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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지방에서도 지방, 시민들의 청약 열기는 뜨거웠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4.09 11:36

에너지경제 김지형 건설부동산부장

김지형반명함사진

사흘 동안 1만2000여명 방문. 총인구가 10만 정도인 전라북도 정읍에서 열린 최초 1군브랜드 아파트 분양 현장에서 수요자들의 뜨거운 열망이 분출됐다. 정읍 시민 적어도 10명당 1명 이상이 모 대형건설사 분양 견본주택에 방문한 수치여서 업계뿐 아니라 지역 여론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정읍의 면적은 전북 시·군중 4위로 평야가 펼쳐져 경지율이 높지만, 경제·사회·인구적으로 보면 지방에서도 벽지로 분류된다. 이렇다 할 유력 대기업 계열사도 없고 농업 비중이 높은 소도시로 생활인프라도 부족하고 인구 유출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산업화 이전인 1960년대 농업이 주력산업이었던 시절 인구가 27만명을 넘을 만큼 큰 도시였지만 지금은 지척에 있는 전주(64만), 익산(27만), 군산(26만) 등 중소도시들과 비교해도 인구는 반의 반토막, 반토막도 안되는 수준이다. 특히 전북 인구 상위 1~4위까지인 전주, 익산, 군산, 정읍 인구를 총망라해도 고작 수도권에 위치한 수원특례시(120만) 수준이다. 경기도 화성시(91만), 성남시(92만), 고양시(107만) 인구를 감안할 때 정읍이 얼마나 작은 도시인지 실감이 된다. 참고로 전북 인구는 176만 정도로 이는 서울(942만), 경기도(1360만), 인천(297만) 등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라남도(181만), 경상북도(259만), 경상남도(327만), 부산(331만), 대구(236만) 등과 비교해도 열위에 있다. 이렇게 인구 규모면에서 타지역에 비해 떨어지고 있는 전북에서도 소외받고 있는 정읍에서 이런 대형건설사 분양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건설업계는 단순히 정읍 시민들의 브랜드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으며, 지방에서도 청약시장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해석하지만 첫 1군 브랜드 아파트에 대한 열렬한 사랑은 바로 정읍시민들 뿐 아니라 전북도민들의 지역 발전에 대한 숙원이 고스란히 투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1군 브랜드, 그것도 그간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에 집중됐던 세련된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지방의 소도시에서도 대도시 못지않게 높다는 반증이다. 수도권, 지방 대도시에서만 공급됐던 1군 건설사 아파트, 소고기로치면 한우 1등급 품질이다. 왜 지방 사람이라고 소고기 맛을 모르겠는가? 1등급 소고기가 수도권, 지방 주요 도시에만 공급되다보니 정읍 시민들, 인근 주민들도 시위하듯 수천명이 몰려들어 장사진을 이룬 것이다. 이 아파트는 청약 결과 975건이 몰리며 정읍 역대 최다 청약 통장 접수 건수를 기록한 바 있다.

물론, 1군 브랜드가 최근 전북에서도 잇따르긴 했다. 군산에서는 최근 개발한 택지에 ‘군산디오션시티’ 등 총 6200여가구 대규모 브랜드타운이 형성되며 신흥 부촌으로 떠올랐다. 이는 새만금 개발 본격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재가동, 전북대병원 건립 추진이 인구유입 전망 등 호재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2022년 이후 심화된 부동산 경기 침체, 급격한 금리인상 여파로 지난 1월 말 기준 전북의 미분양 주택 물량은 4086가구로 지난해 12월 대비 1566가구 대비 62.1% 급증했다. 이같은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람들이 모이는 고장이 돼야 할 것이다. 지역 경제 위기감에 전북은 특별자치도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전북보다 인구가 적은 지자체로 충북과 강원, 제주가 있었다. 항상 충북이나 강원보다 낫다는 얘기를 해왔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전북의 1인당 국민소득은 충북, 강원보다도 낫다"고 지적했다. 또 변화와 혁신에 도전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도민들에게 주문했다. 김 도지사의 과감한 지역 발전 정책 추진으로 낙후된 전북에 젊은이들이 자꾸 모여서 1군 브랜드 아파트가 많이 지어지고 대도시못지않은 청약 열기도 이어지길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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