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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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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개고기 식용' 갈등, 정부가 풀어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7.16 18:40

에너지경제 이진우 유통중기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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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초복(初伏)에 서울과 대구에서 ‘개고기 식용’을 둘러싼 해묵은 찬반집회가 열렸다.

서울 종로 보신각에선 ‘식용 종식(반대)’을 요구하는 동물보호단체와 ‘식용 권리’를 주장하는 대한육견협회가 같은 장소에서 마치 견원지간(犬猿之間·개와 원숭이간 적대 관계)처럼 서로 헐뜯기 바빴다.

대구에서는 동물보호단체가 전국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개시장’을 빨리 폐쇄할 것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대구 칠성시장 내 식용 개고기 도살시설과 철창살 개우리 등이 개고기 불법유통 및 혐오시설인 점을 강조하며 조기폐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고기 식용 찬반 움직임은 해마다 되풀이 되고 있지만 양측의 주장은 한 치의 양보도 없다.

그럼에도 반려동물(반려견)을 키우는 집들이 늘어나면서 식용 반대의 여론이 더 많아지고, 개 식용 인구도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국내 민관 기관과 단체들이 참여한 ‘개 식용 문제 논의 위원회’의 설문조사에서 ‘개고기 먹지 않는다’는 비율이 85%, ‘앞으로 개고기를 먹을 의향 없다’도 80%를 넘었다.

사실 개고기 식용을 공식적으로 금지하고 있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 베트남 정도로 알려졌다. 중국과 베트남도 경제 성장과 함께 반려동물 인구 증가, 동물보호 인식 확대로 우리처럼 식용을 둘러싼 찬반 논란과 국가 차원의 식용 금지를 추진하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고기 식용은 가장 가까운 조선시대에 성행할 정도로 하나의 식문화로 받아들여졌고, 근대화를 거치면서도 1980년대 중반까지 복날 음식의 대명사로 자리잡고 있었다.

그럼에도 개고기 식문화를 모든 국민이 선호하지 않았고,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국가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일시적인 제한조치가 있었던 적도 있었다.

반면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개 식용을 합법화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지난 2005년 정부는 ‘식용건 위생관리 정책연구’를, 2008년엔 서울시도 조례로 개 식용 합법화를 추진했고, 그 해 여름부터 보신탕업소 위생검사를 하면서 ‘제도권 내 관리’를 통한 합법화를 용인했다.

이렇듯 개고기 식용을 놓고 찬반 대립은 반복돼 왔고, 그럴 때마다 뚜렷한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양측간 소모전만 이어져 오고 있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작금의 개고기 식용 논란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 관련법의 모순된 조항을 수정하고 일원화시키는 작업을 애써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축산법으로는 엄연히 개를 가축으로 규정해 놓고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으로 가축에서 배제시키는 모순적용으로 사실상 개의 도살과 개고기 가공·유통을 양산하는 꼴이 돼 버렸다.

그런 상태에서 식품위생법으로 개고기가 식품원료가 아니라고 정의해 버려 개고기 식품을 만들어 파는 업소를 위법의 망에 걸려들게 했다.

개(고기) 관련 법들마다 규정이 서로 배치되니 개 사육업자나 개고기 판매유통업자의 ‘왜 개고기만 금지시키려 하느냐’는 반발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대안도 없이 공방하는 것은 사회적 낭비행위다. 차라리 격년마다 개고기 식용 인식과 유통 시장 조사를 실시해 결과를 토대로 개고기 식용사업의 축소·전환을 유도하길 제안한다.

개고기 산업은 사양산업이다. 반려견 인구는 더욱 늘어날 것이고, 다양한 건강기능식품이 넘쳐나고 있어 ‘관습상 보양음식’이 발 붙일 곳은 좁아지고 있다.

기존의 개고기 도살 및 유통 사업자들에게는 퇴로를 만들어줘야 한다. 한시적 합법 운영을 허용해 비위생적, 비윤리적 도살과 유통 문제점을 해소해 일정 수준의 수익구조를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다른 보양식품 업종으로 전환을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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