에 폭염과 대기오염을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연결된 복합 재난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국내 연구로 평가된다.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 사회에서 폭염과 오존의 동시 노출이 향후 중요한 공중보건 과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인천·목포·대구·강릉·전주, 세계기상기구 ‘100년 관측소’ 신규 지정

기상청은 세계기상기구(WMO)가 인천·목포·대구·강릉·전주 기후관측소를 '100년 관측소'로 최종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승인된 관측소는 인천·목포(1904년), 대구(1907년), 강릉(1911년), 전주(1919년) 등으로 모두 100년 이상 기후관측 자료를 축적해 왔다. WMO는 관측의 연속성, 자료 품질, 보존 체계 등 10개 필수 기준을 충족한 관측소를 대상으로 회원국 추천과 전문가 검토를 거쳐 100년 관측소를 선정한다. 이번 WMO 제80차 집행이사회에서는 전 세계 88개 관측소가 새롭게 승인됐다. 이에 따라 전 세계 100년 관측소는 총 562개로 늘었으며, 우리나라는 기존 서울·부산(2017년), 제주(2023년)에 이어 총 8개의 100년 관측소를 보유하게 됐다. 100년 이상 축적된 기후관측 자료는 우리나라 기후 변화와 변동성을 분석하는 핵심 자료로 활용된다. 과거와 현재의 기후 특성을 비교·분석할 수 있는 과학적 기반을 제공하며 기후변화 연구와 기후감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100년 이상 이어져 온 기후관측소는 우리나라 기후변화의 역사를 담고 있는 소중한 과학적 자산"이라며 “이번 승인은 우리나라 기후관측의 우수성과 신뢰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성과"라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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