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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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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작전세력과 전쟁, 이번엔 승전보를 듣고 싶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7.10 07:00

에너지경제 김현우(자본시장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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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주가조작만으로도 패가망신한다는 원칙이 자본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엄정 대처하겠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

금융당국과 검찰이 자본시장을 병들게 하는 ‘작전세력’에 본격적인 철퇴를 꺼내들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증권범죄와의 전쟁’을 각오해야 한다며 ‘페가망신법’ 개정안의 필요성을 연일 호소 중이다.

검찰도 ‘여의도 저승사자’라고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을 주축으로 거침없는 행보에 나섰다. 합수단 ‘부활’ 1년만에 자본시장 교란 사범 373명을 재판에 넘겼고, 이 중 48명을 구속한데 이어 범죄수익 1조6387억원을 추징 보전한 상태다.

국회도 화답에 나섰다. 사안의 심각성을 받아들여 지난달 30일 주가조작 등에 과징금을 최대 2배로 물리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 본회의 통과를 결의했다.

금융당국이 제안하고, 검찰이 추상 같은 법집행을 추진하고, 정치권까지 동참한다니 일이 착착 맞물려 돌아가는 듯하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소위 ‘선수’들의 의견은 조금 다르다. "과연 이번에는"이라며 갸우뚱한 반응이다. 증권범죄 일당인 세력을 뿌리 뽑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판단인 셈이다.

공권력의 삼각공조 의지에도 시장에서의 이런 부정적 인식은 왜 일까. 여기에는 몇 가지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우선 세력이 지닌 특성 자체가 첫 번째 원인이고, 둘째는 이런 특성을 키워준 법 집행의 한계가 두 번째고, 세력과의 전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확고한 의지에 대한 의문이 세 번째 이유이다.

세력의 주가조작 행위는 사실상 범죄를 입증하기까지 많은 논란의 여지를 남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이번에 대한민국 증시를 뒤흔든 ‘라덕연 사건’이다.

라 회장이 구속되면서 한 이야기가 이를 방증한다. 라 회장은 "가치투자를 했을 뿐, 주가조작을 목적으로 불법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항변하고 있다.

모든 주가조작 세력은 그럴듯한 M&A, 신사업 진출, 신약개발 등은 물론이고 오래전 단골주제였던 자원개발 테마에 이르기까지 나름의 ‘근사한 미끼’를 던지고 주가를 끌어올린다. 이 부분에서 ‘거짓임을 알면서도 주가를 올릴 의도성이 있었는지’를 입증하기는 매우 난해한 부분이다. 통정매매나 자전거래 등 거래 기록을 가지고 얼마 만큼의 위법성을 규정지어야 하는지에 대한 숙제가 남는 것이다.

세력의 황당해 보이기까지 한 해명이 당혹스럽지만, 이런 뻔뻔함을 조장한 것은 사실상 ‘솜방망이 처벌’의 탓이 크다.

"잡혀도 (감옥 가서)2~3년 고생하면 빌딩하나 생긴다"라는 그들만의 ‘보험’이 있기 때문이다.

세력이란 범죄공동체를 묶는 가장 강력한 결속력은 결국 돈이다. 성공하면 수십억에서 수백억의 불법이득을 챙기고, 혹시 걸려도 돈은 남는다고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설계자에서부터 바지사장, 리딩방 운영자까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질주한다.

이들이 받는 처벌이라고 해야 경제사범으로 고작 2~3년의 실형이고 운이 좋으면 불기소 되거나 집행유예로 풀려난다.

실제 2016~2021년 불공정거래로 고발·통보된 사건 중 불기소율은 53.5%에 달한다. 최근 4년간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로 제재를 받은 643명의 23%는 재범 이상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5개 종목 하한가 사태’의 배후로 의심 받는 인터넷 카페 운영자 강모 씨도 과거 비슷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전력이 있다. 에디슨모터스(에디슨EV) 주가조작 의혹으로 1800억대 부당이득을 챙긴 이모씨 역시 이번 구속 이전에도 주가조작으로 실형을 받은 전과가 있다. ‘SG증권발 주가폭락’을 부른 라덕연 사건에는 현직 증권사 간부가 연루된 정황까지 드러나고 있다.

자본시장 선진국인 미국은 비슷한 범죄에 어마어마한 추징금과 징역형이 내려진다. 2009년 다단계 폰지 사기를 벌인 버나드 메이도프에는 징역 150년형이 내려졌고, 8년여에 걸친 회계 부정과 주가 조작을 벌인 엔론의 창업자 케네스 레이 역시 징역 45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번에 구속되거나 수사를 받는 주가조작 의혹의 배후들은 과연 얼마의 처벌을 받을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은 벌써 발 빠르게 대응중이다. 구속 수감된 라덕연 회장과 ‘에디슨모터스 사건’의 이모 씨는 ‘남부지검의 전관이 포진해 있다’고 알려진 같은 법무법인에 수임을 맡긴 상태다.

이번에도 이들이 다시 소리만 요란한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자본시장에서 활개를 치게될지 우려된다.

회계사 출신의 이 씨는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증권범죄합수단을 해체할 당시 ‘저승사자’ 손에서 한번 풀려났던 경험이 새록새록 떠오를 듯 하다.

사법당국의 ‘증권범죄와의 전쟁’이 이번에는 승전보를 울리길 기원하며 현재 구속된 세력의 핵심인물이 과거 주가조작이 한창일때 자신감을 내보였던 한마디를 건넨다.

"코스닥 종목의 90%는 사실상 작전입니다. 다 아시지 않습니까… 3년여만의 컴백인데 저희도 모든 것 걸고 합니다" -주가조작세력 ‘전주’ J회장

이들의 입에서 남부지검이 공언한 "패가망신 당했다"는 탄식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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