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반구 한파 원인은 제트기류의 남하

한반도 겨울 추위가 매섭다. 서울의 경우 새해 들어 26일까지 최저기온 평균이 -7.6℃를 기록했다. 절기상 대한(大寒)인 지난 20일 무렵부터 아침 최저기온이 -10℃ 안팎까지 떨어지는 강추위가 일주일 이상 지속되고 있다. 강한 바람에 체감온도는 더 낮아 시민들은 추위에 떨어야 했고, 수도계량기 동파 신고도 잇따랐다. 미국을 비롯한 북미 대륙에도 맹추위가 닥쳤다. 마국 남부에서 북동부에 이르기까지 초강력 겨울 폭풍이 이동하면서 폭설과 결빙, 기록적인 한파를 동반했다. 항공편이 대규모로 결항되고, 광범위한 정전과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등 겨울 기상의 위력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북반구 곳곳에서 한꺼번에 극심한 추위가 나타나면서 자연스럽게 '북극 진동'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연 북극진동(Arctic Oscillation, AO)이 강추위의 원인일까. ◇“북극진동 때문"이라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 북극진동은 북극과 중위도 사이의 기압 차이가 시소처럼 오르내리는 것을 말하고, 겨울철 한파의 발생 가능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된다. 이런 북극진동의 상황을 나타내는 것이 북극진동 지수(AO index)다. 그렇다면 실제로 최근 북극진동 지수는 어떤 상태였을까. 미국 해양대기국(NOAA)에서 제공하는 올겨울 북극진동 지수를 살펴보면, 겨울 초반부터 전반적으로 0 이하의 값이 자주 나타났고, 1월 들어서는 –1에서 –2 이하로 내려가는 구간이 반복됐다. 단기 예측에서도 이 음의 상태가 유지되거나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제시됐다. 이는 대기 순환 차원에서 북극의 찬 공기가 중위도로 내려오기 쉬운 조건이 형성됐다는 뜻이다. 실제로 한반도 상공에서는 대기 하층과 상층 모두에서 북쪽의 찬 공기가 동시에 유입되는 구조가 관측됐다. 북미 역시 비슷한 시기에 대륙 규모의 한기 남하를 겪었다. 지난해 12월 1일 이후 서울의 일평균 기온과 비교하면, 북극진동 지수가 가리킨 방향과 현실의 날씨가 상당 부분 맞아떨어진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7일 이후의 예측값을 보면, 추위가 당분간 계속될 것임을 예상할 수도 있다. ◇북극진동이 음수가 되면 왜 북반구가 추워질까 북극진동 지수가 음의 값을 보인다는 것은 북극 상공의 기압 구조가 평소보다 느슨해졌다는 의미다. 원래 겨울철에는 북극 상공의 강한 저기압과 중위도의 상대적으로 높은 기압 차이로 인해 찬 공기가 북극에 갇히는 경향이 있다. 이때 제트기류는 비교적 곧게 흐르며, 중위도의 겨울은 상대적으로 안정된다. 하지만 북극진동이 음의 상태로 전환되면 이런 균형이 깨진다. 북극의 찬 공기를 붙잡아 두는 힘이 약해지면 제트기류는 남북으로 크게 굽이치며 흐르게 된다. 그 결과 북극의 냉기가 여러 갈래로 갈라져 한반도와 북미, 유럽 등 중위도 지역으로 쏟아져 내려온다. 강한 한파가 특정 지역에 집중되거나, 동시에 여러 지역에서 나타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동아시아나 유럽, 북미 등에 한파가 닥치는 세부적인 원인은 제각각이지만, 그 바탕에는 북극진동 지수가 있다"면서 “체력이 약해지면 감기에 걸리는 것처럼, 북극진동 지수가 음수가 되면 제트기류가 약해지고 곳곳에 악기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한반도의 경우 서고동저형 기압 배치가 유지되면서 북서쪽에서 한기가 계속 들어오는 상황인데, 더 넓게 보면 캄챠카 반도에 발달한 고기압(기압능)으로 인해 공기 흐름이 느려지는 블로킹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 북태평양의 고수온 현상이 블로킹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왜 북극진동은 자주 음수가 되는가 여기서 다시 한 번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최근 들어 왜 북극진동이 음의 상태로 자주 나타나는가 하는 점이다. 이 현상은 지구온난화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북극은 전 지구 평균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따뜻해지고 있다. 이른바 '북극 증폭' 현상이다. 북극이 빠르게 따뜻해지면서 북극과 중위도 사이의 온도 차가 줄어들고, 그 결과 제트기류는 약해지고 불안정해진다. 김백민 교수는 “올겨울 북극진동 지수가 음수를 보이는 것은 북극해에 접하고 있는 바렌츠-카라해(海)의 바다얼음이 예년보다 덜 확장된 탓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울인데도 바렌츠-카라해에서 바다가 예년보다 많이 열려 있고 열이 많이 방출된 탓에 제트기류가 크게 출렁이게 됐다는 것이다. 올여름 성층권에서 한기를 막아주는 극소용돌이(polar vortex)가 약해지면서, 아래 대류권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제트기류가 약해질수록 대기 흐름은 직선성을 잃고 남북으로 크게 흔들리게 되며, 결과적으로 북극진동이 음의 상태로 전환될 가능성도 커진다. 제트기류가 남쪽으로 출렁이게 되면 담장이 무너진 것처럼 북쪽 한기가 남으로 쏟아져 내려오게 된다. 역설적으로, 지구가 따뜻해질수록 겨울철 강한 한파가 나타날 조건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북극진동 지수는 겨울을 읽는 하나의 창 김 교수 등 전문가들은 “북극진동 지수 하나만으로 겨울 날씨를 단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시베리아 고기압의 강도, 해수면 온도, 다른 기후 진동 요소들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북극진동 지수가 겨울철 대기 흐름의 큰 방향을 읽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것은 분명하다. 북극진동 지수가 음의 방향으로 깊어질수록, 북반구 중위도 지역은 강한 한파와 폭설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의 한반도 한파와 북미의 혹한은 이 지표가 실제 기상 현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점점 따뜻해지는 지구에서 겨울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형태를 바꾸고 있다. 북극진동 지수는 그 변화의 방향을 들여다볼 수 있는 하나의 창으로, 앞으로의 겨울을 이해하고 대비하는 데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아침 영하 10도 안팎 추위…빙판길 주의

오는 27일 전국 아침 최저기온이 -10℃(도) 안팎으로 떨어지는 등 추운 날씨가 이어지겠다. 새벽과 아침 사이 일부 지역에서는 눈이 내려 빙판길에 주의가 필요하겠다. 26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전국 최저기온은 -13도에서 0도, 최고기온은 -4도에서 8도로 예보됐다. 북쪽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의 영향으로 중부지방과 경북·전북 내륙의 아침 기온은 -10도 안팎까지 떨어지겠고 강원 동해안과 그 밖의 남부지방은 -5도 안팎을 보이겠다. 낮에도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기온이 0도 이하에 머무는 가운데 바람이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새벽부터 아침 사이 충남 서부와 전라권 서부, 제주에는 비 또는 눈이 내리겠다. 인천과 경기 남부, 그 밖의 충청권 내륙 등지에는 0.1㎝ 미만의 눈이 날리는 곳이 있겠다. 기온이 낮은 탓에 내린 눈이 얼어 빙판길과 도로 살얼음이 나타나는 곳이 있어 교통안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환경포커스] 발암물질 다이옥신 섭취 주의…15%는 관리 필요

인체에 오래 잔류하면서 암을 일으키는 다이옥신(dioxin) 오염도가 줄고 있으나, 한국인의 실제 노출 수준은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도 다이옥신 등 잔류성 유기 오염물질 노출을 줄이기 위한 중장기 관리 전략을 마련해 추진키로 했다. 다이옥신은 극미량으로도 인체에 심각한 독성을 유발하는 물질로, 한 번 환경에 배출되면 쉽게 분해되지 않고 생태계와 인체에 축적되는 대표적인 잔류성 오염물질(POPs)이다. 구조가 비슷한 폴리염화비페닐(Dioxin-like PCBs) 12종까지 포함하면 다이옥신 종류는 모두 222종에 이른다. ◇한국인의 다이옥신 노출 실태: 식품을 통한 만성 노출 한국인의 다이옥신 노출 수준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연세대 의대 환경공해연구소 이용진 교수(부소장)과 이동진 연구원 등이 수행했다. 이들은 최근 국제 학술지 '식품 및 화학 독성학(Food and Chemical Toxicology)'에 한국 성인의 다이옥신 노출 패턴과 식이 요인의 관련성을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 거주하는 성인 153명을 대상으로 식습관 설문과 혈중 다이옥신 농도 분석을 병행했다. 연구 결과, 조사 대상자의 평균 혈중 총 다이옥신 농도는 3.647 pg TEQ/g-lipid로 나타났다. 다이옥신 농도를 표시할 때 사용되는 pg(피코그램, picogram)은 1조 분의 1그램에 해당하는 극미량 단위로, 다이옥신이 극소량으로도 인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또한 TEQ(Toxic Equivalency)는 여러 종류의 다이옥신과 다이옥신 유사 물질의 독성을, 가장 독성이 강한 TCDD(2,3,7,8-테트라클로로디벤조-p-다이옥신)를 기준으로 환산해 합산한 지표로, 실제 인체 위해성을 평가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통용된다. 총 다이옥신의 평균 농도는 3.647 pg TEQ/g-lipid는 인체 지방성분 1g에 들어 있는 다이옥신을 TCDD 독성으로 환산했을 때 3.647pg이 들어있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에서 측정된 최소치는 0.074pg, 최대치는 42.258 pg이었다. 이는 과거 고엽제 살포로 심각한 오염이 발생했던 베트남 일부 지역이나, 대규모 화학 공장이 밀집했던 이탈리아 브레시아 지역의 보고치(5.0~7.5 pg TEQ/g-lipid)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15%는 '위해지수' 높아 장기 관리 필요 한국의 경우 특정 산업시설에서의 고농도 노출보다는 일상적인 식품 섭취를 통한 만성적·누적 노출이 주요 경로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고등어나 갈치와 같은 어류보다 조개·굴·바지락 등 조개류(패류) 섭취가 혈중 다이옥신 유사 PCB(DL-PCBs) 농도를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분석됐다. 이는 패류가 해저 퇴적물에 축적된 다이옥신류를 여과 섭식 과정에서 효과적으로 농축하는 생태학적 특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러한 수치만으로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위해지수(hazard quotient, HQ)의 평균값은 0.54로 전반적으로는 기준치 이내였으나, 조사 대상자의 약 15%는 위해지수가 1.0을 초과해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태로 나타났다. 여성과 고령층에서 위해지수가 더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다이옥신이 체지방에 축적되는 특성상 체내 잔류 기간이 길고, 연령 증가에 따라 누적 노출량이 증가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한 고소득층일수록 육류와 해산물 섭취 빈도가 높아 노출 위험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 반면, 교육 수준이 높은 집단은 지방 섭취를 줄이는 식습관으로 상대적으로 노출 위험이 낮았다. ◇다이옥신의 실질적 피해: 베트남 고엽제 노출 아동 사례 다이옥신의 인체 위해성은 해외 역학 연구를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일본 가나자와 의과대학 연구팀은 지난달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고엽제(Agent Orange)에 노출된 베트남 산모와 그 자녀를 장기간 추적 조사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 주목한 물질은 TCDD다. TCDD는 고엽제 제조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생성된 불순물 형태로 포함됐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TCDD를 사람에게 발암성이 있는 물질(Group 1)로 분류하고 있다. 고엽제는 잎사귀를 말라 죽게 하는 제초제로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이 북베트남군과 베트콩을 상대로 살포했다. 미군은 초목들을 고사시킴으로써 밀림에 은신하던 베트콩을 드러내기 위해 사용했다. 가나자와 의대 연구팀에 따르면 TCDD에 노출된 산모에게서 태어난 여아는 출생 시 머리둘레가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경향을 보였으며, 이러한 초기 신체 지표 변화는 성장 과정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 신경 발달 장애 위험 증가와 연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여아의 경우 복부 지방 축적이 두드러지게 증가해, 향후 비만과 대사증후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 연구는 다이옥신 노출이 단순한 환경 오염 문제를 넘어, 태아기 노출을 통해 신체·신경 발달에 장기적이고 비가역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질임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정부의 대응: 제4차 잔류성오염물질 관리기본계획 추진 다이옥신은 스톡홀름 협약에 따라 국제적으로 관리되는 대표적인 잔류성 오염물질(persistent organic pollutants, POPs)이다. 잔류성 오염물질은 공통적으로 강한 독성, 환경 중 잔류성, 생물 농축성, 장거리 이동성이라는 네 가지 특성을 지닌다. 다이옥신 외에도 폴리염화비페닐(PCBs), 다이옥신 유사 푸란(PCDFs), 과거 살충제로 사용된 DDT, 그리고 최근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과불화화합물(PFAS)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들 물질은 체내에서 호르몬 체계를 교란해 갑상선 기능 저하, 생식 독성, 면역 기능 약화, 암 발생 위험 증가 등 다양한 건강 문제를 유발한다. 특히 지방 조직에 축적되는 특성으로 인해 단기간 노출보다 장기적·누적 노출의 위험성이 훨씬 크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지적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기후에너지환경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제4차 잔류성오염물질 관리기본계획(2026~2030)'을 확정·발표했다. 정부는 '사람과 생태계에 안전한 POPs 프리 사회 구현'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향후 5년간 총 3778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번 계획에는 다이옥신 배출 시설에 대한 점검 강화와 노후 소각시설 개선, 신규 잔류성 오염물질에 대한 분석 기술 확보, 인체 노출 실태 조사 확대 등이 포함됐다. 특히 국제적으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PFAS에 대해서는 별도의 관리 체계를 구축해, 거품형 소화햑제에 포함된 과불화화합물 성분(PFOS·PFOA)의 단계적 퇴출을 유도하고 전국 정수장과 하천을 대상으로 오염 분포를 정밀 조사할 방침이다. 정부는 특히 인체·환경 시료에 대한 모니터링 항목을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혈액·모유·식품 등을 대상으로 한 인체 노출 조사 주기를 체계화해, 취약 계층과 고노출 집단을 조기에 파악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계획을 통해 잔류성 오염물질로 인한 국민 건강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고, 장기적으로는 국제 환경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관리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 신호등] 당(唐)제국 무너뜨린 것, 반란이 아니라 ‘기후변화’였다

한 제국(帝國)이 무너질 때, 우리는 흔히 인간의 어리석은 선택을 떠올린다. 부패한 정치, 무능한 황제, 통제되지 않은 반란군이 역사의 주범처럼 등장한다. 그러나 최근 과학자들은 당나라의 멸망을 전혀 다른 방향에서 다시 읽어냈다. 이 제국을 서서히 붕괴시킨 것은 사람보다 먼저 기후의 변화였다는 결론이다. 스위스 바젤대학교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중국과학원과 란저우대학교 등 국제연구팀은 최근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중국 당나라가 서기 907년에 막을 내리는 데 기후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했다. ◇황허 루프, 제국의 심장이 흔들리다 기후 과학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1200년 전 당나라 당시(서기 800~907년)의 기후 변화를 복원했다. 그 결과, 당시 중국에서도 황허가 말굽 모양으로 크게 굽이치는 황허(黃河) 루프 지역에 가장 치명적으로 작용한 것을 확인했다. 황허 루프(loop) 지역은 주로 내몽골 자치구 남서부와 닝샤(寧夏)·산시(陝西) 북부 일부를 포함한다. 황허의 물에 의존하는 관개 농업 덕분에 중국 북부 내륙에서 드물게 강 유역의 비옥한 평야가 형성돼 예로부터 '사막 속의 곡창'이라 불리기도 했다. 황허 루프 지역은 중국 역사에서 농경 문명과 유목 문화가 맞부딪히는 경계 공간이기도 했다. 흉노·선비·돌궐 등 북방 세력이 중국 농경 지역으로 진입하는 관문이었다. 따라서 이곳은 당나라가 북방 방어를 위해 군대와 곡물을 집중 배치한 전략적 요충지였다. 동시에 농업 생산과 군량 공급의 핵심 지역이기도 했다. 그러나 기후는 이 지역에 가혹했다. 장기간 가뭄이 이어지다 갑작스러운 집중호우가 발생했고, 황허는 잦은 범람으로 농경지와 군사 시설을 동시에 파괴했다. 연구진이 재구성한 수문 지표에 따르면, 8세기 후반부터 9세기 중반까지 이 지역은 '평균적인 해'보다 극단적인 해가 훨씬 많아진 시기였다. 기후 변화는 농업 구조의 변화와 맞물리며 위기를 증폭시켰다. 당나라는 오랫동안 가뭄에 강한 조를 재배해 왔지만, 점차 밀과 쌀 중심의 농업으로 이동했다. 당나라는 원래 가뭄에 강한 조 중심의 농업 체계를 유지해 왔으나, 제국이 확장되고 인구가 급증하면서 더 높은 수익과 수확량을 보장하는 밀과 쌀로 주곡을 점차 전환했다. 특히 도시 인구의 밀도를 지탱하고 제국의 팽창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모작 등 집약적 농업을 선택했다. 하지만 9세기 말에서 10세기 초, 기온이 낮아지고 건조해지는 기후 변화가 닥치자 이 선택은 치명적인 결과로 돌아왔다. 밀과 쌀은 조에 비해 물 부족에 훨씬 취약했고, 기후 변화에 따른 수확량 감소와 기근을 견뎌내지 못했다. 결국, 기후에 적응하지 못한 농업 전략이 식량 체계 전체의 회복력을 떨어뜨리는 '잘못된 선택'이 된 것이다. ◇북방 전선의 식량 부족과 장거리 보급의 한계 연구진은 복원된 기후 데이터를 바탕으로 당시 농업 생산성을 추정했다. 그 결과, 가뭄과 홍수가 반복되던 시기에는 곡물 생산량이 급격히 줄었고, 특히 북방 군사 거점으로 보낼 수 있는 잉여 식량이 거의 사라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당나라는 북방 국경을 방어하기 위해 수만 명의 병사를 수용하는 대규모 요새와 관리 센터를 구축했다. 그러나 이 지역은 자연적으로 강수량이 적고 기후가 불안정해 자체적인 식량 생산만으로는 군대를 유지할 수 없었다. 북방 군사 기지(진무군, 천덕군 등)는 식량의 약 80%를 외부에 의존했다. 이에 따라 곡물은 제국의 중심지인 황허 동부와 남동부 유역에서 수집돼 태원이나 성주 같은 중간 허브를 거쳐 수백 ㎞ 떨어진 전방으로 운송됐다. 연구팀은 과거 기후 데이터를 기반으로 당시 보급로의 취약성을 모델링했다. 기후 변화는 단순한 식량 부족을 넘어, 식량을 실어 나를 네트워크 자체를 무력화시켰다. 건조한 시기가 지속되자 북방의 초원과 반건조 지역(무우스 사막 주변 등)은 물과 가축용 사료가 부족해졌다. 이는 운송용 말과 소, 그리고 사람의 생존을 위협해 육상 보급로를 사실상 고립시켰다. 역설적으로 가뭄 기간 중에도 발생하는 급격한 홍수는 하천 기반의 운송 시스템을 마비시켰다. 강물이 불어나면 강을 건너거나 배를 이용한 운송이 불가능해졌고, 주요 교차로와 보급 기지들이 침수되거나 파괴됐다. 연구팀은 53개의 환경 응답 구간(bin)을 설정하고, 각 기후 조건에서 보급망이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최소 비용 경로(LCP)'와 '네트워크 분석' 기법으로 시뮬레이션했다. 분석 결과, 기후 스트레스가 심해질수록 보급 경로의 이동 시간과 에너지 소모량이 급격히 늘어났다. 특정 보급로가 기후로 인해 단절될 경우, 대체 경로를 찾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제국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보급망의 일부가 끊어질 경우 전체 군사 체계가 무너질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식량 공급망이 무너진 북방 지역의 군대와 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각자도생의 길을 선택했다. 중앙 정부로부터 식량 보급이 끊기자, 현지의 지휘관(번진)들은 스스로 행정·재정·군사 권한을 장악하고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했다. 식량난으로 고통받는 농민들과 급료를 받지 못한 병사들은 쉽게 반란의 주체가 됐다. 884년 황소의 난과 같은 거대한 사회적 혼란은 이러한 경제적·환경적 기반의 붕괴 위에서 폭발했으며, 결국 907년 당나라의 최종적인 멸망으로 이어졌다. 결론적으로, 당나라는 기후에 맞지 않는 작물을 선택함으로써 식량 체계를 스스로 취약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 기후 변화라는 외부 압력이 가해졌을 때 제국의 생명선인 보급망이 버티지 못하고 끊어지며 몰락하게 된 것이다. ◇1200년 전의 기온과 강수량 어떻게 파악했나 연구팀은 1200년 전의 기후를 복원하기 위해 '고기후 프록시(proxy)'라 불리는 세 가지 핵심 자연 기록을 활용했다. 먼저 동굴 석순 기록을 분석해 과거 따뜻한 계절의 연간 기온 변화를 추정했고, 꽃가루 데이터를 통해 동아시아 여름 몬순의 강도와 연평균 강수량을 재구성했다. 석순은 빗물이 동굴로 스며들며 미네랄이 쌓여 만들어지는데, 그 안에는 당시 강수량과 기온 조건이 산소 동위원소 형태로 기록된다. 석순 자료는 9세기 이후 북중국 지역에서 여름 몬순이 약화되며 강수 변동성이 커졌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비가 오더라도 일정하지 않았고, 한 번에 쏟아지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의미다. 또한, 황하 상류 지역의 나무 나이테 기록은 수 세기에 걸친 강물 유출량의 역동적인 변화를 파악하는 결정적인 단서로 활용됐다. 나무는 해마다 성장 흔적을 남기는데, 비가 충분하고 기온이 온화하면 나이테가 넓어지고, 가뭄이 들거나 추워지면 얇아진다. 수백 년치 나이테 자료를 분석한 결과, 9세기 들어 이 지역의 토양 수분이 급격히 줄어들었음이 드러났다. 이는 단순히 비가 적게 온 것이 아니라, 강수와 증발의 균형이 무너졌다는 뜻이었다. 여기에 1500회 이상의 홍수 사건이 기록된 역사 문헌 데이터를 더해 기상 재구성의 정확도를 높였다. 『구당서』와 『신당서』 같은 사서에 등장하는 가뭄·홍수·흉년 기록을 연대별로 정리해 과학 자료와 대조했다. 그 결과, 나이테와 석순이 가리키는 기후 악화 시기와 실제 사회적 재난 기록이 놀라울 정도로 겹쳐졌다. 자연과 인간의 기록이 같은 방향을 가리킨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데이터 수집을 넘어 현대의 공간 분석 기술(GIS)과 통계 소프트웨어(R)를 결합한 '다구성 요소 모델'을 구축했다. 연구팀은 800~907년을 데이터 변동성에 따라 53개의 환경 응답 구간(bin)으로 정밀하게 나눴다. 특히 강수량뿐만 아니라 증발산으로 인한 수분 손실까지 고려하는 표준 강수 증발산 지수(SPEI)를 활용해 당시 특정 지역이 겪었을 가뭄의 정도를 시뮬레이션했다. 이를 통해 당나라의 주요 도시와 군사 기지가 가뭄과 홍수에 얼마나 취약했는지를 보여주는 '수문기후 취약성 지도'가 완성됐다. 모델 시뮬레이션 결과, 식량 자급이 불가능해진 북방 군사 지역은 먼 거리의 식량 공급망에 의존하게 되었으나 잦은 홍수와 가뭄으로 인해 이 공급망마저 끊기면서 사회적 혼란과 왕조의 몰락이 가속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고기후 데이터와 최신 공간 모델링 기법의 결합이 역사적 대전환의 원인을 밝히는 데 얼마나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같은 시대, 신라도 비슷한 시험대에 올랐다 서기 859~873년 당시 당나라는 전국적 자연재해와 기근에 시달렸다. 황하 범람과 가뭄이 반복되며 농민층의 생존 기반이 붕괴됐고, 이는 대규모 민란의 토양이 됐다. 특히, 874년 황소의 난이 발생했다. 소금 밀매상 출신 황소가 주도한 대규모 농민 반란이다. 반란군은 남중국에서 북상해 880년 당 수도인 장안이 함락됐다. 884년 황소의 난이 진압됐지만, 반란을 진압한 군벌의 세력이 확대됐다. 888~904년에는 절도사 군벌 간 내전이 격화됐고, 황제는 군벌을 통제하지 못하고 오히려 군벌의 보호 아래 전전해야 했다. 904년 군벌 주전충이 황제를 살해하고 수도를 낙양으로 옮긴 데 이어 907년에는 주전충이 마지막 황제 애제를 폐위하고 후량(後梁)을 건국하면서 당은 멸망에 이르렀다. 이러한 흐름은 한반도 신라와도 겹친다. 9세기 신라는 잦은 흉년과 자연재해 속에서 지방 세력이 성장했고, 중앙의 통제력은 약화됐다. 『삼국사기』에 기록된 가뭄과 홍수, 기근은 이 시기가 단순한 정치 혼란기가 아니라, 환경적 압력이 누적된 시기였음을 시사한다. 860년대 이후 자연재해와 세금 부담으로 인해 농민 봉기가 빈발했고, 지방 군사력을 장악한 호족 세력이 독자적인 지배권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889년 원종·애노의 난 이후 각지에서 반란과 자치 움직임이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900년에는 견훤이 후백제를, 901년에는 궁예가 후고구려(마진)을 세우면서 한반도는 후삼국 구도로 본격 진입하게 된다. 당이 멸망한 907년 무렵에는 통일신라가 사실상 국가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공식적으로는 935년 경순왕의 항복으로 통일신라는 공식적으로 멸망하게 된다. 이처럼 당나라와 통일신라는 서로 다른 제국이었지만, 같은 기후 체계 안에 놓여 있었다. 기후 변화는 국경을 가리지 않았던 셈이다. ◇재난 견딜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중요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고해상도 기후 데이터를 공간 모델링 기법과 통합, 중국의 수문기후 변화가 사회정치적 변혁에 어떻게 기여했는를 규명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복합 다성분 모델을 통해 기후변화와 환경적 반응, 사회정치적 발전 간의 다양한 상호작용과 연관성을 살펴본 것이다. 이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환경적 문제들이 사회 불안정에 기여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가 사회의 실패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이다. 거대한 제국을 무너뜨린 것은 단 한 번의 재난이 아니라, 재난을 견디지 못하게 만든 구조적 선택의 누적이었다는 것이다. 기후 변화 자체보다 더 위험한 것은, 변화에 맞지 않는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는 일이었다. 과학자들이 나무와 동굴, 기록을 통해 되살려낸 1000년 전의 기후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기후는 항상 변해왔지만, 그 변화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역사를 갈랐다"고. 연구팀은 “당나라 말기라는 특정 시기만을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는 유사한 생태적 환경이 다른 사회정치적 시스템에 유사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같은 시기 같은 기후 영향권에 있던 통일신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타났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도 있다. 당나라의 몰락은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기후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을 향한 오래된 경고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대구 낙동강에 강변여과수·복류수 취수 시설 도입…“5월부터 테스트 시작”

녹조 등으로 상수원인 낙동강의 수질 악화와 반복되는 수질 오염사고에 대한 우려로 수돗물 불신이 높은 대구지역에 지금보다 더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는 방안이 정부 주도로 추진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3일 대구 지역 수돗물 원수를 취수하는 낙동강에 강변여과수 또는 복류수 취수 시설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강이나 하천에서 물을 직접 취수하는 대신에 강에서 떨어진 곳에 취수정을 설치하거나(강변여과수), 강 바닥 모래·자갈층 아래에 취수관(취수구)을 묻어서 물을 끌어오는 방식(복류수)이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후부 주최로 열린 '낙동강 먹는 물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 토론회'에서 김효정 기후부 물이용정책관은 “올해 관련 타당성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고, 이를 위해 5월부터는 소규모로 파일럿 테스트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정책관은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해 2029년부터는 취수가 가능해질 것"이라면서 “시설을 단계적으로 늘려 2032년까지는 대구시 취수량에 해당하는 하루 60만㎥까지 취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 주제발표에서 맹승규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대한환경공학회장)은 “간접취수 방식인 복류수나 강변여과수는 독일·네덜란드 등 서유럽 국가에서 과거 강물 오염이 심했을 때 널리 사용된 취수 방법으로 이미 확립돼 있는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간접 취수 방식은 강물이 모래·자갈층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오염물질의 여과·흡착·분해 작용이 진행되고, 이에 따라 양질의 원수를 확보하게 된다는 원리다. 강변여과수의 경우 보통 지하수 30%와 강물 70%를 취수하게 되는데, 취수정이 강에 가까울수록 강 수질의 영향을 받게 된다. 맹 교수는 “낙동강 하류 창녕에서는 강변여과수가 일부 도입됐는데, 대구는 모래·자갈 지층이 발달되지 않은 지질학적 한계로 강변여과수는 어려울 수 있다"면서 “차선책인 복류수 방식은 지금까지 본격적으로 검토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복류수 방식은 강바닥을 5m 깊이로 파헤쳐 취수관(구멍이 많이 뚫린 관)을 묻은 후, 그 위에 인공적으로 모래·자갈 여과층을 덮는 기술이다. 여과층을 통과하는 거리나 시간이 짧아 취수 때 오염물질이 유입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반면 강변여과수의 경우 여과층이 막힐 경우 취수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고, 역세척을 통해 재생하기도 어렵다. 복수류는 역세척이 가능해 관리가 쉬운 편이다. 손광익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 정책분과위원장(영남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은 “기후변화 시대에는 미래 물 이용에서 불확실성이 커져 취수원 다변화가 중요하다"면서 “강물이든 댐 물이든, 복류수든 강변여과수든 모두 낙동강 물을 취수하는 것이라 취수원 다변화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4대강 보를 존치한 상태에서 과거 페놀오염사고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오염물질이 하류로 흘러내려가는 데 시간이 더 많이 걸리게 돼 복류수나 강변여과수 취수 시설이 도입되면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토론회를 끝까지 지켜본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대구시민들이 깨끗한 물을 안심하고 마실 수 있도록 '3중 필터'를 잘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낙동강 본류 수질을 한강 수질만큼 개선하기 위해 상류의 봉화 석포제련소와 녹조 문제를 지속적으로 해결하고, 강변여과수나 복류수 취수를 통해 원수 수질을 안동댐 만큼 개선하며, 고도정수처리 시설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는 대한환경공학회와 대한상하수도학회, 한국물환경학회가 공동주관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2021년 본류 수질개선과 대구 취수원 이전 등을 담은 '낙동강 통합 물관리 방안'을 마렸했으나, 지역 갈등으로 인해 추진이 어려워진 상태다. 대구 취수원을 상류인 구미 해평취수장으로 이전해 하루 30만㎥(대구 취수량의 50% 수준)을 취수하는 방안은 공사비 5104억원, 운영비 연간 112억원의 예산이 필요한데, 구미 지역의 반발에 부딪혔다. 대구 취수원을 상류 안동댐으로 옮겨 하루 46만㎥(대구 취수량의 72% 수준)를 취수하는 방안의 경우 공사비 1조5280억원과 연간 운영비 334억원이 필요한데, 낮은 경제성으로 인해 재정 당국과의 사업 협의가 불투명한 상태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25일 일요일까지 강추위 지속…서쪽 지방에는 23~24일 눈 소식도

일요일인 오는 25일까지 내륙을 중심으로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0℃ 이하로 떨어지는 강추위가 지속될 것으로 예보됐다. 기상청은 22일 “대한인 지난 20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번 한파는 상층 블로킹과 서고동저형 기압계의 영향으로 찬 공기가 계속해서 유입되면서 이어지고 있다"면서 “다음주도 평년보다 낮은 기온 분포를 보이겠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강수 이후 기온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시작한 이번 대한 한파로 서울의 경우 22일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13.2℃를 기록했다. 이처럼 강추위가 지속되는 이유는 한반도 서쪽에 고기압이, 동쪽에는 저기압이 위치하는 서고동저형 기압 배치가 형성됐고, 여기에 대기 상층에서 공기의 흐름을 막는 블로킹 현상이 나타나면서 기압계가 정체된 탓이다. 이로 인해 북쪽의 찬 공기가 한반도로 유입되는 통로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25일 이후에는 이러한 서고동저형 기압계가 일시적으로 완화되겠지만, 다음 주에도 여전히 북풍 계열의 기류가 우세하게 나타나 평년보다 낮은 기온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25일까지 강추위가 이어지겠고, 이후 기압계가 일시적으로 완화되겠지만, 다음 주에도 여전히 북풍 계열의 바람이 우세해 평년보다 낮은 기온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수도계량기 동파 예방과 한파 피해에 대한 각별한 유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추위와 함께 서쪽 지역을 중심으로는 눈 소식도 있다. 토요일인 24일까지 전라권과 충남권, 제주도를 중심으로 눈이 내리겠다고 기상청은 예보했다. 23~24일 예상 적설량은 ▶충남·전북 서해안, 전남권 서부, 제주 산지 1~3㎝ ▶충청 내륙, 제주 해안 1㎝ 안팎 ▶인천·경기 남부, 강원 남부 내륙 등 1㎝ 미만이다. 특히 23일에는 약한 기압골의 영향이 더해지면서 눈이 내리는 지역이 확대될 수 있고, 서울에도 늦은 오후부터 밤 사이 눈이 날리는 곳이 있겠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풍 계열의 바람이 우세해지면서 북쪽의 차가운 한기가 남하하는 흐름이 강해졌다"면서 “이러한 찬 기류가 상대적으로 따뜻한 해수면 위를 지나며 해기차(대기와 해수면의 온도 차)에 의한 구름대를 형성하였고, 이로 인해 전라권과 충남권 등에 눈이 내릴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서쪽 지방과는 달리 동해안과 경상권 중심으로는 매우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당분간 건조특보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산불 등 각종 화재도 우려된다. 한편, 다음 주 월요일인 26일과 화요일인 27일 사이에는 남쪽 저기압의 영향으로 비 또는 눈이 내릴 가능성이 있으나, 저기압의 위상과 강도에 따라 변동성이 커 향후 발표되는 기상정보를 확인해 달라고 기상청은 당부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E칼럼] 기후위기라는 ‘면죄부’를 거둘 때

오늘날 우리는 거의 모든 기상 이변과 자연재해의 원인을 '기후변화' 혹은 '기후위기'라는 한 단어로 환원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폭우, 유례없는 폭염, 대형 산불, 한겨울의 극한 한파까지—언론과 국민 대다수는 약속이라도 한 듯 그 주범을 기후위기로 지목한다. 그러나 모든 문제를 '기후 탓'으로 돌리는 거대한 담론 뒤에, 정작 우리가 해결해야 할 본질적인 과제들이 가려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기후가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 이미 변했고, 그 변화의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 국민은 물론 세계인들이 기후변화를 체감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가 무엇인지 짚어보자. 그것은 '경험하지 못한 위험기상 현상의 빈번한 출현'이다. 이러한 현상들이 실제로 기후변화 때문에 야기되었는지를 과학적으로, 지금보다 더 명확히 규명하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그 합리적인 결과를 토대로, 자연재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상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기후 탓' 이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대응 기반을 먼저 갖춰야 한다. 에너지 정책을 포함한 기후 대응책 역시, 막연한 위기감과 정서에 앞서 정밀하게 설계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감성이 정책을 앞서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우선 해야 할 일은 어렵지만 분명하다. 위험기상과 그에 뒤따르는 재난 속에서 '기후변화'라는 거인의 실체를 가능한 한 정량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본격적인 기후위기 이전에도 최고기온, 일 최대 강수량, 시간당 강수량과 같은 극값은 시간이 지나며 갱신되어 왔다. 이는 자연현상의 한 모습이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기후위기 시대에 극값 그 자체보다, 그 빈도와 강도가 과거의 추세와 비교해 어떤 주목할 만한 변화를 보이는지이다. 충분히 축적된 기상·기후 데이터를 근거로, 그 변화가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기후변화 말고는 설명할 수 없는 결과인지 가려내는 일은 매우 의미 있는 출발점이다. 만약 어떤 현상이 오로지 기후변화로만 설명될 수 있다면, 사회 전반에 걸쳐 시간이 걸리더라도 장기적인 합의를 바탕으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반대로 위험기상과 재난에 자연현상의 요소가 일부라도 포함되어 있다면, 즉시 취약한 부분을 점검하고 단기간에 실행할 수 있는 대책부터 시작해야 한다. 2022년 8월 8일, 서울 동작·관악·강남 일대에 시간당 141.5mm라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이로 인해 신림동의 반지하 주택에 살던 일가족 세 명이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었다. 이 폭우는 지금까지도 기후변화 없이는 과학적 설명이 어려운 부분이 많다. 그러나 '기후변화의 결과'라는 한 걸음 뒤에서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미리 대비할 수 있었던 일은 없었는가? 만약 서울이 지금까지 경험해온 약 110mm 수준의 시간당 강수량에 머물렀다면, 이런 비극은 피할 수 있었던 것인가? 강남 한복판이 침수된 상황에서 2010년대 초반부터 계획되었던 강남 일대 '대도심 터널' 사업이 왜 지연되었는지, 그 이유라도 명확히 밝혀야 하지 않는가? 기후변화는 인류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거시적 과제다. 그러나 눈앞의 폭우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일은 미시적이고 구체적인 행정의 영역이다. '기후 탓'이 행정의 지연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지는 않았는지,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재난 대응과 더불어, 기후위기 시대에 숙고해야 할 또 하나의 핵심은 에너지 문제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 정책 역시,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이라는 정서가 과도하게 반영되어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야 한다. 새로운 일을 추진할 때 속도가 중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급히 삼킨 음식이 머지않아 강력한 소화제를 요구하는 상황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에너지 전환의 속도가 국가 경제의 체력을 감당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포함해, 현실성과 실용성에 기반한 정밀한 검토와 계획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기후위기는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관리하고 해결해야 할 구체적인 과제다. 우리는 '기후변화'라는 이름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고 있지는 않은가. 충분한 점검과 준비 없이 세금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가. 기후위기 시대의 재난 대응과 에너지 정책은 철저히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 진단이 우선되어야 하며, 그 위에서 비로소 현실적이고 본질적인 대비를 시작해야 할 때다. 이제는 '기후 탓'이라는 면죄부를 거둘 시간이다.

전 세계 해안에서 바다로 가는 플라스틱 쓰레기 연간 3만7000톤

전 세계 해안 지역에서 바다로 직접 유입되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연간 3만7000톤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 양은 강과 하천, 선박 등을 통해 바다로 들어가는 플라스틱 폐기물과는 별도다. 중국 톈진대학교와 칭화대학교 연구팀이 머신러닝 기법을 동원해 플라스틱 폐기물의 규모와 특성을 파악한 이번 연구는 최근 국제 학술지 '환경 과학 기술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전 세계 3468개 해안 샘플링 지점에서 수집한 2만5892개의 데이터 포인트를 바탕으로 머신러닝 모델을 구축했고, 국가·지역별 해안 플라스틱 배출량을 추정했다. 그 결과 2019년 기준 전 세계 해안에서 바다로 직접 유입된 플라스틱 폐기물은 매년 3만7000톤(중앙값, 최소 1만5300톤에서 최대 5만9000톤)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시아 지역의 비중이 두드러졌다. 아시아 해안에서만 매년 약 1만4000~2만1800톤의 플라스틱이 직접 바다로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됐으며, 이는 전 세계 해안 플라스틱 배출량의 40.6%에 해당한다(중앙값 기준). 급격한 소비 증가와 해안 인구 집중, 폐기물 관리 인프라의 불균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연구팀은 전 세계 해안을 사회·경제적 특성과 배출 구조에 따라 네 개의 클러스터로 분류했다. 이 가운데 중국과 일본은 '클러스터 1'에 포함됐는데, 이 유형은 인구 밀도가 높고 대도시 해안권이 발달했으며, 물류·관광·소비 활동이 집중된 지역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이들 지역에서는 음료병과 식품 포장재 등에 사용되는 페트(PET)와 폴리프로필렌(PP) 등 일회용 플라스틱이 주요 배출원으로 확인됐다. 한국의 경우 논문에 직접 언급은 되지 않지만, 높은 인구 밀도와 소비·물류 구조 측면에서 이들과 유사한 해안 특성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해안 플라스틱 오염이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지역 경제에 직접적인 피해를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국내 사례도 함께 언급됐다. 연구에 따르면, 2011년 경남 거제도 인근에서는 집중호우와 태풍 이후 부유 플라스틱, 폐어구, 스티로폼 부표, 생활 쓰레기가 대량으로 유입됐다. 이로 인해 당시 관광객 감소와 지역 경제 손실이 발생했다. 이는 해안 플라스틱 문제가 관광 산업과 연안 지역 생계에 실질적인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국가별 해안 플라스틱 배출량 추정치에서는 필리핀(3140톤), 인도네시아(2710톤), 인도(1440톤)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중국은 약 1270톤으로 6위, 일본은 980톤으로 10위에 올랐다. 한국은 따로 순위를 밝히지 않았다. 동남아시아와 동아시아 국가 상당수가 플라스틱 소비 증가 속도를 폐기물 관리 체계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해양 플라스틱 오염의 주요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해안 플라스틱 배출을 결정짓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으로 '부실하게 관리된 플라스틱 폐기물(mismanaged plastic waste, MPW)'을 지목했다. 단순히 플라스틱 생산량을 줄이는 것보다, 이미 발생한 폐기물이 적절히 수거·처리·재활용되지 못하고 환경으로 유출되는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해양 오염 저감에 더 결정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동아시아와 같은 고밀도 소비·도시화 지역에서는 재활용 인프라 확충, 해안 인접 지역의 폐기물 수거 체계 강화, 그리고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의 실효성 있는 운영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해안 도시를 중심으로 한 맞춤형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해안 지역이 해양 플라스틱 오염의 핵심 경로임을 데이터 기반으로 입증한 사례로 평가된다. 동시에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해양 생태계 보호는 물론 관광·연안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보다 정교하고 지역 특성을 반영한 해안 폐기물 관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정책적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환경 포커스] 임신 중 대기오염 노출, 아기 신경발달장애 위험 키운다

최근 국내외에서 임신 기간 중 대기오염에 노출될 경우 태아의 뇌와 신체 발달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돼 임신부의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임신 중 대기 오염물질인 이산화질소(NO₂)와 이산화황(SO₂)에 노출될수록 자녀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포함한 신경발달장애를 진단받을 위험이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150만 명 대규모 코호트 추적 연구 서울대 분당병원 오탁규·송인애 교수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아동 심리학 및 정신의학 저널(Journal of Child Psychology and Psychiatry)에 2010~2014년에 태어난 출생아 143만여 명을 최대 13년간 추적 분석한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다. 이는 국내에서 임신 중 대기오염 노출과 자녀의 신경발달장애 간 연관성을 검증한 연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전국 단위 코호트 분석이다. 코호트(cohort)란 공통된 시점이나 조건(예를 들어 출생 연도, 특정 노출, 질병 여부 등)을 가진 집단으로, 일정 기간 동안 추적 관찰하며 건강 결과나 변화 양상을 분석하는 경우를 말한다. 연구 결과, 임신 기간 동안 대기 중 이산화질소(NO₂) 농도가 0.01ppm 증가할 때마다 자녀가 신경발달장애(neurodevelopmental disorders)를 진단받을 위험은 약 18% 증가했다. 이산화황(SO₂) 역시 농도 증가에 따라 신경발달장애 위험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상승했다. 이 같은 영향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지적장애, 발달 지연,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행동·정서 장애 등 주요 신경발달장애 전반에서 일관되게 관찰됐다. 특히 임신 후기에는 NO₂ 노출의 영향이 더욱 크게 나타나, 태아 뇌 발달의 민감 시기와 대기오염 노출이 맞물릴 경우 위험이 증폭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NO₂는 고온 연소 과정에서 질소가 산소와 반응하며 생성되는 질소산화물(NOx)로, 자동차 배기가스나 발전소나 산업용 보일러 등에서 주로 배출된다. SO₂는 황 성분이 포함된 석탄이나 석유 연료를 태울 때 직접 배출되는 오염물질로, 발전소나 선박 등에서 많이 배출된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현행 대기환경 기준에 근접한 수준의 오염이라 하더라도 태아의 뇌 발달에는 충분히 해로울 수 있다"며 “임신부를 환경오염 취약계층으로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신 초기 이산화황 노출, 사지 기형 위험도 높아져 해외 연구들과도 맥을 같이한다. 중국 우한 어린이병원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임신 전후 대기오염 노출과 신생아의 선천성 사지 기형 간의 연관성을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1~2017년 우한 지역에서 등록된 51만550쌍의 산모와 영유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임신 초기 3개월 동안 높은 농도의 SO₂에 노출될 경우 아기의 선천성 사지 기형(congenital limb defects) 발생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대기 중 SO₂ 농도가 ㎥당 10㎍(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증가할 때마다 기형 발생 위험을 나타내는 조정 승산비(adjusted odds ratio, aOR)는 1.033~1.043으로 상승했다. 사지 기형이 발생할 위험이 약 3~4% 증가한다는 의미다. 특히 손가락이나 발가락 수가 정상보다 많은 다지증, 팔다리가 비정상적으로 짧아지는 사지 단축 등 특정 기형 유형에서 SO₂ 노출과의 상관성이 두드러졌다. 연구진은 임신 초기가 태아의 사지가 형성되는 결정적 시기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 시기의 대기질 관리 중요성을 지적했다. ◇임신 후기 산불 연기 노출, 자폐증 위험 22% 증가 대기오염의 위험은 도시형 오염 물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 툴레인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환경 과학 및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저널에 산불 연기로 인한 초미세먼지 노출과 자폐증 위험 간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06~2014년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약 20만 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임신 기간 중 산불 연기 노출 일수를 추적한 결과, 임신 마지막 3개월 동안 산불 연기에 10일 이상 노출된 산모의 자녀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 위험이 약 22.5% 높았다. 연구진은 임신 후기가 태아의 신경 회로와 회백질이 급격히 발달하는 시기라는 점을 들어, 이 시기의 고농도 오염 물질 노출이 뇌 발달에 특히 치명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불 연기에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와 중금속 등 독성이 강한 물질이 다량 포함돼 있다. 두 개 이상의 벤젠 고리가 서로 융합된 화학 구조를 가진 PAHs 는 불완전 연소 과정에서 생성되는 독성 유기화합물로, 산불 연기 외에도 자동차 배기가스, 석탄·목재·쓰레기 연소, 산업 공정에서 배출된다. ◇임신부 보호, 개인 주의 넘어 공중보건 과제로 이처럼 국내외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임신 중 대기오염 노출은 태아의 신체 기형뿐 아니라 신경발달 전반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적 위험 요인으로 드러난다. 초미세먼지(PM2.5)와 그에 흡착된 PAHs·중금속, 그리고 NO₂·SO₂와 같은 가스상 오염물질은 모체 혈액에 흡수된 뒤 태반 장벽을 부분적으로 통과하거나 태반 기능을 교란해 태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산화 스트레스, 염증 반응, 호르몬 신호 교란, 태반 혈류 감소가 발생하고, 이것이 태아의 신체 형성이나 뇌 신경 발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설명된다. 이에 따라 임신 초기와 후기에는 대기질 정보를 수시로 확인하고, 오염 농도가 높은 날의 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산불이나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에는 실내에서 HEPA 필터(미세 입자를 걸러내는 고성능 공기 정화 필터)가 장착된 공기청정기를 사용하고, 외출 시에는 초미세먼지 차단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임신부 개인의 주의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한다. 야외 근무가 잦은 직업군의 임신부에 대해서는 근무 환경 조정과 추가 보호 조치도 요구된다. 연구진들은 “기후 변화로 산불이 잦아지고 대기오염이 상시화되는 상황에서, 임신부를 환경 취약계층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대기질 관리·경보·의료 상담을 연계한 맞춤형 공중보건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태아에게 안전한 공기는 더 이상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가 책임져야 할 기본 조건이라는 지적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김소희 의원 “공기열 히트펌프 무차별적인 재생에너지 인정 중단해야”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공기열 히트펌프를 재생에너지로 인정하도록 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추진하자 반발했다. 김 의원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업계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공기열 히트펌프는 전기를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설비이고 특히 혹한기에는 다량의 전력 소모가 필요하다"며 “아직 재생에너지 비중이 10% 수준에 불과한 우리나라에서 전력 소비를 크게 늘리는 설비 보급을 무작정 밀어붙이는 것은 저탄소 전환이 아니라 오히려 배출 증가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위험이 뻔히 보이는데도 정부는 일단 재생에너지로 인정하고 올해에만 145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으며 2035년까지 350만대를 보급하겠다는 정량 목표부터 제시했다"며 “기후부의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에는 1800건이 넘는 반대 의견이 제출됐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 15일 효율이 높은 공기열 히트펌프만 재생에너지로 인정하고 지원하도록 하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에너지이용 합리화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그는 “탄소중립은 검증되지도 않은 수단을 하나 늘린다고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부에 즉각 무차별적인 재생에너지 인정과 보급 확대를 중단하고 실제 운전 조건을 반영한 최소한의 성능 기준부터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