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날씨] 전국 구름 ‘가득’…보름달 보기 어렵다

추석 당일인 오는 25일 밤 전국 대부분 지역에 두꺼운 구름이 끼면서 보름달을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연휴 초반인 23~24일에는 비교적 맑은 날씨가 이어지지만 추석 당일부터 비구름이 유입돼 27일까지 곳곳에 비가 내리겠다. 기상청은 22일 정례 예보 브리핑에서 “추석 당일 밤에는 흐리고 구름이 두꺼운 가운데 늦은 밤부터 26일 새벽까지 중부지방에 비가 내리면서 보름달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연휴 초반인 23~24일에는 전국이 대체로 맑거나 구름이 많겠다. 다만 새벽부터 오전 사이 서해안과 내륙을 중심으로 안개가 끼는 곳이 있어 귀성길 교통안전에 주의해야 한다. 23일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기가 건조한 곳도 있어 화재 예방에도 유의해야 한다. 추석 당일인 25일에는 우리나라가 고기압 가장자리에 들면서 전국에 구름이 많거나 흐리겠다. 강원동해안과 산지, 경북북부동해안에는 동풍의 영향으로 새벽부터 오전 사이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 특히 오후부터 서쪽에서 저기압을 동반한 구름대가 접근하면서 밤에는 전국적으로 구름이 더욱 두꺼워질 전망이다. 25일 늦은 밤부터 26일 새벽까지는 중부지방에 비도 예상된다. 연휴 후반에는 비구름이 남쪽으로 이동한다. 26일 남부지방과 제주도에 비가 내리겠고 제주도는 27일 오전까지 이어지겠다. 다만 기압골의 강도와 이동 속도에 따라 강수 시점과 지역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연휴 기간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겠다. 23~27일 아침 최저기온은 12~20℃(도), 낮 최고기온은 23~29도로 예상된다. 낮과 밤의 기온 차는 10도 안팎으로 크게 벌어지겠다. 해상에서는 23일 새벽까지 남해상과 제주도해상, 동해남부해상을 중심으로 1.5~3.5m의 매우 높은 물결이 일겠다. 26~27일에도 서해상·남해상·제주도해상에서 1.5~2.5m의 높은 물결이 예상돼 귀성·귀경길 선박 이용객은 운항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사라진 태풍 – 기후변화가 보낸 위장된 평화

올여름 역시 폭염과 집중호우로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가을의 시작인 9월의 하순으로 접어든 지금까지도 낮 동안의 무더위는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정적이 하나 있다. 한반도를 찾는 대표적인 여름철 불청객인 '태풍'의 행보가 최근 3년간 극도로 조용하다는 점이다. 2023년 새만금 세계잼버리 기간 한반도를 관통했던 제6호 태풍 '카눈' 이후, 우리나라에 상륙하여 내륙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 태풍은 없었다. 평년 한 해 25.1개의 태풍이 발생하고, 그중 3.4개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다. 2024년에는 26개 가운데 2개가 먼바다에서만 약하게 영향을 주었고, 2025년에는 영향 태풍이 하나도 없었다. 올해도 제6호 태풍 '장미'가 남해동부 먼바다에 태풍특보를 발효시켰을 뿐 육상에는 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았다. 그렇다면 태풍 자체가 줄어든 것일까. 정반대다. 올해 9월 18일까지 발생한 태풍은 25개로 이미 평년의 연간 발생 수와 맞먹는다. 특히 8월에는 평년 5.6개의 두 배에 가까운 10개가 발생했다. 태풍 자체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한반도로 향하는 길이 막힌 것이다. 태풍은 따뜻한 바다에서 에너지를 얻지만, 진로는 철저히 북태평양 고기압을 포함한 주변 기압계에 의해 결정된다. 올여름 한반도 주변에서는 북태평양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하고 그 위로 티베트고기압까지 겹치면서 거대한 고기압 장벽, 이중 고기압이 형성됐다. 태풍은 이 견고한 장벽을 뚫지 못하고 남쪽 가장자리를 따라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서진하거나, 동쪽 가장자리를 돌아 일본 동쪽 해상으로 빠져나갔다. 7월 초부터 8월 초까지의 경로가 이를 잘 보여준다. 제9호, 제10호 그리고 제12호, 제13호 태풍이 잇달아 서진 또는 북서진해 중국에 상륙하여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제11호만 필리핀 동쪽 먼바다에서 발생한 지 하루 만에 소멸됐다. 한반도가 안전해서 태풍이 오지 않은 것이 아니라 기압계의 거대한 흐름이 위험을 중국 쪽으로 밀어낸 셈이다. 여기서 원인과 배경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따뜻해진 바다는 태풍이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고 강해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그러나 올해 태풍이 한반도를 비켜간 직접적인 원인은 북태평양고기압의 위치와 확장 양상이었다. 기후변화가 태풍의 발생 위치와 강도, 이동 경로를 복잡하게 바꾸고 있지만, 몇 해의 경로만으로 “기후변화 때문에 태풍이 오지 않는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북태평양고기압이 언제, 왜, 어느 방향으로 확장했는지를 먼저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태풍이 오지 않는 현상을 마냥 기후변화가 준 따뜻한 혜택으로 반길 수 없다는 점이다. 태풍은 파괴적인 강풍과 폭우를 동반하는 복합재난인 동시에, 한반도 수자원 확보 관점에서는 가뭄을 해소하는 핵심 용수 공급원이다. 태풍 한 개가 몰고 오는 강수량은 지형적 조건이나 정체전선과의 결합 여부에 따라 다르지만, 100mm 이상, 조건이 맞으면 수백mm의 비를 공급한다. 최근 6개월간 전국 누적 강수량은 평년(981.8mm) 대비 84.8%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약 150mm에 달하는 수자원이 부족한 상태이며, 이는 대형 태풍 한 차례가 가져다줄 수 있는 수자원 양과 맞먹는다. 올여름의 용수 부족을 오롯이 태풍의 부재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으나, 태풍 실종이 장기화될 경우 가을 가뭄, 저수율 저하, 농업 및 공업용수 부족, 산불 위험 증가라는 또 다른 형태의 2차 재난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피하기 어렵다. 실제로 9월 초 기준 전국 34개 시·군에서 이미 기상가뭄이 관측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의 재난 대응 프레임은 단선적인 '태풍의 상륙 여부'를 넘어서야 한다. 복합재난인 태풍이 접근할 때는 극한의 강풍과 폭우에 대한 방제 인프라를 철저히 가동하고, 태풍이 오지 않을 때는 가뭄과 수자원 고갈이라는 '건조한 재난'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양면적 대응 체계가 시급하다. 최근 몇 년간의 태풍 공백은 기후변화가 우리에게 준 온화한 선물이 아니다. 언제든 폭우와 가뭄이라는 양극단의 기후 위험이 교대할 수 있다는 엄중한 경고다. 단 3년간의 통계에 착시되어 “한반도가 태풍 안전지대로 접어들었다"고 단정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방심이다. 오지 않은 태풍에 안도할 것이 아니라, 그 부재가 불러올 숨은 위험까지 대비하는 통합적 안목이야말로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 지혜로운 방재의 시작이다.

수돗물 속 ‘영구 화학물질’ PFAS…원인은 상류 하수처리장 방류수

미국 전역의 표류수 취수구 상당수가 상류 하수처리장에서 배출된 방류수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이러한 '비의도적 재이용(De Facto Reuse, DFR)'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수돗물에서 발암 물질이자 '영구 화학물질'로 불리는 과불화화합물(PFAS)이 검출될 확률이 극적으로 높아진다는 종합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지속가능 공학 및 도시 환경 학부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환경 과학과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ES&T)'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상류 하수 영향, 어떻게 측정하고 판단했나?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미국 내 6881개 표류수 취수구(약 2억 3200만 명 대상)와 1만6000여 개 공공 하수처리장(WWTP)의 지형·수문 데이터를 고해상도 지리정보시스템(GIS)으로 추적하는 수문모델(DRINCS2.0)을 구축했다. 취수구가 상류 하수처리장의 영향을 받는다고 판단한 근거는 수계 경로 추적 및 DFR 비율 산출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하수처리장 방류구에서 배출된 물이 물길을 따라 하류 정수장 취수구에 도달하는 유량 관계를 산정한 후, 취수구 지점의 전체 하천 유량 대비 상류 하수처리장의 누적 방류량의 백분율(DFR %)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분석 결과, 미국 전체 표류수 취수구의 37%(2543곳)가 상류 하수처리장 방류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것(DFR > 0%)으로 나타났다. ◇하수 1% 넘으면 수돗물 PFAS 검출률 2배 '껑충' 연구팀은 미국 환경청(EPA)의 제5차 미규제 오염물질 감시 규칙(UCMR5) 수질 측정 데이터와 수문모델을 연계해 수돗물 내 PFAS 오염 실태를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몇 가지 특징이 나타났다. 먼저 검출 빈도의 급증이다. 상류 하수 영향이 없거나 DFR 비율이 1% 미만인 정수장에서는 최소 1종 이상의 PFAS가 검출된 비율이 30% 미만이었으나, DFR 비율이 1%를 초과한 정수장에서는 PFAS 검출 비율이 약 60%로 2배 이상 급격히 상승했다. 단쇄 PFAS는 잘 걸러지지 않는다. 특히 전통적인 하수 및 정수 처리 공정으로 잘 제거되지 않는 단쇄(short-chain, 짧은 사슬) 과불화화합물인 과불화부탄산(PFBA)과 과불로펜탄산(PFPeA)의 검출이 가장 두드러졌다. 이 물질들은 상류 하수 배출원을 타고 내려와 정수 과정을 그대로 통과한 뒤 수돗물까지 잔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계절적인 변동성도 나타났다. 가뭄과 높은 증발로 하천 자연 유량이 줄어드는 8~9월(늦여름~초가을)에는 DFR 중위값이 약 3.5%까지 올라가며, 수돗물의 PFAS 검출 비율도 연중 최고치인 약 30%를 기록했다. 반면 수량이 풍부한 봄철에는 DFR이 낮아지며 검출률도 약 22%로 떨어졌다. ◇인프라 격차와 고도정수처리 강화의 절박성 재래식 정수 처리 공정(침전·모래여과 등)은 하수 유래의 미량 유기 오염물질이나 PFAS를 제거하지 못한다. 따라서 과불화화합물과 미약품 잔류물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활성탄(GAC/PAC), 오존처리(Ozonation), 역상투압(RO) 등의 고도정수처리 기술 도입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DFR 영향을 받는 정수장의 59%가 어떠한 고도정수처리 시설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인구 1만 명 이하를 담당하는 소규모 정수장의 경우, DFR 영향을 받음에도 고도정수시설이 없는 비율이 71%에 달해 오염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었다. 연구팀은 오염 위험에 노출된 지자체가 고도정수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도록 전략적 재정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인구밀도 높은 한국 수계도 주의가 필요 연구팀은 비의도적 하수 재이용(DFR) 현상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강 수계에서 보편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임을 지적하면서, 한국 서울 한강 수계 연구(중앙대 오재일 교수팀, 2010년 국제 저널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발표된 논문 등을 주요 인용 문헌으로 다루었다. 국내 연구진 역시 과거 한강 수계에서 내분비계 교란물질(EDC)과 의약물질 및 개인위생용품(PPCPs) 잔류 현상과 계절적 변동성을 조사한 바 있다. 하지만 국내 기존 연구들은 잔류 의약물질 등에 집중했을 뿐, 난분해성 영구물질인 PFAS 오염과 DFR의 상관관계를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았다. 한국은 국토 면적 대비 인구밀도가 매우 높고 주요 정수장 취수구가 하천 중·상류 도심 및 공단 하류에 밀집해 있어, 건기 시 상류 하수 유입에 따른 DFR 압력이 미국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다. 특히 반도체 및 첨단 전자 공장 등에서 발생하는 산업 폐수 문제도 심각한 변수로 지적된다. 공장 폐수가 지자체 하수처리장을 거치지 않고 자체 처리 후 강으로 직접 배출(industrial point sources)될 경우 알려지지 않은 특수 화학물질이나 고농도의 PFAS가 수계로 직접 유입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공공 하수뿐만 아니라 첨단 산업 폐수 배출원에 대한 정밀한 통합 수질 감시와 정수장의 고도처리 인프라 강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종이팩 자원순환체계 구축·개선에 동참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KORA)가 자원 재활용 가치가 큰 종이팩의 재활용 체계를 정비하는 사업에 참여해 자원순환체계 강화에 기여한다. KORA는 지난 21일 대전 대덕구에 위치한 한솔제지 대전공장에서 '종이팩 재활용체계 개선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식에 참여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협약은 기후에너지환경부를 비롯해 △재활용의무생산자(서울우유·매일유업), △재활용업계(종이팩재활용협의회·한솔제지·쌍용씨앤비), △종이팩제조사(에스아이지콤비블록코리아·테트라팩), △유관기관(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KORA) 등이 참여했다. 종이팩 자원순환체계 구축을 위한 협약은 재활용 가능한 종이팩의 상당량이 일반 폐지와 섞여 그대로 소각되는 기존 수거·선별·재활용 체계의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됐다. 종이팩 배출 뒤에도 안정적으로 회수해 재생원료이나 재활용품 생산으로 이어지는 자원순환체계의 '닫힌 고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협약 이후 기후부를 중심으로 다음 달부터 전국 의무관리 대상 공동주택 약 14만4000동을 중심으로 종이팩 분리배출을 자율적으로 선제 시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관련 지침을 개정해 내년 1월부터 해당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종이팩 분리배출을 본격 시행한다. KORA는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과 함께 종이팩 분리배출 홍보를 강화하고, 재활용 실적 관리와 재활용지원금 지급 등 행정·재정 지원을 통해 업계 참여를 이끄는 역할을 맡는다. 협약 체결 이후에도 종이팩 수거체계 정비와 재활용제품 판로 확대를 위한 지원을 이어간다. 아울러 협약 참여기관과 협력해 종이팩 수거체계를 정비하고 고품질 재활용 원료의 안정적 공급 기반을 마련해나갈 예정이다. 재활용의무생산자는 종이팩의 회수·선별·재활용에 쓰이는 비용을 분담하고 종이팩 재활용 제품 구매를 확대해 시장의 든든한 수요처 역할을 수행한다. 종이팩 제조사는 팩 설계 단계부터 재활용 용이성을 고려해 기술을 개발하고, 광학선별기 설치를 통한 선별 체계 고도화를 지원한다. 재활용업계는 고품질 선별과 종이팩 재활용제품 생산을 통해 자원순환의 실질적 성과를 창출한다. 기후부는 민간의 자발적인 노력이 실질적인 자원순환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강화한다. 이명환 KORA 이사장은 “이번 협약은 종이팩의 생산부터 소비, 배출, 재활용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하나의 순환체계로 연결하는 뜻깊은 출발점"이라며 “대국민 홍보와 재활용 실적관리, 재활용지원금 지급 등 KORA가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지정학 위기가 부른 ‘탄소 폭탄’…국내 산업계 감축 압박 커진다

미국-이란 전쟁과 예멘 후티 반군의 사우디아라비아 공격 등으로 중동산 석유·가스 공급에 차질이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 지정학 위기로 석유·가스 공급망이 마비될 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중대한 문제도 함께 터진다. 바로 석유와 가스를 땅에서 뽑아내고 운송하는 '업스트림(Upstream, 상류)' 단계에서 탄소 배출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석유와 천연가스의 업스트림 배출(채굴, 정제, 수송)은 연료 전과정(Life-cycle) 온실가스 배출량의 15~4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에너지 원자재 자체가 더 '더러워진' 상태로 수입된다면, 이를 가져다 쓰는 제조업(미드스트림, 중류)과 최종 소비(다운스트림, 하류) 단계에서는 기존보다 훨씬 더 혹독한 탈탄소 노력을 기울여야만 기후 목표를 맞출 수 있다는 얘기다. ◇ 지정학적 위기가 만든 '업스트림 탄소 폭탄'의 실체 중국 인민대학과 칭화대 등의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환경 과학 기술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발표한 연구에서 지정학적 분쟁이 지속돼 전 세계 석유·가스 수송 경로가 봉쇄되는 고위험 상황이 될 경우 2050년까지 업스트림 단계에서만 누적 18억 톤(CO2 환산량)의 온실가스가 추가 배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유럽연합(EU) 전체의 1년 온실가스 배출량과 맞먹는 규모다. 지정학적 위기로 인해 업스트림의 탄소 배출이 급증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저탄소 유전의 매장과 고탄소 대체 자원 개발이다. 중동 유전은 추출 과정의 에너지 효율이 높고 플래어링(가스 태우기) 비율이 낮아 탄소 배출 강도가 매우 낮다. 하지만 전쟁 등으로 중동 공급망이 막히면 저비용·저탄소 자원인 석유 72억 톤과 천연가스 3조 3000억 ㎥가 땅속에 묶이게(Stranded) 된다.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캐나다 오일샌드, 아프리카 심해 가스, 미주 해상 유전 등 상대적으로 탄소 배출 강도가 높고 생산 비용이 비싼 대체 자원이 무더기로 개발된다. 두 번째 이유는 수송 거리의 연장이다. 안전한 우회 수송 경로를 찾다 보니 해상 수송 거리가 길어져 수송 부문에서만 약 1억 2,700만 톤의 온실가스가 추가 배출된다. 이로 인해 지구 온난화를 1.5°C 이내로 제한하기 위한 전 세계 잔여 탄소 예산(1700억 톤) 중 약 1.1%가 순식간에 소모된다. 이는 시멘트나 철강 같은 대표적 감축 난이도 높은 산업군 전체에 남은 탄소 예산과 맞먹는 비중이다. ◇“원자재가 더러워졌다"… 제조·다운스트림 감축 부담의 가중 원유와 천연가스는 플라스틱·화학제품·철강·전력 등 모든 산업 제조 공정의 핵심 원자재이자 연료다. 업스트림에서 탄소 배출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국가 전체 산업에 들어오는 수입 원자재의 '내재 탄소 발자국(Embedded Carbon)'이 커진다는 뜻이다. 내재 탄소발자국이 큰 원유와 가스를 기초 원료 및 연료로 사용하는 국내 석유화학, 철강, 제조업체들은 제품 전과정평가(LCA) 및 공급망 전체(스코프 3) 배출량 관리 비용이 대폭 증가하게 된다. 공급망 상류에서 탄소발자국이 크면, 철강·화학 등 감축이 어려운 제조업 부문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감축 여유 공간(Flexibility)이 크게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제조 기업들은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자체 공정 효율화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하거나 높은 가격으로 탄소 배출권을 구매해야 하는 가혹한 감축 압박을 받게 된다. 따라서 공급망 위기 시기에는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 때나 전기를 쓰고 기름을 소비할 때, 배출량을 대폭 줄이지 않으면 국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불가능해진다. 연구진은 수입국들이 단순 수입선 전환에 그치지 않고 재생에너지 대체, 산업 전력화, 소비 감축 정책을 적극 시행할 경우, 고위험 상황 대비 69억 톤(CO2 환산량)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특히 전체 감축량 69억 톤 중 수송·공급망 효율화(26억 톤)보다 재생에너지 전환 및 소비 절감(43억 톤)이 훨씬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 국내 산업계와 정부에 주는 명확한 인사이트 논문에서는 한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이 속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중동 분쟁 발생 시 석유 수입의 중동 의존도가 67%에서 50%로, 가스는 64%에서 42%로 급감하면서 가장 큰 수급 충격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부족분은 미국산 LNG나 러시아산 원유 등 타 지역 물량으로 대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아프리카 등지에서 들어오는 대체 물량은 운임 상승(약 30% 증가)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높은 탄소 배출 강도를 안고 있다. 이는 석유화학·반도체·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들에게 원가 상승과 더불어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같은 탄소 규제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안기게 된다. CBAM의 경우 수입 원자재의 업스트림 배출량이 높으면 최종 수출 제품의 탄소 함유량이 높게 산정이 되고, 이는 한국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수출할 때 탄소 국경세 추가 납부나 검증·인증 비용 상승이라는 직접적인 재정적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연구진은 “아시아 지역이 적극적 수요 감축을 추진하면 석유 안보 수준(자급률)은 49%, 가스 안보 수준은 25% 향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나 기업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수입선 우회'가 임시 방편일 뿐이라는 한계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미국이나 타 지역으로 공급선을 바꾸는 것은 물리적 물량을 확보하는 임시방편일 뿐이고, 고탄소 원자재 도입에 따른 경제적·환경적 손실을 막아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종적인 해결책은 다운스트림(공장 및 소비) 전력화·효율화를 가속화하는 것이다. 공장 가동에 쓰이는 화석연료 유틸리티를 전기화하고,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여 화석연료 소비 자체를 신속히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탄소 배출 강도(CI) 기반의 수입 평가를 도입할 것을 연구진은 제안했다. 대체 석유·가스 물량을 계약할 때 단순 가격뿐만 아니라 유전별 탄소 배출 강도와 메탄 관리 수준을 평가해 상대적으로 깨끗한 자원을 우선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내일 날씨] 전국 대체로 맑음…낮 최고 30도·큰 일교차 주의

오는 22일은 전국이 대체로 맑은 날씨를 보이겠다. 다만, 강원 동해안과 산지, 경상권 동해안, 제주도는 가끔 구름이 많겠다. 21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22일 아침 최저기온은 12~20℃(도), 낮 최고기온은 24~30도로 예보됐다. 아침까지 내륙을 중심으로 짙은 안개가 끼는 곳이 있어 출근길 교통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낮과 밤의 기온 차도 크게 벌어질 전망이다. 환절기 큰 일교차로 인한 건강 관리에 주의가 필요하겠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기후관련 법안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낮에는 여전히 덥기는 하지만 그래도 맑은 가을하늘이 유난히도 반갑다. 천고마비(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 우리에는 가을을 대표하는 말 중의 하나지만 옛날 중국인들에게는 풍요로운 계절에 생산한 농산물이 북방 초원에 사는 흉노적들에게 약탈 당할수 있는 계절이라 항상 근심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기업들에게는 천고법비(하늘은 높고, 법은 살찐다)라고 할 수 있는 계절이다. 우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개정안과 「기후위기 적응 및 회복력 강화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탄소중립 기본법 개정안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순 배출량 대비 53~61% 감축 범위로 명시하고, 2040년은 69% 이상 ~ 80% 수준, 2045년은 84% 이상 ~ 90%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중장기 감축목표를 설정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기후적응법에는 기후영향·취약성·위험정보를 통합 관리하고 공간정보로 제공하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으며, 향후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의 기후적응 대책과 사업이 해당 정보체계를 중심으로 연계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번째는 에너지 5법이라고 할수 있는 전기사업법·분산 에너지법·재생에너지법·전원개발촉진법·국가기간 전력망법 등의 개정안이 확정되었다. 국가기간전력망법에서는 주변의 1MW 이하 공익적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에 우선적으로 계통에 접속하는 권한을 주고 재생에너지법에서는 RPS(의무할당제)를 발전원별 정부 경쟁입찰과 장기 고정가격 전력구매계약 중심의 계약시장으로 전환한다. 2027년 1월 1일부터 신규 설비에는 REC를 발급하지 않되 기존 사업자에게는 REC를 계속 발급하지만 REC 현물시장은 2029년 12월 31일까지 운영한 다. 세 번째는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 법 (소위 K-스틸법)이 마련되었다. 이법은 저탄소 철강 인증제와 특구 지정, 재생 철자원 공급망 정비 등을 포함 하고 있으며, 가장 특이한 것은 제38조항의 '공동행위 특례'다. 이 조항은 과잉 공급 상황에서 기업 간 설비 가동률 조정·감산 협의 등을 공정거래법상 담합에서 제외하는 근거를 담고 있다. 다만 수소환원제철이나 전기로 확대에 필요한 투자비를 직접 보전하는 법안은 아니다. 아마도 향후에 탄소차액 계약제를 통하여 보전할지도 모른다. 네번째는 제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되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 계획'에서는 배출허용 총량이 17% 감소되는데 이는 총 25억 3,730만 톤 정도다.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은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50%까지 확대된다. 연관해서 '한국형 탄소중립 인증제도'를 추진하여 대기업이 중소·중견 협력사의 에너지 효율 개선과 탈탄소 전환에 투자하면, 그 감축 실적을 대기업의 탄소중립 이행으로 인정해 주는 상생형 인증 모델을 구체화하겠다는 것이다. 다섯번째는 소형 모듈 원자로(SMR) 개발 촉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다. 2035년까지 경수형 SMR 상용화를 추진하고 2030년대에는 비경수형 SMR 건설에 착수할 예정이다. 개발 초기부터 민·관이 공동 출자하는 특수목적법인(SPC) 등 사업화 전문기업을 육성하여 국제진출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과기부는 5년마다 'SMR 시스템 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정책목표, 추진 전략, 이행 방안과 함께 공급망 관련 기술 개발과 SMR 시스템 연구개발특구 지정·운영 등이 포함된다. 'SMR 시스템 개발 촉진위원회'도 구성된다. 여섯번째는 산업 그린전환 (K-GX) 촉진법과 탄소차액 계약제도(CCfD), 자발적 탄소시장 등 법·금융·시장 정책을 추진려고 한다. 탄소 다배출 산업의 기술개발과 실증을 지원하는 '산업 GX 플러스'는 2027년 산업 연구개발 신규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우려되는 것은 중복성이다. 탄소중립 산업법안(기후에너지환경부), 산업 GX 촉진법(산업통상자원부), 중소기업 탄소중립 촉진 법안(중소벤처기업부), 기후테크 법안(기후에너지환경부)등의 법들간에 상호 중복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말 에너지, 기후변화 관련 법의 홍수다. 법에도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적용 된다. 너무 많은 법이 난립하면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가 어려울 수 있다. 두가지만 명심 하면 된다고 본다. 균형잡힌 규제를 해야 한다. 충분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법은 제대로 실행될 때 빛난다.

이소영 청문회가 던진 질문…환경단체 ‘해외재단 후원’ 논란 [기후에너지환경 단상]

“이렇게 무관심한 청문회를 진행할 수 있다는 건 후보자께서 나름대로 우수한 후보자로 평가받는 게 아닌가 싶다."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이 한 말이다. 여러 지적이 오갔지만 지난 15일 청문회는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됐다. 후보자를 낙마시킬 만한 결정적인 쟁점은 나타지 않았다. 그러나 에너지업계가 바라보는 풍경은 조금 달랐다.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가 공동 설립한 기후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의 해외재단 후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기후솔루션은 이 후보자가 지난 2016년 공동 설립한 단체다. 2017년 연간 기부금 180만원, 인건비 지급 인원 2명에 불과했던 조직은 지난해 기부금 178억6839만원, 고용인원 112명 규모로 커졌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해외재단이 공개한 자료에서 확인되는 지원금만 2020년 이후 11건, 약 46억9000만원이다. 대표적으로 덴마크 케이알재단은 2020~2024년 약 10억원을 지원했다. 논란은 단순히 해외에서 돈을 받았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후원의 목적과 국내 활동 사이의 관계가 쟁점이다. 해외재단의 지원 사업에는 석탄금융 중단이나 바이오매스 확대 억제 등 목표가 제시됐고, 기후솔루션은 이와 같은 방향의 정책 활동과 캠페인을 펼쳤다. 이 후보자 역시 국회의원이 된 뒤 해외 석탄발전 금융지원 중단을 요구하고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 측은 기후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다뤄지는 의제일 뿐 이를 기후솔루션의 활동과 연결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이 후보자가 2020년 1월 기후솔루션에서 사직한 이후 단체 운영이나 재무 상황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설명도 내놨다. 기후솔루션은 기존 환경단체와는 꽤 다르다. 환경운동연합·녹색연합 등 전통적인 환경단체가 생태계와 환경오염 등 폭넓은 영역에서 시민 참여와 후원을 기반으로 환경운동을 펼쳐왔다. 반면 신생 환경단체인 기후솔루션은 탄소 감축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목표에 집중해 법률 수단을 적극 활용해왔다. 이 과정에서 해외재단의 지원 비중이 크다는 점이 차이다. 이에 활동의 초점도 다소 다르다. 원전이나 재생에너지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문제보다는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바이오매스 등 화석연료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무게를 둬왔다. 그만큼 기존 에너지산업과 부딪히는 일이 잦았다. 전력거래소 이사회 구성을 문제 삼았고 청정수소발전 의무화제도(CHPS)와 청정수소 인증제도를 대상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바이오매스 발전 지원제도와 국민연금의 석탄 투자, 한국가스공사의 해외 가스전 투자 등을 둘러싸고 법적 대응에 나섰다. 승소 목적보다는 소송을 통해 정책의 문제점을 공론화하는 캠페인 성격이 강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적들을 만들었다. 화력발전 등 기존 에너지업계에서는 기후솔루션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 해외재단의 지원을 받는 단체가 국내 에너지 정책 변화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문제 제기의 기원이 여기에서 나온다. 반대로 기후단체에서는 국내에서 기후위기 대응 활동에 장기간 자금을 지원할 민간 재원이 충분하지 않은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국내보다 해외에 기후위기 대응을 지원하는 재단과 자금이 많은 만큼 해외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으며, 해외재단의 지원을 받는다는 사실만으로 활동의 독립성이나 정당성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이 후보자가 국회에 입성한 2020년과 지금은 기후솔루션의 규모도, 한국 에너지 정책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크게 달라졌다.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확대가 선언적 구호를 넘어 실제 국내 산업을 바꾸는 단계로 접어들면서 기후단체를 바라보는 질문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조용했던 이소영 후보자 청문회가 던진 질문은 이번 장관 후보자 개인에 대한 검증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거대한 전환 과정에서 정책에 영향력을 미치는 시민단체의 자금과 활동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 기후정책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커질수록 이 질문 역시 더욱 자주 등장할 것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한반도 기후세미나] “공장 침수에 전 세계 공급망 흔들”…기업 위협하는 기후리스크

기후위기가 기업 경영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폭우·가뭄·폭염·태풍 등 이상기후가 공장과 인프라를 직접 파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급망과 재무성과까지 흔들고 있다는 점이 속속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찬수 에너지경제신문 기후환경전문기자는 1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6 기상기후산업 세미나'에서 'ESG와 기후 리스크 대응'이란 제목으로 주제 발표했다. 강 전문기자는 이 자리에서 “기업이 기후리스크를 경영의 핵심 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리스크는 크게 이상기후와 해수면 상승 등에 따른 물리적 리스크와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전환 리스크로 나뉜다. ◇올해 전 세계 기업 기후피해 1812조원 전망 기후리스크가 기업에 미치는 경제적 규모는 막대하다. 지난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올해 글로벌 기업의 자산 손실과 매출 감소를 합친 기후 관련 피해 규모를 1조3000억 달러(약 181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가운데 86%가 폭염과 강수량 변화, 장기간 가뭄 등 만성적인 기후위험​에서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폭염에 따른 피해만 5980억 달러, 과도한 강수에 따른 피해는 349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대형 태풍이나 홍수처럼 눈에 띄는 재난뿐 아니라 장기간 이어지는 고온과 가뭄이 기업 생산성과 재무성과를 서서히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의미다. 2021년 2월 미국 텍사스 한파는 기후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대표적인 사례다.한파로 가스정이 멈추면서 천연가스 생산량이 급감했고 발전소도 가동에 차질을 빚었다. 텍사스는 전력망이 주변 지역과 충분히 연결되지 않아 외부에서 전력을 들여오기도 어려웠다. 난방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전력과 연료 공급이 동시에 흔들린 것이다. 그 결과 최소 246명이 사망하고 경제적 피해는 1300억 달러, 약 174조원​에 이른 것으로 발표자료는 제시한다. ◇공장 하나 침수돼도 공급망 전체가 흔들린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환경부 '대한민국 기후변화 적응 보고서'에 따르면 2012~2021년 기후변화와 연관된 자연재해로 인한 국내 경제적 손실은 3조7000억원에 이른다. 복구비용까지 고려하면 실제 부담은 이보다 2~3배에 이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2년 태풍 힌남노 당시 포스코 포항제철소 침수다. 인근 냉천이 범람하면서 포항제철소 생산시설이 대규모로 침수됐고 전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피해는 포스코 한 기업에 그치지 않는다. 철강 생산이 멈추면 자동차·조선·기계 등 철강을 사용하는 고객사의 생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공장 한 곳의 침수가 공급망 전체의 생산 차질로 번질 수 있다는 얘기다. 2024년 9월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북산단에서는 이틀 동안 530㎜의 폭우가 내리면서 3개 기업의 공장이 침수됐다. 공장 가동이 중단됐고 납품해야 할 제품까지 침수됐다. 강 전문기자는 “기업이 관리해야 할 위험도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공장이 침수될 가능성만 볼 것이 아니라 전력이나 용수가 끊겼을 때, 핵심 협력업체가 피해를 입었을 때, 항만과 도로가 막혔을 때 생산과 납품을 계속할 수 있는지​까지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전자산업은 냉각용수 부족과 정전, 화학약품 공급 차질이 생산을 위협할 수 있고, 자동차는 부품 생산기지 침수로 완성차 출고와 수출이 지연될 수 있다. 데이터센터 역시 폭염과 정전으로 서버 장애와 서비스 중단 위험에 노출된다. ◇탄소규제와 기술변화도 기업 리스크 기후리스크는 자연재해만을 뜻하지 않는다. 탄소중립으로 경제구조가 바뀌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환 리스크도 기업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탄소세와 배출권거래제 확대, 환경규제 강화, 친환경 기술의 등장, 소비자 수요 변화 등이 기업의 비용과 시장을 바꿀 수 있다. 철강·시멘트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에 따른 수출 경쟁력 변화, 자동차는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기술 전환에 따른 부품업체 구조조정, 화학·정유업계는 플라스틱 규제와 재활용 기술 확산에 따른 사업구조 변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따라서 기후변화 대응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탄소규제와 기술변화가 사업모델과 제품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리 계산하는 것도 포함된다. 강 전문기자는 “지금 잘 팔리는 제품과 사업이라도 탄소가격과 규제가 달라지고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경쟁구도가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며 “기후리스크를 생산시설뿐 아니라 사업모델과 공급망, 재무성과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리스크를 재무 숫자로 관리해야 기후리스크는 기업의 제품 원가는 물론 나아가서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폭염·가뭄·집중호우로 농산물 생산과 공급망이 흔들리는 '탄소플레이션(Carbonflation)', 화석연료 가격 상승에 따른 '화석연료플레이션(Fossilflation)', 탄소중립을 위한 인프라 투자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 등이 그것이다. 강 전문기자는 “앞으로 기업의 사업성 분석에는 건설비와 인건비, 에너지가격, 시장수요뿐 아니라 기후리스크 비용, 생산중단 비용, 공급망 차질 비용, 보험비용, 기후적응 투자비용​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는 지적했다. 이처럼 기후리스크가 기업의 명운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기업 경영자도 더는 기후리스크 관리를 환경 부서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기후 관련 재무 정보 공개 협의체(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TCFD)가 제시한 것처럼 기후변화가 사업전략과 운영, 재무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경영 의사결정에 반영해야 한다. 지구 평균기온 1.5℃, 2℃, 4℃ 상승 등 서로 다른 기후 시나리오에서 사업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따져야 한다. 탄소가격 상승이 생산비에 미치는 영향, 폭염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 가뭄에 따른 용수 부족, 극한홍수에 따른 공장 침수 가능성 등을 매출·영업이익·자산가치 변화로 연결해 보는 방식이다. 강 전문기자는 “대규모 반도체 공장이나 데이터센터처럼 전력과 용수 의존도가 높은 시설은 홍수와 가뭄을 별개의 위험으로 볼 것이 아니라 복합재난을 가정한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한반도 기후세미나] “폭염 뒤 쏟아지는 폭우”…기후변화, ‘극과 극’ 전환 빨라졌다

[부산=이원희 기자]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다 갑작스러운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등 정반대의 극한기후가 짧은 기간 연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대기와 지표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건조할 때는 증발이 강해지고, 비가 내릴 때는 더 많은 수증기가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어서다. 이 같은 극단적 기후의 급격한 전환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에서도 더욱 빈번하고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준이 부산대학교 기후과학연구소 교수는 1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에너지경제신문 주관으로 열린 기상기후산업대전 부대행사 '한반도 기후변화와 ESG 세미나'에서 지구온난화가 가속하면서 폭염과 집중호우 등 극한현상의 강도와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기준 인간 활동에 따른 지구온난화 수준은 (산업혁명 이전 시대 대비) 약 1.38도까지 올라왔다"며 “자연적인 변동성이 지구온난화와 맞물리면 더 심각한 온난화와 기후변화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위험한 요소"라고 말했다. 실제 2024년에는 산업화 이전 대비 연평균 지표기온 상승폭이 1.5도를 넘어섰다. 문제는 기온 상승에 그치지 않는다. 온실가스 증가로 지구 지구 시스템에 열에너지가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처럼 추가로 쌓이는 에너지의 약 90%는 해양이 흡수한다. 2025년 해양 열함량은 전년보다 23제타줄(ZJ)증가했다. 이는 2023년 전 세계에서 인간 활동으로 생산된 에너지의 약 39배에 해당하는 규모에 달한다. 해양에 축적되는 열은 해수의 열팽창을 일으켜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육상 빙하와 그린란드·남극 빙상 융해 등이 더해지면서 해수면 상승이 가속하고 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남해와 동해에서도 해수면 상승이 진행되고 있다며 부산과 같은 연안도시는 평균 해수면이 높아질수록 같은 강도의 태풍이나 폭풍에도 침수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최근 극한현상을 통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의 신호가 실질적으로 우리에게 체감할 정도의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지난 수십 년 동안 극한현상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면서 직·간접적인 피해도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 3월 발생한 대형 산불을 꼽았다. 이 교수는 장기적으로 국내 산불 발생 빈도 자체는 다소 감소했지만 최근 10년을 보면 한 번 산불이 발생했을 때 과거보다 대형화하고 빠르게 확산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봄철 기온 상승과 건조화, 적은 겨울철 강수량에 강풍까지 겹치면서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이 같은 극심한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이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위험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집중호우도 강해지고 있다. 이 교수는 올해 거제에서 단기간에 약 1000㎜에 달하는 비가 내린 사례를 들며 “비가 오랫동안 넓은 지역에 걸쳐 오는 것보다 좁은 지역에 집중해서 오는 경향이 있고 집중호우의 강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각각의 극한현상이 별개로 끝나지 않고 연쇄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폭염에 이어 집중호우가 발생하는 식으로 재해가 이어지면 피해가 단순히 합산되는 것을 넘어 증폭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폭염과 집중호우가 결합하면 피해가 하나 더하기 하나가 2가 아니라 4, 5 이상이 될 수 있다"며 그 배경으로 물순환 강화를 지목했다. 지표와 대기의 온도가 상승할수록 대기가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을 수 있게 되고, 건조한 곳에서는 증발이 증가하는 동시에 비가 내릴 때는 더 강한 강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극심한 건조와 습윤 상태 사이의 급격한 전환을 설명하기 위해 최근 기후과학계에서는 '수문기후 채찍질'이라는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 이 교수는 “극한현상이 전환되는 시간의 속도가 너무나 빠르다"며 “아주 극심한 폭염에서 갑자기 집중호우가 발생하는 것이 채찍질처럼 나타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많은 지역에서도 이러한 현상의 발생 빈도와 강도가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위험은 앞으로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 교수는 파리협정에서 설정한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 1.5도 억제 목표와 관련해 최근 평가에서는 1.5도를 일시적으로 넘어서는 '오버슛'이 불가피할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이후 온도를 다시 낮출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변화 대응을 단순한 비용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폭염과 집중호우, 해수면 상승에 따른 침수와 생태계 악화 등이 기업 활동에도 직접적인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선제적 대응이 장기적으로 손실을 줄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지구온도 상승을 안정화하면 물순환 강화와 극한현상의 증가도 안정화할 수 있다"면서도 해양과 빙상, 해수면처럼 변화 속도가 느린 기후시스템은 대응을 강화하더라도 수백~수천 년 동안 변화가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직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빠르게 진행되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응할 기회의 창은 열려 있다"며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과 정부의 장기적인 기후정책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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