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살리는 에어컨, 지구는 죽인다…‘냉방 딜레마’에 빠진 인류 [기후신호등]

2026년 여름 유럽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는 40℃를 넘나드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냉방 시설이 부족한 학교와 병원, 노인 요양시설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한때 유럽에서 에어컨은 '미국식 사치품' 혹은 '에너지 낭비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기후변화로 폭염이 일상이 되면서 에어컨은 더 이상 사치품이 아니라 생존 장비가 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심각한 역설이 숨어 있다. 에어컨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지만, 에어컨 사용이 늘어날수록 전력 소비가 증가하고 온실가스 배출도 늘어난다. 그리고 그 결과 기후변화가 더욱 심화돼 미래의 폭염은 더욱 강해진다. 인간은 더위를 피하기 위해 에어컨을 켜지만, 그 행동 자체가 더 뜨거운 미래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에어컨의 역설(Air Conditioning Paradox)' 또는 '냉방 딜레마'라고 부른다. 인간의 건강과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냉방이 기후위기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 사회가 직면한 대표적인 환경·사회적 딜레마다. ◇폭염은 왜 '침묵의 살인자'인가 폭염은 흔히 태풍이나 홍수보다 덜 극적인 재난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가장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키는 기상재해 가운데 하나다. 폭염이 무서운 이유는 인체의 체온조절 시스템 자체를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인간은 정상적으로 36~37℃의 체온을 유지한다. 뇌의 시상하부는 일종의 체온 조절 장치 역할을 하며 땀 분비와 혈관 확장을 통해 열을 배출한다. 그러나 기온이 피부 온도 수준인 35℃ 안팎을 넘어가면 신체는 더 이상 열을 효과적으로 방출하지 못하고 오히려 외부의 열을 흡수하게 된다. 가장 위험한 질환은 열사병이다. 체온이 40℃ 이상으로 상승하면 피부 냉각을 위해 혈액이 피부 쪽으로 집중된다. 그 결과 간과 신장, 위장관 같은 주요 장기에 충분한 산소와 혈액이 공급되지 못한다. 치료가 늦어질 경우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이어져 사망할 수 있다. 심혈관계도 큰 타격을 받는다. 더운 날씨에는 체내 열을 배출하기 위해 심장이 평소보다 훨씬 많은 혈액을 순환시켜야 한다. 이는 심근경색과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 일부 연구에서는 최고기온이 1℃ 상승할 때 심혈관 질환 관련 사망 위험이 2%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은 신장질환과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준다. 심한 탈수는 급성 신손상을 유발할 수 있으며,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악화시키고 자살률 증가와도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WHO)는 폭염을 '침묵의 살인자(silent killer)'라고 부른다. 홍수나 태풍처럼 눈에 띄는 파괴를 일으키지는 않지만 훨씬 많은 생명을 서서히 앗아가기 때문이다. ◇누가 폭염에 가장 취약한가 폭염은 모든 사람을 괴롭히지만,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위험하지는 않다. 가장 취약한 집단은 고령자다. 노인은 젊은 사람보다 땀 분비 능력이 감소하고 체온 조절 기능이 떨어진다. 갈증을 느끼는 감각도 둔화돼 탈수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독거노인의 경우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어 위험이 더욱 커진다. 만성질환자도 위험군이다. 심장병, 당뇨병, 신장질환 환자는 더위에 대한 신체 적응력이 낮다. 혈압약과 이뇨제, 일부 항우울제와 항히스타민제는 체온 조절 능력을 떨어뜨리거나 탈수를 촉진할 수 있다. 저소득층 역시 폭염의 대표적 피해자다. 에어컨을 구매할 수 없거나 전기요금을 감당하기 어려워 냉방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냉방 빈곤(cooling poverty)'이라고 불린다. 이탈리아 유로-지중해 기후변화센터(CMCC)의 지아코모 팔케타(Giacomo Falchetta) 박사 연구팀은 지난 2024년 9월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논문에서 2050년에도 약 40억 명이 적절한 냉방 없이 폭염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야외 노동자도 취약하다. 건설노동자, 농업 종사자, 택배기사, 군인 등은 폭염 속에서 장시간 활동해야 하기 때문에 열사병 위험이 높다. ◇유럽의 비극, 2003년 폭염이 남긴 교훈 오늘날 유럽에서 에어컨 논쟁이 뜨거운 이유는 2003년의 아픈 기억 때문이다. 2003년 여름, 유럽은 관측 사상 최악의 폭염을 겪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서 수 주 동안 기록적인 고온이 지속됐고, 약 7만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프랑스에서만 약 1만5000명이 사망했다. 당시 사망자의 상당수는 혼자 거주하던 노인이었다. 유럽의 많은 가정에는 에어컨이 설치돼 있지 않았고, 병원과 요양시설도 폭염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 이 사건은 유럽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이후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폭염 경보 체계를 정비하고 냉방 대책을 강화했다. 그러나 동시에 “에어컨을 대폭 늘려야 하는가"라는 새로운 논쟁도 시작됐다. ◇에어컨이 만드는 새로운 기후위기 문제는 에어컨이 결코 공짜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전력 사용량의 약 10%가 냉방에 쓰이고 있다. 냉방 부문은 이미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다. 더 심각한 것은 앞으로의 증가 속도다. 중국 베이징공과대학교의 장홍즈(Hongzhi Zhang) 박사와 영국 버밍엄대학교의 샨위리(Yuli Shan) 교수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지난 2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한 논문에서 에어컨 사용 증가만으로도 205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추가로 0.03~0.07℃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냉방 수요 증가에 따른 전력 소비와 냉매 배출을 함께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같은 연구는 2050년 냉방용 전력 수요가 4493 TWh(테라와트시, 1TWh=10억 kWh)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현재 세계 주요 국가들의 전력 소비량과 비교해도 엄청난 규모다. 이탈리아 CMCC 재단 연구팀은 2024년 논문에서 2050년까지 전 세계 주거용 에어컨 보급률이 41%로 증가하고, 에어컨 보유 가구 수가 9억 가구에 이르러 주거용 냉방 전력 수요만 1,940TWh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냉매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수소불화탄소(HFC)는 이산화탄소보다 수천 배에서 최대 1만4800배 강력한 온실효과를 낸다. 에어컨이 폐기되거나 누출될 경우 상당한 기후 영향을 미친다. ◇유럽을 갈라놓은 '에어컨 논쟁' 유럽에서 논쟁이 치열한 이유는 두 가치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에어컨은 생명을 구한다"고 주장한다. 학교와 병원, 노인요양시설에 냉방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특히 우파 정당들은 냉방 부족을 정부의 무능 문제로 규정하고 있다. 반대편에서는 “에어컨은 환경적 괴물"이라고 주장한다. 녹색당과 환경단체들은 에어컨 보급 확대보다 도시 녹화와 단열 강화, 건축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 양측 모두 틀리지 않다. 폭염으로부터 생명을 지키려면 냉방은 필수다. 그러나 무분별한 냉방 확대는 기후위기를 악화시킨다. 인류는 지금 '사람을 살리기 위해 에어컨을 늘려야 하지만,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에어컨 의존도를 줄여야 하는' 역사상 유례없는 딜레마와 마주하고 있다. 사실 2003년의 비극이 단순히 에어컨이 없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주장도 많다. 오히려 많은 연구자들이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은 사회적 고립(social isolation)이다. 유럽에서는 8월이 대표적인 여름 휴가철이고, 프랑스에서는 가족들이 장기간 휴가를 떠나는 문화가 강하다. 당시 많은 노인들이 도시의 아파트에 홀로 남겨졌고, 더위에 쓰러져도 발견해 줄 가족이나 이웃이 없었다. 실제로 사망자 상당수는 혼자 살던 고령층이었다. 당시에는 오늘날처럼 폭염 경보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고, 독거노인 관리 체계나 냉방센터(무더위 쉼터), 폭염 대응 의료 시스템 등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2003년 폭염은 흔히 '기후 재난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고립의 재난'으로 평가된다. ◇해법은 에어컨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해법이 “에어컨 사용 금지"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냉방"이라고 말한다. 첫째는 무더위 쉼터 확대다. 경로당, 주민센터, 도서관, 체육관, 호텔 등을 냉방센터로 활용하면 취약계층이 가구마다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아도 폭염을 피할 수 있다. 실제로 서울시는 호텔을 야간 무더위 쉼터로 운영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둘째는 도시 자체를 시원하게 만드는 것이다. 공원과 가로수, 녹지 확대는 '도시의 에어컨' 역할을 한다. 연구에 따르면 큰 가로수 한 그루는 여러 대의 에어컨에 해당하는 냉각 효과를 낼 수 있다. 셋째는 패시브 쿨링이다. 차양막, 단열재, 반사 지붕, 쿨루프 등을 활용하면 에어컨 없이도 실내 온도를 상당히 낮출 수 있다. UCL의 오스카 브루스 교수 연구팀은 '지구물리학 연구 회보(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발표한 논문에서 쿨루프가 도시 온도를 낮추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보고했다. 넷째는 고효율 냉방기술과 재생에너지 확대다. 태양광과 풍력으로 생산한 전기를 사용하고, 고효율 히트펌프와 저온난화 냉매를 보급하면 냉방에 따른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생명을 지키면서 지구도 지켜야 한다 21세기 들어 폭염은 더 이상 예외적인 재난이 아니다. 기후변화가 계속되는 한 폭염은 더욱 길고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시대에 에어컨은 분명 생명줄이다. 특히 노인과 어린이, 만성질환자에게 에어컨은 단순한 편의시설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인프라가 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인류는 냉방을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그 결과 더 뜨거운 지구를 만드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해답은 “에어컨이냐, 환경이냐"의 선택이 아니다. 필요한 사람은 안전하게 냉방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도시 설계와 건축, 에너지 시스템, 사회복지 정책을 함께 바꾸는 것이다. 무더위 쉼터와 녹지 확대, 패시브 쿨링, 고효율 냉방기기, 재생에너지 전환은 모두 그 해법의 일부다. 폭염 시대의 진정한 과제는 에어컨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에어컨에만 의존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데 있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사람의 생명과 지구의 미래를 동시에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김성환 장관 “다음주 용수 확보 계획 공식 발표…하루 100만톤 추가 확보 가능”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광주·전남 반도체 산업단지의 용수 부족 우려를 일축하며 충분한 산업용수 공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27일 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광주·전남 반도체 산업단지 용수 공급 우려와 관련해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며 현재 검토 상황을 설명했다. 김 장관은 영산강·섬진강 유역의 면적은 한강이나 낙동강보다 작지만, 섬진강댐과 주암댐 등 7개 댐에 약 15억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댐이 공급할 수 있는 생활·공업·농업·하천유지용수는 하루 337만톤 규모라고 밝혔다. 이어 “일부 댐의 수계 조정과 여유 용량 활용 등을 통해 추가로 하루 약 100만톤 이상의 용수를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일부 언론에서 언급한 타 지역 용수 공급이나 해수담수화 방안에 대해서는 “현재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김 장관은 “반도체 산업은 안정적인 물과 전력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한 산업"이라며 “정부도 관련 계획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기반 여건을 가장 우선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께서 혼란을 겪지 않도록 관련 사실관계는 정확하게 설명드릴 필요가 있다"며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주 공식 발표를 통해 상세히 설명드리겠다"고 밝혔다. 앞서 같은 날 이재명 대통령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호남에도 영남이나 수도권만큼 물은 충분하다"며 용수 부족 우려를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수자원 관리 시스템을 정비하면 하루 100만톤 규모의 산업용수 공급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환경특집] 반복되는 낙동강 녹조, 왜 해마다 되풀이되나(상)

폭염·가뭄과 기후위기 생활하수·축산분뇨 등 오염원 실태 낙동강 녹조 발생 원인 진단 대구경북의 젖줄인 낙동강이 올해도 녹조 비상에 직면했다. 폭염과 가뭄이 반복되면서 녹조 발생 시기가 빨라지고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본지는 3회에 걸쳐 낙동강 녹조의 원인과 문제점, 식수 안전성 논란, 향후 대책을 진단한다. 글싣는 순서 상:반복되는 낙동강 녹조, 왜 해마다 되풀이되나 중:녹조 독소와 수돗물 안전성 논란…시민들은 안심해도 되나 하:수천억 투입했는데 녹조는 왜 사라지지 않나(하) ◇대구환경청 녹조 비상…기후위기·보 개방 논란 속 근본대책 시급 대구=에너지경제신문 손중모기자 최근 낙동강 상류 해평지점에 조류경보 '관심' 단계가 발령되면서 대구지방환경청이 비상 대응체제에 돌입했다. 여름철마다 반복되는 녹조 현상이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오면서 주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녹조는 하천이나 호수에 질소와 인 등 영양염류가 과도하게 유입된 상태에서 수온이 상승할 경우 남조류가 급격히 증식하는 현상이다. 특히 낙동강은 유속이 느리고 체류시간이 길어 녹조 발생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 ◇ 폭염·가뭄이 부른 녹조 대란 전문가들은 최근 녹조 발생의 가장 큰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꼽는다. 실제로 지난해와 올해 모두 평년보다 높은 기온과 적은 강수량이 이어지면서 강물의 흐름이 둔화됐다. 수온이 25도를 넘어서면 남조류 번식 속도는 급격히 증가하는데, 최근 폭염 일수가 늘어나면서 녹조 발생 조건이 더욱 쉽게 형성되고 있다. 대구환경청 관계자는 “예년보다 빠른 고수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녹조 발생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기상 여건에 따라 녹조 발생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활하수·축산분뇨도 원인 녹조를 키우는 또 다른 요인은 오염물질 유입이다. 낙동강 상류지역에는 축산농가와 농경지가 밀집해 있다. 비가 내릴 경우 축산분뇨와 비료 성분이 하천으로 유입되면서 남조류의 먹이가 되는 질소와 인 농도가 높아진다. 환경당국은 녹조 발생 원인을 줄이기 위해 가축분뇨 처리시설과 하·폐수처리장, 야적퇴비장 등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단속만으로는 녹조를 막기 어렵다"며 “유역 전체의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洑)가 녹조를 키운다는 지적 낙동강 녹조 논란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4대강 사업 이후 설치된 보 문제다. 환경단체들은 보 건설 이후 강물이 정체되면서 녹조 발생이 심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와 오염물질 유입이 더 큰 원인이라며 단순히 보만의 문제로 볼 수 없다고 반박한다. 실제 낙동강 유역에서는 보 개방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 개방 확대를 주장하는 반면 농업용수 확보 문제와 수질 개선 효과 등을 둘러싸고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주민 불안 커지는 식수원 대구와 경북 일부 지역 주민들은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이용하고 있다. 녹조가 심해질 경우 남조류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우려가 제기되면서 주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대구 달성군 주민 박모(61) 씨는 “뉴스에서 녹조가 심하다는 보도가 나올 때마다 수돗물을 마셔도 괜찮은지 걱정된다"며 “정부가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근본 처방 필요한 낙동강 전문가들은 녹조 문제를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닌 기후위기 시대의 복합적 재난으로 보고 있다. 폭염과 가뭄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오염물질 유입을 줄이고 수질 개선사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과학적인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구환경청도 위성 감시와 드론 예찰, 관계기관 합동점검 등을 강화하며 녹조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낙동강 녹조 문제는 이제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 식수 안전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정부와 지자체, 주민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대구지방환경청 관계자는 “최근 기온 상승과 강수량 감소로 인해 낙동강 유역의 녹조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조류경보제 운영과 함께 드론 및 위성영상 활용 모니터링, 오염원 특별점검 등을 강화해 녹조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녹조 문제는 기후변화와 오염원 유입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관계기관과 협력을 통해 선제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수질 감시와 취수원 관리를 더욱 철저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손중모 기자 jmson220@ekn.kr

[주말날씨] 전국 맑음…낮 최고 33도 무더위

주말 동안 전국이 대체로 맑고 낮 기온이 최고 33℃(도)까지 오르며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겠다. 26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오는 27일 전국이 대체로 맑겠으나 남부지방과 제주도는 구름이 많다가 늦은 오후부터 맑아지겠다. 28일에도 전국이 대체로 맑겠고, 오후에는 중부지방과 전북, 경북권을 중심으로 가끔 구름이 많겠다. 27일 아침 최저기온은 13~20도, 낮 최고기온은 23~32도로 예보됐다. 28일은 아침 최저기온 14~21도, 낮 최고기온 24~33도로 전망됐다. 당분간 낮 최고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겠으며,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낮 동안 더운 날씨가 이어지겠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韓 수소경제, 유럽·중국·일본과 경쟁서 시장 선점해야”

유럽과 중국, 일본이 수소산업 육성을 위해 장기적인 지원 정책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정책 기조를 유지하며 산업 생태계를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가 일반수소 발전 입찰물량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하고 있는데 업계는 청정수소 시대로 연착륙을 위해 최소 3~4년간의 정책 유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회수소경제포럼과 한국수소연료전지산업협회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대한민국 수소경제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주요국의 수소산업 육성 정책과 국내 수소산업 경쟁력 확보 방안을 논의했다. 한승훈 베이징 진웬 로펌 ESG·탄소중립연구소 부주임은 주제발표에서 중국이 이미 수소경제 분야에서 추격자가 아닌 선도국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이 2060년까지 수소 수요를 최대 1억3000만톤으로 확대한다는 목표 아래 생산부터 저장·운송·활용까지 밸류체인 전반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은 그린수소 생산 확대와 장거리 수소 파이프라인 구축, 데이터센터와 발전 분야를 중심으로 연료전지 활용을 확대하며 시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부주임은 “기술 우위만으로는 중국을 방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내 초기 수요시장을 확보하고 핵심 부품과 표준, 공급망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대외 협력 전략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유럽이 수소경제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맞춰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이 당초 목표는 현실적으로 조정했지만 수소은행(Hydrogen Bank)과 H2Global 등을 통해 생산과 수입을 동시에 지원하며 산업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육성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철강·화학·해운 등 전기화가 어려운 산업을 중심으로 수소 활용을 확대하고 수소 전용 배관망 구축에도 투자하고 있다며 “에너지 전환에서 중요한 것은 목표보다 정책의 일관성"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책이 자주 바뀌면 기업들의 투자 의지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안정적인 정책 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윤경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이 수소를 차세대 에너지원이자 에너지 안보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보고 일관된 지원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제7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수소와 암모니아를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 에너지원으로 제시하고 생산과 공급망, 수요 창출을 동시에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일본은 국내외를 구분하지 않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면서 산업 경쟁력과 에너지 안보를 함께 강화하고 있다"며 “우리도 수소를 탄소중립뿐 아니라 산업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와 업계에서도 일반수소 발전시장 축소 움직임이 국내 산업 생태계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흥원 수소연료전지협회 부회장은 “아직 수소시장이 충분히 뿌리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정책적 지원이 줄어들면 정부와 업계가 함께 키워온 국내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일반수소 발전시장은 현실에 안주하기 위한 시장이 아니라 청정수소와 미래 수소산업으로 넘어가기 위한 가교이자 미래 도약을 위한 중요한 마중물"이라고 말했다. 국회수소경제포럼 공동대표인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국의 수소경제 발전 속도를 보며 큰 위기감을 느낀다"며 “해외 선진국 사례를 면밀히 연구해 우리 수소경제의 비전을 다시 정립하고 분야별 발전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 정책을 믿고 투자한 기업들이 산업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일반수소 입찰시장을 3년만 더 유지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온실가스 감축도 중요하지만 산업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입찰시장 고시 확정 전 산업계 의견을 다시 한번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10일 '수소발전 입찰시장 연도별 구매량 산정 등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올해 일반수소 발전 입찰물량을 930기가와트시(GWh)로 확정했다. 이는 지난해 1300GWh보다 약 28% 줄어든 규모다. 현재 개정안은 오는 30일까지 행정예고를 통해 업계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역대 단 두 차례뿐… 올해 정말 이례적인 ‘7월 장마’ 오나

53년 만에 세 번째 '7월 장마'가 찾아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다음 주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 여부와 열대저압부의 발달에 따라 장마가 6월 안에 시작될 가능성도 남아 있어 아직 시작 시점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25일 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상공에는 대기 상층의 찬 공기가 머물고 있어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가 우세한 상태다. 장마를 형성하는 정체전선은 일본 남쪽 북위 30도 부근, 제주도 남쪽 해상에 위치해 있으며 북태평양고기압도 아직 일본 남쪽에 머물러 있다. 이 영향으로 전국은 한낮 기온이 높아 덥기는 하지만 본격적인 장마철 특유의 고온다습한 날씨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체전선이 더 남하하고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받으면서 당분간 전국이 대체로 맑거나 가끔 구름 많은 날씨를 보일 전망이다. 장마 시작 시점을 결정할 변수는 다음 주 기압계 변화다. 이날 오전 일본 오키나와 남서쪽 440㎞ 해상을 지난 제7호 태풍 메칼라가 일본 남쪽 해상을 지나면서 이후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 방향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29일께 필리핀 부근에서 열대저압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 열대저압부가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예보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다음 달 1일께 정체전선이 일본 남쪽에 머무는 가운데 서쪽에서 기압골이 접근하면서 제주도를 중심으로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후 정체전선이 북상할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려워 7월 1일 제주에서 장마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이르다. 만약 올해 제주 장마가 7월에 시작된다면 매우 이례적인 기록이 된다. 제주의 평년(1991~2020년) 장마 시작일은 6월 19일이지만 올해는 이미 이를 넘겼다. 기상관측 기준이 마련된 1973년 이후 제주에서 7월에 장마가 시작한 사례는 1982년(7월 5일)과 2021년(7월 2일) 두 차례뿐이다. 올해 7월 1일 이후 장마가 시작될 경우 53년 동안 세 번째 7월 장마로 기록된다. 남부지방 역시 1973년 이후 7월 장마는 1982년, 1987년, 1992년, 2014년, 2021년 등 다섯 차례에 불과했고, 중부지방도 1982년, 1987년, 1992년, 2014년, 2017년, 2021년 등 여섯 차례밖에 없었다. 결국 올해 장마 시작 시점은 다음 주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 속도와 열대저압부의 발달 여부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내일날씨] 강원·충북·경상권 오후에 소나기

오는 26일 강원, 충북, 경상권 내륙 지방 중심으로 오후에 소나기가 내리겠다. 25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26일 강원 남부 내륙·산지, 충북 북부, 경북 내륙·북동 산지, 경남 내륙 등에 오후부터 비가 예보됐다. 예상 강수량은 대부분 지역이 5∼20㎜다. 전국에는 가끔 구름이 많다가 오전부터 저녁까지 맑겠다. 늦은 밤부터는 다시 구름이 많아지겠다. 전국 최저기온은 15∼20℃(도), 최고기온은 22∼30도로 평년(17∼20도, 24∼30도)과 비슷하겠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원유 끓이지 않고 막으로 걸러내 정제한다… KAIST, 혁신 기술 개발

정유 공장에서 원유를 정제하려면 거대한 증류탑에서 수백℃까지 끓여야 한다. 정유 산업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이유다. 그런데 한국 연구진이 원유를 가열하지 않고도 값싼 고분자 막을 이용해 휘발유와 등유에 해당하는 가벼운 성분을 골라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정유 산업의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연구는 KAIST 생명화학공학과의 고동연 교수와 이재우 교수 연구팀, 한국화학연구원, HD현대오일뱅크, 미국 조지아 공과대학의 공동연구진이 수행했고, 24일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됐다. ◇정유공장의 가장 큰 에너지 낭비는 '끓이는 과정' 현재 정유공장은 원유를 거대한 증류탑에 넣고 가열한 뒤 끓는점 차이를 이용해 휘발유·등유·경유 등을 분리한다. 이 과정은 기술적으로는 단순하지만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연구진에 따르면 전 세계 원유 정제 과정에서 사용되는 대기압 증류와 감압 증류는 매년 1,100TWh(테라와트시, 1TWh=10억 kWh) 이상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1억6000만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연구진은 “원유를 굳이 끓이지 않고도 분리할 수 있다면 에너지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연구진이 사용한 재료는 폴리아크릴로니트릴(PAN)이라는 흔한 고분자 막이다. 원래는 분리막을 지지하는 보조 재료로 사용되던 물질이다. 연구진은 이 막에 별도의 특수 코팅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실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원유가 막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막 내부에 존재하는 약 15나노미터(nm, 1nm=100만분의 1㎜) 크기의 구멍들이 스스로 초미세 분리통로로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자발적 기공 수축(Self-limiting pore constriction)'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원유가 스스로 만드는 '나노 체'의 비밀 이 현상을 이해하려면 원유의 복잡한 구성을 알아야 한다. 원유 속에는 가벼운 탄화수소뿐 아니라 아스팔텐, 레진 같은 무거운 성분도 들어 있다. 먼저 이 무거운 성분들이 막 벽면에 달라붙어 일종의 뼈대를 만든다. 이어 원유 속의 직선형 탄화수소(n-알칸, 탄소 원자가 17~33개가 직선으로 연결된 구조)가 그 위에 쌓이며 양초가 굳듯 결정화된다. 그 결과 원래 약 15nm였던 통로는 2nm 이하 수준까지 좁아진다. 쉽게 말하면 넓은 배수관 안쪽에 기름 성분이 자연스럽게 들러붙으면서 점점 더 촘촘한 체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흥미로운 점은 이 체가 완전히 막혀 버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구멍이 너무 좁아지면 나노 공간에 갇힌 분자들의 녹는점이 낮아지는 '깁스-톰슨 효과(Gibbs-Thomson effect)'가 발생한다. 그러면 일부 결정이 다시 녹으면서 통로를 넓힌다. 결국 '굳어지는 힘'과 '녹는 힘'이 균형을 이루며 약 2nm 이하의 최적 상태가 유지된다. 연구진은 이를 “원유가 자기 자신을 걸러낼 맞춤형 나노 체를 스스로 만드는 현상"으로 해석했다. ◇5분 만에 만들어지는 분자 정유 공장 이 나노 통로는 생각보다 매우 빠르게 형성된다. 실험 결과 원유를 흘려보낸 지 5분 이내에 분리 기능이 형성됐고, 10분 이내에 검은색 원유가 밝은 갈색 투과액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후 20분 정도에 걸쳐 가장 무거운 성분에 대한 차단 능력이 더욱 정교해졌다. 즉, 별도의 제작 공정 없이 원유가 흐르기만 해도 스스로 필터를 완성하는 셈이다. 성능도 뛰어났다. 연구진이 개발한 PAN 분리막은 최대 0.591 L/m²·h·bar의 투과도를 기록했다. 이는 기존 최고 수준 원유 분리막 성능보다 23배 이상 높은 수치다. 분리된 액체에서는 휘발유와 나프타에 해당하는 가벼운 성분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예를 들어 아라비안 라이트 원유의 경우 200℃ 이하 성분 비율이 원유에서는 25.1%였지만, 분리막을 통과한 뒤에는 52.0%까지 늘어났다. ◇원유 종류가 달라도 스스로 적응 연구진은 아라비안 엑스트라 라이트(AXL)와 아라비안 라이트(AL) 원유를 모두 시험했다. 흥미롭게도 분리 기준점은 원유 종류에 따라 달라졌다. AXL에서는 탄소수 20개(C20) 이상 분자를 주로 걸러냈고, AL에서는 탄소수 24개(C24) 이상 분자를 차단했다. 이는 나노 통로가 고정된 구조가 아니라 원유 조성에 맞춰 스스로 최적화된다는 의미다.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는 또 다른 발견도 있었다. 연구진은 PAN과 화학구조가 다른 가교 폴리에테르이미드(x-Ultem) 막에서도 유사한 현상을 확인했다. 즉 특정 소재만의 특수 현상이 아니라 적절한 기공 구조를 가진 여러 고분자 재료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에너지 31.6%, 탄소배출 37.6% 감소 연구진은 실제 정유공정을 가정한 시뮬레이션도 수행했다. 기존 공정은 원유 전체를 가열해 증류하지만, 새 공정은 먼저 상온에서 분리막으로 가벼운 성분을 걸러낸 뒤 남은 부분만 증류한다. 그 결과 에너지 소비량은 31.6%, 냉각수 사용량은 20.7%,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7.6%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성도 상당했다. 연구진의 기술경제성 분석 결과 연간 운영비는 기존 공정보다 36% 낮아지는 것으로 계산됐다. 특히 이 기술은 새로운 정유공장을 지을 필요 없이 기존 증류탑 앞단에 모듈 형태로 설치할 수 있어 초기 투자 부담도 크지 않다. 연구진은 3~5년 내 산업 적용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 그 이유는 △실제 정유사인 HD현대오일뱅크와 공동 검증을 수행했고 △실제 상업용 원유를 사용했으며 △28일 연속 운전에서도 성능 저하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대면적 모듈 제작과 장기 내구성 검증 필요 다만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현재 실험은 소형 막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실제 정유공장은 하루 수만㎥ 규모의 원유를 처리해야 하므로 대면적 모듈 제작과 장기 내구성 검증이 필요하다. 또한 중동산 원유 외에 미국 셰일오일, 캐나다 오일샌드 원유, 남미 중질유 등 다양한 원유에서도 동일한 성능이 나오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는 “원유는 반드시 끓여서 분리해야 한다"는 정유 산업의 100년 상식을 뒤흔드는 성과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향후 여러 단계의 분리막을 연속 연결해 궁극적으로는 증류탑 자체를 대체하는 '완전 분리막 정유 공정'까지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다. 최종적으로 연구가 실용화된다면 정유 산업은 '열(熱)의 시대'에서 '분자의 시대'로 넘어갈 수도 있을 전망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40도 더위가 일상이라고?”… 유럽 달구는 거대한 뚜껑 ‘열돔’의 공포

현재 유럽을 뒤덮고 있는 폭염은 단순한 여름 더위가 아니다. 기상학자들은 이번 사태를 '열돔(Heat Dome)'이 만들어낸 대규모 대기 재난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와 스페인 일부 지역의 기온이 44℃에 육박하고, 영국에서도 40℃ 안팎의 기온이 예보되면서 학교가 휴교하고 철도 운행이 중단되는 등 사회 시스템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극단적 폭염이 앞으로 더 자주,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유럽을 덮은 거대한 솥뚜껑, 열돔이란 열돔은 말 그대로 뜨거운 공기를 거대한 돔(dome) 형태로 가둬두는 대기 현상이다. 기상학적으로는 상층 대기에서 강한 고기압이 장기간 정체할 때 발생한다. 열돔이 형성되는 과정은 비교적 단순하다. 먼저 상층 대기에 강력한 고기압이 자리 잡으면 공기가 아래로 내려오는 '침강(sinking)' 현상이 발생한다. 내려오는 공기는 압축되면서 온도가 상승하는데, 이를 단열 압축(adiabatic compression)이라고 한다. 공기가 내려올수록 더 뜨거워지는 것이다. 이렇게 가열된 공기는 지표면을 달구고, 지표면은 다시 대기를 가열한다. 원래라면 뜨거워진 공기가 위로 올라가면서 열을 분산시켜야 하지만 강한 고기압이 마치 솥뚜껑처럼 상공을 덮고 있어 대류가 억제된다. 또한 하강 기류는 구름 형성까지 억제해 태양 복사에너지가 지표를 직접 가열하도록 만든다. 열돔은 △공기를 압축해 가열하고 △뜨거운 공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구름 형성을 억제해 햇빛이 지표면에 쏟아지도록 하는 등 세 가지 과정을 동시에 작동시킨다. 이로 인해 극심한 폭염이 며칠이 아니라 수주 동안 지속될 수도 있다. ◇오메가 블록, 대기의 교통체증 이번 유럽 폭염의 배경에는 '오메가 블록(Omega Block)'이라는 대기 패턴이 있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의 전략 책임자 사만다 버지스는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제트기류가 그리스 문자 Ω(오메가) 형태로 크게 굽어지면서 대기 중에 '교통정체'가 발생한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제트기류는 보통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며 날씨 시스템을 움직인다. 그러나 오메가 블록이 형성되면 제트기류가 고기압을 한 자리에 묶어두게 된다. 결과적으로 열돔이 며칠 만에 사라지지 않고 장기간 정체하면서 지표면의 열이 계속 축적된다. 프랑스 기상청(Météo-France)의 예보관 세바스티앙 레아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현상을 “진공청소기"에 비유했다. 그는 “북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의 뜨거운 공기를 빨아들여 유럽으로 계속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은 지금 얼마나 뜨거운가 올해 유럽 폭염은 단순한 기록 경신 수준을 넘어선다. 프랑스에서는 전국 평균 기온 지표가 1947년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일부 도시에서는 역대 최고 기온 기록이 경신됐고, 보르도는 41.9℃까지 치솟았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는 기온이 41℃까지 오르며 관광객들이 백화점과 미술관 등 냉방 시설로 피신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일부 시민들은 지하철역 통풍구 위에 모여 냉기를 쐬며 더위를 견뎠다. 폭염은 사회 인프라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1300개가 넘는 학교가 휴교했고 열차 운행도 중단됐다. 영국은 최고 수준의 적색 폭염 경보를 발령했고, 일부 지역은 38~40℃로 오를 것으로 예보됐다. 병원 응급실은 환자 급증으로 비상 대응에 들어갔다. 스페인 역시 일부 지역에서 44℃ 안팎의 기온이 예상되면서 월드컵 거리 응원전까지 취소됐다. 인명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폭염 기간 물놀이 중 익사 사고가 잇따랐고, 보르도 지역에서는 고령자 사망 사례가 보고됐다. 주차된 차량에서 2세와 4세 어린이가 숨진 채 발견되는 비극도 발생했다. 원전 운영에도 비상이 걸렸다. 강과 하천 수온이 상승하면서 원전 냉각수 사용에 제약이 생겨 일부 발전소의 출력 제한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기후변화는 열돔을 어떻게 강화하는가 열돔 자체는 오래전부터 존재해온 자연현상이다. 문제는 지구 온난화가 그 위력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2024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 (Nature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2021년 북미 북서부 태평양 연안의 열돔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 때문에 원래보다 34% 더 넓어지고 지속 기간은 약 59% 길어졌던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열돔은 27일 동안 지속됐고,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리턴 지역은 49.6℃에 달하는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수백 명이 사망했고 도로와 철도 시설이 파손됐으며 대형 산불이 잇따랐다. 또 다른 연구는 최근 70년 동안 대기 정체 현상을 만드는 '행성파 공명(planetary wave resonance)' 발생 빈도가 약 3배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행성파 공명이란 지구 대기에서 발생하는 거대한 규모의 파동인 행성파(planetary waves, 또는 로스비파 Rossby waves)가 특정 조건에서 증폭되어 거의 움직이지 않고 정체하는 현상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북극의 급격한 온난화가 제트기류의 흐름을 변화시키고 열돔과 같은 정체성 기상현상을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중기기후예측센터(ECMWF)의 기후 과학자 레베카 에머턴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열돔현상 빈발 등으로 인해) 1970년대와 비교할 때 극심한 열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인구가 전 세계적으로 약 10억 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국 기상청 수석 과학자인 스티븐 벨처는 최근 폭염과 관련해 “40℃라는 숫자가 이제 현실이 되었다는 사실이 매우 엄중하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한때 수십 년에 한 번 나타나던 기록적 폭염은 이제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열돔은 유럽에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2021년 북미 북서부 태평양 연안에서는 열돔이 형성되면서 캐나다 리턴 외에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도 47℃를 기록하기도 했다. 2024년과 2025년에도 미국 중서부와 동부에서는 대규모 열돔이 형성돼 수천만 명이 폭염 경보 아래 놓였다. 일부 지역은 체감온도가 40℃를 넘었고 수십 년 만의 최고 기온 기록이 깨졌다. 아시아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 북부와 몽골, 중앙아시아, 인도 북부,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서도 최근 수년간 강한 아열대 고기압과 열돔형 정체 고기압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동아시아의 경우 북태평양고기압이 비정상적으로 확장될 때 유사한 메커니즘으로 장기 폭염이 발생한다. 열돔은 자연현상이지만, 온난화된 지구는 그 열돔을 더 크고, 더 오래 지속되며, 더 치명적으로 만들고 있다. 지금 유럽을 덮고 있는 거대한 '열의 뚜껑'은 단순한 기상 이변이 아니라 기후변화 시대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인 셈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E칼럼] 500년 ‘장마’의 퇴장, 이제 장마를 장마라 부를 수 없다

조선 중기인 16세기부터 기록이 전해지는 '장마'는 최소 500년 넘게 우리 민족의 여름철 삶을 규정해 온 공식이었다. 6월 말 무렵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한 달 남짓 지루하게 비를 뿌리던 전통적인 장마. 성질이 다른 두 거대한 공기가 한반도 상공에서 팽팽하게 힘겨루기하며 만들어낸 정체전선은, 비록 수해를 발생시키고 생활의 불편을 주었을지언정 우리가 어느 정도는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는 '익숙한 불청객'이었다. 전통적인 장마의 핵심은 '대우(大雨)', 즉 일정 기간 지속해서 비가 내리며 누적 강수량이 늘어나는 형태였다. 정체전선의 위치에 따라 비가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하며 전국이 영향을 받았다. 이에 따라 우리 삶도 장마 전과 중, 후로 나뉘어 움직였다. 방재 당국은 장마 정보를 나침반 삼아 대책을 세웠고, 도시의 배수 관리와 농사일의 순서도 이에 따랐다. 전력 수급 계획은 물론 가정의 살림, 아이들의 방학, 직장인의 휴가 일정까지 장마가 기준이었다. 장마는 단지 비가 오는 기간이 아니라, 한국인의 여름 생활을 조직해 온 하나의 거대한 질서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맞이하는 여름은 어떤가. 냉정하게 말해 우리가 알던 500년 역사의 '장마'는 이미 수명을 다했다. 기후변화는 여름의 공식을 완전히 파괴해 버렸다. 기상학적으로 이제 한반도 장마의 대표적 상징인 정체전선은 뚜렷한 형태를 찾기조차 어렵다. 장마의 시작과 끝을 특정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진 것이다. 약 10년 전부터 이러한 징후는 뚜렷해졌다. 가까스로 전선이 형성되더라도 과거처럼 넓은 지역에 길게 비를 뿌리지 않는다. 대신 좁은 구역에서 대기가 격렬하게 소용돌이치며 마치 팝콘이 튀어 오르듯 동시다발적으로 강한 비구름대가 발달했다가 순식간에 소멸한다. 극도의 불확실성을 갖는 국지성 폭우, 즉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새로운 주류가 된 것이다. 심지어 기상청이 공식적으로 장마 종료를 선언한 이후에 오히려 더 치명적인 호우가 빈번하게 출현하는 기현상이 이제는 새로운 표준(뉴노멀)이 되었다. 이 급격한 변화는 단순히 기상학적 용어의 수정을 넘어, 우리 사회 전반의 시스템을 뿌리째 바꿔야 한다는 경고등이다. 우리는 먼저 과거의 장마 패러다임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올해 장마는 언제 끝나나요?"라는 질문은 이제 유효하지 않다. 장마 기간의 시종(始終)에 매달리기보다, 여름철 내내 언제든 재난급 폭우가 쏟아질 수 있다는 상시적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당장 국가의 방재 시스템부터 전면 개편되어야 한다. 장마를 비중있게 고려하여 만들어진 과거의 강수량 통계와 배수 용량 기준은 이미 무용지물이 되었다. 단 몇 시간 만에 한 달 치 비가 쏟아지는 기습 폭우에 견딜 수 있도록 도시의 빗물 수용 능력을 재설계해야 하고, 산사태와 하천 범람 경보 시스템도 실시간 국지성 예측 방식으로 진화해야 한다. 산업과 일상도 달라져야 한다. 전력 수요 예측이 생명인 에너지 수급 계획은 장마의 변화로 인해 불확실성이 더 커진 여름철 하늘상태, 기온과 습도에 맞춰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기업의 물류망 관리, 농가의 재배 타이밍은 물론이고, 일반 가정의 여름휴가 계획에 이르기까지 삶의 모든 영역에서 과거의 장마와는 완전히 다른 현실에 입각한 준비가 필요하다. 7월 말에서 8월 초에 집중되던 일률적인 휴가 문화도 분산되어야 안전과 휴식의 질을 모두 담보할 수 있다. 다행히 기상청과 기상학계는 이러한 위기를 엄중히 인식하고 발 빠르게 움직여 왔다. 지난 2023년부터 학계와 현장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기후변화로 다변화된 장마의 개념을 재정립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해 왔으며, 최근 그 일차적인 청사진이 도출되었다. 아마도 내년 여름부터는 이렇게 새롭게 정립된 강수 개념과 예보 체계를 바탕으로, 국가 방재부터 국민 일상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반의 구체적인 대응 방향이 현장에서 실천될 것이라 기대한다. 기후위기는 500년 이상 이어져 온 우리 민족의 계절 감각과 삶의 방식을 강제로 바꾸어 놓았다. 거대한 자연의 변화 앞에 인간은 무력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역사적 전환기마다 닥쳐온 숱한 위기를 늘 지혜롭게 극복하고, 오히려 새로운 기회로 바꾸어 낸 저력이 있다. 비록 익숙했던 장마의 모습이 사라지고 더 이상 장마를 장마로 부를 수 없는 당황스러운 현실을 마주했지만, 우리가 바뀐 기후 현실을 똑바로 직시하고 사회적 지혜를 모은다면, 이 변화된 여름 역시 가장 안전하고 생산적으로 다스려 낼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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