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엘니뇨 가능성 80%…세계 이상기후·식량시장 ‘비상’

올여름 엘니뇨 발생 가능성이 80%까지 올라가면서 전 세계 이상기후와 식량·에너지 시장 변동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열대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폭염과 폭우, 가뭄 등 기후 이상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세계기상기구(WMO)가 2일 발표한 '엘니뇨·라니냐 전망'에 따르면 여름철(6~8월) 엘니뇨 발생 확률은 80%, 가을철(9~11월)은 90%로 예측됐다. 반면 중립 상태 확률은 각각 20%, 10%로 분석됐으며, 라니냐 재발달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열대 태평양 해수면 온도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1주일(5월 24~30일) 평균 엘니뇨 감시구역(니뇨3.4)의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1.0도 높은 상태다. 적도 동태평양 수심 50~250m 구간 수온 역시 평년보다 높은 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는 엘니뇨 발달 과정에서 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평가된다. 대기 흐름 역시 엘니뇨 발달 조건을 보이고 있다. 최근 적도 태평양에서는 대류 활동이 활발해졌고, 상공 약 1.5㎞ 부근에서는 서풍 편차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은 “대기·해양 상태와 예측모델 분석 결과, 여름철 동안 엘니뇨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엘니뇨는 적도 인근 동태평양 해수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해수면 온도 편차가 0.5도 이상 높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되면 엘니뇨로 판단한다. 통상 1.5도 이상이면 '슈퍼 엘니뇨'로 분류된다. 엘니뇨와 함께 전 세계 기온 상승 흐름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WMO와 영국 기상청(Met Office)은 지난달 28일 공동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향후 5년간 전 세계 평균기온이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하거나 이에 근접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6~2030년 전 세계 지표면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1.3~1.9도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2026~2030년 사이 2024년을 넘어 역대 가장 더운 해가 나타날 가능성은 86%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WMO는 2026~2030년 중 적어도 한 해의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를 초과할 가능성을 91%로 전망했다. 5년 평균 기온 자체가 1.5도를 넘어설 가능성도 75%로 제시됐다. 또 중앙 열대 태평양의 5년 예측 평균 온도는 2027년과 2028년 엘니뇨 발생 가능성을 높 분석했다. 보고서 공동 저자인 레온 헤르만슨 박사는 “올해 말 엘니뇨가 예측되고 있어 그다음 해인 2027년이 최고 기온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엘니뇨는 전 세계 기후 시스템을 흔드는 대표적 기후변동 요인으로 꼽힌다. 평소 동남아와 호주 쪽에 집중되던 따뜻한 해수와 비구름이 태평양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일부 지역에는 가뭄, 다른 지역에는 폭우와 홍수가 발생하는 식이다. 엘니뇨는 전 세계 기후 시스템을 흔드는 대표적 기후변동 요인으로 꼽힌다. 평소 동남아와 호주 쪽에 집중되던 따뜻한 해수와 비구름이 태평양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일부 지역에는 가뭄, 다른 지역에는 폭우와 홍수가 발생하는 식이다. 실제 엘니뇨가 발생하면 동남아·호주 지역은 가뭄과 산불 위험이 커지고, 남미 일부 지역은 폭우 피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이 과정에서 쌀·밀·옥수수·대두 등 주요 곡물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국제 식량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도 농축산물 수급과 물가 불안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종구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지난 1일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해 주요 농축산물 수급 상황과 가격 동향을 점검했다. 농식품부는 기상청이 올여름 평년보다 높은 기온과 폭염·열대야 증가를 전망한 데다 엘니뇨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여름철 농축산물 수급 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4월부터 30도 육박…“올봄 기온 역대 두 번째”

올해 봄철 전국 평균기온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며 이른 더위가 두드러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3∼5월 전국 평균기온은 13.3℃(도)로 평년보다 1.4도 높았다. 이는 1973년 기상관측망 전국 확충 이후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역대 가장 더웠던 봄은 2023년(13.5도)이었으며, 최근 10년 가운데 7개 연도가 역대 봄철 기온 상위 10위 안에 포함됐다. 월별로는 3월 평균기온이 7.4도, 4월은 13.8도, 5월은 18.6도로 모두 평년을 웃돌았다. 특히 5월 평균기온은 역대 가장 높았다. 기상청은 봄철 내내 대체로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이어졌으며, 3월 하순과 4월 중순, 5월 중순에 이상고온이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4월 19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29.4도까지 오르며 4월 중순 기준 최고기온 기록을 경신했다. 이어 5월 17∼18일에는 대구 34.7도, 밀양 35.1도, 안동 33.0도 등을 기록하며 전국 곳곳에서 이른 더위가 나타났다. 원주·충주·광주 등 22개 지점에서는 5월 중순 일최고기온 극값도 새로 쓰였다. 5월 중순에는 경상권 일부 지역에서 일최고기온이 33도를 넘어서며 관측 이래 가장 이른 폭염이 발생했다. 구미와 거창, 안동, 영천 등에서는 역대 가장 빠른 폭염 기록이 나왔다. 올해 5월 전국 폭염일수는 평균 0.5일로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기상청은 북대서양 진동과 중위도 대기 파동 강화, 상층 고기압 발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고온 현상이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5월에는 시베리아 부근 기압능과 북극권 블로킹 현상이 겹치며 우리나라 상공의 고기압성 순환이 강하게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바다 수온도 평년보다 높았다. 올해 봄철 우리나라 주변 해역 평균 해수면 온도는 14.0도로 최근 10년 중 두 번째로 높았고, 지난해보다 1.6도 상승했다. 동해 해수면 온도는 지난해보다 2.4도 높아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올해 봄은 4월 중순부터 이른 더위가 나타나고 5월에는 일부 지역에서 가장 이른 폭염이 발생하는 등 기온 상승 추세를 체감할 수 있었다"며 “이상기후 현상을 면밀히 감시하고, 방재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사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메탄 줄였더니 오존층 구멍이?…‘환경신데믹’의 기막힌 역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메탄(CH₄)을 줄여야 한다는 데 이견은 거의 없다. 메탄은 이산화탄소(CO₂) 다음으로 중요한 온실가스이고, 단기간에는 CO₂보다 훨씬 강력한 온난화 효과를 일으킨다. 그런데 최근 과학자들은 뜻밖의 사실을 발견했다. 메탄을 줄이면 지구 온난화는 완화되지만 성층권 오존층의 회복은 오히려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오늘날 환경 문제가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기후변화와 오존층, 대기오염, 농업, 생태계 문제는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를 해결하면 다른 문제가 영향을 받는다. 최근 '환경신데믹(Eco-Syndemic)'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온실가스 메탄 감축의 뜻밖의 역설 이 같은 결과는 영국 레딩대학교 기상학과의 제임스 웨버 박사가 주도하고 영국 기상청 해들리센터, 브리스톨대학교, 엑서터대학교 연구진이 공동 수행한 연구에서 제시됐다.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지구물리학 연구회보(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영국 지구시스템모델(UKESM)을 활용해 다양한 미래 배출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그 결과 온실가스인 메탄 감축은 지표 기온을 낮추고 대기질을 개선하는 효과를 가져오지만, 성층권 오존(O₃)의 양은 감소해 오존층 회복 속도가 늦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메탄이 단순한 온실가스가 아니라 오존층 화학반응에도 관여하기 때문이다. 오존층이 있는 성층권에서는 염소 화합물(ClOx)과 질소산화물(NOx)이 오존을 파괴하는 핵심 물질로 작용한다. 그런데 메탄은 활성 상태의 염소와 반응해 염화수소(HCl)라는 비교적 안정적인 형태로 전환시킨다. 쉽게 말해 오존을 공격하는 염소를 일종의 '감옥'에 가두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메탄이 줄어들면 이런 보호 장치가 약해진다. 연구진은 메탄 농도가 감소할 경우 염소에 의한 오존 파괴 능력이 최대 32%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남극 오존구멍(Ozone Hole) 크기는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겠지만, 메탄을 줄이면 회복 속도는 이전보다 느려질 수 있다. ◇아산화질소가 오존층 파괴의 핵심 변수 이번 연구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물질은 아산화질소(N₂O)다. 과거 오존층 파괴의 주범은 냉매와 스프레이 등에 사용된 염화불화탄소(CFC)였다. 하지만 몬트리올 의정서 시행 이후 CFC 배출이 크게 줄면서 오늘날에는 농업과 축산업, 질소비료 사용 과정에서 배출되는 아산화질소가 가장 중요한 인위적 오존층 파괴 물질로 떠올랐다. 아산화질소는 대류권에서는 비교적 안정하지만 성층권에 도달하면 자외선에 의해 분해된다.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일산화질소(NO)와 이산화질소(NO₂)는 오존을 연쇄적으로 파괴하는 촉매 역할을 한다. 오존 파괴 과정은 의외로 단순하다. 먼저 일산화질소가 오존(O₃)과 반응한다. NO + O₃ → NO₂ + O₂ 이후 생성된 이산화질소(NO₂)는 성층권에 존재하는 산소 원자(O)와 반응한다. NO₂ + O → NO + O₂ 두 반응을 합치면 결과적으로 오존(O₃)과 산소 원자(O)가 산소 분자(O₂) 두 개로 바뀐다. 중요한 것은 반응에 사용된 NO와 NO₂가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즉, 질소산화물은 소모되지 않으면서 반복적으로 오존을 파괴한다. 마치 한 명의 벌목꾼이 수천 그루의 나무를 베어내는 것과 비슷하다. 이번 연구는 메탄이 감소하면 이러한 질소산화물의 오존 파괴 효율이 더욱 커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메탄 감축이 확대될수록 아산화질소 감축의 중요성도 함께 커진다. 오존층은 태양에서 오는 유해 자외선을 차단하는 지구의 방패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메탄 감축 시나리오에서 오존량이 감소하면 지표면 자외선 노출이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 기준 자외선지수(UV Index)가 11을 넘는 '매우 위험한' 수준에 노출되는 육지 면적은 2070년까지 기존 시나리오보다 30~35% 확대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피부암과 백내장, 면역체계 손상 위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해법은 '메탄 감축 반대'가 아니라 통합 관리 물론 이 연구가 메탄 감축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연구진 역시 메탄 감축은 기후변화 대응과 대기질 개선을 위해 여전히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한다. 다만 메탄만 줄이는 단일 접근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메탄 감축과 함께 아산화질소, 수소염화불화탄소(HCFC) 등 각종 할로카본류를 동시에 줄여야 오존층 보호와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두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이번 연구는 '환경신데믹' 개념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기후변화와 오존층 파괴, 대기오염, 농업, 생물다양성 감소는 각각 따로 존재하는 위기가 아니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증폭되는 연결된 위기라는 것이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메탄을 줄이면 오존층 문제가 나타나고, 오존층을 보호하려면 다시 아산화질소와 할로카본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한 문제만 바라보는 정책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미세먼지를 줄이면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가 증가해 지구 기온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결국 환경 문제는 더 이상 개별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얘기다. 탄소 감축, 오존층 보호, 대기질 개선, 생태계 보전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바라보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환경신데믹 시대의 해법은 하나의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문제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관리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태풍 ‘장미’로 제주도에 많은 비…역대 3번째로 일찍 한반도에 영향

제6호 태풍 '장미'의 북상으로 수증기가 유입되면서 제주에는 2일까지 비바람이 거셀 것으로 예보됐다. 태풍 장미는 올들어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영향을 준 태풍이다. 기상청은 2일 “태풍의 영향으로 제주 지역에서는 2일 오전까지 강한 비가 내리겠다"면서 “비는 이날 늦은 오후까지 이어진 뒤 밤부터 차차 맑아지겠다"고 예보했다. 2일 제주지역의 예상 강수량은 20~80㎜다. 기상청은 태풍 '장미'가 이날 오전 9시 현재 일본 가고시마 남남서쪽 약 290㎞ 부근 해상에서 시속 30㎞ 속도로 북북동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풍 중심 풍속은 초속 32m(시속 115㎞), 중심 기압은 975헥토파스칼이며, 강풍반경은 380㎞이 이르렀다. 이날 오전 11시 현재 남해동부 바깥먼바다에는 태풍경보가, 제주도 남쪽 바깥먼바다와 제주도 남동쪽 안쪽 먼바다에는 풍랑경보가 발효 중이다. 이와 함께 전남 진도에는 호우경보가, 전남과 제주도 산지 등에는 호우주보가 발령됐다. 수도권과 강원도는 2일 대체로 맑겠고, 충청권과 남부지방은 대체로 흐리다가 오후부터 차차 맑아지겠다. 전북남부와 전남권, 경북권남부, 경남권 등에는 오후에 비가 내리겠다. 태풍은 북동진을 계속해 2일 오후 9시에는 일본 가고시마 동북동쪽 약 250㎞ 부근 해상까지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태풍은 도쿄 부근 해상을 지나 4일 오전에는 온대 저기압으로 바뀌면서 소멸할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한편, 기상청은 태풍 '장미'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 가운데 역대 세 번째 이른 사례라고 밝혔다. 한반도 영향 태풍은 2011년부터 우리나라 특보구역 내의 태풍특보 발효 유무로 결정되는데, 6월 2일 오전 3시에 남해동부바깥먼바다에 발효된 풍랑경보가 태풍경보로 변경되면서 올해 첫 영향 태풍으로 기록됐다. 지금까지 가장 이른 '영향 태풍'은 지난 1961년 5월 28일에 영향을 준 4호 태풍 '베티'였고, 그 다음은 지난 2003년 5월 30일의 4호 태풍 '린파'였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최근 우리나라를 포함한 북서태평양의 해수면 온도와 해양 열용량이 평년보다 높아 열대저기압 발생 및 발달에 좋은 조건인 상황에서 올해 첫 영향 태풍이 평년보다 매우 이른 시기에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특히 한반도 주변 해역의 해수면 온도도 높아 태풍 북상 시 강도를 유지할 가능성도 높으므로 다가오는 여름철 태풍에 대한 관심과 대비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날씨] 태풍 영향으로 제주·남부 폭우, 수도권은 33도 폭염

일본 남쪽 해상을 통과 중인 태풍이 직접 한반도로 향하지는 않지만 수증기를 공급하면서 제주와 남부지방에는 비가 내릴 전망이다. 오는 2일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33℃(도) 이상의 무더위가 나타나겠다. 1일 기상청 예보브리핑에 따르면 태풍 장미는 이날 오전 오키나와 남남서쪽 약 250㎞ 해상에서 북동진 중이며, 우리나라로 고온다습한 남동풍을 불어넣고 있다. 태풍이 공급한 수증기의 영향으로 제주와 남해안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릴 전망이다. 예상 강수량은 제주 30∼80㎜(산지 많은 곳 150㎜ 이상, 산지 제외 많은 곳 120㎜ 이상), 광주·전남·부산·울산·경남 20∼60㎜(전남 남부·부산·경남 남해안·경남 남서내륙 많은 곳 80㎜ 이상), 전북 남부 5∼20㎜, 대구·경북 남부 5∼10㎜, 전북 북부 5㎜ 안팎이다. 이날 밤부터 2일 오전 사이 제주와 남해안을 중심으로 시간당 20∼30㎜의 강한 비가 쏟아질 가능성이 있어 호우 피해에 대비해야 한다. 반면 수도권 등 우리나라 북서쪽 지역은 태풍이 불어넣는 남동풍의 영향으로 더 더워질 전망이다. 남동풍이 태백산맥을 넘는 과정에서 공기가 고온건조해지는 '푄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서울 등 수도권 곳곳의 2일 낮 기온은 33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기온은 오는 4일부터 평년 수준으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배출권 가격 2만4000원 돌파…“부족 우려에 공포성 매수 확산”

탄소배출권 가격이 최근 가파르게 치솟아 톤당 2만4550원까지 올랐다. 제4차 계획기간(2026~2030년) 배출권 부족 우려와 공급 감소가 겹치면서 부족업체들의 공포성 매수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탄소배출권 전문기업 에코아이에 따르면 지난해 분 배출권인 'KAU25' 가격은 지난달 29일 2만4550원까지 급등했다. 지난달 27일 3년 6개월여 만에 톤당 2만원을 넘어선 지 불과 이틀 만이다. 최근 3거래일 평균 거래량도 32만804톤으로 연초 이후 일평균 거래량(22만1184톤) 대비 45% 증가했다. 배출권 부족 우려가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기업들이 제4차 계획기간에서 배출권 공급이 부족해질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발전사 중심의 대규모 매수세가 시장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배출권이 필요한 할당대상업체들의 매수세도 급격히 확대됐다. 올해 1~5월 할당대상업체 거래 비중은 평균 29% 수준이었지만 최근 거래일 동안에는 43.1%까지 상승했다. 월평균 순매수량 역시 올해 1~4월 33만3276톤 수준에서 5월에는 69만3226톤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반면 공급 측면에서는 물량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잉여 배출권을 보유한 업체들은 추가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매도를 미루고 있고, 올해 들어 KAU25 유상할당 경매 물량도 월 120만톤 수준으로 축소되면서 입찰 경쟁이 과열됐다. 경매 낙찰가 상승이 다시 장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강세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에코아이는 KAU25의 1차 저항선을 톤당 2만5000원, 2차 저항선을 3만원으로 제시했다. 다음 달 예정된 KAU25 유상할당 경매에서도 경쟁이 과열될 경우 추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단기 급등에 따른 가격 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상한가 수준의 급등세가 이어지며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데다, 7월부터는 KAU26 유상할당 경매 물량이 월 283만톤 수준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여기에 잉여업체들의 필수 매도 물량 약 1000만톤이 시장에 공급될 가능성이 있어 하반기에는 상승 속도가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이날 배출권 가격은 톤당 2만3500원으로 지난달 29일 대비 4.3% 하락했다. 2만5000원이 1차 저항선인만큼 아직 이를 넘기지는 못하고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역대 최다 탄소에 49℃ 폭염 우려까지…2026 월드컵의 ‘위험한 실험’

오는 11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 열리는 2026년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다. 미국·캐나다·멕시코가 공동 개최하는 이번 대회는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난 최초의 월드컵이자, 첨단 공학과 기후위기, 경제 효과와 환경 부담, 선수 건강 문제가 한꺼번에 드러나는 거대한 사회 실험이다. 경기장의 승패만 본다면 절반만 보는 셈이다. 월드컵 뒤에 숨겨진 다양한 이면을 살펴본다. ◇월드컵의 공학…축구공 하나에 담긴 최첨단 과학 2026년 월드컵의 가장 큰 기술적 변화 가운데 하나는 공인구 '트리온다(Trionda)'다. 스페인어로 '세 개의 파도'를 뜻하는 이름은 미국·캐나다·멕시코의 공동 개최를 상징한다. 가장 놀라운 특징은 패널(panel· 가죽 조각) 수다. 트리온다는 단 4개의 패널로 제작됐다. 이는 월드컵 역사상 가장 적은 숫자다. 5각형과 6각형 조각으로 만드는 전통적인 축구공은 패널이 32개이고, 지난 2006 독일 월드컵 공인구인 팀가이스트(Teamgeist)는 패널이 14개, 2022 카타르 월드컵 공인구 알 리흘라가 20개 패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혁신적인 변화다. 문제는 패널이 적을수록 공 표면이 지나치게 매끄러워진다는 점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공인구 '자불라니(Jabulani)'가 대표적 사례다. 8개의 패널로 만들어졌는데, 당시 골키퍼들은 “공이 살아 움직인다"고 불평할 정도로 비행 궤적이 불규칙했다.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깊은 이음새와 미세한 홈, 특수 표면 질감을 넣었다. 일본 츠쿠바대학교 연구진의 풍동(風洞·바람 터널) 실험 결과, 트리온다는 시속 약 43㎞ 수준에서 항력 위기에 도달해 프리킥이나 코너킥 상황에서 보다 안정적인 비행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풍동은 인공적으로 바람을 만들어 물체 주변의 공기 흐름과 저항을 측정하는 연구 장비다. 항력 위기(抗力危機·Drag Crisis)란 공이 일정 속도에 도달했을 때 공기 흐름의 성질이 바뀌면서 공기저항이 갑자기 감소하는 현상으로, 축구공의 비행 거리와 궤적을 결정하는 중요한 공기역학적 특성이다. 남아공 월드컵 공인구 자불라니는 공 표면이 너무 매끄러워 항력 위기가 높은 속도에서 발생했고, 공기 흐름이 불안정해져 공이 갑자기 흔들리거나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 논란이 됐다. 반면 무회전 킥에서는 또 다른 변수가 생긴다. 트리온다의 사면체 구조는 낮은 대칭성 때문에 공기 저항이 일정하지 않게 작용할 수 있다. 야구의 너클볼처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공 내부에는 '커넥티드 볼(Connected Ball)' 기술도 탑재된다. 초당 수백 차례 공의 움직임을 기록하는 센서가 내장돼 공이 선수 발에 닿는 순간을 감지하고, 반자동 오프사이드 시스템에 실시간 데이터를 전송한다. 심판보다 공이 먼저 상황을 판단하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월드컵의 기상학…가장 강력한 상대는 폭염 2026년 월드컵에서 가장 우려되는 변수는 브라질도, 프랑스도, 아르헨티나도 아니다. 바로 폭염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개최 도시 16곳 가운데 14곳이 경기 중 위험 수준의 열 스트레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 기온이 아니라 '습구흑구온도(Wet Bulb Globe Temperature, WBGT)'를 사용해 위험성을 평가한다. 이는 기온뿐 아니라 습도·태양복사·풍속까지 반영한 체감 열지수다.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는 WBGT 28℃를 경기 연기 검토 기준으로 본다. 그러나 FIFA는 현재 WBGT 32℃를 초과해야 추가 조치를 검토한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과 의료 전문가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994년 미국 월드컵 당시 독일 공격수였던 위르겐 클린스만은 댈러스 경기 후 “(체감온도가) 화씨 120도(49℃)에 이르는 기온 속에서 뛰었을 때 죽을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2025년 북미에서 열린 클럽 월드컵에서도 선수들은 “사우나에서 막 나온 것처럼 땀이 난다"고 불평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전·후반 중간에 각각 3분씩 주어지는 수분 보충 시간을 6분으로 늘리고, 경기 연기 기준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미국 코네티컷대학 더글러스 카사 박사는 얼음물 타월과 냉수욕을 활용한 '공격적 냉각 전략'을 FIFA에 권고했다. ◇월드컵의 보건학…선수의 생명과 뇌를 지켜라 축구는 신체 접촉이 많은 스포츠다. 최근에는 뇌진탕 문제가 중요한 보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이란 골키퍼 알리레자 베이란반드가 심각한 충돌 후에도 경기를 계속 뛰게 된 사건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스포츠 의학계에서는 '임시 뇌진탕 교체(concussion substitute)' 제도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핵심 원칙은 “의심스러우면 빼라(If in doubt, sit them out)"이다. 경기보다 선수의 생명이 우선이라는 뜻이다. 폭염 역시 의료 문제다. 연구에 따르면 고온 환경에서는 선수들의 활동량과 스프린트 횟수가 감소하고 부상 위험이 증가한다. 심한 경우 열탈진과 열사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월드컵의 경제학…개최국은 손해, 우승국은 이익? 많은 사람은 월드컵을 개최하면 막대한 경제효과가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연구 결과는 의외다. 영국 서리대학교의 경제학자 마르코 멜로는 경제협력개발국가(OECD) 데이터를 분석해 월드컵 우승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대회 후 두 분기 동안 최대 0.25%포인트 상승한다고 밝혔다. 2022년 11월 '응용 경제학 회보(Applied Economics Letters'에 게재된 논문 내용이다. 그 이유는 소비 증가가 아니라 수출 증가다. 월드컵 우승으로 국가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면서 해당 국가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개최국은 이야기가 다르다. 1994년 미국 월드컵의 경우 개최 도시들은 당초 수십억 달러의 경제효과를 기대했지만, 사후 분석에서는 최대 93억 달러의 누적 손실을 기록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경기장 건설과 교통 인프라, 보안 비용 등이 예상보다 훨씬 컸기 때문이다. 미국 미시건대학교 경제학자인 스테판 시만스키는 축구계에도 '중진국 함정'이 존재한다고 분석한다. 지난 2019년 국제학술지인 '응용 경제학'에 발표한 논문에서 그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이 선진 축구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성장하고 있지만, 유럽과 남미의 엘리트 클럽 네트워크가 형성한 최상위권 벽은 여전히 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930년 이후 남자 월드컵 우승국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 단 8개국뿐이다. 유럽과 남미 이외 지역에서는 아직 월드컵 우승은 물론 결승 진출조차 없다. 시만스키의 논리대로라면 한국은 '축구 중진국 함정'을 상당 부분 극복했지만, 아직 최상위권 국가의 벽은 넘지 못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국가 브랜드 효과 컸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은 한국 사회에 매우 특별한 사례로 평가된다. 단순히 4강 신화 때문만은 아니다. 경제 효과와 국가 이미지 효과가 동시에 나타난 보기 드문 사례였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 정부와 연구기관들은 경기장 건설, 관광객 소비, 교통·숙박·유통 산업 활성화 등을 통해 상당한 경제 파급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한양대와 대구가톨릭대 연구진이 2002년 발표한 다지역 산업연관(MRIO) 분석에 따르면, 월드컵 경기장 건설과 관광 소비는 전국적으로 약 6조5200억 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3조 원 이상의 부가가치 창출 효과를 만들어낸 것으로 추정됐다. 또한 약 9만1700명의 신규 고용 효과도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장기적인 GDP 성장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경제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단순한 관광 수입보다 국가 브랜드 가치 상승 효과다. 2002년 월드컵 이전 한국은 여전히 제조업 중심의 신흥 공업국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월드컵을 계기로 전 세계 수십억 명이 서울과 부산, 대구, 광주를 생중계 화면으로 보게 됐다. 붉은 악마 응원 문화와 거리 응원은 세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경기장 건설과 관광 수입이라는 직접 경제효과보다도, 국가 이미지 향상과 국제 인지도 상승, 스포츠 인프라 확충, 그리고 국민적 자신감 회복이라는 무형의 자산이 훨씬 더 큰 유산으로 남았다는 평가가 많다. ◇월드컵의 환경학…가장 큰 탄소 발자국을 남길 월드컵 2026년 월드컵은 역대 최대 규모인 동시에 역대 최대 탄소배출 행사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의 탄소배출량을 분석해 논문으로 발표했던 스위스 로잔대의 스포츠 지속가능성 연구자 마틴 뮐러 연구진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2026 북중미 월드컵의 탄소배출량이 500만~900만 톤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는 2024 파리올림픽의 약 세 배에서 다섯 배 수준이다. 주된 증가 원인은 참가국 확대와 장거리 항공 이동 증가로 분석된다. 미국 마이애미와 캐나다 밴쿠버의 거리는 4500㎞가 넘는다. 팀과 관계자, 언론인, 그리고 FIFA가 기대하는 500만 명 이상의 관중이 항공기를 이용하면서 막대한 탄소가 발생한다. 스위스 로잔대학교의 데이비드 고기슈빌리는 AFP 인터뷰에서 “국제 스포츠 역사상 가장 큰 탄소발자국을 남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스포츠 생태학·지속가능성 연구 그룹에서 활동하며, 대형 스포츠 이벤트의 탄소발자국과 환경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2030년 월드컵은 6개국, 3개 대륙에서 열린다. 규모 확대가 계속된다면 탄소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월드컵의 사회학…왜 사람들은 월드컵에 열광하는가 월드컵은 과학과 경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학자들은 “축구는 사냥꾼 DNA를 자극하는 스포츠"라고 설명했다. 인류가 야생에서 먹이를 추적하던 원시적 본능이 축구 속에 남아 있다는 것이다. 사냥에 나서던 그룹의 숫자도 보통 10명 안팎일 때가 많았다. 영국의 대표적인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는 세계화를 “멀리 떨어진 지역들이 긴밀하게 연결되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이를 받아들인 사회학자들은 월드컵과 유럽 축구 리그를 이러한 세계화의 대표 사례로 꼽는다. 실제로 축구는 선수 이적, 글로벌 방송, 다국적 스폰서, 국제 팬덤이 결합된 가장 상징적인 세계화 산업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 사회가 보여준 열광 역시 단순한 스포츠 응원이 아니었다. IMF 외환위기로 상처받은 국민들이 집단적 자존감을 회복하는 과정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제 2026년 월드컵은 단순히 누가 우승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공 하나를 설계하는 공학, 선수 생명을 지키는 보건학,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기상학, 개최 효과를 따지는 경제학, 탄소배출을 고민하는 환경학, 그리고 인간의 집단심리를 설명하는 사회학이 모두 얽혀 있다. 먼 훗날 2026년 월드컵의 주인공으로 6번째 월드컵 무대를 밟는 리오넬 메시나 네 번째 참가하는 손흥민을 기억하는 대신에 폭염과 탄소 배출,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떠올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 신호등] 미국-이란 전쟁 3개월…‘화석연료 시대’ 균열 본격화

지난 2월 28일 시작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3개월을 넘어서면서 세계 에너지 질서는 반세기 만의 가장 거대한 구조적 충격을 맞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중동 지역의 군사 충돌을 넘어, 글로벌 기후정책과 에너지 전환의 방향 자체를 뒤흔드는 역사적 변곡점으로 평가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등 주요 국제기구들은 한목소리로 이번 전쟁을 “현대 산업사에서 가장 심각한 에너지 안보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30%,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국제 유가와 가스 가격은 폭등했고, 전 세계 경제는 다시 '에너지발 인플레이션'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이번 위기는 단순히 공급 차질과 가격 급등에 그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번 충격이 지난 1970년대 오일쇼크처럼 세계 에너지 시스템의 방향 자체를 영구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1970년대에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기술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지만, 2026년의 세계에는 태양광과 배터리, 전기차, 전력망 디지털화 같은 '더 싸고, 더 빠르고, 더 안전한' 대안이 이미 존재한다는 점이다. ◇1970년대 오일쇼크의 충격 1970년대 오일쇼크는 단순한 경제 위기가 아니라, 중동 전쟁이 촉발한 지정학적 충돌이 세계 에너지 시스템 전체를 뒤흔든 사건이었다. 특히 1973년 1차 오일쇼크는 제4차 중동전쟁, 즉 욤키푸르 전쟁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이집트와 시리아가 이스라엘을 공격하자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이스라엘을 지원했고, 이에 반발한 아랍 산유국들은 석유 수출 금지와 감산 조치를 단행했다. 그 결과 국제 유가는 몇 달 만에 4배 가까이 폭등했고, 세계 경제는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를 동시에 겪었다. 이어 1979년 2차 오일쇼크 역시 이란 혁명과 중동 정세 불안으로 발생했다. 이 사건은 세계 각국에 “중동 분쟁 하나가 세계 경제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켰다. 이후 미국·유럽·일본 등은 중동 석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전략비축유 제도를 도입하고, 공동 대응 체계 구축을 위해 국제에너지기구(IEA)를 설립했다. 또한 발전 부문에서는 석유 사용을 줄이고 원자력·석탄·천연가스 발전을 확대했으며, 프랑스·일본 등은 원전 중심 체제로 빠르게 전환했다. 자동차 산업도 크게 바뀌었다. 미국식 대형차 대신 일본의 소형 고연비 차량이 급성장했고, 미국은 연비 규제를 도입했다. 건물 단열, 에너지 절약 기술, 고효율 설비 등 '에너지 효율' 개념 역시 이 시기에 본격적으로 자리 잡았다. 동시에 북해·알래스카·멕시코만 유전 개발이 확대되면서 중동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됐다. 결국 1970년대 오일쇼크는 세계 에너지 정책의 중심을 '값싼 석유 소비 확대'에서 '에너지 안보·효율·공급 다변화'로 전환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1970년대 오일쇼크는 화석연료 시스템 자체를 무너뜨리지는 못했다. 당시 대체기술은 느리고 비싼데다 확장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가격이 안정되자 세계는 다시 석유로 돌아갔다. ◇2026년 호르무즈 봉쇄…세계 경제의 '심장'을 멈추다 지난 3월 2일 전쟁 발발 직후 이란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기뢰 설치와 군사적 위협이 이어지면서 해협 통항은 사실상 마비됐다. 이 해협은 폭이 가장 좁은 구간이 33㎞에 불과하지만,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동맥이다. 평시 하루 평균 약 2000만 배럴의 원유와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수송량의 5분의 1이 이곳을 통과한다. 이 통로가 막히자 브렌트유는 배럴당 72달러 수준에서 한때 141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직전 수준을 넘어서는 가격이다. 유럽 가스 가격은 전쟁 이전보다 85% 이상 폭등했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피에르-올리비에 구린샤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세계경제전망 발표 브리핑에서 “중동 전쟁이 인공지능(AI) 산업 성장과 무역 긴장 완화가 가져올 세계 경제 회복세를 압도하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핵심 생산시설 파손이 이어질 경우 세계 경제는 예상보다 훨씬 깊은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IEA는 전쟁 이후 하루 약 1000만 배럴 규모의 글로벌 공급 차질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1973년 1차 오일쇼크 당시 공급 감소량의 약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전쟁 여파....“진짜 위기는 올여름" 전문가들은 올여름부터 내년까지 전 세계가 '검은 여름(Black Summer)'이라 불리는 심각한 에너지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북반구의 냉방 전력 수요와 휴가철 항공 수요가 동시에 급증하면서 에너지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IEA는 유럽의 항공유 재고가 최대 6주 치에 불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인도네시아와 스리랑카 등 일부 국가는 이미 연료 배급제에 돌입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도 AP통신 인터뷰에서 “진짜 위기는 올여름"이라며 경기 침체와 물가 급등 가능성을 경고했다. 천연가스 공급난이 심화되면서 각국은 기후 목표를 뒤로 미룬 채 석탄 발전소 재가동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 석탄발전 상한제를 완화했고, 이탈리아는 석탄 발전소 수명 연장을 검토 중이다. 문제는 석탄발전이 LNG보다 온실가스를 30~50% 더 배출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기후 대응이 후퇴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전쟁 초기 2주 동안 시설 파괴 등으로 약 50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 것으로 추산된다.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주요 시장에서 초기 구매비용이 내연기관차와 비슷해졌고, 주행비용은 60~80% 저렴하다. 중국에서 내연기관차가 전기차와 경쟁력을 가지려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5달러 이하로 떨어져야 한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석탄 화력발전의 증가로 단기적으로는 기후 목표 후퇴를 의미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를 '과도기적 반동'으로 본다. LNG 가격 급등은 오히려 태양광·배터리 경제성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1970년대에 석유가 전력시장에서 밀려났듯, 이번엔 LNG가 전력시장에서 구조적으로 밀려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전기시대' 앞당겨질 듯 이번 위기가 장기적으로는 '전기 시대(Electric Age)'를 앞당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NEF는 전기차 확산으로 세계 석유 수요가 2029년 전후 정점을 찍고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태양광은 2032년 세계 최대 발전원이 될 전망이며, ESS(에너지저장장치) 규모도 2030년 1000GW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력 발전 역시 무탄소 기저전원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한국·일본·대만은 원전 가동 확대와 수명 연장에 나섰고, 베트남도 신규 원전 사업 재추진에 들어갔다. 동시에 태양광·배터리·전기차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은 이번 위기를 계기로 글로벌 청정에너지 패권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위기의 최대 피해 지역은 아시아다. 아시아 전체 원유 수입의 40% 이상이 호르무즈를 통과한다. 특히 한국과 일본, 인도, 동남아 국가들은 중동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이는 역설적으로 아시아가 가장 강력한 탈화석연료 동기를 갖게 됐음을 뜻한다.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는 “1979년 유럽의 석유 수요가 정점을 찍은 뒤 다시 회복하지 못했던 것처럼, 2026년은 아시아 화석연료 수요가 영구적으로 꺾이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2025년 기준 전기차 판매 비중은 중국 50%, 베트남 38%, 태국 21%, 인도네시아 15% 등이다. 중국의 전기 대형트럭 판매 비중은 29%에 달한다. 도로교통은 전 세계 석유 수요의 절반을 차지하는 최대 소비처다. 이 시장이 전기화되면 석유 시스템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1970년대 오일쇼크와 2026년 위기 사이의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비가역성'이다. 태양광·풍력·배터리·전기차는 한 번 설치되면 연료가 필요 없다. 운영비가 거의 0에 가깝기 때문에 화석연료 가격이 다시 떨어져도 되돌아갈 유인이 없다. “화석연료는 탐욕스러운 집주인에게 월세를 내며 사는 것이고, 전기 기술은 내 집을 소유하는 것이다"라는 말도 나온다. ◇'기후-에너지-경제안보' 통합 넥서스 전략 필요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가 각국 정부에 과감한 제도 개혁의 정치적 명분을 제공한다고 보고 있다. 이번 위기는 공급선 다변화 수준에서 해결하려 할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 자체를 끝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력망 투자, 배터리 규제 완화, 태양광 인허가 단축, 전기차 보급 확대, 전기요금 구조 개편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이와 관련, 지난 28일 서울 중구 영원무역 명동사옥 대강당에서는 서울국제법연구원 기후환경법정책센터(CSDLAP)과 에너지경제연구원(KEEI), 한국기후변화학회가 공동 주최한 세미나가 개최됐다. 2010년부터 진행해온 CSDLA의 월례 세미나 100회를 기념한 이날 세미나의 주제는 '지정학적 변화에 따른 기후·에너지 국제협력 동향과 우리의 대응'이었다. 이날 행사는 미국-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미증유의 에너지 위기 상황 속에서 한국의 국가 전략을 재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조강연을 맡은 정서용 서울국제법연구원장(고려대 교수)은 “국제 질서가 다시 지정학 중심 구조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면서 “에너지 문제는 단순한 수급 관리를 넘어 기후변화와 기술 패권, 경제안보가 결합된 '기후–에너지–경제안보 넥서스(Nexus)' 관점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안보연구실장은 주제 발표를 통해 “에너지 안보의 개념을 '연료 확보'에서 전력망, 핵심 광물, 기술 패권까지 포괄하는 '시스템 회복력(Resilience)' 중심으로 전환하고, 자원안보특별법을 통해 조기경보체계를 고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민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호르무즈 사태로 인한 에너지 안보 위기가 단기적으로는 기후 대응의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청정·무탄소 에너지를 안보 전략으로 재결합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숲이 곧 국력이다”…‘넥스트 포레스트’가 제안하는 신산림국부론[신간]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숲과 산림의 가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책 '넥스트 포레스트'가 출간됐다. 이 책은 숲을 단순한 자연환경이나 자원 공급원이 아닌, 경제·철학·문화·치유를 아우르는 복합 공간으로 바라보며 '신산림국부론'을 제안한다. 저자는 숲의 가치를 크게 네 가지로 나눠 설명한다. 산림의 존재와 보존, 목재 및 임산물 등 물질적 활용, 치유와 힐링 공간으로서의 기능, 사색과 깨달음의 공간으로서의 역할이다. 특히 숲이 인간의 창의력과 사유 능력을 키우는 공간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책은 독일과 한국의 역사·철학·정치 지도자 사례도 함께 다룬다. 독일의 아데나워·브란트 총리와 한국의 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 칸트·헤겔·괴테·베토벤·정약용 등 철학자와 예술가들이 숲 속 사색과 성찰을 통해 국가 비전과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고 분석한다. 산림의 경제적 가치도 강조한다. 독일은 산림산업 규모가 자동차산업에 버금갈 정도로 성장했으며, 바이오제약·건강기능식품 산업 역시 임산물을 핵심 원료로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AI·드론·인공위성 등 첨단 기술과 산림의 결합 가능성도 언급된다. 아울러 저자는 남북 산림협력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후위기와 생태 위기가 심화되는 시대에 숲은 탄소중립뿐 아니라 경제·문화·공동체 회복의 핵심 자산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주말 날씨] 전국 대부분 30도 넘는 여름 더위

주말 동안 전국이 대체로 맑은 가운데 낮 기온이 크게 오르며 초여름 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전국 대부분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돌고, 경상권과 호남 일부 지역은 33도 안팎까지 치솟으며 한여름 수준의 더위를 보이겠다. 29일 기상청에 따르면 토요일인 30일은 전국이 대체로 맑겠고, 구름 없는 하늘이 이어지면서 야외활동하기 좋은 날씨가 예상된다. 다만 강한 햇볕의 영향으로 낮 기온이 오르면서 전국 곳곳에서 더운 날씨가 나타나겠다. 토요일 아침 최저기온은 12~19도, 낮 최고기온은 25~32도로 평년보다 높은 수준을 보일 전망이다. 내륙 지역을 중심으로 낮과 밤의 기온 차가 크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돼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일요일에는 더위가 한층 심해질 전망이다. 일요일 아침 최저기온은 13~21도, 낮 최고기온은 27~33도로 예보됐다. 전국 대부분 지역의 낮 기온이 30도를 넘겠고, 경상권과 호남 일부 지역은 33도 안팎까지 오르며 무더운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당분간 낮 기온이 계속 오르면서 더운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한낮 야외활동 시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 등 건강관리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다만, 강원 산지와 동해안에는 토요일 오후부터 순간풍속 시속 55㎞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부는 곳이 있어 안전사고에 유의해야겠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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