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데스크 칼럼] 납품단가연동제, 상생 촉매제로 삼야야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2021년 (주요정책 부문) 자체평가 결과보고서’를 공개했다.정권교체를 이룬 윤석열 정부의 중기부가 직전 문재인 정부의 중소·벤처기업, 창업기업, 전통시장을 포함한 소상공인 관련 주요정책의 46개 관리과제 성과를 등급별로 매긴 성적표였다.민간평가위원들이 46개 관리과제를 자체평가해 등급을 매긴 결과, 지난해 문 정부의 전반적인 중소기업 정책은 △매우 우수 2개 △우수 9개 △다소 우수 7개 △보통 14개 △다소 미흡 7개 △미흡 5개 △부진 2개의 성적표를 받았다. ‘보통’을 기준점으로 본다면 ‘우수’ 18개, ‘미흡’ 14개다. 민간평가위원들의 ‘채점’이더라도 정권교체 뒤 직전 정부의 ‘흠결’을 찾아내려는 정치권의 ‘루틴(routin·의도적인 반복행동)’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표’이다.윤 정부의 문 정부 중소기업 정책평가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내용이 있었다. ‘불공정거래 근절을 통한 중소기업 경영환경 개선’ 과제로 평가등급 ‘6등급(미흡)’을 받았다. 수주기업(수급사업자)에 제조원가를 밑도는 납품단가 요구, 중간 유통·판매 비용의 전가, 특허기술 탈취 등으로 중소기업 생존을 위협하는 발주기업(원사업자)의 갑질행위를 근절·개선시키려는 정부(중기부)의 지난해 정책 노력이 부족했다는 평가였다.수주기업들은 원사업자의 불공정거래행위를 문재인 정부를 포함해 이전 역대정부 때부터 개선과 시정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불공정거래 문제 해결과 개선을 요구하는 중소기업계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그 가운데 최근 주목받고 있는 핫이슈가 ‘납품단가 연동제’이다.납품단가 연동제는 원사업와 수급사업자간 하도급 및 위·수탁거래에서 납품단가를 원자재 가격에 연동하는 조항을 의무화하는 제도이다. 국내외 원자재 가격 급등에도 고정단가 계약으로 제조원가에 상승비용을 반영하지 못해 ‘출혈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이 개선 요구와 연동제 도입을 촉구하면서 지난 2008년부터 입법 논의가 진행됐으나 성과는 없었다.윤 대통령은 대통령후보 시절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의지를 피력했고, 당선 뒤 중기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주도로 지난 9월 초 표준약정서를 마련하고 6개월간 시범운영에 들어가는 진전을 보였다. 입법화도 여야 모두 적극성을 띠고 있어 연내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다.다만, 걸림돌이 있다.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납품단가 연동제를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간 자율계약 방식을 유도하고 있다.중소기업계는 자율계약보다는 법제화를 통한 의무화를 요구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5월 중소 제조기업 209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납품단가 연동제의 법제화를 원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발주(갑)와 수주(을)라는 ‘기울어진 운동장’ 구조에서 자율의 게임룰이 제대로 작동할 것인가에 대한 불신감의 반영이었다.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원사업자들은 납품단가 연동제에 거부감을 갖고 있지만 국민여론과 정치권을 의식해 반대 목소리를 크게 내지 못하는 대신 연동제 도입이 기업간 사적 계약임을 강조하며 ‘의무화(법제화)’를 반대하고 있다.이처럼 정부와 국회, 이해당사자들 간 견해차가 있기에 시범운영 평가와 입법화 과정에서 이견 조정이 필요하다. 납품단가 연동제가 6개월간 시범운영을 거쳐 시행과 제도 안착으로 가기 위한 마지막 통과의례를 슬기롭게 치러야 한다.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힘들기는 매한가지다. 14년을 끌어온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이 첫 술에 배 부를 수는 없더라도 산업계의 위기 극복에 작은 ‘상생 촉매제’가 되길 바란다.에너지경제신문 이진우 성장산업부장(부국장)

[데스크 칼럼] 영끌족·빚투족은 원희룡보다 이창용이 더 밉다

#대기업에 재직중인 30대 중반 남성 K씨. 그는 집값이 급등하던 지난해 상투를 잡았다. 영끌로 인천 송도에 아파트를 마련했지만 자고 일어나면 속절없이 떨어지는 집값과 이에 반해 수은주처럼 올라가는 시중금리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대출이자를 알리는 문자는 호환마마보다 더 무섭다. 이번달 대출금리는 지난달 변동금리에 비해 1.5%p 이상 상승하면서 이자는 30만원 이상 불어나 200만원이 한참 넘었다. 이자를 알리는 문자만 보면 가슴이 턱 막힌다.#공기업에 재직 중인 40대 초반 여성 H씨는 탄탄한 직장 덕에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끌어모아 집값 급등기 이전 똘똘한 한채 매수에 성공했지만, 최근 300만원에 달하는 원리금 상환에 허덕이고 있다. 일년여 전부터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최근 주담대,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금리가 동시다발적으로 급격히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좋았던 그에게 입사 이후 5% 후반대 금리는 처음이어서 당혹스럽다.부동산을 보유한 국민들에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공공의 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정책을 움직이는 윤석열 대통령,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보다 통화정책을 책임진 이창용 총재가 더 얄궂게 여겨지고 있다. 이 총재가 계속 부동산 보유자들, 대출을 많이 끼고 아파트를 산 이들에게 견제구를 날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끌족, 빚투족이 많은 MZ세대에게는 직설적으로 엄포하고 있다.그는 "지금 세대는 인플레이션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라 집을 살 때 3% 이자율로 돈을 빌렸다면 그것이 평생 그 수준으로 갈 것으로 생각했을텐데 지금 경제 상황을 볼 때 그런 가정이 변할 수 있습니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이 총재는 시종일간 영끌족, 빚투족은 이제 알아서 채무를 줄여나가야한다고 강조한다. 금리는 앞으로도 계속 25bp씩 인상될 예정이라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기준금리 0.25%포인트(p) 인상의 전제 조건이 많이 바뀌었다"며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한국은행 수장인 이창용 총재의 매파성 발언이다. 이 총재의 발언에는 거침이없다. 교수겸 연구원 출신이어서 그런지 전임 이주열 총재와 비교할 때 형식에 억매이지않고 더 장황하며 경고성 발언도 자주 언급한다. 그동안 개인의 부채가 늘어난 것은 나라탓도 한은탓도 그렇다고 자기(이창용)탓도 아니니 빅스텝 밟지않는 것에 감지덕지하라는 것이다. 그의 이러한 거침없는 행보는 미국의 잭슨홀미팅 참여에서도 볼 수 있다. 이 총재는 미국의 국제경제 심포지엄인 잭슨홀미팅에 우리나라 중앙은행 총재로써는 처음으로 패널로 참여, 세션 발표자로 나서 현란한 영어 솜씨로 본인이 직접 준비한 연구 자료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와 학계 인사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고, 이로인해 한국의 중앙은행 총재가 메이저리그에 첫 진출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참고로 잭슨홀미팅은 매년 8월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주최하는 심포지엄이다. 이 잭슨홀미팅에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매파적 발언을 내놓자 뉴욕 증시를 포함해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기도 했다. 파월의 강한 긴축 발언에 우리나라 증시도 출렁였고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저항선인 1390원선을 뚫고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수직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은 9월 마지막주 13년3개월 만에 최고치인 1430원을 돌파해 향후 1500원 선을 테스트할 것으로 예상된다.이렇듯 중앙은행 수장의 발언은 금융시장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까지도 파장이 크다. 이로인해 국내서도 부동산 시장의 판도가 이제 국토교통부에서 한국은행으로 넘어간 게 아니냐는 비아냥이 일각에서 들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들어 부동산 시장이 변곡점에 접어들었는데, 국토부의 대규모 공급 계획으로 시장이 약세장 양상을 보이다가 결국 한국은행의 네 차례 금리인상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초토화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2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5%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금통위는 지난 4월, 5월, 7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렸고, 지난 8월에도 기준금리를 높이면서 사상 첫 네차례 연속 인상을 단행했다. 부동산 시장에는 직격탄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지난 7월 빅스텝의 충격은 컸다. 이를 반증하듯 지난 7월 한은이 사상 최초로 빅스텝를 단행한 후 부동산 시장은 똘똘한 한채 수요로 철통 같았던 서울 서초구 마저도 하락세로 전환하는 등 국내 부동산시장은 휘청이고 있다. 더 나아가 올해 3분기 수도권 집값은 전국에서 가장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8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한은 지역본부 15곳이 기업체와 관계기관을 대상으로 지난 7∼8월 동향을 조사한 결과,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의 월평균 주택매매가격과 전셋값은 지난 6월 말 대비 각각 0.27%, 0.26% 하락했다. 하락 폭이 지난 2분기(각각 -0.02%, 0.03%)와 비교해 크게 확대된 것으로, 7개 권역 중 가장 가파른 내림세를 보였다.결국, 부동산 시장의 칼자루를 잡은 건 윤석열 대통령도,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아닌 이창용 총재가 아닌가 하는 우스갯 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기준금리가 급등하면서 시중 대출금리는 4~7% 금리가 대세가 됐다. 기준금리가 2.5%까지 오르면서 주담대 금리는 연말 7%이상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담대 금리 상단이 연말 7%이상으로 오른다면 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주택 매수세를 더욱 약화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최근 심화되고 있는 부동산 거래절벽 현상은 해소 기미가 더욱 희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연말까지 추가 기준금리인상이 계속돼 2.75%~3.0%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내년 추가 인상까지 예고해 영끌족, 빚투족은 이 총재의 입만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난 8·16대책을 통해 270만가구 공급 대책을 발표하면서 1기 신도시 재정비 구설에 오른 원희룡 장관보다 이창용 총재에 더욱 시선이 가는 이유다.

[데스크 칼럼] 금리인상 속도전, 돈줄 막힌 부동산 개발시장

"본부에서 올해 남은 기간 여신을 타이트하게(엄격하게) 관리하라고 지침이 내려왔습니다."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관련 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시중은행 한 지점장은 최근 얼어붙은 시장 상황을 이같이 요약했다. 경제 상황, 돈의 흐름을 재빠르게 포착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시중은행이 4분기 부동산 PF 대출을 비롯한 대부분의 여신을 엄격하게 관리하라고 일선 영업점에 주문한 것이다. 금리 인상 여파로 부동산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진데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사비까지 불어나면서 시행사들이 금융사로부터 신규 PF 대출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기존 대출을 연장하는 것도 녹록치 않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증권, 보험, 카드 등 금융사들이 저금리, 부동산 시장 활황에 힘입어 부동산 PF 대출 규모를 크게 늘린 것이 몇 년 전의 일이다. 부동산 개발 수요 증가와 비은행권의 사업다각화, 대체투자 수요 등이 맞물린 영향이다. 특히나 물류센터의 경우 최근 3, 4년간 개발과 공급이 크게 늘면서 국내 부동산 PF 중에서도 알짜 물건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침체에 빠져든다는 신호들이 감지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공급 과잉 우려에 직면했고, 전국 주택종합매매가격(아파트·단독·연립주택)의 하락세와 거래 급감도 장기화되는 모습이다. 시행사들이 지금처럼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공사 중단은 물론 자금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형 시행사들은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질 수 있다. 금융사 중에서도 가장 우려되는 곳은 비은행권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은행, 보험사, 여전사, 저축은행, 증권사 등 금융권의 PF 대출 잔액은 112조2000억원이다. PF 대출은 2014년 이후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연평균 14.9% 증가했다. 은행과 보험사는 대형사업자를 중심으로, 저축은행과 증권사는 중소규모 사업장 중심으로 PF 대출을 취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증권사는 유동성 제공 외에 신용위험까지 부담하는 신용공여형 보증을 주로 늘리면서 유동성 확보 부담 외에 신용위험에 대한 노출도도 상대적으로 크다. 금융사들이 PF대출에 대해 더욱 기민하게 움직여야 하는 원인은 금리인상에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인상 기조가 지속될 경우 부동산 및 건설경기 침체가 깊어지면서 대출의 건전성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자칫 부동산 PF에 익스포져가 높은 금융사들은 부실전이에 따른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PF 대출 부실에 대한 우려가 가라앉기 위해서는 각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정점을 찍어야만 한다. 그러나 지금은 전 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가파른 금리인상 속도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회 연속 0.75%포인트 인상하면서도 물가가 확실히 잡히기 전까지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적인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도 높아진 상황이다. 글로벌 금리 인상에 대한 고통이 시장의 예상보다 장기화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금융사들이 부동산 PF를 까다롭게 보는 것은 금리인상이 촉발한, 부실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부동산 PF를 바라보는 금융사의 기조는 ‘대출 봉쇄’에만 해답이 있지 않다. 금융사가 부동산 PF에 대한 대출을 전면 중단할 경우 사업성이 좋은 PF까지 불가피한 피해를 입게 된다. 악성 매물들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소화돼야 하지만, 담보가치 안정성이 높은 우량 물건들까지 가차없는 칼날을 들이대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과거와 달리 한층 높아진 국내 금융사의 리스크 관리 능력, 사업에 대한 유연성을 유감없이 발휘해야 할 때다.mediasong@ekn.kr

[데스크 칼럼] 이재용의 ‘신환경경영전략’ 결단…尹정부 ‘화답’을

삼성전자가 ‘2050년 넷제로’와 ‘RE100(재생에너지 100%) 이니셔티브’ 동참을 골자로 하는 ‘신(新)환경경영전략’을 발표했다. 이는 구글과 애플, 인텔, TSMC 등 글로벌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SK와 현대차, LG그룹 등 국내 4대 대기업 가운데 마지막 RE100 가입 선언이다. 언뜻 삼성전자가 환경을 소홀히 하는 기업인 것으로 비쳐진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친환경 노력에 대한 역사를 살펴보면 이런 생각은 금세 사라진다. 지난 1992년 고(故) 이건희 명예 회장은 환경문제에 대한 중요성을 내다보고 ‘삼성경영선언’을 했다. 삼성은 당시 환경에 대한 지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으로 각종 환경문제를 산업현장에서 추방하는 ‘클린 테크, 클린 라이프’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또 삼성은 2005년엔 ‘환경 중시’를 삼성의 5대 경영원칙 중 하나로 정해 책임을 다했으며, 2009년엔 ‘녹색경영비전’을 발표하고 직·간접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친환경 제품 확대 등을 추진해 왔다. 이를 계승한 것이 이번에 발표된 ‘신환경경영전략’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환경 문제를 생각하는 삼성은 왜 RE100 가입을 늦춰야만 했을까.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와 관련된 국내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해 원활한 공급에 한계가 있고, 발전 단가와 구매 프리미엄(REC)도 매우 비싸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ICT 제조기업으로 연간 25.8TWh(2021년, 400만 가구 전력사용량)의 전력을 사용하는데, 이를 모두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경우 관련 시장에 큰 파장도 우려된다. 삼성의 RE100 이니셔티브에 가입으로 재생에너지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남에 따라 녹색프리미엄과 REC 등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게다가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비중 축소 계획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지난달 30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에 따르면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1.5%로, 지난해 확정한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상의 비중(30.2%)보다 8.7%포인트 줄었다. 이는 원전 비중을 32.8%로 NDC상 비중(23.9%)보다 대폭 올린 대가다. 재생에너지 수요는 커지는데 공급은 되레 줄이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전력 사용량이 막대한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섣불리 탄소 중립을 외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재생에너지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대안도 마땅치 않았다. 제대로 된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공급 받으려는 시도가 자칫 회사의 존립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이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부회장이 결단을 내린 것은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에 대한 글로벌 사회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만간 회장 승진이 예상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무게감을 더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공식 석상에서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 "이웃과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나가자" 등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발언을 이어왔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정책 기조와는 큰 차이가 있다. 미국과 유럽 등의 주요국들은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에 모든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내 산업계에 파장을 몰고온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EU의 ‘역외보조금(Foreign Subsidies) 법안’ 등은 모두 자국의 친환경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정부는 부디 어려움 속에서도 RE100에 나선 삼성전자의 결단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친환경 강화 기조에 발 맞추기 위해서라도 재생에너지 전략 수정에 나서길 기대한다.

[데스크 칼럼] 尹대통령 믿을맨 당내 ‘윤핵관’ 뿐인가

국민의힘 내 최근 돌아가는 사정을 보면 그 당이 주요 선거에서 3연승을 한 집권 정당인가 싶다. 추악한 권력투쟁의 진수를 보여주는 듯 해서다. 집권당으로서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잡기는커녕 오히려 훼방꾼 역할을 하는 데 작정하고 나선 것 같다. 경제 복합위기가 태풍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 2년 간 코로나와 싸우느라 지쳐 민생도 가뜩이나 어렵다. 위기극복 해법과 민생안정 대책을 내놓고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정기국회도 시작됐다.집권당이 이런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대표와 대통령 측근들이 뒤엉켜 듣고 보기 민망한 언동들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말마따나 정말 ‘구질구질’하다. 국민 실망감, 안타까움을 넘어 불편감을 준다. 아니 화나게 한다는 게 맞는 표현 같다. 국민의힘 내분이 표면화한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7월 8일 이준석 당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였다. 이 징계는 사실상 대표직 수행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징계 사유도 ‘성 상납 증거인멸교사’ 의혹에 따른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이다. 성 관련 의혹으로 정치인 생명에 치명적인 도덕성을 건드린 것이다. 당은 더 나아가 그로부터 불과 한 달 여 만인 지난달 9일 이준석 대표의 대표직까지 박탈했다. 국민의 공감은 물론 당내에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비상상황’을 이유로 ‘주호영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킨 것이다. 이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 ‘친위 쿠데타’란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윤 대통령의 ‘내부총질’ 문자 공개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 권성동 원내대표의 주호영 비대위 출범 주도가 이 쿠데타설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내부총질’ 문자는 당 윤리위의 중징계 결정으로부터 약 보름여만인 7월 26일 윤 대통령이 권 원내대표에 보낸 것이었다. 누가 봐도 이준석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읽혔다. 비대위 출범도 당내 서열 2위인 원내대표가 1위인 당대표를 몰아내는 것으로 비춰졌다. 그렇잖아도 30대 나이의 젊은 이 대표에 대해 당내 일각에서 ‘대표 대장놀이’ 한다며 못마땅해 하는 기류가 있었다. 사정이 이쯤 되니 뭔가 시나리오에 의해 ‘이준석 죽이기’ 프로젝트가 진행됐다고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이준석 대표는 당연히 이런 시중 여론을 모를 리 없다. 곧바로 반격이 시작됐다. ‘개고기’, ‘양두구육’ 등 거친 말로 윤 대통령과 윤핵관을 비판했다. 현 정권을 신군부에 비유하기도 했다. 급기야 윤 대통령이 뒤에서 자신한테 "이 새끼 저 새끼 했다"며 사적인 대화내용까지 깠다. 이 대표의 이런 처신은 사실 여부를 떠나 비호감에 지지율까지 낮은 대통령 이미지에 타격을 줬다. 윤핵관은 이 대표가 만든 일종의 프레임이다. 이 프레임은 이 대표가 당초 의도했든 안 했든 먹혀 든 것 같다. 본인도 상처를 입었다. 윤핵관 좌표 찍기에 본인도 타격을 받은 것이다. 당 민주화나 개혁을 외쳤지만 당에 칼 꽂은 당 대표란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이 대표의 대응은 어이없고 분한 마음에 벼랑 끝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막 나간 것이다. 정치엔 금도가 있고 당 대표라면 절제가 필요한데 이 대표는 그렇지 않았다. 정치로 풀 수 있는 사안에 사법 대응한 게 옳다고 볼 수 없지만 법정으로 끌고 갔으면 자중하고 사법적 판단을 기다렸어야 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윤 대통령과 윤핵관을 자극, 건너 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자꾸 과도하게 흥분한 것처럼 보여졌고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처신을 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새삼스럽게 정당 민주주의도 꺼냈다. 이러니 성 상납 의혹으로 수세에 몰리니 정면돌파를 선택, 국면전환해 의혹을 물타기 하려 했던 것 아니었느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사단이 이렇게 된 것엔 무엇보다 본인의 책임도 적지 않다. 우선 본인으로선 치졸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징계 사유에 대한 본인의 해명이 분명치 않다. 지난 대선 때로 돌아가면 그가 정권교체의 공을 세웠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처신으로 윤 대통령과 윤핵관에 찍힌 것도 사실이다. 엄중한 대선 때 그 난리 쳐놓고 무사할 줄 알았다면 그게 이상하다. 대통령 후보일 때와 대통령일 때 신분 자체가 다르다. 똑같이 봤다면 착각이었거나 순진하다. 대선 때 몽리가 천하를 얻은 대통령에게도 통할 리 없다. 되돌아보면 대선 때 윤 대통령이나 윤핵관엔 이 대표가 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응석 또는 어리광 피우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던 것 같다. 사실 직접적인 징계 사유보다는 대선 때 괘씸 죄가 더 컸다. 정치판은 그리 만만치 않다. 온갖 권모술수가 판치는 세상이다. 내 편 네 편 나눠 줄 세우기하며 반대편에 보복·응징하는 곳이다. 이 대표는 아직도 그 걸 몰랐다는 말인가. 그런데도 법원은 이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국민의힘과 주호영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법원에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일부 받아들여졌다. 주 위원장의 직무 집행정지가 결정됐다. 절차 자체는 정당했을지 모르지만 결론을 정해놓고 형식만 갖춘 것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이다. 윤핵관 등이 ‘비상상황’을 자의적으로 만들어 당 지도체제를 와해한 것은 잘못이라고 봤다. 이에 이 대표는 대표직을 되찾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6개월 징계 기간 종료 후 복귀, 당 대표 직무 수행 가능성도 열렸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 중심 세력은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다. 새 비대위를 꾸리기로 했다. 당원권 정지 6개월 뒤 이 대표의 직무 복귀도 끝까지 막겠다는 것이다. 앓던 이 빼내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냈다.결국 윤핵관의 힘은 앞으로 다소 약화하더라도 계속될 것 같다. 이 대표를 물러나게 하고 당권을 쥐면 대리인을 세우는 모양새를 갖출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벌써 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윤핵관 중 핵심으로 꼽혔고 윤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냈던 장제원 의원은 백의종군하겠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의 2선 후퇴도 불가피해 보인다. 그는 이미 새 비대위 출범 후 거취를 정하기로 했다. 대통령실 인적 개편을 통해 윤핵관과 가까운 인사들도 밀려나고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으로선 이제 와서 윤핵관까지 완전히 내치기 쉽잖아 보인다. 당내 권력싸움으로 윤 대통령의 정치력 밑천이 다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선이 굵고 포용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윤 대통령이 요즘 소인배로 평가받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물론 안철수·최재형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도 제대로 품지 못했다. 오래 전부터 오빠오빠 따랐다는 나경원 전 의원조차 윤 대통령과 서먹한 사이로 바뀐 것 같다. 윤핵관 말고 당내에 ‘믿을 맨’이 많지 않아 보인다. 국정은 대통령이 대통령실과 정부 만 움직여 운영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집권당의 뒷받침 없이는 국정을 제대로 이끌 수 없다. 조강지처 내치고 잘 된 집안 본 적 없다. 윤 대통령은 당내 갈등을 조기 수습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정치 책사라도 둬라. 이준석 대표든, 윤핵관이든 똘똘 뭉쳐 국정운영에 힘을 보태도 아쉬운 판이다. "정치인의 정치적 발언을 제대로 챙길 기회가 없다", "당무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등의 표현은 정직하지 못하다. 딴청 부리는 것이다. ‘내부총질’ 문자할 정도면 당내 돌아가는 사정을 훤히 안다는 것 아닌가.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정권교체된 것 아니다"는 나경원 전 의원의 진단을 곱씹어봐야 한다. 윤 대통령의 겸손과 절제, 진정성과 포용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구동본

[데스크 칼럼] 일개의 툰베리, 일국의 환경부

다큐멘터리 영화를 즐겨 보는 편이다. 지난 주말 EBS국제다큐영화제(EIDF)의 출품작 <그레타 툰베리(I am Greta)>를 TV로 시청했다.스웨덴의 10대소녀 환경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가 기성세대와 선진국 정부를 향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행동을 요구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다큐 작품이었다.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6차례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으나, 우리나라에선 지난해 6월 4주간 개봉돼 2296명 관객이라는 ‘미미한 관심’을 끌어모으는데 그쳤다(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 기준).영화는 툰베리의 기후변화 위기 호소와 행동, 환경보호주의자와 좌파진영의 열렬한 호응과 연대시위, 우파진영의 폄하와 인신공격을 가감없이, 차분하게 보여주었다. 극중 툰베리의 발언 중 가장 인상 깊고 필자의 폐부를 찔렀던 말은 기성세대와 선진국 정부들이 미래세대들에게 기후변화 위기 관련 거짓말을 하고 장밋빛 ‘희망고문’을 가하고 있다는 부분이었다.즉, 현재의 기후변화가 심각하지 않다거나 기후 위기 개선을 구두로 밝혀놓고는 실제 행동으로 나서지 않고 있으며, 발전하는 과학과 기술로 ‘죽어가는 지구’를 살릴 수 있다는 낙관론을 심어주고 있다는 주장이었다.툰베리 주장의 설득력 여부를 떠나 기후위기의 피해가 갈수록 지구 생태계와 인간의 현실 삶 속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현상은 부인할 수 없다.전체 유럽의 3분의 2 지역이 500년만의 최악 가뭄에 시달리며 강 바닥이 드러나고, 1500명 이상이 숨졌다. 미국은 서부에서 불난리(산불), 동부에서 물난리(홍수)를 겪었다.멀리 갈 필요도 없이 우리나라도 올해 폭염 시기가 빨라지면서 수도권에 6월 열대야가 첫 발생하고 폭염일수도 길어진 반면, 장마철이 지난 뒤 수도권에선 2~3주간 기록적 폭우 피해가 발생했다.문제는 이같은 기후변화의 시계침이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툰베리는 부모세대들이 저질러 놓은 기후변화의 피해를 왜 자식세대가 떠안아야 하고 책임져야 하는지 항변하고 지금이라도 당장 온난화를 막기 위한 행동에 나서달라고 호소한다.그러나, 이같은 툰베리의 간청도 과학자들은 이미 늦었다고 말한다. 기후 재앙이 미래가 아닌 현세대로 다가오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지난 5월 세계기상기후(WMO)는 2021년 보고서를 내고 지구가 온난화뿐 아니라, 해수온도와 해수면 상승, 해양 산성화를 가져와 지구의 기후변화 자정능력을 심각하게 상실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이같은 기후 위기를 전지구적 문제로 인식해 선진국 중심으로 파리기후협약을 체결했지만 이행 속도는 상당히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지난 26일 우리 환경부는 대구 성서산업단지 입주기업에서 제1회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열어 ‘환경규제혁신방안’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환경부 보고 내용 중 핵심은 ‘금지된 것 말고 다 허용하는 열린(네거티브) 규제로 전환’이었다.윤 정부 출범으로 환경부의 정책도 변할 것이라고 예견했지만, 우려스러운 전환이 아닐 수 없다. 교육부를 경제부처라고 보았듯이 환경부도 경제지원 부처로 인식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이날 환경부 장관은 "과거에 추진되었던 환경규제 혁신은 환경개선에 대한 국민 기대를 고려하지 않고 기업이 원하는 규제완화에 치중하다보니 사회적 반발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국민과 기업이 함께 바라는 환경규제 혁신임을 강조했다. 논리가 맞지 않는 말이었다.환경정책의 최후보루여야 할 부처가 자연환경과 인간다운 삶의 환경을 보호하는 정책을 ‘규제’라고 보는 인식 자체부터가 잘못이다. ‘일국의 정부부처’가 일개 십대소녀보다 얕은 환경 가치관을 가진 게 아닌가 싶어 걱정이다.에너지경제 이진우 성장산업부장.

[데스크 칼럼] "서초도 상투"…부동산시장 경착륙 막으려면

‘대세 하락기’에 들어선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최대 변수는 금리다. 금리는 마치 중력과 같이 부동산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지난 7월 사상 최초로 ‘빅스텝’(기준금리 0.5%p 금리인상)을 단행한 한국은행이 오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존 예고대로 0.25%p(베이비스텝) 금리를 인상할 것이 유력시되고 있다. 물론 국내 물가가 국제통화기금(IMF) 환란 이후 2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폭등한 가운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두 달 연속 ‘자이언트 스텝’(0.75%p 인상)을 밟은 상태여서 한미 금리 역전에 대한 우려로 연달아 50bp인상도 배제할 순 없다. 이 여파로 지방에 이어 수도권, 마지막 보루인 서울 부동산 시장도 냉각기에 접어들면서 전국적으로 침체 국면을 맞고 있다.이를 반증하듯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3년6개월여 만에 25개 구에서 모두 하락했다. ‘똘똘한 한채’ 수요로 난공불락이었던 서초구와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용산정비창 통개발 등 개발 호재가 만발했던 용산구도 하락세로 전환하는 등 금리인상, 이에 따른 부동산 시장 침체, 거래 절벽 현상은 점점 더 심화하는 양상이다. 같은 시기 전국 아파트 매수 심리도 3개월 연속 떨어지면서 2년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9.3으로 지난주(90.1)보다 0.8포인트(p) 하락했다.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낮으면 주택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시간을 거슬러 연초부터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금리인상이 이어지자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3분기 최고점을 기록한 후 상승률이 둔화되면서 올 상반기 0.16% 하락했다. 예를 들면 대구와 세종이 각각 3.53%와 4.44% 급락했고 서울(-0.25%), 경기도(-0.56%), 인천(-0.61%) 등 수도권도 하락 대열에 동참하며 전국적인 부동산 시장 온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코로나 이후 풀린 막대한 글로벌 유동성이 주요국 주택가격 상승을 주도했으나 최근 통화 당국이 인플레이션 등 우려 속에 긴축 정책으로 선회하면서 당분간 주택시장도 조정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주택시장도 현재 순환국면상 고점에서 주택가격 상승 기대 약화와 금리인상 기조로 하락 혹은 점차 둔화돼 침체 국면을 보일 가능성이 높지만, 서울 강남권 일부 지역 등은 절대적인 주택재고가 부족한 상황이라는 점이 주택시장 양극화 심화와 서초 등 강남 일부 지역의 하방을 강하게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해서 우리나라 주택시장이 크게 침체됐을 때 미분양주택, 특히 준공 후 미분양주택이 증가했고 이는 주택 가격 하락과 거래위축으로 이어졌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같은 악순환은 건설사 부도, 하우수 푸어, 깡통 전세 같은 문제들을 야기했던 악몽을 우리는 뼈저리게 경험한 바 있다.이렇듯 주택시장이 확장기에서 둔화·수축기로 국면 전환시 그 전조는 주택시장에서 미분양 증가로 나타난다. 미분양 증가는 건설사 측면에서 자금난 가중, 유동성 위기를 통해 부도로 이어지고, 소비자 측면에서는 주택수요 위축에 따라 주택가격 하락 및 주택거래 위축, 급매 증가, 하우스 푸어, 역전세(깡통전세) 문제를 초래한다.통계로 보면 올해 6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총 2만7917가구로 전월보다 2.0%(535가구) 증가했다. 이 중 수도권의 미분양 주택은 4456가구로 한달 새 25.1%(893가구) 급증했다. 아울러 공사가 끝나고 나서도 분양되지 못해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의 경우 전국적으로 7130가구로 전월보다 4.4% 늘어났다. 특히, 서울의 준공 후 미분양은 지난 5월 37가구에서 6월 215가구로 481%나 급증해 5배 이상 폭증했다. 지난 6월 수도권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전월보다 46.1% 늘어난 837가구로 집계됐다.또 다른 부동산 침체 지표는 미계약물량과 청약경쟁률이다. 올해 상반기 청약 당첨자 미계약 물량은 서울이 지난해 상반기 99가구에서 781가구로, 경기는 전년의 1294가구에서 1553가구로 늘었다. 인천은 작년의 3가구에서 올해 454가구로 늘어 무려 151배나 증가했다.반면 청약 경쟁률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은 29.7대 1로, 지난해 124.7대 1에서 4분의 1수준으로 급감했다. 특히 경기도는 작년 상반기 30대 1에서 올해 9.2대 1로 한자릿수로 급감했다.거래절벽도 심각하다. 지난 달 2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의 주택 매매량은 총 31만26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5만9323건)과 비교해 44.5% 감소했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은 12만3831건으로 작년 상반기 대비 55.5% 감소했고, 지방은 18만6429건으로 33.7% 줄어 수도권의 감소 폭이 더 컸다. 수도권 중 서울은 3만4945건으로 52.0% 줄었다. 전국 주택시장 거래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가운데 서울 아파트 거래 절벽은 6~7월 더욱 심화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뿐만아니라 집값의 급격한 하락은 대출원리금 부담과 맞물려 집이 있지만 하우스 푸어 문제와 전세금을 떼일 우려가 있는 깡통전세주택 확산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이슈들을 야기하는 규제들이 서로 실타래처럼 얽혀 있어 정부, 정책입안자 입장에서는 풀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공급 부문은 이미 정부에서 (8·16대책에서)270만 가구 천명으로 충분히 시장에 강력한 시그널을 준 만큼 이제는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 이제는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수요자들 숨통이 트일 수 있도록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대출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주는 등 실사구시적이고 전향적인 정부, 당국과 국회의 자세가 필요하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