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금리와 환율, 韓과 다른 선택한 日·中](http://www.ekn.kr/mnt/thum/202211/2022110301000133100004601.jpg)
올들어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잡는데 몰두하는 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은 곳곳에서 균열과 붕괴의 위험을 드러내고 있다. 발 빠른 주식시장은 불안을 견디지 못하고 거래소에 상장된 거의 모든 주가를 30% 넘게 끌어 내렸고 변동성은 두 배 이상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외환시장은 미 달러의 폭주를 견뎌내며 불안이 공포로 변하여 국경을 넘어설 지(spillover)를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글로벌 외환시장은 주요 선진국의 미래 금리 경로에 대한 기대 변화, 상품 가격 상승 및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지정학적 긴장으로 인한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다수 선진국이 금융긴축을 펼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자국 통화의 약세를 감수하면서 완화적인 금융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두 나라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이다. 일본은 엔화(USD/JPY) 환율이 지난 9월 1일 큰 폭으로 상승하여 140엔을 기록한 한 이후 약세를 지속하다 마침내 지난달 20일에는 150엔마저 넘어섰다. 엔화 가치는 연초 대비 30% 하락하였고 엔화 수준은 3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엔화 가치가 이처럼 크게 하락한 데에는 미국연준 및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기조 차이에 따른 미일간 금리차 확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이 전반적으로 리스크-오프 분위기에서 일본 엔화는 글로벌 주요통화 가운데 미국 달러화, 스위스 프랑화와 함께 안전한 통화(safe-haven currency)로서 지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스위스 프랑화와는 달리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 단순히 금리차라는 시장요인 외에 정책적 목표 또는 의도가 있는지 궁금하다.일본은 단기금리가 제로수준인 상황에서 장기금리인 10년만기 국채금리 목표수준을 0±0.25%로 유지하는 정책(Yield Curve Control)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금년들어 초장기물 국채(잔존만기 10년 초과)가 2배 이상 수준으로 상승함에 따라 일본은행(BOJ)은 공개시장조작을 통하여 잔존만기 10년초과 초장기물 국채에 대한 매입규모를 2배로 확대하는 계획(Rinban Operation)을 지난 9월말 발표하였고 이는 바로 엔달러화 환율 상승을 부추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현재 일본은 미·일 금리차 확대에 따른 엔화약세 지속을 견디어 내면서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포함한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기세이다. 즉 글로벌 금리상승에 따른 내수 침체와 수출중심 기업의 수익 악화를 막아 보겠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론 미국은 달갑지 않겠지만 일본은 보유한 미국 국채를 팔고 그 자금으로 엔화를 사들이면서 환율의 변동성을 최대한 줄이려 할 것이다. 한편 중국은 위안화(USD/CNY) 환율이 금년 상반기에 6.3~6.6 위안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다 공격적인 미국 통화정책 긴축과 중국경제 둔화로 지난달 25일 7.30위안까지 올랐다. 위안화 가치도 금년 들어 13% 하락하여 일본 엔화의 절반 수준에 미치지 못하지만 2007년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국도 일본처럼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면서 코로나가 강타한 내수경제를 되살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가파른 위안화 하락을 막기 위해 국내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쉽게 자금조달이 가능하도록 돕는 조치도 취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 외환보유액은 8월말 기준 3조 달러 수준으로 지난 2015년 경기침체 시기에 위안화 약세를 막기 위하여 1조 달러 상당을 소진한 바 있다. 그러나 외환보유액을 포괄적인 국력을 상징하는 지표로 강조하고 있어 과거 2015년과 같이 외환보유액을 소진하면서 환율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이면에는 미국과의 신냉전에 대비하여 위안화의 세계화를 위한 노력이 일부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한 국제결제은행(BIS)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홍콩, 태국, 아랍에미리트의 중앙은행이 참여한 국제간 CBDC 결제 파일럿에서 중국의 디지털 통화(e-CNY)가 성공적으로 가장 많이 발행되고 거래된 디지털 통화가 되었다. 우리나라 또한 원화(USD/KRW) 환율이 크게 상승하면서 2008년 금융위기와 1997년 외환위기 수준에 다가섰다. 2022년 시작된 금융경제 위기는 현재로는 언제 끝날지 알 수가 없고 코로나 위기처럼 거의 모든 나라가 비숫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으로 환율은 각국이 처한 상황에 따라 자국의 기업을 위한, 자국의 국민을 위한 정책간 경쟁이고 승부의 결과로 결정될 것이다. 위기시에는 확고한 정책과 결단력 있는 정부가 중요하다. 가까운 나라 일본, 중국에 비추어 대한민국은 다가오는 대인내 시기(Great Endurance)에 대응해 정부가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 또한 무엇을 할 수 있었는지를 묻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김한성 마이데이터코리아 이사