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포커스] 동유럽에서 핵전쟁 벌어지면…전 지구 식량시스템 붕괴

지난 26일은 40년 전인 1986년 4월 26일 구소련(현 우크라이나)에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 곳은 사람의 출입이 금지된 상태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범하면서 벌어진 러-우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러-우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한때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 국제사회는 지금까지 핵무기의 사용을 억제해 왔지만,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동유럽이 핵 충돌의 위험지대가 된 것도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은 전술핵이나 소규모 핵 사용을 '제한적 핵전쟁'으로 표현하며, 그 피해가 특정 지역에 국한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신 과학 연구는 이러한 인식이 얼마나 위험한 착각인지를 보여준다. 핵전쟁은 결코 국지전에 머물지 않으며, 단 몇 개의 핵탄두만으로도 전 지구적 기후 붕괴와 식량 위기, 장기적인 방사능 오염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엑서터대학 수학·통계학과와 물리·천문학과 연구진은 지난 22일 동유럽 핵분쟁이 전 지구 기후와 방사능 확산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 분석한 논문을 네이처 계열의 국제저널인 'njp 클린 에너지'에 발표했다. ◇태양빛 잃은 지구, 핵겨울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연구진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에서 15킬로톤(kt)급 핵폭탄 100개가 폭발하는 시나리오를 설정했다. 15kt이면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과 비슷한 규모다. 이 경우 약 5테라그램(Tg), 즉 약 500만 톤의 검은 탄소(Black Carbon)가 성층권으로 유입된다. 이 검은 탄소는 단순한 연기가 아니다. 태양빛을 흡수하고 지구의 복사 균형을 무너뜨리는 거대한 기후 교란 물질이다. 성층권에 도달한 검은 탄소는 태양광을 흡수해 주변 공기를 가열하고, 그 열로 인해 연기 구름은 더욱 높은 고도로 상승한다. 이렇게 올라간 입자는 비에 씻겨 내려오지 않고 수년 동안 대기 중에 머물며 지구 전체를 뒤덮는다. 그 결과 북반구 평균 기온은 사고 발생 1년 안에 약 1℃ 하락한다. 특히 대륙 내부 지역의 충격은 훨씬 크다. 러시아는 평균 5℃, 미국은 약 4℃의 급격한 기온 하락을 겪게 된다. 이는 단순히 겨울이 길어지는 수준이 아니다. 농업 생산, 수자원 공급, 생태계 안정성이 동시에 흔들리는 구조적 기후 위기다. ◇식량 시스템의 붕괴, 핵전쟁은 기근으로 이어진다 기온 하락보다 더 치명적인 것은 햇빛과 비가 줄어드는 것이다. 지표면에 도달하는 태양 복사 에너지는 미국 전역에서 ㎡당 약 30W가 감소한다. 햇빛이 줄어들면 작물의 광합성이 급격히 저하되고, 곡물 생산량은 빠르게 감소한다. 강수량 감소는 더욱 심각하다. 북반구 중위도 농경지의 강수량은 평균 40% 감소하며, 일부 지역은 최대 80%까지 줄어든다. 특히 아시아와 서아프리카 지역은 농업 기반 자체가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단순한 흉작이 아니라 전 세계 식량 시스템의 붕괴를 의미한다. 식량 부족은 곧 가격 폭등으로 이어지고, 이는 빈곤 국가의 기근, 대규모 난민 발생, 국제 분쟁 확산으로 연결된다. 핵전쟁의 첫 번째 희생자는 전장이 아니라 식탁이 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기후 교란이 열대수렴대(ITCZ)를 남쪽으로 밀어내며 전 지구적 물 순환을 왜곡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후 시스템이 정상으로 회복되는 데는 최소 6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핵전쟁은 순간의 폭발이 아니라, 수년간 이어지는 느린 붕괴다. ◇방사능은 국경을 넘는다…즉각적 피폭과 장기 오염 핵폭발 직후의 방사능 피해는 더욱 직접적이고 치명적이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폭발 후 48시간 이내에 약 100만 명이 급성 방사선 증후군을 유발하는 1시버트(Sv, 방사능 단위) 이상의 고선량 방사선에 노출된다. 이 가운데 약 17만 명은 중증 방사선 질환을 겪게 되며, 특히 10시버트 이상의 치명적인 선량을 직접 받는 약 8만 명은 적절한 의료 조치가 없을 경우 사실상 생존이 어렵다. 치명적 수준인 5시버트 이상의 방사능 오염 구역은 약 3500㎢에 달한다. 이 지역은 장기간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죽음의 땅'으로 변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방사성 물질은 성층권의 대기 순환을 타고 적도를 넘어 남반구까지 확산된다. 연구진은 사고 발생 10년 후 방출된 낙진의 약 40%가 남반구에 퇴적될 것으로 분석했다. 핵전쟁은 특정 국가를 공격하는 무기가 아니라 지구 전체를 오염시키는 장치다. 일반적으로 흉부 X-레이 1회 촬영할 때 노출되는 방사능은 약 0.1 mSv(밀리시버트(1 mSv = 1000분의 1 Sv)이고, CT 촬영도 1회 당 수 mSv~수십 mSv 정도에 노출된다. 일반인(방사선 작업자가 아닌 사람)의 경우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제시한 권고 기준은 연간 1다. X선·CT 검사처럼 의료 목적으로 노출되는것 외에 추가로 노출되는 방사능 수준을 말하고, 보통 이 기준 이하일 경우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 보통 한 번에 약 1시버트(Sv), 즉 1000mSv 이상에 노출되면 급성 방사선 증후군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한적 핵전쟁'이라는 착각…핵무기는 결코 국지적이지 않다 이번 엑스터대학 연구가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사실은 '제한적 핵전쟁'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실상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동유럽에서 핵탄두 100개가 사용되는 순간, 그것은 특정 국가의 군사적 충돌이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감당해야 할 기후 재난이 된다는 것이다. 식량 안보는 무너지고, 기후 시스템은 흔들리며, 방사능 오염은 세대를 넘어 지속된다. 경제적 충격과 정치적 불안정까지 고려하면 피해는 사실상 문명 전체의 위기로 확장된다. 핵무기는 군사적 수단이 아니라 문명 파괴 장치다. 오늘날 국제사회가 핵 억제와 군비 통제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핵무기의 사용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반인류적 행위다. 40년 전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재앙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는 이 비극을 단순히 과거의 역사로 소비해서는 안 된다. 여기서 얻은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E칼럼] 한국 에너지 정책의 만기 불일치

이란 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를 무력화하기 위해 '호르무즈 이중 봉쇄' 카드를 꺼내들었다. 한편 한국은 이란 전쟁 이후 차단된 중동 석유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국회는 걸프협력회의(GCC)국가 대사들을 만나 원유 최우선 공급 협조를 당부했고 청와대는 대통령 특사가 UAE를 방문해 원유 최우선 공급 약속을 받아냈으며, 4월 사우디, 카자흐스탄, 오만을 방문해 원유와 나프타 확보 방안을 타진하고 있다. 중동 국가는 왜 한국에 최우선 공급 노력과 약속을 천명했을까. 물론 청와대와 의회의 노력이 있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한국이 중동 석유와 천연가스의 큰손, 장기계약자이기 때문이다. 업스트림 개발엔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선 최소 20년 이상의 장기계약자 확약이 필요하다. 중동 걸프국 입장에서 한국은 단순히 자국 연료의 장기 수요자를 넘어 에너지 안보 자산 장기 투자자이며 경제성장 동반자이자 국가 안보 파트너다. 문제는 한국이 이번 전쟁을 계기로 중동 화석연료 의존도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 건 에너지 정책의 '만기 불일치'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다. 우리는 이미 과거 탈원전과 탈석탄을 진행했었고 이제 중동 석유와 가스 의존을 줄이려 하고 있다. 한국의 에너지전환은 '속도전'이다. 이는 화석연료와 탄소배출의 빠른 단절을 의미한다. 탈석탄과 탈가스가 이어질 것이고 내연기관차와 가스보일러 대신 전기차와 히트펌프로 대체될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은 중동 석유와 천연가스 '장기계약' 비중을 빠르게 줄여야 한다. 장기계약 대신 현물 계약으로 바뀌어도 중동이 우리에게 최우선 공급을 약속할까. 아마 만나주지도 않을 것이다. 에네르기벤데로 온실가스를 줄이고자 한 독일은 지난 에너지 위기 국면에서 전 세계가 가스 수급에 혈안이 되어 있을 때에도 천연가스 장기계약을 꺼렸다. 이들은 여전히 재생에너지와 전기화가 미래라며 장기 에너지 균형 대신 단기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몰두했고 저렴한 파이프라인 가스 장기계약을 값비싼 현물 LNG와 저장고로 대체한 결과 급등하는 에너지비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의 에너지 전환정책은 에너지 믹스 간 균형과 함께 장기 균형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석유와 천연가스, 석탄이 단시일 내 없어지지 않는다면 연료 계약부터 전문인력, 관련 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유지해야 할지가 단기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보다 중요해진다. 중국의 에너지 정책의 대전제인 '선립후파' 역시 화석에너지 의존 감소의 큰 방향성에 동의하는 것이지 그 과정이 속도전이어야 한다는데는 반대하고 있다. 중국은 유럽의 에너지 전환을 '급진적 주장'이라 말하며 신뢰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되기도 전에 기존 에너지원을 퇴출시켜선 안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독일의 에너지전환 실패와 스페인 대정전은 단기적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매몰되어 장기 에너지 균형을 무시한 결과가 어떻게 에너지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탈원전과 탈화석연료는 쉽지만, 에너지 부족으로 추후 이들을 다시 찾을 때 제대로 운영되리란 보장이 없다. 당장 현물시장에서 연료 수급부터 쉽지 않을 것이다.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간헐성과 변동성을 지원할 가스 발전소 역시 같이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단기 재생 에너지 비중 확대 정책은 이 가스 발전 확대를 허락하지 않는다. 석유와 천연가스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석유와 천연가스에 의존해야 하는 역설을 이란 전쟁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정 에너지원의 급격한 비중 확대와 축소는 장기 에너지 균형을 무너뜨려 에너지 위기에 가장 취약해진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독일은 이제 탈원전을 후회하고 있지만 없어진 발전소는 다시 돌아올 수 없다. 라이헤 에너지부 장관은 원전의 '엄청난 실수'를 가스로 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카타르의 라스라판 복구엔 최대 5년이 걸리고 가스 발전 건설비용은 3배가 넘게 올랐다. 장기 에너지 정책 균형이 무너진 그들은 곧 2번째 실수를 고백하게 될 것이다.

[기후신호등] 유럽 식민지배의 ‘보이지 않는 유산’…사라진 언어, 무너진 생태계

21세기 인류는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붕괴라는 전례 없는 환경 위기 속에 놓여 있다. 그러나 최근 학계는 이 위기의 뿌리가 단지 산업화나 현대 경제 시스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훨씬 더 오래된 역사적 과정, 즉 식민지배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점점 더 분명히 밝히고 있다. 오스트리아 빈대학교와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교 연구진이 수행한 한 국제 공동 연구는 이러한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연구팀은 최근 '사람과 자연(People and Nature)'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식민지배가 오늘날의 생태계와 문화 다양성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를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연구의 결론은 단순하면서도 충격적이다. 유럽 식민세력의 지배 기간이 길수록, 해당 지역의 생물다양성과 언어 다양성이 동시에 더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100만 종이 사라질 수 있다"… 이미 시작된 붕괴 현재 지구 생태계는 과거 어느 시기보다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현대의 생물 멸종 속도는 인간이 지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이전과 비교해 100배에서 많게는 1000배까지 증가했다. 이 같은 급격한 변화로 인해 약 100만 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는 추정도 제시된다. 언어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전 세계에는 약 7000개의 언어가 존재하지만, 이 가운데 최소 40%가 사라질 위험에 놓여 있으며, 지난 500년 동안 수천 개의 언어가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생물 다양성 위기와 언어의 소멸이라는 두 현상은 별개처럼 보이지만, 연구진은 이를 하나의 개념으로 묶는다. 바로 '생물문화 다양성(biocultural diversity)'이다. 이는 특정 지역의 생물종 다양성과 언어·문화 다양성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개념이다. 실제로 토착 언어는 지역 생태계에 대한 지식, 약용 식물 활용법, 지속 가능한 자원 관리 방식 등을 담고 있기 때문에, 언어가 사라진다는 것은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의 상실이 아니라 생태 지식 체계의 붕괴를 의미한다. ◇176개국 분석… “식민지배 기간이 핵심 변수" 연구팀은 전 세계 176개국을 대상으로 생물과 언어의 위협 수준을 동시에 분석했다. 생물다양성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 목록(Red List) 데이터를 활용해 양서류·조류·포유류·파충류를 기준으로 평가했다. 언어 다양성은 전 세계 6921개 언어를 포함한 '민족학(Ethnologue)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산출한 '적색 목록 지수(Red List Index, RLI)'를 활용, 각 국가의 위협 수준을 0과 1 사이의 값으로 환산했다. 이 지수는 1에 가까울수록 위협이 낮고, 0에 가까울수록 위협이 높음을 의미한다. 이후 연구진은 다양한 변수—도시화, 농업, 경제 수준, 교육 수준, 기후 조건—를 함께 분석했는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결과가 도출됐다. 생물다양성과 언어 다양성 모두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유일한 변수는 '유럽 식민세력의 점유 기간(occupation time)'이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식민지배 기간이 길어질수록 언어 다양성 위협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했고 (회귀계수 -0.21, p=0.004), 생물다양성 위협 역시 강하게 증가했다(회귀계수 -0.18, p=0.001). 두 요소를 합친 생물문화 다양성 위협도 증가했다(회귀계수 -0.10, p=0.033). 이 수치는 단순한 상관관계를 넘어, 식민지배가 장기적으로 생태계와 문화 모두를 훼손하는 구조적 원인이었음을 보여준다. ◇왜 식민지배는 두 영역을 동시에 파괴했나 식민지배가 생물과 언어를 동시에 파괴한 이유는 그 구조에 있다. 식민주의는 단순한 정치 지배가 아니라, 경제·사회·문화·환경을 총체적으로 재편하는 시스템이었다. 먼저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식민지배는 대규모 자원 착취를 동반했다. 설탕·면화·고무와 같은 상품 작물을 생산하기 위해 숲과 초지가 농지로 전환됐고, 이는 서식지 파괴와 생태계 단절로 이어졌다. 또한 유럽에서 유입된 외래종은 토착 생태계를 교란시켰고, 대형 포유류와 조류는 식량·모피·장식품 등의 목적으로 대량 사냥됐다. 언어와 문화 측면에서도 상황은 유사했다. 식민지배 과정에서 원주민 공동체는 전쟁과 질병으로 급격히 감소했고, 강제 이주와 토지 수탈로 공동체 기반이 붕괴됐다. 여기에 더해 교육과 행정에서 토착 언어 사용이 금지되고 제국 언어가 강요되면서 언어 소멸이 가속화됐다. 결국 식민지배는 자연과 인간 공동체를 동시에 해체하는 과정이었으며, 그 결과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끝나지 않은 과거"… 수십 년 지속되는 '지연 효과' 이 연구가 특히 강조하는 개념은 '지연 효과(time-lag)'다. 이는 과거의 사건이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의미한다. 연구에 따르면 식민지배는 이미 수십 년 전에 종료됐음에도 불구하고, 그 영향은 여전히 현재의 생물다양성과 언어 다양성 위협 수준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으로 남아 있다. 이는 생태계와 문화 시스템이 한 번 붕괴되면 쉽게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특정 언어가 사라지면 그 언어에 담긴 전통 지식도 함께 사라지며, 멸종된 종은 다시 복원할 수 없다. 또한 사회 구조와 경제 시스템 역시 식민지 시기에 형성된 경로를 따라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과거의 인간 활동이 현재의 위기를 구조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사례: 식민지배가 남긴 생태와 언어의 상처 오스트리아와 네덜란드 연구진은 전 지구적 통계 분석을 수행했지만, 유럽 식민주의를 대상으로 수행됐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은 한국의 역사에도 그래도 적용된다. 일본의 식민 지배 역시 유럽과 마찬가지로 자연과 문화를 말살하려는 동일한 역사적 인식과 실천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식민 지배라는 대규모 사회·정치적 사건이 지배 주체와 상관없이 생태계와 문화에 장기적인 지연 효과를 남긴다는 연구의 핵심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일제강점기 동안 한반도에서는 대규모 생태 파괴가 이루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선호랑이의 박멸이다. 일본 제국은 '유해조수 구제'라는 명목으로 포획 보상금을 지급하고 군경과 사냥꾼을 동원해 조직적인 사냥을 벌였다. 그 결과 조선호랑이는 20세기 중반 사실상 멸종 상태에 이르렀다. 산림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조선총독부와 일본 학계는 '연구'와 '개발'을 명분으로 백두대간 일대의 금강소나무 원시림을 30년 이상 체계적으로 벌목했다. 이는 단순한 산림 이용을 넘어, 식민지 경제 구조에 맞춘 자원 수탈이었다. 언어와 문화에 대한 억압도 심각했다. 창씨개명 정책을 통해 한국인의 이름이 강제로 일본식으로 바뀌었고, 학교와 공공 영역에서는 한국어 사용이 금지됐다. 이는 언어 다양성 억압의 전형적인 사례로, 연구에서 지적된 식민지 동화 정책과 정확히 일치한다. ◇21세기엔 다국적 기업이 문제를 일으켜 스페인 바르셀로나 자치대학교 환경과학기술연구소(ICTA-UAB)의 마르셀 야베로-파스키나 교수는 지난해 5월 '글로벌 환경 저널(Global Environmental Change)'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세계 곳곳에서 환경 갈등을 유발하는 100여 개의 글로벌 대기업, 이른바 '슈퍼갈등기업(superconflictive companies)'을 고발했다. 베로-파스키나 교수는 세계 최대 환경 갈등 데이터베이스인 '환경정의 아틀라스 세계지도 (Global Atlas of Environmental Justice, EJAtlas)'의 데이터를 활용해, 총 3388건의 환경 분쟁과 함께 이에 연루된 5589개 기업을 분석했다. 그 결과, 2%에 불과한 104개 기업이 전체 갈등의 무려 20%에 연루돼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금·은·리튬 등의 광물과 석유·가스 같은 화석연료 채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전 세계 환경 갈등 가운데 5분의 1을 이들 100여 개 다국적 기업이 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21세기 들어 다국적 기업과 거대 자본이 중저소득 국가에 진출해 자원을 개발하는 방식은 과거 식민지배와 구조적으로 유사한 측면을 보인다. 광산 개발, 플랜테이션 농업, 대규모 인프라 건설 등은 열대우림과 자연 서식지를 빠르게 농지와 산업용지로 전환시키며, 이는 생물다양성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이러한 개발이 현지 생계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위한 수출 구조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과거 식민지 시기의 원자재 수탈 경제와 닮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식민지배가 정치·군사적 강제에 기반했다면, 오늘날은 시장과 투자, 고용이라는 경제적 유인을 통해 변화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로 인한 공동체 해체와 도시화, 노동 이동은 소수 언어의 약화를 불러오는 간접적 효과까지 낳고 있어, 현대의 자원 개발 역시 생태계뿐 아니라 문화 다양성에도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가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생태와 문화는 하나다 오스트리아 연구팀의 연구가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분명하다. 생물다양성과 언어 다양성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특히 토착 공동체가 관리하는 지역은 전 세계 육지의 약 30%를 차지하며, 보호구역의 최소 40%가 이들과 관련되어 있다. 이는 생태계 보전과 문화 보전이 동일한 기반 위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따라서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종을 보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언어와 문화, 그리고 공동체 자체를 함께 보호해야 한다. 연구진은 향후 정책 방향도 제시했다. △원주민과 지역 공동체의 토지 및 자원 관리권을 강화할 것 △소수 언어를 보호하는 교육과 정책을 펼칠 것 △집약 농업과 무분별한 도시화를 제한할 것 △국제 생물다양성 협약과 언어 보호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이행할 것 등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거를 고려하는 정책 설계다. 식민지배와 같은 역사적 사건이 현재의 위기를 만든 만큼, 이를 무시한 채 미래를 설계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는 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결국 식민지배는 끝난 역사처럼 보이지만, 그 영향은 결코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다. 사라져가는 언어와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종은 그 흔적을 지금도 증언하고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정부 부처, 탄소중립법 초기에 가파른 감축목표 명시 반대 의견

정부 부처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 초기에 더 빠르게 줄이는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명시하지 말 것을 국회에 의견으로 제출했다. 구체적인 목표는 향후 기술 발전 등을 고려해 시행령으로 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다. 법에 5년마다 강력한 NDC를 규정할 경우, 이를 지키지 못하면 정부가 위법 소지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24일 국회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 산업통상부, 기획재정부, 재정경제부는 선형 감축을 기준으로 탄소중립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공동 의견서를 제출했다. 선형 감축이란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0'으로 만들기 위해 2018년부터 매년 동일한 수준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2035년에는 2018년 대비 53%, 2040년 69%, 2045년 84%를 감축하게 된다. 이를 하한선으로 설정하고, 기술 발전에 따라 추가 감축이 가능할 경우 시행령을 통해 조정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주요 입장이다. 실제로 현행 탄소중립법에는 2030년 NDC를 35%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시행령에서는 이를 40%로 상향해 적용하고 있다. 다만 산업부, 기획재정부, 재정경제부는 기후부보다 더 보수적인 입장을 보였다. 기후부는 선형 감축을 하한선으로 두고 구체적인 목표는 시행령으로 정하자는 입장인 반면, 산업부 등은 선형 감축 외에도 후반부에 감축을 집중하는 시나리오도 검토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국회 기후특별위원회는 지난 16일과 23일 탄소중립법 개정안을 심사했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2024년 8월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해 2030년 NDC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만 포함하고, 2031~2049년 감축 경로가 빠져 있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린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2035년 NDC를 65% 이상, 2040년에는 85% 이상으로 명시한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반면 국민의힘은 선형 감축을 기준으로 NDC를 설정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정부 부처와 국민의힘이 선형 감축을 기준으로 제시하나 민주당은 국회 기후특위 공론화위원회 국민숙의단 결과를 근거로 초기에 감축을 강화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3일 발표된 조사에서 국민숙의단의 77.9%는 2031~2050년 기간 동안 초기에 감축을 더 가파르게 하는 경로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후특위 활동이 다음달 말 종료되는 만큼, 탄소중립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간 충돌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에스토니아, 겨울 전력가격 급등 우려…韓과 협력해 ‘수출국 전환’

중동 사태로 겨울철 전력가격 급등을 우려하는 에스토니아가 한국과 협력을 통해 전력 수출국으로의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에스토니아는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2035년까지 전체 전력 생산량의 80%를 재생에너지로 채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한 에스토니아 대사관과 에스토니아 기업청은 23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에스토니아 기후에너지부 관계자들과 관련 기업 6개사가 사절단 형식으로 방한해 참석했다. 사절단에는 에스토니아 국영 에너지 기업 '에스트 에네르기아'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솔루션 기업 '스켈레톤 테크놀로지' 등 6개사가 포함됐다. 스켈레톤 테크놀로지는 효성중공업과 협력해 ESS와 재생에너지를 연계하는 'e-스태콤(STATCOM)' 기술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에스토니아가 한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전력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려는 목적이 있다. 북유럽의 소국인 에스토니아는 현재 상당량의 전력을 주변 국가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마리아 베르톤 에스토니아 기후에너지부 부서장은 “에스토니아는 전체 전력 소비의 4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는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추가 투자를 통해 자국 내 에너지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스토니아 전력청 관계자는 “태양광 발전량이 감소하는 겨울철에는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며 “수출 여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고 겨울철에는 풍력발전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참석한 에스토니아 정부 관계자들은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와 같은 가스가격 상승이 재현될 경우, 겨울철 전력도매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에 따라 녹색 전환 속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스토니아는 현재 태양광 1.2GW, 풍력 0.7GW 규모의 재생에너지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2035년까지 태양광 1.6GW, 풍력 1.8GW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도 1.5GW 규모로 구축한다는 목표다. 마리 리스 쿠파 에스토니아 기업청 이사회 임원은 “에스토니아는 청정하고 안정적이며 회복력 있는 차세대 에너지 시스템 구축에 있어 한국을 핵심 파트너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자연자본포럼 2세션] “탄소 감축, 기술보다 자연기반 해법이 핵심 될 것”

기후 위기를 넘어 생물 다양성 감소 등 '자연 자본' 손실이 글로벌 경제의 핵심 리스크로 부상한 가운데 기업이 자연 자본 공시(TNFD)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재무적 의사 결정과 훼손된 생태계 복원에 직접 나서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쏟아졌다. 온실가스 감축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습지와 토양 등 다양한 자연 자본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이를 경영 전략에 내재화해 자연을 회복세로 돌리는 '네이처 포지티브(Nature Positive. 자연 순증)'를 실천해야만 향후 기업의 생존과 가치를 담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에너지경제신문과 환경재단의 공동 주최로 서울 중구 대한상의 의원회의실에서 '2026 대한민국 ESG 생물 다양성 및 자연 자본 포럼'의 제2세션이 열렸다. '기업의 생물 다양성과 자연 자본 전략과 미래'를 주제로 한 이 세션에서는 자연 자본 공시 의무화 흐름에 맞춘 국내 기업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실질적인 생태계 복원 및 자산 확보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 주제발표 후 국립생태원 주우영 ESG경영부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된 패널 토론에서는 기업 실무 현장의 고민이 담긴 질문과 전문가들의 구체적인 해법 제시가 이어졌다. 가장 먼저 기후 분야의 직접 공기 포집(DAC)처럼 자연 자본 분야에서도 기업이 도입할 기술적 대안이 있는지에 대한 질의가 나왔다. 이에 임정철 국립생태원 탄소흡수연구팀장은 “DAC 같은 화학적 기술은 전 세계 GDP의 상당 비중을 25년 이상 투자해야 할 만큼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짚었다. 주 부장 역시 “탄소 흡수에만 매몰되면 생물 다양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수질·대기 정화 등 생태계의 복합적 기능을 살리는 '자연 기반 해법(Nature-based Solutions, NbS)' 중심의 접근과 기술 발전이 앞으로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연의 상태를 계량화하는 복잡한 지표 산정 방식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다. 주 부장은 “현재 국제적으로 생태계 면적 증감(양적 측면), 천연 상태와 비교한 생태계 건전성(질적 측면), 멸종 위기종의 위협 감소 추이 등 세 가지 축으로 지표가 압축되고 있다"며 올 하반기 제17차 생물 다양성 협약(CBD) 총회를 기점으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아선 SDG연구소 컨설팅본부장은 자연 리스크를 재무적 영향으로 공시할 때 자본 시장의 신뢰를 얻는 방안으로 '투명성'을 꼽았다. 그는 “완벽한 정량화는 당장 어렵더라도, 가뭄이나 원료 수급 차질이 어떻게 원가 상승이나 매출 감소로 이어졌는지 그 산출 근거와 가정을 주석으로 상세히 설명하는 기업이 투자자들로부터 진정성을 인정받는다"고 조언했다. 온실가스처럼 명확한 단일 지표가 없는 자연 자본 분야에서 기업이 '네이처 포지티브'를 실천하는 방법론도 제시됐다. 주 부장은 “물 소비가 막대한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사업장 내 물 재활용을 넘어, 주변 수생태계를 복원해 지역 사회가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 총량을 늘리는 방식이 좋은 사례"라며 “향후 이러한 생태계 서비스 증진 실적이 배출권처럼 '생물 다양성 크레딧'으로 거래되는 시장도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공급망 관리 범위에 대한 질의에 이 본부장은 “모든 밸류 체인을 한 번에 평가할 수는 없으므로 금융 기관은 투자 포트폴리오, 제조업은 핵심 원자재 등 자사 비즈니스 의존도가 가장 높은 곳부터 스코핑해 순차적으로 넓혀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 부장은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이미 원료를 채취하는 1차 공급망의 정량 평가까지 진행 중"이라며 “유럽의 공급망 실사법 등 규제가 점차 강화됨에 따라 자연에서 원료를 얻는 심층 공급망 관리는 점차 국내 기업들의 필수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자연자본포럼 1세션] 진입장벽 높은 ‘TNFD’, 국가플랫폼 활용 유도해야

에너지경제신문과 환경재단이 22일 공동 주최한 '2026 대한민국 ESG 생물다양성 및 자연자본 포럼'의 제1세션에서는 기업을 비롯한 경제주체들이 자연자본에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자연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NFD), 자연자본 공시 등의 진입장벽이 높다는 것이다.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자료가 많은 반면, 기업의 공시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면이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국립생물자원관이 지난해 가상의 음료수 기업을 설립하고, 이 기업이 어떻게 자연자본 공시를 해야하는지 보고서를 작성한 것도 현장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도움을 주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또한 기업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 올릴 예정이다. 이날 패널토론의 좌장을 맡은 강재신 국립생물자원관 센터장은 같은 생물자원관의 이재호 연구관에게 접근성 문제를 지적했다. 이 연구관은 “저희도 '알파벳 숲'이라고 할 정도지만, 영어 약어를 쓰지 않는 것은 어렵다"며 “관련 안내서와 용어집을 만들었고, 한글화된 자료를 TNFD 홈페이지에 올린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관은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를 비롯한 논의와 제도가 왜 필요하고, 경제주체들이 참여해야 하는 이유를 소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시가 먼저가 아니라 참여 의도를 이끌어내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미다. 이후승 한국환경연구원(KEI) 자연환경연구실장은 “국가에서 만든 플랫폼이 있는데 연구자 입장에서는 찾기 쉽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한테는 어렵다"며 다른 이들을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디지털도서관과 생물자원관의 도서관 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시범보고서를 만들 때 어느 자료를 어디에서 어떻게 찾았는지 정리하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발언했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자료를 학습시키면 올바른 정보가 공유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래세대의 접근성 향상을 위한 방안도 거론됐다. 이 실장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생물다양성·자연자본 관련 내용을 강의했던 경험을 토대로 어려운 주제를 다루는 것보다 교내에 있는 나무 등 주변 자연환경을 알아가는 것에서 시작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김미현 SK증권 상무는 자체 보고서 작성 경험을 전했다.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를 두고, 맞춤형 교육으로 이해도 향상을 비롯한 펀더멘탈을 강화한 점이 국내 증권사 최초로 TNFD 기반 자연자본 공시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의 성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환경보호를 위한 프로젝트에 비용이 투입되지만, 경영진이 이를 부담으로 느끼기 보다 적극적인 실행을 지원사격했던 점도 언급했다. SK증권은 환경재단과 독수리 먹이주기 캠페인을 진행했고, 단국대와 협업해 도심 곳곳에 인공 새집을 조성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투자 의사결정 뿐 아니라 딜을 진행하는 부서에 자연자본의 중요성을 재무적으로 설명하는 과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현장에서 쓸 수 있는 데이터 수집 경로와 그린워싱에 대한 질문에는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의 가이던스를 활용 중으로, 그린워싱 리스크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고 답변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자연자본포럼 개회사] 정선구 에너지경제신문 사장 “자연자본, 기업 경쟁력 좌우하는 핵심 요소”

정선구 에너지경제신문 사장은 22일 에너지경제신문과 환경재단이 공동 주최한 '2026 대한민국 ESG 생물다양성 및 자연자본 포럼' 개회사에서 “기후위기와 더불어 생물다양성 손실이라는 이중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야생생물 개체군이 급격히 감소하고 생태계의 균형이 흔들리는 현실은 우리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자연은 더 이상 보호 대상의 차원을 넘어 기업과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자본이 됐다"며 “자연자본과 생물다양성은 ESG 경영의 새로운 기준이자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주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포럼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응답하기 위해 마련됐다"며 “이 자리가 단순한 정보 공유를 넘어 기업·정부·학계·시민사회가 함께 해법을 모색하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자연자본포럼 축사] 김민석 국무총리 “한국형 자연자본 공시 지침 마련할 것”

정부가 기업 자연자본 공시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알렸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구의 날'인 22일 에너지경제신문과 환경재단이 공동 주최한 '2026 대한민국 ESG 생물다양성 및 자연자본 포럼' 서면 축사를 통해 “기업의 자연 자본 공시에 필요한 데이터를 지원하고 한국형 자연자본 공시 지침을 마련하겠다"며 “녹색성장 혁신을 뒷받침하는 녹색 금융과 연구개발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생물 다양성 감소와 자연 자본 훼손은 환경 문제를 넘어 원자재 수급 불안과 생산 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기업과 국가 경제의 중요 리스크 요인이 되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기관은 이미 생물 다양성 손실 위험이 높은 기업에 대한 투자를 재검토하고 환경 보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투자를 재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연자본 리스크 관리는 기업의 생존과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경영 전략이 되고 있다"며 “정부는 이러한 도전을 우리 사업 도약의 계기가 되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금한승 기후에너지환경부 1차관도 영상축사를 통해 “기업이 자연자본 리스크를 투명하게 관리하고 공시 의무화에 대처할 수 있도록 민관 협력체계를 탄탄히 구축하고 선제적으로 지원하겠다"며 “기후부는 기업이 자연자본을 경영에 내재화할 수 있도록 든든한 조력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자연자본포럼 환영사]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물, 공기 더이상 공짜 아니다”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는 22일 에너지경제신문과 환경재단이 공동 주최한 '2026 대한민국 ESG 생물다양성 및 자연자본 포럼'에서 환영사를 통해 “생물다양성은 동식물을 보호하는 자선활동이 아니라 인류가 지속가능하게 살아남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지구라는 거대한 은행에서 무이자로 빌려쓰는 줄 알았던 공기, 물, 토양은 공짜가 아니다"며 “우리가 미래에서 잠시 빌려온 원금이고 이번 포럼은 원금을 파산시키지 않고 어떻게 하면 돌려줄지 논의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중요한 것은 시스템이라며 자연이라는 자산이 줄어드는 데 국내총생산(GDP)만 늘어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풍요를 누린다고 착각하고 파산으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우리가 나눈 대화가 10년 뒤에 우리 기업의 성적표가 되고 우리 아이들이 숨 쉬는 숲의 농도를 결정할 것 "이라고 덧붙였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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