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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인천공항 면세점 손뗀 롯데, 오판인가 선견인가

일상회복 2년차로 접어든 올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2차) 최종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대기업 핵심사업자인 호텔신라·신세계디에프·현대백화점이 공항 사업권을 모두 차지했고, 국내 면세점업계 1위 롯데는 아예 1차 심사에서 탈락해 공항 사업권을 확보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인천공항 입찰 결과로 향후 면세점업계 순위가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는 업계 전망도 나오고 있다.인천공항 면세점은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 등 상징적 이미지가 크다. 더욱이 이번 입찰 사업권은 10년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구미를 더욱 당기게 했다.그럼에도 롯데는 다른 사업자보다 20% 낮은 입찰가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가 경쟁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으로 베팅한 것은 과거의 경험 때문이다. 앞선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롯데는 높은 임대료를 써내 사업권을 따냈지만 이후 비용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 2018년 일부 매장을 철수시킨 아픔이 있었다.롯데가 낮은 입찰가를 쓴 배경에는 예전처럼 공항 여객수와 매출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 작용한 듯 했다. 공항면세점에서 화장품과 향수는 최근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온라인 면세점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해외여행객이 늘고 있다. 그 여파로 공항 면세점의 구매단가도 최근 감소했다. 따라서 롯데면세점은 시내면세점과 온라인 강화로 승부한다는 전략에 방점을 뒀다.그러나 일상회복 가속화로 여행객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공항면세점 사업권이 기회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인천공항은 항공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최근 일평균 여객이 13만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의 65% 수준을 회복했다. 실제로 공항면세점 사업성에 기대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 여객수가 더 회복될 것 본다. 인천공항은 아시아 허브공항인 만큼 향후 객단가가 높은 여객이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물론 면세점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이 아직 자국민의 방한 단체관광을 풀지 않고 있어 국내 면세점사업의 완전회복을 당장 기대하기는 힘들다.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결과가 롯데의‘전략적 후퇴’와 사업권 획득 기업의 ‘승자의 저주’가 될 지, 아니면 회복 기회 제공과 면세점 시장판도 변화를 수반할 지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pr9028@ekn.kr유통중기부 서예온 기자

[기자의 눈] 尹이 넷플릭스 CEO와 악수할 때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성과 중 하나로 넷플릭스 투자 유치가 꼽히면서 업계에서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달 24일 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 콘텐츠에 4년간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예정된 투자였냐 아니었냐는 논쟁은 차치하고서라도, 윤 대통령과 넷플릭스 CEO의 만남은 여러 모로 씁쓸했다. 윤 대통령의 넷플릭스 투자 유치가 주요 포털 뉴스를 장식하고 있을 무렵, 토종 OTT ‘웨이브’는 투자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마다 불어나는 적자폭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웨이브는 지난 2020년 169억원, 2021년 558억원, 지난해 1213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태현 웨이브 대표는 "웨이브가 국내시장에서 턴어라운드를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라며 "매년 예산 1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는데, 우리도 투자를 전면 재검토하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시기"라고 했다. 웨이브는 "국내 OTT 육성 때문에 넷플릭스의 투자가 부정적으로 비춰지는 건 반대"라고 했지만 막상 ‘내새끼’ 사정이 이렇다 하니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윤 대통령과 넷플릭스의 접견을 바라보는 통신업계 마음은 더 처절한 듯 했다. 통신업계는 망 사용료 부담 문제로 넷플릭스와 대립각을 세운 지 오래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방미 외교의 가장 큰 성과가 넷플릭스 투자 유치라는데, 앞으로 망 사용료 얘기를 제대로 꺼낼 수나 있겠나 싶다"며 푸념했다.지난해 국내에서 7733억원의 매출을 올린 넷플릭스는 법인세로 33억원을 냈다. 지난해 네이버가 4105억원, 카카오가 2417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낮다. 넷플릭스는 국내에서 벌어들인 매출의 대부분을 해외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법인세를 회피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세청은 2021년 넷플릭스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조세회피 혐의로 800억원의 세금을 추징했고, 넷플릭스는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윤 대통령의 방미를 두고 "문화동맹이 뚜렷이 부각된 성공적인 외교"라는 평가를 내놨다. 사실 문화동맹을 통한 결실을 지금 당장 예단하긴 어렵다. 열매를 잘 맺으려면 넷플릭스가 지식재산권(IP)을 모두 가져가는 불공정 계약 방식과 플랫폼 종속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이쯤 되니 본전 생각이 난다. 윤 대통령과 넷플릭스 CEO의 악수는 얼마짜리였나. hsjung@ekn.kr정희순 산업부 기자. hsjung@ekn.kr

[기자의 눈] 부동산PF, 증권사에 여전한 시한폭탄

"은행이든 건설사든 연쇄 부도 사태는 막았지만 언제 또 터질지 모릅니다."지난해 레고랜드발로 촉발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분위기에 모 건설사 관계자가 한 말이다. 금융당국이 위험 관리에 돌입하면서 한 고비는 넘겼지만 아직 안심할 때가 아니란 거다.최근 시장의 관심은 부동산PF 문제를 떠났다. 은행과 증권, 건설사들이 위험 관리에 돌입하면서 위기를 넘겼다고 자평하고 있어서다. 또 4거래일째 이어지고 있는 SG증권발 상장사 무더기 하한가 사태도 한몫하고 있다. 여기에 유명 연예인도 관여된 것으로 거론되면서 시장에서 부동산PF 부실 우려는 점차 잊혀지는 듯하다.하지만 현 상황은 심각하다는 게 문제다. 주요 증권사 PF대출 연체율은 위험수위로 일컫는 10%를 넘어섰고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증권사 35곳의 대출 잔액은 4조5000억원, 연체율은 10.38%로 집계됐다. 2021년 말 연체율이 3.71%였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급격하게 오른 셈이다.부동산PF 우발부채 리스크는 업계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준공 후 미분양 등 악재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은 만큼 부동산PF 부실화도 위험 수위에 올랐다. 대구를 필두로 지방 부동산 시장은 거의 살아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지방에서 주로 많이 이용하는 제2금융권에 비상이 걸렸고 새마을금고는 최근 ‘위기론’까지 급부상했다.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금융당국도 피해 지원에 돌입한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특별 금융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저측은행의 대출 문턱을 높여 위기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수준으로는 충분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지원을 기본으로 증권사와 대형 은행이 뼈를 깎는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브릿지론이 제2금융권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데 그 규모가 상당하다"며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건설업계부터 금융업계까지 연쇄적으로 붕괴할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말했다.부동산PF 리스크는 우리 사회에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기업들 스스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뿐더러 금융당국도 의지 표명에만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다. 연쇄 도산의 위기를 넘겼다고 자평할 때가 아니다.

[기자의 눈] 실패할 줄 알아야 살아남는다

20일(현지시간) 스페이스 X의 대형 우주선 ‘스타십(Starship)’이 첫 지구궤도 시험비행에 나섰다. 결과는 실패. 수직으로 솟아오른 비행체는 약 4분만에 폭발했다. 2단 발사체가 계획대로 분리되지 않은 게 원인이었다. 화성에 사람을 보내는 게 쉬울 리 없다. ‘실패’ 이후 현장 분위기는 예상과 달랐다. 스페이스 X 직원들은 탄식 대신 환호성을 질렀다. 발사 현장 주변에 모인 수천명의 인파도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다. ‘4분간 성공’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에 "몇 달 뒤 있을 다음 시험을 위해 많이 배웠다"고 적었다. 머스크가 2002년 했던 말이 뇌리를 스쳤다. "나는 실패할 것을 알지만 스페이스 X를 세웠다." 혹자는 미국 경제 발전의 원동력을 ‘실패’에서 찾는다.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 분위기가 더 큰 성공사례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4차례 파산 경험이 있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에게 해고됐을 당시를 "인생에서 가장 멋진 일"이라고 회상했다. 우리나라는 다르다. 실패가 곧 낙인이다. 몸집이 조금만 커져도 신사업 진출에 두려움을 느낀다. 적자라도 났다가는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 숫자로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CEO들은 혁신을 두려워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속담은 공허하게 들린다. 반도체 분야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 기술력이 대만에 뒤진 이유로 "실패를 용인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만은 정부 차원에서 기술 개발을 독려·지원하며 실패를 유도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우리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자는 게 요지였지만 유독 "많은 대만 반도체 기업들이 실패한다"는 말이 귀에 박혔다. 바야흐로 ‘복합위기’ 시대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는 다양한 형태로 혁신을 도모해야 한다. 정치·경제·기업 모두 변화가 절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실패할 줄 알아야’한다. 인식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음달 24일 오후 6시24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우주로 향한다. 성패를 떠나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한층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yes@ekn.kr산업부 여헌우 기자 여헌우 산업부 기자

[기자의 눈] 전기요금 인상 지연과 한전채 급증, 피해는 대다수 국민

전·현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지연하는 사이 한국전력공사가 32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하면서 한전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의 인기가 높아졌다. 지난해에만 20조원 이상의 채권을 발행한 한전은 올해 4월까지 7조원이 넘는 한전채를 추가 발행했다. 한전은 지난해부터 대규모 적자가 지속되면서 발전사 전력거래대금지급 등 비용을 채권 발행으로 충당해왔다. 채권 투자자들은 사실상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는 AAA등급인 한전채 매수로 큰 금융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전기요금 인상 수준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 적자 규모가 커졌고 이는 한전채 발행 금리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말 최고 5.99%까지 치솟았다. 이후 올해 초 3.5%까지 떨어졌지만 3월 이후 4%에 근접하게 오르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30일 발행된 한전채의 금리는 3.99%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한전채 매수 관련 문의가 늘고 있다고 한다. 아무리 적자를 봐도 부도 위험이 없는 만큼 고금리로 이자 수익 기대가 높다는 것이다. 한전채는 6개월 주기로 채권자에게 이자를 지급한다. 투자 업계에서는 전기요금 정상화로 한전 실적이 흑자 전환에 성공하게 되고 기준금리도 상승세가 멈출 경우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 가격 상승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고 홍보한다. 정부가 한전에 요금 인상 전에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고통분담과 자구노력을 요구하고 있는 것과 상반되는 양상이다. 한전은 올해도 대규모 적자가 확정적이다. 한전 사장도 1분기에만 수조원대 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면 올해 말 자본잠식에 빠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업계는 한전이 올해에도 10조원에 육박하는 규모의 적자를 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와 한전은 수년 내에 국제에너지가격 안정화로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현재 국제 정세를 고려하면 에너지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향후 한전채마저 팔리지 않게 되는 상황이다. 요금 폭등 혹은 재정투입, 민영화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가장 큰 피해는 정치인과 투자자들이 아닌 대다수 국민들이 지게 될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clip20230427101231 전지성 정치경제부 기자.

[기자의 눈] 허위 사실발(發) 공포, 금융시장 혼란 부추긴다

공감가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예전에는 부모님이 자녀들에게 낯선 사람을 믿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었다면 요즘에는 자녀들이 부모님께 전화, 문자, 인터넷 등을 믿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세상이 됐다는 것이다. 보이스피싱은 물론 온라인에서 떠도는 허위 정보가 많아졌는데, 이런 사회를 겪어보지 못한 부모님은 있는 그대로 정보를 믿을 수 있어 자녀들이 부모님께 주의를 당부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최근 금융권에 허위 사실이 퍼지는 것을 보고 다시 이 말이 떠올랐다. 특히 지난 12일에는 웰컴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서 1조원대 결손이 발생해 이들 은행 계좌가 지급 정지될 수 있다는 지라시가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됐다. 마침 미국의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CS) 위기 이후 금융불안이 확산됐고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던 때다. 저축은행과 금융당국은 즉각 사실이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다. 두 은행의 부동산 PF대출 잔액을 보면 웰컴저축은행 6679억원, OK저축은행 1조10억원 규모다. 부동산 PF 연체율과 연체액을 보면 웰컴저축은행은 0.01%에 44억원, OK저축은행은 4.09%에 410억원이다. 애초에 1조원대 PF 결손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능한 구조인 셈이다. 이같은 일은 처음이 아니었다. 앞서 새마을금고와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에도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며 해당 금융기관에서 적극 해명에 나서는 상황이 벌어졌다. 금융시장의 불안은 좀 더 보수적이고 예민하게 대처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조금이라도 안일하게 대하다가는 잠재됐던 위기가 언제 터질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처럼 시장에 과도한 불안감과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은 실직절인 시장 불안을 오히려 더 키우는 꼴이 된다. SVB 사태가 이를 증명한다. SVB 사태는 소비자 불안이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으로 이어져 금융사의 파산까지 이르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또 SVB 파산이 전 세계적인 위기로 부각되며 세계 금융시장의 시스템 위기로 확산되는 모습을 확인했다. 금융에서 심리가 중요하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신뢰가 떨어지는 정보가 범람할 수록 시장의 혼란은 더해진다. 진짜 믿어야 하는 사실조차 진실인 지 알 수 없어지기 때문이다. 허무맹랑한 악성 루머에는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나서 적극 대응해야 한다. 이와 함께 믿을 수 있는 안전한 금융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금융시장과 금융당국에 대한 신뢰가 있다면 금융소비자들이 허위 사실에도 쉽게 공포감을 가지지 않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dsk@ekn.kr

[기자의 눈] 전세대책 지원까지...금융사는 ‘만능’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전세 사기 피해가 속출하면서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물론 정치권,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권까지 연일 소란스럽다. 지난해 주택 1139채를 보유하고 있다가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고 숨진 빌라왕 사건을 비롯해 피해자 3명이 사망한 125억원대 전세 사기 사건인 건축왕 사건까지, 작정하고 사기 행각을 벌인 가해자들 때문에 애꿎은 전세입자만 발을 구르고 있다. 가해자들은 대체적으로 자기 자본 없이 세입자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무자본 갭투자로 수도권 다세대주택을 매입한 뒤 전세보증금을 가로챘다는 공통점이 있다. 작정하고 전세입자의 돈을 가로챈 점을 고려할 때 이들에게 과연 ‘왕’ 혹은 ‘신’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이 타당한지조차 의문스럽다. 왕, 신과 같은 단어는 일정한 분야나 범위 안에서 으뜸이 되는 사람에게만 붙이는 표현 아닌가. 전세사기꾼들의 사기 행각이 이러한 칭호에 가려지지 않도록 적절한 단어 사용이 필요한 듯하다.또 한 가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처한 상황은 안타깝지만, 향후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4대 시중은행을 비롯한 전 금융사들이 금융 및 법률 지원책을 내놓는 것이 당연시되지는 않을지 우려스럽다. 전세사기 피해 건수가 전국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만큼 금융사들이 사회적 책임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부 일리는 있다. 그러나 이번 사기 사건의 경우 엄밀히 말해 금융사들에게 판매나 혹은 중개의 책임을 묻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금융사들이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주택구입자금대출을 감면하거나 부대비용을 전액 지원하는 일은 금융사들이 져야 할 책임, 의무와는 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번 사건 이전에도 전세사기 피해는 줄곧 있었다. 과거에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그 피해를 온전히 감수해야 했을 것이다. 사안의 규모가 커지자 누구는 지원을 받고, 과거 나홀로 전세사기를 당한 이들은 그에 대한 아픔과 피해를 온전히 감당하는 것은 어찌 보면 불평등하다.금융권 한편에서는 이러다가 보이스피싱까지 금융사들이 모두 보상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금융사들의 지원 범위나 책임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일부 있다. 아무리 이자장사로 비난을 받는 금융권이지만, 이번 사건이 금융사와 정부의 지원책만으로 끝나서는 안 될 일이다. 정부는 금융권의 지원책에 안주하지 않고 이번 사건이 향후 더 큰 파장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종합대책이 없는 한 전세사기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반복될 것이 분명하다.ys106@ekn.kr나유라 금융부 기자.

[기자의 눈]

더불어민주당이 딜레마에 빠졌다. 지난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 차원에서 부정부패 혐의에 단호하게 대응하면 이중잣대 비판이 뒤따라올 수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도 아직 해결이 되지 않아서다. 반면 돈 봉투 의혹을 덮으려고 하면 ‘부패 비호 정당’, ‘방탄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민주당은 사건이 처음 공론화됐을 때 자체 진상 규명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선제적인 대응으로 여권의 ‘부패 정당’ 프레임을 차단하고 내년 총선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녹음본이 공개되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이 대표는 당내에서 ‘송영길 전 당 대표 책임론’이 급부상하자 송 전 대표에 조기 귀국을 촉구했다. 그러나 송 전 대표는 조기 귀국을 거부하고 ‘개인적 일탈 행위’라 규정하며 사건에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민주당은 송 전 대표를 포함해 돈 봉투 의혹을 받는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해서도 여전히 ‘정치 탄압’으로 치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마디로 민주당 내부에서 책임을 지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본인을 향한 수사에서는 ‘당의 단일대오’를 강조했던 이 대표는 오도 가도 못하는 모습이다. 당을 위해 관련 의원들에게 출당·탈당을 요구할 수도 있지만 당헌·당규까지 바꾸며 대표직을 유지한 터라 명분이 서지 않는다.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은 이제 시작점에 섰을 뿐이다.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지금 상황에 민주당이 수사에 적극 협조하지 않는다면 더욱 큰 정치적 위기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자신의 주장대로 ‘정치 탄압’이라면 그 구체적인 근거를 설명하든지, 아니면 근거 없는 비판을 멈추고 투명한 진실 규명을 위해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현역 의원은 당 내부에서 공정한 자체 조사를 통해 검찰의 진실 규명을 돕고 문제가 있다면 그 연루자들을 징계하는 게 마땅하다. 송 전 대표 역시 ‘측근의 개인적 일탈’이라는 주장을 철회하고 즉시 귀국해 실체 규명에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이 대표도 이제 더는 불체포 특권의 방패 뒤에 숨어서는 안된다.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한다’던 이번 입장 표명과 같은 태도를 본인 관련 사건에도 적용하는 것이 옳다.‘엄정한 진실규명, 예외 없는 책임추궁’ 원칙은 민주당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은 돈’을 주고 받는 퇴행적인 악습을 뿌리뽑기 바란다.ysh@ekn.kr

[기자의눈] 전기차 악재 만난 韓 기업, 이젠 대통령이 나서야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를 바라보는 산업계의 눈빛이 간절하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인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더 그렇다. ‘올 게 왔다’는 분위기지만 시장 경쟁력은 당분간 미국 차에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타개책이 필요하다.미 재무부는 17일(현지시간) ‘자국 우선주의’ 기조 하에 추진 중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지침에 따른 보조금 지급대상 전기차 제조업체와 세액공제 조건 등을 공개했다. 미국은 IRA 법조항에서 최종적으로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에 대해서만 세액공제 형태로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했다. 북미에서 조립한 전기차라 해도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사용 시 3750달러, 미국이나 FTA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핵심광물의 40% 이상 사용시 3750달러가 각각 지급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보조금을 받는 전기차는 16개(하위 모델 포함 22개) 대상 차종으로 모두 미국 브랜드다. 구체적으로는 △테슬라 모델3, 모델 Y △제너럴모터스(GM) 쉐보레 볼트, 에퀴녹스, 블레이저, 실버라도 △포드 E-트랜짓, F150 라이트닝, 머스탱 등이다.현대차와 기아는 명단에서 제외됐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월부터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을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양산해 ‘북미 현지 조립’ 요건을 충족했지만 배터리 핵심 광물의 40% 이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최종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빠진 것이다.현대차 아이오닉5·아이오닉6·코나일렉트릭, 기아 EV6·니로일렉트릭, 제네시스 GV60 등이 전기차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데다 수소연료전지차 모델인 넥쏘도 혜택을 받지 못한다.물론 예견된 일이었다. 현대차는 현 상황을 예상하고 미국 내 전기차·배터리 공장의 조기 완공, 배터리 광물의 탈중국화 등을 통해 최대한 신속히 보조금 지급 대상에 진입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또 리스·법인차 판매 등 상업용 자동차를 통해 IRA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 틈새를 찾기도 했다.그러나 타격은 불가피하다. 이미 현대차그룹의 북미 전기차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조금까지 받지 못하면 현지 가격 경쟁력이 뒤쳐질 수 있다.업계에선 오는 24일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 희망을 품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 기업에 불리한 IRA 지침 등에서 전기차 차별을 바로잡는 성과를 끌어내야 한다. 결국 누군가는 나서야 한다면 그건 대통령의 몫이다. 대통령의 미국행을 바라보는 국내 자동차 업계의 기대를 저버려선 안된다.kji01@ekn.kr김정인 산업부 기자

[기자의눈] 오피스텔 시장 이대로 놔둬도되나?

오피스텔 시장에 이례적인 침체기가 찾아오면서 소유주들의 불안감이 극도로 커지고 있다. 오피스텔 가격은 3분기 연속으로 떨어지며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전·월세도 함께 떨어지면서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이 같은 하락세의 영향으로 분양 실적 또한 초라해 보이기만 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분기 대비 오피스텔 매매가격은 1.19%, 전세가격은 1.25%, 월세가격은 0.18% 하락했다. 분양 실적 또한 부진하기만 하다. 올해 1분기 전국 오피스텔 분양물량은 1464실로 7282실을 기록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0%나 감소했다. 이는 최근 10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이며 1분기 평균 분양실적인 1만2723실과 비교하면 약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오피스텔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2월 전국 오피스텔 거래량은 4930건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54%나 감소했다. 특히 한때 아파트 규제 반사이익으로 수요자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던 ‘아파텔’의 부진은 재앙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아파텔은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합친 합성어로 전용면적 60㎡ 이상의 주거용 오피스텔을 뜻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매매가격이 폭락하는 오피스텔이 속출하고 초기 분양가 대비 억대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가 붙은 물건들이 쏟아지면서 일부 소유주와 당첨자들은 손해를 감수해서라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아파텔을 처분하는 눈물의 바겐세일에 나섰다. 불행 중 다행으로 정부가 오는 24일부터 오피스텔 대출 시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방식을 아파트 등 일반 주택과 같은 방식으로 개선해 실제 대출만기에도 적용하기로 했지만 청약시장은 물론 경매시장에서도 수요자들의 관심은 차갑게 식은 상황이다. 앞서 오피스텔 소유주들은 정부가 실시하는 규제완화가 매매가격에 영향을 끼치고 특례보금자리론 등의 혜택 대상에서 제외되는 과정에서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오피스텔 시장 침체기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오피스텔 시장 부진이 부동산 시장 전체에 ‘나비효과’를 불러오기 전에 정부가 개입해 규제완화를 통한 시장 활성화에 나서주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증명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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