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 딴 용도로 사용하다 사고 발생…“화평법 개정으로 예방을”

카페트 항균제를 가습기를 사용하는 제품으로 만든 탓에 엄청난 인명 피해를 낸 가습기 살균제 참사, 스마트폰 부품 공장에서 에탄올 대신 값싼 메탄올을 사용한 탓에 노동자가 실명한 사고, 전자 부품 공장에서 금속 세척제로 트리클로로메탄(클로로포름)을 사용하다 노동자가 독성 간염 증세를 보인 사고…. 이처럼 국내에서 화학물질 사용으로 인한 비극이 반복되고 있는 것은 등록된 용도 외에 다른 용도로 화학물질을 사용한 탓이다. 사업장 단위의 안전관리가 부재하고, 규제망을 피해가는 대체 물질 사용 등도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현행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에서 실질적으로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가장 큰 하위사용자, 즉 화학물질을 구입해 사용하는 기업이나 노동자에게 명확한 법적 책임을 부과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박홍배(더불어민주당)의원과 '발암물질없는 사회만들기 국민행동'은 2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화학물질 참사 없는 사회를 위한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주제 발표를 통해 “하위사용자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등록·신고된 용도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다른 용도로 사용하려 할 경우 스스로 위험성 평가보고서를 적성해 정부에 제출하도록 화평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 제시된 용도와 안전관리 요령을 준수하거나, 스스로 실시한 위험성 평가에 따라 안전관리요령을 마련해 이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수석연구원은 “임의로 용도를 변경하거나 안전관리 요령을 준수하지 않은 하위사용자에 대한 처벌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미란 경성대 연구원은 “국내에서 화평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되었지만 '허가물질'로 지정된 화학물질은 여전히 전무하고, '제한물질' 지정도 극히 제한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미국 등 주요국이 고위험 물질에 대해 사용 자체를 관리하거나 단계적 퇴출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크게 미흡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정 연구원은 또 “위험한 화학물질에 대해 '필수 용도(essential use)' 개념을 적용하는 새로운 관리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화학물질이 ▶건강과 안전을 위해 필수적이고 ▶사회에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며 동시에 환경및 건강 측면에서 수용할 수 있으며 ▶기술·경제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대안이 없는 경우 등 3가지 모두를 충족할 때 필수용도 물질로 정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필수 용도는 한시적으로 허용하되, 노출을 최소화하도록 요구하고 대체물질 개발 의무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비필수 용도는 사회적 논의를 통해 장기적·단계적 퇴출 로드맵을 설정함으로써 예측 가능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이경석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운영위원장 등 토론자들은 대체로 주제 발표 내용에 동의하고 화평법 개정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다만 백세언 한국경영자총협회 선임위원은 “(화학물질의 용도를 새로 추가하기 위해) 유해성 시험자료를 마련해야 하는 데, 그 비용을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 “대체화학물질을 개발하는 데도 어려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화학물질 규제가 기업 생존과 직결될 수도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손성길 고용노동부 화학사고예방조사과장은 “안전과 관련된 규정이 산업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잘 지켜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MSDS와 화평법 규정이 잘 연계가 되도록 부처 협업을 잘 하겠다"고 말했다. 김병훈 기후에너지환경부 화학물질정책과장도 “현장에서 규정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지만, 정부의 단속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기업이 자율적으로 문제를 플어나가도록 유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주말날씨] 평년보다 포근…낮 기온 15도 안팎

이번 주말에는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가 나타나겠다. 28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오는 29~30일 예상 최고기온은 각각 9~18도, 13~19도로 전망됐다. 예상 최저기온은 -4~4도, 2~12도다. 낮 기온이 15도 안팎까지 오르며 평년보다 3~5도 높겠다. 29일은 전국이 대체로 맑겠고 30일에는 대체로 흐리겠다. 다만 29일과 30일 밤에는 저기압이 통과하면서 수도권과 강원영서 지역에 약한 비가 내리겠다. 예상 강수량은 29일 경기북부내륙과 서해5도, 30일 서울·인천·경기, 강원영서에 1mm 안팎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후 리포트] 항공기 탄소배출 줄일 방법은…‘지속가능’ 항공유

꾸준히 성장하는 항공업은 전 세계 경제 성장의 한 축을 이루지만, 동시에 '숨겨진 기후 비용'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국제학술지에 최근 발표된 세 편의 연구는 항공업이 기후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물론 2050년 항공업의 '넷제로' 달성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남아있다. ◇항공 CO₂ 배출의 사회적 비용 크다 스웨덴 칼머스 공대 연구팀은 지난 9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항공기에서 배출된 CO₂가 사회 전체에 미치는 기후 비용을 정량적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전 세계 항공가 배출한 CO₂의 사회적 비용을 연간 230억~1조6000억 달러(약 34조~2360조원)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항공 CO₂ 배출이 초래하는 피해 비용으로 제시한 금액은 기존 추정보다 훨씬 높았다. 단순한 탄소 가격이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 악화와 농업 생산성 감소, 재해 피해 증가 등을 모두 반영한 '사회적 비용(social cost of carbon)' 개념을 적용한 결과다. 사회적 비용이란 특정 배출이 미래에 일으킬 피해를 현재 가치로 환산한 개념이다. CO₂의 경우 대기 수명이 길고 예측 가능한 장기 피해가 쌓인다. 특히, 항공 부문은 고도에서 배출이 일어나 기후 영향을 증폭시키는 특성이 있어, 동일한 CO₂라도 지상 배출보다 사회적 비용이 높아진다는 점이 강조됐다. 비행운의 경우 수명이 수 시간에 불과하지만, 특정 기상 조건에서는 강력한 온난화 효과를 낸다.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다는 것은 감축이 지연될수록 경제적 손실이 엄청나게 크다는 점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항공 배출의 진짜 비용을 반영할 경우, 현행 항공유 가격 구조로는 기후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단기대책: 비행경로 변경으로 비행운 형성 피하기 항공기가 하늘에 남기는 비행운(contrail cirrus)은 그 자체가 항공기가 배출되는 CO₂에 필적할 정도로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행운이 현재 기후에 미치는 유효 복사 강제력(effective radiative forcing, ERF)은 항공 부문에서 배출하는 CO₂의 복사 강제력과 맞먹는 수준으로 추정된다. 비행운은 적외선 복사를 흡수하고 태양 복사를 산란시켜 온난화와 냉각 효과를 모두 가져오지만, 분석된 비행 중 약 38%는 지속적인 비행운 형성을 통해 온난화 강제력에 기여했다. 이러한 비행운 형성으로 인한 세계적인 총 사회적 비용은 할인율, 피해 함수 등의 가정에 따라 연간 43억 달러에서 4100억 달러 사이로 추정된다. 비행운의 경우 CO₂와 달리 수명이 수 시간 정도로 짧고 예측이 어려워 완화 정책 수립에 중대한 복잡성을 야기한다. 비행운의 형성, 특성 및 온난화 효과는 주변 대기 조건, 연료 특성 및 엔진 특성에 따라 달라지므로 공간적·시간적 변동성이 매우 크고 불확실성이 상당하다. 논문에 따르면, 비행운의 기후 영향은 매우 이질적이어서, 모든 비행 중 약 2~3%만이 전체 비행운 ERF의 약 80%를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대서양 지역의 특정 비행 분석 결과, 일부 비행은 해당 비행의 CO₂ 배출량으로 인한 영향보다 한 자릿수 더 큰 비행운 영향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이질성은 모든 비행에 일률적인 완화 조치를 적용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며, 온난화 영향이 큰 비행을 목표로 하는 맞춤형 전략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비행운이 형성되는 지역을 피하도록 비행 경로를 변경하는 운영상의 전략은 단기적으로 기후 영향을 완화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경로 변경으로 인해 추가 연료 소모(연료 페널티)가 1% 미만일 경우, 약 35%의 비행에서 경로 변경이 기후적으로 이득을 가져올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연료 페널티가 5%에 달하더라도 약 30%의 비행에서 여전히 이득이 발생한다. ◇ “SAF 생산, 발표된 물량의 4분의 1만 실제 가동" 장기적인 대안은 지속가능 항공유(SAF)의 사용 확대다. 문제는 SAF 생산량이다. 벨기에 하세트대학 연구팀은 최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SAF 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해 정책 목표와의 격차가 오히려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기업들이 '2030년까지 생산하겠다'고 발표한 SAF 물량 중에서 2024년 기준 실제로 가동에 성공한 비율은 글로벌 기준으로는 24%, 유럽연합(EU) 기준으로는 26%에 불과했다. 벨기에 연구팀이 구축한 '글로벌 SAF 생산능력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기업이 발표한 시설 중 상당수가 투자 지연, 기술 완성도 부족, 원료(바이오매스·폐기물·CO₂) 확보 문제로 업무가 중단되거나 취소됐다. 특히 가장 많이 사용되는 폐식용유 등 지방산 기반 공정(HEFA)은 원료 부족 문제가 심각해 대규모 확대가 어렵다. 이런 구조에서는 2030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SAF 기반 5% 감축 목표조차 달성될 가능성이 낮다. 연구팀은 “태양광·풍력처럼 빠른 기술 확산 속도를 SAF에 적용한다 해도 2030년 목표 자체는 너무 낮은 수준"이라며 “2050년 완전 대체 목표를 달성하려면 최소 연평균 23%의 생산능력 증가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도시 폐기물 기반 항공유'가 대안으로 떠올라 이런 가운데 도시 고형폐기물(municipal solid waste, MSW) 기반의 SAF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 하버드 대학 연구팀은 이달 초 '네이처 지속가능성(Nature Sustainablity)' 저널에 관련 논문을 발표하면서 “도시폐기물 기반 SAF는 음식물·종이·금속·플라스틱 등 가정·도시에서 나오는 혼합 폐기물로, 식량 기반의 SAF와는 달리 공급 제한이 심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 폐기물 기반 SAF는 ▶원료가 안정적이고 대량 확보 가능하며 ▶매립·소각으로 인한 온실가스를 줄이고 ▶바이오 기반 연료보다 지역사회 수용성이 높고 ▶탄소 배출 절감 효과가 크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제 항공사들이 미국·유럽의 폐기물 처리 기업과 협력해 MSW 기반 SAF 프로젝트를 늘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MSW를 활용해 SAF를 생산하는 주된 방법은 가스화 및 피셔-트롭쉬(Fischer–Tropsch, FT) 합성 경로를 이용하는 것이다. 먼저 파쇄·건조 등의 전처리 과정을 거친 다음, 고온에서 합성가스를 생산하게 된다. 생산된 합성가스는 정제 과정을 거쳐 FT반응을 통해 긴 사슬의 탄화수소로 전환된다. 생산된 탄화수소는 기존 항공유와 섞어 사용하게 된다. 연구팀은 “폐기물 기반 SAF는 기존 전통 바이오연료보다 정책 목표에 맞춘 대규모 확장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도시 폐기물 기반 SAF가 유망하더라도, 현실적 과제는 여전히 많다. MSW의 분리·정제 비용이나 제조 과정에서 높은 전력 사용량, 장기 공급 계약의 불확실성 등이다. ◇ 2050년 탄소중립 항공의 관건: '정책 일관성과 투자 안정성' 국내 항공업계에서도 SAF를 사용하고 있다. 정부는 2027년부터 국내 출발 국제선에 SAF 혼합을 의무화하고, 혼합 비율을 1%에서 2030년 3~5%, 2035년 7~10%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8월 인천~하네다 KE719편에 국산 SAF 1% 혼합을 시작했다. 논문을 발표한 각 연구팀은 공통적으로 정책 신뢰성과 투자 안정성을 SAF 시장 확산의 핵심 조건으로 꼽는다. 태양광·풍력이 급속한 확산에 성공한 이유도 장기적·강제적 정책 틀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항공 분야는 규제가 국가마다 달라 기업이 장기 투자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EU는 'EU 항공연료 친환경 전환 규정(ReFuelEU Aviation)'에 따라 2025년 SAF 혼합비율을 2%, 2050년에는 70%를 의무화하고, 특히 전력기반 합성연료(e-Fuel)의 의무 사용량까지 명시했다. 그러나 미국과 아시아는 세제지원 중심으로 정책이 흩어져 있어 공급 확대 속도가 더디다. 연구팀은 “2030년 SAF 수요를 충족하려면 기업이 목표 달성 '1년 전'을 기준으로 투자를 미리 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즉, SAF 생태계는 '수요 예측보다 선제적인 공급 투자'가 없으면 구조적으로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필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정치적 의지, 일관된 정책, 그리고 조기 투자"라고 강조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기후 비용을 솔직히 드러내고, 실질적 대안을 실행하는 산업적 결단"이라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E칼럼] 브라질 아마존에서 열린 COP30의 현실

브라질 벨렘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막을 내렸다. 아마존 열대우림 한가운데서 외친 '지구 구하기'의 구호는 뜨거웠으나 손에 쥐어진 합의문은 차갑고 냉혹한 경제 논리를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이번 총회의 결론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이상은 높았으나, 비용을 지불할 주체는 여전히 없다는 것이다. 이번 COP30의 최대 쟁점은 화석연료 퇴출 합의에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브라질 원주민 언어에서 유래한 말로 공동의 목표를 위해 사람들이 모여 서로 돕는 협력 공동체나 집단적 노력을 뜻하는 '무티라오'는 실패했고 합의문에는 화석 연료 사용 감축에 대한 핵심 조항들을 제외했다. 전 세계가 에너지 안보와 생존이라는 현실적 가치를 최우선에 두기 시작했다는 강력한 신호이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인류의 담합은 쉽지 않고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인다는 반증이다. 지금 세계는 AI발 전력 폭식의 시대에 진입했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기 위해 막대한 전기를 빨아들이고 있다. “AI는 곧 전력이고, 전력이 곧 국력"이 된 시대다. 탄소중립이라는 명분 아래 친환경만을 고집하다가는 정작 AI 경쟁에서 뒤처지고 제조업 기반도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이번 총회 밑바닥에 깔려 있다. 미국은 파리협정을 탈퇴했고 중국은 겉으로는 기후 협력을 말하면서도 뒤로는 중국산 태양광, 배터리와 전기차나 사가라고 말하고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내용은 감축보다 적응이 의제의 최우선 순위로 떠올랐다는 사실이다. COP30은 2035년까지 적응 재원을 3배로 늘리자는 안건을 채택했다. 기후변화 피해는 현재 진행중이며 감축을 기다리다 가는 실질적인 피해를 막을 수 없어서 적응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악화되는 폭풍, 홍수, 가뭄, 화재는 도처에서 발생중이며 특히 피해 당사국들인 개발도상국과 소규모 도서 국가는 선진국의 선한 감축에만 의존해서는 생존의 문제를 타개할 수 없어서 적응을 위한 호소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이 촉발한 총성없는 무역전쟁은 세계 정치의 가장 민감한 전장이 되어가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은 유럽 연합의 탄소국경조정에 불만을 표명했다. 이 조치는 유럽에서 배출이 많은 산업이 해외로 이전할 때 발생하는 탄소누출을 방지하기 위해 고안되었지만 결국 유럽이 역사적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서 유럽으로 수출하는 국가들에게 일방적으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합의문에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취해진 조치가 “임의적이거나 정당화될 수 없는 차별이나 국제 무역에 대한 위장된 제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확인하고 기후변화 대응에 각국의 책임소재에 불공정성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산업혁명 이후 가장 많이 온실가스를 배출하면서 부자가 된 유럽이 이제 와서 다른 나라에게 책임을 떠넘긴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한 COP30에서 처음으로 리튬과 코발트와 같은 필수 광물에 대한 내용이 처음으로 논의되어 해당 광물의 채굴 및 가공과 관련된 위험이 총체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가 탈화석연료 전환 과정에서 환경 및 사회적 문제와 관련된 오염을 유발하는 광물에 더욱 의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중국이 수출하는 광물과 원소재들이 과연 친환경이냐는 의문과 공급망을 독점하고 무기화하는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한국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GDP의 30%가 에너지 다소비 산업인 반도체,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전력기자재 등 제조업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우리에게 COP30의 결과는 명확한 경고를 보낸다. 다들 기후변화 대응은 명분보다는 실리이고 치밀하게 전략을 짜서 국익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결정나게 만들려고 한다는 사실이다. COP30은 우리에게 기후 대응이 도덕 대결이 아닌 철저한 경제 전쟁임을 일깨워주었다. 현실적인 비용과 재원마련의 문제 앞에서는 다들 책임을 회피하고 도망가는 바람에 합의할 의사도 없었다는 것을 자인하는 회의였으며 그래서 아마존의 시도는 실패했고 앞으로도 실패할 것이다. 이제부터 선진국들이 만들어 놓은 '사다리 걷어차기'식 규제(탄소국경조정제도 등)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우리의 제조업 경쟁력을 지킬 수 있는 실용적인 에너지와 산업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조홍종

27일 전국 흐리고 비 또는 눈…밤부터 대부분 그쳐

오는 27일 전국이 대체로 흐리고 곳곳에서 비 또는 눈이 내리겠다. 26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시작되며 강원 북부내륙과 강원 산지, 전북 동부 높은 산지, 경북 북동 산지, 제주도 산지에는 비 또는 눈이 내리겠다. 비와 눈은 밤 사이 대부분 그칠 전망이다. 예상 강수량은 서울·인천·경기와 서해5도, 강원 내륙·산지에 5~20㎜, 대전·세종·충남과 충북에 5~10㎜다. 부산·울산·경남과 대구·경북, 광주·전남, 전북, 울릉도·독도에는 5㎜ 안팎, 강원 동해안과 제주도에는 5㎜ 미만의 강수량이 예상된다. 예상 적설량은 강원 산지 3~8㎝, 강원 북부 내륙 1㎝ 미만, 경북 북동 산지와 제주도 산지 1㎝ 안팎, 전북 동부 높은 산지 1~5㎝다. 전국 최저기온은 0~8도(℃), 낮 최고기온은 8~16도로 예보됐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탈석탄 시점 정부 목표보다 5년 앞당긴 법안 발의

석탄발전소 폐쇄 시점을 정부 목표인 2040년보다 5년 앞당긴 법안이 발의됐다. 법안은 석탄발전소 폐쇄에 따라 노동자들의 일자리 전환 문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도록 했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석탄화력발전 중단과 정의로운 전환에 관한 특별법' 공동 대표발의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가 기후위기를 막고 우리 시민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는 탈석탄 시점을 앞당기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와 지역을 외면하지 않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법안은 모든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 시점을 2030~2035년으로 설정하고, '탈석탄위원회'가 이를 확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정호 의원은 “정부가 2040 탈석탄 목표 수립과 탈석탄동맹(PPCA) 가입을 통해 탈석탄 의지를 표방하고 있으나, 국제 흐름과 탄소중립 목표에 맞는 보다 적극적인 조기 탈석탄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안에는 탈석탄위원회에 발전소 노동자와 지역 주민의 참여를 보장하고, 석탄발전소 노동자의 고용승계, 직무전환, 재생에너지 전환 등을 국가와 지방정부의 책임으로 규정했다. 서왕진 의원은 “이제는 선언이 아니라 법으로 석탄발전 폐쇄의 책임과 시점을 명확히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국제무역 지탱하는 ‘해상 병목’ 막히면 한국 경제도 위험해져

전 세계 무역의 원활한 흐름은 대양 한가운데가 아니라 극히 좁은 전략적 해상 통로에 의해 지탱된다. 이른바 '해상 병목 지점(maritime chokepoints)'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최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해상 병목지점에 문제가 생기면 세계 경제도, 한국 경제도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 세계 교역량의 80%가 바다를 통해 이동하는데, 단 24개의 병목 지점이 국제 물류의 흐름을 상당 부분이 좌우한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이들 병목지점은 기후 재난과 지정학적 긴장, 해적 행위, 항만 사고 같은 다양한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한 곳만 막혀도 세계 공급망은 거대한 도미노처럼 흔들리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런 병목 지점에서 '연간 교란될 것으로 예상되는 무역 가치(expected value of trade disrupted, EVTD)'가 무려 1920억 달러(약 282조 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이는 운송 지연, 우회항로 선택, 보험료 상승, 운송 중단 등으로 이어지며 실제 경제적 피해만 해도 107억 달러, 여기에 운임 상승이 초래하는 추가 비용이 34억 달러가량 붙는다. 이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은 주요 선박 항로와 병목 지점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특히 동아시아 교역의 연결로인 대한해협·대만해협·말라카 해협의 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들 해협이 막힐 경우 우회가 가능하다 해도 일단 위험이 발생하면 해상 무역 가치의 상당 부분이 중단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한해협, '안전 지대'가 아니다… 태풍이 가장 큰 위험 한국이 마주한 병목 중 하나가 바로 대한해협이다. 한반도와 일본 규슈 사이에 놓인 폭 좁은 해역이지만, 동북아시아를 가로지르는 물류의 필수 관문이라는 점에서 이번 연구에서도 주요 분석 대상에 포함됐다. 논문에 따르면 대한해협은 다른 병목 지점과 달리 지정학적 긴장보다는 자연 재해, 특히 태풍이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지목됐다. 연구팀은 대한해협과 관련해 연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교란 무역 가치, 즉 EVTD는 82억 달러(약 12조 원)이며, 이 가운데 태풍이 초래할 수 있는 교란 규모가 68억 달러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대한해협을 통과하는 물류는 글로벌 교역 대비 비중이 0.03%로 작아 보이지만, 지역 공급망에는 실질적인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대한해협은 우회가 비교적 쉬운 병목으로 분류된다. 대만 해협이나 수에즈 운하처럼 대체 항로가 극히 제한된 구간들과 달리, 선박들은 일본 남부 등으로 크게 돌아 항해하는 선택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야 가능한 일이다. 즉, '경로 재지정이 가능하다'는 의미가 '피해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한국처럼 제조업 중심의 수출입 비중이 큰 국가에서는 짧은 지연도 생산 라인 차질, 원자재 추가 조달 비용 상승 등으로 이어진다. ◇한국, 대만해협·말라카 해협 차단되면 경제 타격 커 한국의 입장에서는 대한해협보다 더 큰 리스크는 사실 대만해협과 말라카 해협에 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EVTD를 유발하는 해역으로 대만해협을 꼽았다. 대만해협의 EVTD는 373억 달러이고, 말라카 해협 EVTD도 세계 상위권에 속한다. 한국은 이 두 병목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매우 높다. 대만해협의 EVTD가 높은데도 실질적 경제 위험은 9억 달러로 낮게 나온 것은 '사건 발생 확률은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영향이 매우 큰 지정학적 위험'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빈도는 낮지만 충격은 크다는 의미다. 한국의 입장에서 이 해역에 군사적 긴장이나 물리적 봉쇄가 발생할 경우, 원유·LNG·광물·중간재 운송이 직접적으로 차단된다. 한국의 제조업 기반 측면에서는 단기적 공급망 충격이 기업-산업-국가 경제로 빠르게 전파될 가능성이 높다. 연구팀은 “특정 병목 지점 교란에 따른 피해는 그 지점을 직접 이용하지 않는 국가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특히 운임 급등은 전 세계적 파급을 가져온다. 수에즈 운하나 바브 엘 만데브 같은 '우회가 거의 불가능한 초중요 병목'이 교란되면 선박 용량이 대거 시장에서 이탈해 운임이 폭등하고, 이는 한국도 피해를 똑같이 입는다. ◇에너지 수입 의존 한국, 산업 전반에 직격탄 논문은 특정 국가별로 구체적인 국내총생산(GDP) 손실 추정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의 구조적 특징을 고려할 때 경제적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한국은 수출입 규모가 GDP 대비 매우 큰 국가다. 한국 경제는 글로벌 공급망에 깊이 통합돼 있어 물류 교란의 영향이 즉시 제조업 생산에 반영된다는 것이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 대부분을 해상 의존하고 있다. 원유·LNG·석탄 등의 수입선 대부분이 대만해협·말라카 해협을 지난다. 에너지 흐름이 막히면 산업 전반의 가동률에 직격탄이 된다. 고부가가치 제조업 중심 구조도 불리하다. 반도체·자동차·배터리 산업은 시차 없는 공급망 운영(Just-in-time production)에 익숙해, 물류 지연이 곧 생산 차질로 이어진다. 결국 연구팀이 제시한 내용을 종합하면, 한국은 ▶해상 교란에 노출된 무역 규모가 전체의 1% 이상이고 ▶병목 지점 상황이 악화할 경우 교역 지연·운임 상승 등 간접 피해가 수십억 달러 단위로 확대될 수 있으며 ▶특히 대만해협의 지정학적 충격이 발생하면 단기·중기 경제에 구조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정부 모두 '해상 병목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 때 연구팀은 “각 기업이 의존하는 병목 지점의 유형에 따라 재고 전략, 조달 다변화, 운송 수단 전환 등 대응 전략을 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한해협처럼 우회가 상대적으로 쉬운 구간에 대한 대응은 비상 재고 확보와 대체 항만 활용으로 가능하지만, 대만해협처럼 우회가 거의 불가능한 지점에 대해서는 생산지 조정이나 공급선 다변화 같은 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국제사회 차원에서 병목 지점의 항행 안전과 보안을 강화하는 것은 모든 국가의에게 이익이 된다. 한국은 경제를 해상 교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항행 안전 등 글로벌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푸른아시아, ‘온실가스 프로토콜’ 공식 한국어 번역본 발간

기업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어떻게 측정해서 보고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자료가 번역돼 나왔다. 국제 기후환경단체 (사)푸른아시아는 세계자원연구소(WRI)와 계약을 맺고 '온실가스(GHG) 프로토콜' 공식 번역본을 발간했다고 26일 밝혔다. GHG 프로토콜은 국제 온실가스 산정·보고·검증(MRV)을 위한 국제 표준·지침이다. 전 세계 기업과 기관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고 보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에 따라 GHG 프로토콜은 각종 탄소규제와 지속가능성·ESG(환경·사회· 지배구조) 공시 등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특히, 기업이 필요한 전력량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자는 'RE100' 측정·보고는 GHG프로토콜을 핵심 표준으로 활용한다. 또 지난해 6월 국제회계기준(IFRS) 산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기후 관련 공시(IFRS S2) 기준 측정과 공시 요구사항에 GHG프로토콜을 활용하도록 명시했다. 영국에 수출하는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으려면 GHG프로토콜을 활용한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 승인이 필수적이다. 이밖에도 한국 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와 회계 공시들도 온실가스 산정·보고 기준으로 GHG 프로토콜 채택이 늘고 있다. GHG프로토콜은 총 7개 표준과 10개 지침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번에 가장 먼저 '기업 온실가스 회계 및 보고 표준'이 번역됐고, 나머지 표준과 지침은 내년 상반기까지 차례로 나올 예정이다.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는 “탄소 무역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온실가스 표준에 따라 산정․보고하지 않으면 수출, 투자 등을 하는 기업은 죽고 사는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번 번역본 공개가 국내 기업의 국제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번역본은 푸른아시아 홈페이지(https://greenasia.kr)와 GHG프로토콜 공식 홈페이지(https://ghgprotocol.org/corporate-standard)에서 무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E칼럼] 한중 해저 수소 파이프라인 구상이 필요하다

청정수소발전시장(CHPS) 2025년 경쟁입찰이 10월 17일 취소되며 국내 수소 발전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제도 재설계를 예고했지만, 구체적 사유를 밝히지 않아 논란이 이어지고 있으며, 새 정부의 2040년 석탄발전 전면 폐지 공약과 장기 PPA 구조 논란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별도로 CHPS 출범은 국내외 기업들의 관심을 자극해 중동·미국에 더해 올해는 중국 기업들까지 청정수소·암모니아 공급 협의를 위해 국내 발전사들과 활발히 접촉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중국은 세계 최대 수소생산·소비국으로, 2022년 「수소에너지산업 발전 중장기계획」 이후 기술 개발과 생태계 확장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중앙·지방정부의 재생에너지 연계 수전해 프로젝트는 600건을 넘었고, 가동 설비의 연간 생산능력은 약 12만5천 톤, 단가는 평균 30위안(약 6천원) 수준까지 하락했다. 특히 엔비전(Envision)의 내몽골 치펑 프로젝트는 100%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연간 32만 톤의 그린수소 암모니아를 생산하며, 2028년 150만 톤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EU 인증(EU ISCC: International Sustainability and Carbon Certification)을 확보해 유럽 수출이 가능하고 일본 마루베니와 장기 계약도 체결했으며, 한국 시장에 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중국산 그린수소·암모니아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지리적 근접성이다. 단기적으로는 선박을 통한 암모니아 운송이 가장 현실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해저 파이프라인을 통한 대규모·저비용 공급까지 검토할 수 있다. 실제로 허베이성 장자커우–탕산(카오페이뎬)을 잇는 약 1,038km 규모의 그린수소 파이프라인 사업이 CPPEC 주도로 진행되면서, 중국은 장거리 수소 이송에 필요한 기술·산업적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한중 간 해저 수소 파이프라인 구상으로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 유럽에서는 이미 국경·해역을 넘는 해저 수소 파이프라인 구상이 구체화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프랑스 마르세유를 잇는 H2Med(BarMar)는 총 455km 해저 관로로 연간 200만 톤 수송을 목표로 2032년 가동을 추진 중이다. 북아프리카 알제리·튀니지산 수소를 시칠리아–이탈리아–오스트리아–독일로 연결하는 총 3,300km 규모의 SoutH2 Corridor 역시 지중해 해저 구간을 포함한 형태로 초기 설계가 진행되고 있다. 독일 북해 해상풍력단지(SEN-1)와 본토를 잇는 약 200km 규모의 AquaDuctus는 2030년대 상업 가동을 목표로 EU 전략 인프라 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이와 비교하면 서해를 가로지르는 한중 해저 수소 파이프라인 역시 여러 조건에서 기술적으로 충분히 시도 가능한 사업이다. 황해는 평균 수심이 44~55m로 북해나 지중해보다 얕고, 최단 경로를 적용하면 400km대 해저 루트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경제성·정치적 리스크·국제 규범 등 복합적 요소를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 사드(THAAD) 갈등에서 보듯 양국 관계 악화 시 공급 차질 가능성, 미·중 전략 경쟁 속 의존도 문제, 서해 군사적 긴장과 인프라 안전성 확보, EEZ·어장·항로 중첩 등 지정학적 변수들도 크다. 또한, UNCLOS에 기반한 양자 협정, 환경영향평가, MARPOL·ISPS 등 국제 규범 준수, 사고·누출 감시체계 구축, 수소 인증·통관 절차 마련 등 제도적 기반이 필수적이다. 건설비가 수조 원에 달하는 만큼 20년 이상 연간 수백만 톤 규모의 안정적 수요 확보도 선행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중 해저 수소 파이프라인은 장기적으로 한국의 에너지전환 전략과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파이프라인은 한 번 건설하면 30~50년 이상 사용 가능하며, 거리·관경·운송률 등에 따라 단위 운송비를 kg당 0.1~0.2달러 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 이는 선박 운송 대비 큰 비용 우위를 제공하며, 발전·산업용 대량 청정수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나아가 중국–한국–일본–러시아·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동북아 수소 순환망 구상과도 연계될 수 있어, 한국이 동북아 수소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전략적 잠재력도 지닌다. 비록 해결해야 할 제약과 리스크가 적지 않지만, 2030년대 이후 청정수소 수요 확대는 불가피한 흐름인 만큼 지금부터 기술·경제·지정학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한중 해저 수소 파이프라인에 대한 체계적 사업 구상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 김재경

“세계적 영향력 K-드라마, 기후위기는 외면”…해외의 지적

글로벌 한류의 핵심인 K-드라마가 기후환경 이슈를 다루는 데 인색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총 1135시간 분량의 한국 인기 드라마 60편을 분석한 결과, 기후환경과 관련된 내용은 전체 시청 시간의 약 4시간, 0.36%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핀란드 LUT 대학교 연구진은 최근 '커뮤니케이션 국제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Communication)'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이번 연구는 2019년부터 2024년 8월까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60편의 한국 TV 드라마를 대상으로 에코시네마(ecocinema)와 프레이밍 분석을 결합한 방법론을 적용했다. 이 연구는 기후환경 서사를 바탕으로 드라마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사례로 파악되고 있다. ◇충격적인 스크린 타임: 26편만 기후-환경 관련 키워드 포함 연구에 따르면, 분석 대상 드라마 60편 중 34편은 기후환경 관련 장면이 아예 없었다. 심지어 전 세계 시청 시간이 28억 시간을 넘긴 메가 히트작 《오징어 게임(2021)》역시 기후환경 주제를 포함하지 않았다. 기후환경 관련 키워드('기후', '오염', '자연재해' 등 73개 용어)를 사용해 분석한 결과, 기후환경 관련 내용이 포함된 드라마는 26편에 불과했다. 관련 장면은 모두 158개로 확인됐다. 이는 미국에서 진행된 유사 연구에서 '개'(dog)라는 단어가 기후 관련 키워드 전체를 합친 것보다 13배 더 자주 등장했다는 결과와 궤를 같이한다. 이는 엔터테인먼트 매체가 기후환경 문제를 주요 주제로 다루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드라마 속 기후환경 이슈: 재활용은 긍정적, 재난은 부정적 드라마에 등장하는 기후환경 관련 주제는 크게 네 가지였다. 가장 자주 등장한 주제는 자연재해 (15편 드라마에서 30개 장면), 그 다음은 재활용 (16편 드라마에서 22개 장면), 친환경적 실천 (10편 드라마에서 12개 장면), 그리고 인재(人災) 순이었다. 재활용 주제는 일관되게 긍정적이거나 중립적인 감정으로 그려졌다. 이는 재활용이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일상적인 규범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더 킹: 영원의 군주(2020)》에서는 경찰 훈련 중에 재활용에 대해 유머러스하게 언급됐다. 또《빈센조(2021)》, 《사이코메트리 그녀석(2019)》, 《여신강림(2020)》, 《닭강정(2024)》, 《마이데몬(2023)》, 《유미의 세포들(2021)》, 《스타트업(2020)》 등에서도 재활용 장면이 등장했다. 자연재해는 압도적으로 부정적인 감정과 함께 그려졌다. 특히 홍수 관련 장면이 자주 묘사됐는데, 캐릭터들이 겪는 혼란과 고통을 강조했다. 《갯마을 차차차(2021)》에서는 홍수와 산사태로 인해 도로 접근이 막히면서, 임산부가 병원이 아닌 치과 의사의 집에서 출산하게 되는 심각한 상황이 연출됐다. 《호텔 델루나(2019)》와 《사랑의 불시착(2019)》 역시 주로 부정적인 어조로 자연재해를 다뤘다. 기후환경 테마는 기업의 전략부터 코믹한 상황까지 다양하게 나타났다. 《펜트하우스(2020)》와 《경이로운 소문(2020)》에서는 기업 리더들이 친환경 개발 전략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반면, 《사랑의 불시착(2019)》에서는 농장 동물로 가득 찬 아파트를 “친환경 생활 공간"이라고 묘사하며 풍자적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기후환경 서사를 이끈 핵심 드라마 60편의 드라마 중 기후 관련 장면이 가장 많은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2022)》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 《해피니스(2021)》가 특히 주목받았다. 총 50개의 기후 관련 장면으로 단연 압도적이었던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2022)》은 기후 변화 인식을 스토리라인에 직접 통합시킨 예외적인 작품이다. 이 드라마는 기상청을 배경으로, 기후 위기에 대한 제도적 인식과 책임을 강조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에서는 '행복로' 건설 프로젝트를 둘러싼 환경 소송이 에피소드의 중심이 됐다. 환경 파괴에 반대하는 불교 승려의 이야기는 유교-불교 윤리에 뿌리를 둔 환경 정의를 보여주었다. 변호사 우영우가 절차적 논리를 통해 환경영향평가의 지연 문제를 제기하지만, 결국 법원은 개발을 지지하는 선에서 타협안을 제시하며 사건은 종결된다. 기후환경 관련 주제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같은 법정 드라마에서 주로 단발적인 에피소드로 등장할 뿐, 장기적인 스토리라인으로 이어지지 않는 K-드라마의 일반적인 한계를 보여준다. 《해피니스(2021)》에서는 종말 대비 생존주의자인 김세훈이라는 조연 캐릭터가 지구 온난화와 극단적인 날씨에 대해 명시적인 우려를 표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지구는 지금 위험에 처해 있다. 극단적인 날씨, 지구 온난화... 멸종이 곧 다가올 것"이라고 말하며 방호복을 입고 생존 물품을 비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캐릭터의 불안은 전후 사정 없이 단편적으로 제시됐고, 극의 중심 서사로 발전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김세훈을 묘사한 장면은 기후 불안을 합리적인 우려라기보다는 주변적인 편집증으로 프레이밍함으로써, 관객이 환경 문제에 지속적으로 공감할 기회를 약화시켰다"고 지적했다. ◇K-드라마의 글로벌 영향력, 환경 인식 제고에 활용해야 연구팀은 논문에서 “한국은 화석 연료 의존도와 산업 집중도가 높아 1인당 CO₂ 배출량이 매우 높은 국가 중 하나이고, 미세먼지 수치 역시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을 크게 초과하는 등 심각한 환경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인의 약 90%가 기후 변화를 심각한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국내외적으로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과 시청자들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K-드라마는 복잡하거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환경 문제를 다루는 것을 주저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연구팀은 꼬집었다. 하지만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이 로맨스와 기상 주제를 결합하여 넷플릭스 글로벌 톱 10에 6주 연속 진입하며 성공을 거둔 사례는 기후환경 관련 콘텐츠가 시장성 있음을 입증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K-드라마가 전 세계적 영향력(한류)을 가진 매체로서 가족·역사·성별 등 기존의 연구 범위를 넘어 기후환경 이슈를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K- 드라마가 기후환경 이슈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중요한 플랫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